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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179화 (179/468)
  • 179/468 회

    < --바보.

    -- >

    무슨일을 저질렀는지. 그 이후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충격적인 사실을 들어서 그런건가. 날뛴것 같았다.

    도시 전체를 날린건 아니나. 3분지 1정도의 넓이의 땅을 갈아엎고 뒤집어 그 안에 있던 마족들을 전부 죽였다.

    죽였다.

    예전에는 사람 하나 죽이는것도 벌벌 떨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필요없는 살인은 하지 않도록 자제하던 나다.

    그런데, 단숨에 수천명을 학살했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합리적인 사고가 되지 않는다.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머릿속에 1 + 1이란 식이 들어가면. 계산을 거쳐서 2라는 답이 나와야 하는데. 중간에 지직거리며 무언가 나가지 않는다.

    무언가 꿈틀거리며 내 생각을 막는다.

    왜일까.

    "안녕?"

    낄낄 거리는 웃음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주변에는 오직 어둠뿐.

    여기는 심연이다.

    어느새 여기로 온거지? 이곳에 오려면 분명 잠을 잔다거나 정신을 잃어야 하는데?

    ................ 나도 모르게 정신을 잃은건가? 그게 설득력이 있는데?

    "심연은 어디갔어? 넌 누구고?"

    "글쎄, 심연은 잠시 부재중. 대신에 내가 온거지"

    예전에 처음만난 심연처럼. 물컹한 느낌의 어둠이 그저 사람의 형상을 이루고 있는 그것.

    다만 좀 다른게 있다면. 그녀석은 눈 부분이 붉은색 안광으로 되어 있고. 입부분은 키핑 가위로 잘라놓은듯 삐쭉삐쭉 거칠게 나있다는 것이다.

    씹히면 아프겠다.

    "대신? 뭐 하려고 대신씩이나?"

    "글쎄, 그건 나중에 치고. 우선 대화를 해보자. 뭐, 나야 치고 박고 하는걸 더 좋아하지만"

    녀석은 내 앞에 앉는다.

    그리고 눈을 마주친다.

    "너 남자냐 여자냐?"

    "글쎄"

    "남자새끼라면, 이렇게 눈마주치는건 어째 기분이 더러운데"

    "나도 마찬가지다 병신아"

    비웃는건지 녀석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봐야 그 특유의 뾰족거리는 입에 별로 웃는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지 너는?"

    "앞으로라니?"

    "잊은거냐? 루이넬, 그 애를 어떻게 할지 묻는거다"

    .................. 아.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다.

    분명 나는 루이넬이 400년전의 반역의 시기를 일으킨 원흉이란 소리를 듣고 날뛰었지.

    400년전의 그 일로 마계는 난전이 벌어지고. 서로를 믿을수 없는 춘추 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다고 한다.

    그로인해 죽은 마족도 다수.

    루이넬로 인해. 수십만, 혹은 수백만에 다다를지도 모르는 생명이 사라졌다.

    "구할 생각이냐?"

    "응, 일단 몰라도 사정을 들어보고.............."

    "사정? 지랄마라. 그건 니 몽정할때 쓰는 말이고"

    "뭐 이 새끼야?"

    이자식 봐라. 사람 긁는게 그림자의 마왕이랑 비슷한데?

    그렇다고 그 개자식은 아닌것 같은데.

    "뭔짓을 했던. 속았던 뭘 했던간에. 그 애가 일의 원흉이란건 변하지 않아"

    "야, 말을 그따구로 하고 싶냐?"

    "그래서, 내 말이 거짓이라고?"

    .............. 그건 아니다.

    인정하긴 싫지만............. 루이넬이 반역의 시기의 원흉이라는건 맞다.

    예전부터 느껴온 루이넬의 반응. 그리고 라시드의 아버지인 흑야의 마왕을 죽였다는것.

    모든것이 딱딱 들어 맞는다.

    "죄를 지었다면, 그 죗값을 치르는게 맞는 일이야. 그렇지 않아?"

    "..............."

    "하지만 넌 그 애를 책임질 필요 없어. 그저, 버려. 그뿐이야. 어차피 둘이 책임질만한 짓은 하지 않았잖아?"

    녀석의 목소리가 나를 유혹한다.

    어째선지, 그 말에 반박을 할수가 없다.

    아니, 반박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하지만, 무언가. 무언가가............

