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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396화 (396/468)
  • 396/468 회

    < --혼돈-- >

    로드로서의 힘을 잃어버리고 혼돈의 절대자가 정신 세계를 침식해서 어느정도 복잡해진 머리를 감싸매며 정신적으로 피곤해서 잠이 들었다.

    그러던 도중에 따뜻하고 사람 기척이 느껴져서 비몽사몽간에 끌어안았다.

    그리고 눈떠보니까 일리엘이랑 같이 껴안고 자고 있더라.

    "뭐야, 일리엘이였네"

    다시 자야지.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청한다.

    드림 로드야 오늘은 오지 말고 혹시 오더라도 네가 나오는 악몽 말고.......... 어?

    잠깐만. 지금 뭐라고?

    내가 루이넬을 일리엘로 착각한건가?

    분명 이름에 리을이 들어가는 개수를 같다. 루이넬 2개. 일리엘....... 어라, 일리엘은 3개네.

    아무튼 어쩐지 루이넬보다 일리엘의 발음이 조금 더 굴려지더라니.

    그래도 둘 다 리을 덕분에 발음하는데는 비슷하니까. 처음 듣는 사람은 주의 하지 않으면 헷갈릴수도 있다.

    그렇다곤 하더라도....... 이 내가 루이넬과 일리엘을 구별하지 못했다고?

    다시 눈을 떠서 확인한다.

    하늘색 머리카락에 옥시크린으로 빨아도 저렇게는 하얗게는 안나오는 두쌍의 날개.

    몸의 신성력이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내가 포용 못할것도 아니다. 오히려 내가 걱정하는건 내 몸안의 강대한 마력 덕분에 미약하게나마 충격을 입을 일리엘을 걱정하는거지.

    마력을 감지하는 대로 전부 꾹꾹 끌어들여서 내 몸안에 넣고 쑤셔 넣는다. 단 한조각의 마력도 빠져나가지 않게.

    조금 일리엘의 숨이 편안해지는게 느껴졌다. 미묘한 차이지만 내가 아니라면 느끼기 힘들 정도로.

    역시 내 마력이 방해한거구나. 여태까지 눈치도 못채고....... 이런 바보같은 나.

    "시싯, 시시싯!

    (오랜만에 이몸 등장!)"

    "닥쳐, 일리엘 잔다. 깨우면 너를 고슴도치 구이로 먹어버리겠어. 고슴도치는 가시 빼고 꼬챙이에 끼운 다음에 구워 먹으면 된다는데"

    "시이이잇!

    (싫어어어어!!)"

    이렌이 반쯤 구르면서 침대 위에서 떨어져 내려간다.

    분위기 방해하지 말라고 얌마.

    오랜만에 푹좀 자자, 로드가 된 이후로 가수면 같은건 하지만 진짜로 피곤해서 자는 수면은 하지 못했단 말이야.

    게다가 옆에 일리엘이 있다고.

    같이 껴안고 자고 있다고.

    난 잠버릇이 나쁘지만 옆에 사람이 있으면 의외로 잘 안움직여서 괜찮아진다. 태생부터 옆에 누가 있어야 한다고 할까.

    새근새근, 일리엘의 가슴이 조금씩 들어올렸다 내려갔다 하는게 보인다. 아, 가슴 크다.

    ......... 덮쳐버릴까?

    "핫,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상념을 떨쳐내라 나!"

    우리 순수하고 어여쁜 일리엘을 덮친다고?

    너무너무 귀엽고 순수하고 착하고 현모양처에 울먹이는게 너무 사랑스러워서 괴롭혀주고 싶은 일리엘을 덮친다고?

    ...... 생각해보면 덮쳐진 일리엘은 어떻게 울까 궁금해졌다.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초식남도 육식남으로 바꾸다니. 일리엘 무서운 아이.......!

    아무튼 잡념은 우겨넣고 다시 자자.

    아, 행복하다.

    혼돈의 절대자 따위 엿이나 먹으라지. 지금은 일리엘을 껴안고 푹 자고 싶은 심정이다.

    현재 루이넬은 지금 터지기 직전의 폭탄이나 다름 없었다.

    차원간 무역 때문에 정리하는 서류들의 양이 부쩍 늘어서 며칠간 밤을 새서 일을 했다.

    거기에 오늘은 여자가 한달에 한번 걸린다는 마법의 날이다.

    그것도 이틀째.

    여자가 가장 신경과 고통이 많은 그날에 일까지 겹쳐서 컨디션이 바닥으로 치닿고 있었다.

    물론 육체적으론 멀쩡하다. 다만 정신적으로 피곤할 뿐이지.

    지친 정신으로 반쯤 좀비에 가깝게 팬텀의 방에 들어온 루이넬은 외도의 장면을 목격해버렸다.

    일리엘이랑 팬텀이랑 서로 껴안고 자고 있다.

    그렇고 그런, 적어도 최후의 선을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서로 친근하게 껴안고 온기를 느끼면서 깊은 잠에 취해 있는 모습을 본 루이넬은 자기가 헛것을 본건가 싶었다.

