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141화 (141/468)
  • 141/468 회

    < --연설.

    -- >

    마계는 지금 떠들썩했다.

    마룡왕과 동맹을 맺고. 일신으로 다른 3명의 마왕마저 죽여 동대륙을 통일한 마왕.

    살육의 마왕이나 유혹의 마왕은 모르나. 마왕중에서 순위를 다투는 강함을 자랑한다는 빙염의 마왕을 죽여서 그 소문이 시끄럽다.

    거기에 불사의 마왕의 후계자란 소문까지 있어서 마계에 큰 격변이 예상된다.

    다행인점이 있다면. 살고 있는 곳이 동대륙이라는 것.

    그와 빙염의 마왕이 싸웠던 장소인. 전 수도 체이디온은 현재 폐허가 되어 있다.

    다행인점은. 일반 마족들은 이미 피난을 보내서 무사하다는 것.

    빙염의 마왕의 죽음을 슬퍼하는 마족도 있으나. 죽은건 죽은것. 복수를 위해서 간 크게 마왕을 죽일 마족은 없다.

    거기에 꽤나 평화로운 정책과 세금 인하로 민심은 올라가 조금씩 전쟁의 상처를 회복중이다.

    그런 마왕은 지금...............

    "서류 결제를 하고 있지. 빌어먹을"

    나는 현재 서류에 싸인을 하며 빌빌거리고 있다.

    힘들다.

    아, 씨. 제기랄.

    전쟁과 반년간의 부재. 그로인해 쌓인 서류의 양은. 과장 보태지 않고 내 키만큼 쌓인 서류뭉치가 십수개.

    그것도 더 들어오는 중이다.

    "꼬박꼬박 하시면. 다음달쯤엔 쉬실수 있습니다"

    "얼마나?"

    "반나절 정도요"

    "때려 치워어어어어어어어!!!!!!!!!!!!"

    힘들다고! 서류정리 힘들어!!!

    결제라니! 마왕인데 결제라니이이이!!!!

    더럽게 피곤해! 물론 정신적으로!!

    이미 인간을 초월한 내 몸은 어지간해선 피곤해지지 않는다. 피곤하더라도 금방 회복 된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피곤해. 그것도 무척이나.

    "그나저나 마왕님. 그건 뭡니까?"

    "엉? 이거?"

    데이레스는 내 책상 한구석에 있는 서류뭉치를 가리키며 물었다.

    중요한거지. 전쟁 이후에 꼭 해야 되는거고.

    달칵.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제라드 플레임. 빙염의 마왕의 아들.

    "왜 부른거지?"

    "이것좀 가져가"

    나는 그 서류 뭉치 하나를 녀석에게 건냈다.

    그는 서류의 첫장의 제목을 보고 놀랐다.

    "이건............"

    [전사자 및 빙염의 마왕 추모 공원 설립 계획서]

    일단 전쟁이 끝나면. 그에 희생된 사람들을 기려야 한다.

    그렇기에 추모비. 아니, 좀더 크게 해서 추모 공원을 만들어 대대로 사람들에게 상기시켜 줘야지.

    "거기에 예산 적어놨으니까. 알아서 건축계열 마족이랑 애들 데려가서 만들어. 예산 내라면 빙염의 마왕의 황금 동상을 만들어도 별말 안할께"

    "............. 정말인가?"

    "어찌보면. 그도 이 전쟁의 피해자니까"

    일단 마왕의 아들이니, 현장 지휘라던가 서류 보는 눈은 있겠지.

    나는 다시 서류 결제에 집중하다 문득 데이레스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네?

    "데이레스. 그거 어떻게 ?

    어?"

    "그거? 어떤거 말씀이십니까?"

    "전사자 유족들에대한 보상. 일반 마족쪽은 별다른 피해가 없어도. 병사쪽은 많잖아"

    전쟁에 나가는건 주로 남자. 그것도 한 가정의 가장이다.

    그런 가장이 죽어서. 살아갈길이 막막한 가족들은 길거리로 내앉을수밖에 없다.

    "내 아래 애들은 둘째치고. 빙염의 마왕 소속도 보상 잘 해줘. 연금을 꼬박꼬박. 애가 있는 집은 성인이 되서 취직할때도 편의좀 봐주고"

    "하지만 그렇게 하면........... 돈이 많이 듭니다만?"

    "상관 없잖아? 어차피 동대륙의 3개의 영지는 내꺼라고? 마왕 기본 품위 유지비 털고 파리틴쪽에 흑야의 마왕이 남긴 유산도 좀 쓰면 돼"

    이미 라시드에겐 허락 받았다.

