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456화 (456/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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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혼 여행-- >

    첫날밤.

    아아, 그 엄숙하고도 야릇한 단어여. 뭍 신랑들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마력이 담긴 세음절!

    음, 무슨 그리스 시인같은 표현을 써보려고 했는데 잘 안된다. 그냥 말이야지.

    나에게는 먼나라 이야긴줄만 알았는데. 그게 직접 오는 날이 올 줄이야.

    평소보다 배 이상을 꾸며진 방안. 어른들의 쾌적한 성생활을 위해 준비해둔 물건이 잔뜩 구비되어 있다.

    ...... 어떤 새끼가 채찍이랑 초를 가지고 온거지. 나중에 처리해야겠다.

    거기까지 매니악하진 않단다.

    침대를 옆에 두고 나는 어째선지는 모르겠지만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다.

    한손가락으로. 물구나무 서서.

    묘하게 끓어오르는 흥분. 그게 전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사타구니로 향하려고 한다.

    뜨거운 피를 어떻게 풀어야 하기 때문에 운동을 하고 있지만..... 효율이 더럽게 나쁘다.

    쏴아아!

    루이넬이 씻는 소리가 들린다.

    샤워를 하는건지 물소리가 들리는데 그 물소리마저 음란마귀가 낀건지 야릇하게 들린다.

    그런 감각은 내 흥분을 더 자극시킬 뿐이다.

    "진정하자, 그래 소수를 세자. 소수는 자기 자신과 1 이외엔 나누어지는 것이 없는 고독한 숫자. 나에게 힘을 준다"

    소수를 세자.

    나는 명상을 하듯 눈을 감고 수를 세기 시작했다.

    1, 2, 3, 5, 7, 11, 13......... 아니 애초에 1은 소수가 아니잖아?

    그 순간 루이넬이 욕실에서 나온다.

    촉촉한 붉은 머리칼이 돋보이면서 몸에는 그저 커다한 목욕 수건으로 감아 가리고 있을 뿐이다.

    고작해야 당기면 풀릴 천 한장으로 루이넬이 알몸이 있다.

    "팬텀, 코피나는데?"

    "...... 빌어먹을 숙맥 기질"

    "하긴, 예전부터 그랬었지. 그걸로 한번 죽었던적도 있는것 같은데"

    "이번건 그나마 괜찮아"

    이미 각오하고 있으니까.

    내 숙맥 기질은 우리집안 내력이다. 욱하는 성격이랑 같지.

    형은 형수님이 아닌 다른 여성의 알몸을 목격하면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리고, 나는 기절 혹은 그에 준하는 충격, 셋째는 굳어버리고 막내는 정신을 놓고 도망친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내를 네명씩이나 둔 사람의 아들 성격으론 좀 아닌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이상하다. 사실 아버지도 보기와는 다르게 숙맥인건가?

    "아무튼......"

    루이넬은 조용히 침대 위로 올라간다. 나도 마찬가지로 올라가 그녀의 옆으로 다가간다.

    오늘은 역시가 이루어진다아아아!!!

    진정하자, 침착해. 서둘러서 되는건 없어. 루이넬도 첫경험이다. 천천히 해서 익숙해질 때까지는 조심하게 하자.

    나는 그녀의 목욕 수건을 벗겨냈다. 적나라한 알몸, 그녀도 부끄러운지 조금 몸을 꼰다.

    물기가 머리카락에서 목을 타고 쇄골을 내려와 가ㅅ..... 아니 자세한 묘사는 생략한다. 수위가 너무 높아.

    그리고 예전에는 납작했지만 지금은 봉긋 솟아오른 가슴은 그렇다 치더라도 제일 중요한 더 아래쪽.

    나는 루이넬에게 키스하고 몸을 밀착해 조금씩 그녀의 흥분을 끌어낸다.

    그리고 바지를 벗....... 어?

    뒤를 보니까 옅은 불에 의해 묘한 분위기를 풍겨내는 방안에서 생긴 내 그림자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심연에 있는 다크니스 더 디스페어의 양손이 튀어나오더니 제스쳐를 취한다.