    그래서 일단은 씻고 정신좀 차린 다음에 보기로 하고 방에 딸린 욕실에서 따뜻하게 데워진 물에 몸을 담가 피로를 풀고 오랜만에 개운하게 씻고 나와 다시 한번 침대를 보았다.

    이제는 완전히 하나로 보일 정도로 껴안고 있다. 눈꼴시어서 못봐줄 지경.

    루이넬의 이미에 만화처럼 사차선 도로로 혈관 자국이 나는것 같았다.

    일단 침착하자.

    루이넬은 스스로를 다잡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지금 여기서 내가 나서봤자 이야기에서나 나오는 악녀밖에 되지 않아. 그렇게 된다면 전형적인 클리셰로 나는 나중에 찬밥신세로 전락하게 될거야. 일리엘은 승자가 되서 팬텀이랑 결혼하고 나는 충격을 먹고 '내가 갖지 못할 바에야 부숴버릴꺼야'하고 자폭할 생각으로 다크 로드 캐슬의 동력원을 폭발시키겠지"

    엄중히 관리되고 있다지만 대마왕인 팬텀과 마왕들은 다크 로드 캐슬의 동력원인 파편 충돌 에너지 생성장치에 간섭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루이넬이 빡돌면 그걸 과부화시켜서 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전부 끝.

    지금 로드의 힘을 잃어버린 팬텀도 조금 아슬아슬할 정도로 데미지를 입고 동시에 중간계 대륙 대부분이 날아가며 생명체란 생명체는 싸그리 쓸려나간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대규모의 폭발로 인해 행성의 균형 자체가 뒤흔들려서 행성의 자전에도 영향을 끼치고 무엇보다 차원의 균열이 생겨서 인근의 모든 것들이 빨려들어가 차원의 틈새로 내던져진다.

    그야말로 재앙중에 재앙.

    행성을 못쓰게 만들어버릴 정도의 여파다.

    아무튼 맘만 먹는다면 루이넬은 물론 다른 마왕들도 할 수 있다는 소리다.

    만약 루이넬의 예상대로 여기서 폭발해서 팬텀이랑 싸우고 사이가 소원해지면 일리엘이 여우처럼 끼어들어 그걸 위로해주면서 친해지다가 결국에는 결혼에 골인.

    남은 루이넬만 찬밥 신세.

    그리고 사랑이 증오가 되는건 한순간이고 그대로 전부 싹 다 죽여버릴거야, 하는 마음가짐으로 루이넬이 폭주하면 그건 그거대로 큰일난다.

    예전에 10대 소녀의 체형을 가졌을 때, 아직 성인식을 치르기 전의 어릴 때라면 정신적으로 미숙하고 경험도 모자라서 폭발했겠지만 지금의 그녀는 성인이고 또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생각 할 줄 안다.

    거기에 마법사. 머릿속에서는 지금도 그녀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어떻게 방법을 타개할지 빠르게 계산중이다.

    "으으으, 으으으읏! 우으으으으읏!!!"

    괴상한 소리를 내며 루이넬이 고민한다.

    팔짱을 낀채 얼굴을 붉히며 이리저리 폭발할 기세로 머리를 짜내보지만 딱히 방법이 없다.

    아니, 한가지 방법은 있다.

    일리엘을 인정한다.

    예전에도 루이넬은 일리엘은 인정한적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라이벌'로서다.

    팬텀의 여성으로서의 라이벌. 카르덴? 카르덴은 애초에 안중에도 없다.

    불쌍한 이야기지만 카르덴은 유일한 무기가 알몸 육탄 돌격. 그나마 팬텀이 지금 어느정도 내성이 생겨버렸다. 물론 여자 몸에 대해서는 아니지만 카르덴에 한정해서.

    남은 라이벌은 일리엘 하나.

    다시 말하지만 팬텀의 이상형은 어머니를 같은 여성. 착하고 순수하고 내조를 잘하는 현모양처다.

    거기에 보자면 루이넬은 100점중에 85점. 요리라던가 그런건 어느정도 배운다면 커버가 가능한 부분이지만 성격까지는 무리다. 루이넬은 기본적으로 츤데레, 새침부끄스런 성격이기에 순종적인 아내하곤 거리가 조금 있다.

    그런데 일리엘은 뭔가!

    100점 만점에 150점을 받을 정도로 현모양처란 이름에 걸맞는다. 전 차원에서 일리엘과 동급의 현모양처는 몇 있겠지만 적어도 그 이상의 현모양처는 딱 두명밖에 없다고 자부 할 수 있다.

    눈앞에서 바람피우는걸 봐도 그저 남편을 보필하는, 어찌보면 호구나 다름없는 성격의 아내.

    그게 일리엘이다.

    지금만 하더라면 팬텀의 흑발과 일리엘의 흰 날개가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누워 있는 모습이 천생연분같다.

    질투가 나지만 사실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고 싶지 않거든. 그러니까 인정 하지 않을거고, 인정하지 않을거야"

    같은 말을 중얼거리면서 루이넬이 부정하고 있지만 마음은 벌써 인정해버렸다.