    "괜히 고생할 필요는 없잖아? 어차피 그 애를 버린다면. 편해질수 있어. 안그래?"

    "아............"

    "그림자의 마왕. 그 개자식이 한 일이라면. 분명 그녀를 죽이려고 수만명은 가뿐히 넘을 마족들이 그녀를 죽이려고 들꺼야. 400년간 쌓인 그 증오와 분노, 그리고 원한. 그것을 견뎌낼 자신이 있어?"

    얼마가 될지 모를 증오.

    내가 루이넬의 앞에 서서 그녀를 지켜준다면. 나는 그 증오를 짊어져야 한다.

    심연의 악의도 그렇지만. 그건 그저 꼼수로 약식 형식으로 악의를 내 몸으로 받아낸것 뿐이다.

    하지만.

    400년간 쌓인 마계 절반 이상에 달하는 마족들의 원한.

    내가, 그걸 감당할 자신이 있을까?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명언을 말하며 녀석이 유혹한다.

    어째서 난 저 말에 반항할수 없을까.

    그건................

    쿠직!!!!

    "윽?"

    "알았다"

    나는 녀석의 목을 움켜쥐었다.

    내가 녀석의 말에 반항할수 없는 이유.

    그것은.

    "넌 나구나. 그렇지?"

    "하, 들켰나?"

    "어쩐지 성격이 비슷하지만 좀 비틀렸다 싶었더니"

    저 어둠은, 나다.

    정확히 말해서, 내 마음의 어둠.

    예를 들어, 눈앞에 지갑이 떨어져 있을때. 그것을 주워서 경찰서에 가져다 줄까 생각하는게 나라면. 녀석은 그저 가져가자, 하고 생각하는 쪽이다.

    문제는 어떻게 녀석이 있냐는것.

    설마 내 중2병이 각성해서 이중인격이 생긴건 아닐테고.

    고작해야 내 마음속에서 고민하게 만들뿐인 것이. 어째서 내 앞에 형상을 이루고 있냐는 것이다.

    "어떻게 내가 너의 앞에 있나, 이게 궁금한거지 지금?"

    "어떻게 알았냐?"

    "난 너니까. 네 생각정돈 알아. 하지만 결론은 전부 부정적인 쪽이지. 다르게 말해서 텐션이 좀 높다는 걸까?"

    낄낄 거리며 녀석이 자신의 얼굴을 움켜쥔다.

    그 붉은 안광과 삐쭉삐쭉 거리는 입에 가져다댄 손.

    그리고 뜯는다.

    찌익, 하는 효과음은 나지 않았지만. 거칠게 뜯어져 완전히 뜯어지지는 않았지만. 얼굴 한쪽, 그러니까 3분지 1정도가 드러났다.

    눈과 볼. 그리고 약간의 머리카락.

    그건 확실히 내 얼굴이였다.

    "너, 날뛰기 전에 어둠에 잠식?

    지?"

    "............ 응"

    "그것 때문이지. 평소라면 그저 네 안에서 너의 심적 갈등정도나 이끌어낼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욕망에 불과할 뿐이지만. 네놈의 마음까지 침범당한 어둠이, 나에게 자율 의지를 부여해서 말이야"

    그거 때문인가?!

    "어둠을 그저 추악한 욕망 덩어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마. 그것도 스스로 생각이 있어. 다만 할수 있는 일은 적지. 기껏해야 침식해서 동료를 늘리거나 하는일 뿐일까?"

    "침식.......... 한다고?"

    "그것 말고도 누군가를 받아들이고 자신을 맞길때. 다수결의 원칙 비슷하게 의견을 모은다만. 그건 고작해야 수조억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거고"

    "너, 의외로 아는게 많은것 같은데"

    "하, 일단 너의 욕망이니까. 네가 알고 있는것은 물론. 어둠에서 받은 약간의 지식이 있으니까"

    요컨데, 요놈은 비틀려진 나와 같다는 거다.

    이성보단 본능이 충실한.

    그러니까.

    아까 녀석이 한 말은, 내 본심이란 소리다.

    .............. 아, 씨발. 갑자기 인정하기가 싫다.

    루이넬을 포기하고 버리라는게. 내 본심이라고? 지금 장난하냐?

    아니, 장난이라도 이렇게 질나쁜 장난이 어디있어?

