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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89화 (89/468)
  • 89/468 회

    < --이 세상에 절대적인 악이란 없다. 그저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갈뿐.

    -- >

    동시각.

    장소는 빙염의 마왕의 영지인 체이디온.

    그곳 한가운데에 있는 붉은색의 마왕성.

    피의 붉은색이라기 보단 정열적인 불꽃의 적색.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화려하진 않고 고귀하고 무거운 느낌이 든다.

    그런 그곳에.

    한명의 손님이 찾아왔다.

    절그럭. 절그럭.

    부서진 갑옷. 거의 완파라고 할수 있으며 온몸 이곳 저곳이 중상이라 말할수 있을 정도의 상처를 입은 남자.

    하지만 우습게도. 옆구리에 걸려있는 검 하나만큼은 멀쩡하다고 볼수 있다.

    그의 이름은 듀랜달 데스나이트 블레이더.

    흔히들 검마 대공이라 불리우는 자다.

    귀계의 마왕의 오른팔이라 불리우는 최측근이자. 그를 상대할 자는 마왕. 그것도 반역의 시기 이전부터 군림해온 4명의 마왕정도다.

    그리고 그가 나타난 순간 빙염의 마왕성이 발칵 뒤집혔다.

    몇시간 후.

    검마 대공은 빙염의 마왕성에서 큰 손님으로서 대접을 받고 있었다.

    보통 마왕급 마족들이 만나면 전쟁이지만 이번 만큼은 다르다.

    오래전부터 빙염의 마왕과 검마 대공은 친우로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마왕들 조차 삐걱거리며 갈등을 빗어내. 그가 강자가 아니였다면 단숨에 죽었을 정도로 마왕중에서 소외를 받는 빙염의 마왕이지만. 검마 대공에게 만큼은 아니다.

    몇 없는 빙염의 마왕이 친하게 지낼수 있는 존재.

    검마 대공은 마왕중 하나인 귀계의 마왕을 모시는 마족으로서 빙염의 마왕에게 대놓고 친근감을 표할순 없지만. 가끔씩 만나 이야기를 하는 정도다.

    딱딱하지만 친근감 있는 두사람.

    무뚝뚝하게 말하는 성격도 닮고, 의견차이도 그리 발생하지 않아 작위 마족이 아닌. 일반 마족으로 만났다면 목숨도 걸어줄수 있는 절친한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다르다. 각자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마왕과 대공으로 만나 무뚝뚝하지만 그나마 이렇게 가끔 만나 신세를 질수 있는거다.

    "검마 대공님. 저녁 식사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밖에서 들려오는 시종의 목소리.

    그에 검마 대공은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허리춤에 차여 있는 검은색의 검.

    보통 마왕을 만날때는 인간의 왕족이나 황족과 다르지 않다.

    무기 소지 불가.

    물론 마왕 앞에서 무기를 들고 가서 암살을 시도했다간 죽는건 본인정도겠지만.

    하지만 검마 대공은 그에 게의치 않고 가지고 다니고. 빙염의 마왕도 신경쓰지 않는다.

    서로 공격하지 않을것을 알기 때문이다.

    저녁식사에 초대 받은 검마 대공. 그는 데스나이트기에 음식을 섭취할 필요는 없지만. 뭐랄까.

    예의상의 유흥이다.

    집 주인이 무안해 하지 않도록. 그리고 사적인 대화를 나눌수 있는 시간이란 소리다.

    전부터 그래왔기에 그는 자리를 이동했다.

    약 5분쯤 걸어갔을까.

    이내 자리에 먼저 앉아 있는 빙염의 마왕이 보였다.

    붉은 머리칼과 청적의 오드아이.

    위압감을 주는 분위기.

    검마 대공과 엇비슷. 혹은 그 이상의 존재감을 마음껏 뿌리고 있는 마족.

    빙염의 마왕이다.

    아직 음식이 나오기 전이다.

    "크게 싸웠나 보군. 아다만티움 합금으로 만든 풀 플레이트가 그렇게나 박살이 나다니. 검에 난도질 당한 시체도 그것보단 덜 너덜너덜할거다"

    "그렇게나 박살난건가?"

