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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계의 마왕은 수도의 마법 발동 이전에 이미 게이트를 타고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로 이동했다.
물론 전쟁중이라 게이트 사용은 엄밀하게 관리하지만. 그 범위가 그의 영지 안이라면 주인인 그가 마음대로 명령을 내리는게 가능하다.
요컨데 수도와 제일 먼 최전방 도시의 게이트를 10분간 열어라, 그런 식으로.
귀계의 마왕은 어림 잡아도 수백킬로미터 이상 수도에서 떨어져 여유롭게 움직이는 중이다.
그에게 남아도는건 시간.
역사의 일족은 수명이 길다. 다만 그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명이 얼마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아직도 귀계의 마왕은 현역이라는 것.
앞으로 수만년은 가뿐히 살 수 있다. 그렇기에 귀계의 마왕이라는 이름 자체가 잊혀질 때 까지 실험의 데이터나 분석하면서 시간을 보내도 된다.
마치 자기 목숨만 부지하면 된다는 생각의 악당 두목 같다.
"마법은 실패한것 같군요. 뭐, 딱히 생명력을 응용한 마법의 실험 데이터는 따로 모아야 될것 같군요"
그정도야 소규모로 줄였다 뿐이지 쉽다.
근처의 마족 한두명을 소리소문 없이 납치해서 실험에 쓰기만 하면 되니까.
마수 서식지에 거처를 마련하고 살면 그만.
전쟁에선 졌지만 귀계의 마왕은 이겼다.
"후후후......... 시간도 제 편입니다. 딱히 은거할 필요도 없이 피의 마왕에게 가면 충분히 재기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에게는 아직 협력자이자 지금 조용히 있는 피의 마왕이 건재하다.
"게다가.......... 이미 성의 해킹이 끝났을지도 모르겠군요"
피의 마왕이 목적.
귀계의 마왕은 이미 알고 있었고 그에게 협조했다.
"제가 이겼습니다. 반역의 마왕"
콰드드드드득!!!
순간 공간이 거칠게 찢어지며 안쪽에서 무언가 뻗어져 나와 귀계의 마왕의 목을 움켜잡는다.
마법사쪽에 가까운 귀계의 마왕이기에 애초에 이렇게 가까히 다가온 팔은 피할수도, 막을 순간도 없었다.
"아니, 네가 졌어 귀계의 마왕. 이 개자식아"
팬텀이 그의 얼굴을 노려보며 말했다.
팬텀이 아마 이토록 분노할 때는 그림자의 마왕이 루이넬이 팔 한쪽을 뜯었을 때 정도다.
고요하고 절제된 분노, 그리고 시간이 지날때마다 강해지는 팬텀에게 그때보다 몇배 이상의 무력이 있다.
목줄이 풀렸지만 아직은 조용히 있는 사자나 마찬가지다.
물론 목만 졸렸다 뿐이지. 귀계의 마왕은 마법을 쓸 수 있다.
단숨에 연산을 마친 그는 마력을 배열해 마법을 사용하려고 한다. 아무리 마왕중에서 최약체지만. 그도 마왕이라는건 다르지 않다.
하지만 마법을 쓸 수 없다.
정확히는 팬텀이 마법을 쓸 수 없게 만들었다.
"한가지만 고마워. 덕분에 마법을 못 쓰게 만드는 법을 배웠거든. 생각보다 간단하더라. 마력을 주변에 퍼트려서 마구잡이로 헝클어트리면 그만이거든"
말이 쉽지 실제로 마법을 쓰지 못할 정도로 마력을 강렬하게 꼬려면 복잡한 연산과 마력 유동을 상세히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팬텀은 그딴거 감으로 해결했다.
"컥...... 어떻게........ 케엑........"
"별거 아냐. 나한테 데스티니 브레이커가 있어서 공간 찢고 맘대로 이동하는게 가능하다는거. 너희 소식망에 들어가지 않았을 뿐이지"
만약 그런 정보다 그에게 들어갔다면 섣불리 도망치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어딘가에 몰래 틀어박혀 있는게 살 확률이 많았을텐데.
팬텀은 귀계의 마왕의 성에 게이트의 마지막 좌표를 알아내고 그대로 공간을 찢고 바로 온 것이다.
"개수작 부리지 못하게 팔다리 부터 뜯어놓자"
팬텀 정도라면 이미 깔끔하게, 그리고 출혈도 막을 정도로 동시에 지혈을 할 수 있을정도로 팔 다리를 자를 수 있다.
다만 그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일부러 뜯는다.
콰드드득!!!
"크, 카아아아아악!!!"
목을 잡고 있는 손과 다른 한손. 그림자에서 뽑아내 손 모양으로 만들어낸 팔 3개.
