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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462화 (462/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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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혼 여행-- >

    한 이년정도 루이넬이랑 노닥거리면서 보냈다.

    신기하게도 신혼 부부라도 두세달이면 서로 앞에서도 방귀 뿡뿡 뀌고 그런다는데 우린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루이넬이랑 시도 때도 없이 키스하고 밥먹고 놀고, 자고, 잠깐 마실나가고...... 일하는것도 없으니 탱자탱자 마음놓고 논다.

    마음속에 찌든 피로가 빨래한 옷마냥 싹싹 빨아진 느낌이다.

    그래 이느낌이야.

    이 느낌이야말로 내가 원하던 소박한 일상!

    비록 루이넬이 일반적인 여성보다 심하게 아름답지만!

    비록 옆에는 요상한 까마귀가 붙어 있지만!

    비록 내가 존나 짱쎈 대마왕이라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평범과 거리가 먼게 너무 많아.

    그런데 아무리 소박하게 살아도 1년쯤 지나니까 할게 없더라.

    장난으로 내 감이랑 루이넬의 계산이랑 대결해서 체스도 꽤 많이 뒀는데 대충 1000판 정도 둬도 승률은 반반이였다.

    제한적인 게임에서는 내 감도 어느정도 한계가 있는 모양이다. 체스말이 움직이는 것에 한계가 있듯 내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도 줄어드는 모양이다.

    만약 뭐라고 해야하나....... 부르마블? 그런쪽의 게임이였다면 더 사기적으로 할수 있었을텐데.

    루이넬의 두뇌도 장난 아니라 승률이 반반씩이나 나온거다. 루이넬 무서워.

    보통 서로 얼굴 맞대고 자주 마주치면 사이가 덤덤해진다고 하는데 아직까진 그러지 않는다. 마족이라서 체감 시간이 다른가? 어쨌던 사실상 해보고 싶은 일들은 다 해서 그리 할게 없는게 문제다.

    지루함.

    따뜻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그 일상도 어느정도 달라야 지루하지 않은 법이다. 뭔가 할만한거 없으려나.

    "그런데 말이야 팬텀. 요즘 들어서 저쪽 시끄럽지 않아?"

    "아..... 한국쪽 말이야?"

    간간히 총성이 들린다.

    아마 ADC들이 그쪽으로 몰려간 덕분이겠지. 요즘엔 조용히 있지만 이 빌어먹을 까마귀 놈이 주변 정리하면서 가끔 뭘 잡아와서 루이넬에게 선물공세마냥 들이대는 바람에 피난가는 녀석들이 한둘이 아니다.

    폭탄 떨어진다고 하면 도망가는게 정상이지. 동물들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화산 폭발이나 재해를 보면 먼저 도망치는 모습을 보아 오히려 인간보다 더한 직감을 가지고 있을터다.

    하물며 포식자가 근처에 있는데 튀어야지. 나도 파괴의 절대자, 어머니가 있다면 일단 도망치고 볼꺼다. 껴안아서 베어허그 할것 같으니까.

    근데 고생좀 하겠네. 우리 때문에 국군의 고생이 많다.

    "아마 그들도 바보는 아닐꺼야"

    "어, 왜?"

    "..... 팬텀은 바보였지. 미안. 아무튼 갑자기 환경이 변하면 그 원인을 파악하려고 하겠지. 아마 그 원인을 찾으러 나오기도 할껄?"

    그러라지, 딱히 상관 안하는데.

    "팬텀이라면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할 줄 알았는데?"

    "내가 왜? 난 도망치지 않아. 도망칠 시절은 지났어. 이제는 어떤일이 있어도 도망치고 싶진 않아"

    "그럼 피하는건 한다는 소리지?"

    "정곡을 찌르긴, 역시 루이넬이야"

    "그래서 피할꺼야, 말꺼야? 군대는 권력에 밀접한 존재들이야, 걸리면 이런저런 족쇄를 걸려고 들텐데?"

    "해보라지"

    난 초월자니까 그딴거 쌩깔꺼야.

    이거 응용성이 대단하다.

    루이넬의 예상은 적중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서 다수의 기척이 경계선에서 나와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당한 수다. 수백명 정도로 보이니 대충 대대 정도의 병력인것 같다.

    거기다가 이 인근에는 까마귀 새끼 때문에 ADC가 없다. 빠르게 진군중. 조우하는건 내일 아니면 내일 모레쯤 될꺼다.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까마귀 새끼야"

    "까악!"

