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311화 (311/468)
  • 311/468 회

    < --최후의 결전(이런 제목 한번 써보고 싶었어)-- >

    팬텀은 과격한 면이 있지만. 적어도 그것은 외부의 자극이 없을 때의 일이다.

    그의 형인 그레이도 마찬가지. 피는 반밖에 섞이지 않았지만. 그레이도 지금은 외부 자극만 없다면 무관심하고 귀찮아 할 뿐인 잉여로운 성격이다.

    요컨데.

    욱하는 성격이 있다.

    보통 평소에 화를 잘내는 사람은 화를 내도 그 정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욱하는 사람은 그 강도가 다르다.

    화를 한꺼번에 폭발시키기 때문이다.

    팬텀이 욱하는 것은 워낙 많이 있었지만. 이만큼 분노하는 것은 적어도 루이넬이 험한 꼴을 당했을 때 뿐이다.

    "지금 뭘해? 도시를 날린다고?"

    간단히 말해서 빡돌았다.

    귀계의 마왕이 수도를 날리려고 한지가 언제인데. 또 도시가 날아갈 판이다. 게다가 이번엔 막을 기회도 없다.

    삐걱삐걱, 팬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그의 감정에 동조하며 주변을 짖누르고 농도가 짙어져 순수한 마기로 바뀌어 나간다.

    성의 지붕을 가루로 만들고 그 여파가 피의 마왕에게까지 닿지만. 그는 자신의 몸에서 마찬가지로 마기를 뿜어내어 막는다.

    "개지랄 떨지마"

    팬텀은 전부 때려치우기로 했다.

    힘의 조절도. 능력의 봉인도. 전부.

    "내 전력을 바란다면. 진짜 전력으로 해주마"

    팬텀의 몸의 절반 가까히 어둠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눈이 있던 곳에는 붉은색의 안광만이 그것을 알려주고. 입은 벌어지기는 하나 어린아이가 그려놓은 괴수의 입같이 지그제그로 찢어진 뾰족한 이빨같은 것 뿐.

    손도 인간의 손이라고 할 수 없이 비율을 무시하고 평범한 인간의 손의 3배정도로 크기가 커지고 또 손가락의 마디의 경계가 사라진다. 손끝은 강철판도 우습게 찢어낼 정도로 날카롭고 뾰족하게 벼려진다.

    절반인 인간. 절반은 인외. 그 사이를 잇듯 이어져 있는 것은 오로지 목에 두른 레기온의 장식천 뿐.

    인간의 모습을 한 몸의 절반에선 멸룡을 뿜어내고. 나머지 반쪽의 몸에선 불길한 검은 오오라 비슷한 것을 뿜어낸다.

    진짜 악마가 있다면. 바로 저런 모습일까?

    "적당히 피해서 공격하면. 동력로에 닿지 않겠지"

    나직히 중얼거린 팬텀이 양주먹을 쥐고 동시에 내뻗는다.

    빙염의 마왕과 싸우던중 만들어낸 기술.

    류한살식. 쌍월죽이기(雙月殺).

    극상성의 힘의 멸룡과, 물리법칙을 무시한 어둠의 손이 동시에 내뻗어지면서 피의 마왕을 공격했다.

    막는것은 무리. 아무리 피의 마왕이더라도 전력 상태의 팬텀의 공격을 그대로 맞는다는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피의 마왕도 직격으로 맞는다면 무사하지 못할것은 당연한 사실.

    그렇다면 피한다.

    피의 마왕은 이명에서도 알수 있듯이 피에 관해선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다. 이전에는 역량 차이가 났던 예전의 팬텀의 몸의 피를, 떨어진 상태에서 조종할 정도로 그는 피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초월자는 육체보단 정신에 더 의존하게 진화한다.

    그리고 피의 마왕은 그것을 융화시켰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건 빛이니, 타키온이라는 가상의 입자니 하지만. 실제로 가장 빠른건 생각, 혹은 의지다.

    피의 마왕은 팬텀의 공격을 보고 인식하자 마자 그것이 피를 타고 다이렉트로 뇌까지 전해진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공격을 피해낸다. 다른 마족이였다면 반응할 사이도 없이 공격을 맞고 고깃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죽었을 테지만. 피의 마왕은 팬텀의 멸룡은 물론 어둠으로 물든 손의 권격마저 피해 거리를 벌렸다.

    피의 마왕의 생각 자체가 반사신경이며 바로 움직여낸다.

