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318화 (318/468)
  • 318/468 회

    < --300화 기념 외전.

    -- >

    "맞다. 그러고 보니 너. 중졸이지?"

    "......... 어?"

    "고등학교 다니다 수능 보기전에 마계에 떨어졌다며"

    나는 형이 문득 말하는 말에 생각이 났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난 중졸이다.

    잊고 있었어! 피의 마왕 죽이고, 대마왕이랑 치고박고 싸우고! 마신도 싸우고! 킹 블러디어랑도........

    아무튼 무척이나 많은 일이 있었는데. 정작 그 일의 당사자인 나는 알바에서도 잘 안써준다는 중졸이다.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했는데에에에에!!!

    "지금이라도 고등학교 다닐래?"

    "아, 지금은 싫은데. 그거 무리. 지금 내 머릿속은 마치 방금 만든 우리나라 전통 한지마냥 하얀색이거든"

    "야, 네가 '우리나라'라고 부르는건 중간계에 있지 지구의 한국이 아니잖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 청소년기를 한국에서 보냈더니.........."

    자꾸 내 고향에 대한 정체성이 헷갈린다.

    태어나 자란건 중간계고, 청소년기를 보낸게 한국. 그리고 20대의 청춘을 보낸곳은 마계다.

    어이쿠, 내가 봐도 정말 파란만장한 일생을 보냈구나.

    "판타지랑 현대도 가봤는데. 있다면 남은건 무협이랑 SF인가?"

    "오, SF쪽은 안찾아봐서 잘 모르는데. 무협쪽은 워낙 널려있어서 나도 차원좌표 알고 있는게 몇개 되는데?"

    "레알?!"

    "내 태극권을 누구한테 배웠다고 생각하는 거냐? 무당파를 만든 장삼봉이한테 직접 배운거다 짜샤"

    "으어어어어. 형이 무슨 개파조사여"

    무력으로 본다면 차원에 걸쳐서 문파 하나 세워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는게 문제지만 말이야.

    "생각 있다면. 가볼래?"

    "무협쪽 말이야?"

    "그래, 너도 이제 로드 반열에 든 초월자겠다. 적당히 마실 나가는 정도의 깽판은 별로 뭐라 안해"

    "어느정도가 적당히 마실 나가는 깽판인데?"

    "무협쪽도 일단은 지구라 오대양 육대주가 있지만......... 딱딱 맞춰서 오대양 오대주로 맞춰도 상관없어. 합쳐서 10개. 얼마나 딱 맞아 떨어지고 좋냐?"

    "나보고 대륙 하나를 날리라고?! 할수는 있지만 그건 아냐!"

    애초에 대륙 하나를 날리면 얼마나 죽는데.

    그리고 딱 대륙 하나만 날리려면 얼마나 힘든데다. 여파가 안퍼지게 신경쓰려면........ 아, 아예 생각을 말자. 설며 무림에 대륙을 날려버릴 강자가 있으려고.

    "아무튼, 가볼래?"

    "그것도 좋지"

    그리고 딱 10분 후. 나는 형의 말에 흥겹게 좋다고 대답한걸 후회했다.

    "저주하겠다. 혀어어어어어어엉!!!!"

    단숨에 머리통을 후려치고 혼동시킨 후에 허공을 갈라 공간이 아닌 차원을 갈라서 차원의 틈새를 만들고 그 안에 나를 쑤셔넣어 마법으로 좌표를 설정해 바로 보내버렸다.

    미친 형. 아무리 그래도 준비할 시간은 줘야될것 아냐.

    그 순간, 투웅! 하고 무언가 강하게 내 머리통에 부딪힌다.

    익숙한 감각에 붙잡고 보니, 내 레기온이다.

    전에 한번 망가지고 나서. 대장장이를 겸하고 있는 셋째가 마개조했더니. 상당히 괴랄한 물건이 되었다.

    고칠 수 없다는 장인의 일족의 로드 라인시고의 말을 비웃듯 남은 부서진 레기온 조각으로 다시 원상복구 시키고. 괴랄한 기능마저 하나 추가.

    그에 라인시고는 다시 복구된것은 물론 더욱 강해진 레기온을 보며 열혈을 불태웠다.

    최강의 무기를, 기왕이면 나를 죽일 정도의 무기를 만든다고 하나. 뭐, 열심히 하라지.

    [레기온은 보내줄께. 데헷]

    "당장 때려치우고 형의 면상에 주먹을 꽂아넣고 싶은 기분이 모락모락"

    레기온에 마나로 그려놓은 푸른색의 글씨에 그렇게 적혀있었다.

    어디서 데헷질이야, 우리 루이넬이나 사랑스러운 시엔느가 한다면 귀여워서 쓸개라도 뽑아주고 싶지만 말이야.

    아무튼 지금 이상황에 멋대로 움직이는건 위험하다. 형이 기왕 좌표까지 찍어주면서 다이렉트로 보내주는데. 관광하듯이 가야지.

    움직였다가 이상한 차원으로 떨궈질지도 몰라.

    한 20분 가량 기다렸을까. 슬슬 목적지에 다 와가는게 느껴진다. 어떻게 그렇게 아냐고? 감이지, 감.

    마치 출렁이는 물의 표면같은 파문이 일렁이고 나는 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무림이 있는 차원에 도착했다.

    ................ 어? 아니,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보라고.

    나, 중국어 못하지 않아?

    제에에에에엔자아아아아앙!!!!

    무림(武林).

    그야말로 무의 세계다.

    무에 의존하고 정진하고 기대를 강자들이 스스로의 힘을 기르고 그것을 시험하기 위해 내딪는 세계.

    하지만 잔혹하기도 하면서 협객도 있는 모순된 세계.

    비록 어떻게 보면 야만스럽다고 할 수도 있으나. 그와는 반대로 순수함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잔혹함이 더욱 가득한 세계다.

    당시의 황권은 무림에 간섭할 수 없었다. 간섭하려고 했다간 구파일방은 물론 저 멀리 서장이나 마교까지 황궁을 적대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황궁에도 고수는 많지만 그 실력도 수도 한정되어 있었을 뿐. 진정한 은거고수는 무림에 더욱 많다.

    막말로 은거고수 한명이 황제를 죽이겠다고 나서면 막을 수가 없다.

