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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192화 (192/468)
  • 192/468 회

    < --폭주하는 마왕과 다가오는 무인.

    -- >

    팬텀 스스로 마왕임을 밝히는것.

    그것은 그림자의 마왕이 노렸던 것이다.

    그가 예정했던 계획은 이렇다.

    루이넬의 과거, 혹은 일리엘을 인질로 삼아 그를 서대륙의 자신의 영지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공작위 마족의 공격으로 힘을 빼놓는다.

    팬텀이 자신이 마왕임을 대놓고 밝힌다.

    그렇게 하면 정당성을 얻은 그림자의 마왕은 마음껏 군대를 부려 그를 죽일수 있다.

    그런데 중간에 계획이 어긋났다.

    마검의 공작 시그너스는 예상했었다. 다만 중요한 시기에 폭력의 대공 가인츠가 유폐의 정원에 날뛰는 자기 동생을 막으러 가버렸다.

    그는 툭까놓고 말해서 브라콤. 동생일이라면 차라리 나중에 어떤 징계나 불이익을 받더라도 동생이 우선이다.

    이게 첫번째 변수.

    그것으로 자신이 직접 움직여 루이넬을 인파속으로 던져넣어야 했다.

    본래라면 폭력의 대공을 보내야 했지만. 그가 부재중이니. 그리고 어지간한 녀석 이상으로 보내야 하니. 딱히 쓸만한 녀석이 없으니 그런것이다.

    이게 두번째 변수.

    그림자의 마왕이 간과한것. 그건 팬텀이 인간이라는 것이다.

    무모함과 성장력. 그리고 분노에서 나오는 출력.

    그것을 계산하지 못했기에. 지금 팔 두짝이 떨어진 이모양 이꼴이다.

    이게 마지막 변수.

    뿌드득.

    그림자의 마왕은 이를 갈았다.

    지금 그는 양 팔이 없는 상태로. 자신의 마왕성으로 귀환했다.

    "죽일테다. 그 망할 자식. 죽이고 죽이고 계속 죽여서............ 재생력이 좋다고 하니 잘 안죽겠네. 하핫, 좋잖아? 아니, 지금쯤이면 계획이. 계산 계산. 계산좀 하고............ 아, 힘도 좀 부족한가, 어떻게 해야하나?"

    뭐라 뭐라, 중얼거린다.

    횡설수설. 말을 들어보면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의 동공이 탁하다.

    원래 그림자의 일족의 눈은 탁한 느낌이 든다고 하나. 지금은 너무 탁하다.

    "무서워"

    순간 그는 자신이 말해놓고도 흠칫거렸다.

    지금 뭐라고?

    마왕인 자신이 무섭다, 라고 말한건가?

    그 압도적인 무력. 거기에 이상한 심연의 악의.

    그리고 여태껏 한평생을 살아오면서 반쪽이나 다름없던 그림자가 그를 따르지 않았다.

    마왕이 될때까지 힘이 되주었던 그림자. 그런 동반자나 다름없던것이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힘, 힘, 힘이 필요해. 하지만 어디서............ 귀계의 마왕 그녀석에게 부탁하기엔. 시간이랑 위험부담이 너무 커"

    "마, 마왕님?"

    순간 그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름이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백작위 마족인 남자다.

    간간히 볼일 있는 마족이 들르는 마왕성. 그렇기에 고위 마족도 보인다.

    그는 지금 양 팔이 없는 그림자의 마왕을 보고 놀라있다.

    씨익.

    그림자의 마왕이 웃었다.

    힘, 발견.

    기이하게 벌어진 입이 기분나쁘게 일그러지듯 웃는다.

    양 팔이 없다곤 하나. 상관없다. 그는 그림자로 마왕이 된거지. 육체능력으로 마왕이 된게 아니니까.

    그림자만 있다면 그의 무력은 마왕이다.

    순간 그림자에서 울컥거리며 솟아난 작살들이. 백작위 마족에게 쏘아졌다.

    그리고 그의 복부에 박히고. 내장을 헤집는다.

    갑작스런 기습. 설마 마왕이 자신을 공격할줄은. 그리고 알았더라도 반격은 못했을 것이다.