    일리엘도 팬텀과 어울린다.

    물론 루이넬도 팬텀과 어울린다. 하지만 각자의 분야가 다르다.

    루이넬은 예전부터 팬텀을 이해하고 그와 함께 여러 사선을 넘어오면서 가까워진 사이.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서로를 믿을 수 있다.

    일리엘은 앞서기 보다는 그저 뒤에 서서 바라봐주는 역할. 하지만 그런 팬텀의 뒤에서 그가 넘어지려고 한다면 누구보다 나서서 그를 받쳐준다.

    루이넬이 옆에 있어 준다면 일리엘은 뒤에 있어준다.

    앞? 그건 없는게 당연한거지. 팬텀의 길은 오로지 팬텀만이 나아갈 수 있다. 루이넬과 일리엘은 같이 따라가는 것 뿐이고.

    결과적으로 말해서.

    루이넬은 패배를 시인했다.

    일리엘을 인정했다.

    ".......... 팬텀이랑 결혼 할 때 쓰려고 드레스 주문했는데. 다른 드레스도 주문해야겠네. 등 부분이 드러난걸로 해서 날개를 나오게 하고. 색깥은 하늘색이나 흰색으로 할까?"

    결혼식은 기왕이면 한 시에 치르는게 좋겠지.

    아니, 잠깐만.

    순간 일리엘의 머릿속에 조금 야하지면 확실히 결정해야 할 사실이 한가지 스쳐지나갔다.

    아무리 일리엘이라도 이거 하나만큼은 양보 못한다.

    "첫날밤 첫번째는 내꺼야. 이건 절대로절대로절대로절대로 양보해줄 수 없어"

    흥! 하고 루이넬이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이내 잠을 청하기 위해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눈을 떠보니 일어나지 못하겠더라, 내 양팔을 배개 삼아 일리엘과 어느세 끼어든 루이넬이 배고 자고 있기 때문이다.

    아, 이거 좋다. 보통 사람이라면 팔에 피가 안통해서 힘들겠지만 내 혈관 하나가 강철보다 단단할걸?

    겨우 여성 한명 머리 무게쯤이야 가볍게 견딘다. 아예 부담조차 없다.

    그런데 양손에 꽃이라니. 아니 이게 무슨소리야.

    내가 루이넬 성격 알아서 그런건데 나랑 일리엘이랑 껴안고 자는것 보고 한번 푸닥거리 했을텐데.

    못보고 잔건가? 아니, 그것도 아닐텐데.

    아무렴 뭐 어떠냐.

    지금 나는 분노라곤 한조각도 느끼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다.

    오히려 행복이 혼돈의 절대자의 혼돈을 사그라들게 할 수 있다면 진작에 사라지게 만들었을 정도로 만족감과 행복함이 가득하다.

    아아, 이게 가족이구나.

    레이드와는 다른 의미로 내가 받아들인 가족이자 혈연.

    이후에는 또 내가 자식이 생기고 그 혈연이 이어져나가겠지.

    언젠가는 나도 손자를 볼 때가 올까?

    하루 앞의 미래도 모르는게 사람의 내일.......... 이라곤 하는데 솔직히 절대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로드라면 미래도 볼 수 있을것 같다. 아무튼 그건 넘어가고. 미래도 잘 모르는데 손자 걱정이라니.

    문득 레이드와 시엔느, 그리고 두사람이랑 같이 놀던 스트라이크라는 성을 쓰는 쌍둥이 남매가 생각났다.

    루이넬이랑 일리엘이랑 한명씩 애를 낳아도 두명이나 될테고. 어쩌다 보면 둘중 한명이 더 낳거나 둘 다 한명씩 더 낳으면 세명이나 네명......... 와, 많구나.

    대가족이다. 보통 4인 가족에 익숙한 나에게는 그정도나 되는 아이는........ 고아원 생활 할 때 이후로 처음이겠지.

    시엔느도 커서 가정을 이루면, 아니 시엔느는 성장이 멈췄잖아. 게다가 보니까 생리도 안하던데.

    우리 시엔느를 달라고 하는 새끼는 내가 소아성애자로 간주하고 쳐죽여줄테다.

    혹시나 먼 미래에 시엔느가 성장해서 결혼하고 손자가 생기면 그때쯤은.......... 풍성한 행복이 가득하겠지.

    3대의 가족이 명절 같은 날 모여서 같은 상을 앞에 두고 밥을 먹는다.

    "아.........."

    내가 언제나 그리고 싶었던 꿈.

    내 피가 이어지고, 내 의지가 이어진 아이들과 함께 있는 삶은 그야말로 행복이란 단어 이외에는 표현을 할 수 없겠지.

    하지만 먼 미래의 일.

    지금은....... 그저 지금 가지고 있는 행복을 느껴주면 그만이다.

    나는 안심하고 다시 한번 잠을 청했다.

    언제까지나 이 행복이 계속되길.

    ============================ 작품 후기 ============================

    그럴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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