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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계에서 마족이 깽판치는거 어떻게 생각해?
-- >
누군가 그랬다 복수 뒤에 남는건 없다고.
그 말을 한다면, 나는 지랄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개우우우우우우우운해졌다아아아아아아!!!"
온몸이 피범벅이 ?
지만 나는 기지개를 피면서 활짝 웃는다.
내 마음을 가득 채웠던 복수심이 통쾌하고 행복한 만족감으로 바뀌었다.
마치 배가 고프다가 원하는 음식을 실컷 먹고 난 후의 느낌이다.
"아, 근데 걸레짝이 ?
네........ 딱히 상관 없으려나. 그림자속에 보관해놔야지. 비늘이랑 뼈는 쓸만하니까"
드래곤은 고기는 별로 쓸데가 없다. 질기기만 하고 맛도 없지. 멋으려면 절임이나 발효시키듯 몇달은 숙성시켜야 맛이 나올것 같다.
아, 그런데 그렇게 하면 뭐랄까. 정력이나 몸에 좋을것 같은데. 그냥 고기도 좀 가져갈까.
그림자의 마왕의 그림자는 안쪽에 거의 무한정 공간이 있어서 뭐든 보관할 수 있다. 아공간같이 냉동 보관은 안되지만 시간이 안가서, 적어도 영구 보관은 가능할까.
나는 그림자를 늘려 레오도스론의 사체를 그 안에 보관하였다.
"이제 뭐하지.......... 황태자. 아니 대륙 정세를 보아하니까 지금은 국왕님인가. 아무튼 그사람은 아직 보긴 좀 그렇고........"
오랜만에 고향에 가볼까. 전엔 어머니 묘만 가보고 가질 않았는데.
나는 가볍게 발걸음을 돌렸다.
복수를 해결하니......... 마음이 가볍다.
누가 복수가 안좋은거래. 통쾌하고 마음이 가벼워서 좋기만 하구만.
내 고향은 현재 이 대륙의 1개의 제국과 3개의 왕국중에. 제국에 속하는 에메레스 제국의 관광지......... 라고 할까.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다.
바다가 가깝고 주변에 먹을거리가 많아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긴 하지만. 거기서 말을 타고 하루 거리에 있는 명소. 휘광의 호수가 더욱 인기가 많다.
도시 자체가 관광지기도 하고. 항구로 향하는 유통로기도 해서 꽤나 붐비는 곳.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크지도, 하지만 작지도 않은 지나가다 들르기 편한 마을.
"......... 정말 오랜만이네"
루이넬이랑 같이 올 껄 그랬나. 아니, 지금도 부르면 올것 같은데.
이름도 없는 마을이다. 그도 그럴것이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이만큼 크기를 키워온터라 이름이 없다.
정겨운 거리......... 뭔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꽤나 익숙한 곳이다.
나는 문득 보이는 여관을 발견했다.
"아, 여기........."
[에이미의 휴식터]
촌스런 이름은 여전히 안바꾼건가.
원래 이 가게의 주인은 나를 여기 종업원으로 써주셨던 한스 아저씨다. 다만 여관을 지을 때 마침 딸을 낳아서 딸의 이름은 에이미로 했다고 한다.
아마 에이미 누나가 나보다 5살 정도 많은. 지금이라면 한 30살 정도 ?
으려나. 아줌마가 다 ?
겠는데.
"어서오세요!"
여관에 들어가자 아직 점심 시간은 아니라 그런지 한가한 식당이 보였다.
그리고 반겨주는 사람은, 아직도 옛날 모습을 간직한 여성........ 에이미 누나다.
"아, 누나는 30대가 ?
을 텐데 아직도 안변했네"
"에? 누구..........."
"나야 나. 류한. 10년 전 쯤에 마을 말고 마을 밖의 숲에서 살던 그 류한"
"어?! 어어?! 어어어?! 여보!!!"
여보? 결혼 했었던가?
아니, 이제 30대인데 결혼을 안했다면 그건 노처녀도 그냥 노처녀지. 20대에 결혼 안해도 노처녀라 불리는 세상인데 30대라면...........
에이미 누나의 목소리에 주방 안쪽에서 여보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얼굴을 드러낸다.
......... 에이미 누나를 짝사랑 하던 알버트 형?
"결혼에 성공했었어?!"
"당연하지! 너 임마 오랜만이다!!!"
예전과 달리 덮수룩한 수염을 한 그는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오래전에, 그러니까 아마 내가 열살도 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그때의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살기 위해 어떻게든 일을 해야 했었다.
