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453화 (453/468)

453/468 회

< --결혼식-- >

어둠이자 심연이란. 무엇보다도 더럽고 추악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곳이다.

어떻게 아냐고?

욕심은 끝이 없으니까.

선행의 끝은 존재한다.

스스로의 목숨을 버려가면서 남을 구한다면 그것 이상의 선행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악행은?

그 추악함이 비롯된 욕심은 무한하다.

그 욕심 덕분에 발전을 이룩하는게 가능하지만 그게 마냥 좋지많은 않다.

무엇이든 과하면 좋지 않다.

산소도 적당히 있으면 우리가 숨을 쉬지만 많으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그건 물도 마찬가지다. 적당히 있으면 생존에 아주 중요한 도움이 되지만 많으면 익사한다.

더럽고, 추악하고, 끈적거리며, 기분나쁘고, 혐오스러우며, 기이하고, 역겨우면서, 끔찍하고, 숨막히며, 물컹거린다.

수식어만 붙이자면 수십개를 붙여도 표현하기 어렵다.

애초에 그런 욕망과 기억, 그리고 감정이 뒤섞여있는 곳을 누가 표현하려고.

아무리 미적감각이나 표현력이 뛰어나도 이걸 표현하려면...... 간단해져야 한다.

심연.

끝도 보이지 않고, 칠흑같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심연 속에서도 몇가지 규칙은 있다.

이 심연은 욕망과 부정적인 감정의 결정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지만 그 어디에도 어둠이 있고 고요하다.

내가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나를 들여다보는 것 처럼 심연도 의지를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게 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지라 컨트롤하려면 로드의 의지로 강제로 해야한다. 아니면 나만의 어둠으로 지분을 넓히던가.

요컨데 이건 주식이다.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는 놈이 승리한다는 그런거.

각자 어둠 자체도 의지를 가질 수 있지만 너무 많은 기억과 감정이 혼합되어 엉망진창. 공통적인 목적을 가지기 힘들다.

그렇지만 그중에서 이런 어둠 속에서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첫째로는 나나 다크니스 더 디스페어처럼 초월자 반열에 든 사람.

그런 사람이라면 설령 다른 로드나 그 아래의 초월자라도 이곳에서 형상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이쪽에 발을 담그지 않았다면 로드가 아닌 이상 장시간 체류는 무리.

두번째로는 구원받는 자.

검은색 속에서 검은색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검은색 속에서 흰색은 그 무엇보다도 잘 보인다.

구원받기 위해 빛으로 나아가는 자는 이 어둠 속에서 형상을 보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망에 빠진 자.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절망에 빠진 사람은 이 심연속에서 형상을 보일 수 있다.

그래..... 내 앞에 저녀석처럼.

내 의지는, 삶은, 앞으로 나아갈 지표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빛을 구하는 어둠'이다.

끝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보람도 있다.

이 세상에서 영원을 살아가는 존재는,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오래 사는 존재를 위협하는건 하나다.

무력? 노화? 그런게 아니다.

지루함.

지루함은 독이 되어 몸을 좀먹어오고 그것은 이내 정신병으로 발전해 끝장난다.

그런 지루함을 없에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게 삶의 목적.

끝은 없지만 스스로가 만족해하는 그런 목적이 필요하다.

내 의지는 어둠속에 들어오는 녀석을 구해주는 것.

물론 조건은 있다.

나라고 해도 뼛속까지 악인인 녀석을 도와주고 싶진 않으니까.

빛에서 어둠으로, 그리고 어둠에서 빛으로, 밝은 곳에서 살던 녀석을 다시 빛으로 보낸다.

아무튼 그게 내 목표다.

"아아, 루이넬 이후로 솔직히 이렇게 개인적으로 구해주는 사람은 처음인데. 왕 초보라고"

죽어버린 눈.

어딘가 익숙한 인상의 남자애..... 그래봐야 대충 고등학생으로 보일까?

꽤나 어리다. 내가 마계에 떨어졌을 나이대 정도. 그런데 나같은 경우가 있어도 실제로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텐데........ 도대체 뭘 격은걸까.

나도 저만큼 절망했을 때는 저때에서 나이가 좀 있었을때다.

살짝 고개를 든 소년은 나를 올려다본다.

겨우 목소리에 반응에 거기에 신경이 간것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절망에 빠지면 무력해지고 몸에 힘이 다 빠져나간듯하지.

"....... 누구?"

