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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440화 (440/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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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드문.

    -- >

    다음은 마신의 처리다.

    아니, 이제 마신이 아닌가?

    ........ 어, 이러니까 무슨 내가 악당이 된것 같은 대사다.

    "자, 이제 어떻게 할꺼야?"

    "어차피 마신으로서의 전지전능함도 잃었다. 그나마 내 존재를 기억하는 마족들 덕분에 연명은 하겠지만...... 뭐, 한계가 없어진 지금으로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그 존재도 잊혀지겠지. 그러면 다른 잊혀진 신들처럼 영원히 잠을 잘거다"

    "영원히 잠잔다 그러면 어째 죽는것 같다고 생각되는데"

    사실 표현이 그거 맞잖아.

    "게다가 움직일수도 없는 이런 몸으론, 달에서 마계를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는것도 나쁘진 않겠지"

    "옆에 주신은 어쩌고?"

    옆에서 울먹울먹거리는 우리 주신님이 계신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귀여워서 껴안아주고 싶은 모습이지만 신관이 보면 덩달아 울지도.

    "오래도록 소식이 없다가 돌아와서 한다는게 겨우 상반신과 하반신이 이혼 도장 찍는겁니까?"

    "...... 이건 계획했던게 아니다만"

    나는 문득 재미있는 농담이 생각나서 주신에게 말했다.

    "갑자기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상반신이랑 하반신, 둘중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느쪽 선택할래?"

    "음........"

    "고민하지 마라.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란 말이다. 어차피 성욕이란 감정도 없는 우리들이면서"

    "그래도 자식 계획에 필요하지 않습니까?"

    "아니, 왜 처음부터 결혼한다는걸 전제로 이야기 하고 있는거지?"

    "그럼 어느 마음씨 좋고 예쁘고 현모양처같은 여자가 퇴물이나 다름없는 당신을 데려가 돌봐주겠습니까?"

    "설마 본인이 마음씨 좋고 예쁘고 현모양처 같은 여자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예쁘다는건 기타 평균 종족의 미적 감각으론 부정하지 않겠지만"

    "청첩장 돌려라. 시간 나면 가게"

    마신 너 이런 여자 차는거 아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꽤나 멋진 여성이다. 직업도 좋지, 성격..... 은 그럭저럭, 내조는 잘할것 같지.

    게다가 얼마나 좋아, 남자에게 자기 좋다고 달라붙는 여자가 있다는 시점부터 그건 복받은거다.

    "슬슬 난 마계로 돌아갈거야. 뭐 마지막으로 할말이라도 있어?"

    "딱히 없다. 하지만....... 굳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신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기억해다오, 내 이름은......."

    그게 마신의 이름이였구나.

    아마 마계에서도, 그 어떤 마족중에서도 지금 마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건 나 하나 뿐일거다.

    그런데 그건 그렇고.

    "레기온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아무리 마신이라지만, 아니 마계 컨트롤권으로 레기온도 복구시켜야 했었어!

    창대가 뚝, 하고 부러져서 창날과 분리된 레기온.

    루이넬과 다른 의미로 내 반쪽이나 다름없는 녀석이 마신처럼 두동강이 나있으려니 기분이 몹시 안좋다.

    마계로 돌아온 나는 대충 다 정리하고...... 그래봐야 마계를 복구시켜놔서 이제 남은건 마족들을 불러오는 것 밖에 없었지만.

    장인의 일족의 마을로 찾아가 라인시고에게 레기온을 보여줬다.

    "으아아아아아! 나의 레기온이! 내 자식같은 녀석이이이!"

    그리고 혼절.

    어째 다시 깨어나도 보면 기절할것 같다.

    마치 졸업 레포트 쓰다가 실수로 막판에 전부 지워버린 대학생같다고나 할까.

    다른 장인의 일족에게 듣자하니 이건 부러진 부분을 복구하기엔 힘들고 차라리 다시 만드는게 좋다고 한다.

    부러진 곳을 고치려면 열을 가하고 두드리고 균형을 맞추고 해야하는데 레기온의 구조상 창대 부분만 가열하는게 무리다.