    흡사 팬텀과 엇비슷한 반응속도.

    "이 몸으론 나도 전력은 힘들겠군"

    피의 마왕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몸안의 피를 외부로 끌어낸다.

    그가 쓰는것은 모든 생명의 근원과 비슷한 피. 그것을 끌어내 육체 대신 사용한다. 어떻게 보면 흡사 팬텀의 신체를 어둠으로 변화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그의 몸이 붉은색으로 가득하게 변했다. 하지만 팬텀처럼 불완전한 것이 아닌, 몸 전체를 바꾸어 낸것.

    "나랑 비슷한건가?"

    "조금은, 하지만 다루는 힘의 상위가 조금 다르지. 참고로, 네쪽이 위다. 하지만 그런 완성되지 않은 힘으론 대등하겠지"

    피와 어둠.

    두가지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둘다 형태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나. 피는 적어도 눈으로 보고, 액체라도 만질수 있는 물질이다.

    하지만 어둠은 인식정도만 할 수 있고, 잡는것은 더더욱 불가능한. 속성 자체에서도 비중을 차지하는 물질.

    그런 어둠으로 몸의 절반을 바꾼 팬텀이나. 피로 몸 전체를 바꾼 피의 마왕이나.

    팬텀은 순간 움찔했었다. 피의 마왕의 모습이 마치 전신을 전격으로 바꿨던 그레이와 겹쳐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서 그만큼의 거대한 격차는 느껴지지 않는다.

    애초에 지금의 팬텀의 격보다 대등하거나 조금 떨어지는 정도.

    그저 피의 마왕은 피에 대한 지배력을 이용한, 강제적인 전투 형태에 불가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 위력은 기본 옵션으로 물리법칙을 가볍게 무시한다.

    "이쪽도 전력이다. 와라!!"

    대답도 없이 팬텀이 허공을 걷어차 거리를 좁힌다. 피의 마왕에게 양손을 뻗아 그의 복부를 찔러 내장을 뜯어낼듯 뻗는다.

    피의 마왕은 그것을 내버려 두지 않고 마찬가지로 양손을 뻗어 맞부딪힌다.

    콰아앙!!

    둘의 충돌만으로 가벼운 공기의 폭발이 일어난다.

    삐걱삐걱. 서로 양손을 맏잡은 채. 오로지 순수 힘만으로 부딪힌다.

    팬텀의 몸의 반쪽이나, 피의 마왕의 몸이나 전부 육체가 아니다. 그저 의지로, 마음으로 부딪히는 것이다.

    마음과 의지가 곧 근력이자, 무력이자, 전부.

    다만 문제가 있다면 팬텀의 나머지 절반인 몸 부분은 어둠으로 바꾸지 않았다.

    기본과 경험의 문제인 것이다.

    피의 마왕은 태어날 때부터 흡혈귀. 기본적으로 피에 대한 지배력이 있었고 지금은 그것을 크게 키워와 성장한 것이다. 그것도 수천년이란 세월동안에 말이다.

    하지만 팬텀이 살아온 세월은 반올림해도 고작해야 30년. 그나마 어둠에 대해 알고 익숙해진 것도 기껏해야 몇년이다.

    아무리 천재라도 수년과 수천년의 세월앞에서는 극복하기 힘든 법이다.

    그나마 버티고 있는 이유가 나머지 절반 부분의 인간의 몸에서 뿜어내는 멸룡 덕분. 멸룡이 피의 마왕의 손을 침식해 들어가면서 몸을 갉아먹는다.

    이대로 장시간 시간을 끌면 위험한것은 피의 마왕이다. 게다가 팬텀이 맞잡은 팔은 피의 마왕의 왼팔. 즉 심장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아직 완전한 초월자가 아니고, 피와 같은 반 물질적인 것을 다루는 피의 마왕은 아직까지 조금이나마 급소같은 것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 상징적인 것이 피를 몸 전체에 공급하는 펌프질을 해주는 심장.

    피의 마왕은 급히 팬텀에게서 떨어졌다. 물론 잡고 놔줄 팬텀이 아니나, 피의 마왕은 마치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어께 부분에서 양팔을 절단하고 떼어 몸을 피했다.

    훌륭한 판단이였다. 이대로 지속?

    으면 그는 멸룡이 온몸을 침식해 바스라져 죽었을 테니까.

    "도마뱀이냐?"

