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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360화 (360/468)
  • 360/468 회

    < --대마왕-- >

    세상의 배경이 마치 지우개로 지워지듯 바뀌어지면서 그려지듯 만들어진다.

    이번에는 뭐냐.

    이 빌어먹을 자식, 남의 마음이나 건드리고. 재미있냐?

    분노보다는 조금 수준이 떨어지는. 친구가 꽤나 기분 더러운 장난을 친것과 같다.

    아니.

    그저 나는 내 무력했을 때의 상황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그에 대해 화를 냈을 뿐이다.

    ........... 끓어오르지 않는 마이너스적인 분노.

    화가 나면 불처럼, 그 이상 화가 나면 팍 식어 차가운 얼음처럼........ 하지만 조용히 한기를 내뿜는 그런 분노를 내뿜는다.

    하지만 이런 분노는........

    힘이 나지 않는다. 허탈감과 탈력감이 마음을 잠식했다.

    아냐, 이러면 안돼. 여기서 주저 앉을 수 없어.

    난 여태까지 많은 경험을 했고, 이미 지난 일에 신경쓸 시간은 없어.

    설령 그게 어머니의 임종이라 하더라도.

    ............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내 어께에 내가 살아가는 인생에 무엇을 짊어지고 있는지 아신다면 이해해 주실꺼다.

    "여긴........ 빌어먹을, 크리스마스 캐롤이라도 할 생각이냐. 난 스크루지고?"

    그럼 일루전 로드는 과거의 유령이라던가.

    빌어처먹을 녀석, 그딴 유령이 어디있어?

    "여긴 한국이잖아"

    그것도, 내가 살던 고아원.

    나는 레오도스론의 차원 이동 실험으로 한국에 떨어졌었다. 신분도 집도, 가족도 없는 꼬마애가. 그리고 금발 머리 때문에 외국인 취급받는 내가 이런 낮선 세계에서 할 수 있던게 무엇이였을까.

    처음에 나는 자동차나 버스같은 것을 보고 놀라 도망쳤을 정도다.

    무엇보다 당시의 나는 공작가에서 온갖 학대와 노동을 하면서 성격이 소심해졌고. 레오도스론의 고문으로 이미 살 의지마저 없었다.

    그런 날 구해주신게. 목련 보육원 원장 선생님인 김원후 원장 선생님.

    나를 거둬주시고, 신분이 없다는걸 알고 재미교포라고 치고 신분도 만들어주시고. 고아원에 넣어주신 고마운 분이다.

    하지만 당시엔 그걸 몰랐었다. 그저, 또 날 이용하려고 하거나 구박하려고 하는. 그런 종류의 인간인 줄 알았다.

    그 생각이 달라진 계기가 있었다.

    .......... 그 계기는 그리 좋은 이야기가 아니다.

    "류한! 너 또 거기 혼자서 놀고 있는거야? 같이 놀자고 몇번이나 말했는데!"

    "아, 어. 응........."

    내가 살던 고아원인 목련 보육원의 아이들은 대략 70명정도. 그중에서 20명은 고등학생이였고 50명 가량이 그 이하인 중학생이나 초등학생, 그리고 유치원생 정도다.

    내 또래의 아이들도 충분히 많이 있었다. 다만 당시 내 성격 때문에 놀자고 하는 애들이 없었을 뿐이지.

    그런 나에게 살갑게 대하던 딱 한명의 여자애가 있었다.

    진혜영.

    당시 말괄량이 꼬마아이. 축구하다 어찌나 차는 힘이 좋았던지 고아원 창문 깨는게 한두번이 아니였던 고아원 최고의 악동. 하지만 딱히 나쁜 애는 아니였다.

    반에 한두명 있을법한 분위기 메이커정도?

    그런 그녀의 손에 이끌려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나는 조금씩 밝은 성격을 찾았던것 같다.

    생각해보면.

    이때가 제일 좋았던것 같다.

    아무 생각도 없이, 아무 걱정도 없이. 또래의 애들과 똑같이 놀면서 사는것.

    그게 제일이였다.

    구박도, 학대도, 노동도, 고문도, 비아냥도, 모욕도, 그 어느것 하나도 없었던 시기.

    아아. 그립다.

    하지만.

    "........... 내가 아는 이상"

    아마 이때였던것 같은데.

    당시 고아원의 뜰은 아이들이 놀기엔 컸지만 애들이 너무 많아서 복잡했다. 축구같은걸 하려면 초등학교 운동장을 사용해야 했었다.

