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173화 (173/468)

173/468 회

< --서대륙.

-- >

약하다.

나는 약하다.

이제는 준 마왕급이라 좀 강한줄 알았지만. 난 약하다.

시그너스 녀석이 말했던 것처럼. 강하게 뿜어내 힘으로 처박는건 마왕급이여도. 세세한 것은 무리다.

마검의 공작. 그러니까 아까 그녀석. 시그너스는 마치 잘 벼려진 한자루의 검같은 느낌.

검을 날려 공격함에도. 아까 일리엘을 인질로 삼기 위해 달려들때도. 나는 살기를 느끼지 못했다.

죽일 마음은 없다고 치더라도. 그 흔한 투기조차 없었다.

절제. 마치 수십년은 고단히 노력해온 종교인같이. 마음을 가다듬고 잡념을 없엔듯한 모습.

게다가 검을 뽑는것조차 흐릿하게 보일정도였다.

씨발.

내가 저 멀리 날아가는 시그너스와 일리엘을 보고 속으로 내뱉었다.

그 와중에 루이넬은 곤히 자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선택은 두가지.

원래 가던대로 다크 로드 캐슬로 향한다.

두번째는 일리엘을 구하러. 그림자의 마왕의 영지로 향한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지?

지금 루이넬이 자고 있다. 아까 그 살벌한 상황에서도 일어나지 않는데. 깨운다고 일어날리가 없다.

어떻게 해야할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 씨발. 나도 모르겠다.

"좋아, 통과"

다크 로드 캐슬의 동대륙에서 반대쪽. 즉 서대륙의 입구.

그곳에서는 항상 철저하고 엄격한 감시가 이루어진다.

고위급 마족이나 스파이가 들어올수도 있기에 처음부터 밝혀내 추방하거나 죽여버리는 관문.

들키면 그대로 끝장이다.

"아이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드르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대의 수레가 움직여 문 앞으로 이동한다.

꽤나 후덕해 보이는 인상의 마족이 문지기들에게 인사한다.

이미 이전 관문에서 전해받은 기타등등의 세부 사항이 적힌 종이가 문지기의 손에 들려있다.

"어디보자............. 오닉스 상단? 처음 들어보는 곳인데?"

"아, 생긴지 얼마 안된 상단이라 그렇습니다요. 하지만 동대륙에서는 알아주는 상단이지요. 이번에 서대륙의 물품을 좀 가져와볼까, 하고 가는겁니다요"

"흠, 그런가?"

그가 문지기에서 슬쩍 무언가를 건낸다.

이런 일에는 뇌물이 오가야 서로서로 좋은 법이다.

"저희 오닉스 상단은 조금씩 서대륙에도 인맥을 퍼트릴 예정입니다. 약소하지만, 이건 술값에 보태시고. 앞으로 자주자주 부탁드리겠습니다"

"큼, 뭘 이런걸 다............. 통과!!!"

그에 성문과도 같은 큰 문이 열리고 상행이 지나간다.

보통은 성문 한쪽의 작은 문으로 가지만. 지금은 그 문으로 지나갈수 없을 정도로 상행이 크니까 그런것이다.

이내 성문이 닫히고 다음 사람 차례가 된다.

"어디보자, 목적은............. 신혼여행?"

"네, 그렇습니다만?"

한쪽은 흑발에 고양이 귀를 가진 남자.

다른 한쪽은 그와 비슷하지만 다른. 개 쪽의 귀를 가진 은발의 여성이였다.

"어? 둘이 서로 다른 종족............ 아, 한쪽이 만월의 일족인가? 그럼 상관 없지"

만월의 일족은 피가 강하기에. 부모중 한쪽이 만월의 일족이라면 자식도 만월의 일족이다.

그렇기에 혼혈아의 걱정은 전무.

하지만 그렇다고. 이종족끼리 결혼하는 경우는 드물다.

문지기는 보기 힘든것을 봤다는 얼굴로 두사람을 보았다.

"신혼이라 좋겠네. 통과"

"아, 감사합니다"

두사람이 지나가고. 이내 다음 사람이 나온다.

하지만 그 전에, 문지기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입 가까히 대고 중얼거렸다.

"목표 통과, 사살하라"

-알겠다.

오닉스 상단의 서대륙 상행 현 책임자는. 서대륙의 관문을 지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안심이군요"

"우, 그러게"

부스럭 거리며 수레의 덮게 안쪽에서 무언가 기어나온다.

