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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363화 (363/468)
  • 363/468 회

    < --대마왕-- >

    콜로커스의 몸은 이미 상당히 망가져 버렸다. 장난스러운 일루전 로드의 공격은 그녀의 몸을 망치기엔 충분. 워낙 사이의 격차가 심하기에 봐주는 공격도 그녀에겐 큰일이다.

    대마왕인 팬텀조차 차이가 나는데. 겨우 마왕 클래스의 힘으론 일루전 로드에게 닿을 수 없다.

    그저, 장난스러운 공격에 언제까지고 버티는것이 한계다.

    "큭...... 장난 아닌데"

    "응? 난 장난인데?"

    "빌어먹을 녀석"

    콜로커스가 피를 토한 것을 소매로 거칠게 닦아냈다.

    마력도 이제 바닥에 가까워지고 몸상태도 점점 최악으로 치닿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고작해야 40분 정도가 한계다. 만약 그 이상 시간이 지속된다면 마력 부족으로 생존에 필요한 마법까지 사라져 버려서 그대로 끝.

    우주 공간에 맨몸으로 내팽겨쳐진 우주 비행사마냥.

    "자, 이제 슬슬 끝낼까. 아니면 좀 더 놀아줄까?"

    "하, 이렇게 멋진 여자를 앞에 두고 끝낼 생각이야?"

    "나라도 보는 눈이 있으니까. 독설이 특기인 여자는 그리 취향이 아니라서 말이야"

    살짝 화가 치솟은 콜로커스지만 이내 호흡을 가다듬으며 진정시켰다.

    상대의 도발은 물론 분노해서도 안된다.

    지금은 어디까지나 최대한 버티는 것만 생각한다.

    "흠, 어떻게 할까. 이번만 버티면 좀 더 놀아주는걸로 할까?"

    허상의 검이 콜로커스의 심장을 노려지며 찔러진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고 어디서부터 있었는지 모를 검이 정면에서 날아와 왼쪽 가슴, 즉 심장이 있는 부분을 노린다.

    비슷한 단어로 단도직입(短刀直入). 단순히 기교도 없이 총알처럼 쏘아진것 처럼 일직선으로 오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 특성. 어디에서 나온건지, 언제 생긴건지 알 수 없다는 성질 때문에 반응도 늦었다.

    죽는다.

    그런 생각이 싸늘하게 콜로커스의 뇌리속을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그녀는 여기서 죽을 수 없다. 죽을 각오는 하고 왔지만 모순되게도 죽을 생각은 전혀 없다.

    어떻게 해서든 피해야 한다.

    마법도 힘들도 그 외의 것은 쓸 수 없다.

    그저 마법사 답지 않게 반사신경과 육체능력에 의존해서 최대한 피하는 수밖에.

    다행히도 2차 여파나 그런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저 정면에서 날아오는 검 하나 뿐.

    그녀는 몸을 틀어 피해냈다. 급소인 심장을 피해겠지만 검은 거칠게 어께를 베어 날아간다.

    콜로커스의 한쪽 어깨가 위태롭게 달랑거리면서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듯한 흉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흐음? 피했네? 뭐, 좋아, 어차피 그 상태로 좀 더 놀아주든 죽이든. 딱히 시간 차이는 별로 나지 않을테니까 말이야"

    "악의 가득하지만 순수함이 깃든 장난은 여전한걸. 일루전 로드"

    순간 항상 악동과도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던 일루전 로드의 표정이 무표정으로 변했다.

    ".......... 류현 더 크리에이터?"

    "오랜만이야. 아, 정확히 말해서 가짜면서 진짜 대리로 말하는 거지만"

    일루전 로드의 등 뒤에서 류현이 여유로운 말투로 그에게 말을 건내고 있었다.

    공간이, 아니 차원에 가깝지만 좀 더 자잘한........ 정신 세계를 가르고 나와 그 틈새 사이에 걸터앉아서 여유롭게 서 있는 류현은 조용히 일루전 로드를 직시했다.

