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68 회
< --리렉스.
-- >
"저기, 두분들 괜찮으세요?"
"천족? 아, 제기랄. 오늘 진기한거 다 보네. 어린애가 공작위 마족을 족치지 않나. 천족이 나오지 않나"
로르덴이 얼이 빠진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일리엘이라고 해요. 그런데 등에 엎고 계신 루이넬씨는.........."
"아, 설마 그녀석이랑 아는 사이야? 고녀석, 인맥도 넓지. 천족까지 알고 있냐"
로르덴은 로르덴대로. 루이넬은 루이넬대로 놀라 있는 상태다.
루이넬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유폐의 정원에서 어떻게 나왔어?!"
"아, 감옥에서 만난 분이 도와주셨어요. 덕분에 어떻게든 빠져나왔어요"
일리엘은 루이넬의 팔을 보았다.
한쪽이 없다.
다리에서 흉한 흉터가 남아 있다.
누가 봐도 고생을 한것 같은 모습.
"......... 괜찮으신가요?"
"입에 바른 대답을 원해. 아니면 솔직한 대답을 원해?"
"죄, 죄송해요!!!"
어떤걸 들어도 마음이 무거울것 같다.
이게 다 납치당해 이 서대륙으로 유인당하는 미끼가 된 일리엘 때문이다.
"아니, ?
어. 어차피 한번쯤 와야 될 곳이였고. 언젠가 이런일이 일어날줄 알고 있었으니까"
자신이 한 일을 평생 숨기고 살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언젠가 들켜서 죽임을 당할것을 알고 있었다.
그저........... 때를 예상하지 못했다.
"잠시 실례하겠소이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나타났다.
마검의 공작 시그너스. 그가 어께에 팬텀을 들쳐매고 나타났다.
"흐, 흐에에에엥?!?!?!?!"
그에게 한번 납치당한적 있는 일리엘은 기겁을 하며 물러선다.
"그렇게 적대하지 않아도 되오이다. 소인은 이 마왕님을 따르기로 했소이다"
"............. 정말?"
"정말이외다. 그렇지 않았다면, 소인이 이분을 데리고 올 이유가 없지 않소이까?"
적이였다면 진작에 팬텀의 목을 베었겠지. 아니, 승리는 팬텀이 했지만.
팬텀은 지쳐 쓰러져 있는 상태. 결과적으로 본다면. 팬텀이 진거다.
적인지 아군인지 애매한 상대 앞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다니. 그것만큼 위험한것이 어디있을까.
다행인 점은 시그너스가 아군이 되었다는 것이다.
"팬텀.......... 은?"
"지쳐 쓰러진것 뿐이오이다. 다른 것들은 멀쩡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오이다"
내상이나 외상은 그 무식한 재생력으로 회복중이다.
공간 절단으로 회복 불가능했던 상처들은 싸울때 그 부분을 어둠으로 '변환', 하고 다시 피와 살이 도는 육체로 바꿔서 멀쩡해졌다.
요컨데 빙염의 마왕과 싸울때. 걸래짝이 ?
던 몸을 다시 원상태로 만든거랑 똑같은 것이다.
다만, 너무 한계까지 몰아붙였기 때문에. 언제 일어날지는 모른다.
의지의 소모가 막심해서. 예전처럼 한달을 잘지도 모른다.
그때, 몸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며 시엔느가 걸어왔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일리엘 언니! 나, 언니가 말한대로 전력으로 때찌해줬어!!!"
일리엘은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유폐의 정원으로 갈 생각이라면, 간이 게이트의 위치를 알려드리겠소이다"
"가야지. 내가 뭣때문에 누님에게 떠밀려서 여기까지 왔는데?"
"나도 마찬가지야"
"루이넬이 가면, 나도 갈꺼야!!!"
시엔느도 가려고 한다.
말리고 싶지만. 지금 이중에서 말릴수 있는 사람이나 있을까?
기껏해야 팬텀이나 시그너스 정도다.
그리고 어디가서 죽을 무력은 아니니 데려가도 좋을 것이다.
"소인은 이곳에서, 천족 소녀분과 함께 있겠소이다. 전력이 되지 않으니, 소인이 호위를 맡고 있겠소이다"
시그너스는 팬텀을 내려 로르덴에게 맞겼다.
루이넬은 로르덴의 등에서 내리고. 시엔느의 부축을 받아서, 불안정하게나마 자리에 섰다.
루이넬 대신 팬텀을 등에 엎은 로르덴.
