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386화 (386/468)

386/468 회

< --슬슬 중간계 점령 해야지?

-- >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슬슬 일어나 집 밖으로 나왔다. 따뜻한 차를 마시고 찬 바람을 쐬니까 기분이 묘하다.

내 집에서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산책로 수준. 겨우 30분 정도 바짝 걸으면 도착한다.

다만 이게 어린애 걸음으로 하면 한시간도 넘게 걸려서. 예전엔 꽤 힘들었었다. 어느정도 체력 단련같은 것도 되는 생각으로 다니긴 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까 상당히 짧은 거리다.

일단 나는 물론 루이넬도, 그리고 심지어 일리엘 마저도 체력은 일반 성인 남성을 가볍게 웃돈다. 가녀린 일리엘이지만 적어도 종족 평균은 있으니까.

하급 천족일때도 성인 남성 한두명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 중급 천족이 된 이상 그 이상이겠지.

아, 물론 일리엘이 강해진다고 수련을 하면 충분히 이 이상의 실력을 가지는것도 되겠지만 무엇보다 여기가 천계가 아니니까 무리.

아무리 나라도 마왕의 몸을 한 상태에서 상반된 힘인 신성력을 강제로 변환했다간 몸이 폭발한다. 그렇다고 소량만 변환하면 마력에 짖눌려 소멸한다.

어느정도 내 마력에 비등하고 일리엘에게 줄 정도의 신성력은 로드의 상태가 아닌 이상 무리.

어차피 일리엘은 그리 강해지고 싶다고 하지 않는데 일부러 할 필요는 없겠지. 힘 낭비야. 잉여력 낭비지.

어? 잉여력은 낭비하는게 좋은거 아니였던가?

"도착, 여기가 내가 예전부터 자라고 일하던 마을이야"

"작지만 튼실하네. 작은 마을 답지 않게 북적북적하고......... 여기 관광지 인근이라서 사람이 많이 다닌다고 했지?"

"기껏해야 하루 머무를 정도지만 그걸로 작은 마을 하나 운영하기엔 충분하지"

큰 도시는 여기에서 하루정도 떨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광지에서 돌아 오거나, 반대로 도시에서 떠났는데 급격한 날씨 변화나 약간의 휴식. 혹은 시간차로 인해서 며칠 쉬고가는 마을이다.

그정도라면 마을이 충분히 커지지 않냐고?

어차피 하루 거리에 큰 도시가 있는데 뭐하러? 인력 낭비다.

아무튼 그래도 내가 살던 마을이다.

에이미의 쉼터........ 촌스런 이름 좀 바꾸라니까. 어째 내가 어릴 때부터 저 이름이야.

"이번에는 아는 지인들 좀 만나볼까...... 아, 점심 시간이니까 지금쯤 다들 모여있겠네"

"모여있다니?"

"예전부터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이 점심 시간에는 에이미의 쉼터에 모여서 먹거든. 그래서 어지간한 사람은 다 모이지"

좋아, 난입하자.

마을 회관처럼 마을 사람들이 모여있는 식당에 충동적으로 출현해서 깜짝 놀래켜줘야지.

저 앞에 왁자지껄, 시끌시끌 거리는 식당이 보인다. 내가 예상한 대로 역시 점심시간인 듯 하다.

긴급 출현!

"이몸 등장!"

그리고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으음? 아가씨는 누군가? 여행자?"

"아니, 아가씨 치곤 꽤나 가슴이 없지 않아?"

"그런 사람도 있는 법이지. 여행자들은 대부분 운동을 많이 해서 가슴이 작은편이지 않나?"

"아니 이사람이?! 그럼 내 손녀는 놀기만 해서 가슴 크다는 소린가?"

"와! 할아버지들이 또 싸우신다!"

"로버트 할아버지는 은근히 손녀 자랑하고 있어!"

"확실히 로즈는 가슴이 참 착하지. 나도 좋아해"

".......... 좋아해?"

"아니, 가슴이"

"변태다, 변태가 여기있어. 로버트 할아버지가 대장간에서 망치 들고와서 때릴 기세야"

"막아, 살인사건 날 일 있어?"