    한손은 검지와 엄지를 붙여 원을 만들고, 다른 한손은 검지만을 뻗는다.

    그리고 원을 만든 손에 검지를 넣었다 뺐다 두세번 반복한 후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려 전형적인 표식을 취한다.

    요컨데 해석하자면.

    폭풍섹스 잘하란 소리다.

    "....... 다크니스 더 디스페어어어어어!!!"

    나 화났다아!

    관음증 있냐! 젠장!

    누가 보는데 어떻게 일 치르냐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결국 일은 못치뤘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내 얼굴은 아무리 그래도 누군가 보고 있는데 할만큼 뻔뻔하지는 않다.

    "...... 이번엔 용기 내서 한건데 불청객 때문에 망했네. 그럼 언제 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꼭 하고말꺼야. 젠장, 빨리 강해져야지 나원참"

    다크니스 더 디스페어.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은거하다시피 있지만 데스 로드와 마찬가지로 형이랑 일전을 벌여도 승산이 있는 사람.

    솔직히 지금의 나 이상의 실력자다.

    심연속에서 도대체 뭘 하는지 요즘은 짐작이 안가지만 그래도 맘만 먹으면 어둠을 이용해 내가 하는 짓은 전부 관찰 가능하다.

    도촬하는 주제에. 젠장할.

    덕분에 내가 그녀의 간섭을 막으려면 최소한 절대자에는 올라야 한다.

    루이넬도 그런쪽 취미는 없으니까 누가 보고 있는데 하는건 부담스러워한다.

    "하지만 조금은 나쁘지 않을지도......"

    "루이넬이 이상한 취향에 눈뜨려고 하고 있어?!"

    큰일이다. 아직 정상적인 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매니악한 취미에 맛을 들리면 그건 그거대로 위험해진다.

    나는 물론 루이넬도. 음..... 내 정신 세계에 있는 팬텀 녀석은 '굿잡'하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어올리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나도 그런쪽을 좋아한다는거냐.

    "그럼 다녀올께. 기타등등 서류는 대충 다 정리해뒀으니까 나중에 내가 결제할것만 냅둬"

    "즐거운 신혼여행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야 그건 어디로 가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

    편함과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진작에 네이쳐 가든쪽으로 갔겠지.

    그저 루이넬과 있으면 어딜 가던 딱히 상관 없으니까 , 그냥 추억 만들기다.

    시엔느는 같이 가지 않는다. 사실 같이 가자고 한번 말했는데 본인이 싫다고 했다.

    둘이서 오붓한 시간 보내고 오라나 뭐라나. 미안하다, 아빠가 뻔뻔스럽지가 못해서 루이넬이랑 첫날밤도 못치뤘다.

    그냥 무시해버릴껄.

    "그럼 갈까? 좋은 차원으로 걸리길 빌면서"

    나는 루이넬의 손을 잡고 차원을 찢어 틈새를 만들어냈다. 안쪽에서는 강한 압력으로 인해서 방비하지 않으면 그대로 죽겠지만 내가 보호하는 것도 있고 설령 그렇지 않아도 루이넬 정도라면 마법으로 버틸 수 있다.

    사실상 콜로커스보다 마법을 잘한다고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녀 수준 아래는 아닐 것이고. 오히려 마력은 루이넬이 더 많다.

    마왕의 하트를 두개나 먹었는데 없다면 그게 이상한거지.

    차원의 틈새로 들어간 우리들은 한동안 느긋하게 이동했다.

    성급할 필요는 없다.

    일단은 시간대가 중요하니 적당한 곳이라도 시간 차이가 너무 나면 안된다.

    설마 중간계의 100년이 그쪽에서의 하루라거나 하는 신선 놀음같은 극단적인 시간 차이는 나지 않겠지만...... 적어도 그런 차이가 큰 곳은 피한다.

    각각 차원마다 시간차이는 랜덤이다. 어디든 법칙하나 없이 달라서 찾기에는 꽤나 귀찮다.

