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358화 (358/468)
  • 358/468 회

    < --대마왕-- >

    일루전 로드는 분명 팬텀을 죽일 수 있다. 아무리 정신 세계를 가지고 있다 한들 불완전하고 그 세계에 있는 팬텀을 죽일 수 있을만큼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가 팬텀을 끌어들이려는 것을 좋게 생각해야 할지, 나쁘게 생각해야할지 모르겠다.

    일단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죽을 정도의 공격을 1만번 정도 받아야 하니까.

    다행인 점이라면 죽었다 살았다, 다시 죽었다 같은 마구잡이로 죽이진 못한다. 일루전 로드가 드래곤을 고집하고 그 형상을 이뤄서 적어도 멸룡의 상성 때문에 그도 마구잡이로 공격할 수 없다.

    "........ 그런데 드래곤이 허상이였나?"

    "보통은 그렇지 않나? 드래곤이란 생물이 존재하는 곳도 있지만 어떤 세계에서는 그저 허상일 뿐이지,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전설인 세계도 있을텐데 그리 놀랄 일은 아니잖아?"

    팬텀은 그저 멸룡을 뿜어내며 가드하는 수밖에 없었다.

    멸룡은 극도의 컨트롤을 필요로 한다. 일단 신체 자체의 감각은 어떻게든 가능하지만 상대를 향해 쏘아내는것은 무리. 조준을 하려고 해도 감각이 맛이 가서 할 수 없다.

    팬텀은 여태껏 감각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그렇기 때문에 감각을 흐트러트리는 최초의 상대에게 고전하는 것이다. 만약 감각만 멀쩡했어도 형편없이 당하지 않는다.

    이상하다고? 아니, 정상적인 것이다.

    일루전 로드의 세계 때문에 감각이 이상하게 변한 팬텀은 정면의 일루전 로드를 보고도 멸룡을 쏘아내 맞추지 못한다. 그의 감각엔 일루전 로드가 눈 앞이 아니라 등 뒤나 머리 위에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팬텀은 시각이나 촉각보다 육감에 의지해 이 자리에 섰다.

    바로 눈앞에 적이 있어도 그의 육감은 사방에서 진짜 적을 감지해 낼 수 있기 때문에 공격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어디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별이 가지 않아 혼란스러운 것이다.

    "아니........ 아냐"

    약 500번 가량 죽을 정도의 공격을 받았을 때, 팬텀이 중얼거렸다.

    이대로 그대로 처맞기만 해선 폼이 안산다.

    감각이 흐트러졌다고?

    팬텀이 감각에 의존하는건 맞는말이지만. 그의 성격은?

    감이 이상하다고 피하고 공격하지도 않는게 그의 성격이였나?

    전혀 아니다.

    "씨발, 이제 나도 모르겠다"

    "어? 공격할 생각이 든거야?"

    "나도 왜 처맞고 있었는지 나참"

    어차피 마력이든 멸룡이든 무한. 마력은 능력에 의한 변환으로, 멸룡은 그의 마음만 있다면 무한동력이나 다름없다.

    "일단 마구잡이다. 사방으로 쏘아내서 맞든 안맞든 해보자"

    양손에 멸룡을 끌어모은다.

    그것 만으로 비틀려진 감각의 대부분을 사용해버렸지만 그걸로 충분하다.

    조준할 필요 없다.

    그저 팬텀은 사방을 향해 마구잡이로 쏘아냈을 뿐이다.

    "이 미친놈이! 난 생각도 안하냐아아!!"

    근처에 있던 콜로커스가 소리쳤다.

    콜로커스는 간신히 멀리 떨어져서 피했다. 그리고 팬텀의 공격이 사방으로 난무한다.

    평소와 같았다면 콜로커스를 피해서 공격할 수도 있지만 감각이 맛이 가버린 지금은 무리. 오히려 맞지 않으려면 콜로커스가 피해야 할 판이다.

    닿는 것 만으로도 드래곤을 죽일 수 있는 절대적인 힘. 멸룡. 그것은 설령 상대가 어떻던 간에 상관없다.