    그만큼 무림이란 간섭이 어려운 세계다.

    "헉, 학....... 하악....... 큭, 숨이........"

    작은 소녀가. 기껏해야 열댓살로 보이는 소녀가 산을 타고 있었다.

    그것도 길이 아닌 험한 산길로.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이다.

    소녀의 몸에는 수십개의 생채기가 나 있고.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위태로워 보인다.

    "크크큭, 도망치는 어린 소녀를 잡아 맛을 보는건. 언제라도 즐겁단 말이야"

    기분 나쁜 인상의 염소 수염의 남성이 소녀를 보고 괴팍하게 웃으며 그녀의 뒤를 ?

    는다. 가볍게 휙휙 걷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걸음걸이는 빨라서 일부러 소녀를 잡지 않는것을 알수가 있었다.

    무림인들이 봤다면 어지간한 무림인이 아니고서야 그대로 꽁지빠져나 도망을 칠 것이다.

    저 남자가 누구인가! 그는 여태까지 54명의 여성을 강간하고 죽인 희대의 색마. 동혼색마(童混色魔)이다.

    가진 무력도 초절정에 이르러 강기를 뿜어내기 때문에, 현재까지 그의 손에 죽은 협객의 수만도 수백에 다다른다.

    게다가 더욱 나쁜점은.

    그에게 죽은 54명의 여성은 전부 15살 미만의 소녀라는 점이다.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가 돌부리에 걸려 쓰러지고. 비척이면서 다시 일어나 도망치려고 하지만. 넘어질 때 다리를 삐끗한 모양이다.

    "흐흐흐, 더 이상 도망쳐도 소용없단다 아가야"

    동혼색마는 음침하게 웃으며 소녀에게 손을 뻗어간다. 우악스럽게 그녀의 상의를 찢어내자 아직 여물기는 커녕 발아하지도 않은 작은 가슴이 드러난다.

    "제, 제발 그만둬 주세요....... 뭐, 뭐든지 할테니까. 제, 제발.........."

    "뭐든지 하겠다고? 그렇다면 내 말에 곱게 따라주는게 어떻겠느냐. 죽겠지만, 죽기 전에 천국을 보여주마"

    "[아, 씨발 이거 아무리 봐도 엿같은 상황같은데]"

    동혼색마는 순간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소녀에게서 떨어지며 거리를 벌렸다.

    절정 고수인 자신이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고?!

    그가 뒤를 돌아보자, 보이는 사람은 아름다운 미녀였다.

    마치 선녀가 강림한 듯한 모습의 외모. 칠흑같은 검은색 눈동자와 허리까지 오는 장발은 그야말로 하나의 그림과도 같았다.

    하지만 남자다.

    건장한 체격과 목젖이 있는걸로 보아 그는 확실히 남자다.

    "[야, 거기 개새끼. 아니, 이건 개한테 모욕인가. 넌 지금 저런 어린애한테 이상한 개수작 부리려던것 맞지?]"

    "뭐, 뭐라고 하는거지?"

    남성이 하는 말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언어가 아니였다. 아예 다른 세상의 언어.

    그렇기 때문에 동혼색마는 남성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슨 사술을 벌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어라!!!"

    "[아, 왕년에 무협소설 좀 읽어서. 이런 상황엔 정보는 빠삭하거든]"

    동혼색마는 손에서 수강을 뿜어내어 남성의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을 향해 손을 뻗는다.

    동혼색마의 장기는 장법(掌法). 적음마래장(赤陰魔來掌)은 그의 절기다.

    적중한 부위에 수많은 소녀들을 간살하면서 얻은 음기가 침투하여 상대의 몸을 망가트리는. 악질적인 무공.

    그리고 남성의 심장이 있을 곳에 동혼색마의 손바닥이 적중했다.

    그보다도 손의 수강에 의해 남성은 피를 토하며 가슴이 뭉게지다 못해 구멍이 뚫려 허공을 날아야.......... 하는데.

    "뭐, 뭣이?!"

    남성은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적음마래장의 음기가 남성의 몸에 침투하지 못하고 반탄지기에 의해 튀어 나와 동혼색마만이 충격을 입었다.

    "가, 강기를 견뎌내는 금강불괴(金剛不壞)?! 말도안돼!!!"

    남성은 웃으며 동혼색마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말만 할 뿐이였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기껏해야 시엔느 또래의 작은 여자아이를 강간하려는 포돌이가 와도 잡아가기는 커녕 그냥 경찰봉으로 패죽일 녀석을, 나는 간단히 해치웠다.

    보아하니 강기를 쓰는걸로 보아. 어느정도 실력을 있어보인다.

    나는 그대로 녀석의 손목을 잡고.

    하늘 위로 내던졌다. 아, 내던졌다는 표현은 좀 그렇군.

    흠......... 자세히 설명하자.

    아주 강한 힘으로 하늘에 내던지듯 올렸는데. 너무 강한 힘이라서 저절로 어께 부분의 팔이 찢어져 오른팔은 뜯겨진 채로 내 손에 있고 녀석의 몸은 저 멀리 저 하늘의 별이 될 정도로 날아갔다.

    아무리 못해도 저거 수백미터는 될 것이다. 어쩌면 천미터 돌파하려나.

    올라간것도 문제지만. 내려오는건 더 문제일껄. 잡아주는 사람하나 없을테고. 아무리 절정고수라도 저정도 높이에서 가속도 다 붙이고 떨어지는데. 살아있으면 내가 용하다고 칭찬해주마.

    "저기. 꼬마야, 괜찮니?"

    "請?

    我?

    我!!"

    아오 씨발 중국어. 뭐라 말하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중학교 다닐때 제 2외국어로 중국어를 배운적이 있지만. 다 까먹었다고.

    아, 하나는 기억난다.

    "음........ 니 취팔러마(?

    吃?

    了?)?"

    니 씨발로마. 하는 발음이랑 비슷해서 애들이랑 떠들고 다녀서 기억하는 유일한 중국어인데.

    뜻이 아마, 너 밥 먹었냐는 말이였던것 같다.

    "沒有........."

    어? 메이요? 저건 아마 아니요라는 말이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런고로 밥을 안먹었다는 소리구나.

