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253화 (253/468)

253/468 회

< --미미!

-- >

오래전, 기껏해야 내 나이가 열댓 정도였을 때였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그때는 아직 내 인생의 큰 도움이 되었던 능력인 '감각'을 각성하지 않았었다.

왜냐하면, 그땐 살짝 덜렁대는 성격이였거든. 능력이 있었다면 안그랬겠지.

아무튼 그 당시의 나는 어렸지만. 어머니가 아파서 가사일을 도왔었다.

빨래나 청소같은거. 그리고 요리도.

그때 내가 제일 처음 만든 요리가 볶음밥이다.

조금 타고 짠 볶음밥이지만. 내가 제일 처음 만들고 그때 이후로 자주 연습하던 요리가 복음밥이라는건 변하지 않는다.

추억 돋네. 그때....... 어머니가 그 짠 볶음밥을 맛있다고 드셔주던게 생각나니까 눈물이 난다.

아, 잠시 추억 회상은 접어두고. 요리에 집중하다.

내 감각을 최대한 느낀다.

모든 잡념은 배제. 그리고 지금 이 자리. 내가 부여받은 99번 요리대만 감각의 범위에 넣는다.

지금부터, 이 안은 나의 영역이다.

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이상. 그 어떤것도 나는 느끼지 못한다.

감각의 제어.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 안으로 들어오면 그 어떤것이라도 나는 느낄수 있다.

우선 밥을 한다.

마계에는 압력밥솥이 없다. 그러니 냄비로 하는 수밖에 없다.

약간 큰 냄비에 5인분의 쌀을 넣고 물을 부어 씻는다.

그리고 적당히 씻고 물을 적정량 부어 맞춘다.

마계는 이상한 데로는 편리한게. 가스레인지 비슷한게 설치되어 있다.

마법으로 만든것. 원래 가스레인지보다 조금 편리하려나.

이런거에 마정석은 비싸서 효율이 맞지 않기에. 사용하길 원하는 사람이 마력을 주입하면 된다.

적당량의 마력을 주입하니 불이 나온다. 불을 맞추고 그 위에 냄비를 올려놓고 가열.

그동안 다른 준비를 한다.

고기와 야채를 썬다.

고기는 작게 깍뚝썰기 식으로. 야채도 마찬가지로 작게.

감자, 양파, 당근등. 리렉스가 편식을 하는 애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재료를 최대한 신경써서 썰어낸다.

흔히 무협지에서나 보던 활검의 경지.

비록 나는 완전히 따라하진 못하나. 적어도 그 신선도가 조금이나마 살아날 정도로 곱게 썰어낼수는 있다.

이것이 내 감각 퀼리티.

이제 남은건 밥이 다 되길 기다리는 것.

아직은 시간이 남는다.

나는 그동안 잠깐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집중해서 요리를 하려니 정신력이 팍팍 소모되는게 느껴진다.

이 긴장감........ 이 고양감. 전에도 말했지만 전투때의 그것이다.

어째 요리하는게 싸우는것보다 힘들다.

나는 조금 시선을 돌려 주변을 보았다.

다들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는게 보인다.

막 식칼을 들고 아수라가 되어 재료를 써는 녀석들이라거나. 마법으로 기교를 부리며 만드는 녀석들이라거나.

와, 쩐다. 마족은 스케일이 다르구나.

전부 실력자. 하지만........ 아까 재료를 고를때 자리에 남아있던 사람만큼의 기백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이 진짜 실력자 였구나.

나는 그중에서 레오나드를 찾았다.

그가 요리하고 있는게 보인다.

요리는........ 아마 스프려나.

그런데 그건 오래 끓여야 하기 때문에 조금 불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요리하고 있는 모습에서 마치 태산과 같은 기세가 느껴진다.

어느 한 것으로 극의에 이르면 다 똑같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닌것 같다.

살짝 꾀죄죄한 옷이라지만, 적어도 그의 실력은 일류.

그에 비해 나는 잘쳐줘야 이류. 하지만 감으로 그것을 커버해서 일류 실력을 흉내낸다고 해야하나.

잠시 명상을 하는 사이. 밥이 다 된것 같았다.

내 감이 알려주는 것이니 정확하지. 나는 불을 끄고 약간의 뜸을 들였다.

그리고 잠시후. 냄비를 열었다.

"아, 오랜만에 맡는 갓 지은 밥 냄새"

고슬고슬한 밥알이 잘 된게 보인다.

원래 볶음밥은 찬밥으로 해야 맛있는데. 딱히 상관은 없다.

나는 크고 둥근 원형의 중화 냄비를 꺼낸다.

그리고 안에 채소를 넣고 먼저 볶는다.

적당히 볶아서 채소가 누르스름 해졌을때쯤. 고기를 넣고 또 볶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밥을 넣고 잘 섞는다.

치익, 하는 소리가 난다.

고기에서 나온 육즙과 기름이 밥과 잘 어우려져 밥알 하나하나를 코팅한다.

여기서 관건.

후웅! 차아악!!!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이 중화 냄비 쓰는 사람들 보면 묘기 하듯 떠올렸다가 받는거.

그건 원래 요리의 수분을 조절하기 위함이다. 자주 쓰면 음식이 퍼석퍼석하고 맛이 없어진다.

적당한 식감을 만들기 위해. 최고의 타이밍을 잡아낸다.

그것이 내 일.

볶음과 동시에 불이 크게 일어나지만. 개의치 않고 지속한다.

