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468 회
< --루이넬 건들면 오체분시.
-- >
다시 눈을 떳을때는. 카르덴이 보였다.
그 특유의 은발. 거기에 강아지 귀.
그녀의 얼굴이 내 눈앞에, 그러니까 거의 키스 직전 상태로 있다.
"뭐하는 짓이냐!!!"
"우?!"
나는 급히 그녀를 밀쳐냈다.
강하게 밀쳤지만. 카르덴은 뒤로 빙글! 하고 공중 제비를 돌며 안전하게 착지.
유연하면서도 완벽하게, 그리고 본인의 그 외모까지 겹쳐져서 나는 소리쳤다.
"10점 만점!!"
"우! 아자!!!"
주먹진 한손을 치켜 들어 올리며 환호성을 지른 카르덴.
아니, 근데 뭔 일이래?
왜 갑자기 뜬금없이 키스를 하고................ 어?
키스라고?
"그러고 보니이이이이이!??!"
나, 루이넬이랑 키스했었다!!!
나! 키스했었다! 루이넬이랑!!
루이넬이랑 나! 키스했었다!!!
키스했었다! 나! 루이넬이랑!!
"끄아아아앙아앙아아앙아아?!?!"
무엇보다 내 정신을 가득 채우는건.
흥분도 그 뭣도 아닌 부끄러움이였다.
덮쳤어! 루이넬의 입술을 덮쳤어!!
앞으로 루이넬을 볼 면목이 안서! 제기랄!!!
내가 그 일로 끙끙 거리고 있을 무렵. 카르덴이 꼬리를 살랑살랑 거리며 다가온다.
"우, 왜 그래?"
"아니, 엄청 고민중이거든. 말 시키지 말아줄래?"
루이넬이랑 키스했다.
아니, 예전에 고백하고 그랬지만. 이미 유명무실하게 된거고.
그래도 평소엔 잘 지냈는데. 위험해!!!
마치 친구처럼 지내던 사람에게 고백하고 차이면. 다음부턴 지내기 껄끄러워 지는거랑 똑같다고!!!
아니, 난 키스한거지만.
................ 질이 더 나쁜거잖아아아아!!!
무리야, 앞으로 루이넬 얼굴을 볼수가 없어.
나는 괜찮다고 치더라도. 루이넬이 나를 찢어죽일듯한 눈으로 볼게 분명해.
"우? 설마 루이넬이 화낼까봐 그래?"
"........ 응, 보면 덤벼들어서 때리겠지?"
"우, 아닌데? 오히려 반대던데?"
........... 뭐라고?
카르덴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지금 루이넬. 자기 방에서 헤롱헤롱거리고 있어"
루이넬은 분명 자신과 팬텀의 키스신을 본 5명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그래서 한참 난리를 피우던 도중에.
"그래서! 느낌은 어땠는데!!!"
"에?"
루이넬의 마법은 주로 화염계열. 그렇기에 빙하의 일족인 그에게는 좀 짜증날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달리다 못해 말을 건 가르잔.
"그 왜 있잖냐! 첫키스는 무슨 맛이였냐고!!!!"
예전에, 루이넬이 살육의 마왕에게 납치되었을때. 팬텀이 그를 죽였다.
그리고 그녀를 구출할때 재생력에 쓰이는 마력 부족으로 죽을뻔 했지만. 살육의 마왕의 하트를 먹여 겨우 살릴수 있었다.
문제는 그때. 팬텀이 스스로 먹을수가 없어서 루이넬이 입으로 넘겨 줬다는 거다.
그때가 첫키스지만. 가르잔은 모른다.
하지만 의도는 달랐어도 결과는 같았다.
루이넬의 얼굴이 퐁! 하고 달아올랐으니까.
"아으, 아으아아아........?!"
얼굴을이 금방이라도 터질것 같이 붉다.
그리고 한쪽에 쓰러져 있는 팬텀을 보았다.
찬 바닥에서 잔다고 죽을 만한 그가 아니기에. 잠깐 내버려 둬도 상관 없겠지만. 팬텀을 보니 아까의 상황이 상기된 것이다.