나온건 밀가루 포대.

정확히 말해서 밀가루 포대를 세워 사람 처럼 만든 것 같은 무언가다.

찌익, 하고 그것이 얼굴의 무언가를 뜯자. 그대로 벗겨지면서 무언가 나온다.

카르덴의 얼굴. 아스타로트의 특제 변장 껍데기다!!

이내 후덕해 보인 인상의 남자도 얼굴을 뜯었다.

나온건 라시드의 얼굴.

그렇다면 아까 관문을 지나갔던 두 남녀는..............

"낚였군요. 파닥파닥"

"우, 맞아. 그 여자, 도움이 될때도 있네?"

두사람은 자신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똑 닮은 두사람을 보았다.

거짓의 대공 아스타로트. 그녀의 특기는 누군가를 속이는것.

그녀가 만든 껍데기는 자유자제로 조종이 가능하기에. 저렇게 분신처럼 만들어 조정이 가능하다.

다만 안은 비어 있어. 따로 마력을 부여하지 않으면 전투는 불가능.

하지만 교란하는데는 알맞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팬텀님이 이 서대륙에 있다는 보장도 없지만..............."

"우, 우린 보험이잖아. 그러니까 돌아다니다가 소문 나는 곳을 뒤져보자"

보통이라면. 마왕이 비공식적으로 다른 마왕의 영지에 있을때는 조용히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마왕이 팬텀이라면..............

"어떤 방법으로든 트러블이 나기 마련이군요. 아무튼, 이동 하도록 하죠"

"우, 빨리 가자. 잘못하면 들킬수도 있어"

그리고 두사람은 상행과 따로 떨어져 피의 마왕의 영지로 들어갔다.

"흐, 흐에엥?! 저, 저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그리 해를 끼칠 생각은 없소이다. 그저 인질로서 잡으라고만 했을뿐. 그렇다고 해를 가하라는 명령은 없었으니. 소인도 건들지 않을 것이외다"

"서, 설마 저를 잡아먹으려고............."

"무슨? 아무리 마족이여도 천족을 잡아먹진 않소이다만?"

"흐, 흐에엥. 일단 옷을 벗겨서.............."

"먹는다는게 그 먹는다는 의미가 아니였소이까?!?!?"

예전에 팬텀과 같이 놀라는 시그너스.

그는 옆구리 한쪽에 일리엘을 끼고 날아가는 중이다.

그렇다고 육지까지는 아직 먼 거리. 빠르게 날아간다고 해도 멀다.

"아, 이제 다 왔소이다"

"네? 어딜..........."

"우리 그림자의 마왕님 특제. 그러니까 저희 영지 독자 개발 시스템인. 간이 게이트라고 하오이다"

저 앞에, 반지름 몇미터 크기의 둥근 원 모양의 무언가가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었다.

검은색으로 빛나는 마법진.

시그너스는 그 위로 착지했다.

그리고 번쩍이며 시야가 빛에 감싸여진다.

"흐, 흐에엥?!"

"기술 유출과 간이라 일회용인게 불편하지만. 간간히 쓰거나 전쟁중엔 쓰기 좋은 기술이외다"

그리고 어느새 눈에 들어오는 시야에는, 거대한 건물이 보였다.

붉은색으로 빛나는, 그리고 독기가 가득한.

일리엘이야 아트펙트의 부가 효과로 인해 그런 독기에 버틸수 있다지만. 이런 독기에선 어지간한 마족은 죽을 정도다.

"이곳은 피의 일족들의 성지. 피의 요람의 근처에 세워진 감옥. 유폐의 정원이라 하오이다. 죄송하지만, 이곳에서 잠시 지내주셔야겠소이다"

"네?!?!"

시그너스는 그녀를 데리고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몇몇의 사람이 그를 알아보고 알아서 문을 열어준다.

수십개의 문을 지나고, 수십미터 아래로 계단을 내려간다.

간간히 피가 묻은 뾰족한 가시가 돋아난 판이나. 기괴하게 생긴 고문 도구들이 보인다.

그에 일리엘은 쫄아서 움찔움찔 거리며 울기 일보직전.

일반인이 봐도 그리 좋은 광경이 아닌데. 소심하고 순수한 일리엘이 기절하지 않은것만 해도 기적이다.