"그분께서 일어나신다면. 큰 전력이 될것이오이다. 잠들어 있을 동안에 보호하면 짐이 될뿐이지만. 그정도 위험 부담은 감수하고 가야 하오이다"
"알았어, 짧게 말해서. 귀찮은 물건 하나 들고 간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로르덴, 팬텀, 루이넬, 시엔느.
이렇게 간이 게이트를 탈 인원이 결정?
다.
"게이트의 위치는 이곳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소이다. 게이트를 타면. 하루 정도 거리에 유폐의 정원이 있을 것이외다"
"하루? 꽤나 먼데?"
"원래 제일 가까웠던 게이트는 소인이 한번 써버렸기에. 그나마 다음으로 가까운 게이트가 그것이오이다"
그것만이라도 어디인가. 며칠을 가야할 거리를 하루로 좁히는 것인데.
시그너스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행운을 빌겠소이다"
"아, 또 왔네"
"웰컴 투 더 어비스. 잘 왔어"
드림 로드가 영어가 섞인 인사와 함께 반겨준다.
늘어져 있는 내 욕망. 팬텀이나. 심연은 제자리에 앉아 있다.
뭔가 심각한 이야기라도 하고 있는건가.
"아, 왔냐?"
"아, 왔냐?"
"........... 두사람 다 어째 반응이 똑같은데"
"뭐, 일단 기본은 비슷하니까"
하기야, 둘다 어둠에 깊이 관련되었다는건 같으니까.
"어이, 그런데 너. 지금 꽤 위험한 상황이라는거 아냐?"
"어? 뭐가?"
나는 문득 몸에 힘이 없다는걸 느꼈다.
평소엔 심연에 들어오면 역겨운 느낌은 나도 몸은 꽤 편했다.
하지만 지금은.......... 뭐랄까. 그냥 힘이 없다.
"과다한 의지 소모. 정확히 말해서 띄엄띄엄 시간차를 두고 싸웠기에 나는 현상이지"
"무슨 소리야?"
"예를 들어, 철사가 있다고 치자. 그걸 크게 한번 구부리든. 작게 구부르든. 철사는 끊어지지 않아"
"하지만 철사를 여러번 구부렸다 폈다 하면 철사는 그 부분이 가열되면서 나중엔 끊어지지"
팬텀이 심연의 말을 이어서 말했다.
아아, 그건가.
예전에 클립 하나를 펴서 구부렸다 폈다 했을때. 그것이 끊어지는 것.
철사는 좌우에서 잡아 당겨도. 구부려도 끊어지지 않지만. 고작 몇번 구부렸다 폈다 하는 것으로 끊어진다.
"큰 판이든 작은 판이든. 전력으로 7일 밤낮으로 싸워도, 지금의 넌 이렇게 까지 되지는 않아. 하지만 띄엄띄엄 시간을 두고 싸운다면............"
"열받은 철사꼴이 난다는 건가?"
"그것도 끊어지기 직전"
고로 난 지금 위험하다, 이 말이다.
"해결할 방법은?"
"어차피 그냥 내버려 두면 되지만............ 한 넉달정도 자고 있어야 할꺼다"
"석달?! 그동안 여기서 죽치고 있으라고?!"
"왜? 어차피 생각보다 짧을거다. 여기 시간은 내 맘대로 조절할수 있으니까"
아니, 내가 느끼는 체감시간이 문제가 아니다.
바깥에서 흐르는 시간이 문제지.
"못해도 일주일정도 안에 깨어날 방법은 없어?"
"있긴 하지만........... 힘들텐데?"
"상관 없어"
그림자의 마왕도 족쳐야 하고, 무엇보다 4달 뒤에는 이벤트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여기서 멈출수 없다.
"그렇다면 한번 해봐라"
콱! 하고 심연이 내 머리를 한손으로 움켜잡고. 그대로 내던졌다.
더욱 깊은, 심연으로.
"어?! 어어?! 어어어?!"
"인정을 받아라. 이미 내 후계자로 인정했다지만. 다른 녀석들은 아니거든. 초월자의 인정을 받는 것만으로도 정신과 의지는 강해진다"
나는 중력을 무시하는지. 거의 무중력 상태로 허우적거리며 심연 속으로 들어갔다.
"7명이다. 녀석들 전부의 인정을 받는다면. 일어날수 있을꺼다"
뭐랄까, 정신을 차리니 어쩐지 손이 아팠다.
