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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197화 (197/468)
  • 197/468 회

    < --하늘을 울리는 멸룡의 날갯짓.

    -- >

    내 능력인 '변환'.

    그것으로 나는 내 몸의 잘린 부분들을 어둠으로 바꾸었다.

    육체이기에 재생이 안된다면. 육체를 초월한 무형의 무언가로 몸을 바꾸면 그만이다.

    하지만 전신을 바꾸는건 무리다.

    내 의지가 부족한게 아니라. 무언가 사이에 벽이 있다. 그렇기에 불가능.

    하지만 잘린 부분정도는 가능하다.

    나는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몸을 점검했다.

    신경은 이어졌다. 어떻게 뇌에서 명령이 내 팔까지 가는지는 모르지만.

    내 어께부분은 어둠으로 물들어 있어 일반적인 상식은 통하지 않는다.

    아니, 그냥 내 몸이 이제는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것 뿐인가. 뇌의 명령이 아닌, 내 마음대로.

    무언가 인간을 초월해 벽을 하나 넘은 느낌이다.

    이제 2차전이다.

    시그너스가 검을 뽑아 양손에 들고 나에게 달려온다.

    검이 떨리고 있는게. 공간 단절이 깃들어있다.

    녀석의 검은 지독히도 견고하고 딱딱하고, 날카로운 느낌이다.

    마치 수학공식같은 느낌이랄까.

    무언가를 죽이기 위해 '최소'의 조건을 맞추는 것.

    "씨발"

    나는 욕지기를 내뱉으며 양손에서 멸룡을 뿜어낸다.

    카가, 가가가, 각!!!!

    소리는 하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아주 조금씩이나마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걸 알수 있는 거친 소리.

    초당 수백번의 격돌로 인해 나는 소리가. 그 텀이 너무 짧아 하나로 들리는것 뿐이다.

    2미터 가까이 되는. 양손에 들고 날개마냥 펼치듯 들고 있으면 5미터가 넘을것 같다.

    그런 장검으로 연격을 날린다. 정확히는 연참(連斬).

    나도 그에 응하듯 수백번의 공격으로 하나하나 상쇄해 나간다.

    미묘한 균형. 흐트러지는 쪽이 지는 공수교환.

    문제는 내가 간신히 버틴다 뿐이지. 밀린다.

    애초에 정형화된. 그리고 경험으로 단련된 검술을 쓰는 수천년 묵은 마족과. 고작해야 20대의 인간이 마구잡이로 배운 무공의 대결. 누가 봐도 내가 불리하다.

    .............. 마구잡이?

    마구잡이? 마구잡이?

    개싸움? 도그 파이트?

    ........... 오호? 뭔가 좋은게 생각났다.

    참격과 마수가 격돌하는 연격들의 균형이 깨지고. 시그너스의 검이 팬텀의 어께를 찌른다.

    푸욱! 하고 거칠게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음?"

    시그너스는 순간 멈칫거렸다.

    검이 빠지지 않는다.

    어께의 어둠은 분명 비물질이라곤 하나. 그것뿐.

    "어둠의 밀도를 높혀서 마치 근육으로 조이는것처럼 한것 뿐이야"

    어께에 박힌 검을 개의치 않다는듯 그저 웃으며 시그너스를 보는 팬텀.

    그는 반사적으로 다른 검을 휘둘렀다.

    팬텀이 손을 들어 막지만 멸룡은 끌어올려져 있지 않다.

    파악! 하고 다이아몬드만큼 단단한 그의 손이 손바닥에서 부터 갈라져 팔꿈치 부근까지 베어져 들어간다.

    단숨에 팬텀의 팔은 절반으로 회뜨듯 잘려나간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잘려나간 부위가 어둠으로 물들고 아문다.

    그리고 다시 회복된 상태로 손이 멀쩡하게 변환.

    다만 팔꿈치 부근까지 베어내 들어가 있던 검은 그 상태로 고정된다.

    팬텀은 손을 뻗어 시그너스의 멱살을 잡고 박치기를 먹인다.

    빠악!!!!!

    투박한 소리. 그와 함께 시그너스의 뇌가 흔들린다.

    "내가 할수있는건 기술보단 힘으로 밀어붙이는 거거든?"

    어께에, 그리고 팔꿈치 부근에. 검이 박혀 있는데도 그에 상관하지 않고 싸운다.

    시그너스는 검을 놓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점프해 뛰어 오른다.

    팬텀의 머리 위에서 검을 울려 공간 단절을 만들어내고, 틀어박힌 검을 빼낸다!!

    이내 팬텀의 뒤로 이동한 그는 다시 검을 휘두른다.

