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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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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찍어진 팬텀의 발에서 흉폭한 회색의 용이 출렁이며 협곡을 만든다.
가로 막는것들은 전부 파괴, 소멸. 그것에 휘말린 시그너스는 그대로 나가떨어진다.
이미 그가 전력을 담았던 회색공명검은 부서진지 오래.
남은 한자루의 검을 뽑을수도 있으나. 싸움은 졌다.
승부에 수긍해야지. 끈질기게 일어나는것 만큼 꼴불견스러운 일은 없으니까.
회색의 용이 시그너스의 앞에서 아가리를 벌리며 그를 삼킬 기세로 출렁이고 있다.
이제 얼마 있지 않아 그는 죽는다.
시그너스는 문득 자신의 여태껏 살았던 삶을 회고하는. 흔히 말해서 주마등이라 불리는걸 경험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건. 용하연을 만났을 때인가.
짧은 시간이였다만, 그만큼 즐거웠던 시간은 드물었던것 같다.
그리고 막 회색의 용이 시그너스를 삼키려는 순간.
텁!!!
"누구 개고생 시켜놓고 그렇게 쉽게 죽으려 들어?"
팬텀이 그의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
회색의 용이 간발의 차이로 시그너스를 스쳐 지나가 땅을 해집는다.
근처에 있던 산이 단숨에 흙먼지를 날리며 가루가 된다.
"사람 개고생 시켜놓고. 끝은 그렇게 허무하게 뒈지면 무슨 꼴인데?"
"무슨............"
시그너스는 자신을 구한 팬텀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의 적이다. 불과 몇십초 전만 해도 목숨을 걸고 싸우던 적.
그런 자신을 구했다고?
왜?
"난 굵고 짧은거 좋아하니까. 간단하게 말할께. 대공 시켜줄께 내 밑으로 들어와라"
"......... 하아?"
지금 뭐라고 했지? 대공 시켜줄께, 휘하로 들어오라고?
이거 지금 등용하는 건가?
1. 석방, 2. 등용 3. 처형 4. 포로.
이중에서 2번?
"어째서이오이까?"
"뭐, 너도 하고 싶어서 한건 아닐테고. 뭣보다 앞으로 마왕 3명 족치려면 강한 녀석들이 필요하거든. 어때?"
"소인은..........."
"참고로 안하면 처형. 하면 대공"
.......... 선택은 하나밖에 없잖아.
아무리 죽기 직전엔 수긍하더라도 막상 살 기회가 주어지면 놓지 않는게 살아 있는 모든 존재의 공통점이다.
아예 처음부터 자살 희망자 같은거면 모를까. 시그너스는 지극히 정상이다.
"아, 그러고 보니 어차피 그림자의 마왕 족치면 너도 자동으로 내 휘하로 들어오게 되어있네?"
"지금 그림자의 마왕 휘하의 마족에게 대놓고 그렇게 말해도 되는 것이오이까?"
"뭐 어때, 너도 보니까 그림자의 마왕 그 개자식 말할때 '님'자 안붙이고 옆집 개새끼 마냥 부르잖아"
보통 마족들은 다른 마왕은 그렇다 쳐도 자신이 따르는 마왕에게는 존칭을 사용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시그너스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나오는 결론은 3가지. 간이 크거나, 그만큼 강하거나, 마왕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거나.
"3명의 마왕을 죽이겠다니.......... 설마 대마왕이라도 될 생각이오이까?"
"대마왕?"
팬텀이 피의 마왕, 귀계의 마왕, 그림자의 마왕 이 3명을 죽이면 팬텀이 죽인 마왕은 6명.
8명중 6명. 반수를 훌쩍 넘어선지 오래다.
그중 마룡왕은 동맹관계. 남은건 시간의 마왕 하나뿐.
"흠........... 대마왕이 되면 내 맘대로 할수 있겠지? 아래에 귀족 녀석들이 반항해도 무시할수 있고"
팬텀은 문득 다크 로드 캐슬을 떠올렸다.
그 성을 하나 만드는게 천문학적인 자원과 인력이 들어갔다.
고작 대마왕 하나인데. 명령으로 그런 일을 했다.
"대마왕이 되면 루이넬 실드좀 쳐주고. 빙염의 마왕이 부탁한 혼혈마족 차별 대우좀 없에고 할수 있겠지?"
"일단 대마왕이니 가능할것 같소이다만............."
"그럼 해야지"
쿨하게.
대마왕의 이름이 그렇게 가벼운것도 아닌데. 팬텀은 간단하게 말했다.
"그래서, 대답은?"
팬텀이 묻자 시그너스가 말했다.
"소인 마검의 공작 시그너스. 그대를 따르겠소이다"
"뭐야 저거 무서워. 뭔 싸움이 저따위로 괴랄하냐"
으어어어, 하는 괴상한 비명소리를 내며 로르덴은 루이넬을 엎고 도망가고 있다.