    어디까지나 그는 가짜다. 진짜가 아니다.

    진짜 류현은 어딘가에 틀어박혀 요양중. 물론 그 요양중인 무력만으로도 가짜는 범접할 수 없을 레벨의 강자지만 적어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건 그와 유사한 기억을 가진 진짜같은 가짜.

    하지만 일루전 로드에게서 파생되었기에 어느정도 자유를 보장받더라도 일루전 로드가 없엔다고 마음 먹으면 무리 없이 사라질 몸이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물러났다.

    그저 가짜인데도, 허상이며 환상인데도 불구하고 일루전 로드는 식은땀을 흘렸다.

    비교하자면 자기가 만든 장난감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어째서 당신이 여기 있는거야?"

    "왜? 아버지가 아들 있는 곳에 있으면 안되는거냐?"

    ".......... 그런가, 어쩐지 어디서 많이 본 기척이였더라니. 아들이였나? 그래서, 몇번째?"

    "둘짼데?"

    "다행히도 첫째가 아니란 것에는 감사해야겠는걸"

    첫째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하고 일루전 로드가 뒷말을 씹었다.

    다행히도 그는 안심했다.

    2차 여파는 그리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게다가 그쪽이 내 손짓 한번이면 사라질 환상이란것도 알아. 이미 네 아들은 마음이 꺽여 버렸을껄?"

    "글쎄, 난 적어도 내 아들이 그렇게 허접스러운 녀석이라곤 생각 안해. 솔직히 말해서 애가 딱 나랑 애 엄마랑 반반씩 닮았거든"

    "넌 지금 아무짓도 못해. 어떠한 간섭도 내겐 통하지 않아. 넌 그저 내 세계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장난감일 뿐이니까"

    "아, 그건 그래"

    류현이 당연하다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일루전 로드를 공격할 수 없다. 피조물이 창조자를 거역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니까.

    "난 허상이고, 이미 내 진짜도 할일은 끝나버렸어. 시대는 언제나 변해"

    각자가 활동하고 영향을 펼칠 시대는 따로 있다.

    흔히 말해서 전성시대.

    "이미 나의 시대인 '창조의 시대'는 갔어. 카오스 녀석은 '혼돈의 시대'를 열려고 했지. 하지만 실패해 버렸고"

    "그리고 난 그 패잔병이지"

    "그렇다면 우리같은 노땅들은 슬슬 물러날 때가 ?

    지 않았을까?

    어떤 존재든, 설령 노화가 없고 항상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는 로드라 하더라도 물러날 시기는 있다.

    예전만 해도 그 누가 다크니스 더 디스페어. 로드중에서도 최강이라 불리우는 그녀가 지금은 그렇게 영락해버렸을 줄 누가 알까?

    "시대는 변해. 지금만 해도 '심판의 시대'지. 그렇기 때문에 '악'으로 간주되는 너는 지게 될거고"

    "그렇다면 나는 '환상의 시대'를 열어주겠어"

    "하지만 무리일껄? 넌 절대로 위로 올라갈 수 없어"

    일루전 로드에게 허락된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로드.

    그 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필요한건 둘 중 하나.

    인간이길 완전히 포기하던가.

    끝까지 인간이던가.

    "분명 시대는 또 변하겠지. 하지만 그건 네가 바라는 시대도 아냐. 그저 진심으로 구원을 바라는 자가 구원을 받는. 손을 뻗으면 누군가 손을 내밀어 잡아주는 시대지"

    "..........'구원의 시대'?"

    "정확해"

    "웃기지 마라 류현!!!"

    일루전 로드의 포커페이스가 깨졌다.

    언제나 장난기 있고 웃기만 하던 그의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그의 격정어린 목소리가 사방을 뒤흔든다.

    차원이 존재하는 이 차원의 틈새를 울릴 정도의 힘. 다행히도 그 힘은 주변에 있던 콜로커스에게 집중된 것이 아니라 분산되어 그녀는 겨우 목숨을 부지했다.

