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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마왕-- >
"............ 어라?"
나는 분명 일루전 로드랑 싸우고 있었을텐데?
그와 싸우던 감각이 아직도 떠오른다. 그런데 어째서 난 이런곳에 있는거지?
푸른 하늘. 마계의 것이 아닌 중간계의 하늘이다.
그런데 어째서 여기에?
......... 일루전 로드의 세계인건가.
제기랄, 녀석에게 당했다. 빨리 이 세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데스티니 브레이커는......... 안돼. 그건 최후에 최후까지 남겨둬야돼"
로드에 다다르지 못한 나에게 아직 데스티니 브레이커는 로드를 죽일 최후의 희망이다.
그러니 남겨둔다. 녀석의 빈틈을 찾아 전력의 일격을 먹일 빈틈을 노리고 최후까지 남겨둔다.
"그러면 여기서 어떻게 나가지......... 어둠으로 주변에 퍼트려서 정보 탐색이라도 해볼까?"
주변을 둘러보던 찰나 나는 의외로 멀쩡한 감각에 놀랐고, 또 한번 더 놀랐다.
이 주변은, 의외로 익숙하다.
기분 나쁠 정도로 익숙함과 함께 위화감이 느껴진다. 아마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니라서 느껴지는 위화감이겠지만......... 익숙함은 왜지?
주변의 풍경은 여타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숲, 그리고 산의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관리가 잘 되는 곳인지 주변에서 다른 맹수나 몬스터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다.
추억이 되살아나고 그리운 장소.
여기는.......
"내....... 집"
조금 걷자, 작은 단층 집이 보인다.
오래전, 지금으로부터 십몇년전.
나와 어머니가 살았던 집.
너무나도 정겨운........ 내 집이다.
"......... 아니, 감격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지. 침착하자, 이건 일루전 로드의 함정이다"
이런 제갈 공명같은 새끼. 아니, 이건 칭찬이구나.
우리 어머니가 괴물로 변하는 것 같은걸 보여주면 면상을 짖이겨주겠어.
나는 조용히 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문 손잡이를.............
"...... 아, 잠깐만. 뭐야 이거. 일루전 로드 이새끼. 난 옵저버 모드라는거냐?"
문 손잡이가 잡히지 않는다. 보니까 문도 그냥 통과가 된다.
마치 유령이 된 기분이다.
유체이탈? 아니, 기본적으로 나는게 아니라 땅을 걷는걸 보면 지박령이라도 되는건가?
하지만 뭐....... 딱히 상관없다. 오히려 이쪽이 움직이기는 더 편하니까.
집 안으로 들어간다.
공기마저도 익숙하다. 조금 낡았지만 추억과 기억속에서 맡아지는 집의 냄새.
누구나 각자의 집에는 특유의 냄새가 있는 법이다. 예를 들어서 내가 살았던 한국의 고아원에는 된장찌개를 많이 해서 그 냄새가 많이 났었지. 맛은 있었지만.
집의 방의 수는 5개. 거실과 어머니 방, 창고, 부엌 겸 식당. 그리고 내 방까지. 그땐 아직 어려서 잘 활용은 못했지만.
비가 강하게 오고 번개치고 어두컴컴한 날이면 어머니랑 같이 자는, 전형적인 응석받이 아이였지.
아아, 정말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집 안으로 들어간 나는 먼저 부엌으로 향했다. 무언가 약간 탄내가 났기 때문이다.
불이라도 붙었던가 싶었지만, 또 다시 내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을 보았다.
스프다.
너무 오래 끓인건지 건더기도 물렁물렁해지고 냄비마저도 약간 탔다. 그래서 나는 탄내.
하지만 이건 내가 제일 처음으로 만들었던 요리다.
"아아, 아아아, 아.............."
기억 났다.
내가 이 스프를 만든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났다.
나는 황급히 다른 방으로 향했다. 벽을 넘어서, 어머니의 방으로.
창백한 안색에, 상당히 마른 몸으로 침대에 누워 조용히 미동도 하지 않는 여성과, 그 침대 근처에 앉아 숨죽여 울고 있는 금발머리 소년.
바로 나다.
내 어머니는, 병에 걸려 돌아가셨다. 성격은 활발하셨지만 몸이 조금 편찬으신 면이 있어서. 말년에는 병에 걸려 돌아가셨다.
