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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414화 (414/468)
  • 414/468 회

    < --혼돈-- >

    우리는 거북이 등껍질 위에 탔다, 평평한데다 손님들을 위한 사파리 버스 비슷한건지 앉는 자리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와, 진짜 사파리 같은데.

    거북이가 등껍질 속에서 얼굴과 다리를 꺼내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거북이는 느리지 않아?"

    "....... 토끼하고 달리기 시합 할 때, 꼼수 안썼으면 졌어"

    "애초에 신체 구조상 달리는데 지장이......."

    쿵쿵쿵쿵쿵쿵!!!

    애들의 말에 무색하게 거북이의 달리는 속도는 무지 빨랐다.

    잘 보니까 다리 구조가 일반 거북이와는 다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선형의 물속에서 헤엄치는 형태의 다리도 아니고 갈라파고스 거북 같이 걸을 수 있는 다리에 일반적인 사족보행 육지 동물의 다리 형태와 같이 생겼다.

    거기에 보통은 거북이의 다리는 등껍질 때문에 필연적으로 조금 꺽여질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아래쪽의 등껍질이 조금 작아서 빠르게 걸을 수 있는 형태다.

    거북이 주제에 엄청 빨라....!

    "신난다! 거북이 할아버지 돌격!!"

    "야, 레이지. 말도 알아 듣는다는데 너무 버릇없게 굴지 마"

    "하지만 신나잖아!"

    "........ 오빠 바보"

    아무리 생각해도 레이트가 어른스럽다. 나중에 레이지는 커서 말썽꾸러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재능이야 넘쳐나는것 처럼 보이는데...... 그걸 어떻게 쓸지는 본인 각오가 문제지.

    시원한 바람을 느끼면서 진짜로 사파리 버스에 탄 느낌으로 주변을 관광하자니 이거 데이트라기 보다는 가족 여행이 된것 같다.

    근데 이 거북이 승차감은 안좋은데. 쿵쿵거리고.

    그래도 짧게 타는데는 신기해서 좋다. 예전에 작열의 사막에서 낙타 비스무리한거 탈 때도 불편했지만 처음 탈 때는 신기해서 좋았다.

    슬슬 가보니 저 앞에 세계수라 불리는 거대한 나무가 점점 가까워진다.

    아니 보통 사람은 가까워진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거다. 그만큼 거대하기 때문에 원근감이 비틀어진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달이 뜬 밤에 길을 걷다가 문득 달이 따라오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나는것과 비슷한 원리.

    루이넬과 다른 애들은 거대한 나무정도로 인식하는것 같지만 나는 그 나무가 품고 있는 힘의 양에 기가 질려버렸다.

    저건 나보다도 힘의 총량이 많다. 마력이니 생명력이니 기니 그런 수준을 떠나서 의지만 따져도 나보다 높다. 로드로서의 의지, 그리고 그 로드의 의지를 끓어올리기 위해 분노를 이끌어내서 뿜어내는 출력의 의지보다 크다면 말 다했지.

    요컨데 저건....... 그래, 그거다. 형이 보여주고 데스 로드한테도 있던것.

    절대자의 일부, 자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

    신기, 형의 뇌룡과 데스 로드의 데스사이즈 더 엑시큐션 같은 것과 같은 부류의 물건이다.

    "시아야, 혹시 만날 사람이란게........"

    "네, 그분이세요"

    ....... 침착하자 팬텀.

    수많은 격전은 해치고 나아가서 지금 이곳까지 올라온 나다. 싸우는것도 아니고 겨우 이런거에 긴장하면 안되지.

    내가 만난 절대자는 창조의 절대자인 아버지, 운명의 절대자. 이렇게 2명 뿐이다. 절대자에 근접한 사람은 몇 있지만 순수하게 완벽한 절대자는 두명밖에 없다.

    그러니까........

    "어서오세요, 처음 뵙겠어요. 류시아의 어머니인 네이쳐 더 엠브레이스라고 해요"

    자연의 절대자다.

    나는 물론 다른 애들도, 심지어 루이넬마저도 흠칫 거리며 놀라서 한발자국 물러났다.

    기본적인 외형은 시아랑 그리 다르지 않다. 부모 자식간에는 닮는다고. 시아는 아마 저쪽은 많이 닮은듯 하다. 그것도 엄청.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저쪽이 원본이다. 그리고...... 부엇보다 분위기가 다르다.

    시아의 의지역장은 상대는 안정시키고 편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자연의 절대자인 그녀의 의지 역장은....... 마치 무한한 모성애. 어머니라면 누구나 있는 그런 모성애를 느끼게 해주면서 스스로의 마음에서 부터 오는 절대적인 제약을 건다.