    나는 가볍게 웃으며 이 산 전체에 감각을 퍼트렸다. 어디보자. 잡을만한 동물이.........

    나야 지금은 별로 배도 안고프고 안먹어도 되니까. 애가 먹을것만. 그런고로 작은 토끼가 좋겠군.

    토끼를 찾자마자 나는 그 주변의 작은 어둠. 토끼의 그림자를 조종해 토끼를 죽이고 그대로 그림자 속에 넣어 이쪽으로 옮긴다.

    하하하! 이것이 대마왕 퀼리티!

    "배고프지? 금방 요리해줄께"

    오랜만에 내 실력을 보여주지.

    토끼의 털을 뽑고 내장을 빼내고 피를 빼낸다.

    불을 피우고 약간의 소금과 향식료를 써서 잡냄새와 비린내를 없에준다.

    그것만으로도 나정도의 요리실력이니까 맛있는 향기가 주변에 퍼진다.

    소녀의 침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진짜 말이 안통하니까 힘든데......... 어떻게 한다"

    사실 지금의 내가 말을 하려는 방법이라면 몇가지 있다. 다만 너무 강제적이고 머리아프고 귀찮을 뿐이지.

    가장 간단한 방법을 쓰자. 물론 지금부터 중국어를 배운다거나 그런건 아니다.

    강제로 머릿속에 쑤셔 넣는다.

    깊고 깊은 심연에는 수많은 사람의 기억들이 있다. 그중에서 중국인의, 그것도 무림인의 기억이 없다곤 못하지.

    나는 정신 세계를 뒤적이며 심연속에서 내가 찾는 녀석들을 찾는다.

    ........ 찾았다.

    평범한 일반인의, 하지만 사인은 지나가던 무림인의 칼부림에 휘말려 죽은 평범한 농민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똑똑했던건지 문맹률이 높은 이 시대에 글을 알고 있던 사람이다.

    발음은 기억에서 대충 몸에 때려박으면 그만이다. 다른 사람이야 못하겠지만. 나는 감으로 하니까 뭐든 몸으로 하는게 제일이다.

    "아, 아, 저기. 내 말 이해할 수 있어?"

    "아....... 네"

    중국어로 말하니, 소녀가 떨면서 말한다. 오, 이해된다. 역시 나야.

    "일단 배고플텐데. 밥부터 먹어. 토끼 고기가 잘 구워졌네"

    "그..... 저기, 그게........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그런거 가지고"

    어린애를 강간하려는 놈은 쓰레기야, 술을 마셨네 뭐네 해도 쓰레기인건 달라지지 않지.

    내가 한건 그저 쓰레기 분리수거......... 아니, 분리수거도 못하겠구나. 그냥 태워버리든 소각해서 없에야 할 뿐이지.

    잘 구워진 토끼 고기를 내밀자. 소녀는 우적우적이며 황급히 먹기 시작했다.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다.

    문득 소녀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아, 나는 별로 배 안고프니까......... 그리고 어쩐지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보지마. 이상한짓 안해. 난 너만한 딸도 있다고"

    나이는 수백배는 많겠지만 말이야.

    "그......... 제 이름은 정위연이라고 해요"

    "내 이름은 팬텀........ 아니, 류한. 류한이라고 불러"

    형이 언젠가 말하길 다른 차원에 가거든 그 차원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인연을 소중히 하라고 했지. 그러고 보면 내가 한국에서 처음 만난 사람도 날 거둬주신 고아원 선생님이고. 마계에서 처음 만난 것은 이렌. 그리고 처음 만난 사람이라 할수 있는 존재는 라인하르트 아저씨다.

    조금, 도와줄까.

    정위연. 나이는 올해 12세. 기껏해야 초등학생의 나이다.

    나는 레기온의 장식천을 떼어 그녀의 몸에 덮어준다. 산이라 날씨가 상당히 쌀쌀한데다 아까 그놈이 위연이의 옷을 찢어내서 상반신이 다 드러난다. 아오, 변태새끼.

    애한테 욕정할데가 어디있다고. 어린애 모습일 때의 루이넬이라면 색기 만땅이니까 혹시 모르지만.

    가족사항은 원래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이렇게 4인 가정이였다. 할아버지는 애들을 가르치는 동네 훈장.

    하지만 아까 그놈이 가족들을 전부 쳐죽이고 자신을 ?

    아와서 도망쳤다고 한다.

    .......... 이거 아주 개새끼네. 차라리 심연에 처박을껄 그랬나?

    "혹시 돌봐줄 친척이나 그런 사람은?"

    "........ 없어요"

    같은 마을 사람에게 부탁하는건......... 힘들겠지.

    아무리 같은 마을 사람이라도 남은 남이다. 어느 순간 돌변할지 모른다.

    차라리 내가 어느정도 자립할 때 까지 데리고 다녀야 할것 같다. 만약 그러다가 누군가 이 애랑 결혼한다거나 하면 얼른 결혼시켜주고 가자.

    혼자 여행하는 것 보다 한사람이라도 같이 여행하는것도 좋겠지.

    "어떻게 할래? 나랑 같이 여행할래, 아니면 마을로 돌아갈래?"

    "............"

    "마을로 돌아가겠다면 내가 어느정도 봐줄순 있겠지만. 어쨌건 난 떠나야 하는 사람이거든. 결정해줄래?"

    소녀는 한참을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결론을 내린것 같다.

    "저........ 마을로 돌아갈께요"

    "그쪽을 선택한거야?"

    "아, 그게, 그게 아니라. 일단은 마을로 돌아가서 돌아가신 부모님이랑 할아버지 시신을........."

    "아아"

    일단 가족의 시신을 곱게 묻어주는것도 자식이 할 일이지.

    하지만 이 소녀가 하기엔 무리니까. 도와줄까.

    나는 소녀를 등어 업었다. 가까운 마을은......... 여기서 내려가면 되나.

    "꽉잡아라. 떨어질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나는 거칠게 점프하여 단숨에 마을까지 도달했다.

    위연이의 부모님을 상을 치르고 우리는 얼마간의 집의 재산을 정리한 후에 길을 나섰다.

    아, 좋다. 지금 나 땡전 한푼 없는 빈털터리인데. 어느정도 정리하니까 그럭저럭 여비가 나온다. 물론 대부분이 위연이 몫. 나는 딱히 쓸일은 없으니까 나중에 결혼할때 들고 가라지.