    "그런 꿈도 희망도 넘치는 시대가 올거라고 생각하나? 하! 그건 스토리텔러 녀석들이 말하는 그저 이야기에 불과해! 현존하는 그 어떤 로드도! 절대자도 만들지 못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이 올거라고 자신하는거냐!"

    "반드시 와. 내가 장담하지"

    "허상의 정점인 나조차 비웃을 거짓된 미래는 집어치워! 현실은 비정하지. 사람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아. 그건 절대자조차 마찬가지! 그 누구도 자신이 원하는 세계같은건 만들 수 없다!"

    "그 사람이 만약 인간이라면?"

    일루전 로드의 말문이 막혔다.

    인간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언제나 무모하고 기껏해야 100년도 못살도. 다른 이종족에 비해 잘난것 하나 없는 종족이.

    그렇지만 가능성 하나만큼은 전 차원 제일인 그런 종족이.

    꿈과 희망이 넘치며 진심으로 구원을 바란다면 누구에게나 손을 내밀어줄 상냥한 세상을 만들어 줄 수 있이 않을까?

    확정되지도 않고 불확실한데도 불구하고 일루전 로드는 말을 하지 못했다.

    만약 인간이 그런다면 어떤 상황이든간에 영점 하고 소수점 수백만 자리분의 일이라도 가능성이 있다.

    인간은 그런 종족이다.

    "그런거지. 난 인간을 만들 때 언제나 그렇게 가능성은 무한하게 만들었거든"

    "네녀석은.......!!"

    "그렇기 때문에 내 아들녀석은 로드에 올랐지"

    "그런 불가능한....... 웩!!"

    그 순간 일루전 로드가 피를 토한다.

    마치 독약을 먹은 것처럼, 장기의 일부가 뜯겨나간것 처럼, 병든 사람마냥 일반적인 로드라면 하지 않을 각혈을 토한다.

    로드는 초월자이면서 그중에서도 일루전 로드는 비속성계. 그의 육체는 육체지만 육체가 아니다. 그저 형태만 인간을 취할뿐인 몸. 안을 들여다보면 주요장기는 없다.

    그런 그가 피를 토한다는건.

    로드에서 크게 떨어져 버렸다는걸 뜻한다.

    "무슨...... 이 정신 오염은 분면 다크니스 로드...... 하지만 로드인 나에게 그정도의 어둠은 소용없을텐데!"

    "이제 로드가 아니게 ?

    나보지 뭐"

    공간이 찢어진다.

    류현이 걸터 앉은 틈새처럼 다시 한번 일루전 로드의 머리 위에서 공간이 찢어져 무언가 튀어나온다.

    그것은 다른 색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검었다.

    내 삶의 어디가 잘못된걸까?

    분명 나는 충실히 살아왔다. 할일 꼬박꼬박 하고 살아서 여기까지 올라왔다.

    살인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도 생기고, 나라도 만들고, 친구도 생기고.

    보통 인간하고 비교하자면 무지 많이 뭔가 굉장하고 틀어져 있지만 그래도 잘 살아왔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된다면 일루전 로드를 죽이고. 다시 미래로 돌아가 내 할일을 하면 된다.

    공작가를 박살내고, 중간계에 자리좀 잡고, 시간 나면 한국으로 잠깐 좀 돌아가고..........

    그 뒤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뒤엔 뭘 하지?

    그저 조용히 시간만 때우며 서류나 결제하고 있을 뿐인 일상을 보낼건가?

    심심하면 여행이나 보낼뿐인 삶을 살건가?

    강한 힘을 가지고도 그저 살아갈 뿐인 그런 삶을 원하는건가?

    아니다.

    나는 그런 삶은 원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여태껏 나는 그 상황에 맞는 반쯤 강요된 일을 하며 살아왔다.

    분명 결정은 내가한거지만,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선택했을 방향으로 그때의 상황이 맞춰줌에 따라 살아왔다.

    나는.

    단 한번도.

    내 의지대로 목적을.

    스스로 결정한 적이 없다.

