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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202화 (202/468)
  • 202/468 회

    < --분노와 교만.

    -- >

    눈을 뜨니 또 낮선 사람이 있었다.

    이번엔 붉은 머리카락의 건장한 남자다.

    "누구?"

    "분노라고 한다"

    무뚝뚝한 목소리.

    적색의 머리카락이 피의 마왕이나 내 휘하의 공작. 라미네스는 떠올리게 하지만. 다르다.

    피와 같은 색도 아니고. 불꽃과도 같은 색도 아니다.

    무슨 색일까. 저건.

    "폭식. 아니, 이제는 리렉스라고 불러야 하나? 그녀를 만나고 왔군"

    "아, 응"

    묘한 느낌의 남자다.

    고요하지만, 무언가를 감춘듯한 느낌의.

    "감이 좋군"

    "내 첫번째 능력이 '감각'이라서"

    "그런가"

    비교하자면 휴화산.

    활동을 끝내고 잠시 쉬고 있는 화산.

    반대로 말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

    내 감각이 쉴새없이 울리며 경고하고 있다.

    눈앞의 사내가 언제 위협을 가할지 모른다는 듯이.

    웅크리고 있는 호랑이다. 그가 본래 모습을 보인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굳건한 성벽에 자신을 봉인한듯한........

    "몇가지 묻도록 하지. 너는 지키고 싶은것이 있나?"

    "물론이지"

    의외의 질문에 나는 반사에 가깝게 즉답했다.

    지키고 싶은게 얼마나 많은데.

    루이넬도, 그 외의 다른 사람도. 나를 믿는 마족들도.

    "그것을 위해.......... 분노에 몸을 맞길수 있나?"

    "애초에 싸울때 내는게 분노야"

    이전에 그림자의 마왕과 일전을 치뤘을때. 그만큼 분노한적도 없었다.

    내가 싸우는데 의지의 출력의 비율은 절반이 투지. 절반이 분노다.

    상대에 따라 그 비율이 달라지겠지만. 보통은 그런 비율이다.

    "마음에 드는군"

    "그러면 나도 좀 몇가지 묻자. 너랑 리렉스는 도대체 뭐야?"

    영락했다고 말하는데도 피의 마왕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리렉스.

    그런 실력자가 심연속에 있었다고?

    아니, 원래부터 바깥에 있는, 내 얼굴이랑 똑같이 생긴 심연은 그이상이겠지만.

    "우리들은 주인 휘하에 있는. 각자 7대 죄악의 힘을 받고 다시 태어난 자들이다. 리렉스는 폭식. 나는 분노. 이런 식으로"

    "7대 죄악?"

    7대 죄악이라면......... 누가 정했는진 모르겠지만. 인간의 죄악을 크게 7개로 나뉘면 나온다는 것을 말한다.

    폭식, 분노, 교만, 시기, 색욕, 나태, 탐욕.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이 어둠. 그것을 다루는 심연.

    그 심연에게서 각각 욕망의 힘을 받고 다시 태어났다.

    내가 아까 본것은. 그중에서 폭식을 담당하는 리렉스의 과거 기억.

    ............. 불쌍한 삶을 살았구나. 나중에 잘 대해줘야지.

    "그러고 보면, 그런 어둠을 자유자제로 다루고. 남에게 부여해줄정도로 강한 그 심연은 뭐야?"

    "심연?"

    "너네들에게 그 힘을 준 사람말이야"

    분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오히려 되물어왔다.

    "주인은,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은 것인가?"

    "그냥 심연이라 부르라고 하던데?"

    심연은 만날때부터 심연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이름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아, 그러고 보면 드림 로드가 심연에 대해 뭐라고 말할때 입막음 당했었던것 같은데.

    입모양을 보아, 파멸....... 어쩌구 하던데. 뭐였을까?

    "하긴 그렇군. 지금 영락해버린 모습으론. 이름을 밝히는게 주인에겐 자존심 상하는 일이겠지."

