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155화 (155/468)
  • 155/468 회

    < --작가도 그렇게 생각해.

    -- >

    아침에 일어난 이렌은 그 까만 눈을 꿈뻑이며 몸을 부르르 떨며 기지개를 켠다.

    자고 있던 곳은 팬텀의 침대 한구석. 모서리쪽, 그것도 발이 닿는 쪽의 구석에 있어서 찾기가 힘들다.

    팬텀이 자다가 구르면 발견되지 안냐. 그렇게 물으면. 팬텀은 마왕이다.

    침대로 마왕용. 크기는 킹 사이즈.

    한사람이 자기엔 넓은 침대다. 한구석에 있다고 해도 상관 없음.

    이렌은 폴짝, 하고 침대 아래로 뛰어서 다다다다! 하고 달려 문앞까지 간다.

    나가야 하는데. 문이 닫혀있다. 그 작은 고슴도치가 문을 열기엔 무리.

    하지만 이렌은 점프하여 문 손잡이에 올라가고. 그대로 손잡이를 잡고 돌린다.

    몸을 움츠려 문 손잡이를 잡고. 자신의 무게로 문 손잡이를 돌리는것이다.

    삐걱, 하고 문이 열리고 이렌은 다시 바닥으로 점프. 그리고 열린 문 틈새로 밖으로 나간다.

    덜컥.

    그리고 나가서 문을 밀어 닫아주는 매너까지.

    .............. 진짜 고슴도치 맞아? 아니, 마수긴 하지만.

    이렌은 폴짝폴짝. 잘도 달려가며 복도를 누빈다.

    가끔 만나는 다른 메이드나 시종에게도 인사. 인간관계가 좋은것 같다.

    달려가던 이렌은 문득 맛있는 냄새를 따라 방향을 틀었다.

    그러고 보니 아침을 안먹은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시싯(난 여자다)!"

    .......... 아니, 그녀가 가는곳은 식당.

    정확히 말해서는 식당 근처에 있는 주방이다.

    평소 식사 시간대라면 북적북적할테지만. 지금은 점심시간이 지났기에 조용하다.

    다만 누가 점심을 늦게 먹는지 조금 바쁘게 요리중이다.

    "오? 이렌이냐?"

    한 마족 남성이 부스럭 거리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이렌을 발견했다.

    그리고 주방 한쪽에서 고기 덩어리 하나와 물을 담은 접시를 가져와 이렌 앞에 내려다 주었다.

    "오늘도 고기 먹을거지? 며칠전에 잡고 숙성시킨거라 맛있을꺼야"

    "시싯! 시시싯(고마워!!)!!!"

    이렌은 그렇게 울고 고기 덩어리에 얼굴을 박고 먹기 시작했다.

    ............ 어쩐지 언벨런스한 모습이다.

    배부르게 먹은 이렌은 옆에 놓인 물접시의 물을 핥아 먹는다.

    그리고 다시 다다다!! 하고 달리며 움직인다.

    그 작은 몸에서 어떻게 그런 추진력이 나오는지 신기하다.

    그 속도는 거의 일반 성인이 빠르게 걷는것과 비슷한 속도다.

    이렌도 그정도 속도가 걷는 속도. 역시 작아도 마수는 마수라는 것이다.

    애초에 일반 동물과 근육의 압축력이 다르다. 물론 근섬유 자체가 다른것도 있고.

    "시싯, 시시싯. 시시시싯(할것도 없는데. 뭐하지?)?"

    그렇게 중얼거린 이렌은 모퉁이를 돌다 누군가와 마주쳤다.

    보통 이렌처럼 작다면. 아무리 빠른 속도로 움직여 소리가 난다고 해도 그냥 지나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대가 어린애라 키가 작아서 그렇다면?

    그리고 이렌이 멈춰선거라면?

    "으아아아앙!!!! 길을 잃어버렸어............."

    이렌이 마주친 소녀는 초록색 머리칼의 소녀.

    전 여공작이자. 지금은 죽은 네이드리우의 딸 나이우에다.

    본래라면 레피드가 돌보고 있을테지만. 아마도 혼자 멋대로 나온 모양이다.

    그러다가 마왕 본인도 길을 잃는 이 마왕성에서 방향을 잊은 모양.

    길을 잃어 울고 있는 미소녀는. 누구라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시싯, 시시싯(하지만 난 아냐)"

    그리고 이렌은 나이를 지나치려고 했다.

    그리고 그녀가 달리려는 순간.

    "나, 길을 잃어버렸어.........."