    누군가 나보고 저분을 해하라 그러면 차라리 시킨놈을 팰거다.

    "이야기는 시아에게서 많이 들었어요. 그이의 둘째라면서요?"

    "아, 네...... 그렇습니다. 저기, 팬텀 류한. 팬텀이나 류한이나. 아무거나 불러주세요. 일단 류현이 아버지가 되니까, 둘째 맞습니다"

    "그럼 제 자식도 되겠네요!"

    아니, 잠깐만 보통은 조금 꺼려 하는게 정설 아닌가?

    일단 항렬상 자식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집 가계처럼 된다면 자연의 절대자, 저분에게 나는 피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남남이다.

    자기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인 류진이랑 류시아가 아닌 나에게 바로 저렇게 아들 취급하는거 처음 봤다.

    게다가 저 얼굴에 이 느낌. 간단하게 그리고 생각없이 말하는것 같지만 저거 그냥 진심이다.

    그래, 단 일말의 거짓도 망설임도 없이 처음 본 나를 그대로 그냥 '아들'취급 해주는거다. 그것도 남남인 나를.

    이사람 성격이 얼마나 착해먹은거야.......!

    "진이랑, 시아 이외에 다른 자식들을 보는건 처음이라서요. 듣자 하니 다들 다치고, 돌아가시고...... 그래서 남은건 저와 언니. 두사람 밖에 없어요"

    "저기, 언니라면?"

    "첫째인 그레이의 어머니, 파괴의 절대자 루인이지요. 저는 언니라고 부르고 있지만요"

    생각해보니까 나, 아까부터 자연적으로 존댓말을 쓰고 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눈치도 못챘어!

    "진이나 셋째는 요즘 얼굴 보기가 힘들고....... 그리고 우리 초면이죠?"

    "아, 네. 처음 뵙는거니까요. 그게 그러니까....... 뭐라고 불러드리면 좋을까요?"

    "처음부터 '어머니'라고 불려도 상관없지만. 그러면 류한이 부담스러워하겠죠?"

    그녀는 벌써 거기까지 고려하고 있다.

    내 어머니는 그녀가 아니다. 나를 배아파서 낳아주신 어머니는 지금은 돌아가신 분 딱 한분밖에 없다.

    어머니란 호칭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중 하나인데 오늘 만난 사람에게 바로 어머니라 부르는건 어색하면서도 부담스러운 일이지. 솔직히 새어머니가 생겼다고 바로 어머니라고 부르는 경우가 어디있냐?

    "한동안 이 네이쳐 가든에서 쉬고 가신다고요? 원하시는만큼 마음껏 쉬다 가세요. 필요한 편의는 다 봐드릴테니까요"

    생각해보니까 저분, 나한테도 존댓말 하고 있어.

    ........ 현모양처의 신님이시다.

    "저분이 팬텀 어머님?"

    "아니, 일단 항렬상. 내 어머니는 예전에 돌아가셨다고 이야기 했던것 같은데?"

    "그래도 조금 확인해 본거야. 아직 어머니라고 인정은 안하고 있구나?"

    "오늘 만난 사람을 바로 어머니라고 인정하는 것 부터가 이상한거 아냐?"

    "난 저런 분이라면 나도 모르게 인정해버릴것 같은데"

    솔직히 나도 그럴뻔 했다.

    만물을 보듬고 포용하는 그녀의 분위기는 아버지보다 위 같다. 하지만 분위기는 비슷하다.

    아버지는 창조의 절대자, 전 차원은 만물을 창조한 사람. 하지만 그 근본은 앞으로 나아가는 진보에서 나오는 창조 행위다.

    자연의 절대자인 그녀는 모든 생명체와 자연 환경의 지배자. 행성을 뒤덮은 빙하기도 그녀의 말 한마디면 걷힐 것이다.

    부담감이 100배 가까히 늘어났다.

    예쁜 여자와 결혼한 남자는 오히려 오래 못간다고 한다. 여자가 예쁘면 3년, 요리를 잘하면 30년, 마음이 착하면 결혼 생활이 평생을 간다고 하는데 사실 과불유급이라고 저정도로 현모양처면 남자가 부담스러워서 견디질 못한다.

    시아를 봐라! 시아만으로도 데려갈 남자가 없다. 아니 데려가려는 간큰놈은 있겠지만 얼굴이나 성격보고 반한것일 터, 정작 결혼 생활 시작하면 그 부담스런 현모양처력에 밀려 간이 상할것이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여자는 자꾸 들이대고 부담스럽게 하는 남자를 싫어한다고. 남자도 마찬가지다, 저렇게 부담스럽게 만드는 여자는 아무리 예뻐도 감수하기 힘들다.