    뒤에서 공격하는 기습과도 같은 일격. 시야가 닿지 않는곳의 특성상 반응이 느리다. 한다 하더라도 박기는 더욱 힘들다.

    그 순간 팬텀의 팔이 기이할 정도로 돌아 뒤에 있던 시그너스에게 펀치를 날렸다.

    "무슨?!"

    "마구잡이 싸움밖에 모르는거, 그렇다면 괴랄할 정도로 개싸움을 해보자, 하고 생각하니까. 이런게 떠오르더라"

    분명 팬텀의 어께 부위는 어둠이다. 그렇기에.......... 관절로서, 뼈가 없다.

    그냥 연결만 하고 있을뿐. 그렇다면 저렇게 괴이하게 움직이는것도 가능하다.

    180도 돌아서 꺽여진듯한 어께에 어떻게 무게를 담아 펀치를 날릴수 있는게 의문스럽지만.

    시그너스는 검을 들어 검면으로 펀치를 막고 뒤로 물러섰다.

    아니, 물러서다 멈칫거렸다.

    펀치를 날렸던 팬텀의 손이 어느새 그의 검날을 잡고 있었으니까.

    보통 저런 명검의 검날을 잡으면 손이 잘리겠지만. 팬텀의 몸은 이미 인간을 초월했다.

    다른 검을 휘두르려고 했으나, 이번에도 기이하게 돌아가 거꾸로 꺽여진 그의 팔이 검을 잡았다.

    이내 회전.

    정확히 말해서 팬텀의 어께 부분의 어둠이 돌아간거지만.

    양 손은 그대로 있은채. 몸만 기계 체조 선수처럼 돌아갔다.

    그대로 시그너스의 어께에 무릎차기를 찍어내린다.

    진짜 괴이하다. 지금의 팬텀은. 마치 레고 장난감 인형을 보는듯 하다.

    어께가 360도로 마음껏 돌아가는. 그런 인형.

    "야, 이거 봐라? 나. 허리 360도로 돌아갈수 있다?"

    "진짜 괴이한 체술이오이다.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구려"

    하기야, 무공이라도 그건 인간이 쓰는것.

    마족이라도 몇몇 특이한 마족이 아닌이상 신체구조의 영향은 거스르기 힘들다.

    하지만 팬텀은 그것을 무시한다.

    온갖 관절이 자기 맘대로 돌아가는. 말 그대로 괴물.

    .......... 관절귀신?

    "예측 불가........... 마치 그대와 딱 맞는 체술 같소이다"

    "애초에 이거 체술이기나 하냐? 정해진 형이 없는데"

    허공으로 뛰어 오른 팬텀의 허리가 돌아가며 제자리에서 옆차기를 날린다.

    검을 휘둘러 막는 시그너스.

    카가가각!!!!

    멸룡과 공간 단절의 충돌로 가뿐하게 사방의 땅이 갈라진다.

    시그너스는 양손의 검으로 십자가처럼 열 십자(十) 모양을 만든다.

    날은 물론 팬텀이 있는 바깥쪽을 향하게.

    팬텀은 그에 응하듯 손에 멸룡을 꼬아낸다.

    전에 썼던, 나선으로 올라가는 멸룡.

    "십자살해(十字殺害)"

    "나선멸룡(螺旋滅龍)"

    그리고 빛이 번쩍임과 동시에. 그들을 중심으로 땅이 지름 수킬로미터에 다다를 정도의 구덩이를 만들어냈다.

    십자의 검격은 땅에 커다란 십자가를 만들었고. 나선으로 꼬아진 멸룡은 협곡을 만들었다.

    그 일격속에서도, 두사람은 비교적 멀쩡했다.

    "큭.........."

    "만약 만전의 상태였다면, 밀리는건 소인이였을것 같소이다. 불행중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오이까?"

    "아니, 평소였어도 별 차인 없었을텐데. 그냥 체력이나 출력에서 조금 더 나은것 뿐일껄'

    두사람 다 숨을 고른다.

    한계다.

    시그너스는 몇백년을 요양해야 할 정도로 내상을 감수하고 덤비고 있고. 팬텀도 내부는 이미 엉망진창이다.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어둠으로 변환. 그와 함께 잠시간 상승한 출력으로 겨우 싸우고 있을 뿐이다.

    둘다 저렇다면.

    남은건 필살의 일격뿐.

    시그너스는 정신을 집중한다.

    공간 절단의 기본, 공간 진동.

    그것을 일으키는 방법은 이렇다.

    마력에 의지를 담아 뭉치면. 그것은 주변을 떨게 만든다.