    흑야의 마왕도. 이런일에 쓴다면 충분히 수긍할꺼라면서.

    "그리고 체이디온 복구 작업은 어떻게 돼?"

    "아직 진행중입니다. 마법사는 물론. 여러 인력도 파견했지만. 워낙 상황이 개판이라.................."

    "........... 개판쳐서 미안"

    내가 빙염의 마왕이랑 싸우느라. 체이디온은 이제 부서진 건물 잔해만 남아 있다.

    싸움의 중심이 되었던 마왕성은 가루가 된지 오래.

    다만 처음에 부순건 빙염의 마왕이였기에. 금이라던가 하는 귀금속류는 전부 얼거나 녹여진 후. 땅속에 파묻혀 비교적 찾을수 있다고 한다.

    돈 아낄수 있겠네. 그래봐야 재건 사업에 다 들어가지만.

    "........... 응? 어라? 이거 뭐야?"

    서류 결제 하던중. 기계적인 동작에 나도 모르게 싸인을 할뻔한 서류를 발견했다.

    제목은 이렇다.

    [동대륙 4대 영지간의 사각 무역에 대한 초기 계획서]

    ................ 이거 쓴사람 그녀석이다.

    레이라 골드니스.

    금의 일족이면서. 돈 좋아하는 상인.

    예전에 작열의 사막에서 같이 동행한것을 인연으로 지금은 데르헤논의 대표 상인이 되었다.

    어디보자. 예산 지출도 많은데. 쓸데 없는건 좀 빼고 싶은데.

    『데르헤논, 용의 산맥, 파리틴, 체이디온. 마룡왕의 영지는 수도가 없기에 지명으로 대체한다.

    파악한 바에 따르면. 데르헤논은 곡물과 약초. 간간히 마수 사체등이 잘 나오는 편이지만. 대부분은 곡물쪽이다.

    그리고 용의 산맥. 그곳에선 장인의 일족으로 인해 무구나 장비쪽, 그리고 산에서 나는 데르헤논것보다 질 좋은 약초들이.

    파리틴은 모직물과 바다쪽에서 사막의 열기의 영향으로 만들어지는 천일염.

    체이디온은 서대륙과의 근접 거리로 들어오는 많은 양의, 그리고 다종의 물품과 해산물들이 유명하다.

    이렇듯 동대륙에는 각각 특징이 있는 특산물들이 생산된다.

    계획은 이렇다. 이 4개의 영지를 돌아 교류하는 사각 무역을 한다면.............』

    요컨데 돈 더벌고 싶다는 거다.

    하지만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다.

    예를 들어 체이디온에서 나오는 해산물들은. 산간 지방인 용의 산맥에서 잘팔린다.

    신선도야 마법으로 유지시키면 되니까.

    만약 인간이였다면 힘들었겠지만. 여기는 마계. 마법사도 마족이다.

    수톤에 달하는 양의 물품이라도 실력있는 마법사 한둘이면 몇달동안 상태를 유지시킬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 한가지.

    동대륙 중앙의 봄의 정원으로 인해. 돌아가는것밖에 무역 방법이 없다.

    예를 들어 데르헤논에서 파리틴으로 가려면 데르헤논, 용의 산맥, 파리틴. 이런 순서대로 가야지. 바로 직행할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과 돈이 아깝다. 그것만 해결 된다면. 어떻게든 해볼텐데............

    "나중에 로르덴하고 이야기를 해볼까. 그러니까 이건 잠시 보류"

    "어째서!!!!"

    콰앙! 하고 문이 거칠게 열리며 익숙한 금안의 여성이 들어온다.

    레이라, 이 계획안을 신청해낸 마족이다.

    "분명 기계적으로 싸인을 해서 은근슬쩍 몰래 결제를 받을 생각이였는데!!!"

    "아니, 이년이?!"

    계획적이였다. 상당히 치밀하기도 하고.

    데이레스에 의해 거의 대부분 결제할것만 올라오는 서류들이라(그래도 양은 존나 많다). 나는 결제만 하면 된다.

    다만 그 안에서 미묘한거나 내가 하기 싫은것들만 뽑지만. 어지간해선 전부 결제할 것들이다.

    그렇기에 기계적으로 결제를 하고 있는 나를 노린것이다!!!!

    "아니, 레이라 이년!!! 이거 하면 가뜩이나 빠듯한 예산이 얼마나 나가는줄 알고나 있는거냐!!!"

    "그래도 하면 돈이 엄청 들어와! 한번 무역하면 그 수수료만 해도 데르헤논의 1년치 예산!!!"

