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319화 (319/468)

319/468 회

< --300화 기념 외전.

-- >

"천마시여........"

"왔느냐"

권태로움이 가득한 남성이 마치 옥좌같은 화려한 자리에 앉아 자신 앞에 부복한 남성을 내려다 보았다.

엎드린 남성의 이름은 마군현. 마교 최강의 부대라는 마룡흑기대(魔龍黑旗袋)의 대주직을 맏고 있는. 마교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강자다.

"50년전. 소교주님을 살해하고 도망을 쳤던 혈천시마를 잡아왔습니다"

"그래, 그 이야긴 들었다. 허나........ 더 재미있는 소식이 있더구나"

"........ 적건괴협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막 말씀드리려던 참이였습니다"

마룡흑기대주가 엎드려 존대할 정도의 남자는 마교에 딱 한명밖에 없다.

지고한 경지에 오른 고수.

마교의 중심. 중원에서도, 세외에서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자.

천마(天魔) 혁련패.

"소문이 돌더군. 단신으로 청성파를 봉문시켰다지. 그래, 네 생각은 어떠냐?"

"......... 소문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실력은 그에 못미친다는 소리냐?"

"아닙니다. 그 반대입니다"

소문에 못미친다의 반대라면. 오히려 소문이 부족하다는 소리다.

그만큼, 적건괴협의 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청성파도 풀한포기 남기지 않고 멸문시킬수 있었을 겁니다. 무엇보다.........."

"그래, 청성파는 단 한사람도 죽지 않았다지"

그러기 위해선 압도적인 무력의 차이가 있어야만 한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선 아무리 못해도 상대보다 3배 이상의 무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고들 하지 않는가.

청성파에는 전전대 고수마저도 그에게 제압당했다.

"그래서, 나와 비교하면 어떠지?"

".............."

"호오, 그정도인가?"

평소의 마룡흑기대주라면. 무조건 천마가 강하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입을 다물었다. 침묵에서 나오는 대답은 듣지 않아도 알수가 있다.

"좋구나. 무림맹주도, 정파의 위선자들 중에서 그 어떠한 자 하나없이 내 적수가 되지 못한다 자부하건만. 이렇게 강적이 나타날 줄이야.........."

천마는 기분 나쁘다기 보다는 웃으며 환희했다.

"그를 불러오라. 정중하게"

"그렇지 않아도 처음 만났을 때. 한번 들른다고 약속을 받아내었습니다"

"좋군. 그동안 몸을 풀어둘 필요가 있겠어"

천마는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와 함께 건물이 진동한다.

그는 현 무림의 최강자다.

아, 진짜. 요 몇달 사이에 엿같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청성파인지 정성파인지 뭔지 찌레기들이 덤벼들지 않나. 아미파에 웬 변태새끼들이 비구니들을 공격하고 강간을 하려들지 않나. 무슨 요상한 늙은이가 강시를 만들어서 죽은 사람은 물론 멀쩡하게 살아있던 사람도 죽여서 고인 능욕을 아주 제대로 하질 않나.

물론 큰 사건만 이야기해서 그런거지 자잘한 이야기까지 하면 한 3편은 나올것 같다. 엿같기는, 왜 이렇게 무림이란데는 무법천지야?

"저........ 아저씨"

"응, 왜"

"어떻게 하면 아저씨처럼 강해질수 있어요?"

위연이가 밥을 먹다 말고 나에게 물어온다.

우리들은 장강을 타고 악양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지금 나루터 앞의 객잔에서 머무르는 중이다.

시선이 엄청 쏠린다. 하기야 이 장식천이 원래 시선이 쏠리기야 한다마는. 요즘 들어 내 이름이 너무 알려졌다.

적건괴협이라니. 그런 별호는 누가 지어준거나.

차라리 멸룡제라던가. 악마왕이라던가, 익숙한걸로........... 아, 여기 사람들은 내 정보 모르지.

"그냥 죽도록 구르면 알아서 강해져"

"......... 네?"

"위연아, 세상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단다. 나도 살기 위해 개같이 구르다보니까 강해진거지"

참고로 그동안 고생한걸, 평범한 인간의 인생의 고생을 10으로 치자면 나는 한 10억쯤 될것 같다.

차라리 마계에서 대마왕 ?