    "이름을 밝히는게 자존심이 상해?"

    "비교하자면.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정도인 고위 권력자였던 자가, 일순간에 힘을 잃어서 더 이상의 권력은 없는상태. 그것이 지금 주인과 맞을 것이다"

    권력자........ 는 아닐테고. 아마 강자겠지.

    힘을 잃어버린 강자.

    그래서 처음 만났을때는 그렇게 이상한 모습이였나.

    "아무튼, 그건 넘어가서 본인에게 직접 듣기로 하고. 심연한테 듣자 하니. 너희 7명 전부에게 인정을 받으면. 내 정신도 어느정도 회복된다 하더라고. 그러니까..........."

    "난 이미 너를 인정했다"

    "어? 진짜?"

    고저 없는, 여전히 무뚝뚝한 목소리로 분노가 말한다.

    "심연에서도 느껴지는 너의 분노. 고작해야 20대의 나이로는 나올수 없는 힘이다. 그런 너에게 맡겨보는것도. 나쁜일은 아니지"

    "아, 칭찬 고마워. 그러면 너도 이름을 지어줘야 하나?"

    "맞다"

    분노니까.......... 영어로 레이지.

    리렉스때는 몰랐지만. 7대 죄악이면 이름 붙이기 편하겠네.

    아, 그런데 레이지라고 하면 너무 흔한가?

    내가 옛날에 중간계에서 살때도. 집 근처에 레이지라는 형이 하나 있었는데.

    은근히 흔한 이름이네. 이거.

    "레이지. 혹시 나중에 레이지란 이름의 다른 녀석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구별하기 위해서 성으로 팬텀을 붙여줄께. 팬텀 레이지. 어쩐지 어감은 좋지?"

    "그 이름. 받겠다"

    그리고 또 다시 기억이 흘러들어왔다.

    남자는 한 가정의 가장이였다.

    평범한 아내. 아들 하나, 딸 하나. 이렇게 있는 4인 가정의 가장.

    해가 뜨면 아침을 먹고 일하러 나가고. 그런 그를 가족들이 인사하며 배웅한다.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

    명절때는 친척들과 만나 함께하고. 가끔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축제에 참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소박하고 평범한 생활은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났다.

    옆나라에서 적군이 쳐들어와 그가 사는 마을을 약탈하고 유린했다.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포로로 삼아 강간한다.

    남자는 눈앞에서 아내가 강간당해 죽고. 딸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屍奸)을 당하는것을 보았다.

    아들은 장난감처럼 온갇 고문을 당하다 죽었다.

    마지막까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자는 그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수 없는 자신에 대해 분노했다.

    분노하고, 또 분노했다.

    왜? 평범하게 살고 있는데. 어째서?

    지독한 그의 분노가 살의를 일으키고. 그의 마음을 난도질한다.

    그리고 그 순간.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막 남자를 죽이려던 병사들을 손짓 하나로 전부 쳐죽이고는, 남자 앞에 걸어와 말했다.

    "힘드나? 이 빌어먹을 세상을 부숴버릴 힘을 주마. 나를 따라라"

    그리고 남자는 분노가 되었다.

    7대 죄악이란 녀석들은, 전부 기구한 사연만 있는 녀석들인건가.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매며 일어났다.

    누군가의 기억이 들어온다는건. 그리 좋은 기분이 아니다.

    그나마 나라서, 심연의 악의에 격어본 나라서 망정이지. 보통 사람이였다면 진작에 미쳤다.

    누군가의 기억이 들어오면서 느껴지는 감정.

    리렉스때는 배고픔, 팬텀 레이지 때는 분노.

    배고픔은 어찌어찌 견뎌냈다. 분노는 익숙해서 다행이지만. 그토록 지독한 분노는 나도 처음 느껴본다.

    뭐, 아무튼 나는 다시 눈을 떴다.

    무슨 크리스마스 캐롤인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것 같다.