그리고.........

"바로 지금!!!"

나는 단숨에 냄비를 불 위에서 거둬들인다.

남은 냄비의 열과 시간까지 전부 넣고 예측한 최고의 타이밍이다.

나는 1인분씩 5개의 접시에 볶음밥을 놓는다.

완성이다.

나는 숨을 돌렸다.

제기랄, 차라리 고위 마족이랑 한판 싸우는게 더 편할것 같다.

뜨거운 김을 뿜어내며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볶음밥은. 내가 봐도 맛있어 보인다.

그래도.......... 내 전력을 다했다.

"심사, 부탁드립니다!!!"

"벌써?!?!"

내 말에 주변에 있던 다른 마족들이 놀란다.

살펴보니 다들 열중하느라 오래 걸리는듯 하다.

......... 너무 빨리 끝냈나? 부담스러운데.

하기야 내가 만든건 특별할것도 없이 볶음밥이니까.

딱히 시간이 걸린거라곤 밥 하는데 걸린것 뿐. 다른 사람들은 아직 요리중이다.

리렉스는 그런 나에게 종종 걸음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후계자라도 이건 공적인 일이니까 안봐줘]

[나야말로 마찬가지야. 봐주지 말고 칼같이 평가 내려봐]

어둠으로 연결된 링크로 말을 걸어오는 리렉스.

그녀는 조용히 볶음밥이 올려져 있는 접시를 들고 먹는다.

참고로 식기따윈 안쓰더라. 기괴하게 입을 쩌억 하고 벌리고 털어넣듯 입안에 넣어 우물거린다.

그리고 삼킨다.

조금 맛을 음미하는가 싶더니. 다시 다른 접시를 잡는다.

그리고 또 털어넣는다.

가끔 그녀가 우물거리는 소리나. 입술에 붙은 밥풀을 떼는 행동밖에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 4번째 그릇을 비웠을때. 나는 슬쩍 물어보았다.

"저기, 결과는?"

"아, 미안. 합격"

"....... 응? 아니 뭐라고?"

"합격이라고"

아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세레모니를 하며 기쁨을 몸으로 표현했다!

합격했다! 합격했다고!!!

리렉스는 그 나이와 특징만큼 먹은것이 많다. 가리는건 없지만 평가하는 수준은 미식가 이상.

그런 그녀에게 합격 판정을 받았다.

"나, 납득할수가 없어! 어째서 겨우 볶음밥이 합격인데?"

"뭐야, 내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는거야?"

리렉스가 태클을 건 마족을 노려본다.

마치 공룡의 그것마냥. 그녀의 눈동자가 세로로 찢어져 있다.

그에 움찔거리면서 태클을 건 마족이 물러나고. 리렉스는 남은 볶음밥 한접시를 높이 들어올렸다.

그리고.

볶음밥에서 빛이 번쩍인다.

"뭐?! 아니, 아무리 나라도 평범하게 만든 볶음밥인데?! 만화에 나올 정도로 기교가 있거나 그런건 아닌데?!?!"

흡사 만화에서 잘 나오는 그런거.

요리에서 빛이 뿜어진다.

아무리 싸우는건 마왕인 나라도 저건 못한다. 애초에 요리에서 윤기가 흐르면 흘렀지 빛이 나진 않는다.

"잘 봐도 내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는 쓰레기들아. 그건 너희의 실력이 없다는 거니까 꺼져!!!"

리렉스는 음식 앞에선 까칠해지는 성격인가 보다.

평소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날카로운 심사위원의 카리스마만 가득하다.

"볶음밥은 밥을 얼마나 잘 볶느냐가 중요! 그렇기 때문에 재료에 기름 코팅이 절묘하게 이루어졌을때 최고의 맛을 내지!"

번쩍번쩍, 내 볶음밥이 빛을 뿜는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빛을 반사시킨거다.

"모든 재료에 완전하게 기름 코팅이 되면. 그 고소한 맛과 함께. 이렇게 태양빛을 반사시켜 빛이 날 정도의 볶음밥이 만들어진다! 이것도 못하는 놈들은 필요없으니 꺼져!!!!"

볶음밥은 태우지 않고 얼마나 그 볶음밥에 기름이 잘 둘러졌나가 중요하다.

살짝이라도 태우면 그을음이 생기고 조금이나마 풍미가 떨어진다.

"원래는 이 남은 한그릇은 다 먹어야 하지만. 또 병신같이 태클거는 녀석을 위해서 이건 남겨두겠어! 시간 남으면 먹어보던가!"

나는 생각했다.

나, 어지간한 마족은 넘는 실력의 요리사였구나. 하고.

============================ 작품 후기 ============================

리렉스는 어지간해선 감탄사를 내지 않습니다. 그저 칭찬을 하지.

팬텀이 만든 볶음밥은 밥알 하나하나, 전부 기름이 골고루 빈틈없이, 하지만 느끼하지도 뻑뻑하지도 않게 코팅되어 있습니다.

아주 절묘한, 현미경으로 봐도 기름코팅이 안된곳이 없을 정도로.

거기에 탄 부분 없이 센 불에 빠르게 익혀 야채와 고기의 신선한이 살아있습니다.

기름의 코팅이 태양빛을 반사시켜, 마치 태양권을 쓰는것처럼 빛을 냅니다.

볶음밥조차 태양권을 쓰는 팬텀의 요리실력. 뭐야 이거 무서워.

근데 먹어보고 시픔.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