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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416화 (416/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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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돈-- >

    반응이 없다. 그냥 시체인듯 하다.

    한바퀴 이쪽을 둘러보니까 얼이 빠진것 같다.

    영물은 널려있지 보통 하나만 떨어져도 피바람이 부는 영초가 밭에서 양식되고 있지.

    그야말로 비상식의 결정체. 무림에 가본적 없는 내가봐도 이거 어이가 상실하는데 진짜 무림인인 녀석이 보면 어떨까?

    "그래, 기분이 어때?"

    "후우...... 모든게 부질없이. 장보도나 영약, 혹은 영물의 소식만 들으면 피바람이 불어 스러지는 목숨이 헛되게 느껴지오"

    "솔직히 바보같긴 하지. 영약이랑 무가지보가 뭐라고 뒈질거 알면서 찾으려고 드는지, 나참"

    "음? 류한 소협은 무림인이 아니오?"

    "내가 무림인으로 보이냐?"

    애초에 골격이 다르다. 내가 비록 흑발 흑안이더라도 몸의 골격은 말하자면 동양인보다는 서양인에 가깝다. 피부도 뽀얗고 키도 큰거 보면 확실하다.

    예전에는 금발에 푸른색 눈동자를 가진 전형적인 서양인 외모였으니 딱히 다르지는 않다.

    "아무튼 몸 추렸으면 나중에 원래 있던 차원으로 돌려보내줄테니까. 알아서 하고"

    "저기........ 한가지 부탁이 있소"

    "난 여기서 기반이 없어서 딱히 해줄만한게 없는데?"

    다크 로드 캐슬이 있는 중간계나 마계라면 또 모를까. 여기 주인은 어디까지나 시아랑 자연의 절대자다.

    내가 멋대로 뭔가 해줄수는 없는 노릇.

    "소협이 강하다는걸 인지할 수 없소"

    "뭐 자기보다 윗줄인 고수의 실력을 파악할 수 없다는 그런 소리냐?"

    "맞소, 그러니...... 대련을 부탁하오"

    자신감이 넘치고 눈에 의심이 가득하다. 아마 나이차이 별로 안나보이는 내가 의외로 실력이 있다는게 못믿겨지는 눈치.

    기척을 줄인 무공을 썼다거나 그런 류의 무공을 익혔다고 생각하고 시비를 거는 느낌이다.

    "그래, 그럼 어느쪽 팔?"

    "어느쪽 팔이라니, 무슨 소리오?"

    "페널티가 있어야 하잖아. 어느쪽 팔을 안쓰고 상대해줄까?"

    "지금 나를 무시하는 것이오?"

    아니, 그럼 내가 이 무력에 너를 진심으로 상대해주랴?

    하룻 강아지가 범 무서운줄 모른다. 녀석의 딴에는 질투심의 반발인 모양인데 그것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이건 비교하자면 개미가 티라노 사우르스를 무서워할줄 모르는 거다.

    "대련이잖아. 누구 하나 죽이지 않고 적당히 해주려면 난 한팔 안쓰고 싸워줘야 해"

    "후회하게 될것이오!"

    남궁서한은 근처에 있던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서 내공을 불어넣는다. 와, 고수는 무기를 가리지 않아서 평범한 나뭇가지도 신검처럼 쓸 수 있다더니.

    내가 할말은 아니지만.

    녀석의 나뭇가지에서 강기가 뿜어져 나오며 검의 형상을 취한다.

    오른팔? 왼팔?

    에라 모르겠다, 그냥 오른팔을 쓰지 말자. 나는 오른손잡이니까 덜쓰는 팔로 싸워야 봐줄 수 있겠지.

    강기? 안써야지.

    마력? 그딴거 없이 몸만.

    기술? 필요하냐, 체술도 안쓴다.

    그냥 주먹 한방.

    아무리 내공으로 호신강기로 만든다 한들, 강기를 뿜어낸다 한들, 내 몸은 이미 인간이 평범하게 닿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아무리 내공이나 무공을 사용하더라도 정파인 이상 그 구조는 거기서 거기다. 기괴한건 사공이나 마공쪽에 많겠지.

    소림사에 가면 금강불괴가 되게 해주는 무공정돈 있겠지만 그걸론 부족할테고. 인간이 가진 이능과는 전혀 다른 이능이 있어야 내가 서있는 곳에 닿을 수 있다.

    요컨데 능력 없으면 병신이라고.