    내 감각에 감지하는 영역에 시간대 고려하기를 넣으면...... 대충 4개쯤 나오는데.

    자세한 시간대는 모르지만 우리가 갈만한 곳이 4개.

    "자, 어딜 갈래?"

    "음? 팬텀이 선택하는거 아니야?"

    "애초에 신혼 여행의 목적지를 랜덤으로 한다고 한건 나였으니까 공평하게 그걸 선택하는건 루이넬이 해야지. 부부관계는 어디까지나 동등한 관계잖아?"

    어느 한쪽이 우세하니 마느니 하는건 부부가 아니다.

    가족은 누구나 공평하다. 비록 부모자식간의 당연한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부부간의 서로의 위치는 동등하다.

    "그럼 순서 매길까. 1번, 2번, 3번, 4번. 어떤거?"

    "순서 매기는건 무슨 순서인데?"

    "가까운 순서대로"

    제일 가까운게 1번이고 제일 먼제 4번이다.

    루이넬은 잠깐 생각을 하다 이내 대답했다.

    "2번, 2번으로 할래"

    "음, 콩을 까야할것 같은 숫자인데"

    "갑자기 왠 콩?"

    "숫자 2에는 전설이 있어"

    "무슨 전설인데?"

    "..... 나는 전설따윈 믿지 않아"

    루이넬이 나를 병신 보는 눈으로 노려본다.

    아, 드립이였는데.

    아무튼 나는 루이넬이 선택한 대로 2번째로 가까운 차원에 틈새를 만들어 안으로 들어간다.

    하나의 우주는 하나의 차원이다.

    그 거대한 우주를 겨우 차원 하나에 담고 있으니 무슨 시공관을 무시하는것도 정도가 있는 일이지만 좀 더 복잡한 원리를 가지고 있는게 차원이란 개념이다.

    차원의 틈새 안의 공간은 그 어떤 차원으로든 갈 수 있는 중간 통로 같은 곳이기도 한데 어떠한 차원에서 바로 다른 차원에 구멍을 뚫으면 둘을 연결할수도 있다.

    내가 평소에 중간계랑 마계를 이동하는 원리랑 같은거다.

    공기한점 없고 추위와 함께 익숙한 어두움이 가득 들어찬 공간이 반겨준다.

    우주다.

    저 멀리에는 별도 보이고, 좀 가까운 곳에는 태양같은 위성도 보이고..... 어, 태양?

    빛을 뿜어내는 별이 한두개가 아닌건 알고 있지만 그 태양이 있다면 빛이 있으니 생물이 살고 있는 곳이 있다는 소리가 된다.

    최소한 식물은 있을지도.

    공기가 없어도 의지는 전해지기에 마치 전음과 같은..... 고막이 아니라 머릿속 자체에 전해지는거니까 무림으로 치자면 혜광심어에 더 가까울 것이다. 아무튼 그녀에게 이동한다고 말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리로 치자면 십만 킬로미터도 재야하나?

    푸른 별이 보인다.

    "..... 어, 지구다"

    내가 있던 지구는 아니다. 로드가 된 지금의 나라면 내가 있던 원래의, 두번째 고향이나 다름없는 지구는 구별이 간다.

    나이가 조금 다르다고 해야하나....... 스케일이 커서 기껏해야 한두살 차이로밖에 느껴지지 않지만 이쪽의 지구는 내가 있던 지구보다 더 나이가 먹은것 같다.

    그래봐야 몇만년 단위는 아니고. 한 최소 100년?

    거리가 머니 한번에 줄여야겠다.

    루이넬을 어둠으로 감싸고 이동한다. 어둠은 어디에든 있으니 이동은 자유롭다.

    물이 있어서 푸른별. 세계 지도에서 본적 있는 익숙한 대륙들.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단시간에 달로 이동한 나는 지구를 보았다.

    익숙하긴 하지만 낮설다. 눈에 비치는 것으론 익숙하다고 생각하는데 감각은 아니라고 외친다. 역시 내가 살았던 지구는 아니야.

