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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러디어-- >
"으으, 몸이 찌부드드해서 안아픈데가 없네"
"엄살떨긴. 그런걸로 아프다는건 거짓말이면서"
"아냐, 진짜 아파..... 마음이"
아들에게 걷어차인 아버지의 마음은 어떨까, 그야말로 패륜의 감각이겠지.
...... 나야 시엔느에게서 그에 준하는 보디 블로를 맞긴 하다만.
"얏호! 여보, 나 깨어났어! 그리고 우리 사이에 있던것도 계산 해야지?"
"응? 루인, 뭘 말하는거야?"
"몰라서 묻는거야?"
섬뜩함이 올라왔다.
킹 블러디어와 싸울 때만 해도 형네 어머니가 내뿜은건 투기 정도다. 그것도 장난 수준.
지금은 살기가, 초월자도 질려버릴 살기가 뿜어진다.
"강제로 날 재운 다음에 아무데나 던져놨겠다아아아아아아!!!"
"쿠에엑!"
그녀의 대검 옆면에 복부를 맞은 아버지. 그녀가 휘두른 모습은 마치 야구 선수의 스윙과 같기에 직격한 아버지는 퉁! 하고 하늘을 날았다.
여기가 어느 행성같은 곳이였다면 개그 보정이 아니라 진짜로 대기권을 돌파해 별까진 아니더라도 위성 궤도는 돌겠지.
세상을 움직이는건 남자지만 그 남자를 움직이는건 바로 여자라던가.
"흥! 이제 이걸로 퉁쳤어"
"와, 뒤끝 없는 성격"
그러고 보면 아버지가 모인 이상 이제 시아랑 그쪽 어머니만 오면 대충 살아있는 사람은 다 모인거네.
전원 대집합이다. 온 가족이 전부 모인 그런 상황.
명절때 누구나 외가든 친가든 모여서 제사지내거나 명절 음식 만들고 그러는 것 처럼 옹기종기까진 아니라더라도 가장에 아들들은 다 왔다.
"시아랑 어머니도 부를까요?"
"?
어, 그쪽은 여기 이야기 듣는데는 너무 착하고 충격 받을것 같아서"
"솔직히 그렇군"
셋째가 수긍한다. 나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인다.
로드 회의 같은게 아니라 이제 가족 회의다.
가족원 다들 시아만 뺀다면 초월자인지라..... 아니 시아도 초월자인가?
하여튼 전부 수명에 제한이 없다. 어디 가서 싸우다 죽으면 모를까.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많아서 모이려면 아주 드물게 모일거다.
이번이 아니면 이렇게 모일 일이 별로 없을 것이기에 여기서 다들 근황이라던가 앞으로의 이야기를 나누는게 좋겠지.
"일단 아버지부터"
"아니, 왜 나야?"
"아들들 냅두고 혼자 어딘가에 틀어박혀 있던 못난 아버지가 말이 많다"
"...... 아, 젠장"
그러게 누가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래.
자업자득이라고.
각자 가정을 이루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동료들도, 그리고 세력도 있지만 공통적으로 우리집안 가장은 명실상부 아버지다.
그렇다고 돈 벌어오는건 아니지만.
"아무튼 너희들 다 무사해보여서 다행이야. 훌륭하게 크고, 누구하나 모진곳 없이......."
"지랄하네, 빌어먹을 아버지"
"...... 누구 한명은 모진곳이 있네"
아버지가 형을 보고 한숨을 쉰다.
우리중에서 가장 아버지에게 쌓인게 많은게 형이였지. 호칭도 항상 '아버지'가 아니라 '빌어먹을 아버지'다.
호칭이 그러니 콩가루집안 소리 들을것 같지만 형은 그쪽 언어로 츤데레라.