    "솔직히 맞는말이진 않아? 루이넬을 포기하면, 넌 편해질수 있어. 고생도 하지 않고, 편하게 살수 있어"

    "야, 지랄 마라. 루이넬은 내.........."

    "뭔데? 고작해야 몸을 바라는거 아냐? 기껏해야 본능적인 번식욕구 뿐이지. 안그래?"

    "........... 너무 직설적인데. 너"

    내 마음에 이렇게 직설적인 면모가 있는건가?

    "난 고작 루이넬의 몸을 바라는게 아니야. 난 루이넬을 사랑해"

    "사랑이란게 뭔지나 알고 하는 말이냐?"

    "뭐 이 새끼야?"

    "사랑은 그저 인간의 감정. 한낱 아껴주는. 자신의 물건에 대한 애정이 좀더 성장한거에 불과해. 그런 감정따위. 버려도 상관없지 않아?"

    ........... 아.

    그걸 듣고 생각난게 있다.

    "넌 그냥 미친놈이구나!!!!"

    "뭐?!"

    단숨에 녀석의 머리를 잡고 내리고, 무릎을 차올려 녀석의 얼굴에 무릎킥을 먹인다.

    데미지가 들어갈까 싶었지만. 빠악! 하는 소리와 함께 의외로 찰진 소리가 난다.

    "중2병이구나. 내가 중학교 2학년때 폭주했던 그 중2병이구나! 이 미친새끼, 내 흑역사를 처부숴주겠어!!!!"

    "컥?! 아니, 야! 크헉?! 자, 잠깐?! 악!!!!!"

    팬다!

    팬다! 전력으로 팬다!!!

    "난 네놈이 죽을때까지 패는걸 멈추지 않겠어!!!!"

    "그만해 이 새, 컥?!?!? 그리고 죽을때까지?!"

    그리고 한동안 패버렸다.

    죽을때까진 못패는것 같더라.

    이놈이 말하길. 자신은 내 욕망이기에. 내가 완전히 도를 닦아 수도승이 되어 열반에 들어갈 정도가 아니면 사라지지 않는다고.

    게다가 어둠에 의해 어느정도 자립이 되어 내가 죽어도 일단 존재할수는 있다고.

    뭐야 이 바퀴벌레는.

    "바퀴벌레는 너지. 여태까지 짖이겨져도 살아나는게 누군데?"

    "오, 나네"

    "아무튼,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거지. 네놈은?"

    "그래"

    루이넬을 포기하지 않는다.

    구원할 것이다. 그녀를.

    "진심............. 은 아니지. 사람들은 항상 위선자니까. 너도 알다시피, 나를 보면 아니까"

    "그게 뭔 소리........... 아, 그렇구나"

    녀석이 루이넬을 포기하라는것. 그건 내 마음의 한쪽이다.

    다만 루이넬을 구해야겠다는 마음이 압도적으로 우세할 뿐이지. 아예 루이넬을 포기한다는 마음이 없는건 아니다.

    ............. 아, 어쩐지 짜증난다.

    인간이란 이런걸까? 딱딱 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마음속에서 고민을 하고 우왕좌왕. 유우부단 하는게.

    "그녀를 구하고 싶거든. 힘을 얻고 싶거든. 도와주마. 나"

    "넌 원래 내 욕망 아니냐? 근데 갑자기 찬성이야?"

    "욕망이란게 부정적인 종류만 있는게 아니니까. 어둠이 침식되어 만들어졌을지언정. 적어도 기 기초는 너의 마음이니까. 루이넬을 구하겠다는 너의 마음도 욕망의 한조각이거든"

    "짜식, 의외로 좋은 놈이였구나"

    나는 녀석의 어께를 툭툭, 쳐주며 친근감을 표했다.

    "초심을 잊지 마. 그걸 기억해라"

    "초심? 루이넬을 구하는거?"

    "그거 말고, 드래곤 말이다"

    .............. 아.

    내 처음의. 기껏해야 열댓살이였을때의 초심.

    드래곤을 죽인다.

    "그때의 너의 증오는, 버리기엔 아깝지. 마치 가공하면 몇십배는 비싸지는 원유를. 냄새난다고 버리는것과 같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이미 알고 있을텐데? 드래곤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야 하는것을"

    ............... 사중 만룡 융합. 루이넬의 파동.

    그 두가지가 주요가 되는 무언가 새로운 힘.