    "처맞을래? 날개 하나 뜯어줘야 정신 차릴래? 이런 조류 새끼가 어딜 루이넬한테 들이대놓고 일도 귀찮아지게 만들어? 난 일상이 좋은데"

    맘같아선 단숨에 오늘 저녁 반찬을 치킨으로 만들고 싶지만 루이넬이 싫어할테니까 그만 둔다. 게다가 고의도 아닐테니까.

    나도 내가 걸어가면 날 아는 사람은 친구면 친하게 굴거나 잘 모르면 그냥 이름값에 도망간다. 그거랑 같은 일인데 어쩔 수 없지.

    "너, 맘대로 사람 잡아먹으면 그땐 알아서 해라. 내가 루이넬한테 바가지 긁히는 한이 있더라도 넌 양념반 후라이드 반으로 만들어줄테니까"

    "까악?"

    "농담아냐. 며칠은 치킨으로 먹고 백숙도 끓일꺼야. 먹는 동안은 네 생각 해줄께. 맛있게 하면 루이넬도 먹을꺼야"

    농담 아니다.

    지금은 아주 드물다고 하지만 참새도 먹었다고 하는데 까마귀야 못먹겠냐. 까마귀 고기를 먹으면 건망증 생긴다는건 그냥 미신이다. 임신했을 때 오리 고기를 먹으면 아이의 피부가 오리 피부처럼 변한다는것만큼 미신이지.

    아무튼 뭐 어떠냐.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나야 총구를 들이대든 기분 상하는것 말고는 상관도 안할텐데. 무시해버려야지.

    아니, 조금 대접은 해줄까? 시대가 시대고 예전에도 남자 아닌 사람들이나 군대 안간 사람은 군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나도 아직 가진 않아서 그렇지 국군들의 노고는 인정해 줘야지.

    시급도 최저 시급만 받아도 감지덕지할 만큼이라 더럽게 조금 받으면서 일은 힘들고 강제로 해야하는건데 적어도 대우는 해줘야 맞는거 아니냐.

    오면 식사라도 한끼 대접해줘야겠다.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건 짬밥이고 짬밥보다 더 맛이 없는건 영국 짬밥이라는 말이 있듯이 군대 밥이 맛있을리가 없지.

    주변에서 ADC 몇마리좀 잡아와야겠다. 바싹 익혀 먹으면 세포 하나 살아남지 않으니 먹어도 이상 없다. 나야 미묘하게 육즙이 나오게 웰던에서 조금 떨어진 수준으로 익히니까 그렇지.

    마치 손자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마음으로 국군 장병은 다 푸짐하게 먹어야 한다. 내 요리사로서의 마음이 그러라고 시키기도 하고.

    사람이 밥을 든든하게 먹어야 뭘 하든 말든 하지. 가뜩이나 세상도 이런데 군인이 고생이 많다.

    "근데 이쪽으로 안오면 땡 아닌가?"

    "그러면 우리가 해먹지 뭐. 나야 원래 소식가지만 먹으려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고"

    먹은걸 변환해서 의지나 마력으로 돌리면 된다. 조금 비효율적이지만 딱히 상관없지.

    "대접은 해줄건데 우리 루이넬한테 들이대면 후려패야지"

    "원래 군대는 패면 안되는거 아냐?"

    "내가 군대보다 쌔니까 괜찮아. 수가 많아봐야 수준이 낮으면 거기서 거기지. 아무리 수가 많아도 개미인 이상 코끼리를 죽일 수 없어"

    코끼리가 몸이 커도 동시에 덤벼들 개미는 한정되어 있을거다.

    만약 개미가 우연히도 코끼리의 귀속으로 들어가 뇌를 갉아먹는다면 또 모를까. 코끼리가 한번 구르는 것 만으로도 수만마리의 개미가 단숨에 짖눌려져 죽을거다.

    문제점인 체력이 하나 있는데, 그건 나한테 해당 안되니 뺀다. 내가 그냥 단순하게 몸으로만 싸워도 나라 하나 멸망인데.

    "루이넬 너도 조심하고, 어디 다치는건 생각 안하는데 기분 나빠질까봐 그래. 무슨 일 있으면 말해"

    "걱정마, 나도 처리할 수 있으니까"

    "기왕이면 조금 봐주기도 하고"

    "이상한짓 하면 태워버릴껀데?"