    유령은 아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짧은 텀 동안 찾아온다.

    으으으, 나도 좀 쉬자. 다른 사람 기억이 흘러들어오면 나도 힘들다고.

    그래도, 정신력이 강해진 느낌은 든다.

    "그런데............"

    눈앞에 배가 있다.

    거대한 함선. 18세기의 서양쪽에서나 탈법한. 하지만 좌우의 배 옆면에는 수십기의 포문이 있는 배다.

    크다.

    마룡왕이 웅크리면 이정도 크기가 될까. 여튼 더럽게 큰 배다.

    이곳에 있으려나? 이번 7대 죄악이.

    나는 배 옆면에 늘어져 있는 밧줄을 잡고 위로 올라간다.

    갑판 위에 착지한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넓은 나무 바닥의 갑판. 하지만 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 한명도.

    "......... 진짜 썰렁한데"

    나는 갑판을 거닐며 여러군데를 뒤져보았다.

    식료품을 보관할것 같은 창고라던가. 화약과 포탄을 보관하는 방이라던가. 그런곳을 뒤져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남은 방은 하나.

    선장이 있을. 선장실 뿐이다.

    나는 선장실이라 적힌 방 앞에 서서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열었다.

    타아앙!!!!

    "우갹!?"

    "빗맞혔나? 아니.......... 피한거군"

    "얌마! 사람한테 총을 쐈으면 사과해야지!!!!"

    꽤나 시대 지난. 18세기? 그정도 시대에나 쓸법한 살짝 구부러진........... 아 씨. ?

    고. 영화보면 그 시대 해적들이 잘 쓰는. 그런 총 있잖냐.

    총알이 둥근, 그런 총알 쓰는 총.

    조총 말고. 한손으로 쓰는거.

    그런 총을 한손에 잡고 장난스럽게 나를 보는 청발의 미청년.

    "내 이름은 교만. 난 널 인정하지 않는다 애송이"

    "어째서?"

    타앙!!!!

    다시 한번 총이 쏘아지고. 나는 그것을 피해 고개를 꺽는다.

    내 감각이 반사적으로 피했지만. 볼을 스쳐갔다.

    저 총. 외견만 보면 현대식의 권총보다도 못한 것이지만. 실상 내용물은 다르다.

    의지로 쏘아내는 총. 그렇기에 내 감각으로도 살짝 한박자 늦는다.

    애초에 저거, 쏘아내는 속도가 일반적인 총을 벗어난지 오래다.

    "칫, 애송이 주제에. 피하는것 하나는 쥐새끼로군"

    "야, 그렇다고 자꾸 총 쏠래?"

    "리렉스와 레이지는 인정했을진 몰라도. 난 어림없다 애송이"

    "내 말 무시하지 말라고 짜샤!!!"

    내가 순간 녀석에게 달려드려고 하자. 내 몸 주위로 무언가 떠올라 있다.

    십수개의 총. 그것들이 나를 노리며 둥둥 떠있다.

    "다른건 다 맘에 들어. 힘도, 그 생각도. 압도적인 힘으로, 뒷일 생각하지 않고 깨부순다는 사상도 나랑 같아. 하지만 말이지............"

    교만은 의자에서 일어나 내 앞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내 이마에 바짝 총구를 들이대며 말했다.

    "마왕이라는 직위에도. 네놈은 교만이 없어"

    "없으면 좋은거 아닌가?"

    "모든건 중용이 중요한거지. 마왕이란 직위에도 그에 걸맞는 교만함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네놈은 어떻지?"

    난 마왕치곤 소박하다. 겸손하다.

    애초에 참한 아내랑 아들 하나, 딸 하나 낳고 작지만 내 집에서나마 사는게 꿈이였으니까.

    그런데......... 이 꼴이다.

    "높은 직위에는. 그에 걸맞는 교만함이 있어야 하는법이다. 그렇게 한다면, 그 어떤 수하들이라도 따르지. 마지막까지 날 배신하지 않은. 내 배처럼"

    우웅, 하고 바닥이 울렸다.