    상대는 마왕이니까.

    "컥?! 마...... 왕............. 님?!?!"

    단숨에 내장을 뜯고 양 팔과 다리, 그리고 목을 절단해 죽인다.

    그리고.

    그 피로 물든 잔해속에서. 검은색의 작은 구슬같은것을 조심스럽게. 그림자로 팔을 만들어 들어올린다.

    하트.

    마족의 능력과 마력을 담은 정수.

    백작위 정도의 고위 마족이라면. 능력을 부여해줄수 있다.

    남작위나 자작위는 마력 보충정도로 쓸까.

    그는 남은 시체의 잔해를 그림자속에 처넣고. 아무일 없다는듯 이동했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직통 회선으로 명령했다.

    "지금 당장. 내 영지의 전 작위 마족들에게 소집령을 내려"

    지금으로부터 한 500년전이라고 해야 할까.

    당시 마계는 그럭저럭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100년 뒤엔 반역의 시기가 일어나지만. 중재자인 피의 일족 덕분에 어느정도 완화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고 할까.

    그렇기 때문에 간간히 작은. 영지간의 다툼은 있어도 마왕간의 전쟁은 없는 비교적 평화로운 시기였다.

    하지만 그 시기는. 호전적인 마족에겐 쥐약이였던 때다.

    ".......... 심심해"

    당시 젊었던 마검의 공작 시그너스.

    본인의 재능과 노력으로 그때에도 공작위 정도의 무력을 얻었던 그다.

    하지만 작위를 얻고 난 후. 거치적거리는 명분이니, 파벌이니 하는것 때문에 마음껏 싸우지 못하는게 한이였다.

    고로 잉여란 소리.

    "심심한데. 어디 실컷 싸워볼만한 녀석 어디 없으려나?"

    뒹굴뒹굴, 잉여롭게 침대를 구르며 무언가를 보고 있는 시그너스.

    뒤적이는 당시대의 강자 목록이다.

    그림자의 마왕에게서 받아온것이라 신뢰도는 확실. 되도록 싸워도 큰 뒤탈 없을 강자랑 싸워보기 위해 특별히 부탁한 것이다.

    "어라?"

    그중에서 탐나는 정보를 발견했다.

    [인간으로 추정되는 강자를 발견. 현재 그녀는 마계에 떨어진 드래곤과 함께 다니고 있으며. 덤비는 마족을 전부 죽이거나 제압할 정도의 강자]

    "인간이라고?"

    인간이란 중간계의 종족.

    그렇기 때문에 마계에서 보는건 보기 드물다.

    기껏해야 계약으로 잠시 보는 정도가 전부일까? 하지만 공작인 자신을 불러올 정도의 역량을 가진 인간은 기껏해야 수만년에 한번쯤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시그너스는 인간은 한번도 본적이 없다.

    인간에 대한 호기심 반. 강자에 대한 호승심 반의 감정을 가지고 시그너스는 외출했다.

    "사, 살려..........."

    당시 500년전은 슬레이온은 반쯤 기듯이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온몸이 늘어진게. 아무리 폴리모프한 상태의 몸이 일반 인간을 한참 넘어설 정도로 스펙이 좋더라도. 그 이상의 격렬한 운동 및 수련으로는 견딜수 없는 모양이다.

    "폴리모프란거. 참으로 편하군. 한계.......... 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몸은 인간이랑 완전히 같게 만들어 졌으니. 굴ㄹ....... 아니, 수련시킬 맛이 나"

    "너, 지금 방금 굴린다고 했지! 그렇지!!!"

    끄어어어, 하고 기묘한 소리를 내며 슬레이온이 기절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용하연은 조금 쉬게 해줄까, 하고 생각하고 대검을 거뒀다.

    "어이, 늑대. 오늘 점심은?"

    "제기랄! 내가 어째서 이런 인간 여자한테 잔심부름이나 받고 있는거지?!"

    "일하지 않는자. 먹지도 말라. 그래도 먹은자. 굴려라. 그게 내 신조다"

    "너도 일 안하잖아!!!!"

    "난 슬레이온을 굴ㄹ........... 아니, 수련시키고 있지 않나?"

    "너 방금 굴린다 그랬어! 그랬다고!!!!"

