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408화 (408/468)
  • 408/468 회

    < --혼돈-- >

    루이넬에게 아주아주아주아주 부담스러운 생일 선물을 받을 것을 두려워한 나는 도망치던 중에 일리엘을 만났다.

    큰일이다.

    요즘 들어 큰일이 너무 많은것 같지만 진짜 큰일이다.

    내가 피하고 있던건 어디까지나 루이넬이고 일리엘은 뒷순위로 밀어 넣었기 때문에 돌아다니다가 만날 수 있다.

    일리엘은 나와 마주치자마자 얼굴을 붉혔다.

    "아니, 너무 그러지 마. 괜시리 설래잖아"

    "아, 아뇨...... 오늘 생일 축하드려요 팬텀님"

    지금이라도 당장 창문을 깨고 밖으로 튀어나가고 싶다.

    하지만 반대로 남자로서의 마음이 나를 이 자리에 고정하고 있다.

    어떻게 하지?

    안 선생님의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아니, 이게 아니지 '포기하면 거기서 시합 종료'라고.

    나는 포기하지 않아. 남자로서 당당히 나서겠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저, 저기....... 흐에에엥. 부, 부끄럽지만 어제 생각 많이 해봤어요오...."

    무리였다. 일리엘이 너무 귀여워!

    큰일이다, 로드로서의 의지조차 무너져간다! 어디까지나 그 의지가 움직이는건 내 마음! 내 마음에 빈틈이 생기면 아무리 행성 하나가 떨어진들 웃을 수 있는 로드로서의 강대한 의지라도 두부처럼 무너져 내릴수도 있다.

    무섭구나 일리엘.

    "이제 팬텀님하고 저는 결혼하니까....... 그러니까 이제 키스하는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럼 그 다음은?"

    "흐, 흐에에에엥?! 그, 그건 생각해본적 없어요! 부끄러워요!"

    하긴 나도 그 다음은 생각해본적 없다고. 용기가 안난다.

    나도 일단 멀쩡한 남성이다. 예전에 육체가 내 정신보단 그저 자연적으로 활동할 때는 몽정도 하고 그랬다고.

    한국에서는 야구동영상도 많이 봤다.

    근데 영상으로 보는거랑 직접 하는거랑 같냐.

    실제로 막상 눈앞에 일이 닥치면 긴장하고 자제하지 못할 사람이 대부분이다.

    "뭐, 일단은 천천히 하자. 진도 나가는 속도를 보면 루이넬이 제일 먼저겠지. 그리고 그 다음엔 자식도 낳고....... 아, 그러면 루이넬에게서 나오는 애가 너한테서 나오는 애보다 형이나 누나가 되겠네"

    "네?"

    "아니, 어머니가 달라도 일단은 형제니까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형 동생을 가릴 수밖에 없잖아? 보면 루이넬이 먼저니까 그렇게 되는거고"

    나랑 형, 그리고 셋째랑 막내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건 나다. 고작해야 20대.

    다른 애들은 세자리수나 네자리수에 들어가고 형은 확실히 네자리수다.

    하지만 형제순을 결정하는것은 나이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태어난 날.

    내가 형 다음으로 태어났으니까 둘째다.

    지금 상황상 루이넬이 먼저고, 그 다음이 일리엘이고......... 어디까지나 한번에 임신이 된다는 가정으로 하는거지만 결과적으로 형동생의 관계는 정해져 있다.

    "..... 그, 그렇게 되는건가요"

    "왜 이 부분에서 말을 더듬는거야?"

    "아뇨, 생각도 못한 부분이라서요. 그렇게 된다면......"

    어쩐지 일리엘이 이상한 부분에서 경쟁심을 불태우고 있는 기분이다.

    그녀는 조심히 내 앞으로 다가와 시선을 마주하고 까치발을 들어올려 내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내 키는 180센치미터. 루이넬이 아마 여자치고는 큰 170센치미터라 그냥 고개를 들어올리기만 해도 키스 할 수 있지만 일리엘의 키는 잘해야 165센치미터다.

    까치발을 해야 닿는다.

    하지만 따뜻한 입술의 감촉은 확실하게 느껴진다.

    "저, 저기..... 제가 혀를 넣는 키스는 어떻게 하는건지 잘 몰라서요......"

