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468 회
< --수련 - 레슨 원.
-- >
눈을 떠보니 낮선 천장이였다.
............ 아니, 이 대사.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산데.
그 전에 저건 천장이 아니라 하늘이잖아?
"여어, 일어났냐. 이 애인 챙겨주지 못하는 잉여에 병신에 찌질이 동생군?"
"뭔가 칭호가 늘었는데. 그나저나 여긴 어디?"
하늘. 그러니까 마계에서는 볼수 없는 새파란 하늘이 보인다.
보통 마계의 하늘은 약간 검은색, 혹은 검붉은색이라 칙칙한 느낌이지만. 지금은 중간계에서나 볼수 있을 시원하고 상쾌한 하늘.
어쩐지 오랜만에 보는 시원한 하늘이다.
마지막으로 본게............ 내가 마계에 떨어지기 전이니까 거의 몇년전이던가.
"중간계는 아니야. 내 발명품중 하나인 '메카닉 No.37 디멘션 큐브'를 썼을 뿐이야"
"디멘션 큐브?"
"바깥과 단절된 공간을 만들어. 시간의 흐름마저도 가속하거나 느리게 할수 있는 곳이지, 수련하기 딱 좋은 곳이야"
여기가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평소에 공격적인 마법만 보다가 이런 고난이도의 아티펙트를 보니 뭔가 감각이 새롭다.
주변에는 나무 하나없이 지평선 저 너머로 시야가 트일정도인 광활한 평야. 바닥에는 푹신푹신한 잔디가 깔려있는 초록빛 땅.
확실히 1대 1 교습식의 수련하기엔 좋지만. 이건 너무 넓은거 아냐?
"그래서, 나 수련 시켜줄려고?"
"엉, 죽을 정도로. 아니, 진짜 한번 죽일 생각으로 수련시켜줄께"
"............. 뭐?"
그리고 형의 펀치가 내가 느낄새도 없이 내 복부에 직격하고.
그대로 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그 여파만으로 내 갈비뼈 수대가 나갔다.
1초.
순간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식하고 그 고통이 뇌까지 전해지는 시간.
그저 고통이 전해지는 시간이라면 그보다 훨씬 짧겠지만. 내 감각으로도 1초나 걸릴 정도로 형의 주먹은 빨랐다.
형에게 맞은 복부에서 신경세포를 타고 척추를 올라와 뇌에서 '아프다'란 생각이 들고 그 다음에 '맞았다'란 인식이 되는 과정에서 '아프다'까지 0.3초가 걸렸고 '맞았다'까지 1초가 걸렸다.
무지막지한 속도. 그래, 흡사 번개같았다.
내 복부에 정확히 틀어박힌 주먹은 물 웅덩이에 돌을 던졌을때 생기는 파문처럼 순간적으로 자국을 내며 퍼졌고. 그대로 여파가 내 내장과 갈비뼈를 골고루 데미지를 주었다.
내장이란 부위엔 대장이나 소장은 물론, 폐와 위까지 포함된다.
형이 사정을 봐준건지 심장은 아직 무사하다.
나는 물수제비 할때 수면에서 튕겨지는 돌처럼 땅바닥을 몇번이나 튕기며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반응도 못하고 일격에 나자빠지는 압도적인 무력.
........... 빌어먹을.
"케엑! 캭!! 카악!!! 크억!!!!"
입에서 위액을 토하며 고통을 호소한다.
내장파열쯤이야 예전에도 격었고, 단전과 가까운 부위라 단숨에 회복된다.
갈비뼈도 맞춰야 되는 고생없이 저 스스로 맞춰지고 부러진 뼈가 붙는다.
문제는 폐에 충격이 와서 호흡이 힘들다는것. 다른건 몰라도 이건 좀 힘들다.
육체적 상해에 의한 고통은 참을수 있지만. 이런류의 고통은 또 처음이기 때문이다.
"넌 약해"
"................... 알고 있어"
형이 천천히 걸어오며 여유롭게 말한다.
강자의 여유? 아니, 저건 여유가 아니다.
그냥 무시다 무시.
사람과 개미 한마리가 있다고 하자.
그 둘이 싸울때. 사람은 과연 '후후후, 내가 더 강하다'하고 강자의 여유를 보여주며 싸울까?
전혀 아니다.
사람과 개미가 싸우면 사람은 그저 다리를 들어 개미를 짖밟아 죽이면 끝인것이다.