나에 대해 물어온다.

내가 이렇게 나설 정도면...... 나쁜 녀석은 아닐거다.

오히려 저쪽의 느낌이 강하다.

내 감각은 비록 내 머리가 바보라 예지는 못하지만..... 예측정돈 할 수 있다.

이녀석은 무언가 된다.

최악의 악당이던.

최고의 영웅이던.

어느것을 하더라도 이녀석은 분명이 뭔가 큰놈이 된다.

내가 소심하긴 하지만 적어도 이런 녀석을 키워주는건 할 수 있을것 같다. 게다가 나랑 달리 똘똘해보이거든.

"일단 자기 소개부터 해볼까, 내 이름은 팬텀 류한 더 다크니스 로드. 팬텀이나 류한이나, 아무거나 불러"

내가 먼저 이름을 말하며 소개하자. 녀석의 시선이 올라온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 최길현"

"팬텀, 무슨 좋은일 있어보이는데?"

"응, 똘똘한 녀석을 제자로 받아들일 생각이라서"

"누구?"

"있어, 지난번에 왔던 최강인 녀석 사촌"

오랜만에 기분이 좋다.

나는 옛날부터 제자 하나 받아들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냐고 뭍는다면.... 뭐라고 해야하지. 내 무력이 무력인만큼 누군가를 가르쳐주고 싶다고 할까.

어른이 어린애의 잘못된 행동이나 그런것들을 보면 고쳐주고 가르쳐주고 싶은 것처럼. 나도 마찬가지다.

힘이 필요하면 그 힘을 얻게 해주는 것.

게다가 아는 녀석 사촌이라니까 돌봐줘야지. 이게 사람 사는 정이고.

시간 나면 일단 지구로 가볼까......

"저기.... 팬텀"

"응,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우리 슬슬 결혼식 올려야 하지 않을까?"

아, 그러고 보니.

깜빡하고 있었다. 원래는 일리엘이랑 루이넬이랑 같이 결혼식을 올릴 생각이였지만..... 일리엘이 없는 지금은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조금 쑥쓰럽네.

"그.... 거기에 자식 계획도 조금"

"...... 누구한테 재촉받았어?"

"그게 아니라 그냥 내가 좀 생각해서. 이제 마계에 남은 흡혈귀는 나 하나잖아"

아, 그러고 보니 그랬었지.

루이넬이 누군가를 물어서 권속을 늘릴수도 있지만 본인은 그걸 싫어하는 듯 하다.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무는것도 나 하나뿐이다. 그나마 요즘에는 안했다.

"그런데 네가 자식 낳으면 그 애는 인간일까. 아니면 흡혈귀일까?"

"글쎄, 일단은 흡혈귀쪽이 더 가까울것 같은데. 내가 엄마잖아"

"하기야"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겠지. 아이를 품고 낳는 쪽은 어디까지나 루이넬이니까 10달동안 엄마랑 지내는 아이는 엄마를 닮을지도.

그런데 마족이랑 인간이랑 수정이 되긴 되는건가?

그거야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테고. 결혼이라......

인생의 중대사인건데. 준비는?

"진작에 준비 ?

지"

"어?"

"옛날부터 준비했었잖아. 그래서 물품은 전부 챙기고 이제 시작한다고 하기만 하면 한달 내로 다 준비 끝낼수있어"

그런거라면 더 이상 내가 뭐라 할 이유는 없다.

준비까지 다 된 마당에.

일리엘을 찾을 때 까지는 너무 시간이 오래걸릴 것이고 그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루이넬이 불쌍하다.

일리엘도 소중하지만 이해해주겠지.

나중에 일리엘을 찾거든 또 결혼식을 올려야.... 이런, 결혼식이 두번이라니. 이혼도 안했는데.

이래서 결혼식을 한번에 하려고 한건데. 중혼은 범죄라고.

"그럼 결혼식 올릴까?"

"진짜로?"

그럼 가짜겠어?

결혼이란 인생에 있어서 중대사중 하나다.

제사, 결혼, 장례, 그리고 또 하나가 뭐였더라..... 잘은 모르는데 한국에서 중요한 4가지 일중에서 하여튼 결혼이 들어가는건 맞다.

이렇게 살아온 내가 벌써 결혼이라니.

루이넬이랑 결혼이라니.

문득 머릿속에 옛날 시절의 루이넬이 떠오른다.

작고 귀여워서 껴안고 부비부비해주고 싶던 그런 작은 루이넬, 으으으으.

