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361화 (361/468)

361/468 회

< --대마왕-- >

어둠에서 느꼈던 절망감이 올라온다.

나는 평소에 밝게 살아가면서 어둠에 익숙해지기 위해 어둠에 손을 댔을때. 왜 이런거에 먹힐까, 하고 사람들을 비웃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절망에 빠져들어가는건 지극히 자연적이니까.

"이젠 ?

어........ 젠장, 내가 이런 소리 하게 될줄은 몰랐는데. 그만 보여줘도 된다고........."

마음은 굽히지 않아, 절대로, 마음만은 굽히지 않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몸을 잠식하는 절망에 먹혀들어간다.

어디까지나 내 어둠은 내가 컨트롤하고 내 의지를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어둠이 날 침식할 염려는 없다.

하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부터 그 컨트롤을 손놔버릴 정도로 절망했다. 덕분에 주인을 배반하려는 개마냥 기회가 왔다는 듯 물어버린다.

망할 녀석. 나는 황급히 마음을 다잡아 어둠을 잡는다.

그러나 그뿐, 어디까지나 침식 속도가 줄었을 뿐이다.

아직도 마음 깊은 무의식 안쪽에선 절망하고 있으니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기에 그런것이다.

"크리스마스 캐롤? 젠장할, 스크루지가 부러워질 지경이야"

적어도 스크루지는 과거, 현재, 미래의 유령과 함께 돌아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그런데 나는 뭔가.

그저 무력하고 허탈함만 가득한 마음 뿐이다. 교훈이나 깨달음은 그 어디에도 없다.

서서히 짓눌러 오는것 같다.

굵은 아름드리 나무는 바람이 불어도 꺽이지 않는다. 아니, 태풍이 분다면 설령 가지가 부러지고 뿌리채 뽑혀나갈지언정 두꺼운 줄기 자체가 부러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위에서 큰 압력으로 서서히 눌러준다면, 금속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나무.

짓눌러지면서 서서히 꿇게 된다. 물론 그런 나무를 그정도 압력으로 누르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그 압력은 해결 ?

다.

굴하지 말아야 해.

일루전 로드의 환상에 굴하지 말자. 굴하면 안돼.

어차피 지난 일이야, 자기 합리화. 인간에겐 망각과 함께 자기 합리화라는 좋은게 있어.

그리고........ 다시 한번 세상이 바뀐다.

이번에는 어디냐, 더 이상 굴하지 않아.

어차피 내 기억속에도 더 이상 굴할만한 것 따윈 없어.

나는 절대로 굴하지 않는다.

일루전 로드를 죽여버릴테다.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여긴........ 마계?"

이번엔 배경이 마계다.

하늘을 보니 커다란 붉은 달과 푸른달이 두개. 거기에 칙칙한 공기와 익숙한 풍경. 분명 마계다.

......... 네이드리우의 죽음이라도 보여주려고 하는거냐?

걱정마, 어차피 그건 복수했고 딛고 넘어온 일이야.

각오를 하자, 무너지지 않도록 각오를 해서 마음 단단히 먹고.........

"그런데 여긴....... 숲이라던게 그런게 아닌데. 네이드리우가 죽는거라면 도시는 아니지 않나?"

어디까지나 네이드리우와 그 가족은 숨어살았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숲속에서 숨어서는 들키지 않게 조용히 살고 있었다.

도시는 전혀 아니다.......... 그런데 도시가 조금 눈에 익다.

어디서 본 도시지?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그럼 항구가 있을테니 항구도시일텐데?

내가 배와 바다가 보이는 항구에 간 적은 몇번 없었다.

대부분을 육지에서 보내고 바다에서 보낸것도 아마 피의 마왕과 처음 만나고 털려서 그대로 흘러들어가 용오름의 바다까지....... 어, 잠깐만.

그러고 보면 항구 도시에 간적이 있었잖아. 그것도 사무치게 기억나는거.

순간 싸늘함이 등을 스쳐 지나간다.

아니, 싸늘함 수준을 넘어서도 체온이 2,3도 가량 떨어진것 처럼 오한이 들것 같다.

이건 아냐.

진짜로 이건 아냐.

어머니가 죽는 것 만큼, 혜영이가 죽는것 만큼, 이건 내 기억속에서도 무력한 일 베스트 안에 드는 일이다.

계속 나에게 이런 세계를 보여주지 마.

마음이 꺽일것만 같다. 보고싶지 않다.

하지만 이 세계는 나의 의지따윈 들어주지 않는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세계는 마치 나는 한군데 고정되어 있고 저절로 움직여 들어간다.

이곳 항구도시의 이름은 트라이번.

그래, 그림자의 마왕의 초대를 받고 들어가고......... 루이넬이 마녀라고 불린걸 처음 안 장소다.

그때의 나는 시그너스를 상대하고 있었다. 마검의 공작 시그너스, 아니 내가 온 시간대에서는 계급을 하나 더 올려 마검의 대공이 되었다.