    "다른것도 필요하지만. 그거야 네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거고. 대충 힌트는 줬으니, 가능하겠지?"

    "응, 물론이지"

    할수있다.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간다.

    "가라, 멍청이. 가서 구해줘. 그리고 강해져라"

    "땡큐 베리 감사. 아, 근데 너. 뭐라고 불러야 하냐?"

    그에 녀석이 낄낄 거리며 말했다.

    "팬텀, 팬텀이라 불러"

    ".............. 그거 내 이름이잖아"

    "아니, 전혀 아니지. 그건 네 진짜 이름이 아니잖아?"

    그러고 보니 그렇다.

    내 진짜 이름은 류한.

    요즘 팬텀이라 불리다 보니. 햇갈렸다.

    "팬텀이란, 이름. 나에게 줘. 그게 마음에 들거든"

    "엉? 쓰고 싶으면 쓰지. 왜?"

    "아니, 네 입으로 직접 주라고. 너의 이름은 이제부터 팬텀이다, 하고"

    왜 그렇게 번거롭게 하는건데?

    "그래, 네 이름은 이제부터 팬텀이다. ?

    냐?"

    "땡큐, 그리고, 이제 갈 시간이군"

    스륵, 하고 내 몸이 점점 흐릿해진다.

    정확히 말하면, 어딘가로 끌려가는 듯한 느낌.

    내 몸이 이제 정신을 차리려는 것이다.

    "아,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묻자"

    "뭔데?"

    깜빡했다는 듯이, 녀석이 묻는다.

    "넌 인간이냐, 아니면 마왕이냐. 그것도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냐"

    "하?"

    "지금의 너는, 인간이라고 하기엔 너무 괴랄하지 않아? 그리고 마왕이라기엔, 원래 종족이 인간이고 말이야"

    내 정체성을 묻는건가?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로 정해져 있잖아.

    나는.

    "난 나지 멍청아. 왜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사라졌다.

    본래의 있을곳. 이제 그의 몸은 정신을 차려 눈을 뜰것이다.

    어둠속에서, 팬텀은, 그의 말을 곱씹었다.

    의미를 생각하는게 아니다. 너무나도 의외의 말을 들어서다.

    "하, 하하핫"

    그는 웃는다.

    그의 몸을 이루던 검은 어둠이. 껍질 벗겨지듯 떨어지며 그의 모습이 나온다.

    류한과 같은 외모, 체형. 무엇 하나 다를게 없다.

    "하하하!! 진짜 바본데! 하지만 최고야!!! 보통은 이럴때 내가 누군지 정체성을 모르고 방황해야 하는거 아닌가? 그게 정석 아니였냐고?"

    심연이 떨릴정도로 크게 웃는다.

    멈출수 없다는듯, 간간히 웃음 때문에 배가 아프다는듯 배를 감싸기도 하면서.

    "정체성때문에 고민하면. 나도 정석대로 중2병의 인격마냥 튀어나와서 실컷 놀려고 했는데. 진짜 골때리는 바보잖아 저녀석!!!"

    류한이 자신은 자신이라고 말한건. 경험이나 그런것에서 나온게 아니다.

    그저 바보라서. 그 이상 복잡하게 생각하는데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보구만! 진짜 맛이 간 바보는 아니더라도. 멀쩡한 정신상태를 가진 사람중에선 최고의 바보야!!!!! 하하하하핫!!!!"

    그는 이 세상 최고의 바보다.

    잡념이 많지만. 오히려 보통사람이라면 고민하고 혼란에 빠져야 하는 일에는 바르게 나아가는것 밖에 못할 정도의 바보.

    ============================ 작품 후기 ============================

    류한의 이면. 팬텀군 등장.

    이놈은 팬텀의 욕망이기에. 눈앞에 있는 케이크를 보고 아, 먹고싶다. 하고 생각하면. 난 단건 별로, 하고 생각하는. 거의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녀석입니다.

    하지만 눈앞에 루이넬이 있다면. 덮치면 안돼. 같은 생각은 덮쳐! 로 생각하기 때문에 아주 좋은 녀석이죠.

    왜 그런거 있잖습니까. 만화에서 주인공이 고민하면 천사랑 악마가 나와서 서로 떠들며 갈등하는거.

    그중에서 악마쪽이라 보면 됨.

    그리고 팬텀 바보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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