어떤 병인지도 모른다. 신관도 부를 수 없었다. 그저, 주변에서 약이 될만한 풀이나 뜯어와 간호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너무 어렸다. 아는 세상이라곤 고작해야 집 하나뿐. 그때까지의 나는 어머니의 보호를 받으며 닫혀진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당연한 소리다.
그때 내 나이는 한자리 수였으니까. 기껏해야 초등학교....... 아니, 이때는 초등학교도 안갈 나이였다. 유치원이나 다녔겠지.
그 어린 아이가 부모가 아픈데 조력자 하나 없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죽음이란것도 모르고, 그저 어머니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무력함을 느낀 때다.
어머니가 아픈데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다.
무력하고....... 또 무력하다.
절망적인 무력함, 힘이 없다는 것에서 오는 허탈감.
지금이라면 난 어머니를 구할 수 있다. 병이든 뭐든, 내 능력이라면 충분히 어머니를 되살릴 수 있다.
하지만...........
".......... 이건 환상이잖아"
아니, 딱히 환상이라고 구하기 싫은게 아니다. 환상이라서 못하는거다.
일루전 로드는 내가 이 세계에 간섭하는게 싫고 보기만 하라는건지. 사람에게조차 손을 댈 수 있지 않게 만들었으니까.
닿아도 그저 유령이 사람을 만지는 것 처럼 통과될 뿐이다. 나는 어머니의 손조차 잡지 못하게 ?
다.
어째서.
어째서 이런 장면을 보여주는거냐, 일루전 로드.
............. 마음이 고요하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침울해진다.
화가 나는 상황이라는 화를 내고 분노를 끌어내 힘을 더할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조용히. 침울함 마음만이 잠식해간다.
마음을 꺽으려고. 내 마음을 꺽어서 쓰러트리려고 하는거냐. 일루전 로드.
굴하지 않아.
절대로 굴하지 않아. 나는 그렇게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무력하지만 나는 절대로 굴하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무력하지 않아.
비록 이때는 다시 돌아오지 않아 기회가 지나가버렸다 한들........ 내가 살아가는건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현재니까.
그리고.
주변 배경이 바뀌였다.
일루전 로드는 콜로커스를 바라보며 마치 어떤 요리를 할까 고민하는 정열적인 요리사마냥 생각했다.
"음, 어떤 선택지가 좋아? 하나, 내 수하가 된다, 둘, 죽는다"
"셋, 널 죽이고 끝장을 낸다"
"하지만 그건 무리일텐데? 넌 인간이 아니야. 그렇기 때문에 날 이길 가능성은 제로야"
어디까지나 인간만이 큰 격차를 줄일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오로지 인간에게 허락된 힘이니까.
하지만 콜로커스는 마족이다.
마법사지만, 준비해둔건 이제 얼마 없고 장소는 차원의 틈새. 대기에 마력도 없어서 마법사가 활동하기 최악이다.
몇가지 수가 남아있지만 사용해서 일루전 로드를 죽인다 하더라도 돌아가지 못하는 이상 죽는건 불가피한 일이다.
이미 발생했던 마계와 차원의 틈 사이의 통로는 수복된지 오래. 몇가지 특수한 경우가 겹치지 않는 이상 그렇게 쉽게 지속되지 않는다.
그런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과도 같은 파편.
이것을 제대로 사용해 직격시킨다면 일루전 로드에게 한방 먹일 수 있다.
하지만........... 기다려야한다.
팬텀이 나와 일루전 로드의 빈틈을 공략할 때. 바로 그때가 적기.
그때까진........ 어떻게 해서든 버텨야 한다.
최대한의, 그리고 그녀가 가진 지식 전부를 사용하여 시간을 번다.
"그녀석은 도대체 어떻게 한거야?"
"가둬버렸어. 그녀석의 비이상적인 세계........ 아니 현실이라고 해둘까? 그의 무력함을 깨우치게 할꺼야. 힘이 있어도 그 힘이 보잘것 없다는 생각을 하면 내 앞에 무릎을 꿇겠지. 절망적인 힘의 차이를 다시한번 새겨주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굴복시킬 생각이야"
"악취미네. 당신같은 남잔 인기 없는거 알아?"