    콰아아아아아아앙!!!

    가볍게 날린 주먹, 하지만 내 주먹은 녀석의 강기에 닿아도 흠집하나 나지 않고 오히려 나뭇가지를 부러트리고 그 여파에 의해 녀석이 내상을 입고 튕겨나가 나무에 부딪혀 아름드리 나무를 부숴버린다.

    "커억?!"

    "거봐 병신아. 너 지금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은 격이야. 알아듣기 쉽게 비유해줄까? 삼류 무사가 천마나 무림맹주보고 자기 검 조심하라고 경고한 격이지. 자존심만 오만한 새끼"

    무림인은 자존심만 더럽게 쌔네.

    "대 남궁세가의 장자이자 후기지수중에서 손꼽히는 내가...... 환골탈태까지 하고 내공도 4갑자가 있는데......."

    "소심한 뒤끝있는 남자네. 나도 물론 뒤끝은 있지만 지극히 인간적인건데. 넌 무슨 나랑 비슷한 나이인 녀석이 권위 의식에 찌들어있냐?"

    "나는 대 남궁세가의 소가주로서!"

    "지랄한다, 난 대마왕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황제거든?"

    아니, 황제라도 급이 다르지. 대륙 통일한 황제랑 그냥 황제랑 같냐?

    게다가 나는 물려받은게 아니라 자수성가한거다.

    아, 갑자기 눈물이 난다. 얼마나 구르다 구르다 여기까지 올라왔는지. 눈물이 눈앞을 가린다.

    "여기선 너같은 강자는 널렸어. 기껏해야 초월자 반열에도 들어서지 못한 애벌레가 나랑 맞먹으려고 들어?"

    적어도 심검정돈 써서 초월자 반열에 들어서고 와라. 알겠냐.

    무공으로 초월자 반열에 들었다는 최소 단위가 아마 심검이나 이기어검정도일까. 나도 안쓴다 뿐이지 어디까지나 마음과 의지가 중요한 심검과 이기어검은 쓸 수 있다.

    다만 싸움법이 내 취향이나 성격이 아니라서 안하는것 뿐.

    "애초에 무림에 남궁세가만 있냐? 제갈 세가는? 황보세가는? 세가들 말고 구파일방은? 네가 말했듯이 사황성이란 곳도 있고 마교도 있을테지? 그거 외에도 세외 세력, 그러니까 북해빙궁같은 곳도 없냐? 아니잖아. 나도 존나 지금 나보다 쌘놈이 있다고 그래서 검소하게 굴고 있는데 너같은 녀석이 자기만 알고 나설 세계가 아니야"

    지금 내 위에는 까마득하다. 로드의 힘을 되찾는다면 모를까. 내 위에는 내 동생들마저 있고. 로드의 힘을 다시 찾는다 하더라도 바로 위에 형이 있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형의 팔 한짝을 뜯어먹은 킹 블러디어란 놈도 있지.

    "그러니까 앞으로는 겸손해지라고. 차라리 소림사 가서 경전이나 외우면서 해탈해 보던지. 차라리 그쪽으로 방향을 잡는게........"

    "저기......."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 감각 안에서 내가 감지 못했다는 것은 하나를 의미하지.

    시아도, 혹은 시아를 보호하고 있던 살수 녀석도 일정 범위 안에 들어오면 내가 감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에도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은 내가 감지할 수 없다.

    조금 더 강해진다면 모를까. 애초에 세계의 일부라 따로 감지할 방법이 없는 자.

    자연의 절대자.

    ........ 아직 어머니라고 안부를꺼야.

    "무슨 일이 있었던건가요?"

    "아, 조금요. 잠깐 대련하다 보니까 약간 과격하게 대응해버려서요"

    "나무들도 몇그루가 부러졌네요........ 불쌍하게도"

    그녀가 걷자, 걷는 방향대로, 그녀의 발이 밟힌 땅에서 풀들이 자라고 꽃을 피운다.

    마치 영화속에서나 본듯한 장면처럼. 하지만 발을 뗀다고 해서 식물이 시들지는 않았다.

    내가 아까 날린 주먹의 여파로 부러진 수그루의 나무들에서 빠른 속도로 식물이 자라고 부러진 줄기에서 다시 새싹이 자라 오른다. 그리고 그 푸른 줄기들이 엮어가면서 조금씩 굵어지고 이내 부러진 나무를 양분삼아 다시 나무가 되어 자라난다.