어디에 얻어 맞았다느니. 그런 느낌이 아니였다. 그냥 아팠다.
무언가 내 손을 문듯한, 그런 기분이랄까.
눈을 뜨니 내 앞에는 뭔가를 우물거리고 있었다.
뭔가 했더니. 내 팔이였다.
"............ 뭔데?"
"아, 일어났다"
그것은 작은 소녀였다. 시엔느 또래의.
금발의 푸른 눈. 하지만 무언가 부족해 보이는 느낌의 눈동자.
그런 소녀가 내 손가락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고 있었다.
"너무 질겨"
"아니, 그 이전에 이빨 무지 단단하네 너!!!!"
내 몸은 아무리 정신 세계인 심연이라고 하나. 무지하게 단단하다.
다이아몬드랑 맞먹거나. 그 이상의 강도를 가진게 내 몸이다.
그중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다치고 단련한게 손. 그런 손을 씹고도 질기다고?
"배고파"
"그런데?"
"먹을래"
"뭘?"
"널"
우득우득! 거칠게 내 손가락을 씹는 소녀. 하지만 그렇다고 호락호락하게 씹혀질 내 손가락이 아니다.
........... 아니, 그 이전에. 이거 상황이 좀 묘하지 않냐.
어린 소녀가(그것도 미소녀). 내 손가락을 입에 넣고 이리저리 ?
으며 씹고 있다.
묘한 느낌. 아니, 이상한 거에 각성하긴 싫으니까. 일단 빼자.
"아, 거의 다 끊었는데"
"......... 어쩐지 아프더라"
나는 손가락을 보았다.
거의 뼈가 보인다. 그 질긴 내 피부와 재생력을 뚫고. 이정도까지 씹을수 있다니.
이내 내 살이 재생하여 상처가 아물었다.
"아............. 그렇게 씹었는데도 못먹다니"
"애초에, 사람을 먹으려 든거냐? 식인?"
"넌 껌이구나?"
"아냐! 사람을 껌 취급하지마!!!!"
사람을 먹는 소녀라니. 아무리 이건 나라도 못봐주겠다.
"요놈"
"아얏!"
딱! 하고 소녀의 이마에 딱밤.
우우, 하고 아픈 소리를 내며 소녀는 이마를 문지른다.
"배고파"
"아픈것보다 배고픈거냐?"
"배고파, 요즘 아무것도 못먹어서 배고파"
자꾸만 배고프다고 말하는 소녀.
보통 이런 소녀가 배고프다고 말하면. 주머니에서 사탕이라고 꺼내 줘야 하는게 사람의 도리겠지만. 불행히도 지금 나에겐 아무것도 없다.
"예전엔, 주인을 따라서 행성 하나 먹어치우기도 했는데. 지금은 영락해서, 이게 뭐야"
아니, 잠깐만. 방금 지나치기 어려운 뭔가를 들었는데.
"뭘 먹어?"
"행성"
"행성?"
"응. 행성. 무지무지 크고, 둥근 행성. 바다랑, 산이랑. 있는 그런거"
요즘은 지구 표면 문양이 그려져 있는 행성이란 이름의 초콜릿도 나오는 모양이다.
이 소녀가 설마 행성을 진짜 먹었으려고?
"아무튼 나, 배고파. 그러니까 널 먹을꺼야"
"꼬마야. 누가 들으면 난 은팔찌 차고 끌려가야 될것 같은데"
먹는다의 이중적 의미때문에 묘한 소리로 들린다.
큼큼,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직접 입으로 먹는다의 먹는다와, 그렇고 그런일의 먹는다.
알 사람들은 다 안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엔 전자인듯 하다. 쩌억, 하고 입을 벌리고 소녀가 나에게 달려들었으니까.
"잠깐 스톱!!!"
"싫어! 배고파! 배고프니까 널 먹을꺼야!!!!"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는 소녀를,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겨드랑이 사이에 집어넣고 들어서 막았다.
누군가 본다면 어른이 소녀를 귀엽다고 비행기 태운듯한, 훈훈한 모습일 것이다.
"아니, 그럼 나중에. 내가 맛있는거 잔뜩 먹여줄께. 그럼 ?
지?"
"잔뜩?"
"응, 그래. 잔뜩"
"어지간한 나라 반년치 식량은 먹어치울꺼야"
에이, 설마 그러려고.
"약속한거다?"
"응, 그래. 약속. 나중에 오면 맛있는거 잔뜩 먹여줄테니까"
그에 후후, 하고 묘하게 웃는 소녀.