아무튼 당시 상황에서는 그는 강적이였다. 마왕만큼....... 그러니까 빙염의 마왕이랑 싸우는거랑 별반 다를바 없을 정도.

아니 어떻게 보면 오히려 더 싸우기 힘들었다. 빙염의 마왕은 나와 같은 힘을 중시해서 펑펑 터트리는 파워 타입이지만 시그너스는 무인처럼 검을 갈고 닦아 절제가 된 마족. 그 덕분에 나랑 상성이 나빴다.

그를 상대하는데는 힘들었다. 만약 싸우다 검이 부서지지 않았다면 내가 밀렸을 정도다.

하지만 그랑 싸운건 그리 원망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없던 사이에 루이넬이 험한 일을 당했다는 것이 싫을 뿐이다.

그림자의 마왕으로 인해, 영지 전체에 루이넬의 얼굴이 알려져 있었다. 그 덕분에 루이넬은 트라이번 영지의 백작에게 잡혀갔다.

그래서 손수 루이넬에게 험한짓을 해주었지.

루이넬은 피의 마왕에게 속아 뱀파이어 로드의 인장을 그에게 넘겨주었고, 그 인장이 중요 서류에 사용되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피의 일족들은 대마왕이 없는 마계의 중재자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재에 문제가 발생했다.

해결해온 분쟁들에 불만이 있는 마족들이 폭발해 전쟁이 일어났다. 물론 당연히 피의 일족들은 루이넬을 빼고 전부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사정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온갖 덤터기는 루이넬에게 씌이고. 피의 마왕이 받아야 할 정당한 악의마저도 루이넬이 받았다.

트라이번 백작도 그중 한사람이다.

그는 반역의 시기로 아버지를 잃었다고 했다. 나라도 가족이 전쟁으로 잃으면......... 화가 나겠지. 그 원흉이 있다면 그 원흉에게 화를 풀겠지.

하지만 이게 아니잖아.

루이넬은 죄가 없어, 아니 분명 그녀가 피의 마왕에게 인장을 가져다줘서 그게 시발점이 ?

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녀에게는 악의나 고의는 찾아볼 수 없다. 순수한 소녀의 어른들의 심부름을 해주는 어린아이의 착한 마음을 이용해 먹은 피의 마왕이 개새끼였을 뿐이다.

"보지 않을꺼야, 듣지도 않겠어. 젠장할, 감각이 좋다는게 이럴 때 방해가 될줄은 몰랐는데"

지하 감옥에 갖힌 루이넬은 양손과 다리에 그 하얀 피부에 반대되는 검은 쇠사슬로 묶여 죄인처럼 서 있다.

그것도 자의로 서있는게 아니다. 양팔에 묶인 쇠사슬이 벽에 붙어있고 그 줄이 짧기에 서 있을 뿐이다.

여기까지라면 그나마 괜찮다.

이미 일어났던 일이고 루이넬은 극복해냈다. 나도 기억에서 막상 잊어버리고 있었던 일이다.

몸을 다친것 이외엔 정신적으로도 별탈은 없고, 19세 게임마냥 능욕을 당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난 한가지 간과한게 있다.

나는 루이넬이 고문받고 그 결과인 모습만 보았지.

그녀가 고문받는 과정을 보지 않았었다.

사람을 고문한다는건 의외로 기술이 필요한 일이다. 고통을 주면서 죽이진 않게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보나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한 고문.

쾌락을....... 아니, 복수를 위한 고문이라면 고통을 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어차피 죽는건 최종목표니까 고문하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첫 만남부터 어린아이의 허벅지를 베어내 깔끔하게 뼈까지 갈라내는것 정돈 할 수 있다.

"윽, 으극........"

귀를 막고 있는데도 루이넬의 울음 소리가 들린다. 이를 악물어 소리 지르지 않기 위해 이빨이 부서질 정도로 악물어 참고 있다.

"왜 비명을 지르지 않는거냐! 소리를 질러!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러야 내 분노도 풀린단 말이다!"

트라이번 공작이 소리치며 루이넬의 뺨을 후려쳤다. 강하게 후려친, 당시에는 루이넬의 신체능력은 마족 어린이보다 좀 좋은 정도다. 순수한 마법사. 앞에서 막아줄 사람이 없다면 근접전으로 갈때 금방 당해버리는 그런 마법사.

어린애나 다름없는 그녀가 어른의 손에 맞는다면 상처가 멍이들고 부어오른다.

"네년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전쟁이 일어나 많은 마족들이 죽고! 마계는 혼란에 빠졌다! 너 하나 때문에!"

"....... 아.... 알고 있어"

"곱게 죽일 생각은 하지 않겠다. 적어도 그 전쟁에서 죽어나간 목숨들이 격은 고통을 일부나마 격고 죽게 해주마"

트라이번 백작은 루이넬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내 기억에 의하면 그는 실을 무기로 썼었지만, 그렇게 하면 보통은 신체의 일부가 잘려나간다.