을때가 더 편했어. 그때 이후가 더 고생이였지.

그냥 마계를 두세번정도 다시 점령하는게 나았을것 같은 고생이다.

씨발 대마왕, 씨발 마신, 씨발 킹 블러디어.

그 세놈이 전부 엿같아. 아, 마신은 조금 괜찮은 면도 있지만 그냥 다 개같다.

다 꺼져줬으면 좋겠는데 두놈은 죽었고 한놈은 남아있으니 무리.

............ 지금 내가 전력을 다해도 이길 수나 있을까.

"저도 강해지고 싶어요"

"그건 좋은 생각이야"

"힘이 있으면......... 당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아저씨랑 같이 다니면서 많이 생각했어요"

위연이는 아마 세상의 더러운 이치를 깨달은 모양이다.

힘 있는 놈이 장땡.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아무리 마법이 발달해도. 어디까지나 본인 무력이 제일 든든하고 도움이 된다.

힘이 없으면 자신의 의견은 내세우지 못한다.

만약 위연이에게 힘이 있었다면 처음에 그 동혼색마인지 뭔지에게 가족이 죽고 강간당할 일은 없었겠지.

그런거다.

"......... 그런데 나는 비급이니 뭐니, 그런거 가르쳐주는건 좀 성격에 안맞는데"

"에?"

"아니, 나는 싸우는거 취향이지. 가르쳐주는건 그리.........."

위연이랑 이야기 하던 도중 덮수룩한 턱수염을 더럽게 기른 남성이 우리가 앉아 있는 탁자 앞으로 걸어왔다.

"흥! 네가 요즘 이름이 있다던 적건괴협이라는........"

"아, 씨발 새끼야. 사람 이야기 하잖아. 타이밍 못맞춰서 오냐?"

나는 그대로 주먹을 날려 녀석의 복부에 때려박았다. 고속의, 공기마저 따라오지 않는 흐름을 탄 펀치. 역시 이거 셋째에게 배우길 잘했다니까.

주먹에 맞은 녀석은 그대로 튕겨나가 객잔 바닥을 구르고 문을 넘어 객잔 앞에 쓰러진다.

"혈패도 무량이 일격에 당했다!"

"역시 적건괴협!"

뭐래 이놈들이.

무림이란 곳은 참으로 병신같은 곳이다. 그래서 나는 여기 괜히 왔다고 후회하는 중이다.

하루에도 몇번이고 시비 터는 새끼들이 돌아다니지. 날 사칭하는 놈들도 있지.

씨벌 놈들이. 더 쥐어 터지고 싶냐.

"강해지고 싶다라........"

어떻게 키워줄까?

나야 야매로 막 강해지고 경험이 대부분이니까 가르치는건 영 잼병이다. 이래서 제자는 똘똘한 놈으로, 혼자 잘 크는 놈으로 해야 해. 난 똘똘하진 않지만 그래도 혼자 잘컸으니까.

일단 우리는 잡아놓은 객잔의 방에 들어왔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하긴 좀 그런 이야기니까.

"일단 뭐라고 할까. 난 흔히 무림인들이 보면 마인! 하고 소리칠만한 사람이야"

"마인이요?"

"이런거"

가볍게 마력을 뿜어내 보았다. 그에 위연이는 흠칫 놀라면서 부들부들 떤다. 아, 조절하자. 애한텐 너무 자극이 크다.

원래 마력이란게 인간이랑 맞지 않는 힘이다. 그렇기에 마력 비슷한 마기........ 아니, 그러니까 이 무림에서 마인이라 불리는 놈들이 쓰는건 인성을 상당히 틀어버린다.

하지만 난 그딴거 없지.

"아버지가 가르쳐줬던 심법을 가르쳐준 다음에......... 내공은 내가 마력만 쑤셔 넣어주면 되겠네"

그 다음 몸을 움직이는 법부터.

내 내공 심법은 아버지에게 배운것. 그리고 배운 사람의 역량 이상의 힘을 저장하는게 가능하다.

그것만 있다면야 위연이는 내 마력을 얼마든지 넣어줄 수 있다.

어차피 마력은 무한하다.

능력을 하나 깨우쳐주고 싶은데........ 그건 무리. 애초에 그건 재능의 영역이다.