    "그거라면 셋째를 찾아가지 그러냐?"

    "응? 셋째는 왜?"

    "셋째 직업이 대장장이거든. 음....... 보면 나는 마법사긴 하지만 일하자고 맘먹으면 주로 의사고, 넌 요리사? 거기에 셋째가 대장장이, 막내가 약사, 막둥이가 꽃집을 하려나?"

    "의사랑 약사랑 차이가 뭔데?"

    "난 서양의에 가깝다면 막내는 한의학쪽이야. 내 전공이 수술이라면 막내는 약물 치료가 주되지"

    아무튼 셋째가 대장장이라고?

    우리들 특성상 부직업이라도 그 수준이 대단할 수밖에 없다. 나만 해도 요리는 옛날에 직업 삼기는 포기했는데도 초월자급. 요리로 세계 평화도 만들 수 있다.

    아무튼 그래서 셋째네 집을 방문했다.

    근데 성이야.

    우리 다크 로드 캐슬이랑 비견될 크기의 성이다. 거기에 더럽게 번잡하고.

    여러가지 이종족들이 모여 산다. 특이한게 있다면 인간은 단 한명도 없다는 정도?

    "거절한다"

    "...... 뭐?"

    "엿이나 먹어보라지. 내가 드래곤 좀 작작 죽이라고 했을 때 안듣고 뭐했나?"

    "그때 이후로 한마리도 안잡았거든?"

    요 셋째놈.

    형이 부탁 하는데 안들어주기냐.

    내 변환으로 처리해도 되겠지만...... 그걸로는 뭔가 부족하다. 게다가 땜빵이나 다름없는 거라서 언제 부서질지 모르고.

    차라리 실력있는 대장장이에게 고치는게 훨씬 좋다.

    "내가 어지간해서 폭력은 안쓰는데. 한판 뛰고 해줄래, 아니면 그냥 해줄래?"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다면 그냥 저항해보는것도 좋겠지"

    "너 의외로 호전적이구나?"

    "몰랐나? 큰형과 내가 호전적으로, 형과 막내가 비호전적인 성격이지"

    간단히 말해서 선공 비선공의 차이다.

    으르렁거리면서 투기를 뿜어내자 허공에서 힘이 격돌하며 삐걱인다.

    "그럼 레기온부터 고쳐주고 싸우자. 그거 시험겸 싸우면 좋잖아"

    "로드로서 싸운다면?"

    "여기 날려버릴래? 여기 이름이........"

    "드래고닉 캐슬. 어머니가 남겨주신 유산이지"

    "거참, 너는 어머니가 남겨주신것도 있어서 좋겠다"

    나는 내가 살던 작은 집 한채가 전부인데.

    눈물이 날것 같다. 그렇다고 어머니를 원망하는건 아니지만.

    "그러고 보니 막내네 어머니 만나봤냐?"

    "....... 눈이 멀어버릴것 같더군"

    "솔직히 그렇지?"

    너무 착해서 오히려 부담될것 같은 사람이 자연의 절대자다.

    으으으, 다시 만난다면 좋은것 같으면서도 어쩐지 부담감에 위장에 구멍이 뚫릴것 같다.

    "아무튼 고쳐줄거지?"

    "...... 따라와라, 대장간으로 가지"

    라이칼리온, 류백, 통칭 셋째.

    우리 집안에서 드래곤 어머니를 둔 세번째로 태어난 핏줄이다.

    그래도 인간으로 태어난것 같은데...... 나처럼 아버지가 준 창조의 힘으로 어떻게 드래곤 하트를 만들어서 드래곤이 된듯하다. 그래서 인간의 마음을 가지지 않고 인외로서 로드가 ?

    다.

    "대장간이 무슨 월드컵 경기장만해......!"

    "드래곤의 모습으로 대장장이질을 할때도 있으니까 이정도 크기는 당연한거다"

    하기야 드래곤의 몸으로 망치 두드리고 하려면 이만큼 큰것도 무리가 아니겠지. 아 저기 화덕도 있다.

