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468 회
< --중간계에서 마족이 깽판치는거 어떻게 생각해?
-- >
레기아 교단은 레기아 대륙의 전국적인 종교다.
그것은 대륙의 이름만 들어봐도 알수 있는 일.
기원하는 것은 풍요, 풍작. 즉 농사에 관련된 일이다.
비와 바람, 그리고 태양을 다뤄서 한 해 농사를 짓는 자들은 모두 레기아의 신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자고로 먹는 것 만큼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없다. 사회가 붕괴되면 돈보다는 식량이 더 중요하니 말 다했지.
그런 레기아 교단의 중심. 대신전.
교황과 함께 7명의 주교들이 있는 레기아 교단의 중요건물이다.
레기아 교단의 교황은 왕까지는 아니나 그에 준하는 권력을 가진다.
농민들의 종교를 정점에 있기에. 밀과 작물에 관한 것들은 레기아 교단이 간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맘만 먹는다면 나라 하나정돈 식량 공급에 문제가 많게 만들수도 있다.
그런 레기아 교단의 교황이. 한 소녀 앞에서 양 무릎을 땅에 붙이며 고개를 숙여 그녀의 발에 입을 맞추고 있다.
"오오, 주신이시여........ 어찌하여 강림하셨나이까?"
"딱히, 그대들을 만나러 온 목적은 아니였습니다. 본래의 목적은 다른것이였고. 그것을 끝낸 저는 돌아가려고 했으나 주변의 만류로 인해 이곳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팬텀과의 이야기를 끝낸 주신 레기아.
정작 팬텀 본인은 사라졌고, 신전에 남은건 레기아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도 강림을 한것의 링크를 끊으려고 했으나.........
주변의 신관들의 만류와 말을 걸음으로서 돌아갈 타이밍을 놓쳤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대신전으로 소식이 흘러들어가서. 그녀는 여기까지 오게 된 일이다.
그냥 눈 딱 감고 무시하면 좋지만, 일단은 풍요를 관장하는 신이지 않은가? 게다가 그녀 자체의 성격도 그리 모지지 않다.
다행히도 그녀에 대한 소문은 신전쪽을 제외하고 다른 자들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오는 길에도 편하게 올 수 있었고, 소란이 피워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다크 로드 캐슬의 등장으로 각 나라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려있는 것이 한 몫했다.
"주신님의 목소리를 듣는것이 생에 꿈이였는데. 이렇게 뵙게 ?
을 줄이야..........."
"당신을 만나러 오는것이 부탁이였으니. 저는 이제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조금만, 조금만 이야기라도 하시지 않겠습니까?"
교황은 엎드린 채로 고개를 숙이며 간절하게 부탁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그녀는 부탁을 이렇게 받으면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차라리 절대자적인 신으로서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이라면 누가 부탁을 하고 기도를 하든 무시할 수 있을터인데.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좋습니다. 그럼 인간의 시간으로 약 2시간 정도만. 그정도만 이야기 하도록 하죠"
신이란 무엇일까?
흔히 전지전능하거나 그리스 신과 같은 인간적인 신을 생각하지만. 신은 결코 그렇지 않다.
그저 세계를 지켜보면서 조금 조율할 뿐인 그런 존재.
하지만 절대적인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주신이시여...... 혹시 이번에 나타난 거대한 비공성. 그것에 대한 일로 내려오셨나이까?"
"어느정도 이유는 들어맞습니다. 정확히 말해서 그 성의 주인에게 볼일이 있었습니다"
"감히 청하옵건데. 그 주인이 누구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마계의 대마왕. 팬텀이라고 불리는 자입니다"
"대...... 마왕!"
대마왕이란 이름은 중간계에서 생소하다. 하지만 그 말의 의미는 듣는 순간 알 수가 있다.
공작도, 마왕도 넘어선 대마왕.
다른것 없이 백작에서 후작 정도의 마족만 중간계에 나타나도 그야말로 재앙이라 할 수 있는데. 대마왕이라니.
"주신이시여, 이럴때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딱히, 아무 일도 할 필요 없습니다"
".......... 네?"
"당신들은 그저 지금처럼 몸을 고쳐주는 대가로 돈을 받고, 성직자이면서 일반 인간보다 더한 욕망에 찌든 생황을 참 많이 즐기시면 됩니다"
"주, 주신이시여.........."
"딱히 제가 손 쓸 생각도 없습니다. 오히려 저보다는 대마왕이 훨씬 편할테니까 말입니다"
신관들은 돈을 받고 신성력으로 치료를 한다.
하지만 돈이 없는 평민은 변변치 않은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나간다.
세상은 발전해나가면서 썩었다.
"이번 대마왕은, 인간이기에. 누구보다 인간다운 인간이기에 욕망을 행하는 당신들의 행동을 언젠가 용납하지 않을겁니다. 대마왕의 이름으로 처단하고 신전을 갈아 엎을겁니다"
"하, 하지만......... 저희는 주신님의, 레기아님의 신도입니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담담하게 말했다.