위연이의 재능은 평범. 내가 봐도 그정도다. 평가를 하자면 중간.

극히 평범해서 가르쳐도 어느정도 경지에 밖에 도달하지 못한다.

허나 내가 봐준다면야 상당한 부분까지 올라가겠지만........

"일단 숨쉬는 법을 가르쳐줄께. 함께 마력을 몸안에 넣어서 인도시킨다면 배우기 한결 편해지겠지"

그리고 위연이의 수업을 시작했다.

위연이의 수업은 여행 하면서 할 수 있으니까 괜찮다. 무엇보다 우리 목적은 동정호에 가는거니까.

와, 그러고 보니 동정호 동정호 하는데. 실제로 본적도 없잖아. 인터넷에서도 본적 없다고.

우리는 현재 배를 타고 있다.

"야, 바람 시원하다"

"저, 배를 타는건 처음이예요"

"나는 배를 타는게......... 아, 막상 보면 배를 타는건 처음이네"

여태껏 살면서 어차피 날 수 있으니까. 배를 타는건 처음이다.

뭘 어떻게 산거야 나. 그 흔한 배 한번 탄 적 없다니.

"아, 맞다 위연아. 강해지는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건. 마음가짐이야"

"마음가짐........ 인가요?"

"넌 무림인을 어떻게 생각해?"

"........... 무례하고, 힘으로 해결하려 들고. 나쁘고. 세상에 있으면 해만 될것 같다고 생각해요"

"살짝 편중된 느낌은 있지만 정답이야"

무림인은 그런 존재다. 사회의 악. 그것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일반 사람이랑 무인이랑 다른게 있다면 그저 무공을 익혔다는 점 뿐이다.

그러면서도 일반인을 무시하고 개취급하고 마구잡이로 죽이면서 지가 잘난 사람마냥 행패를 부리지.

무림인은 사회의 악이다.

"하지만 무림인과 무공을 배우는 너는. 근본적으로 같게 돼. 하지만 넌 달라야 해"

"어떻게 말인가요?"

"무림인들은 하지 않을 행동을 해. 일반인들을 더 걱정하고. 협의니 뭐니 그런건 신경 쓰지마. 남의 이목따윈 엿이나 먹으라 그래. 네가 하고 싶은걸 해"

자기가 하고 싶은것.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어? 그런데 배가 오네. 저거 뭐야, 상선?"

"혈룡채다! 혈룡채의 배가 나타났다!"

"장강을 주름잡는 혈룡채의 배라니!"

사람들이 부들부들 떨면서 황급히 피한다. 지금도 수척의 배가 점점 배로 다가오고 있다.

.......... 귀찮게 만드네. 어쩐지 갈 때마다 트러블이 일어나는것 같냐.

"위연아. 잘 들어. 여태껏 2달간 나를 봐왔으면 내가 어떻게 할지 알거야. 난 저 수적들을 배째로 날려버리겠지. 하지만 그 이유가 어떤걸지 알아?"

내가 수적들을 해치우는 이유는 하나다.

어차피 죽일거다. 그러니 지금 죽인다.

내가 조용히 있으려고 해봤자. 수적들은 개지랄을 떨면서 나를 귀찮게 하거나 죽이려고 들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런 귀찮은 상황을 미연에 막기 위해 해치우는 것 뿐이다.

즉 무림인의 협의지심이나 악행을 싫어하는 그런 마음딴윈 한푼도 없다는 거다.

전에 수천명의 사람들을 제물로 강실르 만든 노친네 하나가 있었는데. 그녀석을 죽인것도 간단한 이유다.

내 기분이 나빠서.

나는 선인도 악인도 아니다. 둘다 그렇게 불릴 짓도 했었고. 지금은 그것을 벗어나 초월자에 들어섰다. 그리고 깨달은게 있었다.

착한것도 나쁜것도. 그저 경계의 나눔일 뿐이다. 그래봤자 딱히 상관없다.

요컨데 멘탈이 강해졌다는 거다.

"내가 싫어서. 요컨데 그것 뿐이야. 이후의 일은 생각하지마. 고작 기분 나빴다고 남을 죽이는건 무림인이나 같은 행동일 뿐이지만. 적어도 나는 달라. 나는 먼저 건드리지 않아. 무림인은 아무렇게나 그 힘을 휘두르지만 나는 힘에 책임을 알고 있어"

내가 죽인 사람들의 무게. 어둠에 빠진 사람들의 절망과 감정.