    은발에 준수한 외모를 가진. 그리고 개의 꼬리와 귀를 가진 마족이다.

    만월의 일족.

    카르덴과 팬릴의 아버지인 500년전의 래들럿 풀문 웨어울프 로드다.

    당시에는 용하연, 슬레이온, 래들럿. 이렇게 3명이서 마계를 활보하고 다녀서 어지간한 마족이 아니고서야 덤비지 않았다.

    "제기랄! 나보다 약했어도 어떻게든............"

    "때려 눕혀서 덮치려고?"

    "아냐! 그리고 늑대는 한 여자만 바라본다고!!!!"

    "오!"

    "왜 니년이 좋아하는데에에에에에에!!!!!!!"

    ............... 항상 이런 분위기다.

    그래도 그럭저럭 화목한 분위기고. 간간히 덤벼오는 마족이야 그들로도 충분히 상대가 가능하다.

    ".......... 오랜만에 손님인가?"

    "하아?"

    순간 느껴지는 투기.

    살기는 아니다. 죽이기 위한것이 아니라. 싸우기 위한 투기다.

    상대의 목적은 싸움.

    용하연은 대검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렬한 투기를 뿜어내며 다가오는 남자가 있다.

    그의 손에는 검 한자루가 들려있고.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용하연을 주시하고 있다.

    "네가 그 인간이야?"

    뭐라고 말해야 할까. 그 다음은 다 예상한 것이였다.

    이름만 밝히고, 목적은 알고 있으니 서로 검을 휘둘러 싸웠다.

    한 20분 가량 싸웠을까. 아, 사실 그 둘의 경지쯤 된다면 20분도 몇시간을 싸운듯한 느낌일 것이다.

    아니, 아무튼 결론을 말하자면.

    속된말로 발렸다. 시그너스가.

    "아?"

    그는 너덜너덜해진 옷과, 간간히 피가 새어나오는 몸. 하지만 치명상은 없다.

    잘 치료만 한다면 다 나을 것이다.

    "후우, 좀 버겁군. 역시 나도 세월은 이길수 없다는 건가?"

    노인네 한탄을 하며 허리를 두드리는 용하연이였지만. 의외로 그녀의 몸에 부상은 적었다.

    기껏해야 어께에 조금 상처를 입은 정도일까.

    "............ 강하네. 인간인데"

    "인간이라 강한거겠지.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대니까"

    자리에 털석, 주저앉아 한숨 돌리는 용하연.

    그 사이에 정신을 차린 슬레이온이나 관전하고 있던 래들럿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아, 용 대가리. 그 마법인가 뭔가로 치료하는거. 불가능한건가?"

    "못한다고 몇번은 말하나. 마력을 몸에 쌓고 무공을 익히면. 기본적으로 마나로 마법을 쓰는 드래곤은 더 이상 마법을 쓰지 못한다고. 지금 난 아예 드래곤 하트의 내용물이 마력으로 바뀌였다만?"

    "그럼 폴리모프란건? 그것도 마법 아니였나?"

    "폴리모프는 10서클이지만. 드래곤이 500살부터 쓸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마법이야. 그렇기에 정확히 말해서 마법 부류에 들어가진 않아"

    "요컨데 둔갑이라는 건가? 사실 넌 구미호라던가. 그런거 아냐?"

    "난 드래곤이다!!!!"

    살짝 얼빠진 얼굴로 두사람의 대화를 보고 있는 시그너스.

    뭐랄까. 강자인데. 자신 이상의 강자인데도. 여유로움과 자유가 느껴진다.

    "아, 그리고 너. 시그너스라고 했나?"

    "어? 응"

    문득 다시 이름을 물어오는 용하연의 물음에 시그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재능도, 검도, 기술도, 힘도, 전부 받쳐주는군. 역시 마족이라는 건가?"

    "아, 칭찬 고마워"

    "하지만 절제가 부족해. 젊어서 혈기가 넘치는건지. 그것을 제대로 다룰줄 몰라"

    "다룰줄........ 모른다고?"

    시그너스는 검의 일족이다.

    태어날때부터 검과 함께하고. 그 검을 이해하는데 탁월한 종족.