사람이 길을 가다가도 자신도 모르게 수십, 수백씩 밟아 죽일수 있는게 개미다.
그렇기에 강자의 여유도. 상대가 어느정도 강해야 보여줄수 있는것.
................... 고로 형에게 나는 개미만도 못한 무력이란거지.
와 생각하니까 빡치네?
"네가 앞으로 싸울지도 모르는 빙염의 마왕은. 나보단 약하지만 너하고 비교하면 하늘과 땅차이. 정확히 비교하자면 땅에서 성층권 정도의 차이지"
"............ 으아, 무지 높은데다 의외로 정확하게 짚었어"
"땅에서 우주 정도의 차이가 아닌걸 다행으로 생각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상처와 데미지는 거의 다 회복되었기에 활동하는데 문제 없음.
폐가 조금 쿡쿡 찌르는 느낌으로 쑤시지만 뼈가 폐를 찌른건 아니라 상관없다.
"나는 본격적으로 너의 '감각'을 응용해.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수 있다는 위기의 순간에 쓸수 있도록. 너의 몸에 수십가지의 기술을 때려박아 넣어 줄거야"
"............... 그게 가능해?"
"가능해. 너의 '감각'이라면. 내가 갈군 기술들 정돈 감으로 따라할 정도로 사기적이니까"
아니, 무리거든요. 형한테 일격 맞고 뻗었거든요.
무섭게 시리 어떤 기술을 때려박아 넣어줄 생각이길래?
"어중간하게 약하게 갈구면 효과가 적으니까 상당한 수준으로 갈테니. 각오해라 동생"
"................ 죽을 각오하고 가겠어"
이건 내가 진짜 마왕이 되기 위한 밑거름이다.
죽을 각오 하고 간다.
죽을 각오는 했는데. 차라리 죽는게 나을것 같다.
"정신을 집중해. 내가 쓰는 기술은 전부 몸과 머릿속으로 그 감각을 기억해 둬"
형이 그렇게 말하고 가볍게 손등으로 내 명치 부분을 쳤다.
그리고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가볍게 손등으로 쳤다는 상황과는 다른 충격이 느껴진다.
물리적인 충격은 아니다. 내공을 이용한, 그것도 외적충격이 아닌 내적인 충격.
그래, 발경이다.
내가 예전에 마구잡이로 몇번 쓴적 있었지만. 그 마력으로 몸을 강화해 후려치는게 더 좋아 쓰지 않았던 기술.
............. 이정도의 위력이였나?
같은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그 충격과 효과는 전혀 다르다.
"쿨럭! 쿨럭! 캬악 퉤!!!"
내상으로 인한 충격으로 목구멍 넘어에서 피가 토해진다.
무지막지한 고통이지만. 아직 견딜만 하다.
문제가 있다면 이번 한방으로 아직 그 방법과 느낌이 잘 안선다는것.
싫긴 하지만..........
"한방 더 부탁해"
"얼마든지"
투웅! 투웅! 투웅!!!
아니, 한방 부탁한다 했는데. 어째서 3번이나.
각각 복부, 명치, 쇄골을 치고 가는 형의 손등.
충격과 동시에 고통이 밀려온다.
내장이 비틀리고 찢어지는 고통. 아, 참고로 진짜 내장이 찢어지는건 맞다. 원래 그런 기술이니까.
하지만 고통을 참고 순간 정신을 집중.
.................... 으음.
내가 전에 썼던 발경은 그저 마력만 무식하게 때려박아 발경이라 부르기도 부끄러운 것이였다.
하지만 형의 발경은 다르다.
형의 손등의 충격은 아주 살짝쿵 치는게 전부지만. 그와 동시에 내공을 밀어내는 느낌으로 내 몸속에 집어넣는다.
아직은 여기까지밖에 알아내지 못했다.
콰아앙!!!
나는 동시에 발경의 충격으로 뒤로 떠밀려 형편없이 바닥에 박았다.
"그래서, 감은?"
"대충. 또 부탁할께'
"회복할 시간. 안줄꺼다. 발경을 맞아서 회복하면 몸 바깥 뿐만 아니라 안쪽도 단련이 되니까. 최대한 한계까지 몰아붙일꺼야"
이번엔 발.
쓰러져 있는 나에게 형이 복부를 향해 가볍게 걷어찬다.
투웅!!!
또 다시 발경.
아직 회복이 더딘 내 내장이 또 뭉게지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으음. 이번엔 대충 알것 같다.