"악취미라니, 이렇게 정성스런 악취미 봤어? 아무리 나보다는 약해도 로드에 근접한 녀석이라 그녀석을 가두려면 현재의 나로서도 내 정신 세계의 절반쯤을 사용해서 가둬야돼. 생각해봐. 로드의 정신세계 절반에 해당하는 감옥이라니, 정성을 들여도 도를 넘어섰지"
일루전 로드는 대화를 하는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가 꽤나 수다스럽다는 반증이면서도 말하는 동안은 아무런 공격도 없다.
아마 이 일대는 자신의 힘이 닿고 그의 영역이기에 안심, 아니 방심하고 있다는 것일까?
"그리고 내가 인기없다니. 이래뵈도 딸 하나도 있는 유부남이란 말씀, 내 전성기때는 나한테 붙던 여자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만약 그 여자들이 뇌내 망상속에 있다면 땅에 머리 처박고 죽어버려"
"......... 진짜, 딸도 하나 있다니까.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애가 재능이 좋아서 금방 날 따라잡을까 걱정이지만"
"그럼 왜 그 잘난 딸은 안만나는데?"
"귀찮거든. 부모 자식간이라도 내가 할일이 있고 그런데. 애 따라다니면서 키우기는 싫잖아?"
우와, 최악이다.
여러 의미로 최악이다, 대마왕으로서도, 인간성으로서도, 그리고 부모로서도.
"좀 크고 여러가지 가르쳐주고 알아서 크라고 내버려 뒀어. 뭐, 언젠가 살아있다면 찾아오겠지"
"......... 당신, 최악이야"
"음, 신선한데 그런말은. 원래 최악이란 별명은 내가 아니라 다른 로드가 지겹게 듣던 말이거든"
팬텀의 스승이면서 최악이자, 최강이자, 최흉의 로드.
지금은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초월자, 다크니스 더 디스페어.
"자, 그의 마음이 꺽일 때까지는 결정할 기회를 줄겸 발버둥 칠 기회도 줄께. 그때까지 놀아보자"
일루전 로드는 아이마냥 히죽이면서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콜로커스가 알고 있는 사상과 법칙이 비틀려 나가면서 일순간 그녀의 마법이 지워진다.
엄청난 압력과 숨을 쉴 수 없는 공간. 그 안에서 아무리 마족이자 마계 최고의 마법사인 그녀라도 아무런 마법 없이 맨몸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몇분이 한계.
압력에 의해 몸의 모세혈관이 터져나가면서 코피나, 눈에서 핏자국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녀는 마법사.
비틀려진 법칙을 단숨에 파악하고 분석해내 겨우 1분 만에 다시 마법을 펼쳐 생존했다.
"오오, 굉장해. 굉장해. 그렇게 빨리 반응할줄은 몰랐는걸"
"............ 죽을 맛이네. 못해먹을 짓이기도 하고"
콜로커스는 제발 팬텀이 빨리 나와주길 기다리면서.
여름철, 잠자리를 잡아 그 날개를 잡아떼는 듯한 악동의 얼굴을 하고 있는 일루전 로드를 노려보았다.
============================ 작품 후기 ============================
팬텀의 트라우마 몇가지를 자극해봅시다.
지금 보면 중학교 수학문제 정돈 가뿐하게 푸는데 갑자기 중학교 성적 들이밀면서 하하 병신새끼 이것도 못하냐. 하고 말하면 빡치죠.
근데 팬텀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빡치면 더 좋은데 화를 내질 못하고 침울해집니다. 우울증 걸릴 기세.
아직 팬텀은 절망을 제대로 못느꼈죠. 어디까지나 심연에 의한 간접 체험.
직접 자신이 절망을 느끼는건 아직 못함. 팬텀보다 최고로 절망한 사람은 2명 더 있음.
어딘가에서 여행하고 있을 신을 거역하는 최강의 마법사하고.
악을 지향하는 최강의 요괴.
이 두사람이요. 참고로 그 절망을 느끼고도 살아있으면 그만큼 정신이 강하다는 반증이기에 두사람은 짱쎄죠.
한놈은 작가 공인 최강의 마법사고. 한놈은 대인전에선 팬텀도 못이기는 괴수.
그런 고로 팬텀도 짱쎄지는거임. 아 참고로 한명 더 이렇게 절망시킬 생각 있음. 옆동네에서 한창 구르고 계신 최모군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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