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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270화 (270/468)

270/468 회

< --축제를 즐기자-- >

진정하자 팬텀.

어쩐지 시간의 마왕이 꼼수라도 쓴건지 그 잠시 사이에 벌써 축제 마지막 날이 된건 신경쓰지 말고.

아무튼 나는 지금 고뇌에 빠져있다.

오늘은 루이넬과 함께 나가 축제 마지막 날을 즐기기로 했던 날이다.

근데 문제는 사이가 조오오오오그으으으음. 틀어져버려서 될까 말까 고민중이지.

조금이야, 조금. 아주 조금이라고.

"흥!!!"

............. 좀 많이?

나는 루이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싹싹 빌면서 오늘 하루 제발 같이 데이트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제발, 루이넬. 응?

"또 양다리야? 둘 사이에서 줄 타고 어장관리 하겠다는거지?"

"진짜 일리엘이랑 난 아무 사이도 아니라니까. 그냥 같이 데이트만 한거라고"

"동음이의어로 손만잡고 잔다는 말이 있지"

"어? 난 진짜로 손만 잡고 잘텐데"

"마수 만도 못해?!"

아니,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한 2시간 가량 빌었을까.

"좋아, 딱히 할일도 없으니까, 같이 가줄께"

겨우 허락 받았다.

으아아아아! 성공했다! 클리어!

"참고로 아직도 화 안풀렸어"

"......... 응"

다만 화가 풀리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것 같지만.

"저기, 아이스크림 먹을래? 무슨 맛으로 사올까?"

"딸기....... 핫?! 아, 아직 화 났으니까. 착각하지마!"

루이넬의 화가 풀리려면 진짜로 '조금' 걸린것 같다.

내가 먼저 용기를 내서 손을 잡고 걸으니까. 어쩐지 표정이 봄날에 춘곤증 걸린 사람마냥 노곤노곤해져서는........

그래, 지금 이 모습은 딱 전에 몇번 본적 있던 헤롱헤롱 버전의 루이넬이다.

왜 그거 있잖아. 헤롱헤롱거려서 뭐든지 오케이 사인을 해주는 루이넬.

지금은 그 증상 초기.

"자, 여기 딸기 맛"

"......... 음? 왜 그런데 섞인게 반반이야? 한쪽은 바닐라 맛이잖아?"

"아, 예전부터 하고싶었거든. 연인끼리 아이스크림 하나를 나눠먹는거"

"읏?!?!?"

얼굴을 붉히면서, 루이넬이 부끄러움을 드러낸다.

나도 용기를 좀 냈다고. 솔직히 봐봐. 연인이 아이스크림 하나 나눠먹는거. 솔직히 부끄럽다고.

숙맥인 내가 얼마나 용기를 낸건데!!!

"윽.......... 그렇다면..........."

루이넬은 차라리 나눠먹는것보다 혼자 먹는게 더 나을것 같다고 판단한건지. 단숨에 아이스크림을 입안에 넣었다.

콘만 남은 아이스크림.

....... 으어어. 머리 시리겠다.

"으으으....... 입안이 얼얼해........."

"그냥 같이 먹으면 될텐데"

"흥! 아직 화 안풀렸거든!"

"그럼 아이스크림 하나 더 사올........."

"하지마!!!"

빠악! 하고 루이넬이 내 뒤통수를 후려쳤다.

아, 역시 이거 평소랑 똑같다.

알콩달콩, 본인은 눈치채지 못하지만 두사람은 멀리서 봐도 하트랑 깨가 쏟아지는 커플의 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으아아아, 소름 돋는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여태껏 아주 중요한 순간에. 분위기가 좋은 순간에는 방해자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두사람의 경우는 거의라고 말할 정도로 분위기가 깨질 확률이 100퍼센트.

뭐, 일반 방해자라면 두사람의 조합이면 마왕도 격퇴할수 있다.

근거리 팬텀에 원거리 루이넬. 작열의 여름같은 마법을 쓰더라도 팬텀만 데미지를 입지 않게 만들수 있다.

연인이면서 상성상 최강의 조합이다.

하지만.

그런 두사람도 퇴치하지 못하는 몇 안되는 존재가 있다.

마룡왕?

아니다.

아스타로트?

아니다.

시그너스?

아니다.

카르덴?

아니다.

그....... 아니, 그녀는........

"저기, 아빠. 루이넬이랑 여기서 뭐해?"

시엔느다.

솔직히 말해서, 시엔느와 팬텀, 그리고 루이넬의 관계는 애매한 관계라고 할수 있다.

일단 시엔느는 팬텀을 아빠라고 부른다.

루이넬은 시엔느와 친구다.

근데 루이넬은 팬텀과 연인이다.

............. 시엔느는 팬텀을 부르는 호칭 하나만으로 딸의 친구를 연인으로 두게 되는 변태가 되었다.

"둘이서 데이트 하는거야?"

"저기, 시엔느? 카르덴이나 일리엘은?"

"아, 언니들은 축제를 즐기느라 피곤하다고. 저녁때 일어난다고 해서 나 혼자 나왔어!"

어이어이, 애를 맡은 두사람이 자면 어떻게 해?