    "저기, 이제 준비?

    어요......... 그러니까 류한 오빠?"

    ".......... 젠장. 어쩐지 양심이 찔려"

    나는 고작해야 갓 20대가 된 외형으로 보여도 사실은 30대의 아저씨다.

    시엔느같은 딸도 있고. 저런 어린애에게 오빠라 불리면 꽤나 묘한 느낌이 든다. 제기랄.

    "그냥 아저씨라 불러"

    "네?"

    "난 생각보다 나이 많아. 그러니까 아저씨라고 불러"

    "그러면 류 아저씨?"

    "류라고 부르면 아는 사람이랑 헷갈려서 그러니까. 그거 떼고 그냥 아저씨. 어때?"

    "그럼 그렇게 부를께요"

    애가 착해.

    그래서 나중에 크면 현모양처가 될것 같다. 데려가는 놈은 아주 복받은겨.

    "그런데 아저씨는 무림인인가요?"

    "아냐, 전혀 아냐. 나는 그렇게 무공에 목숨거는 날파리 같은 녀석들이 아냐"

    아무리 책에서만 읽은 무림이라지만. 적어도 책이랑 별반 다를바 없는 세계라는건 안다.

    애초에 내가 처음 만난 무림인이란 새끼가 강간마에 로리콘이니. 무공이란 힘으로 다른 사람을 핍박하는 놈이 없다곤 생각 안한다.

    요컨데 장보도 뜨면 파리 잡듯 목숨 날리고. 다른 사람 배반하고 뒤에서 호박씨까는 애새끼들이 널렸다는 것.

    .......... 괜히 왔나.

    그나저나 여기 시간대가 언제지?

    난 세계사 시간엔 실컷 잠만 잔데다 예전 일이라서 기억이 아주 드물다.

    뭐, 딱히 상관없으려나.

    "어디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

    "에? 제가 목적지를 정해도 되나요?"

    "맘대로, 어차피 나도 딱히 정해놓은 데는 없는데. 그냥 아는 사람이 가자는데로 가면 될 뿐이야"

    중국 명지들은 난 잘 모른다.

    애초에 아는게 뭐가 있겠냐마는.

    "그렇다면 동정호로 가고 싶어요!"

    오, 거긴 들어본적 있어.

    위연이가 사는 지역은 사천이다. 왜 있잖냐, 아미파랑 당가가 있는 거기.

    매운 요리가 많은 그런 지역으로 꽤나 날씨가 습하다.

    "어떻게 가는게 좋으려나. 그런데 지도 씨발!!!"

    느낌표 3개. 그만큼 여기 지도는 개판이다. 그러고 보면 현대와는 달리 이곳은 지형을 파악하는게 힘들어서 정확한 지도는 나라에서 쓴다고 하던가.

    어떻게 가야하나. 동정호...... 동정호....... 아, 여기있다.

    "가려면 악양으로 가야겠는데. 날아서 가도 되겠지만. 여행인데 그럴수야 없고........ 아, 배타면 되겠다"

    장강을 타고 오래 가서 악양에서 내리면 동정호는 금방이다.

    "근데 장강도 꽤나 머네"

    "장강에서 배를 탈건가요?"

    "응, 너도 피곤할테니 오늘은 객잔에서 자두고........ 아 씨발, 잠깐만. 객잔 가면 또 누가 시비털고 지랄하는건 아니겠지?"

    그럴 확률이 90퍼센트다.

    객잔이란 본디 철없는 무림인들이 깽판치는 1위인 장소. 온갖 분란이 일어날게 뻔하다.

    게다가 내 외모.

    마계에 워낙 미남 미녀가 많아서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내 외모는 연예인에게 저먼 스플렉스를 먹일 외모다. 거기다 여자처럼 생겼다.

    옛날에 형이 잠깐 마실삼아 한국에 갔었는데. 사진좀 찍자는 한국인이 몰려들어서 그날 이후로 한국인 공포증이 생겼다나 뭐라나, 그래서 다른 나라는 가도 한국은 잘 안간다고 한다.

    게다가 근시일 내에

    '감히!'

    라던가

    '우리 문파를 무시하는 것이냐!'

    같은 소리를 들을 느낌이 아주 아주 아주 많이 든다.

    ........... 그래도 할수 없지 애를 데리고 잘곳이 있는데 노숙하긴 그렇잖아.

    나는 임시방편으로 레기온의 장식천을 목에 두르고 얼굴을 가렸다. 이로서 대강 얼굴을 안보이겠지.

    "객잔으로 가자. 기왕이면 가격대비 좋은데로"

    처음 들어가본 객잔은 꽤나 북적거렸다. 점심시간이라 그런가?

    "네네, 어서옵쇼! 죄송하지만 손님. 지금 자리가 없는데........."

    "기다려도 좋으니까. 2사람 자리 맡아줘"

    "그럼 알겠습니다!"

    점소이다, 점소이. 오오 점소이다.

    무협 소설 읽다보면 자주 나오고 자주 갈굼 받는 그 점소이다.

    실제로 보는건 처음인데. 그냥 식당 종업원이랑 다를바가 없네.

    한 30분쯤 기다렸을까. 슬슬 사람이 빠지고 자리가 났는지 점소이가 돌아왔다.

    "넵, 손님 이리로 오시죠. 2자리 생겼습니다"

    그의 안내를 받고 우리는 자리에 앉았고. 주문을 했다.

    어디보자, 사천이니까.......... 매운거 먹어야지 나 매운거 좋아해.

    "마파두부 하나....... 그리고 위연이 넌 뭐 먹을래?"

    "저도 마파두부요"

    "......... 매울텐데?"

    주방에서 여기까지 나는 매운내가 상당하다. 아, 그러고 보면 위연이도 사천 사람이였지.

    매운 맛은 익숙하려나.

    "그럼 마파두부 2개. 빨리 해줘"

    "네! 주문 받았습니다! 여기 마파두부 둘!"

    그러면서 다른 곳으로 주문을 받기 위해 점소이가 이동한다.

    상당히 북적거리지만 그만큼 생기가 있어서 좋다. 마치 마왕성에서 애들이랑 다같이 모여 여는 만찬같은 생기가 풀풀. 시끄럽기는 우리쪽이 더 시끄럽지 우리는 치고박고 싸우기도 하니까.