    공기가 후끈거린다. 무슨 마그마를 바로 옆에둔것도 아니고 초고온의 열기가 화로 안에서 뿜어져 나온다.

    드래곤은 마그마에서도 목욕한다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뜨거운데.

    "불이라는 속성적인 개념으로는 어지간해선 내가 다루는 것들에 간섭할 수 없으니까. 이정도로 뜨거운 불이 아니면 한층 위의 개념을 다룰 수 없다"

    "화로에 태양이라도 쓰는거냐?"

    "어떻게 알았나?"

    야, 임마.

    어떻게 태양을 쓴데? 생각해보면 루이넬도 소형 태양은 만들 수 있지만.

    그래도 상시적으로 태양을 만들어서 쓰는건 거의 미친짓이다. 그 열기와 피해는 어떻게 감수할지.

    "내 능력으로 열기 이외에 다른 것은 내뿜지 않는 태양을 만들었을 뿐이다. 내 작품, 마스터피스중에서 88번이지"

    "........ 형의 메카닉 시리즈 같은거냐?"

    "거기서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부정하진 않지"

    88번이란 소리는 적어도 87개의 다른 작품이 있다는 소리다.

    굉장한걸, 내가 요리로 초월자 반열이 든것처럼 녀석도 대장장이로 초월자 반열에 들었다.

    "그럼, 레기온이랑 창은?"

    "아, 여기"

    나는 그림자 속에서 레기온을 꺼냈다.

    창대가 부러져 쓰지 못하는 레기온...... 이대로 두면 불쌍해서 못참는다. 빨리 고쳐야지.

    "드래곤의 피가 잔뜩 뭍어있군"

    "어? 난 싸우면 피는 닦아내는데?"

    "직접적인게 아니다. 말하자면 경험치 같은거라고 할까...... 전승을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경험치? 왜 무기중에 신화에서나 나올법한 전승을 가지고 있는게 있지 않은가?"

    "모으면 레벨업도 할 수 있냐?"

    "글쎄, 이대로 드래곤을 만마리까지 잡아 채우면 자아라도 생길테지"

    "오!"

    "기뻐하지 마라, 내 앞에서 드래곤 죽이네 어쩌네 하면 기분 나쁘니까"

    잠시 더 살펴보던 셋째는 문득 창대 부분. 그러니까 전에 마신의 심장을 찌른 부분을 보았다.

    부러진 단면을 만지나 싶었는데. 무언가 묘한게 있는 모양이다.

    "...... 상당히 높은 초월자를 쓰러트리는데 일조한 모양이군. 보통 초월자들은 어지간해선 무기가 부서져서 쓰질 못할텐데"

    "신을 쓰러트렸거든. '존재하는 신'쪽의 신을"

    "이쪽은 엄밀하게 말해서 무기쪽은 아니지만....... 무기로 개조시킬 수도 있겠는데. 해보겠나?"

    "따로 분리가 된다고?"

    "하나로 합칠수도 있게 해주지"

    그렇다면야 뭐.

    셋째 녀석은 화로로 이동했다. 거대한 드래곤 형태 전용 화로 가까히 있는 인간 형태의 소형 화로.

    이내 레기온을 고치기 시작했다.

    대장간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난 역시 그거.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라던가 '한번의 실수가 있었소'라던가.

    아니면 망치로 쾅쾅거리면서 담금질을 하는 모습이라던가.

    마찬가지로 셋째도 망치질을 하기 시작했다.

    아..... 정확하게 말해자. 저거 망치질이 아니라 주먹질이다.

    일하고 있으니까, 비유하자면 내가 요리할때 옆에서 쫑알대는거나 마찬가지니까 뭐라 말은 안하는데. 녀석은 단순히 주먹으로 쳐서 담금질을 한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금속을 맨손으로 만지고 다듬는다.

    생각해보면 도구를 아무리 잘쓰고 검과 함께 신검합일이네 뭐네 해도 도구는 도구다. 원래 있던 육체와 비교할바가 아니다.

    아마 저녀석 능력중 하나가 '무시'였지. 그래서 그런 모양이다.