팬텀이 신전을, 신관들을 갈아엎으면 죽는 자는 상당히 많이 나올 것이다. 부패한 자들이 가득할 테니까.
하지만 딱히 그들이 죽어도 상관없다.
"현재 이 대륙의 지성을 가진 생명체의 수는 약 20억명이 조금 넘습니다. 그중에서 2억명도 안되는 수의 이종족이 있고 그 외는 전부 인간이나 다름없습니다"
약 18억명.
출산률이 높아도 사망률도 높고 위생도 더러운 이 대륙에서 인구는 탈탈 털어야 그정도 나온다.
그나마 요즘 태평성대가 이어지고 있어서 그정도였지. 이전에 전쟁이 났을 때는 상당히 수가 내려갔었다.
"그 18억명의 숫자 중에서. 신전에 소속된 신관의 수는 기껏해야 몇만명. 그리고 또한 그중에서 신성력을 발휘할 정도의 신관은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그건..........."
신관의 수는 적다. 수습 신관의 수를 합친다고 해도 10만명이 넘어갈까 말까.
당연하듯이 신관이 되기는 까다롭고 그것보다는 차라리 마법사나 기사, 그것도 안되는 용병이 더 되기 편하다.
"당신들이 아니여도. 농사를 짓고 생활하는 자들은 자기 스스로 기도를 하고 저를 믿습니다. 퍼센트로 따지자면 0.005퍼센트도 안되는 수. 설령 신전이 붕괴하고 신관이 다 죽는다고 한들. 제 손실은 0.1퍼센트에도 못미칩니다"
요컨데.
"저를 믿는 신관이라고 자만하지 마십시오. 애초에 저는 당신들에게 조금이나마 간섭한 힘으로 중간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라고 신성력을 주었을 뿐이지. 그렇지 않는다면 전부 균등하게 만들어버릴겁니다"
"어, 어떻게 하실겁니까? 설마 저희들의 신성력을 가져가신다거나........"
"그런것도 있습니다만. 오히려 전 대륙의 일반인들에게도 신성력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면 당신들은 특별한게 아니라 평범해지는 것이 되니까 말입니다"
신관이 존중받고 고급 인력으로 평가받는건 사람을 치료하는 신성력의 존재 덕분이다.
그 신성력으로 포션도 만들고 기타등등의 여러가지 일들을 할 수 있는데. 그런 신성력을 개나소나 쓸 수 있게 만들면 신전의 영향력을 어떻게 될까?
신전에서 포션을 사지 않아도 일반 물에다 신성력만 부여해 보관하면 그대로 포션에 준하는 약이 된다.
"그는 지상에 제가 간섭할 수 없는 부분까지 알아서 간섭하고 고쳐줄, 이 세상에 백신과도 같은 남자입니다. 스스로 찔리는 구석이 없는 자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테니까"
하지만 거슬리는자는.
드래곤 마냥 스러질 뿐이다.
루이넬과 카르덴, 그리고 시엔느는 자리에서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갔다.
전세를 내고 자리를 비켜달라니, 힘은 있지만 일을 크게 만들기 싫은 그녀들로선 나오는 수밖에 없다.
어디 다른데, 조금 떨어지는 음식점이라도 찾아서 가야지,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내려간다.
돈은 역시 낼 필요 없이. 다음에 오면 서비스로 무료라고 한다지만 다음에 언제 올지는 모르겠다.
"우, 역시 중간계도 딱히 다른건 없구나. 힘있는 녀석이 장땡인거"
"아닐껄? 중간계에서 말하는 힘이란건 대부분 권력이래. 마계에서 말하는 힘은 무력이고. 아무리 제국의 황태자라지만 무력은 별볼일 없을껄?"
그랜드 소드 마스터쯤 되야 상급 마족의 상대나 될 수 있을까.
그만큼 중간계의 수준이 낮다는 반증이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
어, 고의로 ?
아내는것도 아니고. 압박을 받아서 그런거니까 이해해 줄수 있어"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가게를 박살내고 깽판을 부렸을테니까.
보아하니 막 황태자란 녀석이 가게에 들어오는 모양이다.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상당히 카리스마가 있는게. 역시 아무리 그래도 황태자라는 걸까?
"그래도 팬텀보단 못하네"
"우, 동감"
"아빠가 더쌔고 멋져"
콩깍지가 씌인게 아니라 사실일 뿐이다. 애초에 초월자와 일반인의 비교니까.
그녀들은 가게 밖으로 나서고. 황태자가 막 가게로 들어서려는 찰나.
루이넬과 황태자의 시선이 마주쳤다.
현 에메레스 제국의 제 1황위 계승권을 가진 황태자. 아레스 폰 에메레스는 현재 미혼. 거기에 약혼자도 없다.
황태자기 때문에 노리는 자는 많겠지만 실제로 그가 마음에 두는 여성은 전무. 혹시 고자인가 싶지만 그것도 아니다.
그저 눈에 차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 이자리에서 첫눈에 반한다는게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적발에 적안. 남자를 집어삼키는 듯한 색기를 품은 요염한 미녀.