본능적으로 직감이 알려준다.
저 싸움에 휘말리면 죽는다.
"윽..........."
"아, 미안. 아파? 하지만 빨리 도망치려면 어쩔수 없어서"
루이넬이 험하게 움직이는 로르덴에 의해 인상을 찌푸린다.
보통때의 몸이라면 별로 이상 없을텐데. 지금은 팔 한쪽마저 뜯겨져 있고 다리 한쪽도 성치 않다.
문득 루이넬을 거칠게 뜯겨진 한쪽 팔의 상처를 보고, 로르덴은 품속을 뒤적거렸다.
"이거라도 씹고 있어. 그거 진통 효과가 있으니까 한결 나아질꺼야"
"고......... 마워"
작은 나뭇잎 같은 약초. 루이넬은 그것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고통이 조금 가셨는지 한결 편해진 표정이다.
"아오, 진짜. 누님도 너무하시지. 난 그냥 잉여롭게 살고 싶은데. 마계나 바꾸라 그러고"
흔히 말해서 소시민 멘탈. 그게 로르덴이다.
"짧게 말해서 귀찮아"
"팬텀이 보면 때릴것 같은데 너"
"아니 그래도 말이지. 난 원래 잉여롭게 봄의 정원에서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여기 온거라니까"
문득 말을 멈추는 로르덴.
그리고 굳은 얼굴로 정면을 보고 말을 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강한 녀석이랑 붙게 될줄은 몰랐다고"
터벅 터벅, 발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녹발의 남자.
짙은 녹발. 익숙한 머리카락이다.
루이넬도, 로르덴도 굳었다.
"하핫, 그 마왕 녀석이 없을때를 노려서. 일부러 왔거든? 그러니까 얌전히 죽어주겠어, 마녀?"
사독의 공작이다.
"와, 짧게 말해서 그냥 도망칠까"
삐질삐질. 식은땀이 로르덴의 이마에서 흘러 볼을 타고 떨어진다.
상대는 공작. 로르덴은 그의 안면은 모르지만. 최상급 마수나 마왕급 마수를 격어본 그다.
적의 역량을 파악하는것 정돈 할수 있다.
"아아, 너한텐 딱히 볼일 없으니까. 등에 엎은 그 마녀나 내려놓고 가면 어디로 가든 신경 안쓰고 얌전히 보내줄테니까. 어떻게 할래?"
"흠"
순간 로르덴은 고민했다.
팬텀에게 신세진건. 까놓고 말해서 없다고 해도 된다.
베헤모스를 잡아준거야. 내버려 둬도 그들끼리 알아서 잡아낼수 있던거다.
팬텀은 그냥 대신 잡아준거에 불과하다.
그러니 지금 여기서 루이넬을 두고 도망쳐도 된다.
"허나 거절한다!!!!"
"뭐??!"
"내가 아무리 잉여로운 녀석이라지만. 마계를 바꾸니 어쩌네 마네 하면서 그런 스케일 큰 이야기는 모르는 녀석이지만............."
그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채찍의 손잡이를 잡고 풀어냈다.
굵은, 그리고 마왕급 마수인 히드라의 가죽과 힘줄로 만든 질긴 채찍.
"적어도 어린 여자애를 제물로 바쳐도 튈 녀석은 아니거든? 나도 누님한테 일반적인 도덕 교육은 받아서 말이지"
"그럼 너도 죽어라"
사독의 공작이 손을 휘?
어 푸른색 액체를 뿌렸다.
전의 그 폭발성 액체.
위에서 아래로, 마치 비처럼 떨어져 내리기에 피할곳은 없다.
로르덴은 그것을 보고 채찍을 휘둘렀다.
굵은 채찍이 휘둘러지는 것과 그 풍압에 의해. 액체에 불과한 가벼운 것들은 전부 주위로 흩어지듯 뿌려진다.
콰아아앙!!!
이내 폭음이 들리고 그 한가운데 멀쩡히 서있는 로르덴과 루이넬.
자욱하게 흙먼지가 나는 것을 보고, 로르덴은 살짝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뭐야, 해볼만 하잖아?"
사독의 공작은 인상을 찌푸렸다.
상성이 않좋다.
"오, 오오, 오오오. 굉장해 엄청나! 나 의외로 강한건가?!"
"아니, 상성이 좋지 않을 뿐이지 이 빌어먹을 자식이이이이!!!!!!!!!!"
비처럼, 진짜 비처럼 하늘을 매울 엄청난 양의 폭발성 액체를 허공에 뿌리는 사독의 공작.
하지만 로르덴의 채찍질에 흩어진 뿐이다.
주변에 애꿎은 땅만 헤집고 먼지를 일으킬 뿐이다.
사독의 공작은 본래 일대 다수나 근접전 상대에게 위력을 발휘하는 실력자다.
하지만 로르덴의 무기는 채찍. 준 원거리형 상대다.