    "그냥 본능에 맞기면 될거라고 생각해"

    어차피 컴퓨터도, 전화도 없던 시절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몰라도 피를 이어서 잘 살아왔다.

    기본적으로 유전자 레벨에 기억되어 있을...... 아니, 천족은 애초에 생식으로 애 낳는게 아니잖아. 성행위라는거에 의미가 있는건가? 순수하게 쾌락을 추구하는걸로 하는거 아냐?

    그렇게 되면 애초에 일리엘도 자궁이라던가, 천족 남자의 음경이라던가 있을 필요가 없을텐데?

    아니, 아니, 아니, 그런거 생각하지 말자.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데.

    나는 이번에는 일리엘의 키에 맞춰 숙인 후에 내쪽에서 먼저 키스한다.

    키스 경험이라면 내쪽이 훨씬 위다. 루이넬이랑 하면서 조금 실력이 늘었으니까.

    처음 하는 사람과 한다면 내쪽이 리드할 자신이 있다.

    루이넬보다는 조금은 따뜻한 혀가 얽히면서 서로의 타액을 삼킨다.

    일리엘과는 처음하는 키스, 낮설어서 부끄러워하는 듯 하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그녀의 혀가 들어온다.

    페이스 조절을 위해 잠시 입술을 뗏다. 나야 입이 아닌 코로 숨을 쉬어도 충분하고 애초에 산소따윈 필요없을 몸이지만. 일리엘에게는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격렬한 키스하는데 들어가는 열량이 상당하다고 했던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일리엘.

    "키스란거....... 좋은거네요"

    큰일이다.

    일리엘 주제에 색기가 있어.

    거의 원정 비스무리하게 돌아다니다 오니까 그림자 속에는 선물들이 쌓이고 축하도 많이 받았다.

    파티는 딱히 열지 말라고 했다. 나중에 자축 겸 잠깐 작게 열면 되지 뭐. 급하게 준비하면 애들에게 너무 미안해진다.

    그리고 돌아와보니 루이넬이 속옷만 입고 침대에서 누워 기다리고 있었다.

    ....... 내가 먼저 샤워부터 해야하는건가?

    정작 속옷만 입어서 맨살이 나오는 면적이 대부분인 주제에, 아니 그것도 속옷 저거 평균적인 천의 면적이 적잖아. 중요 부위만 겨우 가릴 정도다.

    그러면서 얼굴을 붉히고 금방이라도 터질것 같이 어쩔줄 몰라하고 있는 루이넬.

    "야생의 루이넬이 나타났다. 1. 덮친다. 2. 포획한다. 3. 도망친다...... 내가 선택하는건 3번"

    "잠깐, 팬텀!"

    막상 도망가려던 순간 루이넬에게 뒤를 잡혀버렸다. 아니, 어떻게된거지?

    루이넬의 몸으로는 나를 잡을 수 없다. 애초에 마법사가 반응이 빨라도 그건 정신으로서지, 육체적인 것이 아니다.

    뒤를 돌아보니 루이넬이 평소랑 다르다. 요컨데 전투형. 근접 전투를 위해 특별히 루이넬이 개발했다던 모습이다.

    평소보다는 가슴이 조금 작아진듯한 기분이 드는데 전체적으로 잔근육이 늘어났다. 덕분에 쓸 수 있는 힘의 비율도 비약적으로 증가한 듯한 모습.

    ......... 나랑 자는게 설마 그정도로 전장이라고 생각하는거야?

    "그, 그게 아니라....... 체력이 필요할것 같아서. 게다가 몸을 움직이는데는 이런 모습이 더 편하고"

    "아, 큰일이다. 진짜 큰일이다. 루이넬이 너무 귀엽고 전문 용어로 모에해서 버틸수가 없다"

    이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꽉 말아쥔 손이 이제는 아예 살갗을 파고 들 지경이다.

    기쁨이 극에 다다르면 고요함만 온다고 하는데 아직은 그정도는 아닌가보다.

    "저기 팬텀..... 나 오늘 준비 ?

    으니까......."

    "설마 오늘이 위험한 날이라던가?"

    "어? 어떻게 알았어? 내 생리 주기 계산하고 있었던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루이넬의 생리하는 날은 대충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미약하게 풍기는 피냄새로 구별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나는 정작 생리 주기는 알아도 어느날이 임신하는 날인지 모른다. 가정 시간이 뭘 잘 들었어야지.

