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335화 (335/468)
  • 335/468 회

    < --중간계에서 마족이 깽판치는거 어떻게 생각해?

    -- >

    에메레스 제국에 공작가는 딱 하나밖에 없다.

    바슈탈 공작가.

    무력으로서 공작의 직위가 주어지는 마계와는 달리 중간계에서 공작으로서의 조건은 황가와 핏줄이 연결되어 있을 것. 요컨데 왕위를 이어받지 못한 차남이나 삼남같은 자들이 그런 작위를 받는 법이다.

    하지만 황위 쟁탈전을 펼쳐 오른 이상. 라이벌이나 다름없는자를 그냥 둘수 없지 않은가?

    황제도 호구는 아니다. 공작가가 어느정도 커지기 이전에 누르거나 막기 마련이다.

    하지만 바슈탈 공작가는 무력도, 권력도 가지지 않았기에 경계받을 일이 없었다.

    단 한가지.

    금력, 즉 돈이다.

    바슈탈 공작가는 에메레스 제국을 포함한 이 대륙의 상권의 약 40퍼센트에서 좀 못미치는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에메레스 제국에 한해서만 봤을때. 그 나라의 상권을 좌지우지할 힘이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힘은, 아니 전 차원의 힘을 모든걸 통틀어 딱 세가지다.

    권력, 무력, 금력.

    그중 가장 믿을만한건 무력이며, 그 다음은 금력, 그리고 마지막이 권력이다.

    자기 자신의 무력만큼 믿을 만한건 없으며, 상인의 신뢰가 그 다음이고 제일 마지막이 기득권층의 권력.

    공작가라는 작위에 제국 전체를 아우르는 금력까지 있으니, 황제라도 함부로 다룰 수 없다.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반역을 위해 무력을 모으지도 않았기에 건들 수가 없다. 그러니 황제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던 것이다.

    덕분에 바슈탈 공작가는 황제도 함부로 건들수 없는 에메레스 제국의 실세가 되었다.

    그리고 그 바슈탈 공작가의 가주 하레스 폰 바슈탈.

    상계의 금색 사자라 불리울 정도의 남자이며 굳이 공작이 되지 않았더라도 그라면 충분히 자수성가 했을 거라고 평가 받는 자다.

    그런 그에게는 자식이 두명 있었는데. 한명은 장남인 로진 폰 바슈탈. 다른 한명은 장녀인 로자리아 폰 바슈탈이다.

    그리고 그 두사람은.

    팬텀을 노예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대륙에서 평민을 함부로 노예로 만드는건 불법이다.

    이종족이라면 또 모를까. 반역을 저지른 가문의 식솔이나 범죄자도 아닌데. 평범한 평민을 노예로 만드는건 불법이다.

    하지만 팬텀은 노예가 ?

    다. 분명 그의 아버지는 중간계에서 신분이 없는 사람이지만. 적어도 그의 어머니는 귀족가의 피가 흐르던 여성이였고 팬텀도 중간계에서의 평민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강제로 납치해 여러가지 조작을 거쳐 그를 노예로 만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당시 팬텀은 능력을 각성하지 않았어도 요리에 대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여관에서 간간히 요리를 만들어 내오던 수준이고, 호평을 받았다.

    만약 평범한 마을이였다면 평생 귀족 만날 일도 없었겠지만 팬텀이 일하던 여관이 있던 마을은 관광지로 가는 길목에 있는 마을이다.

    덕분에 고위 귀족도 간간히 들렀다 가는 곳이다.

    팬텀을 발견한 두 바슈탈 공작가의 남매들은 그를 영입하려고 했다. 충분히 재능이 있고 교육만 잘 받는다면 달라져서 팬텀은 대륙에서 유명한 요리사로 이름을 날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팬텀은 거절했다.

    그의 당시 성격상 화려한걸 좋아하지 않고 그저 조용하고 평범하게 사는걸 좋아했다. 그렇기 때문에 유명해진다는 것도 싫고, 여관 하나 잘 운영해서 살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을 얻었을 성격이다.

    무엇보다도, 그곳을 떠나면 어머니의 묘를 관리해줄 사람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거절했다.

    그리고 고작해야 평민에게 거절이란 것을 당했다는 굴욕을 느낀 두사람은 짜고 그를 납치해 경매장에 팔았다. 꽤나 곱상한 외모이니 솔직히 그때 가격도 상당히 받았다.