    조용히 신경을 끄고 있으려니까 걸리적거리는 것이 갑자기 주변에서 느껴진다. 위치는 객잔 밖.

    걸어오는 정도의 속도....... 하지만 보폭은 일정하고 균등하다. 그리고 호흡도 꽤나 안정된건가. 분명 무인이다. 그리고 그 수도 약 30명 정도.

    게다가 이 느낌......... 씨발 사독의 공작이 생각난다. 그 독쟁이놈. 아마 여긴 사천인데다 독쓰는걸로 보아 당가 사람인가?

    객잔 안에도 무인은 약간 있지만 그래도 많은건 일반인이다. 제발 조용히 지나가줬으면 하는데.

    "잠시 실례하겠소이다!"

    이내 꽤나 큰 소리와 함께 한 남성이 대표로 소리친다. 외견으로 보아 나이는 약 40에서 50대. 꽤나 노련미가 있는 사람이다.

    아, 수염 길렀네. 부럽다. 난 기르고 싶어도 수염이 안나는데. 제기랄.

    "과분하지만 본인의 별호는 사독호(蛇毒虎)라 불리고 있는 무부외다"

    "사독호 당천기!"

    "당가의 고수가 여긴 어째서!"

    오오, 쩐다. 나 소설에서나 볼법한 대사를 리얼 사운드로 듣고 있어. 대단해.

    직접 들으니 저거 쪽팔리지도 않나. 잘도 말하네.

    "본인과 당가의 가솔들 30명과 함께. 우리는 지금 간악한 색마인 동혼색마를 ?

    고 있소이다. 그 색마가 이 인근에서 발견?

    다고 하니. 수색에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리겠소"

    ........ 색마? 좀 전에 내가 족친 그놈?

    이미 죽었을텐데? 살아있어도 겨우 숨만 붙어있겠고.

    뭐 내 알바 아니지. 주변에서 그놈 시체 찾으면 알아서 돌아가려나.

    문득 사독호란 별호를 가진 당천기....... 라고 했나? 그녀석이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 왜? 아, 나 지금 얼굴 가리고 있지. 게다가 눈에 띄게 레기온의 장식천으로 두르고 있고.

    거기에 옆에 놓은 레기온도 일반인이 쓰기엔 힘든 무기이다. 재료가 아다만티움인데다. 아무리 특별 처리를 해서 잡지 않는 한 무게에 의한 일들. 예를 들어 내가 이 객잔에 들어왔는데 바닥이 무너지지 않게 했지만. 그래도 크고 쓰기 힘든 무기다.

    눈에 띌 수밖에 없지.

    "미안하지만 그 붉은 천을 잠시 벗어주시지 않겠나?"

    "아, 물론"

    괜한 일에 휘말리기 싫으니까. 기왕이면 벗어주자. 차라리 내 얼굴 보고 남자든 아니면 남색가든 찝쩝데는게 훨씬 편하지 이놈들이랑 시비붙어서 당가랑 싸우면 귀찮아도 여만 귀찮은 일이 아닐테니까.

    나는 장식천을 거둬 내 얼굴을 보여준다.

    당천기의 눈이 휘둥그래지는게 보인다.

    "저기, 여보세요? 눈이 멍한데?"

    "....... 시, 실례했소, 소저"

    "............. 설마 이렇게 건장한 체격에 이런 얼굴을 가진 여자가 있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얼굴이 여성이라도 나 몸은 살짝 비율에 맞는 성인 남성의 체형이다. 어느정도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키가 좀 있고 몸의 비율이 적당하면 얼핏봐서 슬림한 체형의 미녀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나. 청바지에 면티입고 있다고. 가슴 평평한거 다 드러날텐데? 남자인지 구별안가냐?

    "난 남자야"

    그리고 객잔 안이 싸늘해졌다.

    "시, 실례했소 소협"

    그러고는 가볍게 인사하고 남은 30명의 인원 모두 객잔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무림인이 들어오니까 간큰 사람이거나 같은 무림인인 사람을 제외하고 다들 슬슬 밖으로 나간다.

    나는 다시 장식천을 목에 두르고 얼굴을 가렸다.

    당가 애새끼들 눈이 나를 향해있다. 꽤나 기분나쁜 눈빛들이 많은데.

    니들은 얼굴만 보냐?

    나는 애써 시선을 무시하고 있었다. 개놈들아 눈 돌려라. 사람 처음보냐.

    거기에 또 거슬리는 기운 하나. 에라이 씨발.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네..... 음식 나왔습니다"

    아, 나왔다. 빨리 먹자.

    뜨끈뜨끈하고 붉고 매운 냄새가 풀풀 나는 진짜 마파두부다. 무지 맛있겠다.

    나는 숟가락으로 떠서 한입 먹어보았다.

    매워! 하지만 맛있어! 다진 고기랑 두부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데! 요리사가 실력이 꽤 좋은데? 아마 경험의 차이인가?

    하지만 말이야.

    분명 맛은 있는데.

    어째서 음식에 다른 이상한게 들어가 있을까?

    "위연아"

    "네? 아저씨 왜요?"

    "먹지마"

    나는 막 숟가락을 들어 마파두부를 먹으려는 위연이를 말렸다.

    "요상한게 들었어. 별 효과는 없는데 일단 움직이는 걸로 봐선 산공독이라는 거려나? 오, 나 산공독 처음먹어봐"

    내 말에 객잔이 다시 한번 싸늘해진다. 아까는 일반인이 더 많았지만. 이번엔 대부분이 무림인이다.

    그중에서 독에 능통한 당가 사람도 있고. 뭐, 저쪽이야 아직 음식도 안시켰지만.

    "뭐, 뭐라고?!"

    "내공이 끌어올려지지 않아!"

    "네놈의 짓이냐!"

    어떤 멍청이가 나에게 검을 뽑아들고 덤벼든다. 봐줄필요 있냐. 나는 주먹을 쥐고 가볍게 녀석의 턱을 후려쳐 올려서 객잔 천장에 박아넣는다.