    급속성장. 내가 변환을 쓰더라도 할 수 없는 아예 다른 계열의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힘.

    자연의 절대자란 이름이 결코 허언은 아니다.

    "저, 저분은?!"

    "일단은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일단 어머니야"

    차라리 내 어머니라기 보다는 그냥 만물의 어머니라고 하는편이 더 좋을것 같다.

    시아를 볼때는 너무 동떨어져 있는 외모에 음심같은게 들지 않을 정도였지만 자연의 절대자를 앞둔 녀석의 눈은 무슨 여신을 보고 숭배하기 일보 직전의 모습이다.

    하기야, 그럴만한 사람이고 성격도 그러니까 딱히 이상하단 생각은 들지 않지만 말이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곳 네이쳐 가든에는 태양이 없다. 다만 세계수 이그드라실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만이 있을 뿐.

    덕분에 밤이 없다.

    온지 꽤나 시간이 지난것 같은데....... 정확히 따지자면 아마 하루는 지났을 것이다.

    다만 이쪽에 온 사람들중에 평범한 사람은 없어서 하루동안 잠을 안자도 상관이 없다는 것. 아..... 레이드는 조금 아니구나. 그녀석은 한숨 자야할텐데 걱정이다.

    아, 중간에 만년삼왕을 먹었으니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잠깐 자연의 절대자랑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 시간을 가지고 있다.

    ........ 어쩐지 옛날에 선생님이랑 진로 상담할 때와 같은 분위기다.

    "류한의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나요?"

    "제 어머니요?"

    글쎄, 그렇게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일단 착하시고, 조금 무모한 면도 있으시고. 요리도 잘하셨고 어느정도 기품이 흐르시는 아름다우신 분이였다. 추억은 미화된다지만 그걸 빼더라도 좋은 어머니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좋으신 분이네요"

    "네, 병으로 돌아가시지만 않았어도....."

    "인연이란 강한 것이지요. 부모 자식간의 인연은 연인과의 인연처럼 가장 끈끈한 인연중의 하나. 죽었어도 이후에 반드시 어떻게든 만나기 마련이죠"

    "윤회로 돌아가니까요?"

    "네, 나중에 부모 자식간의 관계가 바뀔수도 있고요"

    내 어머니가 내 자식으로 태어날수도 있다는 소린가.

    생각해보면 일리엘이랑 어머니랑 상당히 닮았다.

    ....... 아니, 그렇다고 어머니의 환생이 일리엘이란 소리는 아니고.

    어머니가 쌩쌩하게 살아계실 때 일리엘은 천계에 멀쩡히 살아 있었다. 중간계와 천계의 시간차가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몇백년간의 차이는 아니다.

    그냥 좀 닮은것일 뿐.

    "그런데, 자리가 불편하신가요?"

    "...... 솔직히 말해서 그렇죠. 피가 섞인 어머니도 아니고 처음 뵙는 분인데다가 일단은 그래도 항렬상 어머니니까요"

    "죄송해요, 제가 이해해드리지 못하고 너무 간섭한 모양이네요"

    아니, 사과를 한다면 오히려 내가 해야할 판인데. 저쪽에서 사과가 나오면 어떻게 하자는거냐.

    절대자가, 전 차원에서 상대할 사람은 로드도 안되고 절대자만이 상대해야 하는데 그런 절대자중 한명이 먼저 굽혀들어온다.

    사람 성격이 얼마나 착한거야.......

    "저는 그저, 피가 섞이지 않아도 그이의 자식이라면 제 자식과 같이 대해주고 싶어서 그랬을 뿐이예요"

    "시아랑, 진이는 좋겠네요"

    저런 어머니도 있고.

    나같으면 행복해서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저렇게 착하신 어머니라면 누구나 바라겠지. 아니, 조금 부담스러워하긴 하겠지만 편하게 대하면 되니까.

    "....... 그 아이들에게, 저는 못할 짓을 했어요"

    "네?"

    "오래전에 제 1차 차원 전쟁때. 저는 당시에 아이들을 임신하고 있었어요"

    아, 혼돈의 절대자가 날뛰었던 그 전쟁인가.

    일루전 로드는 물론 1000명 가량의 로드가 존재하고 전쟁이 일어났었던 그시대의 전쟁.

    일단 태어난 시간을 살펴보자면 전쟁 좀 전에는 형이 태어났었고, 그 뒤에 내가 태어난 후 아버지가 바로 전쟁에 참가했다.