그것들은 나는 알고 있다.

둘다 똑같이 감정대로 휘두르지만 차이가 있다. 힘의 무게를 알고 있다는 것.

"멘탈이. 그러니까 정신이 먼저 완성되어야 해. 그게 나에게 무공을 배우는 조건이야"

정신이 완성된 다른 무인.

내가 위연이를 가르치는 목표다.

계속 배만 타진 않는다. 한 며칠 가다가 또 배가 선착장에 정지하고 얼마간 쉰 후에 다시 출발하고, 그런 식이다.

계속 배만 타고 직행할 수도 있으나. 그건 솔직히 너무 힘들다.

사람은 본래 지상에서 사는 생물이다, 땅을 밟고 살아야지. 물 위에서 배에 타서 살긴 힘들다.

"아무튼 간에........"

드디어 악양에, 동정호 인근의 그 악양에 도착했다.

물론 며칠 더 가야하지만. 그래도 뭐.

아, 맞다. 마교인가 거기. 한번 가본다고 했었는데. 이번에 동정호 보고 가자.

좀 질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마력 비스무리한걸 쓰니까 좀 친근감이 들어서 나치곤 잘 대해주긴 했지.

동정호 구경 좀 하고, 슬슬 가봐야겠다........ 아, 그러고 보니까.......

"악양에 무림맹이 있다던데"

아, 씨발. 그냥 다른곳에서 내려서 좀 많이 가더라도 다른곳으로 갈껄.

무림맹이라니, 사건 사고의 정점이라는 무림맹이라니.......... 아니, 정점은 아니구나. 사건이 일어나는 제일 큰 장소는 역시 객잔이지.

그 다음이 무림맹이고.

"......... 악양을 빨리 벗어나는게 관건이겠군"

"적건괴협!!"

근데 나를 부르는 목소리. 씨발 트러블 메이커다. 노래말고.

그냥 무림이고 뭐고 다 싸그리 정리해버리고 튈까?

뒤를 돌아보니 전에 아미파 들르다가 비구니들 강간하려던 새끼들 쳐죽이다 구해준 여성이 보인다.

아미파의 검후라고 했나. 이름이........

"서문린?"

"네, 여기서 다시 보게 되네요. 적건괴협. 조금 늦으신것도 같고요"

"아, 오던 길에 뭔가 많이 일이 생겨서 말이지. 아미파에서 일 끝내고 혈천시마인지 혈천시바인지 뭔지 하는 놈 족치고, 오던길에 이런저런 일에 휘말려서 사파나 질나쁜 마인들로 보이는 놈이나 건방진 무림인들이 덤벼들어서. 지난번에 덤빈 놈이 뭐? 혈패도 무량이라던가?"

"세상에! 무림 백대 고수중 한명으로 꼽히는 혈패도를 때려눕히시다니........."

"별거 아닌데. 한방감이였어"

그래서 늦게 온거다. 아미파의 일이 끝나고 온 서문린보다 늦게 왔으니 말 다했지.

"아, 위연아. 안녕?"

"안녕하세요 언니"

뒤늦게 그녀가 위연이에게 인사한다. 위연이가 자신은 늦게 알아채서 조금 삐진것 같다.

"그런데 여긴 어쩐일이야?"

"아, 이번에 젊은 문파의 인물들끼리 모여서 용봉지회(龍鳳之會)를 열기로 했거든요. 친분을 쌓아서 조금이나마 아미파의 재건에 도움이 되기 위해 저도 일부러 나왔어요"

"젊은 나이에 고생이 많겠네"

"적건괴협도 젊은 나이지 않나요?"

"그래봐야 20대는 아니지. 난 30대거든"

"에에?! 사혈맹의 습격자들을 일격에 쳐부수고 청성파를 단신으로 봉문시킬정도로 고수이신데. 겨우 30대이신가요?"