    "지금 마왕성 전용 대장간에서 고치고는 있지만........... 시간이 걸리겠지. 반년정도"

    "오래걸리는군"

    "그중 3주가 합금을 녹이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장인의 일족도 아니고. 그정도의 합금을 녹이는데 얼마나 걸릴거라 생각하는건가?"

    장인의 일족인 라인시고도 순수 100퍼센트 아다만티움을 녹이는데 일주일이 족히 걸린다.

    그보다 실력이 떨어지는데다 이놈의 아다만티움 합금은 강도가 좋은거에 비례하여 용융점은 더럽게 높아서 녹이는데 시간이 걸린다.

    "차라리 새걸로 하나 맞추는게 이득일텐데? 내가 선물로 아다만티움 갑옷을 주지"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하지. 내가 입었던 갑옷이 부서져서 다시 만들어도 그게 제일 익숙하니까"

    두사람이 대화하는 사이. 이내 식사가 나왔다.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나이프와 포크를 들어 스테이크를 썰어 입에 넣는다.

    그러다 문득 빙염의 마왕이 말했다.

    "스테이크가 좀 덜 익었군"

    "그런가?"

    이야기만 들으면 평범한 음식 불평이겠지만.

    한명의 마왕과 대공. 그런 자리에서 마왕이 음식 불평을 한다? 어림없는 소리.

    단숨에 요리사를 처형시키고, 그와 함께 일했던 조수들도 전부 죽여 한바탕 피바람이 불어도 상관 없다.

    그리고 지금 당장이라도 주방에 쳐들어갈 기세로 빙염의 마왕 뒤에 있던 심복이 한발자국 걸어나왔다.

    명령만 내리면 지금 당장 주방으로 쳐들어가 그 관계자를 전부 죽을 생각으로.

    "뭐, 가끔은 이런것도 좋겠지"

    "약간 덜 익히는게. 고기의 육즙이 많으니까"

    심복이 다시 한발자국 물러서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보통 마왕이였더라면 거슬렸다는 이유만으로 죽여버렸을텐데.

    저 관용, 마왕치고 보기 드문 성격이다.

    그래.

    말하자면 이번에 살육의 마왕을 죽이고 마왕이 된............

    "그나저나 요즘 재미있는 소식이 있더군. 들었나?"

    "들었지"

    검마 대공을 간단하게 대답했다.

    빙염의 마왕이 재미있는 소식이란 지금 하급 마족 그 누구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400년만의 마왕 교체.

    그리고 유혹의 마왕의 사망 소식.

    그 두가지 전부 지금 이 마계를 울리는 소식들이다.

    보통 만년에 한번. 적어도 천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마왕의 교체다.

    400년전의 반역의 시기로 인해 8명중 4명의 마왕이 교체되는 혼돈의 시기를 격으면서 조금씩 안정화되는 마계였지만. 아무런 조짐도 없이 갑자기 격동했다.

    "준비는 하고 있나?"

    "물론이지. 살육의 마왕과 유혹의 마왕이 죽었다. 뭐, 둘다 함꺼번에 덤벼도 내 상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준비는 해야지"

    자신감.

    같은 마왕 둘이 덤벼도 이길수 있다는 말.

    그것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살육의 마왕이나 유혹의 마왕 모두 400년전의 반역의 시기를 틈타 마왕이 되었다.

    무력은 마왕중에서도 하위.

    불사의 마왕이나 흑야의 마왕 모두 마왕중에선 강자였으나. 살육의 마왕은 어떤 마법에도 견딜수 있는 육체가 있었고. 잠이 많은 흑야의 마왕에겐 꿈에서 최고의 힘을 발휘하는 유혹의 마왕이 덤벼들었다.

    말하자면 상성차이. 그것이 아니였더라면 불사의 마왕과 흑야의 마왕이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성 차이로 이겼다고 해도 마왕은 마왕. 하지만 그런 두사람이 전부 덤빈다고 해서 빙염의 마왕을 이기는건 무리다.

    "나도 슬슬 움직여야지. 나를 믿고 따라와준 녀석들을. 이렇게 잃을순 없지 않나?"

    "저쪽에서 전쟁을 벌일 생각이 없다면?"

    "그래도 벌인다. 희생이 있긴 하겠지만. 2개의 영지를 흡수해 동대륙의 전란을 가라앉힐 절호의 기회다. 이번 전쟁으로 더욱 더 안정된 마계가 되겠지"

    팬텀이 가진 영지가 2개.