    아버지 정도의 성격이 아니면 안될껄. 딱히 착하다는 쪽이 아니라 은근히 뻔뻔한 쪽으로.

    하기야 아내만 4명일 정도로 뻔뻔한 남자인데.

    내 어머니랑, 자연의 절대자 빼고는 나머지 두분..... 한분은 내 어머니처럼 돌아가셨다고 하니까 남은건 형의 어머니인 파괴의 절대자인가?

    창조의 절대자와 파괴의 절대자.

    으으으, 이 무슨 상반된 조합이지?

    만나는건 그렇다 치더라도.

    "좋은 분인지?"

    "응, 엄청. 시댁 생활은 걱정이 없을것 같아서 무지 좋은데....... 아니, 오히려 그러니까 부담 되거든. 내 일도 자기 일처럼 해줄것 같은 사람이라서"

    "저 성격이라면 좋게 말해서 현모양처고 나쁘게 말해서 호구지"

    하지만 호구는 안된다. 왜냐고? 아무리 악인이여도 그녀 앞에서는 쪽도 못쓴다, 아직 남아있는 내 정신 세계의 어둠이 기겁을 하면서 물러나는게 느껴진다.

    ....... 혼돈의 절대자의 혼돈도 움찔거리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절대자라도 같은 절대자의 힘은 무린가.

    "아빠! 아빠아!"

    "왜 그러니 우리딸?"

    "이거 봐봐!"

    시엔느가 무언가를 내민다. 보아하니 어느 나무에서 딴 나무 열매 같은데.

    "과일에서 채소 맛이 나!"

    "어? 정말?"

    나는 시엔느에게서 과일을 받았다. 붉은색의 마치 사과같은 과일이다.

    과일과 채소, 비슷하지만 다른 종류다. 채소는 기본적으로 단맛이 아는 경우가 드물다. 익히거나 조리하면 또 몰라도.

    하지만 과일은 달다. 냄새가 나는 두리안이라도 기본적으로 그 내용물은 사람이 간식으로 먹을 정도로 달고 맛있다.

    아삭, 하고 씹은 과육은 달다기 보다는 조금 밍밍하다. 그래 물이 많은 느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맛이 없는게 아니다.

    시원하다.

    이 맛은.......! 그래, 오이다. 사과에서 오이맛이 나는것 같다!

    "둥그런 오이?"

    대충 그런 느낌이다. 물론 보통의 오이보다 위. 내가 먹은 오이중에서 최상급이라고 가히 평가할 수 있다.

    아, 이런. 무심코 요리사로서의 재료를 고르는 본능이 나와버?

    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천성은 대마왕보다는 요리사다. 전직을 잘못한듯.

    "와아! 이거 봐봐! 맛있는 과일들이 한가득!"

    "과일이라기 보다는 채소나 견과류, 그 외 여러가지들이 섞여있지만요"

    래이지랑 레이트, 그리고 레이드가 시아랑 함께 품에 한가득 각양각색의 과일들을 가지고 온다.

    ...... 뭔 종류가 저렇게 많냐.

    별 신기한 과일들...... 아니 보아하니 시아가 말한대로 여러가지 과일과 채소 및 견과류와 심지어 고기맛이 나는 과일도 있다. 물론 생고기.

    익혀 먹으면 된다는데 소고기 맛이 나는 거랑, 돼지고기랑, 닭고기는 기본이요 그 외에도 별별 고기맛이 다 나는 과일들이 있다.

    쩌는데?

    영양도 비슷한걸로 보아 아마 이런것 덕분에 육식 동물도 딱히 사냥을 할 필요가 없을것 같다. 지나가다 한두개 따먹으면 될테니까.

    "그런데 여기 기후나 그런건 어떻게 하는거야? 이런건 다 재배하는 방법이 제각각일텐데"

    "네이쳐 가든은 모든 생물과 식물이 자랄수 있는 환경이예요. 아무리 까다로운 식물이라도 뿌리만 내리게 해준다면 쑥쑥 자라니까요"

    "쩐다, 와. 여기 진짜 농사 짓기 딱 좋구나"

    그냥 씨만 뿌리면 잡초가 있어도 알아서 자랄것 같다. 해충이나 그런게 있어도 딱히 상관없이 쭉쭉.

    오히려 식물의 성장 속도에 못이겨서 잡초도 해충도 못당할지도 모르지.