    기본적으로 멸룡의 원리는 닿은 물질의 속성에 정반대가 되어서 반대의 상성으로 눌러 죽이는 힘이다.

    거기에 기본 모티브가 되는건 팬텀의 드래곤에 대한 증오. 그 증오심은 십수년에 걸쳐서 팬텀이 축적한 것이다.

    상대가 로드라도 충분한 유효 타격이 들어간다.

    "재미있네. 상성상 반대라. 그리고 그 기본적인 힘은 어디서 많이 봤는데. 어디서 봤더라......... 기억이 안나네, 아니 기억을 못하는건가? 이상한데"

    "젠장! 좀 처맞아라!"

    "싫어, 아무리 나라도 그건 꽤나 따가울것 같거든"

    멸룡이라도 로드에겐 따가운 수준이라는건가.

    팬텀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맛이 간 감각에 의지할 수 없으니 단 한순간이라도 틈을 내주지 않게 일루전 로드를 노려본다.

    육감을 쓸수 없으니 적어도 시각에 의존해야한다.

    "한가지, 물어봐도 되냐?"

    "응, 뭔데? 친절하게 대답해줄께"

    "형한테서 넌 '혼돈의 절대자'의 아래에서 인간을 멸망시키는 쪽에 서서 전쟁을 일으켰다고 들었어"

    그런데 어째서지?

    어째서 인간을 죽이는거지?

    전 차원을 뒤져보면 각 종족의 비율은 대부분이 인간이다. 그만큼 범용적이고 넓게 퍼져있는 종족이다.

    "음........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려줄까?"

    "뭔데?"

    "난 사실 인간이야. 아니, 인간이였어"

    "........... 뭐?"

    정작 인간을 죽이려고 하는 당사자의 종족이 인간이라고?

    동족혐오? 그것과 비슷한 것인가, 하고 생각해보는 팬텀이였지만. 다르다. 일루전 로드에게서 악의는 느껴지지 않는다. 살의, 증오, 분노와 같은 감정은 아무리 감각이 맛이 갔다고 해도 다크니스 로드의 길을 걷는 이상 싫어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일루전 로드에게 그런 감정은 없다.

    "그거 알아? 일반적으로 로드는 종족적 로드를 합치더라도 대부분의 로드는 90퍼센트가 인간이야. 오래전 제 1차 차원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로드가 1000명 가량 있었던 시대에 난 결과니까 믿어도 돼"

    "네가 인간이라고? 그런데 어째서 인간을 죽이려고 하는건데?"

    "음........ 보통 사악한 악당이라면 '재미있으니까'라는 대답이 나오겠지만. 난 어디까지나 이득을 중시해서 말이지. 게다가 약간 쾌락주의자 경향도 있어서 말이야. 나에게 좋지 않은이상 안해. 물론 반쯤은"

    "애매한 대답이다"

    "반정돈 강제였거든. 혼돈의 절대자 때문에 말이야. 하지만 지금은 내 자의야. 그리고....... 그 이유를 말해줄께"

    이상(理想)이란 어디까지나 생각할 수 있는 한계에서 바라는 형태다.

    하지만 그런 이상이라도 고개를 끄덕일 이상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이상도 있다.

    미래의 자신이 의사가 될 꿈을 꾸는것도 이상. 하지만 가능성이 있으니 그건 가능성이 있고 누구나 고개를 끄덕여줄 이상이다.

    일루전 로드는 아니다.

    그가 바라는 이상은 비현실적이고 불완전하고 최악의 이상.

    "인간이 없는 세상. 완전한 허상이자 허구이자. 환상이지. 그런 세상과, 그런 세상에서 나올 가능성. 꽤나 재미있을것 같지 않아?"

    그가 바라는건 그저 인간이 멸망한 세상 뒤에 올 또다른 세상.

    인간을 죽이는건 그저 과정일 뿐이다.

    만약 인간이 멸종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이 이룩한 문명은 시간이 지나 몇백년이면 바스라지고 먼지가 된다.