    "내가 자른건 꼬리가 아니라 팔이다. 뭐, 비슷하긴 하겠군"

    가볍게 웃으며 피의 마왕이 잘려진 어께 부위에 힘을 집중한다.

    흡! 하는 가벼운 기합과 함께 그의 어께에서 다시 새로운 팔이 자라나는 듯한 모습으로 피가 엮어지며 생긴다.

    애초에 그는 재생력도 뛰어난 흡혈귀였다.

    "상당히 고전할것 같은데"

    팬텀이 이를 갈았다.

    다크 로드 캐슬의 급격한 이동.

    그것으로 전세에는 큰 혼란이 일어났다.

    이동한 장소는 귀계의 마왕으로 인해 붕괴한 수도의 마족들이 새로 만든 임시 거처이자 그로인해 만들어진 도시.

    포대는 아직 정지해 있다지만. 언제 기동할지 모른다.

    "아, 갑자기 전장을 이동하다니. 제일먼저 공간 도약 시스템부터 부수라고 그럴껄 그랬나"

    그레이는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귀찮음을 토로했다.

    그는 강자이며 초월자다. 단 다른 초월자의 경고로 그가 나설수 있는 기회는 한정되어 있다.

    혹시나를 대비해 어느정도 그 기회를 축적해두고 있지만. 지금 그중 대부분을 써야 할 판이다.

    -아주버니....... 아니, 아주버님인가? 호칭 발음하기가 힘들어!

    "한국어니까 그렇지. 그래서, 무슨 볼일이야 제수씨?"

    루이넬이 그레이에게 마법으로 목소리를 전달했다.

    도움 요청이다.

    -저기 그러니까, 마법으로 팬텀이 있는 곳까지 보내주시면 안되나요?

    그레이는 초월자가 되기 이전에 먼저 마법을 배웠다. 본격적으로 싸운다면 마법이 뒷전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가 어느정도 초월자 반열에 들어서는 마법사인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라면 지금 지상의 병력들을 다크 로드 캐슬이 있는 곳까지 워프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마법으로 간섭하면, 그것도 공격이 아닌 병력의 이동이라면 해도 딱히 상관은 없는데 말이지. 문제가 있다면 장소다"

    -장소? 아.......

    "워프 되는 물체와 원래 자리에 있던 물체가 겹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제수씨도 마법사라면 잘 알고 있겠지?"

    공간이동이란건 난이도가 높은 마법이다.

    A에서 B라는 장소로 이동할 때. 만약 B의 장소에 무언가가 있다면. 그 물건과 사람이 겹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어느 정도라면 또 모를까. 수천에 달하는 대군을 단체로 옮길 안정한 장소가 없다는 것이다.

    수천의 병력을 수용할 정도로 잘 정돈되고 한사람이라도 출입하지 않을 그런 넓은 공터같은게. 이런 사정좋게 있을리가 없다.

    -그렇다면........ 허공을 어때요?

    "....... 응?"

    -지상에서 십수미터 떨어진 하늘이라면. 딱히 무언가에 겹칠 걱정 없이.

    "........... 제수씨한테 한방 먹었는걸"

    아무것도 겹칠 걱정이 없는 하늘 위라면 상관없다. 게다가 마족은 워낙 강한 종족이고 이 전쟁에 참가한 마족도 정예병이기에 맨몸으로 떨어져도 상관 없거나 마법으로 날아오를 수 있는 마족도 있다.

    -최대한 빨리 부탁드릴께요.

    "병력의 수는?"

    -지상에 남은 병력은 약 1만....... 어느정도 죽고 빠진 부상자도 있으니까 대략 9000명 안팎으로 보시면 되요.

    "그럼 1만명 정도로 넉넉하게 잡고.........20초만 기다려"

    그리고 정확히 20초 후. 수백미터에 아우르는 거대한 푸른색 원형 마법진이 사방을 매우며 병력이 이동했다.

    다크 로드 캐슬의 이동으로 다행인 점이 하나 있다면 성위의 싸우고 있는 다른 마족들도 같이 이동을 했기에 전투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지상의 병력은 그저 피해를 줄이기 위해 포격을 상쇄시키는 역할과 후방 지원. 하지만 성을 향해 올라가는 마족이라면 모를까. 성 위에 올라온 마족들에겐 후방 지원이 필요없다.

    믿어야 할것은 오로지 자신의 무력과 등을 맞겨줄 전우뿐이다.

    "팬텀이 박살낸 성벽으로 들어가면 안되는건가?!"