    "저기가 팬텀이 살았던 지구?"

    "아냐, 지구라는건 맞는데 엄밀하게 말해서 내가 살았던 곳은 아니야. 극단적이면 아예 인간이 아니라 외계인이 살고 있을수도 있을꺼야"

    그리고 하나 위화감을 느꼈다.

    문득 다시 한번 지구를 보던 나는 놀랐다. 저거.... 이상하잖아.

    ".... 없어"

    "응?"

    "러시아가 없어어어어어어?!?!"

    아시아 대륙에서 강대국중 하나인 러시아가 있을 위치에 커다란 공백이 존재한다. 마치 무언가 폭탄같은게 터진듯한 모습으로 아시아 대륙에 원형의 구멍이 뚫려있고 그 원형에는 그저 파란색으로 보이는 물만 들어차 있었다.

    흔히 미국하고 비견될 나라가 러시아다. 물론 날씨가 추운 만큼 여러뭐로 떨어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적어도 핵전쟁이 나면 두 나라만으로도 지구가 쫑날 정도로 핵 보유국이다.

    그러니 강대국이지. 내가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지만 아무튼 그런것 정도는 안다.

    솔직히 보드카를 물처럼 마시는 사람들이고 영하 20도정도가 '오! 오늘은 무척 따뜻한 날씨군'하면서 돌아다니며 계곡에서 목욕하는 사람들이 러시아인이다.

    게다가 사는 인종도 대체적으로 근육이 많다기 보다는 적당히 살찐 느낌이 강한데, 오히려 그런 사람들의 근육에 더 강하다.

    그 왜 효도르,혹은 표도르 예멜리아넨코. 종합 격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헤비급 선수있지 않은가?

    그사람도 보면 묵직하고 동네 아저씨같은 배가 조금 나온듯한 몸매인데도 불구하고 격투기 선수다. 비록 무패 신화에서 한번 깨져서 인기가 떨어졌지만.

    아마 사실 보면 러시아의 핵폭탄이 미국보다 많았던가? 항공모함같은건 미국은 아예 쇼 미 더 머니치고 막 뽑아내는 수준이니까.

    다른 나라는 한대도 없는 나라도 많은데 혼자 10대는 굴리고 또 나중에 10대는 더 만들겠단다.

    아무튼 각설해서 그런 미국이랑 치고박고 싸우고 한국 정도는 핵폭탄 몇발로 날려버릴 나라가 러시아다.

    그런 러시아가 텅 비어있다. 약간의 토지는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아 위치를 보아 모스크바쪽은 괜찮은것 같다.

    수도라 많은 사람들이 살았겠는데..... 하지만 아시아 대륙 한가운데에 구멍이 뻥뻥 뚫려서 그 크던 러시아도 절반이 날아간 수준이다.

    "..... 아무리 봐도 인공적인건 아닌것 같은데"

    "형태로 보아서 폭발이 일어나서 생긴걸까? 하지만 저정도 수준으로 날려버리려면 아마 내 헬 프로미넌스 노바정돈 날려야 할것 같은데?"

    "핵폭탄으로 날려도 저렇게 깔끔하게 날아기진 않아"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그저 가만히만 있어봐야 알수 없으니 나와 루이넬은 지구로 내려가기로 했다.

    여기 오니까 생각난건데 신혼 여행 끝나거든 제자로 들이기로 한 최길현을 만나고 내가 살던 지구로 가봐야 할것 같다. 지금 생각하는거지만 그립다고.

    다시 한번 어둠을 타고 이동한 나는 위치를 저 텅빈 아시아 대륙으로 지정했다.

    때마침 그쪽의 시간은 빛이 없는 밤. 내가 이동하기 좋은 시간대다.

    그리고 마치 바다처럼 사방에 물이 깔려있는 잔잔한 호수같은 곳으로, 달에서 봤을때 그 텅 비어있던 곳 중심으로 이동한 나는 한가지를 느꼈다.

    러시아가 날아갈만 하다.