"우우우....... 우아아앗?! 아아아앗??! 꺄아아아앙!!!!"
뭐라 향연할수 없을 정도의 비명을 질러대며 부끄러움에 사무쳐 바닥을 뒹굴거린다.
앞으로 어떻게 팬텀 얼굴을 볼까.
분명 먼저 키스한건 팬텀쪽이지만. 리드해서 능숙하게 한건 루이넬이다.
"어, 어떻하지?! 분명 발랑 까졌다고 생각할꺼야! 키스 많이 해봤다고 생각할꺼야!!!"
다시한번 말하지만. 루이넬이 키스를 잘하는건 뱀파이어의 유혹특성 때문이다. 즉 본능이나 다름 없다는 거다.
하지만 팬텀이 그걸 알리는 없고. 말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타이밍엔 변명이 되기에 무리.
그리고.
푸쉬시식!!!!
"아, 과열 된것 같은데?"
복잡한 마법도 연산해내는 루이넬의 머리가. 김빠지는 소리가 나며 과열되었다.
"우, 그렇게 되서. 지금 루이넬은 자고 있어"
그에 나는 딱 한마디밖에 할수 없었다.
"루이넬 모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우, 모에가 무슨 뜻이야?"
"여러 뜻이 있긴 하지만. 대충 귀엽다는 뜻이면 될꺼야! 아무튼 간에 루이네에에에에에엘!!!!"
으?
, 손발이 오그라든다. 루이넬이 너무 귀여워서 참을수가 없어!!!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어쩔줄을 몰라하고 있을때. 카르덴의 얼굴이 불쑥, 내 뒤에서 나온다.
등 뒤에서, 그러니까 어께쪽으로 얼굴을 밀어 닿을듯 말듯 가까운 그녀의 얼굴.
만약 내가 고개를 돌렸다면. 볼에다가 입을 맞출뻔 했겠지.
"우, 그러면 나도 키스 해줄래?"
".......... 거절한다"
"우, 어째서?"
".......... 그냥 싫어"
어쩐지 루이넬을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키스한다고 생각하니까. 바람피는것 같아서 싫다.
흠, 나도 애처가가 되는건가?
"우, 나도 루이넬한테 안꿇리는데. 오히려 이기는 곳도 있는데"
출렁.
카르덴이 상반신의 그것을 손으로 잡아 출렁이며 말한다.
............. 아니, 저건 가슴이 아니라 흉기 같은데.
다행이도 그녀는 전과는 달리 옷을 입고 있다.
다만 움직이기 편하게, 조금 짧은 듯한 느낌의 간단한 원피스를 입고 있다.
그렇기에 잘못 움직이면 치마 속이 보인다.
"............ 일단 생각은 접어두고. 잠깐 나가자"
"우, 어딜 가려고?"
"아무데나. 바람좀 쐬고 싶거든"
잠시 상황이 진정 되고. 정신이 좀 맑아지니까. 기분이 우울해진다.
왜냐하면. 갑자기 빙염의 마왕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나와 녀석을 싸웠고. 나는 이기고, 녀석은 졌다.
내가 좀더 강했더라면. 그의 3배 이상의 무력을 가져서 제압할수 있었더라면.
지금보다 좀더. 힘이 필요하다.
"우!"
카르덴은 제자리에서 발목의 힘만으로 점프해 뛰어올라 내 어께 위에 올라탔다.
그녀의 허벅지가 내 얼굴에 닿고. 가슴이 머리 위에 얹혀진다.
............ 뭐?
"안내려오냐?!"
"우! 싫어!!"
나는 그대로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며 카르덴을 떨어트리려고 했지만. 오히려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내 목을 다리로 졸라대는 통에. 숨이 막혔다.
아니, 나도 남자로서 좋긴 한데. 루이넬이 볼까 두렵다.
출렁.
.......... 그 전에. 내가 과다 출혈로 죽을지도 모른다.
나는 속으로 구구단을 외우며 마음을 진정. 그리고 밖으로 나간다.