"네놈같이 가슴이나 밝히는 녀석을, 내 오늘 단죄하러 왔다!"

"진짜 왔다! 경비병! 경비병!"

작은 마을의 특성이다.

어디까지나 이 마을은 작다. 기껏해야 50가구 안팍으로 살고 있을 정도겠지.

거기에 사는 시간도 아마 100년까진 안되더라도 수십년은 족히 될터. 한 사람이 어린애에서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의 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이 좁다. 누구나 길 가다가 하루에 한두번씩 마주칠 정도이기 때문에 마을안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아는 사람은 집안에 뭐가 있는지 알 수도 있다.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서로의 정이 깊다. 덕분에 오래전부터 이런 분위기였다.

"아, 저기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하지....... 에이미 누나나 알버트 형은?"

"에이미 누나는 잠시 재료를 사러 나갔고. 알버트 형도 짐꾼 삼아 나갔는데? 아, 혹시 두사람 지인?"

"당연히 그렇지...... 근데 너 낯이 많이 익은데. 혹시 이름이 니론?"

"응? 그런데?"

"우리 마을에서 닭을 제일 많이 키우던 페커스 아저씨네 아들 그 니론?"

"어? 어떻게 알았어?"

"예전엔 계란 때문에 매일 신세 졌잖아. 그거 기억안나?"

이 시대에서는 양계장이 없다. 즉 공장식으로 닭을 키우는 집이 없다는 소리다.

덕분에 고기도 안된다고 죽어나가는 수컷 병아리는 없지만........ 그렇기 때문이 계란은 귀한 물건이다.

마치 7,80년대의 한국과 같을까. 품종 문제도 있지만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마법사가 있다면 누가 닭 키우는 일 같은걸 하려고? 물론 초반을 제외하면 나중에는 때돈을 벌겠지만........ 그런 귀찮음과 초기 자본을 감당해줄 사람이 없겠지.

아무튼 니론의 아버지인 페커스 아저씨는 우리 마을에서 가장 많은 닭을 키우고 있다. 한 수십마리?

우리집이 아버지가 나갔어도 남겨둔 재산은 있었는지 부족함은 없게 자란지라. 매일 계란 받으러 갔었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까지는.

"매일 신세졌다고? 우리 마을에서 그정도로 계란을 받아간 사람은 한사람밖에 없는데........."

"이몸 등장, 나야 나. 류한이라고"

"......... 엑?"

뭐야, 왜 반응이 이래? 설마 에이미 누나랑 알버트 형이 말 안해준건가?

"진짜? 진짜 류한이야? 예전에 행방불명 된 그 류한?"

"어디보자. 니론 네가 아마 제일 좋아하던게 밀가루를 써서 얇게 구워낸 토르티야 같은거에 소고기를 다진거 말고 길고 ?

게 썰은걸 볶은 다음에 야채랑 매콤한 내 특제 소스 넣고 말아낸거였지? 작다고 애들 몰래 먹기도 좋아했던거"

"핫?! 그건 진짜 류한밖에 모르는건데?"

"류한이라고?"

"저 아가씨가?"

아니, 나 아가씨 아냐. 외견이 좀 바뀌었지만........ 그냥 변장용 팔찌 들고올껄 그랬나.

아무튼 다들 오랜만에 봐서 반갑다. 몇몇 없는 얼굴도 있지만 일 때문에 빠져있거나...... 아니면 죽었겠지. 그래도 아는 얼굴은 대부분 다 있다.

"아, 루이넬. 일리엘! 밖에 있지 말고 이제 들어와. 아, 오랜만에 왔는데 충격적인거 알려줄께. 나 결혼할 사람 생겼어"

"오오오! 좋은데! 결혼하는거야?"

"나도 아직 못했는데!"

"노총각 하론 형은 다물어!"

"요즘 젊은 애들은 갑자기 튀어나와서 큰 소식을 들고온다니까. 행방불명?

다 나온것도 굉장한 일인데 결혼이라니"

그리고 루이넬과 일리엘이 들어오고, 대장간의 로버트 할아버지랑 차를 키우는 엘른 할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실뻔 했다.

하나는 루이넬의 외모에, 다른 하나는 일리엘의 날개에.