    애초에 이 지구가 멀쩡한게 신기할 정도다. 아마 다크 로드 캐슬에 있는것보다 크기가 작은거겠지.

    다만 그것 때문에 이정도 효과가 일어났다.

    "파편이 충돌했잖아. 그것도 시스템이 어긋나서 망했어"

    이곳의 차원은 불안정하다.

    파편 충돌 에너지 생성 장치.

    다크 로드 캐슬은 물론 형의 델타 캐슬, 셋째의 드래고닉 캐슬, 막내의 데스 로드 킹덤에마저 탑재되어 있는 발전 시스템이다.

    무한 동력이나 마찬가지인 이 장치는 절대 부숴지지 않는 파편이란 차원의 최소 단위인 물질을 충돌시켜 그것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기술이다.

    핵발전보다는 방사능은 물론 폐기물도 나오지 않으니 친환경적이지만 잘못되면 나라 하나가 못살게 되는것 이상이다.

    행성이 멸망한다. 차원이 비틀려지고 애초에 행성의 십몇분의 일이 날아간다.

    행성의 자전은 비틀려지고 주변의 공간은 물론 차원마저도 불안정해진다.

    "팬텀, 지구라는 곳에는 이종족이나 마수, 아니면 몬스터 같은 종류는 하나도 없고 오로지 인간만 있다고 하지 않았어?"

    "물론 그런데..... 아마 차원이 비틀려져서 불안정한 것을 타고 넘어온 녀석들이 번식한 모양이야"

    거친 물소리와 함께 우리를 먹으려는 듯한 거대한 괴수같은 녀석이 머리를 치켜들어온다.

    마치 공룡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거대한 머리가 나와 루이넬을 먹어치우려던 찰나 동시에 내 주먹과 루이넬의 마법이 괴물을 후려쳤다.

    살이 익어가는 냄새와 함께 머리통이 풍압에 의해 뜯겨져 날아간다. 그대로 절명.

    "...... 구별하기 힘든데. 이거 몬스터쪽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수도 아니고. 아마 다른 차원 고유의 생물일까?"

    "그럴지도 몰라. 느껴지는 이능은 없는걸 보아 순수하게 육체만 발달하는건가? 생존 경쟁사회인가봐"

    내 감각이 아직 이 세계에 인간은 살아있다는걸 알려준다. 수도 꽤나 많다.

    하지만 60억이나 있던 내가 살던 지구에 비하면 적다. 아마...... 절반 이하로 떨어졌겠지.

    뭔 지랄을 했길래 이정도냐.

    아니, 생각해보면 이상한것도 아니려나.

    "왜?"

    "인간은 약해. 만약 이능이 있었다면 한명쯤은 재능 있는 사람이 나와서 어떻게 해보겠는데 지구에는 이능이 없거든. 차원의 연결로 무언가 이능이 한조각이라도 들어온것도 아니고..... 육체강화 아니면 기껏해야 초능력 개발정도?"

    솔직히 초능력이라면 해볼만하겠지만.

    이런 괴물이 어떤 수준인지는 몰라도 한마리만 있는건 아닐거다. 총으로 난사해도 가죽에서 튕겨나갈테니 미사일은 맞춰야 죽겠지.

    미사일이란건 총기와 달리 개인이 쓰는게 아니다. 국가나 조직이 움직여야 쓰는 무기고 이런놈 하나 잡는데 그만큼의 힘이 필요하다면 아깝겠지.

    흔히 뭐 소설에서 나오는것처럼 마족의 하트마냥 몸에 뭐가 있는것도 아니고.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 피냄새 때문에 다른 괴물도 몰려오겠다"

    동물들은 피냄새에 민감하다. 먹잇감이 있다는 소리니까. 그러니 우리가 방금 죽인 괴물도 다른 녀석들이 먹어치우러 오겠지. 그러면 귀찮아진다.

    어둠으로 이동하는건 힘낭비니까 그냥 이동한다. 거리가 아마 러시아 한가운데니까 구멍이 뚫린 범위를 보면 땅이 나올 때까지 한참 걸리겠지만 음속으로 날아가면 3초에 1킬로미터씩 가니까 1분이면 20킬로미터. 한시간이면 1200킬로미터를 간다.

