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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452화 (452/468)
  • 452/468 회

    < --블러디어-- >

    요리는 노하우다.

    기본적으로 요리는 간단한 가공에서 시작한다.

    내 요리법은 그리 어렵지 않고 간단한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썰고, 다듬고, 삶고, 찌고, 굽고, 끓이고, 얼리고, 부치고, 튀기고, 볶고, 무치고, 삭히고...... 그런 것들.

    그 이후나 사이사이에 약간의 노하우가 들어가면 하나의 멋진 요리가 탄생한다.

    예를 들어볼까. 레스토랑같은 곳에서 고기 구울 때 와인이나 술같은 것을 넣어서 불쇼를 하는걸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왜 그걸 할까? 폼나라고?

    지랄한다. 그건 고기의 비린내를 없에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볶음밥 같은 것을 할때 중화 냄비처럼 방패같이 둥글고 넓은 냄비에다 볶으면서 출렁이는것과 같이 볶음밥을 계속 허공으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걸 왜 하는줄 아는가?

    그건 적당한 수분을 빼내 씹는맛을 더하기 위함이다.

    그렇듯 다 요리에는 이유와 노하우가 있다.

    한번에 열개의 조리 도구를 사용한다. 냄비나 후라이팬, 그 왜 여러가지들을.

    대마왕의 육체라면 불 위에 올려두고 겨우 1초동안의 시간을 보내는동안 적어도 다른 냄비 4,5개는 볼 수 있다.

    한번에 많이 만들 수 있다는 소리지. 맛은 두고볼것도 없고.

    "빌어먹을 아버지는 많이 안먹고, 어머니는 대식가, 나는 소식, 너도 소식, 셋째는 대식가지만 요리는 가리지 않는편, 막내도 마찬가지야"

    "오케이, 적당히 만들면 되겠는걸"

    거기에 시간을 정지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요리의 시간만 영역을 정해서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초월자들은 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 움직이게 되는 얼떨떨한 상황이 일어난다.

    주방 한정이다. 이렇게 한다면 나 혼자서도 연회나 단체 손님도 받을 수 있다. 요리로 먹고 살 생각은 옛날에 버렸으니까.

    솔직히 사람 쳐죽이는 요리사가 요리로 돈벌어먹고 산다는게 말이 되냐. 가끔 누굴 도와주거나 이렇게 상관 안해줄 가족들이나 사람들에게 대접하는거면 또 모를까.

    사람의 마음이 참으로 간사한게 살인자의 손으로 만든 음식은 같은 요리라도 꺼려지는 것이다. 살균은 물론 그 외에도 처리는 다 하는데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한동안 주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래봐야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지만.

    "완성!"

    이제 술이나 볼까.

    프랑스 요리는 양만 뺀다면 어느 나라 요리랑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와인은 진짜 마리아주가 환상이다.

    마리아주란 무슨 브랜드의 와인을 말하는게 아니다. 요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을 마리아주라 부르는 것이다.

    나는 와인에 대해서는 모르고 가격도 종류도 잘 모르지만...... 적어도 미미한 냄새만으로도 알맞은 와인을 찾을 수 있다.

    거대한 동굴같은 와인 보관소. 마치 도서관의 책마냥 널려 있다.

    적당한 온도. 와인은 그만큼 보관하기 까다로운 녀석들이다.

    "다른 종류의 술이라면 다른 곳에 있어. 근데 와인이란 놈은 생각보다 까다로워가지고 이렇게 따로 만들지 않으면 안되더라고. 차라리 소주를 마시고 말지"

    "근데 왜 만들었어? 이정도라면 엄청 큰건데"

    "취향이란게 있고 또 와인중에도 맛있는 녀석은 있으니까. 여기있는건 가격이나 수가 얼마나 ?

    던간에 맘대로 찾아봐. 내가 허락할께"

    빵빵한 지원받는 재능과 실력있는 요리사는 가장 행복하다.

    나는 절로 웃음이 터져나오는 입을 막으면서 창고를 돌아다닌다.

    엄청 크다. 더럽게 크다. 무지막지하게 크다.

    전력으로 달려도 저 끝에서 저끝까지 닿는데 시간이 걸릴 정도다.

    순간 내 코에서 마치 노익장과 같은....... 말하자면 삼국지의 황충이라고 할까? 비유가 그렇지만 나이가 들었는데도 엄청난 힘을 가진 듯한 냄새가 나는게 하나 걸렸다.