    그리고 세상은 식물로 뒤덮히고 본래의 생태계를 찾아간다. 비틀린 자연 환경은 행성의 자정작용에 의해 서서히 회복된다.

    하지만 과연 그걸로 끝일까?

    인간이 멸종하면 그저 동물들만 살아가는 지루한 세상이 될 뿐일까?

    "미래를 향한 가능성. 완전한 허상. 인간에게만 허락된 '진화'라는 이름의 발전이 없는 세상에서 태어나는 또다른 세상과 허상. 과연 그 허상은 어떤 것일까?"

    "......... 미친놈"

    "원래 그래, 로드가 되려면 미치지 않는 이상 힘들거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 일루전 로드를 움직이게 만드는건 그것이다.

    "자, 다시 시작해보자. 몇번 남았지? 아, 아직 9453번 더 남았었지?"

    일루전 로드의 손등에 난 드래곤의 머리가 팬텀의 몸을 씹어 뜯기 위해 휘둘러진다.

    팬텀은 멸룡을 끌어내 방어, 하지만 상대가 일루전 로드인 이상 침식 속도는 느리다. 아무리 드래곤의 형상을 해서 멸룡의 데미지가 극대화 되어도 그걸 다루는 사람이 로드면 그저 닿아도 아주 조금밖에 침식하지 못한다.

    격차가 너무 심하다. 시합으로 치면 페더급과 헤비급의 선수가 맞붙는것과 같은 것이다.

    페더급 선수가 헤비급 선수의 펀치를 막는다 한들, 체격차이에서 오는 충격은 무시하지 못한다. 같은 페더급이라면 모를까 그정도쯤 되면 여파만으로도 충분히 데미지를 입는다.

    "너와 나에겐 그만큼 절대적인 격차가 있어. 그런데도 계속 굴하지 않고 맞설 생각이야?"

    "......... 내가 진다면"

    팬텀이 지고 무릎을 꿇는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나갈까.

    비록 그가 한 일은 아무도 몰라준다. 기껏해야 이 일에 대해서 알고있는 몇몇만 알 뿐, 그 이상은 바랄수 없다.

    하지만 팬텀은 세상을 구한 영웅 대접같은거 기대한적 없다.

    그는 인간이다. 필요하다면 세상 하나가 날아가든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세상이 그에게 중요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루전 로드가 제일 먼저 멸망시키려는 곳은 팬텀의 고향인 중간계다. 만약 그곳이 날아가면 팬텀도 태어나지 않게 된다.

    시간의 모순.

    물론 어떻게든 태어나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된다고 하나. 팬텀은 그런것은 개의치 않는다.

    자기 자신따윈 어떻게 되도 좋다.

    하지만 중간계가 날아가, 그의 어머니나, 친하게 지냈던 이웃, 마을 사람들. 그들이 죽는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가 싸우는건 거창하게 대륙 하나를 지키려고 하는게 아니다. 기껏해야 마을 하나 크기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기왕 지키는 김에 그 전체를 지키기 위해 서 있는것에 불과하다.

    "내가 태어나지 않는다는 시간의 모순같은거 신경 안써. 오히려 날 부려먹었던 공작가나 드래곤이 쫑난다는게 신나. 하지만 그래도 내 어머니랑! 마을 사람들이! 날 구해줬던 황태자가! 그 전부가! 네녀석 때문에 죽어버린다는게 화가 날 뿐이야! 그렇기 때문에 난 인간이다! 친한 사람들의 죽음같은거 내버려 둘 수 없어서 싸우는 인간이다!"

    "............. 너는"

    일루전 로드는 깨달았다.

    백번을 죽이든, 천번을 죽이든, 만번을 죽이든, 일억번을 죽이든, 설령 이 세계가 끝날 때까지 죽고 죽이든.

    팬텀은 절대로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압도적이 힘을 보여주고 짓누른다 한들 끝까지 버티고 서서 일어날 것이다.

    그는 인간이니까.

    일루전 로드는 팬텀을 죽이는 것이 이제 시간낭비라는걸 깨달았다.