    물론 내 속도는 지금 음속의 몇배지만. 금방 이동하는건 당연한 이야기다.

    "우와아....... 완전히 이차원 생명체들의 낙원이나 다름없는걸"

    "번식력 봐라. 내가 지구에 온건지 이계에 온건지 모르겠는데"

    동물.... 그러니까 이차원에서 넘어온 괴물같은 녀석들은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식물은 다르다.

    생물은 뭐든 먹을게 있다면 영양소만 잘 주어지면 잘 산다. 거기에 먹는거라는 것도 같은 차원에서 온 괴물을 뜯어먹으면 어떻게든 살 수 있겠지. 설마 식인으로도 살 수 있는데 다른 생물에게 그런게 불가능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식물은 다르다.

    식물은 자라는데도 필요한 것이 까다롭다. 태양광과 물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것에도 환경이 맞아야 한다.

    그런데 난생 처음보는 식생은 물론 나무가 자라 마치 마계의 봄의 정원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키익!

    식충 식물의 더 쩌는 진화형인지 거대한 식물 하나가 채찍같은 촉수를 휘둘러오며 우리를 먹기 위해 공격한다.

    나는 그냥 내버려뒀다. 내가 주먹을 날리느니 차라리 루이넬의 마법이 더 유용하다.

    불속성은 식물에게 추가타격이 들어가거든. 이래서 파티에 마법사가 있으면 편하지.

    다만 탱커인 내가 만랩이지만.

    "들어갈수록 숲이 우거지는걸.... 마치 정글같아"

    "도대체 이런 녀석들 적응력이 얼마나 되는거야? 무지막지한데?"

    식물조차 이런데 동물쪽은 어떨까. 다른 차원의 환경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인간처럼 사회를 만들어 살아가는것도 아니고 다시 생태계를 짜는거니까. 지능이 있다면 모를까 지능 없이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에는 그저 생태계만이 이루어질수밖에 없다.

    "일단 이동 수단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잠깐만"

    어둠을 끌어낸다. 그리고 내 '변환'으로 비상식적이고 완벽에 가까운 교통수단을 만들어낸다.

    내 '변환'은 내 수준 이상의 물건은 만들어낼 수 없지만 내가 로드중에서도 상위권인 이상 대부분은 다 만들 수 있다.

    절대로 불가능할 정도로 쩌는 물건도 말이지.

    이내 우리 앞에 멋들어진 레토나 한대가 만들어진다. 어차피 마력은 차의 기종에 상관 없으니 내 맘대로 해도 되거든. 이런 숲에서는 어쩐지 탐험 분위기가 나니까 이런 차가 생각났다.

    색은 녹색. 원래 레토나가 군용이긴 하지만 이렇게 보니까 마치 군대온것 같다.

    ...... 지구로 가면 나 군대 가겠지? 일단 다른 차원 태생이라도 교포 명목으로서 한국 국적이 있으니 어쨌건 때가 되면 영장 날아온다.

    근데 초월자니까 쌩까야지. 하하, 이게 바로 초월자로서의 좋은 점이다.

    어차피 이세계에서 내 호적이 있을리 없으니 누군가 나를 죽여도 살인죄가 성립되지 않지만 반대로 어떤 나라도 나를 억제하지 못한다. 뭐...... 불법 입국같은거라면 할말이 없지만.

    "그런데 나 면허 없는데"

    "면허가 뭐야?"

    "아, 이런거 탈때 필요한 무슨 증명하는 그런거거든. 자동차는 잘못하면 사람 죽어나가서 면허 없으면 위법이야"

    근데 난 초월자니까 쌩까야지. 이게 이렇게 범용성이 높을 줄이야.

    어차피 운전대는 폼이고 내 생각대로 움직인다.

    "이렇게 된 이상 국회의사당으로 간다"

    "무슨 소리야?"