    하지만 역시나 낙찰 받은건 그 공작가의 남매.

    만약 팬텀을 그냥 납치해 부려먹었다면 노예 증서같은 것이 없기에 금방 불법인게 드러났을 것이다.

    경매장에서 거래를 하면서 샀기에, 위조된 노예증서는 물론 매매증서까지 합쳐져서 빼도박도 못한 위조 증거가 탄생한 것이다.

    그렇게 팬텀은 노예가 되었다.

    당시 나이가 기껏해야 열 하고도 한두살.

    초등학교나 다닐 나이에 노예로 부려졌다. 거기에 공작가의 남매에게 찍혀있기에 일반 노예보다 더한 고생을 받았다.

    날밤 새기는건 기본이고 온갖 노동에 이유 없는 폭력과 고문 비슷한 것까지.

    어린애가 격기엔 참으로 잔인했다.

    아마 그때가 팬텀의 제일 우울하고 소심했던 시기, 우울증에 걸려 자살하지 않은게 용하다.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묘를 보고 싶다는 목적만 없었더라면 그는 이미 자살로 생을 마감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기회는 왔다, 현재 마케니아 왕국의 국왕이자, 당시에는 마케니아 제국의 황태자였던 그는 바슈탈 공작가를 방문했었고 그와 만났다.

    어쩌다 보니 인연이 되어 둘이 친해져서 그는 팬텀을 노예에서 해방시켰다. 황태자의 요청이니 바슈탈 공작가도 한낱 노예에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황태자에게 빚을 하나 지운것이기도 하니까.

    팬텀은 자유로운 몸이 되어 고향으로 향했다. 황태자는 그에게 충분한 여비와 함께 약간의 편의를 받아 당시만 해도 편안한 귀향이 될줄 알았다.

    하지만 바슈탈 남매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좋은 스트레스 해소감 같은 샌드백이나 다름없던 팬텀이 자유롭게 고향으로 가는것을 두고만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기사를 보내 그를 죽이려고 했다. 흡사 아침 드라마 같은 곳에서 보는 악녀의 '내가 가지지 못한다면 부숴버리겠어' 같은 느낌과도 같다.

    여러가지 편의는 봐주었고 가는 길도 안정한 대로였던터라, 황태자는 호위는 붙여주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붙여주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황태자의 위신을 생각해 만류했다.

    솔직히 황태자가 노예였던 자의 편의를 봐주고 풀어준 것만해도 과한 처사였으니까.

    그렇게 기사에게 ?

    겨 죽을 뻔한 팬텀은 도망치다 엘프의 영역에 들어섰고. 그 엘프의 도움을 받았다.

    상처의 치료와 함께, 아직 어린애이기에 죽일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그를 다시 보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팬텀은 드디어 고향에 거의 다왔을 무렵이였다.

    그동안의 피로가 쌓인 팬텀은 길 한가운데에 쓰러졌고.

    레오도스론이 나타났다.

    그 뒤는......... 잘 알고 있는, 그런 이야기다.

    "라시드, 팬텀이 들어왔는데"

    "저도 알고 있습니다. 레이디 루이넬......... 도대체 뭘 하시려는건지. 혹시 추측이 가십니까?"

    "아빠는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

    "모르겠어, 나중에 들어온다고 해놓고. 정작 자기는 변장하고 모르는 척까지 해달라고 하잖아. 그렇지 이렌?"

    "시싯, 시시싯(응, 맞아)"

    이렌이 조용히 시엔느의 머리 위에서 말한다.

    팬텀의 부탁에 이렌은 조용히 연회장으로 잠입해왔다.

    안들키고 어떻게 왔냐고? 연회장에는 영화에서 볼법한 일부러 부풀려진 드레스를 입은 여성도 많다. 그 안쪽에 숨으면 작은 이렌의 몸은 들키지 않는다.

    마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분위기는 좋다. 주신 레기아가 마족에 대한 인간의 적대 인식을 낮춰준 효과다.

    간간히 말을 걸어오는 인간들도 있고, 외형만 살펴본다면 전원 미남미녀기 때문에 의외로 젊은 남녀들이 많이 찾아온다.

    물론 전부 작업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건 라시드, 라시드는 잘생겼고 마족이지만 그중에서도 정점이나 다름없는 마왕이기에 권력도 있다. 또 행동에서 우러나오는 매너와 절제는 뭇 영애들의 마음에 불을 치피다 못해 휘발유를 퍼붓고 있다.