아참, 말도 '어'다르고 '아'다르다고. 결혼할 사람 있다고 말하고 불러서 들어오게 해놨는데. 두 사람 다 들어온다면.........

"............ 두명씩이나?"

"아냐, 한명은 여자 친구야"

"여자친구?!"

"여자 친구. 띄어쓰기 제대로 해"

"미친! 그게 그거지! 어릴 때부터 일편단심이라고 말한 녀석이이이이이이이이!!!"

니론의 주먹이 내 얼굴에 꽂혔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뭐라고 해야하나..........

익숙해서 오히려 기분이 좋다.

모인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들 믿는건지 안믿는건지 모를 얼굴이지만 이야기는 꽤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이제는 더 간략하기도 힘들다.

바슈탈 공작가로의 납치.

레오도스론의 실험체.

차원이동.

마계에 떨어진 나. 그리고 마왕을 죽인 나.

대마왕 등극.

이후에 좀 더 많은 이야기가, 과거로 돌아가서 대마왕을 죽인 이야기도 있지만 이전의 이야기만으로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다수.

그런 고로 적당히 조절해서 마계 파트까지만 잘라 말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일반인에게는 충격적이다. 무엇보다 마계 파트 최종장이라 할 수 있는 다크 로드 캐슬의 일이 있으니까.

"흐음.........."

"저기, 어떻게 생각해? 나, 이제 대마왕이 ?

는데"

"으음.... 음........."

다들 생각하는 눈치. 조금 거리를 벌린 사람도 한두명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사람은 없다.

"뭐, 다를게 있겠나. 어차피 우리같이 작은 마을에서 사는 사람들이 대마왕이니 마계니, 마왕이니 해봤자 저 눈앞의 천족 아가씨처럼 직접 본것도 아닌데 현실감이 들지 않는게 당연하지않나. 무엇보다 대마왕 류한은 모르지만 우리 마을에서 여관일 돕고 요리 잘하던 그 류한이라면 난 기억하고 있지"

"이 노친네가 같이 늙어가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데 이번에는 옳은말 했구만"

"아니, 이사람이? 난 아직도 팔팔해!"

"어제 먹은 반찬도 가물가물한 사람이 팔팔하긴 무슨"

"야, 할아버지들 또 싸우신다. 막아!"

이쪽은 한번 더 난장판이 벌어진다.

루이넬과 일리엘쪽은 이종족이지만 생각보다 거부감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특히 일리엘은 애들이 날개를 만지고 놀고 있어서 훈훈한 분위기를 띈다.

"참고로 결혼하는건 이쪽. 이름은 루이넬이야"

"아, 저기....... 반가워요. 루이넬 퍼스트 블러드 뱀파이어 로드. 지혜의 마왕직을 맡고 있는........."

"그렇게 말해봤자 촌구석에 있는 우리들은 못알아들어요 제수씨"

"니로오오오온! 누가 제수씨냐! 형수님을 잘못말한거겠지!"

"어쭈? 내가 한살 더 많았지 않냐?"

"싸우면 내가 이겼지? 지금도 물론 그럴테고"

"싸워볼래?"

"님, 맞을래요? 네? 맞을래요? 대마왕한테 맞으면 목이 떨어져나갈텐데?"

"응응, 그래. 그래서 제수씨"

"형수님!"

"제수씨!"

이놈이 의견을 굽힐 생각 안한다. 물론 예전에 한살인가 두살인가 니론이 나이가 더 많았지만 요즘 한두살 가지고 누가 형 대접 해주냐?

사회에서 한두살 정도는 그냥 친구다. 애초에 유년기도 같이 보냈는데 형같은 소리는 개뿔이.

"어이구, 이쪽의 천족 아가씨는 참하구만. 그래, 내 막내 손주놈은 어떤가? 고놈이 요즘 재롱부리는게 참........."

"할아버지, 할아버지 막내 손주는 올해 7살이잖아요"

"뭘, 천족은 인간보다 오래 산다던데 그정도는 되야 얼추 맞지 않겠냐?"