당시 나를 거둬주신 분이 한스 아저씨. 그는 나를 여관에 종업원으로 취직시켜주시고 간간히 요리가 가르쳐주면서 미래를 대비하라고 걱정해주신 분이다. 정말 고마우신 분이지.
아마 내 요리 스승이 그분일 것이다. 어머니가 요리하는 걸 보고 배운적도 있지만 정식으로 배운건 한스 아저씨니까.
당시 그때는 나보다 3살 많은, 한스형이 있었는데. 마을에서 심부름 하는 일을 하던 형이였다.
그 형이 짝사랑 하던 사람이 에이미 누나.
"야, 그런데 너. 진짜 류한 맞냐? 10년이 지났는데 너는 아직 앳된 모습이 남아있는것 같은데?"
"언제였더라. 눈 오는 날이였던것 같은데. 형이 누나에게 연애편지 써서 본인은 용기 안난다고 나한테 에이미누나에게 주라고 한적이 있었지 아마"
"......... 너, 맞구나"
진짜 맞거든.
만약 팔찌를 벗는다면....... 못알아보겠지.
"그런데 너, 행방불명 ?
다는데. 어디서 뭐했어?"
"음, 공작가에 노예로 잡혀갔다가 겨우 탈출해서 엘프의 도움을 받아 고향에 거의 다 도착했는데 드래곤에게 납치당해 실험을 당하다가 마계에 떨어져서 살아남으려고 보니 어느새 대마왕이 ?
어"
"짜식, 농담도"
"본못 사이에 농담만 늘었는데?"
하하하, 거리면서 한스 형과 에이미 누나가 웃는다.
아니, 진짜인데?
"진짜야"
"거짓말 말고, 그러고 보면 너. 옛날 부터 요리말고 작가의 재능도 꽤나 있었지 아마?"
"농담 아닌데"
"그래, 그래, 알았어"
"진짜야, 지금 대륙에서 한참 떠드는 비공성은. 다크 로드 캐슬이라고. 대마왕인 나를 비롯한 8명의 마왕 전원이 타고 있어. 지금도 나를 실험체로 썼던 드래곤의 죽이고 오는 길이야"
"............."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는 나의 말에, 두사람 다 뭔가 위화감을 느낀듯 했다.
"......... 진짜야?"
"어, 뭘 증거로 보여주면 될까. 내가 죽인 드래곤의 목?"
순간 그림자가 늘어지면서 안쪽에서 식당을 일부 채울만큼 커다란 생물의 목이 드러난다.
다만 꽤나 망가져 있는 모습, 흉하게 찢어지고 피범벅이 되어있다.
"이, 이건......... 드래곤?!"
"응, 드래곤이야. 이름은 레오도스론. 흉하긴 해도 씻어서 잘 정리하고 다크 로드 캐슬 박제품중 첫번째가 될 녀석이야. 아, 비늘이라도 하나 떼어줄까?"
그에 두사람 다 침묵했다.
이야기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내 과거 이야기. 그러니까 중간계의 유년기 시절 이야기와......... 아, 지구의 이야기는 못믿을것 같고 너무 다른 문화를 인식시키면 지금도 힘든데 더 힘들테니까 뺐다.
마계 이야기를 간추려서 이야기 하자. 두사람 다 놀라는 눈치다.
"그래........ 그랬구나. 고생이 많았겠네"
"어쩐지 얼굴은 빼고 꽤나 변한 느낌이 들던데. 그래서 그런거였구나"
"아, 이 얼굴도 사실 진짜가 아니야. 얼굴이 너무 바뀌어서 잠시 가짜로 만든거지"
"정말? 그럼 진짜 얼굴 보여줘"
나는 팔찌를 벗어 내 얼굴을 보여주었다.
흑발의 흑안, 이 대륙에선 보기 드문 머리와 눈동자의 색이다.
거기에 미녀.
".......... 너, 우리 아들 며느리 해라"
"난 남자야! 그리고 형 아들 나이 몇살인데?!"
"올해 10살"
"범죄야! 거기에 동성이라고!"
"괜찮아, 물고기가 남자든 여자든 맛만 좋으면 그만........."
"여보?"
에이미 누나가 알버트 형의 귀를 잡고 아주 강하게 잡아당긴다.
우와, 저건 아프겠는데. 역시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는 건가.
"아, 맞다. 그러고 보니 나도 마누라랑 딸이 있는데"
"결혼 했어?!"
"응, 거기에 흡혈귀. 왜 그거 있잖아, 피를 마시는 마족"
"그런데 딸은?"
"음, 친딸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입양해서 말이야. 그런데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게 함정이지"
"하긴, 마족은 나이가 많다고 하니까........."