"뭐래, 내가 이 나이 될때 까지 격어온 일은 스케일이 달라"

"스케일...... 들어본적 없는 이상한 말인데요"

"그냥 규모가 다르다고 해"

내가 잡은 놈들 중에서. 그중에서 그 파트의 보스급은 초월자가 아닌 놈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마왕, 대마왕, 마신. 이렇게 3콤보로 마계를 쌈싸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이자 최강의, 형조차 고전하고 싸우는걸 꺼려 할 정도의 강자를 보았다.

킹 블러디어.

블러디어란 종족의 왕. 그 사기 적인 강함이란..........

일반 육체로도 단신으로 행성 하나를 아작낸다. 그런데 그놈이 초월자에, 그것도 나나 형같은 위치에 섰으니. 내가 전력으로 다해도 이길수나 있을까 생각중이다.

"저기, 적건괴협. 바쁘시지 않으시다면 용봉지회에 참여하시면 않될까요?"

"글쎄, 우린 동정호에 가야하고. 게다가 위연이나 나나, 그런쪽은 싫어서"

"무림의 선배로서, 후배들은 가르쳐준다 생각하시고......... 안될까요?"

아 젠장. 트러블에 휘말리기 싫은데.

난 노약자와 어린애, 여자에겐 상냥하게가 모티브라 이런 경우엔 저렇게 부탁하면 거절하기 힘들단 말이야.

"설령 누가 시비를 걸어도. 제가 나서서 중재한다거나 하지 않을께요. 마음대로 하셔도 상관 없어요"

"만난지 얼마나 ?

다고 날 그렇게 잘 파악한거냐?"

꼬투리만 잡혀봐라 가문이나 문파째로 날려주마.

"바로 여기가 용봉지회가 열리는 금란루(錦蘭樓)예요"

"존나 고급이네"

다크 로드 캐슬에 비하면 후진 감도 없진 않지만. 적어도 이곳 무림에 와서 본 건물중에서 손꼽힐만큼 화려하다.

게다가 무엇보다 한때 요리사 지망을 했던 나인만큼 안에서 나는 요리의 냄새도 수준급이란게 느껴진다.

다른건 몰라도 여기 무림. 그러니까 중국에서 느낀게 요리 종류와 맛이 다양하다는 것. 사천을 넘어 오니 요리 냄새도 다른게 확 느껴진다.

아 좋다. 미식 여행같은걸.

"서문 소저. 어디에 다녀오시는 겁니까?"

"아, 남궁 소협"

꽤나 건장한 녀석이 말을 걸어온다. 나이에 비해 실력은 꽤나 있어보이는데. 검기를 쓸 수 있다는 정도?

여기선 아마 절정 고수라고 말하던가.

그는 문득 서문린을 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다. 의문스러운 얼굴이였다 내 붉은 장식천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진다.

"아, 남궁 소협. 이쪽은 적건괴협이라고 불리고 있는 류한 대협이예요"

"어째 소협에서 호칭이 대협으로 바뀌었냐"

"대협이라고 불릴만 하니까 대협이라고 부르는 거죠"

언제부터인가 나를 소협이라고 부르는 녀석들이 없어졌다. 청성파 박살내고 나서인가?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 유명한 적건괴협이시라니. 아미혈사에서 서문 소저를 구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뭘, 그냥 지나가다 도와준건데"

솔직히 도와주고 싶어서 한게 아니라 거기 습격한 애들이 날 공격해서 그런것도 있지만.

"남궁세가의 남궁문이라고 합니다. 부족하지만 창궁검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류한, 소협이니 대협이니 부르는 것 보다 그냥 차라리 적건괴협이라 불러. 그건 원래 호칭이니까 님이라던지, 누구누구씨라던지. 부가명사 붙일 필요 없이 그냥 부를 수 있잖아"

".......... 소문대로 특이한 성격이군요"

"괴팍한거야. 내 앞에선 시비거는 말 빼고는 솔직히 말해도 상관없어"

애초에 무림인들 격식 따지는거 보면 답답하다니까.

"적건괴협도 용봉지회에 참가하실 생각이십니까?"

"아, 이쪽이 초대했으니까"

"남궁 소협, 용봉지회의 초대장을 받은 자는 2명까지 동행이 허락된다고 했죠? 전 혼자 왔으니까 그 동행 일행을 이 두분으로 선택할께요"

남궁문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아, 그런거였나. 난 또 멋대로 들어가면 되는 줄 알았지.