총 4개의 팔. 단숨에 그의 양 팔과 다리를 뜯어낸다.
동시에 뜯어내면 뜯겨진 부위 전부에서 갑작스레 밀려온 고통이 자연적으로 절규어린 비명소리를 자아낸다.
"아, 맞다. 일단 갈구다 망가지면 안되니까"
손에 잡혀있는 귀계의 마왕의 팔을 아무렇게나 내던지고 그의 복부에 손을 쑤셔넣는다.
폐에 가까운 부분이라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귀계의 마왕이 컥컥거린다.
그리고 뽑아낸다.
피로 얼룩진 팬텀의 손에는 작은 검은색의 구슬 같은 것이 쥐어져 있었다.
"이거, 루이넬한테 줘야 하거든. 네 부하였던 사독의 공작이 뒈지기 전에 물귀신 작전같이 루이넬한테 독을 써서 말이야. 그걸 치료하려면 마왕급 하트가 필요하데서"
"당...... 신......."
"아, 또 개수작 부리기 전에 입부터 박살내야지"
뻐억! 하고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단숨에 귀계의 마왕의 입이 뭉게지고 이빨 파편들이 주변에 튄다. 아니, 아예 턱뼈가 으스러진것 같다.
우물 거리는 소리조차 이제 못낼 것이다.
"네가 얼마나 많은 생명을 죽였는지. 나도 잘 몰라"
귀계의 마왕의 실험.
한 마족에 적게는 수십에서, 수백. 혹은 수천의 생명력이 필요한 실험이였다.
그렇게 생겨난 고위 마족의 무력을 가진 존재가 천이 넘어간다.
어림잡아 십만, 혹은 백만. 최악에 경우 천만단위.
그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수십, 수백, 수천, 수만, 수억......... 아, 수억까진 아니려나. 아무튼 간에 사람이 1초에 수 하나씩 세도 5000만도 못샌다고 어디선가 들었어"
인간이 80살까지 산다고 가정하고 1초에 수를 하나씩 센다고 하자.
그래도 4천 얼마까지 셀 뿐. 그 이상은 늙어 죽는다.
마족이라면 수명이 기니 다를지 몰라도. 그만큼 수는 많다.
"그만큼의 수의 생명을, 네가 죽였다는 거야"
확실히 팬텀은 귀계의 마왕이 죽인 사람의 숫자를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
더욱 정확히 말해서.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본인들에게 한번씩 갈굼 받으면서 세면 얼마나 되는 생명인지 알겠지. 참고로 수만년전에 네가 했던 참사의 피해자들도 포함이다?"
팬텀의 그림자가 늘어난다.
그림자의 마왕의 능력? 아니, 그런 저급한 것이 아니다. 더욱더 어두운, 어둠의 안쪽에 있는 것.
심연. 그리고 그 안에 있을 수많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감정들.
본의아니게 어둠으로 떨어진 사람들의......... 지독한 원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이미 그림자에서 스물스물 올라오는 사람의 손의 모습을 한 검은 어둠들이 귀계의 마왕의 몸을 뒤덮는다.
"잘가라, 거기가 네 지옥이다"
턱뼈가 으스러져 알아들을 수 없는 귀계의 마왕의 비명이 울려퍼지더니. 그의 머리가 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서야 그쳤다.
내가 심연에 오는건 세진 않았지만 대략 열댓번 정도 될까.
하지만 이곳에서 본 사람은 기껏해야 온 수와 비슷한 열댓명이다.
심연, 드림 로드, 내 욕망인 팬텀, 데스 로드. 그리고 어둠 한구석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을 7대 죄악의 인물.
총 11명인가.
그런데 말이다.
어째서 이렇게 사람이 많은거지? 그것도 수만에서 수십만명은 가뿐히 넘을 정도로?
"시장통이냐?"
"....... 어이, 네가 저지른 일인데. 뭐라고 말좀 해보라고"
"뭔 개소리야?"
"귀계의 마왕 그 개자식을 네가 심연에 처넣으니까. 들어오자마나 갈기갈기 영혼까지 찢어지더라. 소생 불능 상태가 ?
는데도 씹어먹는 사람들도 있고. 아니,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한명의 죽음으로 이렇게 어둠을 버릴 사람들이 많은건가?"
팬텀의 설명에 나는 뭔 소린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명인데 이해가 안가면 어쩌자는 거야.
"욕망이란건. 쉽게 버릴수 없는거다. 아예 욕망이란것 자체가 본인 의지. 스스로 버리기 힘들어 할 뿐. 분명 버릴 순 있어"
"심연?"
"요컨데 여기 있는 녀석들은 전부 욕망을 버렸다는 거지. 대부분이 살의나 복수, 억울함같은 것이였지만. 대역이랄까. 네가 대신 해결해주었지"
"........... 어?"