그럭저럭, 여기도 안변한것 같겠다.
마을 사람들도 어느정도는 남아 있으려나.
"난 이만 가볼께, 할일이 꽤나 많아서. 추억 서린 장소도 몇몇 둘러볼 생각이고. 시간 나면 또 올께"
"응, 다녀와. 뭔일 있으면 밥먹으로 오고"
"반대로 이쪽에 뭔일 있으면 내가 말 해둘테니까. 여관 건물 천장에다 하얀색으로 칠해놔. 그러면 딱 눈에 띌테니까. 다크 로드 캐슬에서도 발견할 수 있거든"
가족애......... 라고 할까. 아니면 정겨운 느낌이 그리워서일까.
나는 다시 한번 더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내가 기도하던 신전..... 이려나.
예전에 나도 신을 믿었을 때가 있다. 꽤나 오래전 이야기.
한국에서 기독교 믿다가 그냥 때려쳤었다. 그때 이후로 신은 안믿는다.
아무튼 이 대륙에는 대부분 주신 레기아를 믿는다. 그 외에도 몇몇 신이 있지만 그건 전부 주신 휘하의 하급 신들.
일단은 내가 살던 마을에서 어느정도 오랬동안 걸어가면 신전이, 그것도 주신 레기아를 모시는 커다란 신전이 있다.
한달에 한번씩, 나는 주말에 그 작은 발걸음으로 쉬지 않고 걸어서 4시간 동안 걸어 겨우 도착해 신전에서 어머니의 안전과 나의 앞길에 평온함이 가득하길 빌었다.
그런데 신이란 놈은 내 말은 전부 싸그리 무시했지.
내가 다른걸 바란것도 아니고, 아주 조금 힘을 낼 수 있게 희망을 바란것 뿐인데. 그것 하나 이뤄주지 않았다.
고작해야 당시 어린 소년의 희망 하나 구해주지 못한게 무슨 신이냐. 귤까고 있네.
그래도 한달마다 방문하던 곳이니까, 꽤나 추억이 서린 곳이라서 방문하는 거다.
"여긴 변했네, 거기에 증축했냐. 역시 더러운 신전은 돈을 많이 버니까....... 거기에 이런 도시라면 더더욱 발전할테고. 신전이 커지는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대륙에 몇개 없을 정도로 큰 신전이다. 이정도면 거의 교황이 있는 대신전에 비교할 수 있으려나........ 물론 비교만.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기부를 하는 함이 있다. 꼴을 보아하니 기부금을 내지 않으면 안으로 못들어가는것도 여전하다.
그때는 동전 몇푼이라도 내서 기도는 할 수 있었지만.
"뭐, 기분내는 거니까. 조금 넣어줄까"
옛다, 레오도스론, 그녀석의 비늘이다.
헌금함에 던져 넣어주고는 안쪽으로 들어갔다.
환경은 변한게 없다. 신상의 배치나 성직자들이 서있는 자리도, 그나바 바뀐건 기도석이 조금 좋은걸로 바뀐 정도.
염병할 놈들. 10년이나 지났는데 서민쪽 기도실은 이게 전부냐.
나도 기도나 좀 할까. 아, 물론 좋은 쪽 기도는 아니고.
"염병할 주신........ 아니, 주신이 뭐 대수냐. 넌 그냥 위에서 짜져 있어서 내가 깽판치는거나 보고 있어"
그리고 무언가 기분 나쁜 기척이 흐른다.
뭐지? 이건.......... 신관들과 같은 기운으로 보아 신성력인가.
그것도 고농도의, 고순도. 마왕 이상인데다 대마왕인 나에게는 교황이 목숨을 걸고 신성력을 뿌려도 난 멀쩡하다만. 이건 내가 살짝 댈 정도. 얼굴을 가린 손이 뜨거운 후라이팬에 데인것마냥 익는다.
내 몸은 이미 마그마에 빠져도 멀쩡한 수준이지만. 저건....... 죽을 사람도 되살릴 만한 순도와 양의 신성력.
덕분에 주위에선 난리도 아니다.
"이, 이정도의 신성력이라니......... 오오, 주신이시여........"
대마왕에 오른 나조차 따끔하게 될 신성력이다. 나도 인간이라 신성력이 어느정도 좋은 영향을 받기 마련이지만 일단은 몸안의 강대한 마력과의 상성으로 인해 데미지를 입는게 더 커서 그런다.
이내, 내 앞에는 소녀처럼 보이는, 하지만 귀여움이라곤 전혀 없는 무표정의 여성이 서 있었다.