    "아니, 그냥 개드립. 근데 여긴 러시아니까....... 육로로 간다면 중국을 거쳐서 한국으로 가야겠네. 그냥 순간 이동으로 가는쪽이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관공도 나쁘진 않겠지"

    어차피 신혼 여행이다.

    중국도 신혼여행지중 하나로 꼽히긴 하지. 한국 시점에선.

    차라리 캠핑카를 만들껄 그랬나?

    시동을 걸자 엔진음이 들리며 차가 미미하게 떨린다. 엑셀을 밟자 그대로 앞으로 나간다.

    "저, 저기. 이게 너무 빠른거 아니야? 말도 이렇게 빠르진 않는데?!"

    "후후후, 레이싱 카 처럼 시속 200킬로미터는 가뿐하게 나오지! 나무따위 박으면 부서트릴 수 있는데 좌석에는 충격이 오지 않는 안전성과 내구성도 겸비하고 있지!"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자동차다.

    나타나는 괴물들을 치어 마치 폭주하는것마냥 달린다.

    어지간한 녀석은 치이는 것 만으로도 죽는다. 막지 마라, 막아도 보험료 안나오거든.

    "시속 몇백킬로미터로 가니까 일직선 코스라면 며칠이면 중국에 닿겠지. 그때까지 뭘 할까나"

    "음.... 자동차라는건 이렇게 내부가 좁은거야?"

    "일단 공간좀 늘이면 이 뒤에 공간을 마치 호텔방처럼 크게 만들수 있어. 들어가서 쉴래?"

    "아니, 그냥 여기 있을래"

    아이고 우리 루이넬. 조용히 눈을 감고 내 어께에 기댄다.

    어차피 운전은 안해도 되는 폼이니까 나도 느긋하게 덜컹거리는 차안에서 창밖을 구경한다.

    이런 여행도 운치있는 법이지. 보통 사람이라면 감성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짜증만 나겠지만 우리들은 여유가 있으니까.

    신혼 여행으로 대충 십년정도 써도 된단다. 뭐야 그거 더럽게 많아.

    대마왕이니까 이정도 해도 된다는데...... 그래도 그렇지 10년이면 내가 살아온 인생의 몇분지 일인데.

    잠깐 눈을 감고 이 감각에 집중한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잠이 드는것 같다. 루이넬이 내 어께를 배고 하는 것이 너무 따뜻해서 기분 좋.......

    쾅!

    "억, 씨발!"

    순간 무언가에 크게 충돌한듯 차가 덜컹거렸다. 어지간한 나무는 부딪혀도 나무가 부서져 나가지 차에는 충격이 없는데 이정도라니.

    이런 시발새끼가.

    나는 뒷목을 잡으며 차에서 내렸다. 루이넬은 충격에 잠들었다가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아 젠장, 왜 교통 사고 나면 뒷목 잡는지 알겠다.

    우리 눈앞에는 늑대랑 고릴라를 섞어놓은듯한 늑대인간같은 5미터 크기의 괴물 한마리가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내가 친거면 할말 없겠는데. 네가 친거지?"

    일부러 가는 길 막지 않는한 치일리가 없다. 다 나를 적대하는데 어느정도 강한 녀석이 아닌 한에야 이정도로 충격이 올린 없으니까.

    "범퍼 수리비 물어내 이새끼야"

    이거 갓 뽑은 신차라고.

    ============================ 작품 후기 ============================

    일단 이 지구의 러시아는 일본 꼴 났습니다. 분수에 안맞는거 관리도 잘못하다가 시밤 쾅.

    그래서 러시아 국토의 3분지 2가 날아갔죠. 한번에 폭발하듯 날아간건 아니고 서서히 밀어지듯 해서 지구가 통째로 말하진 않았지만.

    이 세계관은 토리코 + 블랙 불렛 + 기타등등 괴수물을 합친거랑 비슷합니다. 소재가 없었어용. 그래서 따로 소재 있는거 하나 빼와서 쓴거지.

    빨리 이걸 진행 시키면 이제 다크니스 로드는 완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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