    맨주먹으로 망치질을 하는 녀석이 실로 비범하다.

    일단 부러진 레기온의 창대를 연결하고 붙인다. 그것만으로도 고작해야 5분밖에 안걸렸다.

    그리고 레기온의 창날, 두꺼운 돌격창 부분을 양쪽으로 잡고 뜯,어어어어어어어어?!

    뭐하자는 짓이냐!

    멀쩡한 레기온을 더 부수고 있다.

    그래놓고는 또 금속 덩어리를 들고와 보수하고 덧씌우고 바꾸고, 또 일부를 더하고....... 그리고 이내 완성?

    다.

    "외형만 본다면 별말 없겠는데 과정을 보니까 완전 개조잖아?"

    "말했지 않은가. 개조하겠다고"

    "이정도 수준일줄은 몰랐지"

    일단 외형은 말한대로 레기온이랑 같다. 다만 창대 부분이 조금 두꺼워진 감이 있지만 그래도 레기온이다.

    하지만 이거, 내가 본게 맞다면, 이렇게......

    일단 창대를 잡고 힘을 주어 뽑듯이 당겨 창대를 더 늘린다.

    그리고 삐걱삐걱, 기름칠 안한 기계마냥 음료수 뚜껑 열듯 돌려 창대를 레기온의 창날에서 분리.

    창대에서 두꺼운 부분을 분리해 다시 레기온의 창날에 연결하면 남는건 마신을 찔렀던 창대.

    그리고 창대의 끝에서 레기온의 형태와 흡사한 빛의 창날이 뿜어져 나왔다.

    "빔 세이버 같은데?"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는데. 신의 아들을 해했던 무기조차 큰 의미를 가지는데 신을 죽이는데 일조한 무기라면 그 이상의 힘을 가지는게 당연한 거겠지. 아마 그 창은 이제 신과 같은 존재들을 상대할때 편할거다"

    오호라, 어쩐지 폼난다.

    쌍창, 보통이라면 크기도 크고 무게도 장난아닌지라 다른 사람들은 다루기 힘들겠지만 나는 다룰 수 있다.

    양손에 들고 랜스 차징하면 혼자서 백만 대군도 돌파할 수 있을것 같다.

    "이름은...... 뭐, 그건 형이 알아서 지어주면 되겠군"

    "어라? 그냥 레기온이라 부르면 안되는건가?"

    "어찌?

    던 별개의 창이지 않은가. 그러니 따로 부르는게 편할텐데? 아니면 레기온 1호, 레기온 2호, 이렇게 부를텐가?"

    "그건 아니다. 그런데 난 형 닮아서 작명센스 없는데......."

    아니, 생각해보니 붙일 이름이 하나 있다.

    솔직히 이걸로 죽은 사람의 이름을 무기 이름으로 붙이는걸 조금 아니라고 생각되겠지만.

    뭐, 딱히 상관없으려나. 어차피 이제는 죽은 사람이고 앞으로는 다시 기억될 일도 없을 것이다. 빌어먹을 일루전 로드.

    그렇다면 적어도 누군가의 이름이 아니라 무기의 이름으로서라도 기억된다면 좋겠지.

    "레시온"

    이 광창(光槍)의 이름은 이제부터 레시온이다.

    ============================ 작품 후기 ============================

    레기온의 창대로 마신의 심장을 뚫은 순간부터 저건 별개가 됩니다. 뽑힌것 만으로도 왕을 결정하는 엑스칼리버도 있는데 마신을 죽인것 정도야.

    애초에 마신을 죽였다는게 마계의 컨트롤 권한을 빼앗는 순간 딱 이루어지죠. 그래서 마신을 죽였다라고 하는겁니다. 실제론 안죽었지만 마신으로선 죽었죠.

    요컨데 사회적으로 죽었다고 해서 진짜 죽은건 아니잖습니까, 그런거임.

    근데 팬텀 이새끼, 자기가 죽인 사람 이름을 창에다 붙이는것 보소.

    이거시 레시온의 탄생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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