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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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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어둠을 깔아놓았기에 그녀의 모습은 원래 이 주변에선 보이지 않아야 정상이다.
검은색 위에 검은색을 칠한들 그게 보일까? 전혀 아니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가 바꾼 몸은 어둠속에서도 똑똑히 보인다.
온통 검은색. 빛이 반사되는 느낌도, 무슨 색이 덧씌워졌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 그냥 검은색.
비교하자면,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빛조차 빨아들인다는 블랙홀과 같이 사람이 집어삼킬듯한 검은색 일색이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모습의 기준이 되게 해주는 것은 눈. 눈이 있을 위치에 있는 한쌍의 붉은색의 눈이 겨우 그녀의 머리가 있는 부분을 알게 해준다.
그녀의 입이 벌려진다.
인간이 이빨과 혀가 있는 입이 아닌, 먹이를 통째로 삼키는 악어처럼 혀가 없고 이빨은 어린 아이가 아무렇게나 그려놓은 괴물의 이빨처럼 뾰족하다.
마치 상어를 떠올리게 한다.
양손은 일반적인 비율에 비해 두배에서 세배가량 크다. 평소에 농구공을 손을 쫙 핀다고 해서 잡아도 조금 불안한 느낌이 있을 터인데. 저런 손 크기라면 설령 뛰어다닌다고 해도 놓칠 걱정따윈 하지 않을것 같다.
어디로 보나 그녀는 인외.
인간이 아니다.
"인간 따위는 예전에 그만뒀으니까"
"석가면이라도 썼어?"
아니, 어디선가 붉은 돌을 써서 완전 생물이라도 된건가.
내가 몸의 절반을 어둠으로 바꾸는 것 이상의 힘.
내 몸의 어둠마저도 거부하기 힘들 정도로의 영향력 때문에 오히려 움직임이나 반응이 느려진다.
그녀는 전 다크니스 로드. 어둠 위에 군림하는 초월자.
내가 밤에서는 감각을 행성 절반 정도를 뒤덮고, 능력이 닿는 범위도 거의 그정도인것과 같이 그녀도 어둠이라면 어디라도 닿을 수 있다.
"미안한데. 아까도 말했지만 네 어둠은 나도 손을 못쓴다고? 일단 큰 범주 안에서 어둠이라 분리되는 모양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팬텀이란 인간의 어둠'이지 '심연의 어둠'이 아니야. 요컨데 공기라도 그 공기 안에 산소와 질소, 그리고 이산화탄소가 있는거랑 같은 이치지"
"그럼 이 끌려들어가는 느낌은?"
"난 지금 어둠의 집합체지. 기도 마나도, 그리고 어둠도 마찬가지로 뭉쳐져 있는 거대한 것에는 끌리기 마련이야. 농도......... 그러니까 식물의 삼투압 현상도 모르는거냐?"
그건 알지.
아마 식물 뿌리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간단하게 말해서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꽤나 신기한 현상이라서, 그리고 그걸 배울때의 과학 시간에는 졸지 않아서 알고 있다.
"뭉쳐져 있는 힘은, 그걸 모은 당사자의 의지가 가득히 깃들어있지. 그렇기 때문에 내버려 둬도 자동으로 주변에서 같은 힘을 모으려고 들어. 진짜 삼투압 현상과는 달리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애초에 이능이란게 그런거잖아?"
지금 싸우는 장소만 해도 그런거니까.
아무튼 내 어둠이 그녀에게 끌려들어갈것 같다. 아, 이러니까 표현이 조금 이상한걸.
"방심하지 마라 애송이. 방심하면.........."
그리고 그 뒷말은 내 뒤에서 들렸다.
"죽는다"
내 인식을 벗어났다?
아니, 다르다.
분명 그녀는 그 자라에서 사라졌고. 목소리는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하지만 이 세계는 내 정신 세계. 이 안에서 내 인식을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순간이동?
아니, 그것도 아니다. 순간 이동이라면 사라지는 순간과 나타나는 순간의 어느정도 딜레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 어떤 순간이동이라도 그 사이는 있다.
설령 시간의 마왕처럼 시간을 멈추고 이동하는게 아닌 이상. 그 사이에 아주 작은 시간차는 어쩔수가 없다.
그렇다면 시간은 멈춘게 아닐까?
전혀 아니다. 애초에 이 세계는 내 정신 세계다. 시간을 멈췄다면 내 정신 자체를 멈춰서 인식을 늦췄다는 소리가 되는데. 그게 말이 되냐.