    "아니, 아니. 무례를 범하는 정도면 봐달라는 뜻이니까. 솔직히 남자는 상대가 여자면 일단 외형만 보니까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남자는 다 그래"

    여성은 남성보다 약하다. 기본적인 근력의 차이가 태생적으로 나니까.

    강약이 그저 근력에서만 나오는건 아니지만 근력도 중요하기에 나오는 인식이다. 그리고 옛날부터 그래왔으니까.

    강한 무력으로 남성은 여자를 지키고 일을 하며, 여성은 아이를 키운다. 그게 옛날부터 내려온 진리중 하나다. 지금은 여성의 인권도 생겨나서 동등한 권리를 가졌지만 지금으로부터 200하고도 몇십년전만 해도 그랬다는거다.

    "그 전에 루이넬한테 이상한짓 하면 내가 족치지"

    그건 내가 봐줄 범위를 넘었다고.

    룰루랄라 소 형태의 ADC 한마리를 잡아 돌아오는길에 드디어 조우했다.

    한국인다. 처음보는 한국인.

    비록 중무장에 가까운 모습으로 나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지만.

    "정지! 신원을 밝혀라!"

    "그거 사람한테 총구 겨누고 할말은 아닌거 알지?"

    "이런 환경에서 유유자적하게 걷고 있는 사람이 한가롭게 말할 말은 아닌것 같은데"

    유쾌한 답변이 들어왔다.

    주변에 대충 스무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다. 대충 소대쯤 되려나? 그럼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소대장인가?

    조금 경계가 풀렸는지 총구를 내린다. 그리고 다시 물어온다.

    "신원을 밝히십시오, 상황에 따라서 발포할수도 있습니다"

    "이 근처에 정착한 조금 강한 사람. 이름은 류한, 나이는....... 세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대충 서른 초반에서 중반. 잘하는건 요리"

    ".... 혹시 적합자십니까?"

    "나 지금 꽤 전부터 여기서 살고 있는데?"

    대충 1년이니까 조금 되는건 맞겠지? 인간 기준이니 여기서도 먹힐거다.

    그리고 적합자는 아니지만 이런곳에서 산다는것 자체가 강하다는 반증. 그리고 이 세계에서 그 적합자라는 것만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실례했습니다. 대 ADC 방어 부대의 김현중 소위라고 합니다"

    "류한이나 팬텀, 아무거나 불러"

    그가 수신호를 보내자 주변 군인들이 총기를 치운다. 적합자라는건 그만큼 대우를 받는듯 하다. 아직 내가 공격하지 않을거란 보장이 없는데 총기를 치우다니.

    아니, 오히려 화를 돋우면 자기들이 뒈질거라는 수준 차이를 알기에 그러는건가? 총을 들고 있으나 마나한 결과라는것 처럼?

    음, 신빙성이 있는걸.

    "저희는 이번 ADC의 불규칙적인 활동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차 나왔습니다만, 혹시 알고 계시는 것이라고 있으십니까?"

    "그거 우리집 빌어먹을 까마귀 새끼 때문에 그럴껄. 그녀석이 이 근처에 자리잡으니까 다른 ADC도 무서워서 튄거지"

    "네?"

    "저거 말이야, 저거. 얌마 까마귀! 잠깐 내려와봐라!"

    내가 손을 흔들자 날고 있던 까마귀가 강하한다. 워낙 높은 곳에 있었던터라 그 큰 거체에도 불구하거 원근법이 어긋나서 평범한 새나 조금 큰 새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여태까지 별 소란이 없었던 것이다.

    이 세계에서는 몇 없는 킹 클래스의 ADC. 그래봐야 수백이 모인들 나한테는 안되는 허접한 녀석들이지만 그 진화와 생존 본능 만큼은 무시하지 못한다.

    "레드 윙...... 백두산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는 킹 클래스 ADC가?!"

    "아니, 백두산에 살고 있으면 기왕이면 순우리말로 지을것이지 왜 이름이 영어야? 안그러냐 까마귀?"

    "까악!"

    본인은 둘다 싫다고 하는데. 까마귀도, 레드윙도.

    동물에게 이름은 없다. 그게 다 사람들이 멋대로 붙여서 부르느라 반응하는것 뿐이지.

    "일단 우리집 올래? 여러뭐로 고생이 많은것 같은데 밥 한끼 대접 못해주진 않아"

    그는 한참을 생각하는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거절 안해서 다행이다.