"오랜만에, 아니 이건 처음이지? 처음으로 우리 가족이 모였네. 맘같아선 시아랑 네이쳐도 데려오고 싶은데"
"아까 말했잖아. 그 두사람은 가족 회의에 끼면 여러뭐로 안좋아. 솔직히 성격만 봐도 부담되서 난 위가 쓰려"
"우리 시아랑 어머니가 얼마나 착한데! 신성 모독이다 큰형!"
"어머니를 보고 생각났는데. 아버지가 진짜 높게만 느껴지더군. 어떻게 그런 사람을 아내로 들일수가 있는거지"
자연의 절대자, 류진과 류시아의 어머니인 그녀는 성격이 그냥 흰색이다.
더할필요도 없고 내 어둠도 잠식시키지 못할 흰색.
그녀에게는 어둠에 있을 감정이 없다. 심연속에서 그녀의 힘은 눈꼽만큼도 찾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녀에게는 애초에 부정적인 감정이 없으니까.
막내랑 막둥이가 어렸을 적에 있었던 일에대해 후회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어머니로서의 모성애와 걱정으로 인한 것. 그런것으로는 심연에 들지 않는다. 오히려 어머니로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에 더없이 성스럽다.
"그런데 막상 가족 회의라니까 뭘 해야할지 모르겠네"
"일단, 어머니가 있으니 가장 중요한 것 부터 말해야지"
"................ 천아?"
"내 이름은 그레이거든?"
"본명은 류천이잖아"
"여보, 뭔데 그렇게 안색이 창백한거야?"
아, 그건가.
나는 머릿속으로 지나가는 한가지 알고 있던 사실에 조금 굳었다.
민감하고, 안쓰러운 사실이다.
"연이. 그러니까 다른 애들에게는 누나 되고, 내 여동생이였던 류연이 예전에 죽었어"
고개를 떨구는 아버지.
처음엔 굳었다가 이내 이해해서 눈물을 떨구는 어머니.
침울한 다른 형제들.
가족의 죽음에 대한 소식은 언제 들어도 슬프다.
사실 한명 있던 누나, 류연의 죽음은 오래전의 일이라고 한다.
형이 초월자도 아니고 평범한 인간이던 시절. 그저 능력을 하나 각성한지 얼마 안되고 누나가 죽었다고 한다.
...... 누나라, 어감이 어쩐지 좋다. 나는 형도 동생도, 여동생도 있으니 누나만 없어서 누나를 원해서 그러는걸까.
"그렇.... 구나"
아버지는 어머니, 그러니가 형네 어머니의 아이언 크로에 잡혀 우득우득 소리가 날 정도로 머리가 삐걱거리고, 아버지는 뭐라 할말이 없는지 아프면서도 침묵을 유지한다.
형의 입으로 듣는 이야기로는 처음이다.
"자식들 신경 안쓰고 있다가 딸내미를 죽게 만드는 가장이라니. 가장 실격이잖아"
"..... 미안, 여보"
아버지가 사과하지만 어머니는 흥! 하고 고개를 돌린다.
우리는 한번도 본적없는 가족의 죽음이지만 그녀에게는 자식의 죽음이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어"
"무슨 가능성?"
"류연을, 다시 살릴 가능성"
"......... 어?"
죽은 자의 소생.
모 카드 게임의 카드가 떠올리는 이름이지만 아무튼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는건 무리라고 생각한다.
데스 로드? 그도 가능하겠지. 하지만 일리엘처럼 윤횔하면서 돌아다니는 영혼을 어떻게 찾을까?
아예 기억도 없으니 찾아봤자 다른사람일텐데.
"영혼은 찾을 수 있어. 설령 네 경우처럼 기억이 있던, 아니면 없던간에 인연이란건 그렇게 쉽게 없어지지 않아. 설령 기억과 생전의 업을 지워도. 일방통행적인 인연이니까. 우리가 이어지려고 바라면 인연은 연결되어 있어"
"하지만 기억은..... 그때는 데스 로드도 몰랐을텐데?"
"물론이야. 하지만 류연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녀석을 알아. 모든걸 먹어치우고 가지고 있지"
..... 블러디어.
