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269화 (269/468)

269/468 회

< --축제를 즐기자-- >

루이넬에게 털렸다.

"끄아아아아아앙!!! 아아아아아아아!!!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ㅏㅣㄴ어ㅣ누ㅏ휴ㅏㅜ회ㅜ나ㅣㅏㅎㄴㅣ!!!!"

형이 했던 말이 사실인것 같다.

일정 경지 이상에 오르면 초성체로 말할수 있다는거.

정신이 폭주하니까 멋대로 초성체가 남발하면서 절규한다.

지금은 축제 2주차 4일째.

그러면 비는 어제는 뭐했냐고?

루이넬한테 빌었다.

하루 내내 빌고 고개 숙이고 했는데도.

"이 짐승, 남자도 아냐"

....... 하고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쏘아보더라.

무서워.

으어어어, 이것이 양다리의 최후........ 아니, 양다리가 아니잖아?

그냥 잠깐 같이 축제를 즐긴것 뿐이라고!

으어엉어어! 어어어어어! 후아아아아아!!!

"젠장할! 누가 이 상황을 타개해줘!"

"뭔데 그러냐?"

"그레이몽!!!"

"......... 형 이름을 그따위로 부를래 짜샤? 받침 하나만 바꾸면 아구몬 진화형태가 될것 같잖냐, 지난번처럼 얻어 터지고 싶지?"

그건 아냐.

아무튼 형이 울부짖는 내 앞에 나타났다.

다행이다, 짱 쌔고 뭐든 다 할수 있는 형이라면 이 상황을 넘길 방법을 알려줄꺼야!!

나는 여태까지의 일을 설명했다.

아니, 이 한줄로 넘어가는건 그냥 봐줘라. 다 설명하려면 내 마음이 아프다.

"........................................................................."

"형? 어쩐지 침묵이 긴데?"

"쓰레기구나 너"

형한테 쓴소릴 들었다?! 그것도 처음?!

평소 무표정하던 얼굴이 일그러져서 마치 음식물 쓰레기를 보는듯한 역겨운 표정이다.

"얌마, 나도 일단 힘이 있으니까 막 반하고 하렘이네 뭐네, 하는 일도 있었거든?"

"그, 그런데?"

"지금 있는 여친 빼고 다 거절했다. 대면해서 딱 잘라서"

"으어어어어"

역시 형이다.

여자에게 바로 앞에서 고백을 거절하는 냉철한 형이다.

무뚝뚝하지만 은근히 자기 여자는 잘 챙겨주는 그런 순정 만화에나 나올법한 냉철함이 아니다.

그냥 자기 꼴리는대로 갈 뿐이다.

뭐야 이 막장 형은?

"마치 선택같군. 천사냐, 악마냐"

"난 루이넬밖에 없다고!!!"

"그럼 가서 말하고 와"

"아니, 내가 그렇게 루이넬한테 빌었는데 반응이.........."

"제수씨 말고, 그 천족에게"

일리엘에게?

"뭐, 뭘 어떻게?"

"난 널 여자로 보지않아. 그러니까 연인같은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라. 이렇게 딱잘라서"

"마법사라 계산적인 형은 할수 있겠지만 난 무리라고!!!"

생각을 해봐라.

일리엘에게 말한다.

너랑 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해.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분명 일리엘 성격상 괜찮아요, 하고 넘어갈테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나는 일리엘의 마음에 스크레치를 남긴거나 다름없다.

"우리 집안 핏줄로 인해. 원래 적대를 하거나 일정 이상의 강자는 포함되지는 않지만. 모든 생명체는 호감을 가져"

"호감?"

"흠, 요컨데 부모님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하나. 그런거야"

우리 집안 핏줄이 뭐길래?

"그것 때문에 막내는 빌어먹을 아버지랑, 그녀석 어머니의 피를 이어서. 단순 친화력 만으로도 정령왕은 가뿐히 소환하는 괴물이지"

"으아아아, 나만 스펙이 약한거 아냐?"

"평범한 어머니를 둔 사람이 뭘 바라? 그냥 그러려니 해"

아무튼 간에.

어떻게 하지? 형 말대로 진짜 일리엘한테..........

루이넬은 심기가 불편하다.

팬텀의 양다리 행각을 발견한 이후로. 항상 화가 머리 끝까지 차 올랐다.

어제 무릎 꿇고 사과를 하긴 했지만, 그걸로는 속이 풀리지 않는다.

"바보, 멍청이, 마수만도 못해"

"아, 그거 마수 비하발언이잖아"

"녹아버리고 싶어?"

"........... 아니"

루이넬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던 노르디아노가 움찔거리며 손을 데인듯 후다닥 도망간다.

지금 루이넬은 어디로 불똥이 튀길지 모르는 활화산이다.

"..........."

"왜 그래, 라시드? 너도 불만 있어?"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빠, 빨리 가자. 저 흡혈귀 무서워"

"내가 무서운데 보태준거 있어?"

으르렁거리면서 그녀가 라시드의 어께 위에 목마를 타고 있는 레시나를 노려본다.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시비란 시비는 다 거는것 같다.

그에 다들 루이넬을 회피하고 다닌다.

걸어다니는 폭탄.

하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터진다.

그리고.

"저, 저기........."

"누구....... 왜?"