일리엘이야 이해를 한다지만, 마왕성에서도 상당한 강자에 속하는 카르덴이 쉰다니.

시엔느를 돌보기 싫어서 꾀병을 부리는게 분명하구나!!

루이넬은 머릿속으로 카르덴을 어떤 멍멍탕으로 끓일지 상상하고 있었다.

"저기, 아빠. 아빠"

"응?"

"머리, 조금만 낮춰줘"

"이렇게?"

팬텀이 시엔느의 말에 머리를 살짝 숙였고. 시엔는 가볍게 점프해 팬텀의 어께 위에 올라타 목등을 탔다.

그녀도 몸이 가볍고, 팬텀도 고작 여자애 한명 무게로 무겁다거나 하지 않기에 그냥 어께 위에 태웠다.

"와아! 높다! 나이가 레피드 오빠 어께 위에 타는 느낌이 이런거구나!"

"........ 뭐, 가라고 말하기엔 좀 그렇지?"

활기발랄하게 웃는 시엔느.

팬텀은 그런 시엔느를 올려다보며 어쩔수 없다는 듯이 말한다.

어린애는 무적이다.

생각을 해보자.

멀쩡한 성인 여성 하나.

외형은 여성처럼 생겼지만, 지금은 멀쩡한 남자 모습의 남자 하나.

그리고 그 남자에게 목마를 타고 있는 작은 여자애 하나.

............ 뭔가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편하면서도 어디에서나 볼법한.

아빠, 엄마, 딸. 이렇게 3인 가정의 모습이다.

여기서 아들만 한명 더 있다면 딱 평범한 4인 가정이다.

"아빠아! 나 솜사탕!"

"아, 응"

팬텀은 솜사탕을 사서 시엔느에게 주었다.

뭐랄까, 훈훈한 광경이다.

루이넬도 살짝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다.

비록 시엔느라는 방해꾼이 등장했다고 하나, 오히려 그로인해 분위기가 융화되었다.

훈훈한 가족 분위기. 관계는 사실 묘하지만.

루이넬도 여성이다. 시엔느 같은 보호본능이 마구 솟구치는 어린애를 보면 모성애가 일어날수 밖에 없다.

예전엔 친구긴 했지만, 지금은 정신적 나이와 신체 나이는 루이넬이 더 많다.

단숨에 분위기가 데이트에서 가족 여행으로 장르가 바뀌었다.

역시 어린애의 효과는 굉장하다.

게다가 ?

아내지도 못하니 공격 무시 효과까지!

"저기, 루이넬. 미안. 데이트하려고 했는데........."

"괜찮아, 시엔느도 좋아하는것 같고. 일단 널 아빠라고 생각하는데. 같이 놀아주긴 해야지"

팬텀은 일이나 여러가지 바쁜 사정 때문에 시엔느랑 놀아준적이 거의 없다.

아마 이만큼 노는것도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문득 루이넬은 호칭이 약간 어긋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엔느가 팬텀을 부르는 호칭은 아빠.

시엔느가 루이넬을 부르는 호칭은 그냥 이름, 친구를 부르는 어투.

하지만 루이넬이 팬텀을 부르는 호칭은....... 아니, 한번도 부른적은 없지만 여보? 자기야?

"읏......... 갑자기 소름이........"

"왜 부끄러움에 못이겨서 베베 꼬고 있어?"

"아냐, 아무것도"

그렇다면, 만약에.

나중에 팬텀과 루이넬이 결혼을 하면 시엔느는 루이넬의 딸이 된다.

........... 호칭, 호칭을 바꾸자.

"저기, 시엔느"

"왜?"

"엄마라고 불러볼래?"

"......................................................................... 뭐하는 거야?"

침묵이 길어! 길다고!

그 순수하고, 어떻게 보면 생각 없다고 생각 될 정도의 시엔느가 길게 침묵했다고!

게다가 표정이 진지해!!!

팬텀이 굳었다, 예전에는 듣지 못한 싸늘한 시엔느의 목소리에.

"내 엄만 예전에 돌아가셨어. 루이넬도 잘 알잖아?"

"응? 아, 응........"

시엔느의 어머니는 예전에, 그녀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루이넬도 아는 사실. 시엔느는 그걸 어릴때부터 인식하고 있기에. 정신과 육체가 성장하지 않은 지금도 그걸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런 시엔느도 아직 어린애다.

"저기 시엔느, 루이넬을 엄마라 부르면 인형 사줄께"

"엄마!"

................... 굿 잡.

============================ 작품 후기 ============================

시엔느 귀엽습니다. 귀여워요.

게다가 로리. 그것도 합법로리.

시엔느는 정신과 몸만 어리다 뿐이지. 이미 나이는 성인이죠. 흡혈귀의 성인 나이가 1000살이지만, 시엔느는 더 낮거든요.

먼저 성인이 된 사람으로만 치자면, 루이넬보다 시엔느가 더 위.

.............. 딸이 엄마보다 나이가 많아?!

아, 그리고 표지 제공해주신 KAYANNE님 감사요. 제 뜰에 팬아트랑 올라와 있음. 구경하실분은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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