    마룡왕의 영지를 제외하면 동대륙의 4분지 3이 빙염의 마왕의 손에 들어온다.

    전쟁을 벌여 평화를 찾는다.

    무언가 모순된 말이다.

    검마 대공은 문득 눈밑에 난 상처를 만졌다.

    이전에 만난 마왕. 팬텀이 남긴 흉터.

    데스나이트라 중상에 이르는 상처는 전부 회복?

    지만. 어째서인지 그가 남긴 이 흉터 만큼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러 블레이드도 아니고. 그가 든 무기도 날카로웠지만 그뿐이였고.

    .......... 어째서일까.

    "그러고 보니 실컷 얻어 터지고 왔더군. 마룡왕, 그녀인가?"

    "아아, 그렇지. 덤볐다가 손해만 보고 왔다"

    마룡왕에게 강제로 파벌 가입을 시키려다 오히려 당하고온 검마 대공.

    보통이라면 이런말도 정치적인 효과가 있다.

    검마 대공은 아직 마왕에 다다르지 못한 마족이라는둥, 마룡왕의 무력이 더 강해졌다는 둥.

    하지만 두사람은 그런게 아니다. 그저 안부 인사일뿐.

    이것은 두사람의 친분을 알려준다.

    "하지만........... 그 눈밑의 상처. 묘하군. 마룡왕의 흔적이 아니야"

    "알수 있는건가?"

    "나정도 실력자면 충분히"

    빙염의 마왕은 눈을 가늘게 뜨고 검마 대공의 눈밑에 난 찔린 상처를 보았다.

    이상한 느낌이 드는 상처다.

    고작해야 작은 흉터일 뿐인데도. 무언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느낌이 든다.

    "누구한테 당한 상처지?"

    "........... 소문의 주인공이다"

    "하아? 살육의 마왕과 유혹의 마왕을 죽인. 그리고 내가 이제 전쟁을 벌여야 하는 애송이 마왕 말인가?"

    "그래"

    빙염의 마왕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그것은 호기심.

    그리고 상대를 미리 파악하려는 눈.

    "그래서, 어떤 자였나? 종족은? 나이는? 생김새는?"

    "생김새는 흑발 장발에 커다란 돌격창을 들고 있는 녀석이였다. 나이와 종족은............ 잘 모르겠더군"

    "하아? 모르는 건가?"

    "그래, 워낙 짧게 만나서 싸운거라. 게다가 흥미를 잃었고 말이다"

    "흥미를 잃다니?"

    무슨 소리일까?

    마왕과 싸워놓고 흥미를 잃다니.

    "약했다. 그것도 엄청"

    "........... 약했다고?"

    "그래, 진짜 마왕 클래스에 비하면. 마치 인간과 비교하는것처럼 약했지"

    팬텀은 진짜 인간이다.

    좋은 소식이 있다면. 팬텀은 평소에 땅의 일족을 자칭하고, 인간인걸 아는 마족은 그의 측근과 극소수뿐.

    만약 인간인게 알려지면 그대로 다른 마왕들이 무시하고 쳐들어온다.

    "하지만........... 마룡왕의 평가는 다르더군"

    "마룡왕이?"

    "그래, 겨우 반년을 자기한테 배운 녀석이. 나에게 이 상처를 남겼다고 웃더군"

    "방심했었나?"

    "조금"

    검마 대공은 허언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가 조금 방심했다면. 그 말대로 조금 방심했다는 것.

    그렇지만 굉장한거다.

    마왕급 마족중 하나인 검마 대공에게 상처를 남길 마족들은 얼마 없으니까.

    "게다가 별 능력 없이 온몸이 흉기인 살육의 마왕을 죽인 녀석이다. 나는 보지 못했지만, 무언가 한수 재간이 있겠지"

    "하긴, 살육의 마왕의 몸은. 나도 꽤 귀찮으니까"

    빙염의 마왕이 스테이크 한조각을 입에 넣어 씹었다.

    도대체 그 애송이 마왕은 강한것일까 약한것일까.

    직접 만나본 검마 대공은 약하다고 하지만. 마왕을 2명이나 죽인건 결코 무시할수 없다.