잠깐 바람좀 쐬야 하니까. 정원쪽으로 가야지.
"그러고 보니.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우? 어떻게 지냈냐니?"
"아니, 뭐 다른일 없었어? 보니까 이번 전쟁에도 참가했었던것 같은데"
"우, 맞아. 나하고 다른 동족들이랑 같이 체이디온을 공격해서. 빙염의 마왕을 최전방 전선에서 빼냈어"
그리고 보니 빙염의 마왕이 최전방 전선에 있다고 들었는데. 내가 갔을때는 체이디온에 있어서 좀 이상하다 싶었었다.
그런데 그게 카르덴이 도와준거였구나.
"고마워. 뭐 바라는 거라도 있어?"
"우! 결혼해주세요!"
"그래도 좀 어렵네. 전쟁이 끝난 뒤라 여기저기에 돈이 들어가서. 금전적 답례는 좀 힘든데"
"우! 결혼해 주세요오!!!"
"그렇지? 생명의 정글의 완벽 자치권이라도 보장해 줄까?"
"우우우! 결혼해 주세요오오오!!!!!"
카르덴이 목마를 탄채로. 들석들석 움직이며 졸라댄다.
출렁!
"........... 어?"
출렁! 출렁! 출렁! 출렁!!!
그녀가 징징거리며 몸을 흔들어댈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출렁거리며 내 머리 위에 닿는다.
위, 위험해. 이건 진짜 위험해! 정신적 의미로!!!
"우! 결혼해줘!"
"무리다!"
"우, 어째서?"
".................. 어쨌든 무리다!!!"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결혼한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루이넬이 떠오르기에. 그냥 거절.
"아........ 배고프다. 그러고 보니 자고 있는동안 아무것도 못먹었지"
"우, 그럼 날 먹을래?"
"네가 생각하는 야리꾸리한 의미가 아니라. 진짜 식인종이라도 되서 먹어버린다?"
"우, 팬텀이라면 그래도 돼!"
".............. 내가 말을 말아야지"
어째 한숨만 늘어간다.
카르덴은, 잠깐 식당에 보내 내 식사를 준비해 달라고 심부름을 보내어 겨우 떼어놓았다.
이제 좀 쉴수 있겠지.
아니, 피곤하긴 하지만. 육체적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피곤한 거니까.
내가 정원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무렵. 한쪽에서 누군가 서있는게 보였다.
".............. 어?"
순간 나는 착각할뻔했다.
빙염의 마왕이 살아 돌아온줄 알았으니까.
정확히 말해서, 그 남자는 빙염의 마왕과 착각할 정도로 닮아 있었다.
............. 녀석이다.
자기 멋대로 네이드리우와 노이안씨를 죽이고. 나이우에를 고아로 만들어버린 녀석.
순간 나는 녀석을 죽여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문득 빙염의 마왕이 부탁했던게 생각났다.
자기 아들을, 죽이지 말아달라고.
손에 힘이 들어간다.
녀석의 힘은 고작해야 백작위에서 강한 정도. 평소에 분노같은 감정 버프가 걸리지 않은 나라도 비교적 쉽게 죽일수 있다.
이대로 달려가 손을 뻗어 심장을 뜯어내면 된다.
팔로 막아? 그렇다면 막은 팔째로 뜯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죽일수 없다.
빙염의 마왕은 내 관점에서도, 일반 사람의 관점에서도 사실 좋은 녀석이였다.
그런 녀석을, 내 이상을 지키기 위해 죽였다.
그와 한 약속. 그걸 어길순 없다.
나는 조용히 살기를 억눌렀다.
저녀석, 이름이 분명히............
"제라드, 라고 했었나?"
내가 조용히 중얼거리자, 녀석이 돌아본다.
청적의 오드아이. 빙염의 마왕을 꼭 닮은 눈이다.
녀석이 나를 노려보며 금방이라도 공격할듯한 기세로 살기를 내뿜는다.
"너..........."
"너도 죽이고 싶지? 나도 마찬가지야"
나는 녀석의 아버지를 죽였다. 하지만 녀석은 힘이 부족하기에 나를 죽이지 못한다.