    "병신들아 난 아냐. 내가 했으면 대놓고 이렇게 말하겠냐"

    하여간에 무림인이란 새끼들이 머리가 안돌아가냐. 그러니 장보도 하나 뜨면 날파리 때 마냥 죽어나가는 거겠지.

    나는 주방쪽을 노려본다, 아까전부터 저쪽에 숨어 있던 애새끼 하나가 자꾸 신경 거슬리게 하다 이제는 요리에까지 개지랄을 떨었냐.

    "야, 거기 주방에 있는 개새끼. 당장 튀어 나와. 발각?

    으니까 내가 셋까지 셀때까지 안나오면 내가 간다"

    순간 녀석이 움찔하는게 느껴진다.

    "개수작 부릴 생각 말고 지금 튀어나오면 팔 한짝으로 봐줄 생각도 있는데"

    "이노옴! 누가 누구를 봐준다는 것이냐!"

    투웅! 하고 가벼운 움직임과 함께 한 노인이 튀어나온다.

    난 노약자는 공경하는 성격인데 저놈은 노약자가 아니라 그냥 노인일 뿐이잖아. 단어 맞추면 노약자가 아니라 노강자.

    ............. 요리사를 지망했던 사람으로서 감히 요리에 개수작을 부리다니. 죽이자.

    "비천살도(飛天殺刀) 전기명!"

    "사독호 당천기와의 은원을 갚기 위해 온것인가!"

    노인......... 에라이 저놈에겐 노인이랑 호칭도 아깝다. 그냥 노친네라고 하자.

    녀석이 나를 노려보면서 화를 낸다.

    "네놈 때문에 일을 다 망쳤다! 산공독을 써서 사독호와 당가놈들을 전부 내공을 못쓰게 만들어서 죽이려고 했는데.........."

    "그거 아냐? 악당은 원래 계획이 망쳐지면 대놓고 말한다는거. 그리고 그건 죽을거라는 징조고"

    "죽는건 네놈이다!!!"

    "위험하네 소협!"

    위험하긴 개뿔이.

    당천기에게서 나를 도와주기 위해 암기를 날리는것 같았지만 한발 늦었다. 그리고 비천살도라는 노친네는 벌써 내 앞에 다가와 있고.

    진짜 무림은 이런일 많구나. 좋아, 해치우자.

    콰앙!!!

    나는 가볍게 진각을 밟아 객잔을 떨게 만들었다. 그 여파로 인해 중심이 흐트러진 비천살도는 엉겁결에 뒤로 물러났다.

    "한가닥 재주가 있는 놈이구나!"

    "재주고 나발이고. 한가지 말부터 하자"

    "유언이라도 남길 셈이냐!"

    유언은 니가 남겨야지. 남길 시간도 안줄테지만.

    마계에서 살다보나 성격이 아주 많아 과격해졌다. 게다가 높은 경지에 이르니까 나른한 마음도 있고.

    아무튼 간에.

    "내가 지금 너에게 달려가서 복부에 주먹을 먹인 후에 팔꿈치로 등을 내려찍고 양 어께를 비틀어 팔을 뜯어낸 다음에 네 몸을 저쪽 벽에 처박을꺼야"

    "네놈! 허풍도 정도껏 떨어라! 2년 전에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내가 그렇게 당할것 같으냐!"

    그가 뽑은 도에서 시퍼런 강기가 맺힌다. 뭐야, 여긴 강기 쓰면 초절정이냐.

    내 몸은 이미 초월자 반열중에서 상위에 들어선지 오래되서. 내 의지만으로 육체를 원하는 부분까지 다루는게 가능하다.

    즉, 남들이 보기에 기세를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게 할수도 있다는 거다.

    난 일부러 정신을 무욕하게 만들어서 몸을 평범하게 만들었다. 상대가 보기엔 나는 지나가던 일반인이겠지.

    "위연아"

    "네....... 아저씨"

    "눈감고 귀막아"

    애들이 보기엔 상당히 끔찍할테니까.

    "다시 한번 말할께. 네 복부에 주먹을 먹이고 등에 팔꿈치로 내려찍은 후에 양어께를 비틀어 뜯고 벽에 처박을꺼야. 분명히 그렇게 할거고. 네 인식속도에 맞춰서 많이 느리게 할거고"

    "뭔 소리를 하는거냐"

    "내가 이런 일 잘 읽어봐서 아는데. 나중에 사술이네 뭐네 지껄이거든. 그럼 아예 다 까발리고 하면 되지"

    비천살도는 10년전 사독호와 싸움으로 은거에 들어간 고수다.

    처음 강호에 나설때는 절정의 경지였으니. 지금은 강기를 뿜어낼수 있는 초절정!

    그런 무인에게 시비를 거는 남성은 얼굴은 보이지 않으나 편안한 목소리였다. 마치 아무런 일도 아닌듯한.

    "소협! 도망치게! 여긴 우리가............"

    "그럼 한다"

    가벼운 소리와 함께 그는 말한대로 수행했다.

    비천살도의 인식 속도를 넘은 움직임으로 다가가 그의 복부에 주먹을 먹여 내장을 으께고 그 충격으로 굽혀진 등에 팔꿈치로 내려찍어 척추를 부순다.

    양손을 뻗어 그의 어께에 손을 올리고 그대로 비틀어 뜯어낸다. 마치 들판에서 나물 뜯는것 마냥 가벼운 행동이다.

    그리고 머리를 움켜쥐고 날려 벽에 처박는다.

    콰앙!

    이 모든것이 1초도 안되는 시간안에 이뤄졌다.

    "꽤나 느리게 했는데.......... 미안 못봤겠구나. 그래도 충격 먹은건 순서대로니까 잘 이해하겠지"

    이건 사술이 아니다. 아예 사술이라고 믿고 싶지만 사술이 아니다.

    그저 무식하게 강한것 뿐이다.

    "비, 비천살도가 일격에!"

    "일격 아냐 바보들아. 때린건 2번이야. 배 친거랑 등친거"

    "고, 고수다!"

    "그럼 뭔줄 알았는데? 얼굴만 반반한 애송이?"

    남자가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비천살도는 이제 소생 불가능이다. 내장이 뭉게지고 척추가 부러졌는데. 말조차 제대로 못할 것이다.

    "내가 다른건 참아도 요리에 수작질 부리는건 요리사 지망이였던 사람으로서 못참겠다. 그것만 아니였다면 끼어들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그는 무심하게 비천살도의 머리를 밟았다.