    동남아에 관광온듯한 느낌이다. 그쪽에서는 열대 과일 많이 먹는다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니까.

    과일만 먹고도 배가 부르다. 아, 지구에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빵맛 나는 열매도 있더라. 거기에 고기 맛 나는 열매랑 채소 맛 나는 열매를 잘라서 같이 먹으니까 딱 햄버거 먹는 느낌이다.

    애들도 좋아하는 눈치. 원래 애들은 싫어하는 음식도 흥미를 가지게 해주면 충분히 먹는다. 그리고 애들이 가려 먹는 성격은 아니라서 팍팍 잘도 먹는다.

    아이고 우리 시엔느, 복스럽게 먹기도 하지.

    햄스터나 다람쥐 같은 설치류가 먹이를 볼에 저장하는것 처럼 입안에 잔뜩 배어물어서 볼이 부풀려져 있는게 귀엽다.

    다른 놈들이야 상관 안하지. 레이트는 몰라도 레이지나 내 동생이라도 레이드같은 사내새끼는 관심 없다.

    "아, 시간이 ?

    네요. 저기 잠시 가도 될까요?"

    "어디 가는데?"

    "밭에 물 줄 시간이라서요"

    아니, 시아야. 너같은 미녀가 밭갈고 있니?

    네이쳐 가든에는 기본적으로 자연적으로 자라는, 방생주의를 기초로 하고 있지만 도움이 필요하거나 조금의 신경만 써준다면 품질이 아예 달라지는 식물들이 있다고 한다.

    요컨데 산삼 같은거.

    ...... 어? 산삼?

    "정확히 산삼이 아니라 직접 키우니까 그냥 삼이예요"

    "그래도 그렇지. 삼이라면 비싸고 몸에 좋다는 거잖아. 와, 난 삼 먹어본적 없는데"

    "가실 때 몇뿌리 챙겨 드릴까요?"

    "응, 그래주면 엄청 고맙지"

    비싼거, 그러니까 삼은 보통 더럽게 비싸다. 복날에 삼계탕 해먹을 때 좀 넣는 약재용 삼은 비교적 비싸진 않지만 십년만 묵어도 수십만원은 되는게 삼이다.

    옛날에는 키우질 못해서 산삼밖에 안나니까 한뿌리에 집 한채도 살 수 있다고 했는데. 양식이 가능해진 요즘도 비싸긴 비싸다고.

    게다가 수백년만 묵어봐라. 아주 승천할 기세다.

    장뇌삼이나, 동자삼이니, 종류도 많고. 먹으면 죽은 사람도 벌떡 일어날 정도라지.

    그만큼 삼은 비싸고 귀하다. 또 맞지 않는 사람은 몸에 안좋지만 그래도 맞는 사람은 몸보신에 아주 좋다.

    "어? 밭이다. 무지 크네"

    "...... 지평선이 멀어"

    "그래도 보자면 키우는 작물의 수가 많다 뿐이지 사실 수는 얼마 되지 않아요. 키우고 나면 말리거나 비축해둬서 보관하고.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줄 뿐이예요"

    한 밭의 수는 그리 크지 않지만 반대로 말해서 그 크지 않은 수의 밭이 수십개가 있다. 아마 일반적인 농가에서 평균적으로 키우는 넓이쯤 될까?

    한 종류의 작물을 작은 밭에서 여러개 키우니까 한 작물에서 나오는 양은 그리 많지 않을거다. 많아야 수백뿌리 정도 나오지 않을까?

    밭의 중앙에 강이 흐른다. 다리도 있어서 저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다리도 그냥 나무 줄기나 뿌리같은게 엮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저거 어떻게 만든거지? 일반적으로 식물이 원하는 모양과 방향으로 자라게 하는건 힘들텐데.

    "제 능력이 '소망'이니까요. 바라면 어지간한건 다 가능해요"

    "우리 집에서 가장 사기적인 능력을 가진건 막둥이 같은데"

    "설마요. 능력이 나빠도 사람이 쓰기 나름인걸요. 나쁜 능력도, 좋은 능력도 없어요"

    그런데 딱히 부정하지 않는걸 보면 네 능력이 사기라는건 아는가 보구나.

    시아는 중앙의 강에서 물뿌리개를 물속에 담는다.

    물뿌리개 통 안쪽에서 공기가 빠져나오면서 물이 들어가는게 보인다...... 그런데 너무 많이 나오는거 아냐?