    이 시대 군대는 그래도 예전보다는 대우를 많이 받는 듯 하다. 여러 사건 사고, ADC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로 출동하는게 늦어지면 뭐라고 하긴 하지만 적어도 살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

    전쟁이 나지 않아서 그저 집 지키는 개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었지만 아무리 그런 소리를 해도 정작 강도나 도둑이 들어 개가 그들을 ?

    아낸다면 최소한 인정은 해줄 수 있다.

    그래서 옛날보다 대우는 좋은것 같다. 뭐.... 원래 군인이란 그런 쪽이 당연한 것이니까.

    군인은 싸우는 사람이다. 싸우는 사람이 싸워야 맞는 일을 하기에 인정을 받는거지.

    "잘?

    네. 그런데, 나라 안에서도 일해? ADC는 없을텐데?"

    "가끔 부적합자가 나오니 그들을 처리하는 임무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적합자에 이어서 부적합자냐.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ADC의 세포가 잘맞아서 융화된다면 적합자. 그렇지 않는다면 부적합자다.

    평범한 일반인도 근력이나 육체가 조금 좋아지는 선에서는 ADC의 세포도 일부 섭취가 가능해지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 저급한걸 먹어봤자 수준은 늘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떻게 질높은 세포를 얻는다고 해도 맞지 않으면 땡. 그럴경우 두가지로 나뉠거다.

    죽거나, 폭주하거나.

    죽으면 딱히 피해는 없으니 괜찮지만 폭주하면 그건 부적합자라고 불리며 날뛴다.

    과다 융화한 세포의 수준에 따라 폭주체, 부적합자의 능력은 달라지지만 최소한 날뛰면 기본적으로 룩 클래스 이상의 ADC 수준이라고.

    잡기 힘들겠다. 폰 클래스라면 군대에서 쓰는 자동 소총으로도 잡을수 있지만 룩 클래스부터는 살짝 힘든 감이 있다. 그래도 잡긴 잡겠지.

    하지만 나이트, 비숍, 퀸, 킹 클래스라면.......

    "까악?"

    "이런 빌어먹을 녀석이 킹 클래스라니. 조류 새끼 주제에"

    텅, 하고 화풀이로 녀석의 날개를 후려친다. 금속 치는 소리가 나는걸로 보아 깃털 조차도 꽤 단단한듯 싶다.

    가볍게 쳤는데도 녀석이 휘청거린다.

    약한놈.

    "최소 S급의 적합자.....!!"

    "적합자도 등급이 있어?"

    "실례지만 한국분이십니까? 아니면 혹시 다른 국적이라도? 아니면 북한쪽 분....."

    "아냐, 한국인이야 한국인. 이름도 그렇고. 아.... 조금 애매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중간계 태생이고 한국이라는 나라는 어찌?

    건 국적은 가지고 있지만 이쪽 세계엔 없다.

    흠, 어떻게 하지. 막상 들어갈 꺼리가 없는데. 불법입국이라도 할까?

    "그런데 왜 이런곳에서 생활하시는 겁니까? 아무리 적합자 분이시더라도 불편하실텐데......"

    "전원생활 좋잖아"

    솔직히 소박한 생활이란게 시골같은 공기 좋은 곳에서 하는것이니까.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

    어머니랑 살던 곳도 산 근처니까.

    사람은 원래 자연과 야생에서 살았다 편의를 위해서 사회를 이루고 개척한것 뿐이지.

    "저, 전원생활?!"

    "난 여태껏 고생한게 한두개가 아니여서 좀 조용히 살아보고 싶었거든"

    "만약 저희가 발포했다면?"

    "난 괜찮은데 우리 루이넬한테 했었다면 너희들은 다 뒈진줄 알아라"

    김현중 소위의 소름이 돋는게 보인다. 그런데 대충 20대 나이로 소위라니. 사관 학교라도 나왔나?

    거참 고생 많을 보직인데.

    "아뇨, 100여년전에 ADC의 출현으로 육군의 비중의 늘은 이후로 사관 학교는 거의 다 망했습니다. 어지간해서 짬을 많이 먹은 상병이 소위보다 더 경험이 많으니까 말입니다. 세상이 변하니 어느정도 군도 개혁해서 이제는 학교 나온다고 다 되는게 아니고 짬을 먹어야 합니다"

    "아, 그래? 뭐, 한 2년쯤 구르면 병장이 아니라 소위 해먹는거야?"

    "아뇨, 3년쯤 구르면 됩니다"

    3년이면 소위냐.

    병장 다음에도 계급 꽤나 있는데 아마 다음 계급 되는 시간이 줄은 모양이다. 그만큼 죽는 사람도 늘었다는 건가?