    루이넬을 구하는것도 마왕을 죽이는 것도, 대마왕이 된것도, 일루전 로드를 죽이는것도.

    전부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져 생겼을 뿐인 그때 그 상황의 목적 뿐.

    정작 그 목적이 끝나면 또 다시 목적이 생겨 바쁘게 ?

    기듯이 살았을 뿐이다.

    -현실을 움직이게 만드는 부질없는 허상을 만드는 자.

    순간 머릿속에서 일루전 로드의 중얼거림이 스쳐지나간다.

    의지.

    거의 영원을 살아가는 로드의 삶의 지표.

    왜 이걸 생각해내지 못했을까.

    나는 왜 이렇게 살아왔을까.

    정신 세계도, 자아도, 힘도 전부 가지고 있으면 뭐한가.

    그것 뿐이라면 그저 존재하고 살아있을 뿐이다. 아니, 살아있는게 아니다. 그건 죽었을 뿐이다.

    정지해 있고, 아버지의 말대로 나아가지 못한다. 목표가 없으니까.

    살아 숨쉰다고 다 살아가는건 아니다. 여태껏 나는 비교하자면 식물인간인 상태였던 것이다.

    목표, 목적, 미래, 꿈, 지표, 희망, 소망........... 전부 같은 말이다.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정한다.

    마치 고등학교 때의 진로조사처럼. 나는 내 스스로 하고싶고 가고 싶은 길을, 그리고 후회하지 않을 길을 선택한다.

    나는 나아간다.

    나는 나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뻗어줄 것이다.

    처음, 가장 처음 내가 구원해준 루이넬처럼. 누군가 바란다면 손을 내밀어줄 것이다.

    "칠흑같은"

    스스로 어둠에 들어가서라도.

    "어둠 속에서"

    구원을 바라는 자들이 있다면.

    "빛을"

    손을 내밀어주고.

    "구하는"

    끌어 올려준다.

    "어둠"

    빛을 바라는 자에게 그가 원하는 구원을.

    그것이 내가 바라는 의지니까.

    다크니스 로드(Darkness Lord) 강림.

    ============================ 작품 후기 ============================

    드디어 제목에 걸맞는 소설이 되었습니다. 로드의 이야기는 대부분 이정도로 길죠. 근데 제 세계관에 로드는 약 100명가량.

    어휴, 존나 다행인게 1차 차원전쟁 이전에는 로드가 약 1000명 가량 ?

    습니다.

    혼돈의 절대자 이새끼, 너 사실 존나 착한놈이였구나. 아무리 나라도 100개정돈 모르나 천개 가량 되는 소설은 구상 못해.

    아무튼 이제 팬텀은 존나 쌥니다.

    본격적으도 다음 화 부터는 행성 레벨 스케일의 전투가 벌어지니 주의하세요.

    아, 맞다. 또 정기적으로 로드끼리 회의 하는 시기가 오는데. 거기 가면 팬텀은 또 뉴비일듯.

    어? 그런데 지난 9월 9일이 치르노의 날이였다면서요? 아, 젠장할. 동덕으로서 중요한 날을 깜빡하다니, 미안해 치르노야.

    그런 고로 오늘은 뒤늦은 자축. 하드속에 넣어둔 치르노가 우리집에 왔다로......... 어, 씨발 아무것도 아닙니다. 모르는게 좋아요.

    착한 아이는 제목도 내용도 모르는게 아주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작가 취향이예요.

    왜요 저도 건강한 남자인데.

    이중에서 여자 빼고 한번만 자기 위로 한 사람은 손들어보세요. 왜 한번이냐고요?

    한번도 안한 사람은 있지만 한번만 한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런 고로 난 건강한 남자다.

    참고로 더 말해서 작가가 소설 안올라올때는 그냥 아청법으로 잡혀갔거니 생각해주시면 편합니다.

    이건 진심이야. 그래도 난 Yes 로리타 No 터치 주의니까 괜찮아.

    게다가 제일 중요한건요.

    전 현실 여자애들 따위 관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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