"이쪽으로 들어오시죠. 곧 용봉지회가 시작됩니다"

"잠깐만, 이런 자리에 얼굴 가리면 뭐라 그러지 않아?"

원래 얼굴 가리고 다니는건 얼굴 보고 찝쩍댈 녀석들을 사전에 막느라 그러는 거니까. 이런 한정된 장소라면 벗어도 딱히 상관없겠지.

나는 장식천을 벗고 회장으로 들어갔다.

.......... 아, 씨발 그냥 벗지 말껄, 애들 시선 쏠린다. 위연에 넌 또 왜. 넌 본적 있잖아.

"팽가의 팽천위라고 합니다"

"당가의 당소연이라고 해요"

"제갈세가의 제갈문수라고 하오"

"....... 아니, 잠깐만 기다려봐. 넌 왜 하오체야?"

막상 소개를 받는 도중에 제갈 세가의 녀석 한명의 말투가 거슬린다.

한 40대라면 모를까. 기껏해야 20대인 놈이 아무리 그래도 나보다 어린데도 하오체를 쓰면 기분 더럽다.

생각해봐, 자기보다 열살이나 많은 사람한테 하오체쓰고 그걸 듣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적건괴협의 소문은 과장되었소. 고작해야 허풍으로 이름을 얻은 자에게 존대를 해줄 필요는 없소이다"

"뭐래"

"상식적으로 단신으로 문파 하나를 봉문에 까지 밀어넣다니. 그게 말이 되는 일이오?"

"제갈 소협! 말씀이 너무 심하세요!"

뭐랄까.

뭐라고 해야할까.

막상 이렇게 시비를 당해보니 그닥 와닿지가 않는다.

하지만 녀석이 뿜어내는 기운이 일반인은, 그러니까 내 옆에 있는 위연이는 꽤나 싸늘하게 느끼는 모양이다.

다른건 참아도 어린애를 괴롭히는건 못참는다 새끼야.

"야, 그러면 무림 맹주는? 그사람도 문하 한두개쯤은 봉문시킬 수 있지 않아?"

"무, 물론 가능은 하지만......... 그분과 당신은 수준이 틀리오!"

"어, 물론 수준이 틀리지. 그건 이해해"

내가 더 높단다 멍청아.

나는 가볍게 손에서 강기를 뿜어냈다. 물론 길게. 엄청 길게.

지금 이 회장 끝에서 저쪽 끝까지 닿게 한 십수미터 정도로.

"야, 무림맹주라는 사람. 강기를 이렇게 길게 뽑을 수 있냐?"

"그, 그럴리가! 분명 소문이 과장된거라고!"

"좆까라 제갈문수. 아니, 대갈문수로 이름 갈아치울까? 어차피 동정호 들르고 다른데 가는 김에 제갈세가에 들러서 너희 집안도 봉문시켜주마. 지금 당장 나가서 가문에 전달하는게 좋을껄"

"히, 히익?!"

내가 뻥! 하고 엉덩이를 걷어차주자 녀석은 그대로 문 벽을 부수고 튕겨나간다.

씨발, 기분 않좋아. 개놈들.

위연이만 쫄아있잖아.

"역시 나한텐 이런 자리는 않맞아"

이후의 일은, 뭐라고 해야하나.

제갈 세가를 뭉게겠다고 선언하니까 나 때문에 분위기가 이상해져서 그냥 나왔다. 서문린은 원래 참석하는데다 나때문에 피해를 입을것 같으니까 그냥 있으라고 했고.

위연이랑 같이 동정호를 보러 간다. 여행의 첫 목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나는 그녀를 어께 위에 목마를 태우고 걷는다. 흡사 부녀지간 같을까.

"아저씨는 어떤 사람이예요?"

"뭐가?"

"아니, 그러니까 여러가지 일 때문에. 아저씨랑 대화한건 별로 없는것 같아서요"

그러고 보니 그렇다.

여태껏 격은 존나 많은......... 전처럼 혈패도 무량인지 같은 자잘한 쓰레기들이 위연이랑 말을 하려고 하면 자꾸 시비를 털어와서 실제로 그녀와 이야기한건 별로 없다.

흠, 조금 슬픈데.

"나야, 그냥 인간......... 이라고 하기엔 좀 그러니까. 마음만은 인간"

"마음만은 인간이요?"