    지금은 겨우 빠져나와 루이넬 옆에 붙어 피난처에 온것 같다.

    "슬슬 본격적인 연회가 시작되는것 같습니다. 참가하지 않고 있던 인간들도 슬슬 들어오기 시작하는군요"

    "설마 팬텀이 그걸 노린걸까?"

    ".......... 그럴지도 모릅니다. 아니라면 딱 이 타이밍에 들어오지는 않을테니까요"

    두사람은 팬텀이 세운 자세한 계획은 모른다. 이렌에게도 말하지 않고 모르는 척 해달라고 전해달라고 부탁 했을 뿐이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것은, 본격적인 계획에 들어간다면, 정당한 명분과 사회적 말살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슈탈 공작가에 대한 팬텀의 분노. 그리고 증오와 복수심.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팬텀은 한가롭게 와인이나 홀짝이면서 대기하는 중이다.

    "언제쯤 오려나, 빨리 들어오라는 건 아니지만, 슬슬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살짝 눈짓으로 루이넬에게 신호를 보낸다. 신경쓰지 말라는 뜻이다.

    그것을 본 루이넬은 피식 웃으며 알았다고 자신도 눈짓을 한다. 아주 잠깐인데다 미미하게 한것이기에 인간은 보통 눈치채지 못한다.

    "잠시, 실례해도 되겠나?"

    "아....... 네"

    팬텀은 이 연회장에서 철저히 약자를 흉내낼 생각이다. 그러니 딱 나이대에 맞는, 한 가문의 후계자 정도로.

    그러니 연장자가 물으면 그는 필시 한 가문의 중요 인물, 아무리 못해도 한 가문의 가주정도는 되는 인물이니까 굽히고 들어가야 한다.

    아무리 공작가의 후계자라도 남작가의 가주에게는 어느정도 대우를 해주니까.

    팬텀의 몸에는 맞지 않지만 최대한 예의를 살려 살짝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상대는 곱게 늙은 은발에 가까운 머리카락과 콧수염을 기른 신사였다, 나이는 한 60대쯤 되어보이는 고령의 귀족이다.

    그런 사람은 흔히 두가지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오래도록 가문의 가주를 해올 정도로 능력이 있거나, 아니면 아주 조용하게 영지를 운영하며 살았거나.

    "나는 에메레스 제국의 파자드 남작이라고 하네. 자네의 이름을 물어도 되겠는가?"

    "팬........ 아니, 류한이라고 합니다"

    "특이한 이름인데......... 성은?"

    "사정이 있어서 지금은 밝히지 못합니다. 조금만 양해해 주세요, 제가 지금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기에. 지금은 말하지 못합니다. 나중에 꼭 밝히겠습니다"

    간절한 팬텀의 말에 파자드 남작은 무슨 사정이 있는가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간절한데, 게다가 지금은 못밝히지 나중에 밝힌다고 하니, 그리 신경쓰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저는 왜......."

    "그게 말이지. 이 연회장에서 자네가 딱 눈에 들어오지 않는게 아닌가?"

    순간 팬텀은 흠칫거렸다.

    설마 무언가 티가 났나. 싶은 것이다.

    "예전에 나랑 친구였던 루젠 자작이 있었지. 자네는 꼭 그녀석의 젊은 시절이랑 꼭 빼닮았어"

    "아, 네............. 네?!"

    팬텀은 당황했다.

    지금 외모는, 그러니까 금발의 조금 곱상하게 생긴 외모는 원래 팬텀의 외모다.

    "곱상한 얼굴로 네이드 남작 영애를 꼬셔서는.......... 에잉, 그래도 그놈. 나중엔 마누라한테 벅벅 긁히며 살았으니 오히려 잘된걸지도 모르지"

    꼭 닮았다라.

    지금의 외모와 꼭 닮았다라.

    팬텀의 지금 외모는 아버지 보단, 어머니를 닮은 외모다. 흑발 흑안에 여성스러운 쪽이 아버지를 닮은 것이고.

    거기에 팬텀의 어머니는 잘은 모르지만 귀족가의 자식이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름다운 외모와 그의 기억속에 있는 그녀의 예법이 그것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설마 어딘가의 몰락 귀족의 딸인줄 알았는데.