    "그래서. 역시 전쟁인가?"

    "그래"

    "혼혈들의 평등을 위해서?"

    우뚝.

    순간 빙염의 마왕의 손이 멈췄다.

    혼혈.

    이전에 마왕 회의때도 그랬지만. 그는 그 단어에 민감하다.

    홍염의 일족과 빙하의 일족의 혼혈.

    보통 홍염의 일족과 빙염의 일족은 강인한 종족이다. 비견되는 종족이 투신의 일족인 발록일 정도로 강한 존재.

    그 예로 데르헤논의 공작과 후작인 라미네스와 가르잔이 있다.

    서로 상반된 두 종족이. 우연히 만나 사랑을 하고 혼혈의 아이가 태어나 그 아이가 양부모의 특성을 전부 물려받고 마왕이 될 확률은 어느정도나 될까?

    수천분의 일? 수만분의 일? 수억분의 일?

    정확한 확률은 모르지만. 빙염의 마왕은 그 확률을 깨부수고 마왕자리에 오른 혼혈들의 영웅이자 우상이다.

    "듀랜달"

    "왜 그러지?"

    "너는 이 마계에 핍박받고 있는 혼혈의 수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많겠지. 다른 마족들은 얼추 셀수 있어도. 혼혈은 그렇지 않으니까"

    혼혈의 마족은 언제나 차별을 받는다.

    강하건 약하건 상관없이. 심지어 마왕인 빙염의 마왕도 마왕사이에서 차별을 받는다.

    빙염의 마왕은, 같은 혼혈로서 공감하고 그걸 두고 볼수 없다.

    그렇기에 그는 그의 영지에 한해서 혼혈에게 평등하게 대하는 정책이나 법을 펼치고 있다.

    순혈의 피. 그러니까 순수하게 단일 일족에게는 반대로 조금 차별하는 감이 있긴하다.

    이전의 사건. 팬텀이 만월의 일족의 사건과 개입했을때. 그의 사심이 들어간게 그 증거다.

    어느 누구와 결혼하여 자식을 낳아도 만월의 일족이 나오는 그들에게 빙염의 마왕은 좋은 감정이 있지 않다.

    전대 웨어 울프 로드와 계약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와 한것. 그가 죽은 이상 약속을 지킬 이유따윈없다.

    그렇기에 팬텀이 2명의 마왕을 죽이자 위협과 더불에 눈에 시린 만월의 일족을 숙청하려 한것이다.

    "그나저나, 마룡왕은 지금쯤 움직이지 못하겠지?"

    "몰론, 아무리 그녀가 강하다고 하나. 나를 상대했다. 아무리 그녀라도 수면기의 후유증까지 겹쳐져서 상당기간 쉬어야 할터"

    "어부지리의 걱정은 덜었군. 그렇다면.......... 남은건 전쟁뿐"

    간단한 선언이지만 이번엔 다르다.

    빙염의 마왕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을 벌일 생각이다.

    아직까지 빙염의 마왕은 마룡왕이 팬텀의 편이란것을 모른다. 그저 전쟁이 일어났을때 마룡왕이 참전하여 기습으로 어부지리를 노리는걸 걱정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마룡왕과 싸워 말한 검마 대공이. 마룡왕은 현재 운신 불가라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데르헤논과 파리틴을 침략해. 마왕인 팬텀을 처리하고 운신이 힘든 마룡왕을 처리하면. 이 동대륙을 전부 정복할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이 대륙 전체의 혼혈들의 평등과 자유를 보장할수 있다.

    "모든것은 나와같은 혼혈 마족들의 평등을 위해서.........."

    그는.

    어찌보면 팬텀과 가장 닮은 마왕일지도 모른다.

    ============================ 작품 후기 ============================

    빙염의 마왕은 사실 착한놈입니다. 빙염중에 염의 성격으로 가끔 화끈한 면이 있지만.

    마왕중에도 착한놈은 있어요 어디보자................ 빙염 합쳐서 2명이냐.

    와, 지금 생각해보니까 마왕 8명 중에 고작 2명만 착한놈이냐? 마계가 말세야.

    하지만 팬텀은 빙염을 죽여야 하죠. 올ㅋ

    13년 2월 22일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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