    생리 주기의 2주 전에서 3일이 어쩌고...... 내가 여자가 아니라서 딱히 관심이 없었던가 한이다.

    큰일이다, 오늘 위험한 날이란다. 한번도 한적 없지만 내 직감이 지금 경종을 울리고 있다.

    오늘 하면 단번에 임신이다.

    등 뒤로 식은 땀이 흘러내린다.

    물론 나도 자식을 만드는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이르다. 결혼도 몇년 뒤로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지.

    루이넬을 설득해야 한다.

    "저기, 루이넬"

    "..... 설마 이제와서 못하겠다느니 뒤로 빼려는건 아니겠지? 겁쟁이 같이?"

    "죄송합니다, 겁쟁이였습니다"

    차라리 겁쟁이가 되는게 좋지.

    "바보"

    루이넬은 간결하게 말하고 흥! 하고 고개를 돌리며 침대로 되돌아간다.

    그런데 옷좀 입어주면 안될까. 자극이 너무 심한데.

    "기대하게 해놓고 안한 벌이야. 뭐, 나도 반은 그럴거라고 예상 했었으니까"

    "정말?"

    "마법사는 준비하는 직업이라고. 덕분에 상당한 확률로 팬텀이 뒤로 뺄거라는걸 예상 했었어. 괜히 준비 하고 있었던것 같네"

    "미안해, 하지만 지금은 진짜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이 세계에 콘돔이 있겠냐. 만든다면 만들수야 있겠지만 인력 낭비다.

    형한테 부탁하면 가져다주겠지만. 그런걸로 신세지긴 부끄럽다.

    "아직 준비가 덜 된거야. 자식 교육에 대한 것도, 안정적인 가정도. 다른건 전부 준비 ?

    지만 우리에게 부족한건 시간이지"

    "그런건가? 나는 잘 모르겠는데"

    "우리 둘이 서로 사랑하고 여기까지 오는데 겨우 몇년 걸렸거든? 인간이라면 충분히 오랜 시간이긴 하지만 마족에게는 짧잖아?"

    결혼은 할거니까 남은건 그 뒤의 계획.

    원래 연애란 순수해야하는거고, 성관계는 결혼 뒤에 이루어져야 하는거다. 아무렴.

    "너무 빡빡한거 아냐?"

    "솔직히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느낌도 없지는 않지만 말이야"

    요즘 세상에 정조 개념 잘 지키는 사람이 어디있다니.

    중간계나 마계는 잘 모르겠지만 지구에서는 한번도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한 사람은 없다고 하지.

    그래도 원래 그런건 지켜야 하는 법이다. 문란하지 않은 성관계와 개방적인 성관계. 둘중 어느게 좋은건지는 안봐도 뻔하지.

    "흥, 줘도 못먹는 바보"

    아니, 루이넬 그건 진짜 나라도 마음에 상처를 입는데.

    "님! 첫날밤 경험담좀 들려주세요!"

    "안했는데?"

    "하하, 이런 고자새끼"

    "하하, 이런 최강인새끼"

    나는 강인이에게 주먹을 날렸다. 어딜 누구보고 고자래.

    동정주제에.

    "줘도 못먹은 주제에 말이 많다!"

    "애인 한명도 없는 새끼가 애인 두명인 사람에게 말이 많은데?"

    "흐아아아아아! 이런 개객기! 남자의 적!"

    게다가 저놈, 동정이다.

    애초에 애인이 있고 동정도 아닌 사람이 변태일리는, 아니 변태일수는 있으니까 저런 수준으로 떨어진 변태일리가 없지 않은가.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고 인간의 성욕을 풀 수 있다면 현자 타임에 들어가서 변태력이 저하된다.

    눈앞에서 미녀가 알몸으로 있어도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게 바로 현자타임이지.

    "그런데 진짜 못한거야? 진짜로? 눈앞에 그런 미녀 제수씨를 두고?"

    "응, 그래 이새끼야. 나 줘도 못먹은 김첨지 마누라가 ?

    다 왜? 그리고 또 왜 제수씨야? 형수님이라고 불러!"

    "웃기고 자빠졌네. 너 생일 10월 17일이라며? 내 생일은 7월 26일이다 멍청아!"