    나이가 이렌의 꼬리를 잡았다.

    고슴도치의 꼬리는 무척이나 짧다.

    기껏해야 손가락 한마디의 절반 정도의 길이라. 잡으려면 손끝으로 잡아야 한다.

    나이는 그렇게 이렌의 그 작은 꼬리를 잡고. 이렌이 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시싯(놔!!!)!!!"

    "길을 잃어버렸어........... 레피드 오빠가 안보여......... 으아아아앙!!!"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이렌을 보며 운다.

    이렌은 이리저리 발버둥을 치며 벗어나 보려고 애썼지만. 무리였다.

    이렌이 중급 마수라도. 상대가 문제였다.

    아무리 부계쪽이 평범하다고 하나. 모계인 네이드리우는 공작위 마족이였다.

    어려도 일단 육체의 스펙 자체가 중급 마족이다.

    성장하면 마력을 안써도 가뿐히 상급 마족. 수련 여하에 따라 더 강해질수도 있다.

    아무튼 이렌은 나이의 손에서 못 빠져나간단 소리다.

    공격해서 놓게 할수도 있지만. 그랬다간 루이넬이나 팬텀에게 혼날것이다.

    "............. 시싯, 시시싯(할수없네)"

    "도와주는 거야?"

    "시싯! 시시싯!!! 싯!!

    (따, 딱히 너같은거 도와주고 싶어서 그러는거 아니거든?)"

    우와, 고슴도치가 새침부끄.

    이렌은 폴짝 뛰어서 나이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등의 가시가 아다만티움인 덕분에 고슴도치 치고는 무겁긴하나, 그래봐야 보통 고슴도치의 몇배 무게다.

    나이도 몸은 중급 마족 정도로 튼튼하니 머리 위에 올라가도 목이 아플 걱정은 없다.

    귀여운 고슴도치와. 귀엽고 깜찍한 미소녀 하나.

    두개의 조합은 최고. 만약 팬텀이 봤다면

    '모에!!'

    하고 소리칠지도 모른다.

    그런 둘이 마왕성 복도를 거니니까. 시선이 쏠리는건 당연하다.

    "고슴도치야! 어디로 가면 레피드 오빠를 만날수 있어?"

    "시싯, 시시싯(나도 몰라. 그냥 그놈 냄새 찾아 가면 나오겠지 뭐)"

    일단 이렌도 동물........... 아니, 정확히 말해서 마수다.

    아무리 마족과 마수의 차이는 마족이 더 강하게 난다지만. 기본적으로 후각은 마수인 이렌이 발달되어 있다.

    주변의 냄새에서 레피드의 것을 찾아내 추적한다.

    "시싯!

    (여기서 오른쪽!)"

    "응!"

    이렌과 나이는 비교적 쉽게. 그리고 별 다른 어려움 없이 길을 갈수가 있었다.

    하기야 그렇기도 할것이. 한명은 마왕의 애완동물(?)이고. 한명은 직접 데려온 애다.

    간 크게 건들 마족은 없다.

    ............ 아니, 일부러 시비 털 마족이라면. 한명 있을지도 모르지만.

    "하?"

    순간 나이와 이렌은 모퉁이를 돌다 마주쳤다.

    붉은 머리칼에 청적의 오드 아이.

    빙염의 마왕의 아들. 제라드다.

    제라드와 팬텀은 악연이다.

    제라드는 빙염의 마왕은 속내를 짐작하고 독단으로 네이드리우를 죽였다(물론 빙염의 마왕도 그럴 마음은 있었지만. 말하진 않았다).

    팬텀은 그런 그의 아버지. 빙염의 마왕을 죽였다.

    그렇기에 둘 사이를 악연. 다만 빙염의 마왕으로 인해 죽이지 못할 뿐이다.

    만약 마지막에 그가 제라드의 안전을 약속하지 않았다면. 아니, 그 이전에 빙염의 마왕이 차라리 일반적인 윤리관으로 '나쁘다'고 말할 마왕이였다면.

    팬텀은 망설임 없이 제라드를 죽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마왕성 내에서도 살짝 껄끄러운 상대이다.

    다만 요즘 팬텀이 쥐어준 일로 인해 바쁘기에. 이리저리 마왕성을 돌아다니며 일에 집중하기에 마주치지 않는것 뿐이다.

    나이와 이렌은 상당히 키가 큰 편인 제라드를 올려다 보았다.

    꿈뻑꿈뻑.

    이렌은 그 흑안을. 나이는 그 녹안을 꿈뻑이며 본다.