    그 와인을 찾아 하나 뽑아 브랜드를 확인해보았다.

    "히익! 로마네 콩티 1923년? 이거 지구 와인중에서 비싼걸로 손꼽히는거잖아? 시가가 대충 만 오천달러..... 한국돈으로 천만원대 중반이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아, 그거 맛있더라. 가끔 마시곤 해"

    "...... 얼마나 사치스러운거야 형은. 나는 마왕성에서도 와인은 맛있으면 싼것도 안가리는 편이라 마을 단위로 사서 마시는데"

    "야, 니가 더 사치다. 마을 단위라도 병수가 장난 아닐텐데?"

    "내가 사놓으면 다른 애들도 한끼에 한병씩은 마셔"

    마왕성 공비로 쓰는거라 아무나 마셔도 된다. 내가 제지 않하니까 가끔 사용인들이 휴가날에 잔뜩 들고가서 파티에서 쓰더라.

    나야 그걸로 기뻐하면 좋지만. 어차피 그걸 사면 경제가 활성화된다. 돈이 돌고 도니까.

    "그외에도 여러가지 있네. 어.... 이건 피냄새가 난다"

    "어떤 미친놈이 피 넣고 와인 만든것도 있더라. 미묘하게 완성되서 맛좀 봤는데 꽤 맛있긴 하더라, 내 취향은 아니지만 블러디어나 흡혈귀는 좋아할것 같더라"

    "....... 루이넬 가져다 줘야지"

    나는 한병 챙겼다.

    "어? 샤토 디켐이다. 이거 귀부 와인의 여왕이라던데"

    "와인 잘 모른다며?"

    "그래도 조금은 알지. 유명한건 대충 다 꿰고 있어. 솔직히 직접 마셔보는게 아니라 인터넷으로 알 수 있는 와인의 종류는 유명한것 외에 이름을 알고 있지 않은 이상 찾기 힘들지..... 게다가 난 그때 학생이였다고. 학생에게 돈주고 와인 사먹을 일이 있을리가 없잖아"

    "하기야"

    이거랑, 저거랑, 요거랑, 이것도.

    각 요리랑 어울리는 와인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마셔도 안어울리거나 이상한 맛이 느껴질 와인은 고르지 않았다. 그냥 무난하게. 적어도 입을 행궈주고 조금은 어울리는 그런 와인을 골랐다.

    대여섯병을 들고 돌아온 우리는 와인과 요리를 내온다.

    "많이 기다렸지!"

    가족끼리 밥먹어보자.

    다들 가족끼리 밥 먹어본적은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형제라도, 혹은 어머니나 아버지라도.

    명절날에는 일가친척들이 다들 모여 명절 음식을 먹는건 훈훈하고 좋은 일이다.

    나야 어머니랑 먹고, 돌아가신 후에는 혼자 먹는게 대부분이였고, 그 뒤에도 마찬가지고 고아원에서는 그나마 다른 애들과 북적거리면서 먹었다.

    이제는 가족과 친구들과 먹지.

    "다음번엔 모일때는 각자의 가족도 데려오고 시아랑 어머니도 데려오면 좋을것 같은데"

    "밥이야 재료만 있으면 내가 언제든지 해줄테니까"

    "........"

    "셋째 형, 계속 먹지만 말고 뭐라 좀 말하면 안되나요"

    "...... 난 밥 먹을때는 말을 하지 않는 편이라"

    셋째는 과묵한데 거기에 밥까지 먹으면 더 과묵해진다.

    밥 먹을 때 크게 이야기 하는것도 예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예 말없이 있는것도 조금 아니지 않나.

    "음! 음! 음! 둘째는 요리를 잘하는구나. 아, 냉채가 맛있네"

    "오래 살아왔지만 둘째의 요리만큼 맛있는 요리를 먹는건 처음인걸"

    "하기야 요녀석은 로드의 신 개척지를 밟을 뻔 했으니까. 야매주제에"

    "근데 못했잖아. 그래도 실력은 팍팍 늘어서 좋지만"

    "요리의 미묘한 벨런스, 아슬아슬할 정도의 간이 딱 되어 있네요. 맛있어요"

    ".........."

    "셋째야, 넌 진짜 밥먹을때 한마디만 거들어주면 좋을텐데"

    존재감 없는 녀석.

    말없이 우걱우걱 먹어주는 것을 보니까 복스러워서 기쁘긴 하다만.