밀어내듯 넣은 내공은, 상당히 압축한, 마치 실처럼. 하지만 뾰족한 느낌.
그것을 몸속에 집어넣어 그대로 압축을 풀면 퍼엉!
그렇게 충격을 주는게 발경이다.
내가 대충 파악을 했다는걸 알았는지. 형이 때맞춰 설명해준다.
"기본적으로 발경은 대충 그런 원리야. 거기서 각자의 개성을 집어넣으면 각 문파의 특성이 있는 발경이 되지"
"예를들면?"
"내가 태극권 비슷한거 배운건 알지? 너도 무협소설 꽤나 본것 같은데. 무당파에서 유명한 장법은?"
"......... 면장"
잘은 모르겠지만. 무협 소설을 보다보면 가끔 무당파에서 무서운건 검뿐만 아니라 장법도 있다고 한다.
그 장법이 바로 면장.
"면장도 다 발경이 들어간거야. 무당파의 대표적인 발경법은 면장이라고 봐도 무방해"
"어? 그래서 무당면장 가르쳐줄꺼야?"
오오, 그 유명한 무당의 면장이라니.
아버지의 만룡무 말고도 그 유명한 구파일방의 무공을 배우는건가?
"아니, 발경은 각자의 개성이 들어가는 거라니까? 니가 알아서 만들어야지"
"크악?! 너무해!!!"
그냥 처음부터 가르쳐 줄것이지!!!
형에게 발경으로 얻어맞은지 10시간.
잠도, 먹을것도, 쉬는것도.
그 어느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오로지 처맞으며 고생뿐. 맺집이 늘어간다는건 고맙게 생각해야 하나.
아무튼 형이 말하길. 이 발경수업을 끝내고 싶거든 니놈의 독자적인 발경을 만들거나 발경을 막을 방법을 찾으라고 했다.
................ 나, 무지 구르고 있구나.
아무튼 얻어맞으며 지낸지 10시간째.
형에게 발경을 맞아도 '아, 맞았다'같은 생각이 들기만 할뿐 육체적 고통은 그리 신경쓰이지 않는다.
감에 무뎌졌다고 해야하나. 그런것도 있지만 내 능력인 '감각'을 내가 참지 못하고 일부러 통각 계열만 감각을 죽여 그런것도 있다.
솔직히 사람이 10시간동안 내장이 끊기는것 같은 고통을 참는다면, 그건 초인이지.
아무튼 생각하자.
저 발경을 막을 방법을.
아직 내 독자적인 발경은 몰라도 적어도 지금 이순간에도 수시로 갈궈져오는 형의 발경을 막아야 좀 쉴수 있을것이다.
발경은 타격순간 몸안으로 내공이 파고 들어와 그대로 충격을 준다.
.......... 그렇다면 타격시 들어오는 그 내공 자체를 차단해버린다.
나는 시험삼아 마력을 뿜어내었다.
조금 쓰긴 힘들지만. 전신에 빈틈없이 방출.
아무리 마왕의 마력 2인분(먹은 마왕의 하트는 3개지만. 라인하르트 아저씨의 하트에는 마력이 전무, 능력만 있다)이라지만. 내가 순간 쓸수 있는 마력량은 정해져 있다.
일단 잠재 마력이 10만 정도라면. 내가 쓸수 있는 마력은 1000정도일까?
그정도 만으로도 강기를 뿜어낼수 있지만. 아직 적긴 하다.
파앙!!!
순간 마력 방출과 함께 주변의 공기가 밀려나면서 여파가 주변에 퍼진다.
형의 주먹이 내 오른쪽 어께를 강타했다.
좋아, 발경을 막..........
투웅!!!
......... 지 못했다.
아, 괜히 설랬다.
"시도는 좋아. 하지만 호신강기도 아니고 그정도 마력밀도론 내 발경의 침투를 막지 못해"
"호신강기?! 지금 내가 그걸 쓸수 있을리 없잖아!!!"
"검기 건너 뛰고 강기부터 쓰는놈이 말 많다"
발경의 충격으로 또 피를 토하고 바닥에 쓰러지기 직전에 형이 발로 내 복부를 걷어 찼다.
그리도 다시 또 발경.
만약 내 재생력이 없었다면. 아니, 약했더라도 지금쯤 내 몸속은 갈기갈기 찢어졌을꺼다.
아프다.
고통을 일부러 죽였는데도 아프다.
일단 발경을 막는건 아직 무리.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내 독자적인 발경을 만든다.