    "그래봤자 말뚝 박는게 아닌 이상 월급은 그대로지만 말입니다"

    "목숨 걸고 하는데 돈도 그대로라고?"

    "할아버지에게 듣자하니 그때나 지금이나 군인 무시하는건 그대로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다 거기서 거기지"

    월급이 그대로라니.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데 생명 보험도 그대로라니.

    눈물이 나올 뿐이다. 개혁해서 다 때려 부숴야 하는데.

    "덕분에 요즘 보험 회사들은 여러가지고 장사가 잘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잖습니까"

    "니들이 고생이 많다"

    저쪽에서 누군가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아마 한 부대원이 집 생각이 난 모양이다.

    나도 이계로 떨어지지 않았다면 군대 갔겠지. 어찌?

    건 한국 국적이 있으니까. 군대 안가려면 좀 심하게 다치거나 질병이 있거나, 혹은 뒤를 봐줄 사람이 있거나 큰 대회에서 상을 타거나 해야하는데 나는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요리 대회같은게 있어야 말이지. 그나마 있어도 군대 면제같은건 안되고.

    집에 도착해보니 제압되고 이리저리 그을린 군인 열댓명이 마당에 널부러져 있었다.

    "............. 야, 김 소위"

    "죄송합니다. 저희의 불찰일겁니다. 부디......"

    "?

    어, 그래봐야 다칠 우리 마누라가 아니고"

    다른 군인들이 쓰러진 녀석들을 확인하며 부상자를 확인했지만 기절하고 장비가 좀 상한것 외에는 그리 큰 부상은 보이지 않는듯 했다.

    집으로 들어가니 루이넬이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는 중.

    "왔어? 팬텀이 나가 있는 사이에 손님이 와서 느닷없이 총구를 들이대고 이상한짓을 하려고 하길래 손좀 봐줬는데"

    "이상한짓?"

    "여기에 있느라 인식 변환 마법을 쓰지 않았잖아"

    아..... 루이넬의 외모 탓이였구나.

    그녀의 외모는 나에게는 너무 과분할 정도로 예쁘다. 나도 미적 기준으로 본다면 아름답다, 라고 할만한 외모지만 어찌?

    건 남자다. 얼굴에 굵직한 흉터하나 내서라도 남자처럼 보이고 싶은데.

    그래서 그런지 루이넬의 맨얼굴을 보는 평범한 사람들은 대부분 진득진득한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 내 감각이 자꾸 찔러오는게 기분이 나쁘다. 생각까지는 내가 뭐라고 할 수 없으니까 봐주는거지만.

    2년동안 칙칙한 남자들만 가득한 곳에서 그나마 휴가 나올때나 볼 수 있는 여자를, 그것도 엄청나게 예쁜 여자를 이렇게 법도 들이밀 수 없는 국경 너머에서 본다면 욕망이 꿈틀거리는게 당연하다.

    그런데 나는 못봐주지. 죽여버릴테다. 그정도 하나 조절 못하는 군인 새끼는 죽어야 마땅하지.

    "참어, 별일 없었잖아? 죽이지 말라고 봐주라고 한 사람이 누군데"

    "그니까, 내가 봐달라고 한건 루이넬 너지 내가 봐준다고 한건 아니거든. 네가 안죽이고 살려뒀으니까 내가 죽이려고"

    "..... 나보다 바보면서도 말장난쪽은 한수 위인것 같은데"

    예전에 고아원에서 살다보니 어딘가 한군데쯤은 말한 것에서 빠져나갈 루트를 만들어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빼도박도 못하니까.

    죽여버릴테다.

    감히 우리 루이넬에게 나도 못해본 짓을 하려고 들었겠다. 군기가 빠졌구나아아!

    ============================ 작품 후기 ============================

    루이넬이 먹은 하트중에 유혹의 마왕 하트도 있던걸 기억하시는 분이 있으려나.

    그래서 패시브 스킬중에 유혹과 매료가 만랩. 평범한 인간은 루이넬 얼굴만 보면 덮치려고 듭니다.

    이건 자연적인 거라 본인도 어떻게 조절할 수 없음. 그나마 마법으로 숨기는게 전부 일 뿐.

    니들은 고의든 타의든 아무튼 영창행이다.

    오늘 연참 몇개 더하면 베스트 노블들 빼고 베스트 10 안에 들 수 있을것 같아! 팍팍 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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