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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207화 (207/468)
  • 207/468 회

    < --각성.

    -- >

    루이넬이 피의 요람으로 들어간지 몇시간.

    장기전이다.

    "더럽게에"

    쿨럭, 하고 나는 가볍게 기침한다.

    이제는 피토할 피도 나오지 않는것 같다.

    반 시체.

    "힘드네에"

    "나도 마찬가지야"

    "우으..........."

    몇시간째 계속해서 병사들이 몰려온다.

    아예 이 근처에 진형을 짜고 지속적으로 덤벼온다.

    "피냄새나............. 피냄새 싫어"

    "시엔느, 넌 그냥 뒤로 빠져 있어"

    "싫어, 그래도 아빠 도와줄꺼야"

    피의 일족인 루이넬이 지금 약 1000살. 그때가 성인의 나이다.

    원래 피의 일족이 오래 사니까 1000살 정도가 성인. 다른 마족들은 평균 500살 전후다.

    그런 고로 시엔느도 실제 나이는 성인이고도 남는 정도. 하지만 정신대는 소녀다.

    그런 애에게 시체가 가득한 참상을 보여주다니. 마음 한구석이 아프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순간은 시엔느의 힘이 필요하다.

    "아, 제기랄. 도망쳤으면 좀 좋아"

    "루이넬이 성인식을 마치고 나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기다리는게 좋잖아"

    "그것도 그렇지만. 어떻게 하루를 버텨? 그것도 최소한이잖아"

    우리 주변은 이미 시체들로 바리케이드를 친지 오래다.

    붉은 안개때문에 바닥을 흠뻑 적신 붉은 피에도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죽겠는데. 하루만에 안나오면"

    "나도 마찬가지야. 겨우 버티고 있을 뿐이지"

    팬텀은 한번 크게 싸우고 쉬고, 또 싸우고 쉬고 하는 뜸을 들인 싸움에는 의지의 소모가 크지만. 한번 싸워서 오른 출력을 유지하는건 가뿐하다.

    그렇기에 지금껏 버티고 있는 일. 하지만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야, 너 마왕인데. 광역기 없냐? 광역기?"

    "광역기?"

    "그래, 애들 한번에 쓸어버리는 그런거. 나도 『거산』마법을 한번 더 쓰고 싶지만. 지금 몸으론 무리라서"

    광역기라. 그런게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나는 최고로 한계까지 몰려있는 상태다.

    마족의 하트를 먹은 능력은, 내 정신력이 바닥까지 떨어져서 쓰지 못한다.

    죽겠다. 진짜.

    "마법좀 쓸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마법은 왜?"

    "아니, 일단 마력 때려 박아서 쓰면 어떻게든 위력은 나올것 같아서 말이야"

    나도 마법은 쓸수 있다. 내 감각을 이용하면, 마력 배열정돈 파악할수 있으니까.

    문제는 그 복잡한 마력 배열을, 내가 할수 없다는게 문제다.

    바보라서 미안.

    -큰 기술이 필요해?

    소근거리는 목소리.

    어디서 들었더라............ 폭식? 리렉스?

    "응"

    "어? 뭐야, 왜?"

    내가 혼자 중얼거리는 게. 이상한건지 로르덴이 묻는다.

    나는 그걸 무시하고 머릿속에서 울리는 리렉스의 목소리에 정신을 집중했다.

    -너의 말이라면, 어둠이 반응할꺼야. 그것 다듬어.

    "하지만 난 복잡한거 무리거든?"

    -마법같은 복잡한게 아니야. 이미지, 이미지가 중요한거야.

    이미지라...........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는 이유는, 좀더 마법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확실하게 만들기 위한것. 그렇다면 너도 말로서 어둠을 이미지하고 구축하면 되는거야.

    "도와줘서 고마워"

    -천만에. 그러면 다음에 맛있는게 많이 먹게 해줘야 돼.

    요리 대회라도 열어서 먹게 해주마.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어둠.

    인간의 욕망중 어두운 찌꺼기 부분이 뭉쳐서 만들어진것.

    "광기, 거짓, 파멸, 절망, 공포"

    그런 마이너스적 감정들에서 필요한것을 빼낸다.

    "모이는것은 끝나지 않는 어둠"

    적들에게 악몽을 선사해줄 힘. 제련된 어둠.

    우웅, 하고 어둠이 끌어모아지며 뭉쳐진다.

    이곳은 전장. 그렇기에 어둠에 포함된 힘이 가득하다.

    상대는 적이다. 이제 일반인은 죽이지 않으니 뭐니 투정부릴때가 아니다.

    그런 고로, 인정사정 봐줄것 없다.

    어둠을, 힘을..........

    "네버 엔딩 다크니스(Never Ending Darkness)"

    끝나지 않는 어둠.

