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180화 (180/468)

180/468 회

< --배신당한 믿음.

-- >

눈을 떴다.

마계의 하늘이 보인다.

두개의 달이 떠있어. 지금 시간은 밤이란건 알려준다.

붉은색 달과 푸른색의 달.

............... 언제나 보는거지만. 저걸 볼때마다 이곳이 마계라는게 실감이 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폭주 이후로, 어둠에 대한 컨트롤이 부족해졌는지. 잔디 위에 가만히 누워있는 루이넬이 보인다.

시간이 꽤나 지났기에. 몸의 상처도 어느정도 회복된것 같으나. 아직 흉터가 남아있다.

그녀의 재생력으로는 금방 회복될테지만. 그 흉터를 보니 어쩐지 마음이 아프다.

어째서?

왜?

루이넬이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거지?

나는 손을 들어 조심스래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었다.

피가 말라붙어 끈적끈적 거리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녀의 눈꺼풀이 떨리며 살며시 눈을 뜬다.

"일어났어?"

"............. 응"

부스스하게 상반신을 일으켜 세우며 루이넬이 일어난다.

몸이 아플텐데. 그냥 누워있지.

"왜 울고있어, 팬텀?"

"엉? 뭐가?"

내가 운다고?

나는 손을 들어 눈쪽에 가져다 대었다.

흘러내릴 정도는 아니지만. 눈가에서 물기가 느껴지는게. 확실히 울고 있기는 하다.

............. 왜일까.

"루이넬"

"........... 응"

나는 심호흡을 하고, 그녀에게 물었다.

조심스럽게, 기껏해야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큰일을 격은 루이넬에게 묻기엔 조금 그렇지만.

"말해줘. 400년전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400년전. 당시 루이넬의 나이는 고작해야 약 600살 정도였다.

그때의 루이넬은 순수했다.

고생같은건 모르는, 기껏해야 아버지와 따라다녀서 조금 어른스러운 소녀.

당시 루이넬의 아버지는 뱀파이어 로드. 그렇기에 그 바로 아래의 직계인 루이넬은 거의 일국의 공주 대접을 받았다.

거기에 그때의 뱀파이어 가문의 행로도 한몫했다.

800년전에 대마왕이 행방불명 ?

으니. 반역의 시기가 일어날때까지 400년간은 별탈없이 조용한 마계였다는 소리다.

팬텀이 처음 만난 마족인 불사의 마왕은 물론, 폭풍의 마왕, 괴력의 마왕, 흑야의 마왕, 빙염의 마왕, 귀계의 마왕, 시간의 마왕, 그림자의 마왕까지. 전원 군림하고 있던 시대.

얼추 균형이 맞아 딱히 분쟁은 없었다.

하지만 구심점의 부재는 큰일. 조금씩 균형이 깨져나가며 전쟁이 일어날 기미가 보였는데. 그걸 방지했던것이 당시 루이넬의 아버지.

뱀파이어 로드.

물론 중재자란 일이 그리 쉬운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회색. 이쪽도 저쪽도 아닌것.

중간에 있다면 그 어느쪽에도 들어가지 않고, 공격받지도 않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 어느쪽에서도 공격받을수 있다는 소리다.

칼같은 중재로 양쪽다 만족할만한 결과는 낼수 없기에. 하면 할수록 쌓이는건 원한이였다.

다만 중재자란것이. 함부로 시비를 걸수 있는것이 아니기에 참고 있을 뿐이였다.

명분이 없다.

그래, 명분만 있다면...............

중재자란 것은 상당히 바쁜 직업이다.

어디선가 또 전쟁의 기미가 보이면. 그에 걸맞는 사람이 가야 하기 때문.

예를 들어 마왕간의 시비가 붙으면, 적어도 뱀파이어 로드가 직접 가서 중재를 서야하는. 흔히 말해서 수준 맞추기다.

루이넬도 직계로서, 언젠가 로드가 되어 그의 일을 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를 따라가는 일이 많다.

인맥 만들기. 만약 루이넬이 중재자로서의 길을 가지 않아도. 인맥을 만드는건 그리 나쁜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녀가 불사의 마왕의 성을 비롯한, 흑야의 마왕의 성과, 귀계의 마왕의 성을 방문했었다는 발언도. 들어 맞는다.

"아, 루이넬님!!! 또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

"미안! 아무리 책을 좋아해도 하루종일 읽는건 싫어서!!!"

얍! 하는 기합과 함께 소녀가 달려 누군가에서 도망친다.

정갈한 복장의 남자, 아마도 가정교사인듯 싶다.

붉은색의 간편한 드레스를 입은 소녀는, 루이넬.

400년전의. 지금처럼 어른스럽고 세상 만사 다 알고 있듯 찌든 소녀가 아닌. 그 나이대의 순수한 소녀다.

활기차고 밝은,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소녀.

가정교사를 피해 도망간 소녀 루이넬은 로드의 혈족들만 들어올수 있는 정원으로 도망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수 있었다.

주변에 마왕성의 정원과 맞먹을 정도로 화려하고 희귀한 꽃들이 피어있는 정원. 그곳에는 오로지 로드의 혈족만 들어올수 있다.

어려도 로드의 직계인 루이넬이라 언제나 도망칠때 자주 들어오는 곳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항상 바쁘고, 이곳에 들어올만한 혈족들도 전부 이런 정원에 올 여유는 없는지라. 그곳은 그녀만의 공간이다.

그런데, 드물게도. 그 정원에 선객이 와 있다.

"아, 삼촌!!!"

"루이넬이구나"

루이넬의 아버지의 남동생. 즉 삼촌이다.