    전쟁중이나 좀 전에 아버지가 셋째와 막내의 어머니랑 만나서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서 나온게 셋째랑 쌍둥이들.

    "전쟁이라는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무서운 일들이 많이 발생하죠. 예를 들어서...... 적장의 부인과 자식들은 훌륭한 인질이 된다거나"

    "그럼 혼돈의 절대자가?"

    "아뇨, 다른 사람이였어요. 혼돈의 절대자에게 붙은 단 한명의 다른 절대자. 현재 일루전 로드를 제외하곤 살아있는 제 1차 차원 전쟁의 패잔병"

    새삼 말하지만 일루전 로드는 내가 죽였다.

    그렇다는건 유일하게 남아있는 차원 전쟁의 패잔병이란 소리다. 절대자니까 살아남기도 했을테지.

    "진실과 거짓의 절대자. 전쟁 이후 그는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을 둘로 나누어서 도망쳤죠. 하나는 진실을 뜻하는 남성으로, 다른 하나는 거짓을 뜻하는 여성으로. 덕분에 힘은 분산?

    지만 그래도 절대자. 그를 잡을 힘을 가진 로드는 더 이상 없었으니 사실상 완벽하게 도망쳤죠"

    "그런데 절대자의 추격을 받고 어떻게 막내들이 살아있을 수 있는거였나요?"

    나도 같은 로드끼리 싸우면, 아 물론 로드의 힘을 다시 얻었을 경우지만.

    상대가 설령 형이라 하더라도 간단히 당하진 않는다. 데스 로드를 제외하고 다른 로드는 적어도 절반의 승률을 점칠 수 있다.

    하지만 보호할 상대가 있다면 제로에 가깝게 떨어진다.

    "추격으로 인해 입은 부상. 거기에 다가오는 출산...... 다급했던 저는 억지로 강제 출산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 칠삭둥이?"

    "네, 인간으로 태어나게 했기에 임신 기간도 10달. 하지만 그걸 채우지 못하고 태어나버렸죠"

    보통 10달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아기들은 인큐베이터였나, 그 안에서 세심한 관리를 받아야 살 수 있다. 덜 성장하여 태어난 생명은 자연에서 도태되는것 처럼 인간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어도 인질이 되어버리고, 아이들은 미처 다 성장하지도 못하게 해서 태어나게 해주고....... 약간의 힘만 불어넣어주고 저는 그대로 힘을 보충하기 위해 잠시 자연으로 회귀했어요"

    "회귀했다니요?"

    "제가 다스리는건 자연. 대기중에 한모금의 공기도, 땅의 한줌의 흙도, 자라나는 풀 한포기 마저도. 저는 그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수 있어요. 추격을 피하기 위해선 그 방법 뿐. 하지만 아이들은 그러지 못하니....... 우연히 만나 마주친 남자에게 맡길수밖에 없었어요"

    "좋은 사람이였습니까?"

    "아이들에게 듣자하니,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만약 했다면 훌륭한 남편과 아버지가 될 수 있었을거라고 들었어요"

    좋은 사람을 만나고 키워져서 다행이다.

    그런데 잠깐만. 과거형?

    "...... 아이들은 제 외모를 너무 닮은 쌍둥이로 자라서. 인간들의 탐심과 음욕에 희생될 뻔 했어요. 그리고 볼봐주던 남성분은 끝내 희생되었죠"

    어떻게 할까.

    죽인다는 사실은 확정이다. 속한 조직 째로 괴멸시켜줄테다.

    연좌제는 나쁜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딴놈을 그냥 내버려두고 소속시킨 조직이라면 안봐도 뻔하다.

    잠깐만 기다려봐.

    시아가 남궁서한의 이름을 들었을 때. 남궁이란 이름에 움찔거리면서 꺼려했었는데?

    남궁이란 성씨를 쓰는 녀석들이구나.

    좋아, 남궁세가는 전부 쳐죽인다. 남궁이란 성씨를 쓰는 놈을 죽이면 지구에 있을 내 고등학교 친구놈도 죽여야 하는터라 무리. 대신에 남궁세가란 조직은 박살낸다.

    "시아는 상당히 많이 다쳤지만 겨우 목숨을 구했어요...... 하지만 진이는 끝내 목숨을 잃었죠"

    "데스 로드가 도와줬었죠?"

