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366화 (366/468)

366/468 회

< --대마왕-- >

인간인지 괴물인지.

생물인지 아닌지.

둘다 뭐가 뭔지 모를 난전중에 난전이다.

머리가 날아가도 움직이는 멸세흉왕은 팬텀에게 달려들었고, 페이스에 휘말린 팬텀은 근접 거리로 달려온 멸세흉왕과 맞잡고 붙어 그대로 단순 박투에 들어갔다.

아까 전에는 그저 거리를 두고 주먹을 날리는, 권투와 같은 육탄전이였다면 지금은 그저 맞붙어 마구잡이고 주먹과 발차기를 날리고 상대의 급소나 부위 상관 없이 치고박는 난투에 불과하다.

흡사 뒷골목 싸움.

치고 박고, 때리고 뜯고, 후려치고, 움켜쥐고, 박살내는 그저 그뿐인 싸움.

서로가 소모전에 가깝지만 한계가 오는건 어디까지나 멸세흉왕이다.

어디까지나 멸세흉왕의 능력 유사 물질. DP입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능력은 개인이 스스로의 의지를 쓰는 것이지 혼자서는 생각도 하지 못하는 괴수가 사용할 수 있는게 아니다.

무엇보다 능력의 원동력은 '의지'지. 눈에 보이는 물질같은 것이 아니다. DP입자라도 효율은 떨어진다.

그와 반면에 팬텀은 멸세흉왕의 DP입자가 줄어 들어갈수록 맞는 횟수가 줄어간다.

그의 몸은 어둠. 일반적인 물리 공격뿐이라면 멸세흉왕의 주먹은 그저 통과된다.

하지만 DP입자로 인해서 어느정도 타격을 받는데. 그 DP입자가 줄어간다면.........

-넌 내 밥이란 소리지.

[실제로 그 밥이 될것 같은데?]

-먹어주랴?

와득! 하고 팬텀이 멸세흉왕의 오른쪽 어께를 물어뜯었다.

사방으로 피와 같은 물질이 뿜어지면서 팬텀은 뜯어낸 팔의 손목 부분을 잡아 입을 벌린채로 쭉, 밀어넣는다.

사람으로 치자면 긴 나무막대를 식도 안쪽으로 넣어버리는 형상. 하지만 팬텀에게는 아무런 부담이 없다.

'변환'으로 멸세흉왕의 팔을 전부 의지로 돌린다. 마치 절대적인 소화력같다.

먹어치우는 어떤것이든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기적인 힘.

이전에는 몰랐지만 그 사용법을 제대로 깨닫고 이 세상 어떤 것이든 먹어치울 위치에 서 있으니 그 효과는 절대적이다.

흉폭한 최상위 포식자.

팬텀을 비유하자면 그 단어밖에 어울리지 않다.

초월자라도 정신 세계를 집어삼키는 괴랄함은 이미 같은 로드중에서도 상식선을 넘어서 버렸다. 역시 혈통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오! 이것도 나쁘진 않은걸!

팬텀이 이상한걸 깨우쳐버렸다.

한동안 소모전이 이어졌다. 팬텀도 조금씩 출력이 깍이기 시작하고 일루전 로드도 방어에만 전념한다.

멸세흉왕의 핵에서 DP입자와 힘을 끌어모아 충전한다.

그것 만으로도 당분간은 버틸 수 있다.

[한가지 묻겠어. 다크니스 로드. 너는 어떤 삶을 살아갈꺼야?]

-말했잖아.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빛을 구하는 어둠'이라고.

팬텀의 각오란, 스스로를 더럽히면서까지 남을 구하려고 하는. 희생 정신을 뜻한다.

그가 말하는 빛은 본래 빛에 있었으면서 어떤 사정에 의해 어둠으로 떨어져버린 자들을 말한다.

마치 루이넬처럼. 그리고 귀계의 마왕의 실험에 희생당한 수만은 마족들처럼.

스스로가 원하지 않았는데도 어둠으로 떨어진 자들을 구하고 손을 내밀어준다.

하지만 팬텀은 빛으로 나아갈 수 없다.

역겹고 금방이라도 죽어버릴것 같은 어둠속에 스스로 몸을 던지고 구하고 싶은 사람만 내보내준다.

왜냐하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면 물 밖에서 손을 뻗어주는 방법 외에도, 스스로 물속에 뛰어드는 방법이 있다. 팬텀은 후자를 택한 것이다.