    "애초에 내가 한국에 떨어졌을 때 영양 부족으로 몸이 어려서 원래 나이보다 적게 측정된거거든? 실제 나이는 아마 여기서 플러스 2,3살 정도 될껄?"

    "헐"

    생각해보니 나 이제 30대에 근접했구나. 예전에 호적 등록할 때 나이만 생각했지 그 전 나이는 생각을 안했어.

    바슈탈 공작가에서 내가 일한 만큼만 먹었어도 포식했겠다. 기껏해야 하루에 한끼. 그나마 운이 좋아야지 차게 식은 스프라도 줬지. 개새끼들. 다시 생각하니까 화가......

    욱신.

    아, 젠장할. 두통이 밀려온다. 혼돈의 절대자의 혼돈이 꿈틀거리면서 반응한다.

    빌어먹을, 이거 어떻게든 처리해야하는데.

    "아, 잠깐만. 그러고 보니까 이거 일이 어떻게 된거였더라?"

    생일 하니까 갑자기 생각났다.

    이건 원래 내가 일리엘이랑 루이넬한테 평소에 못해주니까 잘해주려다가 나온거다. 이벤트라고는 생일 밖에 기억 안나고 두사람 다 인간의 수명은 훌쩍 넘기는 존재니까 만난지 100일이라던가 1000일은 하기 식상하다. 나중에 10주년쯤 되야 할만하겠네.

    중간에 뭐가 빠졌다.

    루이넬의 생일은 축하하고 선물까지 줬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일리엘은?

    듣자하니 지났다고 하던데. 그래서 언제지?

    나는 최강인과 헤어지고 형을을 만나 정확히 언제인지 물어보았다. 루이넬이 계산한 시간에 형이 지구 식으로 날짜를 알려준다.

    "둘째 제수씨 생일이 10월 8일로 나오는데?"

    나랑 9일밖에 차이가 안나?! 그보다 같은 달이였어?!

    생각보다 부부의 생일이 같은 달에 있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런데 이거 진짜 우연이잖아.

    그러고 생각해보면 겨우 9일 전에 일리엘 생일이였다.

    큰일이다 이거, 요즘 들어서 너무 '큰일이다'라는 생각과 말 자체를 많이 하는것 같지만 진짜 큰일이다.

    일리엘 생일 파티는 못하더라도 늦게나마 생일 선물은 챙겨주고 싶다.

    다른 애들은 어제 내 생일을 챙겨줬으니 또 생일 챙기라고 하면 힘들테니까 말 하지 말고 나만 좀 챙겨주고 나중에 챙겨달라고 해놓자.

    일단 나라도 먼저 일리엘을 챙겨줘야지.

    "생일 선물인가요?"

    "응, 혹시 뭐 바라는거라도 있어? 늦게나마 생일 선물 주려고 하는거니까 거절하진 말아줘"

    "글쎄요, 딱히 바라는건......... 아"

    하나 있는 모양이다.

    어떤것이냐! 어떤것이든 들어주겠어!

    설령 형을 때려눕혀 달라는거라 하더라도 해주마! 언젠간 되겠지!

    "...... 아뇨, 역시 ?

    어요. 괜히 팬텀님에게 폐를 끼치게 할수는 없으니까요"

    "일리엘, 내가 여태까지 너한테 폐 끼친게 수십배는 더 많을거야. 그걸 조금이라도 지울 수 있도록 네가 원하는걸 말해줘"

    드래곤볼의 신룡처럼. 아니, 그놈은 죽은 놈은 살릴 수 있지만 나는 못살린다. 대신에 사이어인은 막을 수 있지.

    사이어인 따위, 난 이제 브로리쯤 와야 싸울만할거다. 아마 풀 파워로 로드의 힘을 쓴다면 손오공이랑 베지터가 초사이언4로 퓨전한다 한들 싸울 수 있지 않을까.

    내 간곡한 부탁에 일리엘이 조심히 말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저, 고향에 다녀오고 싶어요"

    천계에?

    ============================ 작품 후기 ============================

    자다 일어나니 지금이네요. 으어어, 밤새 소설 쓸 생각으로 푹잤더니.

    늦게 올려서 죄송함요.

    근데 차라리 안올리는게 나을껄 그랬죠?

    일리엘으 ㄴ이ㅏ루니ㅏ우린?

    ㄶㄴㅇㅎ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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