    어차피 그땐 나도 초등학교를 다니고 저렇게 노는 날은 대부분이 주말. 주말에는 학교 운동장은 대부분 개방한다. 덕분에 동네 조기 축구회 아저씨들이 모여서 축구하는것도 있었다.

    우리야 한구석에서 공가지고 축구 비스무리하게 노는거니까 옆에 끼어서 해도 상관 없었다.

    생각난다.

    그날의 일이 생생하게 생각난다.

    이럴때는 지독하게 정확한 내 감각이 증오스러울 지경이다.

    "........ 막아. 젠장! 안들리는걸 알지만 막으라고!"

    딱 손 하나면 충분해.

    손을 뻗어서 당기는거라면 충분하다고!

    이 빌어먹을 감각! 당시에도 내 능력은 각성해 있었다, 그건 정확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내 능력이고, 그때는 미숙했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절망스럽고 무력하면서도 무력하지 않은. 모순적인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거다.

    간단히 말해서.

    위기를 감지하는 능력도 나 하나로 한정된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하지만 아직 더운 기운이 있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조금씩 가을 바람이 느껴지는 날이였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 안난다. 무의식적으로 기억을 안하는 것일수도 있고.

    아무튼 그날은 아직 초가을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싸늘한 바람이 불던 날이였다.

    그날은 여타 다른 주말과 똑같이 나와 혜영이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놀기 위해 나왔다.

    다른 애들은 먼저 가고 고아원에 있는 나를 데려오기 위해 혜영이가 다시 돌아온 모양, 그리고 나는 그녀의 손에 잡혀 끌려갔다. 아니, 반쯤은 자의였지.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따뜻하게 대해주는게 좋으니까. 만약 그때 내가 진짜 죽으려고 했으면 거절하고 다시 고아원에 틀어박혔을꺼다.

    아무튼.

    사건은 그때 일어났다.

    초등학교 앞 사거리, 평소때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에 몇가지 우연이 겹쳐서 일어났다.

    우선 커다란 밴. 청색의 안에는 꽤나 대가족인 사람들이 타고 있을법한 다인승 밴이다. 아마 한자리에 3명씩 해서 널널하게 앉아도 9명은 가뿐하게 탈 수 있는 차다.

    그만큼 덩치가 클 수밖에 없다.

    어린아이인 우리는 시야가 가려지고, 또한 어린아이이기에 체구가 작은 우리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야에 가려진다.

    이것만 없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게 첫번째 우연.

    "젠장할! 좀 들어라! 환상이란것도, 허구란것도 알아! 하지만 적어도 이건 좀 막아! 내 기억을 떠올리게 하지마!"

    좋은 애였다, 좋은 친구였다. 어쩌면 나중에 몇년 뒤에, 아니. 어린 그때의 마음이라도 나는 그녀를 좋아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말하는건 라이크가 아니라 러브. 즉 사랑.

    진혜영은 내 첫사랑이 될 수 있었던 애라는 소리다. 하지만.......

    "아, 초록불이다. 가자!"

    "응!"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들어오자 바로 달려나간다.

    "학교에서 파란불 되더라도 바로 건너지 말고 둘러 보라고 했잖아! 젠장! 다른건 몰라도 그건 지키지! 젠장하아아아아아아알!!!"

    이게 두번째 우연.

    그리고 세번째. 다른건 몰라도 이게 제일 중요했을꺼다.

    어디까지나 켜진건 횡단보도쪽의 파란불. 만약에 정지선을 지키고 차가 정지했다면 그걸로 ?

    다. 원래 그런거다. 아무리 그래도 차가 파란불은 지켜야 한다.

    하지만 이번엔 경우가 나빴던것 같다.

    바쁜일이 있었는지, 커다란 밴 때문에 가려져 나와 혜영이가 보이지 않아, 파란불을 무시하고 지나가려는 검은색 승용차 한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달려나온다.

    하다못해 속도를 조금이라도 줄였다면.

    적어도 병원에 이송해 치료할 시간이라도 있었을텐데.

    그리고 마지막 우연......... 아니, 이건 우연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우연은 인과 관계없이 일어나는거니까.

    이건 내 실수다.

    아직 자각하지 못한 '감각'이란 능력에 의해 위험을 감지하고 무의식적으로 달리다 발을 멈춘 나.

    그리고 어? 하고 그런 나에게 뒤를 돌아보면서도 달리던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발을 내딪는 혜영이.