    "애초에 난 여행만 하고 싶었다고 개자식아"

    그리고 강하게 그의 머리를 내려찍듯이 머리통을 부쉈다.

    쿠직!!!

    예전부터 생각한건데 객잔에서 칼부림 나서 누가 죽으면 그 시체는 누가 치우는건가 하고 생각했었다.

    점소이나 주인이 치우겠지? 민폐도 그런 민폐가 있나.

    나는 비천살도인지 뭔지의 시체에 화염을 일으켜 그대로 재로 만들었다. 마력을 쓰지 않아도 요즘은 그냥 생각만 하면 쓸만한 불꽃이 나온다. 마신 족치길 잘했어.

    마왕으로서의 능력이 리미터가 풀려있잖아.

    "입맛 버렸다. 다른 객잔을 찾아봐야지. 아무리 일반인에겐 해가 없다고 해도 요상한게 들어있는 밥은 먹기 싫으니까"

    "자, 잠시 실례해도 되겠소. 소협?"

    "실례라고 생각되면 하지 말지?"

    당천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까칠한 내 말에 뒤에 있던 꽤나 젊은 놈들이 울컥하는게 눈에 보이지만. 내가 박살내서 지금 재만 남은 비천살도인지 뭔지를 보고는 화를 가라앉힌것 같다.

    "객잔은 옮기지 말고. 그냥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게 어떻겠소이까? 식사 비용은 우리가 대겠소이다"

    "......... 공짜?"

    내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냥 여기서 먹을까.

    다행히도 녀석이 수작을 부린건 고기. 그것도 어느정도 일부의 고기뿐이였다. 다른 고기는 멀쩡하고 향식료쪽도 멀쩡한 모양.

    주방장은 아예 요리에 뭔가 들어갔다는 사실을 모르는것 같다.

    하기야 주방장 몰래 넣는게 훨씬 편하니까.

    다시 마파두부를 주문하고 나는 여유롭게 기다린다. 위연이는 주변의 무림인들 때문인지 긴장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긴장하지마"

    "....... 네?! 앗, 그게 아니라.........."

    "내가 옆에 있는 한. 설령 아까 그놈같은 무림인이 떼거지로 몰려와도 걱정할 필요 없어. 지금의 너는 내 그늘안에 있으니까. 무슨일이 있어도 지킨다"

    그래, 예전에 내가 한 맹새.

    그저 마음만 먹은것이 아닌. 한 사람의 죽음으로 직접 깨달은 마음가짐.

    반드시 지킨다.

    절대로 죽게 두지 않는다. 아프게 두지 않는다. 괴롭게 두지 않는다.

    그저 그뿐이다.

    "실례지만 소협. 사문을 물어봐도 되겠소?"

    "사문같은거 없는데. 그냥 가전무공"

    내가 배운 아주 기본적인건 오래전에 아버지가 가르쳐준 심법에 만룡무 몇개. 그리고 내가 독자적으로 만든 멸룡과 기술쪽으로는 류한살식.......... 이것도 내가 만들었다.

    그런고로 딱히 사문이랄것 까진 없고. 그냥 집에 있는거 배우고 내가 전부 실전으로 얻은것 뿐이다.

    "가전무공이라......... 그러고 보니 아직 소협의 이름을 묻지 않았군. 이름을 물어도 되겠소?"

    "류한, 흐를 류자에 사나울 한자 써서. 류한"

    "특이한 이름이군. 출신지는.........."

    "거기까지 물어서 뭐하게"

    여기 차원 출신도 아닌데다가 아예 다른 차원이고. 그나마 가까운 곳이라면 저 멀리 한국인데 여기선 동이라고 오랑캐 취급할거 아냐.

    아 씨발 그러고 보니 빡치네. 옛날부터 한국은 중국 침략받고 그랬잖아?

    땅 크기 크다고 다인줄 아냐. 황궁 부숴버리고 아예 씨를 말려버릴까.........

    "그나저나. 소협은 지금 어디를 가는건가? 정한 목적지가 있는가?"

    "아, 그건 있지"

    동정호다.

    "할아버지, 여기서 쉬었다가요"

    "허허, 그러자꾸나"

    화목해 보이는 한 조손(祖孫)이 객잔 안으로 들어선다.

    노인의 직업은 매담자. 주로 무림의 이야기로 생계를 이어가는 직업으로 무림의 소문의 주를 이루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리에 착석해 슬슬 분위기를 잡아간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그 이야기 또 해주세요. 적건괴협(赤巾怪俠)에 대한 이야기요"

    "그 이야기는 매일 듣고 있잖느냐?"

    "그래도 좋은걸요"

    노인은 손자의 말에 못이기는 척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요 2달 새 그 어떤 무림인보다 유명세를 띄우기 시작한 사람이 있다.

    그의 별호는 적건괴협.

    붉은 천을 두르고 다니는 괴팍한 협객.

    아니, 성격은 협객이라고 하기에 한참 떨어져 있지만 그의 행동은 협객이라고 하기에 충분하다.

    "음....... 뭐 부터 시작할까. 일단은 적건괴협의 무림출도의 이야기부터 해야겠구나. 적건괴협의 사문은 모르지만 사천에서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냈기에 사천 어딘가의 은거 문파로 추정된단다"

    "그런거 말고. 적건괴협이 활약한 부분이요"

    "허허, 알았다. 재촉하지 말거라"

    노인은 수염을 쓰다듬으로 생각을 고르는듯 했다.

    "일단 적건괴협은 제일 먼저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다고 하는 간악한 동혼색마를 일수에 쳐죽였다고 한단다. 그리고 이후에 객잔에서 사독호 당천기와 만난 후. 그런 그들 일행을 습격하려는 비천살도 역시 일수에 쳐죽였다고 한단다. 둘 다 초절정 고수이니 그런 고수를 죽인 적건괴협은 현 무림의 오제(五帝)와 대등할 정도로 평가되고 있지. 그리고........"

    흥미진진한 노인의 이야기에 다들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노인이 갑자기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고 말문은 닫는다.

    "일단 우리도 뭔가를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 일단 밥부터 먹고........"

    "에이, 노인장! 내가 한턱 쏠테니 이야기나 계속 해주시오! 점소이!"