    "많아?!"

    "거기다 자리가 잡히고 좀더 익숙해지면 그 몇배는 벌수 있어!!!"

    확실히, 레이라는 여태껏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말이라면 분명 이 무역은 대성공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리.

    "돈이 없어"

    "왜?!"

    "지금 현재 전사자 유가족과 전쟁 피해를 복구하느라 말 그대로 금을 쏟아붓고 있다고. 흑야의 마왕의 유산도 있긴 하지만. 그건 눈치보이니까"

    돈벌려고 흑야의 마왕의 유산을 쓰는건. 좀 아니지 싶다.

    전사자 유족들에게 보상해주는것 정도야. 옳은 일이니 꺼릴게 없다지만. 돈벌려고 하는건 좀.

    "우읏, 우으으읏!!! 으으으으으으읏!!!!!!!!"

    "아니, 왜 부끄러워하는 루이넬마냥 비명을 질러?"

    "좋아!!!"

    레이라가 갑자기 손가락을 치켜들고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무언가 단단히 결심을 한듯 싶다.

    "사각 무역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절반. 즉 50퍼센트를 전쟁 피해 복구 자금과 전사자 유가족의 보상을 하는데 보태겠어. 그럼 ?

    지?"

    "오, 그것도 땡기긴 한다"

    지금 물 쓰듯 돈이 나가는 상황이다.

    레이라의 말대로 50퍼센트를 저쪽일에다 쓰면. 나머지 50퍼센트는 이쪽으로 들어온다.

    돈도 벌고, 저쪽 일도 처리하고. 일석이조다.

    "흠.............. 대신 조건 하나 더 추가해"

    "어떤거? 너무 손해보는거면 안되는데"

    "전쟁으로 인해. 물자의 유동이 어렵고 먹을것도 많이 부족하거든. 그러니까.............."

    "무상으로 나눠주라고?!"

    "이야긴 끝까지 들어. 팔긴 하는데 싸게 팔란 소리다"

    새삼 말하지만. 데르헤논은 이 동대륙 최대의 곡창지다.

    다른 영지의 곡물과 비교했을때. 그 가격은 물론 품질마저 엄청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파리틴. 그곳은 영지 대부분의 사막이라 오아시스 농업을 하기에. 그 재배지가 한정된다.

    그렇기에 데르헤논과 파리틴의 곡물 가격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적게 수배에서. 흉년일 경우 크게 수십배까지 난다.

    물론 데르헤논쪽의 곡물이 싸다.

    이리저리 계산해보던 레이라는. 이내 결정을 내렸다.

    "............ 좋아. 그렇게 할께"

    "그럼 라시드한테 말해서 흑야의 마왕의 유산이나 좀더 얻어낼까나. 어째 좀 미안한데"

    본래 그것은. 흑야의 마왕이 라시드를 위해 남겨놓은 것이다.

    그런데 그걸 내것처럼 쓰고있자니. 양심이 쿡쿡 찔린다.

    "아, 그리고 마왕님. 오늘 오후에는 연설을 하셔야 합니다"

    ".......... 뭔 연설?"

    레이라의 기획서에 결제를 하고. 다른 서류도 마저 결제를 하고 있을때. 대수롭지도 않게. 데이레스가 툭 내뱉었다.

    아니, 연설이라니. 대중들 앞에서 하는 그거?

    "아직까지 데르헤논에 상주중인 병사들과. 전쟁이 끝나 민심을 다독여주는 마왕님의 말씀이 필요하니까요"

    ".............. 연설문은?"

    "알아서 준비 하셔야 합니다"

    나는 바깥을 보았다.

    해가 중천. 그러니까 시계를 안봐도 오후라는걸 보여준다.

    나는 다시 한번 물었다.

    "언젠데?"

    "지금 시간이면............. 정확히 20분 남았군요"

    씨발.

    "진짜 뭐라니"

    나는 어이를 상실한 표정으로 눈앞의 상황을 보았다.

    데이레스 너 임마. 잊지 않겠다.

    현재 장소는 마왕성 앞. 광장이다.

    더럽게 넓어서 수만명의 사람들이 모여있어도 그리 북적북적한 느낌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라고?"

    그거 무리다.

    연설문만 읽는거면 어떻게든 하겠는데. 데이레스 요놈은.

    "연설문 없이, 그리고 준비할 시간 없이 하는 연설이야말로 진심이 들어가 있는 법입니다"

    하면서 여기로 올려보냈다.

    이제 겨우 5분후면. 연설을 해야한다.

    어, 어떻하지?! 그냥 깽판치고 도망갈까?

