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468 회
< --축제를 즐기자-- >
고기를 자른다.
결에 맞게, 질기지 않게 적당한 크기로.
너무 두껍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얇지도 않게.
미묘하지만 그 미묘함이 만들어내는 적당한 두께.
썰어내는건 약 10점정도. 리렉스는 대식가이지만, 반대로 미식가 이기도 하니 이정도면 충분하다.
고기를 굽는 판은 석쇠다. 굵은 철사를 체크무늬로 만들듯 꼬아놓은 그런 판.
왜 있잖아, 고깃집 가면 많이 보는거, 연탄불에 굽는 그런거.
이런 일에는 숯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상관없지"
본래라면 숯의 종류에 따라 고기에 숯의 향이 배기기 마련이지만, 나는 순수한 고기의 맛을 내기 위해. 내 능력으로 불을 낸다.
마력만 있다면 불은 얼마든지 피울수 있으니까.
석쇠 아래에 붙을 피우고 나는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냥 시간을 보내는건 아니다. 석쇠가 최적의 온도로 달아오를때까지 기다리는 거다.
고기를 굽는데 좋은 최적의 온도는 석쇠의 재질과 고기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그렇다면.
그것을 내 감에 맞긴다.
현재 요리 한정으로 엄청나게 정밀해서, 소금 알갱이 하나하나를 느낄 정도의 내 감이라면, 미묘한 온도 차이를 가려내는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지금!!!
치이이익!!!
잘 달구어진 석쇠 위에 올려놓는 고기 한점.
그리고 다른 고기도 올린다.
총 10점의 고기가 석쇠 위에서 잘 구워진다.
뒤집는 타이밍. 그리고 옅은 바람.
고기에서 떨어진 기름이 불에 닿으면 그을음이 올라와 고기에 닿아서 약하나마 쓴맛이 느껴진다.
보통 광고같은데서 나오는 석쇠의 체크무늬로 살짝 탄 고기가 나오는데. 그건 잘못된 것이다.
진짜 잘 익은 고기라면. 까만 부분 없이 절묘하게 갈색으로 익혀져야 한다. 단, 석쇠부분은 좀더 갈색으로 되어 있고.
그런 고기.
맛좋고 소화 잘되는 고기.
타이밍을 잡아라.
소금을 아주 조금, 밀리그램 단위를 넘어 더 작은 용량까지도 파악해 적정량을 들고, 그대로 고기 위에 뿌린다.
골고루, 소금이 고기의 기름에 녹아 골고루 코팅이 되게.
뒤집는다.
치이이익!!!
다시한번 요란한 고기가 내는 소리가 나고, 맛좋은 냄새가 풍긴다.
침이 저절로 삼켜진다.
어느새 내 앞에, 리렉스가 와서 관전하고 있다.
그것도 침 질질 흘리면서.
......... 신경쓰지 말자.
내가 신경쓰는건 오로지 지금 이 고기 한점.
고기에서 떨어진 기름이 불에 닿아 그을음이 올라오면 살짝 바람을 일으켜 날려보낸다.
화력의 조절은 내 마음대로 가능하니 최대한 미세하게 조절한다.
내가 싸울때 빼고 이렇게 집중한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마침내 고기가 익었다.
나는 제일 먼저 올려놓았던 고기를 타이밍 맞춰 접시 위에 올린다.
윤기가 나고, 갈색으로 잘 익은 고기 한점.
그리고 리렉스는 그것을 집어 먹었다.
리렉스는 침묵을 유지했다.
무엇일까, 이 맛은.
고기의 육즙과 적당한 소금의 간된 맛이 입안에서 하모니를 이루며 레퀴엠을 연주한다.
그래 이것은......... 삶.
요리사의 경험과 실력이 모두 담긴 최고의 고기 한점.
이것의 맛은....... 그 어떤것에도 비할바가 아니다.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다.
그래, 그런것이다.
팬텀의 요리 실력은, 아예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다.
열점의 고기중, 리렉스는 5점을 먹고나서야 물러섰다.
나머지 다섯점을 먹지 않는다. 지난번처럼 확인을 위해 남겨둔 볶음밥 한그릇 같은게 아니다.
너무나도 맛있는 요리에 대한 마지막 예의.
그에 리렉스는 판단을 내렸다.
"너, 반칙패"
"...................................."
리렉스의 심판에 팬텀은 안색을 굳혔다.
아니, 왜?
분명 맛은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만약 이것이 대회가 아니라, 순전히 맛으로만 결정을 하는 모임이였다면. 분명히 너는 우승이겠지"
"그런데 왜?"