    "네, 하지만 거기에서 저는 더 큰 실수를 했어요"

    실수라고?

    "제가 자연으로 회귀하기 전에. 다급한 나머지 생각이 없었을 때. 공평하게가 아니라 시아에게 좀 더 많이 제 힘을 나누어줬어요. 오히려 힘든일은 진이가 더 많이 격었을텐데. 진이에게 힘이 부족해서 더 힘들게 만들었어요"

    ........ 생각해보면 진이는 더 좋았을것 같다.

    아버지는 같다. 하지만 어머니가 다르다.

    형의 어머니는 파괴의 절대자, 셋째는 멸세룡이라 불린 드래곤, 막내들은 자연의 절대자.

    내 어머니는 어디까지나 평범한 인간.

    비교하면 초라하다 못해 먼지같다.

    "저에 비하면 좋은데요 뭘. 막내나 시아도 그거에 대해서는 원망하지 않을겁니다. 착한 애들이고 오히려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혼자서도 잘 컸을테니까요"

    "과연 그럴까요?"

    "그렇지 않는다면 제가 가서 패서라도 교육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착한 어머니를 두고 그딴 불평을 하는 녀석은 자식 할 자격 없다.

    만약에 투덜거리거나 불만이 있다면 우리집안 족보에서 지워주마.

    "아무튼, 그런 일이 있은 이후. 저는 더 아이들은 사랑하게 되었고. 설령 피가 섞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이의 자식이라면 아이들과 같은 대우를 해주기로 했어요"

    "아......"

    그래서 이렇게 사근사근했구나.

    도대체 사람이 얼마나 착한거야. 엄밀하게 말하면 뻘만 같다 뿐이지 툭까놓고 말해서 자기 자식도 아닌데.

    "지금은 무리인걸 알아요. 류한의 어머니도 있고. 어색하고 힘들겠죠. 하지만 시간은 많으니까 조금씩 조금씩 적응하면서....... 나중에는 '어머니'라고 불러줄 수 없나요?"

    가볍게 웃는 그녀에게서 내 어머니같은 느낌이 들었다.

    문득 이 상황이 어떤지 깨달았다.

    그리고 나와 그녀의 입장이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내 어머니가 있다고 해서 항렬은 맞아도 피가 섞이지 않았다고 어머니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꺼려왔다.

    하지만 반대로 그녀는 진심으로 피가 섞이지 않은 나를 배아파 낳은 친자식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런 그녀를 앞두고, 나는 병신같이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 솔직히 지금 당장 어머니와 자식간이 되는건 무리죠"

    "역시, 그런가요"

    "그럼 차근차근 해보도록 해요"

    자신의 부모중 여성쪽을 부르는 호칭에는 각각 나라마다 다르고 발음도 여러가지지만 한글에는 두가지가 있다.

    '엄마' 하고 '어머니'.

    "개인적으로 저는 둘중에서 '어머니'쪽이 조금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엄마'라고 부르는건 제 친어머니 한분. 뭐, 지금은 어른이니까 어머니라고 부르고 있지만 이쪽은 친근감의 결정체같은 거니까 넘어간다면. 일단 거리감은 있지만 그래도 가장 맞는 호칭은 역시 '어머니'지요"

    낮설다.

    누군가를 향해, 내 평생 단 한사람만을 칭하던 호칭을 누군가에게 하려니까 조금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저쪽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그녀는 나를 진심으로 아들로 대해주고 있다.

    "일단,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시작할까요"

    "네, 그래주면 고맙지요. 아들"

    새삼스래 아버지가 부러워지기 시작한다.

    전 차원을 구한 대가로 이분이랑 결혼했나?

    와, 진짜 일리엘이랑 루이넬 없었으면 전쟁나길 기다리다 일어나면 내가 앞장서서 막았을것 같다.

    ============================ 작품 후기 ============================

    상큼고양민트님께서 연참 요청과 함께 팬아트를 올려주셨네요. 팬아트는 제 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처음 본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을 아들로 받아들여주는건 레알 여신님 마음.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거나 하면서 미녀나 마음씨 좋은 여성분이랑 결혼하신 불을 그렇게 말하곤 하는데.

    창조의 절대자는 전 차원을 구했습니다. 아니, 저거 해볼만 할지도 모르겠는데.

    작가는 오늘중으로 한편 더 올린다. 그리고 월요일 0시 5분에도 원래 올리는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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