평소에 보던 애완동물도 가끔가다 어쩐지 부비적거리면서 귀여워해주고 싶을 때가 있는것처럼 루이넬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부비적거리면서 그러고 싶긴 하다. 다만 요즘은 너무 커가지고 품안에 쏙 들어오는 맛이 없다.

핫?! 사실 나 옛날의 루이넬로 인해서 취향이 개조당한건가? 내 본래 취향은 지금의 루이넬과 같은 반듯한 여성인데도?

마성의 여자 루이넬. 무서운 아이.....!

"아빠아! 결혼한다는거 진짜야?"

"응, 그럴꺼야. 생각해보면 결혼은 이제야 하는데 벌써 딸이 하나 있네"

아니, 두명? 한명? 루루는 조금 애매하니까.

시엔느랑 친하게 지내고 형을 죽이려고 들지만 않는다면 받아들여줄 생각은 있다.

애초에 시엔느도 내 친딸은 아니니까.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정은 피보다 진하다고나 할까.

"와아아! 결혼식! 결혼식이다! 부케는 시엔느가 받을래!"

"라이벌이 많을텐데? 그리고 아직 시엔느는 어리니까 결혼은 못해"

"우우, 시엔느도 다 컸는데"

네가 다 큰거면 그건 그대로 큰일이란다 시엔느.

그리고 결혼하려고 데려오는 녀석은 내가 후려팰꺼야. 이런 어린애랑 결혼하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취향일테니까.

...... 나도 그랬던것 같아서 문득 할말이 나오지 않을뻔했다.

"아무튼 우리 시엔느는 결혼하기엔 이르단다"

"그럼 언제쯤?"

"아마 네가 루이넬만큼 커졌을 때 쯤?"

"가슴이?"

"..... 그냥 여러 의미로 커지면 된단다"

루이넬의 가슴은 크다. 마룡왕급은 안되지만 벨런스가 잡히고 여러뭐로 큼지막한게, 멜론까진 아니더라도 마치 한라봉 한쌍이 있는것처럼...... 앗, 자제해야지.

아무튼 그만큼 시엔느가 커지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 성장이 멈춘것도 이제 내가 마족의 리미터를 푼것으로 점점 자랄거다. 언젠가는 어른이 되겠지.

그때는 시집보내야겠지만. 어떤 남자를 데려오던간에 일단 한대 때리고 상견례를 시작할것 같다. 안그러면 화가 안풀려.

그래도 아직은 멀었지.

"그런데, 아빠"

"응, 왜"

"결혼식 첫날밤에는 뭐하는거야?"

"...... 누구한테 들었니 그거?"

"사람들이 다들 첫날밤, 첫날밤 말하고 다녀서. 왜 결혼식 첫날밤이 중요해?"

그거야 시엔느 동생 만들어주니까.

생각해보면 여태까지 기회는 있었는데 미수로 끝날때가 많았다.

좋아, 이번엔 확실하게 가자.

이번에야 말로 시엔느의 동생을 만들어주는거다...... 단박에 임신하려면 날짜도 맞춰야겠지만.

참고로 내 노력이야 별거 있나. 애초에 스테미나가 무한인데. 모자라고 '변환'으로 바꾸면 진짜 무슨 픽션에서나 나올법한 정력왕이다.

지젼, 근데 난 동정이잖아. 존나 쩌는 명검이면 뭐해 쓸일이 없는데.

"와, 아빠의 얼굴이 비장해졌어. '넌 이미 죽어있다'같은 말을 할것 같아"

이번엔 꼭 해버려야지.

============================ 작품 후기 ============================

깨알같은 길현이. 참고로 나이트로드 파트는 이미 이번 시대를 넘어서 길현이가 지옥갔습니다.

팬텀은 돌아다니다가 시간좀 때우고 길현이 만나러 갈듯. 어차피 이미 그쪽 파트는 나이트로드에서 쓰고 있지만.

계획에 없던 파트라 일단 어떻게든 늘이고 소재를 생각해서 쓰고 있어요. 그래서 좀 쉰듯.

그나저나 개학이다. 그렇다곤 해도 정기 연재는 할테지만. 슬픈 대학생의운명이여.

빨리 군대 다녀와야 한결 편할텐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되네. 간다면 비축분 싹다 올리고 말없이 갈텐데.

아무튼 슬슬 연재 시작. 빨리 비축분을 쌓아둬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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