그도 일단 로드의 혈족이니. 이 정원에 들어올수 있다만. 로드의 형제로서 바쁜 그가 어째서 정원에 있는지는 의문.

그래도 일은 해야한다고 생각하는지. 그의 손에 서류가 들려있다.

그는 한손으로 루이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또 가정교사한테서 도망쳐 온거냐"

"응, 하지만 나도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건 싫은걸"

"지금 공부를 해둬야 나중에 로드직을 이어서 일족을 이끌수 있지"

"우우우, 그치만..........."

볼을 부풀리며 복어마냥 귀엽게 찡그린 루이넬을 보고 웃는 그.

그는 서류를 뒤적거리다 아, 하고 가볍게 중얼거린다.

"왜 그래, 삼촌?"

"아니, 이거. 지난번의 불사의 마왕과 빙염의 마왕간의 영토분쟁관련 서류인데. 형의 인장이 필요해서"

"어? 아빠는 지금 외출중인데"

공교롭게도 로드는 외출중. 인장은 로드의 방에 있다.

게다가 인장은 로드 직계만 쓸수 있게 되어 있어서. 아무리 로드의 형제지간인 그라도. 함부로 인장을 건들순 없다.

그래, 직계인 루이넬이라면. 가능하겠지.

"아빠가 오면 도장 찍어달라고 하면 되잖아"

"일단 상대가 두명의 마왕이니까. 신속한 처리가 중요하거든"

"그러면 내가 가져올까?"

순수한 소녀를 그렇게 말했다.

어린아이로서. 어른이 무언가 필요할때 심부름을 하고 칭찬을 받고 싶어하는게 본능이다.

마족 소녀도 다르지 않다.

눈을 반짝이며. 루이넬은 언제든 심부름을 시켜달라고 얼굴로 말하고 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본, 그는 웃었다.

"그럼, 부탁해볼까"

전쟁의 시작은 단순하다.

작은 불이 큰 불이 되듯, 불씨가 튀겨 어딘가에 옮겨 붙기만 해도 점점 커져서 그것이 집 하나를 통째로 삼킬 화마가 된다.

이것도 비슷하다.

고작해야 한 작은 영지의 영토 분쟁이다.

그 땅이 어느곳의 영지냐, 하는.

애매하게 걸쳐져 있긴 하지만. 영지의 절반 이상이 빙염의 마왕의 영역으로 넘어가 있다.

그런데.

어째서 중재자가 불사의 마왕의 영지라고 공표했을까?

왜 그 서류에 로드의 인장이 찍혀서 보증되어 있을까.

그에 빙염의 마왕은 화를 냈고. 이의를 재기했다.

서둘러 그 사건은 해결되었다곤 하나. 그 여파는 잠들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커졌다.

불공정한 중재로. 마계가 들썩이며 떠들었다.

사실 중재자의 일은, 공정하지 않은게 아닐까?

애초부터 몇몇 불공정한 사례는 있지만. 그건 그때의 상황이 그런것이고. 양측도 어느정도 만족하기에 나온 결론이였다.

하지만 이처럼 그 신뢰가 무너진다면.

로드가 서대륙, 동대륙 가리지 않고 간섭하여 해결된 사건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건 불공평해.

그로인해 분쟁이 한꺼번에 터졌고. 서로 복잡하게 얽힌 원한들로 인해 싸우기 시작했다.

물론,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 원한이 향한 첫번째 대상은. 피의 일족들이다.

"............. 그렇게 된거야"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아니, 이해가 되지 않는건 아니다. 다만. 생각할게 좀 많기에.

루이넬이 실수로 가져다준 인장의 행방. 그것으로 인해 전쟁이 벌어졌다, 라.

"전쟁이 끝나고. 내가 그 원흉이라는 소문이 돌았어. 그래서............ 마수의 숲에서 은거하듯 숨어있었던 거고"

어째서 소문이 돌았을까.

머릿속에서 복잡한 상념이 끌어내진다.

내가 알고 있던 정보들이 휘몰아친다.

루이넬과 꼭 닮았던 피의 마왕.

어째선지 퍼진, 소문. 즉 정보.

정보에 능한 그림자의 마왕.

이것을 모두 계획할만한 녀석.

라인하르트 아저씨가. 불사의 마왕인 라인하르트 아저씨가. 주 공격 수단은 마법인데. 그 마법이 통하지 않을 정도의 육체를 가진 살육의 마왕이. '우연히' 8명의 마왕중에서 그를 찾아갈 확률은?

고양이를 닮았기에. 하루의 절반 가까히 수면을 취하는 흑야의 마왕이. 꿈속에선 마왕과 대등한 힘을 발휘하는 유혹의 마왕이 '우연히' 그와 싸울 확률은?

내 머리는 나쁘지만. 이걸로 나오는 결론이 있다.

루이넬은 이렇게 만든 녀석. 그건 3명의 마왕.

그림자의 마왕. 귀계의 마왕. 피의 마왕.

어째선진 몰라도. 녀석들이 진짜 원흉이다.

루이넬은 그저 속았을 뿐이다.

............... 아, 그러니 라시드가 말했던. 그저 속았다, 란 말을 이제야 이해할수 있을것 같다.

결론이 나왔다.

루이넬은 400년전의 반역의 시기의 원흉이 아니다. 그녀도 피해자일 뿐이다.

원흉은 그 3명.

그리고.

"우선 그 개자식을 죽인다"

그림자의 마왕. 그놈부터 족친다.

============================ 작품 후기 ============================

결론 : 루이넬이 보증 잘못섰음.

솔직히 삼촌인데 저런 부탁하면 심부름 했다고 생각하지 배신 당할거라곤 생각 안하죠.

월요일은 도서관 휴관이라 오늘 올림.

흐규흐규 루이넬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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