-나는 사람들을 구원할꺼야. 이 세상엔 억지로, 그리고 바라지 않았는데도 어둠에 떨어진 사람들이 많아.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절망하고 좌절한 경험은 있다.

그런 절망을 극복하면서 사람의 성장을 도와주기는 하지만. 깊고 깊은 절망.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절망은 밖에서 끄집어내주는 것만으로는 무리다.

누군가 그곳에 빠져 밀어내주기도 해야한다.

팬텀은 스스로 그 역할을 자처해서 떠맡겠다는 각오를 다짐하고 있다.

일생일대의 목표.

끝이 없지만, 오히려 반대로 그 끝이 없기에 영생을 살아가는 로드가 살아갈 목적을 주는 의지.

영생을 살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처음에는 그저 살아가고 백년, 천년, 만년...... 그렇게 살아가는 세월이 억대를 넘어가면 오히려 지루함이 가득할 것이다.

수명이 긴 존재들에게 지루함은 독이다. 살아가는데 회의감을 느끼게 하니까.

목표는 있지만 끝이 없는 목표. 하지만 그렇다고 부질없는 것은 아닌 목표.

그것이 로드의 '의지'다.

[멍청하긴]

-.......... 지금 시비터는거 맞지?

[솔직하게 충고하는것도 과연 시비일까? 잘못한걸 바로 잡기 위해 말해주는것도 시비라면 이 세상은 싸움 투성이겠지?]

팬텀은 인상을 찡그리며 일루전 로드의 말이 귀를 기울였다.

다른건 몰라도 일루전 로드는 적어도 팬텀보다 몇천배는 많이 살아온 자다.

충고라면 들어주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이 세상이 어떻다고 생각해? 사람이 살아가고 행복하기만 한가? 전혀 아냐, 네가 다루는 어둠의 절망이그냥 원래부터 생겼을까?]

-......... 그건 아니지.

태초에는 어둠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던 도중 사람들이 절망하고 모인 어둠이 고여 만들어진 심연.

심연은 사람들의 절망과 어둠을 뜻한다. 그리고....... 구원받지 못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 전부에게 손을 내밀어줄 수 없다.

어디까지나 능력이 뛰어나도. 아무리 로드가 된다고 하더라도 팬텀은 '개인'이다. '다수'가 아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는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는 법이다.

[전부를 구할 순 없어. 보아하니, 넌 꿈을 가지고 있구나. 역시 젊다는건 좋은거야]

-노인같은 말을 하는걸.

[나야 이 세상의 쓴맛 단맛을 전부 봐왔으니까. 그리고........ 그 쓴맛을 최고로 맛본자를 봐왔지. 넌 아무것도 못했다는 무력감을 알고 있지?]

팬텀이 인상을 찡그렸다. 일루전 로드가 한 일을 상기 했기 때문이다.

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못했다는 무력감.

최고로 절망하고 아래로 떨어지는 기분은 최악이다. 어둠의 쓴맛을 맛본 팬텀조차 이겨내기 힘들 정도로.

[생각해봐, 강대한 무력을 가지고도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절망과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은 느낀자는, 과연 무엇을 할까?]

-......... 나처럼 절망하거나.

[그 원흉인 이 절망적인 세상을 멸망시키려 하거나, 혹은 자살하려고 하거나. 아니면 그 둘 다거나]

무슨 소리지? 하고 의문이 든 팬텀이였으나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이쪽 일도 아니다. 지금은 싸우는데 전념하는게 좋다.

[넌 혼자야, 모두를 구할 수 없어. 네가 살아간다면 언젠가 그 절망을 느끼게 되겠지. 자신의 과오와 무력한 과거를 돌아봤는데도 그정도면 절대적인 힘을 얻은 네가 절망핼때가 기대되는걸]

-나는 절망하지 않아. 절망할 일은 반드시 막아낼테니까.

[네가 절망할 일은 막아냈어?]

-그때랑 상황이 다르거든!!!

팬텀이 주먹을 치켜든다. 물리법칙을 초월해 스스로의 의지대로. 간단히 말해서 마음이 버텨주는 출력대로 뻗어지는 근력과 출력.

세상의 법칙에 간섭하여 형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신 세계의 법칙을 끄집어내여 날리는 충격.