그 태생이 형이라면, 그 형과 연결된 류연이라는 누나의 기억은..... 있을법도 하다.
"기억이 있다면 영혼은 딱히 상관없지 않나?"
"영혼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야"
"기억은 그런 마음과 감정을 담은 섬세한 것. 영혼과 기억이 다르면 언젠가는 무너져내려요"
"그래서, 그 블러디어중에 누가 누나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일단은 킹 블러디어"
그녀석인가.
아무리 파괴의 절대자에게 형편없이 졌다지만 그건 그녀가 엄청나게 강해서 그런 것일 뿐. 실제로는 나랑 싸운다면 지금으로서는 내가 진다.
파워 벨런스를 비교해보자면 프리더가 최종 변신을 해도 대략 천만 단위 수준의 전투력을 가졌다면 초사이언이 된 손오공의 전투력은 1억대다.
레알 압도적인 차이. 그 사이에 그게 있다. 마치 드래곤볼이 된것 같은 파워 벨런스다.
"그런데 '일단은'?"
"...... 사실 초대 블러디어라면 확실했겠지. 그걸로 날 한번 엿먹인적도 있었고. 하지만 초대 블러디어가 자신의 파편을 분산시켜낸 지금이라면......."
"블러디어중에 누나의 기억이 있다? 어? 나 블러디어 엄청 죽였는데?"
"걱정마, 블러디어도 어떻게 ?
던 '나'야. 초대 블러디어도 카피를 써서 내 가짜 여동생을 만들어 날 엿먹였지 진짜 기억을 쓰진 않았어. 적어도 본능적으로 여동생이란 존재를 소중히 하고 있을테니까. 그러니 군단장 중에서 그 기억이 있을꺼야"
블러디어는 상대를 먹음으로서 그 기억과 경험을 얻는다.
그 외에 먹는것 보다는 피를 흡수하는 쪽이 더 편하다고는 하지만.
"그게, 내가 다른 군단장을 건드리지 않는 이유야. 누구에게 여동생의 기억이 있을지 모르니까"
"잘못해서 오늘 군단장이 하나 장례식 치뤘으면 어떻게 할뻔 했어?"
"어차피 이번에는 그저 시간 벌이로 싸운거니까 상관 없어. 진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이였다면 내가 나서서 전투불능으로 만들고 생포했겠지"
죽어서, 이미 윤회에 들어간 사람을 되살릴 수 있다.
기억이 삭제된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남아있으니까 가능한 일. 일리엘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그래도 다시 소생시킬 수 있다. 한명밖에 없는 누나를.
한번도 본적없는 가족이지만 반드시 구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럼 난 당분간 여행이나 하면서 돌아다닐까. 딸과 어머니로서의 인연이라면 절대자인 만큼 강하니까 만날 확률도 높겠지. 이중에서 딸의 영혼을 구별할 수 있는 사람도 나와 여보까지 두명..... 아니 아들까지 세명인가?"
"아뇨, 그때는 그냥 평범한 인간이라. 만난다면 본능적으로 알지도 모르겠지만요"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로드의 감이라면 나처럼 '감각'의 능력이 아니더라도 가족의 영혼을 보면 알 수 있을거다.
하지만 미미한 감각이고 흡사한 것일 뿐이라면 구별하기 힘들다.
아예 누나라곤 본적없는 우리라면 더더욱.
"지금 당장 블러디어 잡으러 갈까?"
"아니, 그냥 두는게 좋을것 같은데. 킹 블러드 캐슬이 무너졌으니 그걸 복구하려면 적어도 군단장급 둘이나 제 5 군단장 루카 트리거기어가 필요해. 당분간은 또 다시 점 조직으로 움직이면서 세력을 모르겠지. 그냥 블러드 캐슬도 만들고 돌아다닐꺼야. 그러면 추적하기 힘들어"
개인 활동이라는 건가. 겨우 모였는데 또 이산가족 상봉같은 현상이다. 하하, 꼴좋은 놈들.