    정확히 말해서 배가 울렸다. 마치, 그의 말에 수긍하는 것처럼.

    그러한 교만함이 없는 나에겐...........

    "까고 있네"

    "뭐?!"

    "지랄 한다고"

    교만함? 애초에 그딴거 필요없다.

    "여태껏 내가 살아온걸 봐봐. 난 여태껏 내 맘대로. 내가 꼴리는 대로.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어"

    처음엔 루이넬이 살육의 마왕에게 납치?

    을때도. 지금은 반역의 시기의 주범. 3명의 마왕을 죽이려는 것도.

    "교만함이. 다르게 말해서 자랑하고 뽐내고, 건방진거지? 그렇다면 그 3명의 마왕을 족쳐서 대마왕이 되서. 건방지게 굴어주마!!!!"

    애초에 난 하급 마족보다 약할때도 마왕에게 건방 떨었다.

    그런 나한테 교만함? 어떻게 보면 넘쳐서 탈이다.

    "하"

    순간 내 주위의 총들이 사라진다.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핫!! 이거 걸작인데!!! 하핫!!!"

    배를 잡으며 크게 웃는 교만.

    이내 그는 웃음을 뚝, 하고 그치는. 간단히 말해서 정색하고는 말했다.

    "좋다. 포부가 크구나 네놈. 난 널 인정하겠다"

    "이름 지어줘야 되지?"

    "기왕이면 폼나는 걸로. 좋은 이름이 아니면 거절할꺼다"

    이름, 교만이 영어로 뭐였지?

    ........... 갑자기 기억이 안나!!!

    제, 제기랄?! 뭘로 지어야 하지? 선장같으니까 캡틴? 아니. 이건 좀 촌스럽고 중2병 같다.

    배 타니까 라이더? 아니. 그것도 좀 그런데.

    ......... 라이드?

    오, 좋다.

    응? 그리고 보니 교만이 영어로 프라이드였나?

    프자 빼서 라이드. 좋군.

    "라이드. 라이드로 하자"

    "좋군. 그 이름. 받겠다"

    남자는 함대를 지휘하는 장교였다.

    그 어떤 해전에서도 패배하지 않는, 그야말로 무적 함대.

    그는 나라의 영웅이였다.

    바다에서는 그가 왕. 어떤 나라의 해군이든. 그에게 패배했다.

    드넓은 바다 위에서 그는 무적.

    어느날, 그가 따르는 나라의 옆나라에서 전쟁을 걸어왔고. 그는 해전에서 거의 완벽하게 승리했다.

    하지만 전쟁에선 졌다.

    전쟁은 해전만으로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땅에서 하는 전쟁으로는 그의 나라가 졌고. 그로인해 나라는 속국이 되었다.

    선원들은 수근거렸다.

    이제 속국이 되어버린 조국. 게다가 그들은 바다에서 옆나라의 함대를 처부순 자들이다.

    그들이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 둘리 없다.

    그런 불안감에 휩쌓인 선원들은 한 생각에 이른다.

    지휘관인 남자를 넘겨주면, 우리는 무사하지 않을까?

    남자는 배신을 당했다.

    부하들의 배신으로 이송되어, 반역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죄목으로 단두대에 올라갔다.

    겨우 이것이냐.

    이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운 대가가 이것이냐.

    이내 남자의 목은 잘렸고. 머리만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사람은 목이 잘려도 어느정도는 살아있다. 다만 고작해야 눈을 꿈뻑이는 정도가 다다.

    그런 그의 머리를, 누군가 들어올려 눈을 맞추며 말했다.

    "혼자서 군림할 힘을 원하나? 그렇다면 나를 따라라"

    그리고 남자는 교만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네이밍 센스 제로의 팬텀. 형 닮아서 그럼.

    3연참! 연재 베스트에 남기 위한 작가의 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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