그저 걷는것 만으로도, 흘깃 거리는 눈짓만으로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자, 잠시만........"
"황태자님?!"
그는 기사들을 멈춰세우고 루이넬에게 말을 걸었다.
"잠시,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레이디?"
"..........?"
깍듯한 예의 바른 인사. 역시 황태자라는 건지 예법에 밝다.
한치에 어긋남도 없이 인사한 그는 루이넬과 대면했다.
막상 루이넬 본인은 뭔일인지 오히려 의문은 가지는 중이지만.
"제 이름은 아레스 폰 에메레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레이디의 이름을 물어도 되겠습니까?"
".......... 루이넬인데"
"감히! 황태자님께 반말을........."
"경은 조용히 물러나 있게!"
황태자의 고함에 기사는 움찔거리면서 뒤로 물러난다.
딴에는 충성심의 발로라지만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끼어든 그 대가다.
자고로 직장 생활이란 눈치가 반이란게 틀린말은 아닌것 같다.
"제 기사가 무례를 저지른것 같군요. 그러니, 무례를 만회할 기회를 주시지 않겠습니까?"
"내가 틀린게 아니라면, 지금 이거 작업거는거 맞지?"
"네, 맞습니다"
꽉찬 돌직구.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루이넬이 누군가, 애초에 마왕이면서 고작 제국의 황태자에게 관심을 가질 여자도 아니다.
거기에 한가지 더.
애초에 루이넬은 팬텀처럼 해바라기. 한사람만 보는 일편단심이고 그의 조강지처다.
바람을 피울리가 없지 않은가?
"그거라면, 상대를 잘못고른것 같은데"
"무슨.........."
그녀는 조용히 자신의 왼손 약지를 오른손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루이넬의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는건 검은색의 아름다운 반지.
다른 손가락이라면 모를까.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의 의미는 하나다.
결혼 반지.
물론 아직 결혼식은 안치뤘다고 하나. 동침에 결혼 반지에 자식까지 있으니 부부나 마찬가지다.
아무튼 간에.
반지를 끼고 있다는건 유부녀란 뜻이다.
"레이디, 겨, 결혼하셨습니까?!"
"응, 여기 자식도 한명 있는데"
루이넬이 시엔느를 보며 말한다.
닮진 않았지만, 둘이 친구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부모자식간이다.
"우, 뭐해? 우리 볼일 있으니까. 빨리 가자"
"응, 엄마. 빨리 가자"
평소에 루이넬을 처음 한번 빼고 엄마라 부르지 않던 시엔느가 이번에 다시 엄마라 불렀다.
그것도 옆에 꼭 붙어 손을 끌면서.
그 모습이 모녀지간처럼 보여 황태자의 마음에 금이 간다.
"볼일 없으면, 우린 이만 가볼께"
루이넬은 그를 무시하고 가게를 빠져나간다.
카르덴도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멘탈이 부서진 황태자만이 좌절하며 있을 뿐이다.
그리고.
"저기, 저기. 황태자 오빠. 잠깐만"
"응? 아....... 꼬마 레이디는 왜........."
시엔느의 말에 그는 그녀의 키에 맞춰 숙여서 귀를 가져다 댄다.
그리고 부서진 그의 멘탈을 아예 가루로 만들어버린다.
"이게 어디서 내 친구이자 엄마에게 개수작 질이야. 아빠가 알았으면 넌 죽었어. 평생 운 좋은줄 알아. 다음에도 이러면 그 잘난 면상에 때찌해줄테니까"
"............... 어?"
메롱, 하고 혀를 내민 시엔느는 그대로 가게를 빠져나가 그녀들의 뒤를 따라간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시엔느는 이전의 일로 기억을 되찾아 몸만 어릴뿐 정신은 성인이다.
"시엔느, 무슨 이야기 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다음에 내가 때찌해준다고 했어"
"인간에게 네가 때찌하면 인간은 죽어"
"에? 그만큼 약해?"
몰랐네, 하고 진짜 몰랐던건지, 아니면 가짜로 그런건지는 모르지만.
시엔느는 묘한 웃음을 지었다.
============================ 작품 후기 ============================
제가 판타지 소설 보면서 깨부수고 싶었던 클리셰중 하나가 바로 신전과 신관들이죠.
자만하지마 이놈들아. 신은 너네 별로 안좋아해.
레알로 신은 믿는 사람의 수만큼 힘을 얻는데. 신관들은 기껏해야 사회에 영점 몇퍼센트.
다 죽어도 신한텐 그리 손실 없음요.
게다가 애초부터 신이 팬텀편을 들어줌. 성녀 나와봐라, 존나 까이지.
그리고 한가지 더.
누구든 루이넬한테 작업을 걸면 시엔느한테 좆되는거야. 아주 좆되는거야.
말했잖아요, 시엔느는 지금 몸은 작지만 머리는 그대로라고. 이놈이 어디서 개수작질이야.
일단 공작가에 선전포고 하는 부분까지만 중간계 파트를 살짝 절단하고 대마왕을 족치러 갑시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