"순간 이동이라던가, 시간 정지라던가, 그런게 아니야. 난 애초에 이곳에 있었을 뿐이야"
"그게 무슨........."
"난 어둠이다 멍청이. 다시 한번 그 의미를 생각해봐"
어둠이라고?
그 순간 퍼득, 하고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다.
지금 이 주변은 어둠으로 둘러쌓여 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어둠 그 자체다.
무엇보다도 내가 잊고 있던 것이 하나 있었다.
어둠은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밤하늘에도, 그늘진 곳에도, 그림자에도, 빛이 없는 곳에도, 심지어 그저 검은 색으로 칠한 곳 마저도 있다. 이제는 아예 어둠이 아니라 검은 것은 것은 전부 어둠이라 들어야 할 판이다.
그리고 그녀는 어둠이다. 어둠은 어느곳에서나 존재한다.
수학 공식은 잘 못쓰지만 대충 대입해보자면.
어둠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그 덕분에 어둠인 그녀는 어디에서든 존재 할 수 있다.
"그게 설령 다른 사람의 그림자라도, 행성 반대편의 밤하늘이라도, 몇백만광년 떨어진 다른 행성이라도 말이야"
"미친!"
"방심하지 말라고 했다"
그녀는 그대로 주먹을 내뻗어온다. 속도도 그리 빠르지가 않다. 충분히 보고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
내가 여태껏 싸워온 녀석들의 평균적인 공격 속도 정도쯤 된다.
몸으로 때워버릴까, 싶은 찰나 내 감각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틀어 피했다.
내가 인지하는 것 자체를 벗어나 무의식적으로 피하는건 꽤나 오랜만이면서 목숨이 위험한 경우에나 발동하는 패시브 적인 힘이다.
"잘 피한거다. 그리고 알아둬라, 로드가 이렇게 신체를 전신 변환으로 싸울 경우엔. 너도 같은 전신 변환 상태가 아닌 이상 받으려고 들지 마라. 그럼 죽는다"
깜빡하고 있었다.
내가 쓰는 불완전한 변환. 고작해야 몸의 절반을 어둠으로 바꾸는 변환으로 인해 바뀌어진 팔도 그 공격력은 전혀 다르다.
물리법칙이 들어먹지 않고, 인간처럼 근육과 신경계로 이루어진것도 아닌 순수한 어둠을 어떻게 움직일까?
바로 내 마음과 정신이다.
맘만 먹고 출력을 내뿜는다면 일격에 핵방공호도 가볍게 뚫어낼 수 있는것도 바로 난데. 상대는 전 로드다.
방금 그 일격을 맞았다면 잘은 몰라도 그냥 빈사 상태다.
한가지 더, 어느정도 버틸수는 있지만 여긴 내 정신 세계다. 여기서 죽으면 진짜 죽는다.
"신나게 피해봐라 애송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난 루이넬이랑 결혼해서 시엔느 동생 낳아 줄 때까지는 절대 안죽어"
"빌어먹게도 팔불출 끼가 가득한데 말이야......... 그녀석도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어라, 누구 말하는 거야?
내 육체와 심연과 정신 세계의 나.
원래 현실을 살아가는건 육체다.
하지만 어둠을 깨닫고 얻으면서 초월자가 되면서 나는 육체가 죽는다 한들 죽지 않게 되었다.
어디까지나 죽는건 육체일 뿐이니까. 정신은 죽지 않는다.
내 정신은 어둠, 그러니까 심연이나 내 정신 세계 속에 있기 때문에 그런 나를 죽이기 위해선 내 육체에 나를 죽이기 위해 어마어마한 공격을 날려야 한다. 심연이나 정신 세계에 있는 내가 소멸할 정도로 거대한 공격을 말이다.
하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 육체가 죽어도 나에게 오는 데미지는 이제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런 날 죽이기 위해서는 설령 행성 하나를 부수는 일격이라 하더라도 그냥 피토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나는 심연과 내 안에 있다.
육체란 결국 그 안에서 내가 현실이라는 바깥에 간섭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알기 쉽게 예를 들어보자.
요컨데 내가 플레이어고 육체는 게임 캐릭터다.
육체가 죽어도 난 죽지 않는다. 이미 백업 데이터가 있으니까.