"이, 이런곳에서 있으라고요?!"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되오이다. 이곳의 최하층에 넣어드릴테니 말이외다"

"그게 더 무서워요!!!!"

보통 이런 감옥은 최하층에 제일 죄가 크거나 무서운 죄수를 감금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곳에 자신을 가둔다고?

누군가 해하기 전에. 감옥 죄수들에게 죽을것 같은데?

"물론 걱정하는건 이해가 가오이다. 하지만 마계의 감옥은 죄의 무게 이전에. 강함에 따라 감옥에 가두오이다"

"그렇다는 이야긴............."

"최하층의 감옥에도. 강하지만 성격은 좋은 마족도 있소이다. 혼자 있으면 적적할테니, 같은 방에다 넣어주겠소이다"

"흐에에엥?! 그냥 독방에다 넣어주세요!!!"

나선형의 계단의 통로를 내려가 도착한곳은, 이 유폐의 정원의 최하층.

조용한 정적만이 있지만. 생각보다는 달리...........

"이, 인테리어가 좋네요?!"

"뭐, 맘만 먹으면 이 감옥을 나갈수도 있는 마족도 몇몇 있으니. 그들의 의견을 수용했기에 이런 환경이오이다. 꽤나 괜찮지 않소이까?"

대리석까진 아니지만. 회색의 바닥과 벽들. 그리고 복도에도 먼지낀곳이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과연 이곳이 감옥인가 생각될 정도의 환경.

위층과는 딴판이다.

시그너스는 그런 감옥 한쪽의 방의 창살을 쳐 소리를 내며 말한다.

"루카크군. 아직 안자고 있소이까?"

"아, 아. 네!! 저 아직 안자고 있는데요?"

살짝 떨리는 느낌의 목소리와 함께.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온몸을 감싸듯 이불을 덮어 얼굴조차 보이지 않게 가린 남자.

여린 목소리로 보아.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것 같다.

"적적할것 같아 룸 메이트를 데려 왔소이다"

"네?! 아, 아뇨. 전 혼자가 편한데요?! 게다가 민폐 끼치기는 싫고............."

"괜찮소이다. 둘다 성격이 비슷한것 같으니. 같이 있어도 괜찮을것이외다"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감옥의 창살이 위로 올라간다.

짙고 반짝이는 회색빛 금속. 저건 아다만티움이다.

그것도 순도 100퍼센트의. 장인의 일족 정도만 제련할수 있다는 순도의 아다만티움이다.

그런데 저걸로 창살을 만들어도. 이곳을 탈출할수 있다고 말할 정도라면.............

"에, 에에?!"

"처, 천족?! 진짜?!"

"둘이 놀라는 모습도 비슷하구료. 뭐, 아무쪼록 즐거운 시간 되길 바라오이다"

그 말을 끝으로 시그너스는 다시 상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남은건 두 소심쟁이들의 무거운 침묵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일리엘도 구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갈수는 없는 일.

루이넬을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주고 가기엔............ 너무 이르다.

게다가 먼저 따로 보낸다고. 순순히 갈 루이넬이 아니니까.

"............. 마력 반응?"

거기에 마력 반응. 이 느낌으로 보아 아마도 워프 정도다.

어째서 이런 바다 한가운데에 워프 반응이 나오는지는 모르지만. 그딴건 때려치고.

아마 녀석은 그 워프로 서대륙의 그림자의 마왕의 영지까지 단숨에 이동했을 것이다.

루이넬도 소중하다.

하지만 일리엘도 구해야 한다.

뭐, 둘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할때는 분명 루이넬을 선택하겠지. 나랑 루이넬이랑 같이 먹은 밥그릇이 몇갠데.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것과는 다르다.

양자택일이 아닌. 둘 다 구할수 있는 상황.

거기에 서대륙으로 가면 덤으로 루이넬의 과거까지 알수 있다.

나중에 백번 땅에 머리 찍고 사과하고. 어떻게든 루이넬을 지켜내면 되겠지.

나는 여전히 내 등 뒤에서 자고 있는 루이넬을 보았다.

"........... 미안"

그리고 나는 방향을 틀었다.

서대륙의. 그림자의 마왕의 영지로.

============================ 작품 후기 ============================

미안, 잠깐 한눈판 사이에 6분이 지났네.

여튼 2연참.

코멘은 준비 ?

나?

작가는 또 3시간 뒤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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