    난 다른건 몰라도 옛날부터 뭐 발표한다거나 웅변같은건 못하는 체질이다.

    한마디로 무대 울렁증. 참는다면 못할것도 없으나. 힘들다.

    다들 마왕님 얼굴을 본다는 설램때문인지. 웅성웅성거리며 떠들썩하여. 엄청나게 시끄럽다.

    꽤나 떨어져 있는데도. 여기까지 소리가 들려 귀가 따가울 정도.

    거기다 온갖 마족이란 마족은 다 모여서. 처음보는 마족마저 있을 정도니 말 다했지.

    여, 여기서 어떻게 연설을 해?!

    "이제 1분남았습니다 마왕님"

    "............... 연설 끝나고 보자. 너"

    나는 데이레스에게 그렇게 말하고 단상 위로 올라갔다.

    누군가 단상 위로 올라가자. 수많은 마족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 수는 수만명. 거리가 멀어 볼수는 없지만. 그래도 편의를 위해 목소리를 들릴수 있게 해주는 아티펙트가 주변에 설치되어 있다.

    흑발 흑안. 그리고 허리까지 오는 장발.

    얼핏보면 여자지만, 조금이라도 눈썰미가 있는 마족이라면 그 호리호리한 체형 안에 압축된 근육과 마력을 알아챌수 있을 것이다.

    그는 단상 위에 설치된 마이크를 앞에 두고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아아, 마스트 테스크. 원 투 쓰리. 이거 잘 나오냐? 나오면 말고]

    마이크 특유의 지잉! 하는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꽤나 미성. 그러니까 남자치곤 미성이지만. 그렇다고 가녀린쪽은 아니다.

    말하자면 부드러운 느낌으로 인해 미성이 나온다고 할까. 목소리만 들으면 사람의 유들유들함을 알수 있을것 같다.

    [에, 그리니까 일단 일부러 나 봐주러 온 모두에게 고맙다고 인사할께]

    .............. 지금 뭐라고?

    마왕이 고맙다고 인사를 해?

    거기에 그는 좀 어정쩡 하지만 살짝 허리를 굽혀 대중들에게 인사했다.

    그에 다들 생각했다.

    마왕 맞아?

    마왕은 본디 오만하고 그 자존심이 하늘을 찌른다.

    그런 마왕이 일반 마족을 향해서 허리굽혀 인사한다고?

    [아, 내가 인사한다고 이상한 표정 짓는 거기 너, 너, 너. 사실 솔직히 마왕이 인사하면 좀 그렇긴 해]

    성격이 털털한건가 아니면 바보인건가?

    [그래도 너희들이 있어서 이길수 있었던 전쟁이야. 작위 마족만 모여서 전쟁하면 그건 필패잖냐? 그러니까 이 전쟁에서 이길수 있었던 이유중 절반은 너희 덕분이라는 거지]

    나머지 절반은 마왕을 쓰러트린 팬텀 몫이다.

    그는 쑥쓰러운지 뒷머리를 긁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지금도 생각해. 집에 가면 아내가 반겨주고. 딸아이랑 아들이 달려와서 인사하고. 다같이 모여서 저녁 식사를 하고. 이런 소박한 생활을 하면 어떨까. 하고 말이야]

    무리다.

    마왕에게 그런 소박한 생활이란 무리다.

    아내는 권력을 위해 마왕비로 들어올 뿐이지. 자식들은 마왕의 직위를 받기위해 강해지려고 수련할 뿐이지. 저녁식사 분위기는 찬바람이 쌩쌩 불 것이다.

    [하지만 난 마왕이라 못하겠더라. 툭까놓고 말해서 마왕 때려치고 싶다고]

    ............... 지금 뭐라고?

    [그래도........... 한가지 결심한건 있어]

    무언가 굳은 의지로. 그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반드시 지켜주겠다는 듯이.

    [나는 안되더라도. 너희들은 그런 삶을 살게 해줄께. 평화롭고, 행복한 그런 소박한 생활 말이야]

    과연 이뤄줄수 있을까?

    그런 의문은 다음 그의 말에 쏙 들어갔다.

    [반드시 이뤄줄께. 그런 삶을]

    어쩐지 믿음을 주는 그다.

    그리고 연설이 끝나자.

    광장은 수만명의 함성 소리로 가득 찼다.

    ============================ 작품 후기 ============================

    으갹. 오그라든다.

    이제 슬슬 신캐들을 등장시켜야지.

    아, 물론 그 전에 형제들이랑 면담좀 하고.

    ..................5연참하면. 뭐줄래 독자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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