'나'라는 존재를 '심연'이나 '정신 세계'라는 이름의 폴더에 저장하여. 그 복사본을 '현실'이라는 곳에 만들어뒀는데. 그렇다면 그 '현실'의 폴더의 '나'를 삭제한들. '나'는 아직도 존재한다.
완전히 '나'를 없에기 위해선 심연과 정신세계........ 아니 어차피 있는건 하나니까 어쨌든 그곳의 나를 죽여야 한다.
그러니까 더럽게 쉽게 말해서 그 말을 지금 상황과 연관되어 말하자면.
여긴 내 정신 세계니까 죽으면 쫑난다는 소리다.
"으어어어어어어어어어!!!"
"죽는게 무서운거냐 애송이?"
"죽는건 별로 안무서워. 애초에 난 오래전부터 죽음을 각오하고 싸웠었고 지금 여기에 있어"
마계에 떨어져서 마수에게 처음 목숨의 위협을 받았을 때도, 마왕과 싸울때도, 나는 언제나 목숨을 걸었다. 그리고 각오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죽는건 무섭지 않다. 언제나 죽음은 나에게 와닿아 있는것이니까.
죽어도 '아, 그냥 데스 로드 만나러 가는구나'하고 생각만 할 뿐.
"하지만 넌 무서워"
"아, 그건 이해한다"
난 내가 싸우는 모습을 한번도 본적없다. 하지만 만약 본다면 저런 모습일까?
온통 칠흑같은 어둠으로 이루어진 사람이 죽일듯이 공격해오며 붉은색의 안광으로 노려본다. 일반인이라면 진작에 존재감으로도 찌그러져 죽었지.
모습 자체가 무섭다는게 아니다. 뭐라고 할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원초적인 공포.
그러니까 미지에 대한 사람의 본능적인 것에 가깝다.
"정답이다. 그런 마음은 기억해두고 계속 이어나가는게 좋아. 어디까지나 네가 '인간'이라는 증거이기에 공포를 느끼는걸테니까"
"로드는 공포가 없어?"
"있는 놈이 드물지. 있다고 해도 종족적인 태생에서 오는 약간 정도일뿐. 로드는 설령 절대자가 죽일듯 덤벼와도 진심으로 두려워하지 않아. 왜냐하면 어디까지나 우리들은 '인외'니까 말이야"
인간이 아닌 인외기에 인간으로서 당연한 것이 없다.
공포란 인간으로서 당연한 감정이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것들은 그런 감정중 몇가지가 결여되어 있다.
내가 언제나 인간이기 위해선, 풍부한 감정을 가져야 한다는건가.
"네 녀석의 상대는 일루전 로드다. 그녀석은 지금의 나보단 약하겠지. 그래, 그럼 비교해보는 셈 치고. 날 이길 수 있겠나?"
"......... 무리지"
"잘했어. 무모하게 죽도록 덤벼들면 이길 수 있다고 자만하는건 멍청한 짓이지. 초월자인 이상 어느정도 출력은 기댈 수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차이가 적을 때의 이야기. 아직 그녀석과 너의 차이는 커"
이미 거의 세계 하나를 만들었는데도?
보면 아직 미완성이긴 하다. 퍼즐 몇조각이 없는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나는 이미 한 세계의 주인이다.
"그런 말 못들어봤나? 고수에게는 종이 한장 차이도 크다고 말이야"
"아..........."
"겨우 현경이니 생사경이니. 기껏해야 현실의 법칙들이나 깨닫고 지랄을 해대는 녀석들에게도 통용되는 말인데. 아예 법칙조차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서 다루는 로드들에게는 그 차이가 어떨까?"
지금의 나라도 이기지 못하는거구나.
그 커다란 격차에 나는 절망했다.
============================ 작품 후기 ============================
다크니스 더 디스페어가 보기엔 현경이나 생사경도 거기서 거기죠. 으어어어, 존나 먼치킨.
무협에서 흔히 말하는 생사경이 죽음을 뛰어넘어 우주 법칙 및 삼라만상을 얼마나 깨닫건 간에. 자기 세계를 만들어서 자신의 법칙만 따르는 로드는 못이겨요.
애초에 그건 세계 하나랑 싸우는 겁니다. 으아, 존나 먼치킨들. 팬텀 이새끼는 로드 되면 너프를 먹어야 다음 스토리가 진행이 되겠어.
아 씨발 근데 나 오늘 개강. 요즘같은 연재를 할수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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