    "넌, 검을 뭐라고 생각하는거지?"

    "검을?"

    시그너스는 생각했다.

    검이란, 무엇일까.

    .................. 모르겠다.

    시그너스는 평생을 검과 함께 해왔는데도. 검이 무엇인지. 그것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는것에 놀랐다.

    "당신은........... 검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

    "응? 당연하지 않나?"

    망설임 없이 말하는 용하연.

    "검이란 그저, 죽이기 위한 것이지"

    "죽인........ 다고?"

    "그래, 아무리 미사여구와 누구를 지키는 검이네 마네. 하면서 허세를 부려도. 검이란 누군가를 해하고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지. 그건 틀리지 않아"

    검은 오래전부터, 금속의 발견 이후 누군가를 해하기 위해 날카롭게 벼려 만든것이다.

    그렇기에. 무슨 말을 하더라도. 검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존재한다.

    "죽이기 위한 검. 그것의 진의. 뭐, 그래봐야 그것에 가까운 사람은. 나도 아니고 막내 사제 정도일까. 천살성을 타고났으니까"

    "뭐라고?"

    "아니, 그냥 혼잣말이다"

    가볍게 웃으며 미소를 짓는 용하연.

    그때였을까.

    시그너스는 아마 그때 이후로 절제와 공간 진동같은 많은 것을 배웠던것 같다.

    그리고.

    "저랑 결혼해주세요"

    "뭐?"

    사랑도 배웠다.

    "그때는 소인이 너무 젊었던것 같소이다. 요컨데, 젊었을때의 불장난이랄까"

    후후, 하고 웃으며 그는 눈앞의 검을 보았다.

    500년전.

    용하연과 싸운 이후. 깨달음을 얻고 만든 검.

    두자루의. 마계에선 보기 드문 검이다.

    명검중에서도 최상. 하지만 그 형태가 일반적인 것과 다르다.

    보통 마계의 검은. 중세시대의 검과 그리 다르지 않다. 갑옷을 입은 상대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 날은 덜 서있고 조금은 두터운 느낌의 검.

    하지만 그의 눈앞에 있는 검은 다르다.

    검폭은 기껏해야 손가락 두마디 정도. 하지만 길이는 손잡이 까지 합쳐서 거의 2미터에 다다른다.

    흡사 라미네스의 장검과 같은 길이.

    하지만 장식은 없다.

    그 흔한 가드. 그러니까 검의 손잡이 위에. 손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장식조차 없는. 두자루의 검.

    정확히 보자면 검의 종류는 도(刀)다. 날이 한쪽에만 서 있으니까.

    그것이 검집에 넣어져 얌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죽이기 위한 검. 그렇다면............."

    무언가를 죽이는데 필요한건 여러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을 죽인다고 치면. 그에 맞는 힘과 기술이 있어야 한다.

    드래곤을 죽인다고 하면. 그 단단한 비늘과. 마법을 깨부술. 검기(劍技)와 능력이 필요하다.

    일검(一劍)에. 한번 휘두르는 검에. 그 모든 조건을 담는것.

    반대로 말하자면.

    조건만 갇춰진다면. 그 어떤것이든 죽일수 있는 검.

    오로지 죽이기 위한 검.

    살해검기(殺害劍技).

    시그너스는 두자루의 검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갈 시간이다.

    ============================ 작품 후기 ============================

    시그너스 이새끼 좆 쌥니다. 겸손해서 공작에서 머무르는 거지. 사실 마왕 해먹어도 됨.

    문제는 지금 존나 그림자의 마왕이 열폭하면서 자기 휘하 애새끼들 처묵고 있고. 이놈은 상황파악 못하고 팬텀이랑 싸우려 들고 있고.

    아이고, 팬텀 존나 굴림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림자의 마왕 이새끼가 작위급 마족 하트 전부 처묵처묵하면 마력 방출로 영지 하나는 그냥 날려버릴듯. 미친새끼.

    아, 맞다. 그리고 떡밥 하나.

    "귀계의 마왕 그녀석에게 부탁하기엔. 시간이랑 위험부담이 너무 커"

    그림자의 마왕은 왜 이렇게 말했을까요. 떡밥떡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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