물론 신체가 잘려나가는 고통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중에서 상위에 속한다. 하지만 그런 신체손실이 계속 이어지면 손실되면 죽는 장기만 남아버린다.

잔인한 말이지만 만약 오래 살려두고 싶다면, 때리는 쪽이 더 편하다.

배에 주먹을 꽂아넣고, 팔을 내려 찍어 그녀의 뼈를 부수고, 눈을 찔러 실명시키려고 했던것 같지만 나중을 위해 남겨둘 생각인지 중간에 멈췄다.

하지만 그 어떤것이든 똑같다.

내가 구하지 못했다.

루이넬이 이렇게 구타받고 고통을 격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시그너스랑 싸우고 있었다.

만약 그때 죽을 각오를 했다면 더 빨리 그의 검을 부러트리고 루이넬에게 돌아갈 수 있었는데.

루이넬에게 빨리 돌아갔다면 그녀가 트라이번 백작에게 잡혀가는 일은 없었을텐데.

전부 내잘못이다.

내가 모자라기에, 내가 멍청이기에 벌어진 일이다.

그 어떤것보다 더한 절망이, 온몸을 뒤덮는다.

"빌어먹을 마녀년, 비명 소리 하나 안내는군"

퉤, 하고 그녀의 얼굴에 침을 뱉은 트라이번 공작은 어느정도 분노가 풀린건지 감옥에서 나간다.

나는........ 루이넬에게 손을 뻗는다.

죽어버린 눈동자다.

마치 나처럼.

탈력감, 허무함, 무력감, 절망, 슬픔, 마치 절벽에서 떨어지는 듯한 감정.

의욕이란건 찾아봐도 하나 나오지 않을 감정이 내 마음을 휘?

는다.

움직이는건 무리다. 그저 조용히 기절해버린듯한 루이넬 옆에 쭈그려 앉아 할 수 있는것 하나 없이 무릎을 모아 웅크려 머리를 파묻는다.

빙산에 부딪혀 침몰당한 타이타닉 호.

딱 지금의 나에게 알맞은 말이다.

처음엔 잘나가다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다.

눈에서 오랜만에 눈물이 나온다. 기쁘거나 하품할 때 나오는 눈물이 아니다. 슬플때 나는 눈물.

그렇지만........ 눈물의 색이 검은색인건 왜일까.

흑루(黑淚). 뭐라고 해야할까....... 내 마음 안의 절망이 비집어 나오는 느낌이지만. 상관없다.

그저 그뿐이다.

나는 아무것도 못한다. 정작 힘을 가지고 있어도 지금 와서, 어머니나 옛날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받는 것에서 하나 구해주지 못한다.

나는 정말 무력하구나.

아니....... 내가 혼자라서 무력한걸지도 모른다.

지금의 난 혼자다.

마계에 떨어졌을 때는 이렌과 라인하르트 아저씨가 있었다.

처음, 살육의 마왕을 죽였을 때는 루이넬이 있었다.

그림자의 마왕의 계략에 빠졌을 때도, 나를 구하기 위해 다른 애들이 모였었다.

전쟁이 났을 때, 내가 마왕과 싸울 수 있게 모두가 힘을 써서 자리를 만들어줬다.

그렇게, 나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올라온 자리다.

하지만.

그래봐야 지금, 같이 온 콜로커스의 생사도 모르는 지금에서. 뭔지 모를 외로움이 올라온다.

지금 나에게는 도와줄 사람이 없다.

그저, 이렇게 손을 내밀어 뻗는다 하더라도.

잡아주는 이 한명 없다.

나는..........

"이대로 죽으면, 나한테 불효가 된다고. 부모 보다 자식이 먼저 죽으면 어떻게 해?"

텁.

누군가 나의 손을 잡는다.

따듯하고, 어쩐지 정겹게 느껴지는 온기.

이건........

나는 고개를 들어 내 손을 잡아준 사람을 본다.

금발에, 발목까지 오는 평균을 일찍히 넘어선 장발. 나와 같이 남성인데도 오히려 여성쪽을 선택할것 같은 외모.

형? 혹시 하고 생각했지만 다르다.

형은 평소에 기본적으로 무표정이다. 하지만 나는 형과 같은 외모에 평소엔 미소를 짓고 다니는 남자를 한명 알고 있다.

"........ 아버지?"

============================ 작품 후기 ============================

자다 일어나서 코멘 확인 하다가 뚜비몬님이 면접 보신데서 올립니다. 웬지 먼날의 남일같지가 않아

무슨 면접인지, 취업 관련 면접인지 아니면 수시 면접인지 몰라도 합격하시기를. 창조의 절대자의 가호가 그대와 함께하길.

팬텀의 가호가 함께라면 큰일 납니다. 막 면접관 싸대기 후려치고 합격시켜달라 그럼.

아무튼 갑작스런 아버지 난입. 참고로 저거 류현 본인 아닙니다. 가짜임, 짜가임. 짝퉁임.

설명은 다음 화에. 아무튼 이제 낼 모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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