"근데 여자인 친구라니.......... 류한아 세상에 여자인 친구는 없단다. 그냥 모르는 여자냐 아니면 여자친구냐. 둘중 하나만 있을 뿐이지"

"부러운 녀석. 이런 미인은 두명씩이나 끼고 있다니. 나도 결혼하고 싶다아아!"

"포기해, 형은 결혼 못할것 같은데. 마을에서도 인기 없잖아"

"으아아아아!"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북적북적. 야, 이거 좋다. 오랜만에 느끼는 정겨운 기분.

이게 바로 고향이다.

예정 변경이다. 처음에는 마을에서 장좀 보고 집으로 돌아와서 밥이나 먹고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가려고 했는데. 그냥 마을에서 작은 축제나 해야겠다.

어떻게?

잘.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는 농담이고. 난 대마왕이다.

저번처럼 룰루랄라 놀러나온게 아니라 일단 데이트하러 나왔다. 돈은 가져왔지.

거기에 그 돈이 데이트 비용이긴 한데 생각보다 많다. 대마왕인 데다가 드래곤 레어 몇개 털어서 씀씀이가 커진 덕분일까. 거의 무슨 귀족 레벨로 들고 다닌다. 아니, 황족인가?

주로 보석이나 다크 로드 캐슬과 거래하던 상단의 보증 수표. 아........ 그냥 한줌 들고 나왔는데 최소가 천골드 수준이니.

요컨데 지금 당장 이 작은 마을정돈 영주한테 달려가 단판내서 살 수도 있다는 소리다.

물론 그것 외에 가장 빠른 방법이 영주를 닥달해서 내놓으라고 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이 바로 차원을 넘어 배워온 중화 요리의 진수! 불꽃을 다루는 힘!"

"빙염의 마왕의 능력 가지고 쓸데없는데 쓰지마!"

"능력이란건 유용하게 쓰라고 있는거지. 내가 이렇게 쓰는걸 알면 빙염의 마왕도 저승에서 기뻐해줄꺼야"

"그의 아들인 제라드는 지금 당장 마계에서 차원을 뚫고 널 죽이러 올껄"

빙염의 마왕의 능력을 이용해서 화염을 일으켜 고열의 불을 일으킨다. 아, 그렇다고 주방 기구를 녹일 정도는 아니고 일반적인 주방에선 일으키기 힘든 정도의 불이다.

뜨거운 고열. 거기에 썰어놓은 볶을 재료들을 투하하고 빠르게 볶는다.

난 지금 에이미의 쉼터의 주방을 빌려 요리를 하고있다.

원래 요리할 생각이였고, 이제는 비교하자면 십갑자를 넘어 신화지경에 다다라 우주경을 깨우쳐 국자만으로도 천마를 때려잡을 실력에 오른 내 요리 솜씨를 마을 사람들에게 맛보고 싶어서다.

무엇보다, 내가 성장했다는 증거중에서 무력적인게 아닌 유일한거니까.

내가 대마왕되서 바뀌고 좋아진건 크게 나눠서 3가지다. 외모, 무력, 요리실력.

정신적 성장은 무력에 포함해서 안넣었다.

"아니! 이 맛은! 드래곤이 물속에서 헤엄치다 몸을 일으키면서 천둥과 번개를 일으켜 날아올라 저 하늘 멋진 달이 될래요! 깊은밤 하늘에 빛이 되어 춤을 출거야!"

"뭐라는거야"

"흐?

히히히히?

히히! 보라색맛 났어!"

"위험해, 분명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로 세심하게 만든건데"

독이 들어갔나? 아닌데. 분명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로 최상의 타이밍을 맞춰서 만들어낸 요리다.

그런데 어째서?

설마 빙염의 마왕의 화염이 잘못해서? 아니면 재료중에 미묘한게 껴 있었나? 술 같은거라도?

나는 만들어놓은 요리를 먹어보았다.

딱히 아무 이상 없는데? 아무느낌도 안나. 그냥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대충 이정도?

"할멈, 할머엄! 할멈은 재작년에 죽지 않았소? 왜 거기서 손을 흔들어.........."

"위험해! 할아버지들이 위험해!"

정신 차리게 물을 끼얹어 주었다.