    상 위에 가득 차려진 요리들. 스테이크나 테린느같은 양식. 된장찌개나 김치찌개같은 한국 음식. 셋째랑 막내가 그쪽에서 태어났다고 했으니까 입맛에 맞게 동파육이나 오향장육, 마파두부랑 그 외 여러가지 중국 음식들. 그리고 내 오리지널 몇가지.

    양도 수도 많아서 푸짐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어진 핏줄의 따뜻함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소식이다. 이유가 없으면 많이 먹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나의 무한의 위장은 먹을걸 다 넣는다!

    "아, 생각해보니까 막 그런거 있잖아"

    "그런거?"

    "그 왜, 무술 수련한다던가 그런 류의 만화나 픽션같은 것에서 먹는것도 수련이다! 하고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그런거"

    "호오, 재미있겠는데"

    의외로 아버지가 수긍했다!

    셋째마저도 눈을 번뜩이며 젓가락을 들어올린다.

    막내는 이미 양손에 젓가락을 들고 있다. 아니 양손으로 젓가락질을?!

    "이런, 난 젓가락질은 잘 못하는데"

    예상외로 어머니가 빠진다. 그렇다면........

    남은건 우리집안 남자들의 대전이다.

    각자 일단은 그릇에 담은 음식은 다 먹고 그 다음으로는 제일 가까운 요리를 집어 먹는다.

    마치 땅따먹기 같은 것. 자신이 먹은 요리의 그릇은 따로 빼내에 암묵적으로 점수로 삼는다.

    형도 이런 무식한 일에 끼어들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 외로 끼어들어 뇌속은 아니지만 빠르게 흡입중!

    어차피 맛도 있겠다 위장만 버텨준다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막내는 벌써 네접시째 돌입! 셋째도 마찬가지고 형은 막 세접시를 끝냈다. 아버지는 다섯접시!

    나는 막 네접시를 끝낸 차례다.

    아마도 이건 위장이랑 속도에서 결정이 날것 같다.

    쟁탈전이 벌어진다. 요리가 점점 줄어가니까 자원이 줄어든 만큼 싸움이 일어난다.

    틱! 틱! 틱틱틱틱!

    젓가락으로 서로 공격하며 튕기고 그릇을 쟁탈해 끌어와 요리를 흡입한다. 아니, 셋째 이놈아 그건 진짜 맛있는건데! 히익, 막내가 바로 근처에 있던 그릇 가져간다!

    아니, 아버지 내 만두는 왜 가져가시는건지. 이런 뭐같은 형새끼! 남은 고기 먹지 말라고!

    그릇은 점차 쌓여만가고 이내 남은건 테이블 중앙의 동그랑땡.

    만두 만들다 남은걸로 부친건데 맛있다. 아무튼 그 수는 11개!

    아, 빌어먹을 맙소사. 내가 왜 저걸 홀수로 부쳤을까!

    젓가락 하나에 하나씩, 두개를 꽂아 서로 가져간다. 그리고 남은것은 겨우 하나의 동그랑땡.

    그리고 일순간 침묵이 감돈다.

    다들 서로의 그릇을 확인한다...... 다들 8개로 수가 같다. 아마 좀 뒤처진 형은 양이 적은 음식으로 수를 커버한듯 싶다.

    동그랑땡을 먹은 스코어는 같으니 지분. 요컨데 주식처럼 많이 가진놈이 승리한다.

    저 동그랑땡을 먹는자가 이번 싸움의 승자다!

    동시에 빛살같은 젓가락이 그릇을 노리고 들어간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서로 충돌하는 젓가락이 틱틱거리는 소리를 넘어 그 사이의 간격이 너무나도 짧아 아예 기관총소리마냥 연속으로 들린다.

    유리한건 막내! 혼자서 쌍으로 젓가락을 들고 있으니 남들보다 기회가 두배는 많다!

    그런 막내를 형이 견제하고, 굳건하게 나아가는 셋째를 내가 막는다.

    남은 아버지는 각자 여유껏. 십시일반이라고 우리들이 조금만 투자하면 아버지의 어부지리는 막을 수 있다.

    "얘들아 아버지에게 양보좀 해라"

    "지랄하네, 빌어먹을 아버지는 냅두고 동생들이 큰형에게 양보좀 해"

    "어머니 사랑 못받은 둘째에게 뭘 바라냐!"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막내에게 양보좀 하죠 형님들!"