"너와 여기 모인 마족들의 실력은. 서 있는 위치가 달라. 요리만 보자면, 초월자에 근접했다고 볼까?"
"그정도나?"
리렉스와 팬텀의 대화는 지금 리렉스가 일부러 소리를 차단시켜 들리지 않게 했다.
그렇기에 편히 이야기 할수 있다.
"너, 성인 남성이 초등학교 체육대회에 나갔다고 생각해봐. 그건 반칙일까 아닐까?"
"......... 내 실력이 그만큼이나 된다고? 반칙이 될 정도로?"
"아예 출전 자격부터가 실격이야. '마계'의 최고의 요리사를 뽑는거지. 요리로 초월자에 근접한 자가 나갈만한 대회는 아니니까. 권투로 비교하자면, 라이트급에서 놀지말고 헤비급으로 가란 소리야"
"어쨌든 맛있다는 거지?"
그에 리렉스는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나는 그거면 만족했다.
수준이 다르다, 그 소리에 나는 짐을 챙겼다.
인정을 받았다, 우승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평가를 얻었으니 만족한다.
나는 리렉스가 남기고 간 다섯 점의 고기중에서 하나를 집어먹었다.
.
,.......................... 음, 굉장해. 역시 나야, 이제 요리에 대해서는 누구한테서 안질것 같다.
루이넬이 먹어줬으면 좋겠는데. 그때까지는 고기가 식을꺼고 맛도 떨어질거다. 차라리 마왕성에서 내가 해주는게 더 나을듯 하다.
기왕이면 레오나드가 우승하길 빌며 나는 대회장 밖으로 나왔다.
후련하다.
이게 최선을 다했다는 건가, 어쩐지 몸이 노곤노곤. 금방이라도 늘어질듯하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건가, 간신히 마력을 돌려 몸을 움직인다.
"킁카킁카, 맛있는 냄새가 난다아........."
"어라? 노르디아노?"
"고기! 고기! 배가 고프니까 맛좋은 고기를 내놓아랏!!!!"
입에서 홍수가 난건지 침을 주륵주륵 비내리듯 흘리며 노르디아노가 걸어온다.
뭐랄까, 미인이긴 한데 침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오니까 언벨런스하다. 게다가 보기 안좋다.
"남은거 몇점 있는데. 이거라도 먹을래?"
"아, 응!"
내가 고기 접시를 내밀자. 그녀는 단숨은 남은 네점의 고기를 집어 단숨에 입에 넣는다.
그러고 보니 잠깐 생각해 보았다.
분명 내가 만든 요리는 맛있었다. 리렉스도 순간 정신을 놓을만큼.
그런데.
마족의 요리에 적응되지 않아 아직 입맛이란것이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노르디아노의 혀에, 너무나도 맛있는 음식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 아"
순간 멍한 노르디아노의 얼굴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자신도 왜 눈물을 흘리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모양.
"어, 엄마 보고 싶어........ 새끼때 엄마가 씹어서 먹여주시던 환상이 눈앞에서 지나간다아아..........."
".......... 으어어어, 뭐야 이거 무서워"
사실 나, 요리 실력으로도 전쟁을 일으킬수 있을지 않을까?
존나 쌜것 같은데 그럼.
"아직 새끼인 나는 위가 약했고, 이빨도 덜 자랐을 무렵이였지.......... 그때는 엄마가 고기를 씹어서 먹여주셨어....... 그것만큼 맛있는것도 없었는데에"
"과거 회상 언제 끝나냐?"
"나도 새끼 낳으면 잘 해야지. 나 닮은 딸하나 아들 하나낳고 잘 살꺼야"
.......... 이상해, 내 요리 위력이 이상할만큼 굉장해.
그 노르디아노의 사상을 올바른 것으로 바꾸었어?!
============================ 작품 후기 ============================
팬텀의 요리실력은 차원 제이이이이이이이이일!!!!
물론 기교하던가 그런건 마족보다 못하지만. 중요한건 깨달음.
요리에 관한 깨달음은 로드에 다다르려던 팬텀을 따라올 자가 없죠. 나중에 쿠킹 로드가 생긴다면 모를까.
아, 그리고 로드는 아주 드물게,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드물게 두개의 로드를 한몸에 가질수 있습니다.
보통 로드가 될 확률은 팬텀조차 1퍼센트 미만. 듀얼 로드는 그 그레이조차 0.000000000000001퍼센트 정도로 극악중의 극악입니다.
최고로 완벽하고 강한 킹 블러디어조차 듀얼 로드는 불가능.
백경급 천재요? 킹 블러디어 부터가 재능만 쳐도 차원 제일입뎁쇼? 백경 뻐큐머겅.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