그 거체에서 나오는 주먹의 힘은 공간을 일그러트려 보이게 만들 정도로 강렬하다.

주먹이 정확히 멸세흉왕의 심장에 꽂혀 들어갔다.

[현실을 인지해라 다크니스 로드. 너는 절대로 모두를 구할 수 없어. 언제가 절망하고 또 절망하고, 무력함에 분노한 사람이 흘리는 검은 눈물은 정말로 진기하지]

-......... 검은 눈물?

파악! 하고 팬텀은 주먹을 꽂아넣은채로 멸세흉왕의 왼쪽 어께 위로 비집고 나오듯이 빼냈다.

그로인해 멸세흉왕의 팔은 달랑달랑........ 이라고 해봤자 연결되어있는 부분은 일반적인 건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지만. 어쨌건 상대적으로 금방이라도 떨어질듯하다.

[그래, 검은 눈물. 절망하고 저 아래의 절망에 닿은 녀석만 흘릴 수 있는 눈물. 아, 참고로 어둠에 접촉한다고 흘리진 않아. 오로지 스스로 절망해야 흘릴 뿐이지]

팬텀은 일루전 로드의 허상 속에서 검은 눈물을 흘렸었다.

[보아하나 너도 흘렸지?]

-....... 맞아.

[그걸 흘린 녀석은 단 두종류지. 절망에 빠져서 그대로 죽거나, 아니면 그걸 원동력삼아 절망이란 이름의 절벽을 팔다리가 닳아 피투성이가 되어 없어질 정도로 처절하게 기어 올라와 강해진 녀석. 너는 역시 후자구나, 마찬가지로 주인공 같아서 대단해]

-그런데 너, 그렇게 한가하게 있을시간 없지 않아?

팬텀은 이번에는 멸세흉왕의 복부에 주먹을 박아넣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끄집어낸다.

내단, 단전, 마나홀, 포스 코어, 여의주, 그 외 기타등등으로 불리는 그것.

멸세흉왕의 몸을 유지하는 괴랄한 출력의 원동력이자 핵이다.

파칵! 하는 소리와 함께 멸세흉왕의 핵이 부서져 나간다.

일루전 로드의 마지막 보루, 멸세흉왕은 더 이상 팬텀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핵도, 양 팔도, 더 이상의 DP입자도 없다.

그저 몸만 커다란 괴수. DP입자가 없는 이상 멸세흉왕은 그 몸을 유지하는것 조차 무리다.

[안심하라고, 설마 이게 내 최종 보루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일순간 팬텀의 시야가 밝아졌다.

밤의 어둠을 개어버리는 절대적인 빛.

태양이다.

-크핫?!?!

일루전 로드는 오랜만에 전공과 맞지 않은 것을 구현했다.

어디까지나 그의 전문적인 분야는 허상이나 허구적인것을 구현시키는 거지, 실제로 있는것이나 자연 현상, 혹은 사람을 구현시키는게 아니다.

효율도 나쁘고, 그리 익숙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지금 몸상태가 나쁜 상황에서 일부러 그렇게 구현한다는건 많은 부담을 떠안는다.

하지만 일루전 로드는 이 틈을 노리고 있었다.

그의 능력은 '구현'과 '유지'다.

'구현'은 허상과 허구를 구현시키고, '유지'는 그 만든것을 지속시킨다. '유지'의 능력은 공격성이라곤 없는 방어적인 능력.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멸세흉왕을 구현시키는데 힘을 썼지만, 정작 그 거체와 힘을 쓰는데는 그리 많은 힘이 필요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그의 능력인 '유지'가 힘을 아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루전 로드는 팬텀과 싸우는 동안 힘을 비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후의 일격으로 태양을 구현시켰다.

일반적인 태양이 아니다. 능력에 의해 만들어지고 행해지는 공격들은 의지를 가지고 있기에 전신 변환 상태인 팬텀에게도 충격이 간다.

거기에 빛이라는 팬텀에게는 정반대나 다름없는 속성으로 인한 타격이.

핵융합으로 인해 발생하는 열기는 그 덤이다.

온몸이 타오르는 작열통속에서 팬텀은 비명을 질렀다.

엄청난 고열.

이전의 데니스 세이블랜과 싸울때 느꼈던 소형 태양같은게 아니다.