검이라도 썼다면 어쨌던 폭발성 액체가 근처까지는 가서 폭발하기에 데미지는 줄수 있지만. 채찍은 무리다.
다가가기도 전에 채찍과 그 휘둘러지는 풍압에 의해 흩어진다.
채찍의 풍압에 견디기엔 액체란것은 너무나도 가볍다.
아무리 한방울에 바위를 부수는 위력이면 뭐하는가. 맞질 않는데.
"오오, 브라보, 오오. 근데 여기까지라는게 함정이네"
아무리 준 원거리라도 채찍인 이상 그 끝부분이 닿으려면 어느정도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접근했다간 또 위험하다. 등에 루이넬을 엎고 있는 로르덴은 그것마저도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묘한 균형이란 것이다.
저쪽의 공격은 통하지 않는데. 그렇다고 이쪽이 공격할수도 없다.
이런 속터지는 상황속에서 사독의 공작은 짜증이 머리 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액체는 원래가 너무 가벼워서 문제야.
.............. 응?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사독의 공작.
그리고 그가 불길하게 씨익, 웃었다.
의외로 상성 차이로 선전하고 있던 로르덴.
등에 루이넬은 엎고서까지 저정도로 사독의 공작을 상대 할수 있다는게 신기에 가깝다.
물론 팬텀이였다면 고전하고, 상대가 다른 공작이였더라면 로르덴은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어라?"
"선물이다 쓰레기!!! 어디 한번 짖밟힌 쥐새끼마냥 죽어보시지!!!"
순간 허공으로 흩뿌려지는 대량의 보라색 액체.
로르덴은 팬텀처럼 바보가 아니다. 일단 색이 달라도 공격한다.
채찍을 휘둘러 그 풍압과 위력으로 액체를 흩어낸다.
쿵!!!
하지만 채찍이 보라색 액체에 닿는 순간 그 끝부분이 그대로 땅으로 추락했다.
채찍이란것이 무기 특성상 한곳에 무거운 무게가 집중된다면 휘두르는데 지장이 있기 마련이다.
"무슨?!"
반사적으로 위험을 느낀 로르덴이 등에 엎혀 있던 루이넬을 내던졌다.
험하게 던졌지만. 둘이 죽는것보단 나으니까.
상반신이 다 적셔질 정도로 뭍은 보라색 액체.
그리고 로르덴은 한쪽 무릎을 굽히며 쓰러졌다.
마치 집 하나를 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단련된 그의 몸과 마력으로 강화시켜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만. 삐걱삐걱거린다.
"하하하핫! 특별히 제조한 초중량 액체다! 보통 물이 1리터에 1킬로그램이라고 한다면. 그건 1리터에 5000킬로그램! 즉, 1그램에 5킬로그램이라는 거다!!!!"
온몸을 흠뻑 적실 정도니. 그 무게는 짐작할수가 없다.
로르덴은 숨마저 쉬는게 힘든듯 헉헉 거리고 있다.
몇백킬로, 혹은 천킬로그램이 넘을 무게로 짖눌리고 있는데. 멀쩡하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거다.
"어이 어이 어이! 정원의 일족 쓰레기! 어디 일어나서 다시 기어보시지! 아까의 그 허세는 어디로 갔냐!!!!"
팍! 팍! 팍! 팍!!!
어느새 다가와 로르덴의 머리를 짖밟는 사독의 공작.
다행이라면 순수하게 육체 능력만으로 밟고 있기에. 기분은 더럽더라도 일격에 머리통이 박살나진 않는다.
이내 로르덴의 얼굴은 흙과 피로 얼룩졌다.
"아..........."
나직히 중얼거리는 로르덴. 그에 사독의 공작은 비웃으며 말했다.
"뭐야 쓰레기. 유언이라도 남길 생각이냐? 마음 좋은 내가 들어주마. 말해봐"
킬킬 거리며 웃으면서 사독의 공작은 로르덴의 볼 위에 발을 올리고 담배꽁초를 짖이기는것 마냥 밟고 비벼 문질렀다.
그리고 로르덴이 말했다.
"내가 쓰러진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 븅신 새끼야"
"뭐.........?!"
"씹어 삼켜라. 『거산의 어금니』"
그리고 땅이 울렸다.
============================ 작품 후기 ============================
200화 특집에 저게 중간 보스면 최종보스는 누구냐고 물었는데요.
그냥 흉왕, 똑같습니다.
다만 진 흉왕. 길현이 조상님이 봉인한 흉왕의 핵을 찾아서 연결. 존나 짱쌘 재생력이랑 요력을 얻어서 짱 강해짐. 호구호구하지 않음.
뭐, 여기까지 네타해두고. 존나 내 머릿속엔 로드마다 스토리 구상이 다 되어 있어서. 이 다크니스 로드 정도의 소설이 몇십개는 나오는데. 내가 쓴다면 죽기전에 다 쓸수 있을까?
미래에 진짜 생각을 글로 쓰는 기계 있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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