    내 양손 사이에 모여진 검은 구체.

    나는 그것을 땅에 내던졌다.

    그리고 검은색의 안개가 주변에 흩뿌려졌다.

    검은 안개 하면 나의 그것. 비장의 무기가 생각나지만. 그게 아니다.

    아예 이루고 있는 것부터가 다르다. 지금 쓰는 안개는 어둠을 정제하여 만든거니까.

    내 필살기인 검은 안개야 내가 모르는, 어둠 이상의 무언가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뿐이지. 자세한건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안개는............

    "기분이 무지 더러운데"

    "그나마 내가 조절해서 우리만 멀쩡하게 조절한거다. 이번걸로 나도 진짜 바닥이야"

    피로에 쌓인 상태에서 두번 쓸건 못되는 기술이다.

    우리를 기준으로 검은 안개가 뭉실뭉실 주변에 퍼져 있고, 일정거리를 두고 있어 접근을 불허한다.

    "우, 우에에엑?!?!"

    "아아아아아악!!! 뭐야! 으아아아악!!!"

    "커억?! 살려줘! 내가 그런게 아니야!!!"

    환상에 사로잡힌 녀석들. 스스로의 광기를 폭발시키는 녀석들. 그 외 서로 싸와 상잔하는 녀석들까지.

    상대를 자멸시키는데 좋은 기술이다. 뭐, 멀쩡한 상태라도 쓰긴 싫은 기술이지만.

    "아, 제기랄"

    나는 그 자리에 쓰러진다.

    무리다. 하지만 정신을 잃으면 안된다.

    우리가 여기서 도망가도, 어느 정도 병력은 남아 루이넬이 나오길 기다리려고 할 것이다. 인질로 잡기 위해.

    그렇다면 차라리 이곳에서 루이넬이 나올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가는게 좋다.

    "내가........... 정신 차리고 있는 동안은, 이 안개가 지속되겠지. 하지만 얼마 못버틸것 같아"

    "얼마나?"

    "기껏해야 서너시간정도?"

    ".......... 이걸 3시간 동안 유지할수 있다고? 미친. 『암야』마법도 아니고, 이 존나 쌘걸?"

    속이 매슥거린다.

    이건 나도 데미지를 입는 기술이다.

    내가 퍼트린 어둠. 그것을 마신 녀석들의 악의와 욕망이 내 머릿속에, 조금이지만 흘러들어온다.

    아무리 조금이라곤 하나, 지금의 나에겐 독약. 정신적으로 힘들다.

    루이넬...............

    부탁이니까 빨리좀 나와줬으면 좋겠다.

    카르덴과 라시드, 두사람은 유폐의 정원에 도착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유폐의 정원 인근에. 피의 요람 부근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군대를 발견하고 그쪽으로 이동했다.

    "우! 팬텀의 냄새가 난다!!!"

    "확실히 그렇습니다만.........."

    짙은 피냄새 사이로 아주 희미하지만 팬텀의 냄새가 난다.

    아마 근처에 있으리라.

    하지만 접근할수가 없다.

    뭉게뭉게. 묘하게 기분나쁜 검은 안개가 넘실거려서. 병사들마저 그 안개가 닿지 않는 곳으로 물러나 진형을 짜고 대기하고 있을 뿐이였다.

    안으로 들어가곤 싶지만. 야성의 감이 들어가면 위험하다고 말해주고 있다.

    그렇기에 두사람은 대기하고 있을수밖에 없다.

    여차하면 죽음을 각오하고 들어가도 되겠지만.

    "저기, 길좀 물어도 될까?"

    "음?"

    "우?!"

    순간 두사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성 정체성에 의문을 가질법한 미소년이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눈에 띄는건, 그의 뿔. 그리고 꼬리.

    마치 소악마의 캐릭터성을 나타낼법한 것이지만. 마계에선 다르다.

    "발록?"

    "우.......... 강해. 이녀석.........."

    "아니, 저기. 난 길만 물으면 되는데"

    루카크다.

    길을 잃은 발록, 루카크다.

    "저기, 믿을지 안믿을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혹시 이 부근에서 천족 못봤어?"

    "천족....... 입니까?"

    라시드는 반사적으로 일리엘을 떠올렸다.

    지금 이 마계에 있는 천족이라고 한다면. 일리엘이 유일할 것이다.

    "응, 팬텀이라고 했나. 아는 사람이 위험하다고 도와달라고 해서. 같이 유폐의 정원에서 탈출했거든"

    "우?!"

    "어? 아는 사람이야?"

    "아니, 그게 말입니다..........."

    라시드는 검지로 뿌연 검은 안개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저 안에........"

    "아, 젠장"

    순간 루카크가 말을 끊고 욕지기를 내뱉었다.