이 이상 먹게 놔뒀다가는 아예 돌아가실지도 모르겠는걸.

뭐가 위험한거지. 아무 이상 없는데.

재료도, 요리법도, 결과물도, 전부 이상없다. 특이한거라곤 고작해야 인간의 것을 넘어서는 맛뿐.......... 맛?

"아..........."

부족한것은 부족한 것 대로 그렇지만 반대로 과한것도 독이 될 수 있는 법이다.

내가 만든 요리는 이제 인간 레벨을 넘어섰다. 애초에 별이 몇개니 할 레벨이 아닌 것이다.

요컨데.

"너무 맛있어서 맛이 가버렸단 소리지"

"....... 그게 가능해?"

"아마 전력으로 집중한건 아니라서 어느정도 여지는 남아있고. 진짜로 진심으로 만들었다면 너나 일리엘도 기절해버릴꺼야"

"그정도나 되는건가요?!"

너무 요리를 잘하는것도 무리다. 미뢰를 타고 전해진 감각이 다이렉트로 뇌에 미식이란 단어의 보디블로를 날려주는 충격을 받겠지.

집에서 마누라가 해주는 밥 못먹을거다. 비싼 호텔에서 머무른 사람이 자기 집이 허름하다고 느끼는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런 고로 이제는 좀 더 연습해서 아예 처음부터 절정으로 보낼 정도로 맛있게 만들어보자"

"읏?! 표, 표현이 야해!"

"흐에에에엥?! 어, 어딜 보내는 건가요!"

와, 씨발 좌 루이넬 우 일리엘 쩐다. 엄청 귀여워.

요리로 초토화. 무슨 이게 요리킹 조리킹이나 요리왕 비룡같은것도 아니고 겨우 요리 하나로 마을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위험해 나....... 내가 진심으로 요리하면 로드가 아니고서야 먹고는 미각의 컬쳐 쇼크를 느끼면서 죽을지도 모른다.

감각의 극대화. 사람이 고통을 크게 느끼면 그것만으로도 쇼크사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니까 그 비슷한걸지도.

아무튼 난 내 요리를 앞으로 절대 일반인에게 먹여선 안되겠다고 맹세했다. 정확히는 지금 당장의 나로서는.

앞으로 좀 더 요리에 매진해서 조절 할 수 있게 해야겠다. 인간에게는 너무 충격이 커.

그래도 다들 맛은 있었는지 좋아한다.

"야, 요리 실력 엄청 늘었네. 어디 가서 왕궁 주방장이라도......... 아, 대마왕이랬지"

"옛날에는 그런게 꿈이였는데 말이야"

요리사의 꿈을 꾸고 그 직업계열 중에서 최고라는 왕궁 주방장. 아니라면 유명한 식당 주방장. 대충 그런걸 꿈꿨었다.

뭐, 그때는 꿈이 넘쳐났었지만.

근데 공작가에 납치된 이후로 귀족들은 진짜 엿같이 생각하게 되서는 거부감까지 들게 생겼다. 마계 귀족? 아니 그쪽은 오로지 힘으로 올라왔잖아. 작위를 물려받아도 힘이 없으면 털리는 마당에 세습제로 이루어져서 뭣도 없는 놈이 권력 남용하는게 제일 싫다.

만약 내 원수가 바슈탈 공작가가 아니였다면 난 적어도 바슈탈 공작을 존중해줬을 것이다. 적어도 그녀석은 자기 스스로 가문을 끌고 올라온 녀석이니까. 존중해줄 의미가 있다.

근데 씨발 나한테 걸린데 좆된거지.

"근시일 내에 여기로 마족 하나 보낼께. 다른건 모르겠는데 바슈탈 공작 이새끼가 마을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개지랄을 떨면 귀찮아지니까. 아, 어떤 녀석으로 보낼지 고민되는걸"

"기왕이면 예쁜 마족으로!"

"에...... 마족은 예쁜만큼 비례해서 강한데? 우리 루이넬 못봤어?"

게다가 고위 여성 마족은 드물다. 흠........ 마왕을 보내기엔 좀 그렇고 딱히 좋을 녀석은 없는데.

그냥 남자로 보내자. 적당한 녀석으로.