    "아, 이 물뿌리개는 셋째 오라버니가 만들어주셨어요. 안쪽에는 본래 크기보다 물이 많이 들어가고. 그 물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물건이래요"

    "셋째가? 하기야 그녀석 뭔가 만드는게 특기라고 했었지"

    보아하니 한 통에 수십리터는 아주 가뿐하게 들어가는것 같다. 그걸로 모자라서 더욱 더 들어간다.

    용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펌프나 수도관을 연결하는 수고보다 저쪽이 훨씬 나은것 같다. 게다가 인공물이 하나도 없는 이곳에서 그런건 어울리지 않으니까.

    "하지만 힘들지 않아?"

    "어머니께서 그러셨어요. 작물은 키우는건 사랑과 정성이라고요. 생각없이 물을 뿌리는 것 보다 차라리 작물 하나하나 세심하게 물을 뿌려주는게 좋으니까요"

    아이구 우리 막둥이가 너무 착해서 일리엘이 소외될것 같다. 캐릭터가 너무 겹쳐!

    대신에 일리엘에게는 괴롭히고 싶은 가학 성향을 자극하는 얼빠짐이 있지! 그 2퍼센트 부족한 성격이 오히려 남자를 유혹한다.

    시아가 너무 완벽해서 저 멀리 떨어진 여신과 같은 것이라면, 일리엘은 조금 얼빠져서 오히려 닿을 수 있는. 가까운 무언가라고 할까?

    "음? 그런데 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아, 그건 저 위의 상류에서 물이 섞이는것 때문에 그래요. 원래 이 물은 동굴에서 샘이 터져 나와서 흐르는 지하수인데. 동굴 안 어딘가에 공청석유(空淸石乳)의 샘이 있다고 해요. 그래서 중간에 섞여서 물에서도 그 냄새가 옅게 난다고 하는데. 둘째 오라버니는 코가 밝으시네요"

    "...... 공청석유 그거 무림인들이 열내면서 찾는 영약 아닌가?"

    게다가 이 물, 목마르다고 레이지랑 레이트랑, 레이드가 마시고 있는데.

    아까 과일 먹다가 물을 마시지 않아서 벌컥벌컥 들이킨다.

    공청석유 함량이 얼마가 되는지는 몰라도 일반인은 평생 무병장수할것 같다.

    나야 영약은 소용없을 몸이니까 딱히 상관없지만.

    그런데 이 물을 먹고 자란 삼들은 뭐지?

    "아, 이 삼은 다 자란 모양이네요. 이것도, 아, 이것도. 가실 때 드릴께요"

    "저기, 그거 삼 이름이 뭐야?"

    "여기 있는건 오래 살아서 만년삼왕(萬年蔘王)이고. 이쪽에 있는건 천년삼(千年蔘), 저쪽에 있는건 인형설삼(人形雪蔘)이예요. 아, 저쪽에는 만년하수오도 있고. 강 너머의 밭에서 조금만 더 가면 나오는 과수원에는 천지음양과(天地陰陽果)라는 것도 있어요"

    .......... 아 시바 할말을 잃었습니다.

    거짓말인것 같지만 눈앞에서 시아가 조심스래 뽑은 삼에서 느껴지는 생명력은 족히 만년 분량이 된다. 실제로 만년을 산건 아니겠지만 이 네이쳐 가든 특성상 생명력과 기가 엄청나게 밀집되어 있어서, 게다가 이 땅은 특히나 더 밀집되어 있어서 천년삼이라도 몇년이면 키워진다.

    만년삼? 잘은 몰라도 자라는데 가속도가 붙을테니까 십몇년 걸릴껄.

    나는 반쯤 장난스럽게 물었다.

    "........ 시아야, 무림인들이 보고 뭐라 그러디?"

    "아, 선녀님이라고 그러면서 절하던데요?"

    아이구 우리 막둥이.

    ============================ 작품 후기 ============================

    영약 섭취시 부작용따위 네이쳐 가든산 앞에서는 무릎을 꿇습니다.

    네이쳐 가든의 양식산 영약은 차원 제이이이이이이일!!!

    10년이면 천년삼을 키우고 50년이면 만년삼왕도 가뿐히 나오죠.

    물에서는 적지만 공청석유 함량까지.

    아토피는 시골에서 일주일만 살다 오면 치료가 된다지만 네이쳐 가든에서 한달만 생활하면 무림 고수 탄생합니다.

    시아가 너무 착해서 차원에 미아가 되어 떨어진 사람은 치료하려고 만년삼왕같은거 대여섯뿌리는 가뿐히 먹여주거든요.

    팬텀이 태생은 중간계 출신이라서 반응이 적지만 무림 태생인 셋째랑 막내는 존나 어이없어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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