화가 머리 끝까지 나 있는 터라, 주변을 경계하지 못했기에 일리엘이 다가오는걸 눈치채지 못한 루이넬.

일리엘은 우물쭈물 거리면서 루이넬을 부른다.

거기에 팬텀이 줬던 반지를 끼고 있다.

다행이도 왼손 약지는 아니다.

그걸 본 루이넬은 더더욱 열이 받았다.

"잠깐 대화를 하면 안될까요?"

일리엘은 벌벌 떨면서 루이넬에게 말했다.

일리엘은 루이넬의 방에 들어왔다.

일단 루이넬 그녀도 매일 팬텀과 동침하고 사는건 아니기에. 따로 쓰는 방은 있다.

일리엘은 마치 호랑이 굴에 들어온 토끼마냥 오들오들 떤다.

금방이라도 잡아먹을것 같은 루이넬의 눈빛.

"그래서, 뭘 이야기 하려고 온거야?"

"저, 저기........ 저, 저랑 팬텀님은 아무사이도 아니예요. 그, 그러니까 팬텀님께 화를 내시는건........"

"미안한데. 내가 화난 부분은 거기가 아니야"

"네?"

일리엘이 당황한다.

팬텀이 일리엘과 그런 사이라는 오해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난 팬텀에 대해서 잘 알아, 너보다도 더"

"네......."

"너보다도 더. 중요하니까 두번 말할께"

루이넬은 한번 더 말해 강조한다.

"팬텀이 바람 필 성격이 아니란것도, 일부일처제를 고집한다는것도 알고. 누구한테 먼저 고백하지 못할 숙맥이란것도 알아"

"그, 그런데 그게 왜........"

"내가 화난건 팬텀이 너한테 준 반지 때문이야"

움찔거리며 일리엘은 자신의 반지를 본다.

백색의, 기이한 멋을 풍기는 깨끗한 느낌의 반지.

"카르덴이 들이대는것도 있는데. 자신을 참는 팬텀 성격에, 설마 둘이 사귄다고 생각할거라고 했어?"

"아니였던건가요?!"

"그래,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아무리 열을 받았어도 하루쯤 지났으니까 상황파악은 다 된지 오래라고"

팬텀의 성격을 보자.

무력은 강하나 소박하고 일부일처제에 숙맥이다.

카르덴이 들이대면 코피가 나올까봐 코를 막을 정도의 숙맥. 예전엔 루이넬이랑 혼욕하다가 한번 정신적으로 죽었다.

아무튼 다시한번 말해서.

이미 루이넬을 좋아하는 팬텀이 일리엘이랑 사귈리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이 같이 있는걸 보니까. 여성과 남성의 데이트보다는 그냥 친한 여동생과 데이트같은 느낌이더라"

결론은 그렇다.

루이넬은 딱히 팬텀이랑 일리엘이 같이 있는걸 보고 화를 낸건 아니다.

"저기, 그런데 이 반지가 뭐길래. 화를 내시는 건가요?"

"아, 반지 자체에는 의미가 없어. 결혼반지같이 짝으로 만들어진것도 아니니까"

루이넬이 끼고 있는 반지는 검은색.

일리엘이 끼고 있는 반지는 흰색.

서로 상반된 색. 만약 팬텀이 일리엘에게 반지를 주지 않았더라고 하더라도 결혼 반지로 쓰기엔 무리인 것이다.

원래 결혼반지란 똑같이 생겨야 하니까.

"다만 내가 화난 이유는, 여자에게 반지를 선물하는 이유도 모르는 그 바보 때문이야"

"네? 반지를 선물하는게 따로 의미가 있는건가요?"

"......... 너도 바보야?"

"흐, 흐에엥..... 몰라서 죄송해요오......"

그렇다, 일리엘도 바보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순수하게 선물로 받아들였던 거지.

만약 주변 사람들이 그 장면을 목도했더라면 그건 그냥 프로포즈 비슷한걸로 보였을 것이다.

"저기, 그런데요. 그러니까........"

"왜 그래? 우물쭈물 답답하게 그러지 말고 말해"

"그, 그럼 이 반지는........ 돌려드려야 하나요?"

루이넬은 생각했다.

어차피 자신은 반지가 있는데다가 일리엘에게 도로 반지를 팬텀에게 주라고 하면 어쩐지 미안하다.

게다가 이미 그녀의 얼굴은 울먹거리면서 울기 직전.

저런 얼굴을 보고 그러는데. 누가 응, 이라고 대답을 하겠는가.

아무리 같은 여자라도 저런거엔 약하다.

"....... 그냥 그건 가져. 다만 왼손 약지에는 하지 말고"

"아, 감사합니다. 저, 선물 받아본적은 처음이거든요"

선물 받아본게 처음이라고?

아니, 어떻게? 여태껏 한번도 선물같은걸 받아본적이 없나?

"저희 천족들은, 어느정도 같이 친하게 지내지만. 그 이상으론 생각하지 않아서요. 선물을 주거나 받는건 드물어요"

"......... 너라면 선물을 많이 했을것 같은데"

"네, 그런데요?"

하지만 반대로 선물 받은적은 드물다. 답례라는것도 모를 그런 천족에게 기대하는건 무리.

......... 루이넬은 생각했다.

호구다, 호구가 여기있어.

============================ 작품 후기 ============================

호구호구한 일리일리엘.

하지만 현모양처란건 변하지 않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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