그렇다면 여기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귀계의 마왕에 의해 죽은 사람들이라는 건가?
그러고 보면 사람들 중에는 인간으론 보이지 않는 사람도 가득. 아마 마족일 것이다.
전원, 귀계의 마왕에 의해 억울하게 목숨을 빼앗겼던 사람들이다.
"아............"
"하지만 네가 심연으로 그녀석을 떨궈준 덕분에. 다들 스트레스가 풀렸다는 소리다. 그렇기 때문에 이자들은 이제 어둠에 있을 이유가 없어"
"루이넬처럼........... 빛으로 갈 수 있다는 소리야?"
"그래, 구원이다. 애초에 구원이란건 누군가 해주기 보다는 스스로 얻는게 제일이지"
내가 해준건 그저 귀계의 마왕을 죽인 것 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으로 어둠을 버린건. 자기 스스로다.
"아저씨, 아저씨"
"응?"
무언가 내 옷깃을 잡아당기는게 느껴졌다.
내 허리춤정도 올까. 그정도로 작은 어린아이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아저씨가 나쁜 아저씨를 혼내준 사람이예요?"
"아. 그렇게 묻는다면. 일단은 맞아"
"와아! 좋은 아저씨다! 얘들아! 여기에 그 좋은 아저씨가 있어!"
"정말? 와! 진짜다!!"
어린애들이 바글바글. 갑자가 나에게 모여든다.
어?! 어?! 어어?! 왜 이래?! 마왕이 되어서도 이런적 없는데?!
"고마워요 아저씨!"
나를 올려다 보는 아이의 말에.
나는 어쩐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지난다.
조금씩, 조금씩. 어둠과 빛의 경계 사이에서 빛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수천만에 달하는 사람이라도 금방 사라질 정도다.
그들의 얼굴은 전부 밝고 웃음이 있다.
이 어둠 속에 있었는데도. 지금은 웃고 있다.
"아......... 엄마 아빠도 먼저 나간것 같아. 나도 나가야 해"
"응, 그래. 잘 가렴"
"좋은 아저씨 안녕! 다음에 봐!"
"난 아저씨가 아니야! 형이라 불러!"
"아저씨 안녕!"
아저씨 아니래도. 아, 그래도 내 외모에 누나라고 안부르는게 어디인가.
........ 그래도 아저씨는 너무해. 아직 20대인데.
마지막으로 소년이 경계를 넘어 빛으로 가는 순간. 무언가 내 몸으로 흘러들어오는게 느껴진다.
어둠, 즉 마이너스적인 욕망들이.
하지만 다르다. 여태껏 어둠들은 그저 내 몸을 침식하려고 들었고. 그 덕분에 나는 초반엔 잘 쓰던 어둠을 자제했다.
오래 쓰면 오히려 몸을 망치는 힘. 그것이 어둠이다.
하지만 이 어둠은......... 순하다. 마치 길을 들인 개와 같이 말을 잘 듣는다.
"그들이 빛으로 넘어가면서 더 이상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는 어둠을 내려놓고. 너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뿐이야. 가지고 있던 자의 의지가 이제는 없으니. 그건 온전히 너의 것이다"
이건 어둠이다. 예전에 나는 그저 닿기만 했는데도 역겨움에 몸을 비비꼬던 그런 어둠이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따뜻하다. 어둠이 이렇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니.
"무언가 깨달음을 얻으려는 모양인데. 한가지 충고해두자면. 이 심연에는, 태생부터 어둠인 녀석보다 빛에 있다 어둠에 들어온 녀석들이 대부분. 그중에서도 본의아니게 들어온 녀석들이 태반이다"
"............ 이유 없이. 그저 저렇게 들어온 사람들도 있다는 건가?"
"그래"
............ 조금이지만 알것 같다.
내 '의지'.......... 그러니까 살아가면서 보람을 느낄 신념을.
============================ 작품 후기 ============================
기다려봐 독자들아. 일단 나중에 4번째 연참 하고 지금 존나 폭풍 외전을 쓰는 중이니까.
예전에 구상하고 귀찮아서 안쓰려고 한건데.
무림에 떨어진 팬텀. 소재 좋잖아?
존나 쩌는 마력으로 강기 만들도 성 하나 날려버리면 마교도들이 오오, 천마시여, 오오. 거리는 모습이 보고싶은 닝겐?
근데 외전이 한편으로 안끝날것 같다. 옛날 중국 지역 이름이랑 대체적인 유명지, 그러니까 동정호라던가. 장강이라던가. 그런데 적혀 있는 지도 어디 없나? 요즘 지도는 다 현대식 표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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