    "그래, 이제야 알았어. 괜히 쓸데 없는 쪽의 일을 하고 있었구나"

    팬텀을 진심으로 무릎꿇리려면.

    마음과 정신을 먼저 뭉게버려야 한다.

    "좋아, 그게 좋다면. 해줄께"

    일루전 로드의 능력은 '구현'과 '유지'다.

    그의 목표이자 삶의 지표가 되는 의지는 '현실을 움직이게 만드는 부질없는 허상을 만드는 자'다.

    여기서 중요한건 그의 능력 한가지. 다른 능력인 '유지'는 그저 어떤 한 현상이나 힘을 지속시키는 것 이외엔 쓰지 않기에 잠깐 넘겨도 된다.

    구현.

    사상이나 생각하고 있는것 자체를 현실에 나타내고 반영시키는 능력.

    제일 응용성이 높으면서도 그 범위도 크다.

    현재 그 능력을 다루는 강자도 일루전 로드와, 미래에 나올 드림 로드, 그리고 아직까지 현존하는 위즈덤 로드까지.

    속성만 따져도 환상, 꿈, 책. 한 능력에서 파생되는 속성이 3가지 씩이나 나온다.

    그리고 그 능력은 그만큼 강하다. '구현'이라는 능력은 다른 능력보다 의지를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그 능력을 가지고 로드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힘의 반증.

    세계 하나를 구현시켜 현실에 덧씌우는 일루전 로드라면 더더욱 강하다.

    "개수작 부릴 생각 하지마!"

    팬텀이 어둠을 뿜어내 주변을 장악한다. 단숨에 몸의 반쪽이 차원의 틈새 사이에서 압력이나 공기에 영향받지 않을 것으로 변환.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그에게는 아직 중요한 것이 남아있다. 그렇기에 정신 세계가 넓어졌지만 정작 어둠으로 몸을 변환시킬 수 있는건 아직도 절반이 한계다.

    무엇이 그에게 부족한 것일까.

    "사방을 어둠으로 감싸서 감각을 느끼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좋은 방법이야. 근접전으로 널 이길만한 상대는 내가 아는 사람을 찾아봐도 몇 없겠는걸"

    차원의 틈새엔 어느새 팬텀이 뿜어낸 어둠이 가득 차서 그의 손발이 되어주고 있다.

    일루전 로드를 공격하는건 당연한 소리. 그의 몸에 마치 날카로운 가시처럼 모습이 변한 어둠들이 찔러들어간다.

    어둠은 고밀도에 정신적인 에너지에 가까운 물질이다. 같이 정신적인 것에 기대는 로드라면 어둠에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는다.

    다만 상대가 세계 하나를 품는 로드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공격하는것이라면 정신 오염 이상의 데미지도 줄 수 있다.

    어둠으로 인해 감각도 되찾고 공격의 차례를 얻은 팬텀은 이 기세를 몰아 일루전 로드를 압박하려고 했다.

    하지만.

    "룰 오브 더 판타지(Rule of the Fantasy)"

    허상을 직접 구현시키는것이 아닌.

    그 허상의 세계 자체를 눈앞에 구현시킨다.

    오로지 일루전 로드만이 다룰 수 있는 절대적인 세계.

    "나에게는 너의 마음을 무너트릴 이상적인 세계. 그리고 너에게는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세계. 그 안에서 마음이 꺽여져줬으면 좋겠어"

    그 순간 팬텀의 몸이 사라졌다.

    마치 어린아이의 모은 양손에 갖혀버린 매미마냥.

    그리고.........

    "남은건 그쪽 하나뿐이지? 콜로커스"

    ============================ 작품 후기 ============================

    콜로커스 사망 플래그. 하지만 안뒈져요.

    생각해보면 팬텀은 신체적으로 주는 고통만 줬을 뿐. 정신적인 충격은 그리 먹지 않았죠. 나이트로드는 초장부터 절망에 빠트릴려고 계획중인데 반해서요. 아, 그쪽 빨리 연재해야지.

    아무튼 빨리 로드로 각성시켜서 행성 한두개 부수고 놀아봅시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