    그 순간 누군진 몰라도 테이블을 걷어차올려 남은 동그랑땡이 하늘을 날았다.

    다들 시선이 올라가고, 젓가락을 뻗어낸 그때.

    혼자 유유히 젓가락으로 집어 동그랑땡을 가져가는 이가 있었으니.

    "오랜만에 자다 일어난 어머니한테 양보좀 하지, 여보랑 아들들?"

    우리들은 반박할 수 없었다. 젠장.

    밥고 맛있게 먹고 가족간에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아, 정말 좋다. 기분 좋은 만족감이다.

    "정기적으로 모이는건 어때? 시간 정해서 딱딱 모이기. 다른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가족들끼리 모이는건데 괜찮지?"

    "그거 좋네. 그렇게 하자"

    "찬성이다"

    "저도요"

    아무렴, 하고 아버지와 어머니도 수긍한다.

    아..... 여기에 우리 어머니도 있었으면. 물론 친어머니.

    좀 더 행복했을지도 모르는데, 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그건 셋째도 마찬가지겠지.

    우리 형재들은 각자의 개성도 넘치지만. 그와 반대로 둘씩 짝을 지어서 흡사한 면도 있다.

    예를 들어서...... 형과 막내는 두뇌가 발달하기도 했지만 나랑 셋째는 아니다.

    나나 막내는 비선공이지만 형과 셋째는 닥치고 갈군다.

    나랑 형은 머리카락이 장발, 하지만 셋째랑 막내는 짧은 머리카락이다.

    이렇게 각각 특징이 있다. 반이지만 피가 이어져서 그런가.

    "시아한테 요리좀 싸가면 좋았을텐데요"

    "나중에 직접 와. 만들어줄께. 좌표는 강인이가 알고 있을테니까 말 안해도 알겠네"

    "그럼 가는김에 형수님에게도 인사하러 갈께요"

    아이고 우리 루이넬. 집에 혼자서 독수공방하고 있겠구나!

    가면 맛있는거 많이 해줘야지.

    "그럼 다들 이제 뭐 하려고?"

    "나는......"

    "빌어먹을 아버지는 또 틀어박혀서 요양이나 하겠지. 그러니 닥쳐"

    "천아, 말이 좀 심한데"

    "반말에 욕질까지 하는데 뭘 못하려고? 이제 빌어먹을 아버지가 아니라 그냥 이름을 류현, 류현 찍찍 뱉어주랴?"

    형, 그건 너무 심했다. 부모님을 이름으로 부르고 다니는 자식이 어디있냐.

    "날 돌아가면 수련"

    "나도 수련이다"

    "저도요"

    "나도 그럴건데. 다 그러냐, 힘 비축해둘 생각인것 같은데...... 그럼 어머니는요?"

    "나는 류연이 영혼이나 찾아다녀야지. 그래도 모일때는 올테니까. 볼일있으면 알아서 찾아오고. 혹시 군단장이란 블러디어 만나면 때려 패서 생포한다음에 보내줄께"

    "히익, 킹 블러디어 좆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어디든 돌아다니는 반물질 폭탄같은 여자, 그게 파괴의 절대자이자 우리 어머니다.

    ...... 어머니라 부를 사람이 네명이라 헷갈린다. 빌어먹을.

    "아무튼 다들 다음에 보자. 그때동안 어디가서 뒈지지 말고. 그래도 다잉 메세지를 남기면 그새끼 찾아다 죽인 후에 심연에다 처박아줄께"

    "역시 둘째형은 화끈하네요"

    "시아랑 어머니한테 안부 전해주고"

    "나?"

    아니, 그쪽 어머니 말고요.

    우리 가족은 웃으면서 다들 손을 흔들며 해어졌다.

    아, 행복하다.

    "아들들이 많으니까 너무 좋은데 여보, 우리 자식 하나 또 낳자"

    "히이이익!"

    ....... 내가 공처가이자 애처가이며 이런 성격인것은 아버지를 닮은건가.

    불쌍한 아버지. 칠흑같은 어둠의 가호가 함께하길.

    ============================ 작품 후기 ============================

    블러디어 파트 종결.

    계획에 없던 파트라 만드는데 조금 애먹었지만. 요즘 재미있게 보던 블랙 불렛하고, 토리코하고, 그 외 여러가지 세계관을 합친 느낌이라고 할까.

    그래봐야 팬텀에겐 안되지만. 뻐큐머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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