녀석은 네이드리우와 노이안씨를 죽였다. 하지만 빙염의 마왕과의 약속에 의해. 난 녀석을 죽이지 못한다.
미안해, 나이.
부모님의 복수를 해주지 못해서.
"난.......... 너를 증오한다"
"나도 마찬가지야. 지금도 죽이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 거리는데. 약속때문에 할수 없다는게 한이다"
우리는 서로를 증오한다.
하지만 죽일수는 없다.
뭘까, 이 지독한 모순은.
"한가지 묻겠다 마왕"
"뭔데?"
"넌........... 혼혈 마족을 어떻게 생각하지?"
빙염의 마왕의 꿈과 관련된듯한 물음이다.
그는 혼혈 마족의 평등을 위해 싸웠다.
"그렇다면. 넌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냐?"
".......... 인간을?"
잠시 생각하던 녀석은, 이내 대답했다.
"별로. 인간은 그저 인간일 뿐이다. 이런 마계의 정세상. 계약으로 힘을 빌리려는 흑마법사도 드무니까 근래의 교류는 없다고 봐야겠지"
"난 인간이야"
"....................."
내 충격고백에 녀석의 눈이 휘둥그래지며 놀란다.
"마족의 입장에서는, 어떤 인간이든. 기껏해야 인간으로 보일뿐이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무슨..........."
"내 눈엔. 혼혈이든 순혈이든간에. 마족은 마족으로 보일뿐이야. 차별같은건 하고 싶어도 그런 마음은 들지 않아"
흑인이든, 백인이든, 황인종이든간에. 그리고 그 혼혈이든간에. 인간은 인간으로 판단한다.
물론 혼혈이라고 좀 차별하는 감이 있어도. 아예 다른 종으로 보는 마족과는 다르다.
"게다가.......... 아까 못봤냐? 내 친구중 한명. 혼혈 마족이야"
"............ 그림자의 일족과 흑야의 일족의 혼혈 말인가?"
"그래"
애초에 난 라시드를 그저 마족이라고 보지. 혼혈이라고 무시한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혼혈이라 두가지 능력을 쓸수 있는 라시드를 부러워 한적도 있다.
"............. 좋다. 가져가라"
탁!!!
순간 녀석은 나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그에 나는 반사적으로 잡아 그것을 보았다.
청적의 색이 섞여있는 하트.
빙염의 마왕의 하트다.
".............. 분명 정신을 잃기 전에 내가 빙염의 마왕에게 받았었던것 같은데. 어떻게 이걸 네가 가지고 있는건데?"
"마지막 보루였지. 만약 네녀석이 혼혈마족을 차별하는 자였다면........... 이걸 먹고 마력 폭주로 널 죽이고 같이 죽을 생각이였다"
어디까지 통용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가족간의 하트는 먹으면 부작용이 일어난다.
여러 부작용이 있다지만. 대부분은 마력 폭주로 사망. 그렇기에 라시드도 흑야의 마왕의 하트는 마력만 흡수했다.
만약 마왕의 하트를 먹은 백작위정도의 마족이 마력을 폭주시킨다면............ 그 위력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일정 기간 계약직이다. 네가 혼혈 마족의 평등을 보장해주는 마계를 만들때까지. 난 널 도와주겠다"
"딱히 도움은 필요 없는데"
"아버지의 유언이다"
빙염의 마왕의?
그렇다면 별로 말릴생각은 없는데.
"허튼짓 했다간. 빙염의 마왕과의 약속이든 뭐든간에 죽일테니까 알아서 해라"
"그러지"
"아참, 그리고............"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게 제일 중요한거다.
"루이넬한테 손댔다간 바로 오체분시다?"
"뭐?"
이놈, 아빠를 닮아 잘생겨서 위험해.
============================ 작품 후기 ============================
이제부터 리코멘따윈 생략한다.
작가가 힘들어.
대신에 연참을 주지.
한 지금 2연참. 난 홀수가 좋으니까 3연참 할껴.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