".......... 뭐야, 대놓고 강림할줄은 몰랐는데"
"강림이 아닙니다. 그저, 편한 대화를 위해 일시적인 육체를 구축했을 뿐"
"말투가 딱딱한데. 아니, 말투 자체가 아니라 말하는 단어 자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그저 편의를 위해 태어난 신이니 말입니다"
주신, 레기아다.
우리 대륙의 이름도 레기아, 주신의 이름도 레기아. 참고로 붙여진건 주신의 이름이 먼저고 대륙의 이름은 그 다음이다.
관장하는건 역시 땅을 비롯한 비나 바람, 태양같은것들. 풍요를 기원하는 축제도 열릴 정도로 풍작의 신이다.
오래전 대륙에 가뭄이 들고 피폐해졌을 때, 그녀가 나타나 이 대륙을 구원하고 다시 바로 세웠다....... 라는 어디에나 있을법한 신화 이야기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대마왕 팬텀....... 아니, 류한. 어떤 이름으로 불러드려야 할까요?"
"팬텀으로 불러, 그나저나 나에겐 뭔일? 설마 내가 깽판을 부리겠다고 뭐라 할건 아니지?"
"아뇨, 저는 당신에게 개입할 권리가 없습니다"
뭔 소리야?
아무리 내가 대마왕이라도 상대는 주신, 우리 대륙의 신중에서 최고위 신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신이 맘만 먹는다면야, 어느정도 제약이 있더라도 전설의 용사를 뽑아 나를 해치운다느니. 어떻게 가능할텐데?
"이 대륙은, 세계는. 한정되고 계획되어 있는 미래, 그리고 저는 그 생명과 환경에 대한 어느정도의 간섭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 무슨 소리야?"
"요컨데 이 대륙의 모든 생명들은 제가 관장하고 개입할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앞으로 간단히 말해줘, 난 복잡한건 딱 질색이거든"
"그래 보입니다"
.......... 신 맞냐. 너무 직설적인데.
무표정하고, 감정이 보이지가 않는게 무슨 인공지능이랑 대화하는것 같다.
"하지만 당신은, 그런 미래에 없는. 운명의 예측에 끼어있지 않은 자입니다"
"........ 아, 잠깐만. 내가 무슨 운명이 없는 놈이라니. 그런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하는거야?"
"아뇨, 아닙니다. 아예 다릅니다. 당신은 당신 자체가 운명이 없는것이 아닌. 아버지에게 받은 것이니까요"
"아버지가?"
뭔가 특이하고 뭔가 요상한. 그리고 나도 느낄 수 없는 지난번에 온적있던 고스로리에 귀염성이라곤 전혀 없는 꼬맹이랑 동급의 아버지.
그만큼 아버지도 초월자라는 건데.........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원래 구축되어 있는 시나리오에. 쓰여진적 없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난입하면. 이야기는 틀어집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그 캐릭터가 누군가와 결혼하여 자식을 낳으면. 그 자식은 애초에 시나리오에 없던 캐릭터가 되어버립니다"
".............. 그게 나라는건가"
"네, 제가 허락받은 권한의 한정은 '이 대륙에서 태어난 운명에 속한 생명과 환경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운명에 속하지 않은 당신에겐 개입할 권리가 없습니다. 설령 다른 자에게 권한을 내려 돕는다는 2차적인 간섭조차 불가능합니다"
아니, 잠깐만.
나에겐 간섭하지 못해도 그럼 다른 애들은, 마족들은?
"당신이 데려오신 마족들과 그 비공성도 마찬가집니다. 비공성 자체는 우리도 간섭할 수 없고. 마족들은 애초에 마계를 관리하는 마신 오라버니 담당입니다"
"어? 잠깐만, 마신 오라버니? 마신을 오빠라 불러?"
"에....... 뭐가 잘못?
습니까?"
주신이, 보통이라면 주신은 다른 신보다 위잖아.
그런데 그런 주신이 마신을 오빠라고 부른다고? 그럼 한눈에 봐도 마신이 먼저 태어났거나 뭔가 선배라거나, 그런 뜻이잖아.
"참고로 한가지 말해두겠지만. 저는 '만들어진 신'입니다"
"만들어진 신?"
"어떤 차원이든 신이란건 '만들어진 신'과 '존재하는 신'으로 나뉩니다. 그중에서 저는 만들어진 신. 오래전 이 대륙의 기근과 흉작으로 인해 인간의 마음이 피폐해졌을 때. 누군가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 생겨 그것이 뭉쳐져서 태어난것이 바로 저입니다. 그리고 저는 조금이나마 힘을 써서 대륙을 고쳐나갔고. 그로인해 지금과 같이 주신이라 불릴 위치와 믿음을 받고 있습니다"
신화(神話).