    잡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약한 어린아이의 근력 때문에 놓쳐버린 작은 그녀의 손.

    이내 약 1초 뒤.

    작은 소녀의 몸은 차에 치어 날아가 하얀 횡단보도를 핏빛으로 물들였다.

    시속 몇십킬로미터였는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작은 소녀 하나의 몸을 치어 저 멀리 구르게 만들정도는 충분했다.

    머리는 물론이고 갈비뼈가 전부 으스러지면서 그 뼈가 내부의 장기들을 건드린다. 그로인해 폐를 건드려 숨을 쉬지 못하고 치일 때의 충격으로 내장도 짖이겨진다.

    그때 내가 비명을 지르다 기절한게 다행이였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았다면 눈알이 튀어나오고 흉하게 꺽여진 혜영이의 팔다리를 봤을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는 그 장면을 바로 눈앞에서,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보고 있다.

    "하지마! 지금의 난 구할 수 있어! 내가 그때 저기에 있었다면 구할수 있었어!"

    그러나 지금의 나는 절대 저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설령 다시 한번 과거로 돌아간다 한들, 저건 이미 일어났고 바꿀 수 없는 사실이다. 대마왕의 일처럼 이미 벌어지고 그걸 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게 아니다.

    나는 그녀를 구할 수 없다.

    그저 자기 암시도 못한 변명일 뿐이다.

    "일루전 로드! 젠장할, 그 개자식.......... 이건 너무하잖아. 차라리 내가 고문받거나 학대 당하던 일을 보여줘! 차라리 그게 나아! 몇억, 몇조배는 그쪽이 좋다고! 그러니까 나 말고 다른사람의 모습을 보여주지마아아아아아!!!!!!"

    그것도 내가 구하지 못한 다른 사람의 모습을 말이야!

    어머니의 일은 어려서 어쩔 수 없다는 자기 합리화로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분명 난 그때도 막을 수 있었다.

    마지막에, 혜영이가 앞으로 나갈 때 잡고 있던 손에 힘만 줬었어도.

    내 감을 믿고 혜영이의 손을 잡기만 했었어도 나는 그녀를 구할 수 있었다.

    병신같은 나 자신과 허탈함이 몸을 잠식해먹어간다.

    이후의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원장 선생님의 말로는 내가 3일동안 기절해 있었다고 한다. 아마.......... 충격이 엄첬났었겠지. 게다가 3일이면 당시의 나도 그리 긴건 아니였다. 레오도스론에게 한번 고문을 받으면 짧아야 3일. 길면 1주일이 넘게 기절해 있을 때도 있었으니까.

    혜영이의 시신은 모아서 화장을 했다. 고아원에서 죽었는데 비싸게 땅에 묻지는 못하니까 태워서 뼛가루를 모아 납골당에 안치한다.

    나는 매년 가을마다 그녀의 납골당을 방문했다. 수능 보기 전의 고등학고 3학년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인간이기에 시간이 지나서 망각이라는 훌륭한 기능으로 인해 조금씩 잊어갔다. 어릴때의 기억이라 그리 기억이 나지 않았던것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인것은 그대로다.

    나는 그녀를 구하지 못했다.

    ============================ 작품 후기 ============================

    여기에 살짝 픽션 요소를 가미했죠.

    혜영이를 친 사람이 꽤나 신문에 나면 곤란한 국회의원 후보자중 한명이라서 고아원 원장 선생님이 반 협박으로 돈받고 입을 다물었습니다.

    교통사고 신고랑 사망 신고 하면 확 고아원 뭉게버린다니 힘없는 서민은 기어야죠.

    그래서 일단 받은 돈으로 고아원 시설과 교육에 힘썼습니다. 가끔 팬텀 회상 보면 고아원 시설이 묘하게 좋았다고 몇번 언급 했죠. 다 복선임.

    시간이 흘러 그 후보는 국회의원이 되고, 팬텀은 다시 지구로 귀환하고.

    전에 말했던

    "이렇게 된 이상 국회의사당으로 간다"

    는 폼이 아닙니다. 진짜임. 레알임.

    전 존나 쪼잔한 클리셰는 박살내는 성격이죠. 마법이니 그딴건 찌질한 남자들의 호신술. 진짜 남자라면 적진에 쳐들어가서 원하는걸 얻어냅니다.

    테러요? 당연한 일에 사과 받으러 왔는데 테러는 무슨 테러.

    아무튼 다 좆되는거야. 팬텀 건들면 다 좆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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