슬슬 날이 저물고 에이미 누나랑 알버트 형까지 돌아와 북적북적해지면서 작은 축제가 열렸다.

"돈은 내가 댄다! 오늘은 마시고 죽자!"

"""

예이이이이!!!"

"""

돈 많고 출세했으니까 한턱 내야지. 아, 내가 이렇게 될줄 누가 알았겠어.

고기도 굽고 술도 꺼내와서 통을 따고. 탄산이 좀 빠져서 밍밍한것 같지만 그래도 시원한 맥주에 고기 한점 먹으면 그걸로 장땡이다.

환하게 불도 밝히고, 보통 이런 작은 마을은 밤이 되면 어두워져서 대부분 잠을 자곤 하지만 오늘만큼은 횃불을 키고 장작을 모아 캠프파이어 같이 마을 한가운데 모여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스케일이 커졌다고? 글쎄, 마계에서 도시 단위로 축제를 여니까 딱히 그런 느낌이 안드는데. 겨우 내 감각에서 새끼손톱만도 못한 넓이의 축제니까.

"다들 즐거워보이네요. 마계에서는 할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겨우 한명이 돌아왔다고 축제라니.......... 인간분들은 재미있게 사시네요"

"원래 그런거지. 천족들은 보면 재미없게 사는것 같던데. 애도 못낳아, 자연적으로 태어나. 축제로 드물어. 도대체 무슨 맛이로 산데?"

"그냥 살아있어서 살아있는 느낌이 강해요. 이렇게 보면 천계가 아니라 팬텀님을 만난게 다행인것 같아요"

일리엘이 맥주를 홀짝이며 말한다. 참고로 일리엘은 술이 약하지.

주량이 적다고 해야하나........ 아무리 천족이라도 일리엘은 도수 높은 술 몇잔 마시면 취해 쓰러진다. 보통은 하급 마족도 인간에게 독한 술을 벌컥벌컥 들이켜도 약간 취기가 도는 정도인데 말이지.

선천적으로 술을 못마시는 체질인거다.

"천족보다 마족이, 그리고 마족보다 인간이 더 '살아있다'라는 말에 어울리는것 같아요. 언제나 진취적이고 열심히 살아가니까요"

"........... 일리엘이 너무 똑똑해졌어. 성장하기 전에 얼빠졌던 일리엘을 돌려줘"

"예전에 제가 좋으신건가요?"

"그때 네가 놀려먹기 편했거든"

"흐에에에엥?!"

아니, 지금도 놀려먹는 보람은 있나.

일리엘 귀여워.

"뭐, 그래도 이런게 '살아있다'라는거야. 지금을 즐기고 내일 죽어버리더라도 오늘 이렇게 웃을 수 있는게 사람이니까. 아니, 미래를 몰라서 할 수 있는 일인가? 천족은 보니까 삶에 굴곡이 없어서 그렇게 밋밋한것 같은데"

"그럼 저는 굴곡 있는 삶을 살고 있으니까 '살아있다'라고 할 수 있는건가요?"

"그런거지. 보통 천족과 다르게 재미있게 살고 있잖아? 애초에 지루하게 살면 그게 삶이냐? 아무리 매일 같고 똑같은 삶이라도 약간의 변화가 끼어있으면 재미있는 법이야"

지금 이 순간 우리들은 살아있다.

그 누구도 이 권리를 부정하지 못한다.

"저기, 팬텀님"

"응, 왜"

일리엘이 얼굴이 붉다. 겨우 맥주로 취한건가?

"저, 팬텀님을 좋아해요"

뜬금없이 고백받았다.

어쩐지 데이트 신청하더라.

오늘 괴상하게도 운수가 좋더라니.

============================ 작품 후기 ============================

누구나 운수 좋은날 결말을 알고 있지.

어쩐지 운수가 좋더라니.

엉엉, 이년아 왜 설렁탕을 사왔는데 먹지를 못하니.

나 이 전쟁 끝나고 결혼해,랑 난 상관말고 먼저 가! 와 같이 3대 사망플래그....... 아, 죄송합니다 네타였네요.

아무튼 다음편에선 용사를 소환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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