어린 외형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색기가 있었기에. 순간 루이넬이 겹쳐보였다.
"그런데 꼬마야. 이름이 뭐니?"
"폭식"
"응?"
폭식? 설마 난폭하게 먹는다. 그런 뜻인 폭식?
누가 어린애 이름을 이따구도 지어놨어?
"그리고 난 어린애 아니야. 너보다 나이 많아"
"외형은 어린애잖아. 꼬마 대접 받기 싫으면 좀더 자라서 오라고"
"이래도?"
순간 으득, 하는 소리가 났다.
내 몸에서 난건 아니다. 소녀의 몸에서 난것이다.
소녀의 몸에 내가 썼던것처럼. 하지만 그 수준은 다르게 전신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이내 불쑥불쑥, 그 크기가 커지더니. 이내 수십미터 정도로 커졌다.
그리고 형태를 이룬다.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붉은 눈동자의 괴수.
그것은............ 공룡중에서도 폭군이라 불리우는 티라노 사우르스를 닮았다.
육중한 꼬리. 굵은 뒷발과 부실한 앞발.
그리고 툭 튀어나온 입과 날카로운 이빨까지.
[이래도 내가 꼬맹이야?]
"취소"
한번 더 꼬맹이라 부르면 나를 씹어삼키겠다는 듯, 위협적으로 입을 벌리는 공룡 앞에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강하다.
저녀석, 강하다. 지금 느껴지는 힘만으로도, 피의 마왕과 동급일 것이다.
영락했다고 하니. 전성기때는 얼마나 강했을까.
[난 널 인정하겠어]
우웅.
순간 무언가 내 머릿속을 울린다.
뭐랄까....... 정신이 좀더 견고해진 느낌이 든다.
[그러니 네가 이름을 지어줘]
"네 이름은 폭식이라며?"
[그건 그냥 나를 전체적으로 이루는 말일 뿐이야. 나라는 것. 개인을 가리키는. 내 이름을 정해줘]
이름, 이름이라.........
아, 나 작명센스 없는데.
팬텀이란 이름도, 자주 쓰는 게임 캐릭터 아이디에서 따온거고. 내 돌격창 레기온도 내가 하던 게임 길드 이름에서 따온거다.
생각하자, 이름. 이름이다.
사주팔자부터 봐서......... 아니, 내가 사주팔자를 어떻게 알아.
외형이 티라노 사우르스니까. 티라?
아니, 이건 좀 아닌데.
티라노 사우르스........... 티라노.......... 티라노 사우르스 렉스.......... 렉스?
"리렉스?"
[리렉스?]
"응, 네이밍 센스가 모자라서 미안하지만. 티라노 사우르스 렉스에서 렉스에. 여자애 이름이면 조금 남자다운 느낌이 강하니까. 리를 붙여서 리렉스"
그에 공룡은 웃었다.
아니, 어떻게 웃었냐고 말한들, 이빨을 보이며 입꼬리가 올라가는게 보이면 보통 웃었다고 말하잖아.
[그 이름. 받을께]
머릿속에 자동으로 어떤 기억이 흘러 들어온다.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고아였다.
소녀는 거지였다.
스스로를 자각하고 생각이란걸 할때부터, 그녀는 부모가 없는 천애 고아였다.
매일매일 구걸하면서 먹을것을 벌어와도, 더 큰 아이들이 뺐어갔다.
그녀는 항상 배가 고팠다.
소녀가 바라는건 딱 하나.
한번이라도 좋으니 배불리 먹어보는것이였다.
하지만 소녀는 그렇지 못했다.
매일매일. 배가고팠다.
배가 고프다 못한 나머지. 몽롱한 정신에 음식을 움쳤다.
그러다 가게 주인에게 걸려 붙잡혔다.
험악한 가게 주인은 거지인 소녀를 몽둥이로 때렸고. 이내 소녀는 피투성이가 ?
다.
배고파.
난 배고파.
먹고 싶어.
영양실조에 피투성이가 된채 길 한가운데 쓰러진 소녀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누군가 나타나서 제안했다.
"그렇게 배가 고프면. 이 빌어먹을 세계를 먹어치울 힘을 주마. 나를 따라라"
그리고 소녀는 폭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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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간까지 일어나 있는 독자 있어? 토요일이라 일어나 있는 사람도 있겠지.
고로 연참이다. 새벽 연참이지.
7대 죄악 파트는 한편에 2명씩. 한 3편이면 끝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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