    제라드도 계속해서 자신을 보는 두명(?)때문에 자꾸 신경이 쓰여 내려다 본다.

    그리고 한 1분가량 정적이 흘렀다.

    참고로 말하지만. 제라드는 잘생겼긴 하다. 다만 아버지를 너무 닮아 카리스마가 넘친다는 것.

    다르게 말하자면. 애들이 보기엔 눈매가 조금 사납게 보인다.

    어린애가 보기엔 좀 울 정도로.

    어느새 나이는 울먹울먹거리며 울기 직전까지 가고 있었다.

    "왜, 왜 우는거냐?!"

    "으아아앙!!! 저 오빠 무서워어어!!!"

    "시싯! 시시싯!!!

    (얼레리 꼴레리. 애 울렸데요!!!)"

    "아, 아니. 아무짓도 안했다만??!"

    순간 급격한 상황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제라드가 당황해 한다.

    하기야 그럴것이. 아무짓도 안했는데 갑자기 어린애가 울면 누구라도 당황할 것이다.

    게다가 타이밍 안좋게도.

    "어?"

    "에?"

    복도를 거닐던 팬텀과 일리엘이 나타났다.

    팬텀은 생각했다.

    역시 제라드 저놈은 위험한 놈이였다고.

    정확히 말해서 루이넬이 위험하다.

    지금도 봐라. 나이를 덮쳐(팬텀 눈엔 그렇게 보였다)드려는 제라드를.

    "이놈, 싹수가 아주 노랗네. 너 오늘 죽었다. 유언장 쓰고 니 아버지 만날 각오 해라!!!"

    "아니, 난 아무짓도 안했다!!! 그리고 죽은 아버지 가지고 고인 드립 치지 마라!!!!!"

    팬텀이 콰앙! 하고 땅을 강하게 박차고 튀어나가 제라드의 몸을 숄더 태클로 밀치고 벽을 부숴 마왕성 밖으로 떨어졌다.

    둘다 강한 마족과 인간이니. 죽지는 않겠지만. 문제는 싸움의 여파다.

    이곳 저곳에서 콰앙! 하고 굉음이 들리며 두사람이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에.........."

    그에 남은건 일리엘.

    정확히 말해서 이렌과 울고 있는 나이. 그리고 어벙벙한 일리엘이다.

    일리엘은 팬텀이란 지지대를 잃어 어쩔줄 몰라하다. 문득 울고 있던 나이를 보았다.

    예로부터 울고 있는 어린애는, 누구나 도와주고 싶은 법이다. 그건 일리엘도 그렇다.

    그녀는 나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물었다.

    "왜 울고 있는건가요?"

    "훌쩍........ 아까 그 오빠가.......... 훌쩍, 너무 무서워서............"

    "사람은 얼굴로 판단하는게 아니예요. 얼굴이 무서워도 상냥한 사람이 있고. 얼굴이 예뻐도 무서운 사람이 있답니다"

    상대를 안심시키는 목소리로 나이를 위로하는 일리엘.

    그 모습에 천족이라 등에 날개까지 나 있으니 진짜 천사같다.

    "오냐! 오늘 죽어보자 이 마왕 자식아!!!!"

    "니놈 아버지 곁으로 보내주마!!!!!"

    둘이 크르릉, 하고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어린애인 나이가 듣기엔 조금 험악한 소리다.

    일리엘은 잠시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자신의 옷깃으로 나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계속 울면 나쁜어린이라는데. 아직도 올건가요?"

    "........ 훌쩍, 나이는 나쁜 어린이 아니야"

    나이는 계속 코를 훌쩍이면서도 눈물을 멈추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노력에 맞게 어느새 울음을 그쳤다.

    오오, 애보기 선수. 최고다.

    "헤에.......... 어쩐지 언니 기분 좋다아............ 엄마 생각나"

    "그런가요?"

    나이는 일리엘의 품안에 꼬옥, 안기며 그녀의 체온을 느꼈다.

    평소에 발랄하긴 하나. 얼마전에 부모를 잃은 아이다. 사람의 체온이 그리울수밖에 없는.

    그런 두사람의 모습을 보고 이렌을 말했다.

    "시싯(훈훈하네)"

    나도 그렇게 생각해.

    ============================ 작품 후기 ============================

    훈훈한 마왕성의 일상.

    이제 드디어 팬텀이 루이넬에게 그것을 주기 위해 준비를 합니다.

    그거?

    뭐긴 뭐야 반지지.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