    "여파 때문에 박살났다고 해도. 거긴 한명분이 들어갈 통로다! 게다가 성벽이 너무 튼튼해서 부서진 부분도 너무 적고 수복도 빨라! 게다가 거기로 들어가면 날 쏘아줍쇼 하고 대놓고 광고하는 꼴 아닌가!"

    사람의 심리가 묘한게. 벽이 앞에 있으면 돌아가거나 따로 벽을 부수고 들어가는 생각을 하지만. 누군가 한명 통과할 통로가 있다면 그곳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걸 그냥 내버려둘 적이 아니다. 그곳으로 들어간다면 집중 공격이 이어진다.

    전쟁에서는 무엇보다 포위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콰아아앙!!!

    루카크가 강하게 땅을 찔어내리자 바닥의 철판같은 것이 출렁이며 기이하게 꺽어지면서 마치 시소처럼 튀어올라 정면의 마족들을 날려올린다. 그리고 그 마족들을 향해 펀치를 날린 루카크는 그저 그 여파만으로 사방을 헤집어 먼지 투성이로 만든다.

    "어차피 마왕만 상대하면 끝날 싸움. 왜 우리들은 여기서 싸우고 있는거지?"

    마족의 전쟁은 마왕끼리의 싸움으로 끝난다.

    이기는 쪽이 전부를 가진다. 그런 원리.

    팬텀이 피의 마왕과 싸우는 이상. 그들은 이미 할 일을 다한 것이다.

    "왜 근육 오빠는 그런걸 궁금해하는 거야?"

    "아니, 꼬마야. 짧게 말해서, 나도 그건 동감하는데. 어차피 마왕의 승부에 달렸고 지금 싸우는데. 뒤로 빠져도 되는거 아냐?"

    로르덴과 루카크는 의문을 가졌다.

    어째서 우리는 싸우는 것인가.

    하지만 그건 아주 간단한 대답.

    마룡왕도, 카르덴도, 듀랜달도, 루이넬도, 심지어 시엔느마저 알고 있는 대답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대답도 시엔느가 했다.

    "그럼 아빠가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는데. 우리들만 아래에서 여유롭게 관전하면서 손가락이나 쪽쪽 빨면서 있고 싶어?"

    그녀의 말에 로르덴과 루카크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순간 공격을 멈췄고. 전세가 살짝 저쪽으로 기울여졌다.

    전쟁에서 방심은 금물. 독약나 다름없는 것인데. 두사람은 순간 멍하니 생각했다.

    너무나도 간단한 대답이다.

    "거참! 이런 어린애에게 부끄럽게시리!!! 발록으로서의 자존심이 울부짖고 있는데에에에에에!!!!"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들 정도야! 짧게말해서! 나 지금 화났다고오오!!!"

    로르덴이 채찍을 들고 휘두른다.

    순간적으로 음속을 가뿐히 초월한 그의 채찍이 한발 한발마다 소닉붐을 일으키며 공략중인 성벽의 성문을 후려친다.

    분명 한발로는 성문을 뜯기엔 부족하지만. 그것이 수백번에 달한다. 마치 물방울이 수백년에 걸쳐 돌에 구멍을 뚫는것을. 짧은 시간에 빨리 돌려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성벽이 아무리 단단해도 쉴새없이 초당 수십번에 달하며 날아드는 채찍질에는 당할 수 없다.

    터엉! 하고 거칠게 성문 한짝이 뜯겨나간다.

    단숨에 전세는 역전. 오히려 이쪽으로 잔뜩 기울여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 오오오오오오오오!!!!"

    루카는 뜯겨나간 성문 한짝을 들고 그대로 '찢는다'.

    키드드드드드득!!!!

    거친 금속성과 함께 두개로 찢어진 성문. 루카크는 그것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있었다.

    "옛날에, 폭력의 대공이였던 형이 했던 거거든. 그래서 나도 해보고 싶었어"

    그리고 내던진다.

    "성문 부메랑이다!"

    돌아오지는 않지만.

    ============================ 작품 후기 ============================

    피의 마왕이 어느정도 피로 자신의 몸을 변환할수도 있지만 팬텀처럼 주요 장기는 못합니다. 요컨데 어느정도 외부만. 호박에 줄그어서 수박으로 만드는거임.

    빨리 마계편 끝내고 일주일 뒤에 외전으로 찾아올거임. 나도 쉬긴 해야지. 다른 소설 올리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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