남은건 7명의 군단장들.....
그중에서 우리 누나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있다.
가족 회의도 끝나고 전쟁도 끝났겠다.
오랜만에 깨어난 사람도 있고 요양하다 온 사람도 있고.
다들 전쟁하느라 배가 많이 고플꺼다.
내 입이 쩍 벌어지면서 오랜만에 인간으로서 행복함을 느꼈다.
"실력 발휘좀 해봐라. 전 차원에서 모아온 별별가지 요리재료랑 술도 가득 있고. 그 외에도 향식료는 수억가지의 커리를 만들 정도로 많아"
"음, 커리도 만드는게 좋겠는걸"
"그래도 요리사 지망이였으니까 커리라는게 딱히 3분 카레라는것만 있는게 아닌건 알지?"
커리라는 음식은 흔히 집에서 먹는 노란 그런 카레를 말하는게 아니다. 발음도 비슷하고 사실상 뜻은 같지만.
인도에서 비롯된 그것은 여러가지 향식료를 첨가해서 사용해 만드는게 진짜 커리다.
그게 타고 넘어오다가 진한 향식료 냄새를 조금 없에고 먹기 간편하게 만든게 바로 우리가 요즘 먹는 카레.
"사실 그쪽 계열이 아니면 커리는 만들어볼 기회가 없었지만...... 머릿속으로 한번쯤 만들어보고 싶었던 커리는 있어"
"실력좀 보여줘. 어차피 다들 초월자니까 먹다 죽어도 될만큼 맛있어도 괜찮아"
평범한 인간에게 미뢰를 바로 찌르는듯한 내 요리의 맛에는 독과도 같다. 뭐든 과하면 독이 되는것과 같이 맛도 충분히 맛있어야 한다.
물론 복어처럼 목숨 걸고 먹는것도 있겠지만....... 하지만 상대가 초월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 본실력 그대로 낼 수 있다.
"코스식, 만한전석식?"
"우리가 예의 맞추고 양 적은 요리 먹는게 맞을것 같냐, 아니면 양 많고 많이 먹는게 맞을것 같냐?"
만한 전석식이군.
솔직히 나는 요리사라 어느 나라의 요리든 차별하는 편은 아니지만 프랑스식 요리처럼 양이 좀 적게 나오는 편은 싫어한다.
다만 그 균형이나 예술성은 인정한다. 다만 한국에서 자라서 멋보단 맛을 중요하게 여겨서 그런지..... 왜 일본에서는 팥빙수도 섞지 않고 그대로 먹더라.
우리나라는 팥빙수도 섞어서 걸죽하게 만들어먹고 비빔밥도 비벼먹으니까.
요리에는 멋도, 맛도, 재료도, 영양도, 그 무엇도 다 중요한거다.
그게 바로 내 요리사로서의 자존심이다. 이것만큼은 용납 못해. 설령 누가 대마왕 개새끼 개새끼 거려도 참지만 나보고 요리사 자격없다고 그러면 진짜 배가 터질 정도로 내 요리를 먹여주마.
아니면 존나 맛있는 요리를 먹여서 행복함과 함께 저승으로 보내주지.
델타 캐슬의 주방에는 여러가지 식재료가 가득하다. 마치 요리 만화같은 곳에서 식재료를 모아놓은 곳 처럼..... 하지만 그 크기는 소형 콜로세움같다.
본적 있는건, 처음 보는것, 기괴한것, 익숙하지만 크기가 다른것, 낮설지만 향은 익숙한것, 전부 재각각.
".......... 실력 발휘나 해볼까"
루이넬이 이 자리에 없는게 한이다.
============================ 작품 후기 ============================
이중에 한명 여동생의 기억을 가진 블러디어가 있다.
이 무슨 라노벨 제목도 아니고.
평생 싸우다 어느 한쪽이 망해야 끝날 관계죠.
작가가 처자다가 지금 일어나서 올림. 아, 졸려, 다시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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