    무언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운석? 마법? 그런게 아니다.

    "형이다"

    루카크가 나직히 말했고, 이내 운석처럼 무언가 땅에 떨어져 검은 안개 한가운데 크레이터를 만들며 안개들을 걷어냈다.

    고요하다.

    루이넬은 마치 어머니 뱃속의 태아같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포근하다.

    어딘지 모를곳에서, 눈을 감고 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편할텐데...........

    뜯겨나간 팔의 아픔도, 반쯤 못쓰게 된 한쪽 다리의 고통도 더는 느껴지지 않는다.

    고요하고 평안하다.

    이대로 잠이 들면, 평생 잘수 있을것 같다.

    고민도, 고통도 없는, 그런 세계에서.

    -하지만, 그걸로 충분해?

    -............ 아니야.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

    가늘지만, 확실히 남자의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목소리다.

    -그런데, 누구?

    -그런건 신경 쓸거 없고, 엘릭서에 의해 살짝 링크되서. 이렇게 이야기 할수 있다고 해야 할까. 뭐, 그런 느낌.

    -엘릭서의 링크? 그게 무슨 소리야?

    -뭐, 딱히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거야. 어차피 서있는 위치가 다르니까.

    무언가 포근한 목소리다.

    지금 외적으로 느껴지는 포근함은, 그저 감각에 느껴져서 그것이 정신에 미치는. 하지만 지금 목소리는 아예 처음부터 정신을 편안하게 만든다.

    마치........... 가족의.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듯한 느낌이다.

    -다시 한번 묻겠어. 이대로 충분해?

    -............ 아니야.

    -이 세상에 존재하고 스스로 생각할수 있는것들은, 누구나 앞으로 나아갈 권리가 있어.

    그런데 멈추는건 좀 그렇잖아?

    남자는 그녀를 설득하고 있다.

    왜 이렇게 호의를 보여주는 것일까.

    -삶이란건, 원래부터가 자기 맘대로 되지 않는거지.

    -그건 알고 있어.

    -하지만 반대로, 자기 맘대로 된다면, 그것만큼 혼란스럽고 재미없는것도 없잖아? 요컨데 치트키랑 에디터 쓰고 게임하는거랑 같달까?

    -치트키? 에디터? 그게 뭐야? 팬텀이라면 알것도 같은데.

    -그 누구도, 태어날때 부모를 정할수도, 종족을 정할수도, 심지어 성별도 정할수도 없어.

    -그건 당연한거 아니야?

    태어나는건 지극히 무작위다.

    마치 주사위 굴리는 것 같이.

    그 누구도 태어날때 선택할수 없다.

    -하지만 그 이후엔. 어떻게 하든 자기 맘대로지.

    -뭐?

    -생각을 해봐. 태어난 후엔 부모님의 보호를 받지만. 그때야 아기라 아무 생각이 없을때니 넘어가고. 좀 더 커서는, 자신이 무얼 할지 스스로 정할수 있잖아?

    확실히 그렇다.

    삶이란 자신의 것이니까. 자기 스스로 할수 있다.

    어릴때는 자기 맘대로 놀수있고. 좀더 커서 성인이 된다면. 스스로의 진로를 선택할수 있다.

    -고로, 앞으로 나아가는건 자기 맘이란 거지.

    -그렇구나............ 그런데. 그게 지금 왜?

    -내가 하는건, 그저 설득뿐. 선택은 본인에게 달렸다는 뜻이야.

    달래는듯한 목소리. 그에 루이넬은 무심코 수긍했다.

    그래, 선택하는건 본인의 의지다.

    -나아가. 잃어버리는걸 두려워 하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해. 잃어버리는게 있기에, 나아가는게 의미가 있는거야.

    -......... 왜 잃어버리는건 전제로 하는건데? 이상하잖아?

    -삶은 대부분 등가교환이니까. 어쩔수 없거든.

    루이넬은 선택했다.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런 곳에서 주저 앉을, 그런 나태함 따윈 필요 없다.

    -좋은 말이긴 한데. 마지막 부분이 맘에 안들어. 팬텀이 들었다면, 귤이나 까라고 했을거야.

    -역시나...........

    -응? 뭐가 '역시나' 야?

    -아무것도 아니야.

    루이넬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눈을 떳다.

    그녀의 눈앞에 보이는건. 금방 날이 지고 보이는 연한 푸른색과 검은색이 섞인 하늘이였다.

    ============================ 작품 후기 ============================

    팬텀의 자력 영창기 습득과, 깨알같은 팬텀 아버지.

    루이넬 각서어어어어어어어엉!!!!

    리크 라크 라이 라크! 오너라 흡혈귀의 여왕!

    그리고 루이넬은 C다아아아아아아!!!!!!!

    선작 7000이 넘은 관계로 또 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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