일루전 로드가 비록 전성기도 아니고 전공도 아닌 물체의 구현이라서 크기는 기껏해야 달 하나 크기정도지만, 적어도 그 열기는 진짜 태양에 육박한다.

표면 온도 평균 5500도. 내부 온도 1500만도.

[전성기였다면, 그리고 내 전공분야였다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레벨의 항성을 만들어서 거하게 한번 터트릴 수 있는데 말이야. 이걸로 참아야지]

-젠장! 이 망할자식! 제기랄!

엄청난 빛에 의해 눈이 먼다거나 하지 않는다. 다만 그 빛 때문에 괴로워할뿐.

다크니스 로드로서 사람들의 희망의 상징이기도 한 태양의 빛은 상성이 반대다.

길을 거닐면서 받는 태양빛정도는 가벼운 마음으로 받을 수 있고 일광욕도 즐길 수 있지만 다크니스 로드인 채로 태양에 가까히 붙는다면 타격이 크다.

[자아! 내 마지막 선물이야!]

쿠우우우!!

거대한 질량의 항성이 팬텀을 향해 추락한다. 비록 그 크기 때문에 멀리서 본다면 움직이는것 같지도 않지만 빠른 속도로 유성처럼 팬텀을 향해 똑바로 내려간다.

그리고 팬텀을 덮친다.

슬라임이 먹이를 찾아 습격하고 몸 안에 집어넣어 천천히 채액으로 녹이는 장면처럼. 몸이 투명한 슬라임과 달리 안쪽이 보이지 않는다 뿐이지 팬텀을 천천히 갉아 먹는다.

내부 온도 1500만도.

인세의 것을 확실히 초월한 그 열기는 지구조차로 녹여버릴 정도. 그 증거로 아까 부숴서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내핵 파편들은 태양 안으로 빨려들어가 가볍게 녹아버린다.

그 안에서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아니, 반드시 살아남는다.

일루전 로드도 그건 예상하고 있다. 설령 죽는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는쪽이 훨씬 좋은걸. 다크니스 로드]

소리가 없다. 침묵이 이어지면서 고요한 우주 공간만이 정적을 알린다.

일루전 로드가 구현시킨 태양의 열기는 그에게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한다. 창조주가 피조물에게 다치고 영향을 받는다면 그만큼 꼴불견도 없을테니까.

사방으로 퍼진 열기가 반쪽만 남고 너덜너덜해지고 부서져 가는 남은 행성에 닿자. 행성이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지구가 태양에 조금만 더 가까워도 지상은 소돔과 고모라가 따로 없을 정도로 불의 비가 쏟아지는 열기의 지옥이 되는데. 하물며 작다고 해도 겨우 수천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태양의 열기에서야.

하지만 그뿐이다.

빛은 팬텀의 최악의 상성, 더불에서 로드에게마저 통하는 열기는 분명 치명적이다.

그러나 태양에게는 생각도 없고, 싸울 수단도 없다. 태양에게 팔이 달려있는가, 발이 달려있는가?

그저 존재할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

-시바, 아무도 날 막을수 없으셈. 근데 이거 효율이 더럽게 나쁜걸.

태양의 온도를 이용해 열에너지 발전삼아 행성 레벨로 크기를 불린 팬텀이 마치 알을 깨부수고 태어나는 병아리 마냥 태양을 부수고 일어났다.

============================ 작품 후기 ============================

시바, 아무도 팬텀을 막을 수 없으셈.

영어 이름........ 어, 죄송하지만 솔직히 전 영어 아이디는 못외우는 편이라서. 아무튼 자주 일러스트 올려주시고 이 소설 표지도 그려주신분 동생이 제 팬이라네요. 채팅방에서 만나서 선물 삼아 올림.

팬텀에게 항성은 아주 좋은 의지 공급원이죠. 이제 차원계의 베어그릴스가 따로 없음. 아, 미안 따로 있구나. 어딘가에서 방송 찍고 계실 예전에 동방 외전으로 나온 서바이브 로드씨.

그런데 사실 안쪽을 들여다보면 효율이 그리 안좋습니다. 저런 항성을 변환하는데 꽤나 많은 양의 의지가 들어가고........ 기껏해야 100을 소비하고 130을 얻는 격.

우주에 태양보다 수천배는 더 큰 항성도 있다고 하는데. 그거 먹어치우면 뭔가 할만 하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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