    "네네, 알겠습니다!"

    "허허허, 이거 고맙구려"

    매화자는 보통 이런식으로 먹고 산다 그가 그렇게 해도 뭐라 그럴 사람은 없다.

    노인은 다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흠, 적건괴협은 다시 길을 가던 중에 전대 마인이자 지금도 마교에서는 소교주 살해 혐의로 ?

    기고 있는 혈천시마(血川屍魔)가 만든 20구의 천혈마래강시(天血魔來?

    尸)를 단신으로 처부쉈단다"

    "천혈마래강시요?"

    "100명의 동남동녀들의 피와 수백가지의 약초를 생전 절정 고수의 무력을 가졌던 시신에 특별한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악랄한 강시지 몸에 검기가 안들어가는 것은 물론이요 생전의 무력을 온전히 발휘하면서 더 악독한 것은 스스로 어느정도 생각을 할수 있다는 것이지"

    "한구에 100명이면........ 합쳐서 2000명이잖아요?"

    아이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숫자를 세었다. 그런 강지 하나를 만드는데 수많은 목숨이 들어갔다.

    "그에 분노한 적건괴협은 마침 혈천시마를 잡으러 왔던 마교의 최강 부대라 불리우는 마룡흑기대(魔龍黑旗袋)의 대주에게 그 죄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고 약속을 받아낸 후에 혈천시마를 제압해 그에게 넘겨주었지"

    "그럼 혈천시마는........"

    "아마 마교에서 죽는게 편할 정도의 고문을 받고 있지 않겠니? 이게 바로 인과응보라고 하는거란다"

    노인은 이내 나온 만두를 하나 해치우고 다시 이야기를 잇기 시작했다.

    손자도 마찬가지로 만두를 우물 거리면서 노인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 외에도 이번에 사혈맹(邪血盟)이 일으킨 아미혈사(峨嵋血事)에서 소검후(小劍后)와 아미파를 구한것은 물론 지나가던 길의 사파인과 흉악한 마인들을 전부 일수에 처죽인. 그야말로 희대의 고수란다"

    "와아!!!"

    소년이 눈을 반짝인다.

    노인은 차를 한모금 마셔 목을 축여서 다시 말을 잇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그가 선인인것만은 아니지"

    "왜요?"

    "어쩌다보니 시비가 붙은 청성파의 무인들과 싸우게 ?

    는데. 잘못을 한것은 분명 청성파의 무인인데 그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죽여 입막음 하려고 했었단다"

    "세상에! 정파인이 그래도 되는건가요?"

    청성파는 구파일방의 한 주축인 문파로 어디로 보나 정파다.

    하지만 세월이 야속하다고 해야할까. 고인물은 언젠가 썩는 법.

    청성파도 예전같지가 않다고 한다.

    그러던 중 적건괴협에게 딱 걸린것.

    ,

    "그는 자신을 겁박하는 청성파의 고수 10명을 전부 제압하고 청성파로 향해 그들에게 죄를 물었지. 하지만 청성파는 오히려 적건괴협을 무시하고 그들처럼 살인면구하려고 했었단다"

    "청성파가요?"

    썩었다고 하나 문파는 문파. 그리고 그중에서도 정파의 일부인 구파일방중 하나다. 그 무력이 절대 약할리가 없다.

    게다가 청성파에는 전전대의 노고수. 청룡신검(淸龍神劍) 운현이 있다.

    "적건괴협에겐 그런거 없었단다. 그저 단신으로 청성파를 뭉게버렸지"

    "다, 단신으로요?!"

    "게다가 더 놀라운것은 그 와중에 단 한명도 죽지 않았다는 거란다. 그에게 덤볐던 청성파의 장문인은 물론 청룡신검조차 그의 일초지적이 되지 못했지. 그것으로 인해 장문인은 30년간 봉문을 선언하였단다"

    "와아............."

    "그 사건으로 인해 그의 평가는 오제(五帝)에서 가히 고금제일인으로 꼽히는 오래전의 천마(天魔)와 비등한 평가를 받고있는. 현 최강의 고수란다"

    "굉장해요!"

    단신으로 문파를 뭉게버린다.

    다수를 이기는 소수는 없다. 아니, 거의 없다 뿐이지 설령 있다고 해도 그정도의 다수를 이길 강자는 아주 드물다.

    그런 상식을 문파와 함께 뭉게버린 사람.

    "이거 하나만은 기억해두거라. 적건괴협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먼저 나서는 법이 없단다. 누군가 악랄한 짓을 했건. 시비를 걸었다면 모를까. 적건괴협은 누가 건드리지 않는 한 괴팍하지만 조용한 사람이란다"

    "저, 직접 적건괴협을 보고 싶어요!"

    "허허, 언젠가 인연이 된다면 볼 수 있겠지. 듣자하니 열댓살로 보이는...... 아마 딸이나 여동생인것 같은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한다는데......... 붉은 천을 두르고 다니기에 눈에 잘 띌게다. 그래 마치 지금 객잔에 들어오는 저 사람처럼.......?!"

    노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객잔의 문을 향했다.

    그곳에는 여자아이가 옆에 서 있고, 그가 말한대로 붉은색 두건을 두르고 얼굴을 가린 청년이 서 있었다.

    아니, 외견은 아주 우연히 같을지도 모른다. 적건괴협의 무림출두로 인해 붉은 천을 두르고 다니는 무림인들이 많아졌으니까.

    무엇보다 적건괴협의 성격은 괴(怪)가 들어갈 정도로 괴팍해.........

    "뭘봐? 시발 내가 붉은 천 두르고 다닌다고 존나 무시하냐?"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 작품 후기 ============================

    하하하! 작가의 귀환이다!

    대충 이정도 용량으로 좀 적거나 좀 많게 2편 더 올라옴. 내일 모레 보자고.

    그나저나 마지막 부분은 졸면서 썼는데.

    팬텀 이새끼. 내가 조는 사이에 뭘한거지?

    아, 맞다 그리고 밀리언 아서 친구 초대 이벤트 하는데. 저 친추좀요, 로리콘인 작가는 염하형 엘이 가지고 싶음.

    추천인 코드는 17ead임.

    염하형 엘 풀돌하면 연참 하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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