    일정 범위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공명시키면 그것이 공간 진동이다.

    이 일검에 담는건, 순수한 마음.

    착하다거나 그런 의미가 아니다. 그저, 벤다. 그 마음을 담는다.

    그리고 공명시킨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검으로.

    작가는 글로, 화가는 그림으로, 요리사는 요리로.

    누구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듯이. 그는 검으로 자신의 마음을 나타낸다.

    일검필참(一劍必斬).

    일반 공간 진동이나 절단은, 마력을 매개로 펼치지만. 검에 담는건 오로지 마음뿐.

    그것을 자신의 영역 아래에 둔 공간과 진동시킨다.

    우우우우우우우우!!!!!

    기이한 소리와 함께 대기가 떨린다.

    그의 검이 회색으로 물들었다.

    그것을 만들기 위해 시그너스는 수명을 줄였다.

    만약 시그너스가 좀더 육체보단 정신체에 가까웠다면. 수명이 줄어드는 부담이 줄지 않았을까.

    육체를 가진 자가 마음을 검에 담는것보다. 정신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마음을 담는게 더 쉬우니까.

    팬텀의 멸룡같은 옅은 회색도 아니고. 검정과 흰색이 반반씩 섞인 회색도 아니다.

    검은색이 좀더 들어간. 짙은 회색.

    하지만 멸룡만큼 깨끗한 색.

    그걸 본 순간 팬텀은 심연의 말을 기억했다.

    시그너스가 자신의 검에 색을 발하면. 피하든 도망치든 하라고.

    그의 직감이 여태껏 느꼈던 것중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준다.

    흡사 피의 마왕과도 같은.

    하지만 팬텀은 도망치지 않는다.

    "덤벼"

    그저 간결하게 말하고 그의 앞에 섰다.

    서로의 최강의 일격을 먹인다.

    시그너스가 한자루의 검만 양손으로 잡고.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팬텀이 멸룡을 오른쪽 다리에 집중했다.

    일격에 승부를 건다.

    서로 지금의 경지에서 쓸수 있는 최강의 일격.

    "회색공명검(灰色共鳴劍)"

    "멸룡굉천익(滅龍轟天翼)"

    최강의 일격의 충돌.

    공간을 떨며 스스로의 마음의 색을 검에 공명해 현현시킨 일검.

    하늘을 떨게 만드는 멸룡의 날갯짓.

    하지만 그 여파는 생각보다 적었다.

    두사람의 모습은 뭐라고 말해야 하나,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자신의 머리 위로, 상단 베기 자세로 검을 들고 있는 시그너스.

    발을 차올려 멸룡이 담긴 발로. 유연한 발레리나 처럼 다리를 일직선이 되게 올려낸 팬텀.

    그의 발이 시그너스의 검 손잡이 부분을 막고 있어, 팬텀도, 시그너스도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다.

    팬텀은 양손을 쓸수 있지만. 거리가 닿지 않고, 지금 이 한치도 밀리지 않는 상황에서 한눈을 팔았다간 전력의 검이 내려온다.

    "둘다 삐걱거리는것 같소이다"

    "좀 그렇지?"

    으득으득, 두사람 다 몸이 한계에 올랐다.

    팬텀이 조금만 힘을 빼도 마왕을 죽이는 회색의 검이 내려오고, 시그너스가 틈만 보여도 멸룡이 날뛰며 흉폭하게 그를 집어삼킬 것이다.

    위기 일발의 상황.

    "이래서야, 정신력이 더 강한쪽이 이길것 같소이다만"

    "아니, 내가 이기는데"

    보통 이런 대치 상황일때는, 집중을 할수 있는 정신력이 큰 쪽이 이긴다.

    하지만 팬텀은 묘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이긴다는데에 한치도 의심의 여지를 가지지 않는다.

    "어째서이오이까?"

    "아아, 그게 말이지"

    팬텀은 씨익 웃었다.

    그리고 멸룡이 깃든, 시그너스의 검을 막고 있는 발을 내렸다.

    그냥 내린게 아니다. 그저. 거칠게. 광폭하게.

    시그너스의 상반신에 발차기를 먹이듯이.

    "멸룡굉천익은 사실 내려찍기 기술이거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리고 시그너스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 작품 후기 ============================

    노트북을 사니까 어쩐지 매일매일 올리고 싶어!

    하지만 무리겠지. 허나 하루쯤은 가능해!!!

    쩌는 패기의 팬텀. 그리고 이제 몸이 장난감 인형마냥 360도로 자유자제로 돌아가는 팬텀.

    이제 괴물중에서도 상 괴물이 된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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