"산을 부수고 용을 죽이고, 하늘을 날 수 있는 사람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겠어?"

".......... 아뇨"

그런거다. 인간이란 범주는 다른 종족보다 작다.

인간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경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무공을 배우고 마법을 배워봤자 초월자의 영역에 닿을 수 있는건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인간을 포기해서 위로 나아가는 수밖에.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초월자가 되면 그자를 인간이라 부르지 못하고 그저 초월자라 부르게 된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다.

엘프가 초월자가 되면 엘프 초월자, 드래곤이 초월자가 되면, 아니 이놈들은 원래 초월자구나. 아무튼 간에.

근데 인간만 초월자라 부른다. 아, 짜증나.

"하지만 뭐든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마음이 인간이면 다 괜찮아"

"마음이........ 인간이면"

"아무리 분노하고 나 자신을 잃을것 같은 상황이면. 뭐, 나중에 네가 주화입마로 나는 누구인가 같은 심마에 빠지면 한가지만 기억해둬. 나는 인간이다, 하고 말이야"

자기 자신을 확고히 하고 있는게 가장 중요한거다.

아, 애한테 좋은거 가르쳤다. 이런게 스승마음인가.

"자, 드디어 도착했다"

위연이가 오고 싶어하던 곳.

동정호다.

동정호의 경치는 아름답다........ 라는게 실감이 났다.

왜 그 중국은 강 주변에 절벽같은게 있어서 폼난다거나 그러잖아.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한폭의 그림같다.

"예뻐요........"

"야, 경치 좋네. 오길 잘했다"

온다면야 공간을 찢고 단 1초만에 올 수도 있지만, 그래서야 여행한 보람이 없지 않은가.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고생을 해야 각별한 맛이 또 있는 법이다.

".......... 이제 ?

어요"

"뭐가?"

"죽어도........ 여한이 없을것 같아요"

순간 우뚝하고 내 발걸음이 멈춘다.

그녀에게서 어둠이 느껴진다. 그것도 지독한 슬픔이.

그녀는 부모를, 가족을 잃었다. 하지만 나를 만나고 그 슬픔을 느낄 시간이 그리 없었다. 워낙 많은 일이 있었을 테니까.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 원하던것을 이룬 이 순간에.

어린아이에게 가족이 죽은 충격은 버틸수 없을 만큼 크다.

그렇기에..........

"살아, 바보야"

"...... 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죽는건 그저 도피일 뿐이야, 현실을 외면하고 받아들이기 싫어서 하는 도망"

"하지만!"

"하지만이고 저지만이고. 어린애가 죽겠다는 말 하면 못써, 적어도 스무살은 먹고 죽을 생각을 해야지. 그나이에 그런 생각하면 좋은 어른이 못된다"

고작해야 열댓살에 죽겠다는 말이 나오면 어쩌자는 거냐.

"사는거지. 사람은 설령 내일 죽는다고 해도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고. 진짜로 막을 수 없는 종말이 온다면 가족끼리 모야 종말을 받아들일 뿐이지. 목숨을 포기하지 않아"

"하지만.........."

"내가 직접 격어본거야. 생명이 있고 살아가는 사람은 사는걸 포기하지 않아. 그래서 나는 자살하는 녀석은 진짜 바보라고 생각해"

그러니.

"너는 바보야?"

".......... 전 바보가 아니예요"

그럼 된거지.

위연이의 표정이 한결 편해진것 같다.

그리고 이제 동정호의 구경도 다 했으니..........

"제갈세가인지 대갈세가인지 한번 들러야지?"

봉문시켜주마.

============================ 작품 후기 ============================

파워 봉문, 애가 옆에 있으니까 맘대로 못죽여서 아직까진 절제되는 팬텀.

이제 막 무림 공적 되서 소림의 백팔나한쯤 덤벼오면 그때서야 죽일듯.

다음편이 외전 마지막화.

아무튼 빨리 확산성 밀리언아서 17ead로 추천인 코드 입력해주세요. 한 사람이 10레벨 찍으면 염하형 엘 키라 준데요. 엉엉.

좋아. 이번건 쉬우니까 염하형 엘 키라 받으면 다음편 새벽 3시 5분에 올림.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