신의 이야기. 즉 신이 나오는 신들의 이야기다.
만들어진 신이란건 그저 사람들이 믿고 그 이야기에서 태어난 신.
"존재하는 신은, 애초부터 존재하는......... 아니, 일단 태어나긴 했으나 어쨌든 저보다 더 경험과 나이. 그리고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차이가 뭔데?"
"만들어진 신은 그저 저의 이름을 믿는 자들의 믿음에 따라 힘이 달라지지만. 존재하는 신은 애초부터 그 힘이 강합니다. 또한 믿는 자들이 없어도 존재가 가능하며. 자신이 맡은 세계에서는 그야말로 전지전능에 가깝습니다"
"너는 못하나보지?"
"네, 애초에 미숙했을때. 저를 가르쳐주신 분이 마신 오라버니니까요"
마계의 마신은 존재하는 신이라는 건가.
그것도 전지전능에 가까운. 하지만 그정도인데 어째서 한번도 마계에 간섭하지 않은거지?
"저는 당신에게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대마왕 팬텀, 당신 덕분에 오라버니가 돌아오실 수 있을테니까요"
"무슨 소리야?"
"아, 이건 아직 미래의 이야기가 되는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걸 이해하실 겁니다"
그녀에게서 봄의 정원의 신수(神樹) 드리아데스와 같은 느낌이 난다. 아니, 모습이나 성격이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이.
과거의 일인가.
"아무튼, 저는 당신에게 간섭할 수 없습니다. 그저 조용히, 관전을 하고 지켜보기만 할 뿐. 저도 신이지만, 은혜라는 것은 알기에. 당신에게 일체 간섭도 없을 것을 맹세합니다"
"......... 그거 괜찮은데"
아, 그런데 잠깐만.
재미있는 생각이 하나 났다.
"그 간섭중에, 몇가지는 취소해줘. 특히 대마왕이 강림된 나를 물리치는 용사역할 선택은 더욱"
"........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재미있잖아? 대마왕을 물리치는 용사라니. 물론 내가 대마왕이지만, 한번쯤은 '하하하,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다 용사여'라던가 '나와 손을 잡으면 이 대륙의 반을 주지'라던가
'아까 그것은 내 진짜 모습이 아니다! 이것이 내 진정한 모습이다!'
라던가. 후후후, 그녀석은 우리 마왕 중에서 최약체지....... 아니, 이건 이상한데. 아무튼 그런거 해보고 싶어서"
대마왕을 물리치러 오는 용사.
예전같았다면 용사를 해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런 식상한 상식을 깨부수고 이야기를 마구잡이로 만들고 싶다.
요컨데.
처발리는 용사를 보고싶다는 거다. 젠장, 일리엘을 괴롭히느라 생긴 가학적 성격이 폭주한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느정도 용사를 선발하여 당신에게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성격상 귀찮은것은 싫어하실테니. 이 세계의 존재에게 마족에 대한 경각심을 조금 낮추도록 하겠습니다"
"........ 어? 그런게 가능해?"
인식을 바꾸거나 낮추는건, 그것도 거의 스케일이 대륙에 행하는건 상식 밖의 일이다.
인식이라는건 그만큼 바꾸기 힘들다. 예를 들어볼까.
한국에는 거의 몇십년전만 해도 가부장적인, 가정의 남성들이 힘을 가지는 세대였다. 하지만 21세기인 지금은 어떤가? 여성들이 직업을 가지고 남녀평등을 외치는 시대다.
시간만이 인식을 바꾸는 것인데. 그녀는 그저 가볍게 말하고 있다.
"가능합니다. 마신 오라버니에게 못미친다고 하나. 어쨌든 저도 신. 인식의 변경은 제게 허락된 권한입니다. 인식을 낮추면 적어도 인간들이 통합하여 공격한다거나 하는 일을 없을것이고. 먼저 적대적인 행위를 취하지 않는 한, 협력하는 국가도 생길것입니다"
"아, 땡큐"
"별거 아니니 신경쓰지 마시기를"
그녀와의 대화에서, 나는 한가지 생각이 바뀌었다.
신은 존재한다. 다만 내 말에도 귀를 기울여줄만큼 자상한 신이냐, 아니면 모든 일이 무관심한 신이냐. 이 둘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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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관련한 이야기는 지금보단 나중에 잘나오죠.
아무튼 신과 담판지은 팬텀.
누구든 팬텀을 빡치게 하면 신이던 뭐던 할일 존나 느는거야.
그리고 슬슬 중간계에서 팬텀의 은원을 갚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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