    혹시나, 혹시나..........

    "저기, 그 루젠 남작이라는 분. 자녀를 두셨습니까?"

    "응, 물론 두었지. 장남에 차남. 그리고 막내딸 하나를 뒀지. 참 부럽다니까. 나는 딸만 셋이라 데릴 사위를 들여야 하는데 말이지"

    막내딸.

    팬텀의 심장이 두근두근거린다.

    부계쪽 친척은 그렇다 치더라도. 외가쪽. 어머니와 관련된 친척이 있을지도 모른다.

    "혹시 막내딸의 이름을 알수 있을까요?"

    "응? 아아, 그녀석의 막내딸 말인가? 아마 이름이........... 로웨나. 그래, 로웨나 폰 로젠. 그 이름이였어"

    ".......... 아"

    맞다.

    팬텀은 어머니의 이름이 맞자, 예상치 못한 상황과 순간에 들이닥친 진실에 손이 떨렸다.

    어머니의 친척.

    "그친구도 고생 많았지.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는데. 딸이 가출을 해버렸으니까 말이야"

    "...... 가출을?"

    "그렇지, 행방불명되서 지금은 소식이 없지만"

    맞다.

    동명이인도 아니다, 그녀는 팬텀의 어머니가 맞고 로젠 남작가는 팬텀의 외가가 맞다. 외삼촌도 있고, 할아버지도 있다.

    형이나 아버지, 그리고 동생을 제외한 자신의 핏줄이 있다는 사실에 팬텀은 순수하게 기뻐했다.

    그리고.

    "하지만....... 전부 죽었지"

    "...... 네?"

    "전부 죽었단 말일세. 기둥 하나 남기지 않고 뿌리가 뽑혔지. 불쌍한 녀석"

    파자드 남작은 눈물을 훔치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어떻게? 어째서?

    의아함과 분노, 그리고 절망과 허탈함이 가득한 복잡한 팬텀의 얼굴을 본 그는 이어서 말을 했다.

    "반역죄일세"

    "........ 반역죄?"

    "남작가가 병력을 모아봤자 얼마나 모은다고. 게다가 에메레스 제국과 마케니아 왕국의 전쟁도 벌어졌었는데. 그는 그저 미리 눈치채고 병력을 모은 죄밖에 없을터인데........."

    "하지만 그러면 적어도 가솔들은 노예로......"

    "노예도 안되고 전부 죽었네. 나도 손을 쓰고 싶었지만.......... 무리였지. 하필이면 그 반역죄를 뒤집어 씌운게 바슈탈 공작가라........."

    말이 막혔다.

    팬텀은 그저 조용히, 그리고 그 단어를 듣자 마자 뿜어져 나오려는 절망감과 증오를 씹어서 삼켜내고 겨우 진정했다.

    지금만 해도 머릿속에서, 귓가에서 그의 욕망인 팬텀의 이름을 지닌 녀석이 당장에 가서 그 공작가를 박살내라고 속삭인다.

    아직이다. 아직이야.

    팬텀은 스스로를 절제하며 그걸 역관광시킬 계획을 세웠다.

    개인적인 원한에서, 이제는 외가 친척을 몰살시킨 쓰레기 가문에 대한 복수로.

    "...... 감사합니다"

    "응? 뭐가 말인가?"

    "보시면 알아요"

    아니, 보기 보다는 말해야 알 것이다.

    그것과 팬텀의 원한은 별개의 것이며 떨어져 있으니까.

    그리고.

    "바슈탈 공작가의 로진 폰 바슈탈님, 로자리아 폰 바슈탈님이 입장하십니다!"

    소란스러운 연회장에 고대하던 자가 들어온다는 소리가 들렸다.

    ============================ 작품 후기 ============================

    분명 몇번 떡밥을 뿌렸었죠. 팬텀 생각중에 어머니는 어디선가 귀족 아가씨 느낌이 났었다고요. 그런 고로 외가 친척도 있었음.

    근데 박살.

    좆까라 그래. 이제 니들은 자비도 없엉. 그냥 곱게 죽여주냐 아니면 잔인하게 죽여주냐의 차이지.

    개똥받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지만 속담중에 틀린말이 있단걸 보여주겠음.

    그냥 다 좆되는거야.

    외가 친척 하나 없는 불쌍한 팬텀. 흐규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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