발경의 기본적 묘리는 타격과 동시에 상대의 몸속에 내공을 침투. 그대로 헤집어 내부에 충격을 준다.
형의 발경은 내공을 압축했다 집어넣어 압축을 풀어 폭발하듯이 충격을 주는것.
생각하자.
예전부터 미술시간에 뭐 만들땐 잘했잖아.
침투시킨다. 압축. 폭발, 흠...........
속으론 생각하지만 겉으론 여전히 맞고 있는 나.
............. 오케이. 하나 쓸만한거 생각났다.
나는 그대로 양손에 마력을 집중. 그대로 강기를 뿜어낸다.
전과는 달리 요령이 꽤나 늘어서 상당히 고통이 완화?
다.
"오, 반격할 생각이냐? 무리일텐데?"
"일단 한번 해보긴 해야지. 쓸만한 발경법이 2개나 생각났거든"
"그러냐? 그럼 한번 쳐봐라"
형은 느긋하게 양팔을 벌려 공격할 생각이 없다는 포즈를 취했다.
아니, 어째서?
"너, 내가 작정하고 피하면 니 공격이 맞을것 같냐?"
"........... 그건 아니지"
형이 맘만 먹으면 내 공격따위 밥먹으면서도 피할수 있다.
거참 눈물나는 배려네.
일단 첫번째로 내가 생각한 발경.
나는 그대로 강기가 뿜어지는 손을 주먹쥐어 그대로 형을 후려쳤다.
그리고..............
"호오?"
"........... 어라? 반응이 없다?"
"아니, 일단 공격을 들어왔어. 들어오자 마자 내가 완화시켜서 없?
거든"
"그게 가능해? 내가 침투시킨건 그냥 마력이 아닌데?"
이번 공격에 침투시킨것은 그냥 내공도, 마력도 아니다.
그건...........
"설마 강기를 침투시키는 발경이라니. 아무리 수준이 낮아도 그건 거의 심검 직전의 실력자나 쓸수 있을법한 기교인데. 넌 진짜 괴랄하다"
".......... 그걸 맞고도 멀쩡한 형이 더 괴물이거든?"
내가 형을 후려쳤을때. 강기를 응측해 침투시켰다.
크기로 치자면 기껏해야 엄지손톱만하겠지만. 어쨌든 그건 강기다.
들어가면 그대로 말랑말랑한 순두부 위에 떨어트린 칼처럼 내장을 찢는다는 소리다.
"확실히. 조금 요령만 키우고 노력이 더해지면 고위 마족한테도 통하겠지. 하지만 지금은 무리야"
"다음 기술도 있거든?"
이건 진짜 기발한 생각이라고!!!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강기는 쓰지 않고 맨손으로 만든다.
이번 기술은 강기를 쓰는것보다는 레벨이 낮지만, 집중해야 할 꺼리가 많기 때문이다.
천천히 심호흡.
오른손에 전 감각을 집중. 그대로 마력을 응집.
그리고 단숨에 주먹을 내지른다!!!!!
투웅!!!!
"어라?"
그리고 형이 뒤로 떠밀려졌다.
딱 한발자국.
오?
그레이는 순간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약 0.4초간 이해를 하지 못했다.
농담 아니고 딱 0.4초다. 그 이후로는 팬텀이 어떤 공격을 했는지 이해했다.
간단하지만 위력도 있고 참신한 생각.
"........... 놀라운데"
"어때? 짧게 생각해서 만든 기술이지만. 아이디어는 굉장하지?"
솔직히 말하자.
팬텀의 기술은 획기적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양의심공을 배웠거나 팬텀같이 특이한 경우가 아닌이상 쓰기가 힘들다고 할까.
"아무리 방심하고 있었다지만 내가 밀려날 충격이라니. 상당한데?"
"아까 강기발경을 썼을땐 아무렇지도 않던 형이 밀려나다니. 위력은 이해 했어"
"어지간한 기술보다 좋을거다 그거"
그레이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레슨 원은 끝이다 동생군"
============================ 작품 후기 ============================
처맞고 구르다 보면 괴랄하게 성장하는 팬텀.
만약 팬텀에게 감각이란 사기적인 능력이 없었다면 그레이가 주입식 교육을 시켰을지도 모름.
............. 육체적 고통을 따져봤을때. 차라리 그게 더 나은것 같은데.
상관없지 데헷. 어차피 구르는건 팬텀이니까
13년 3월 3일 수정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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