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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69화 (69/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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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

    -- >

    녹색 버튼으로 들어간 곳은. 그림만 가득한 방이였다.

    그림의 종류나 화법에 관계없이, 전부 그림들만 있을뿐.

    하지만 그 그림에 그려져 있는 사람이다.

    "이건........."

    그가 액자 하나를 보았다.

    웃고있는 라시드의 어린시절 모습이 그려져 있다.

    다른 그림을 보았다.

    자신의 어머니가 젊었을적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밖에도 뛰어노는 자신의 그림이나, 그의 어머니가 그려진 사진이 가득.

    그리고 방안의 가장 안쪽에. 그중에서도 가장 큰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흑야의 마왕, 라시드, 그리고 그의 어머니.

    이렇게 3명이서 다같이 들어간 화목한 가족 사진.

    전부 웃으며 근심따위는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있다.

    ".......... 팬텀님. 이 방의 이름....... 대신 말해주실수 있겠습니까?"

    라시드가 울음을 참으며 그림을 계속 감상하며 물었다.

    입술을 악물고, 겨우겨우 참는다.

    팬텀은 그런 그를 위해 조용히 방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잃어버리기 싫은 추억의 방"

    라시드는 끝끝내 울지 않고 방안에서 나왔다.

    "다음방. 다음방을 봐야겠습니다"

    "야, 너무 무리하는거 아니냐? 좀 쉬었다 봐도 되는데?"

    "아뇨, 바로 봐야겠습니다"

    라시드가 기둥으로 걸어가 마지막인 흰색의 보석을 눌렀다.

    아니, 흰색의 보석이 있나? 싶었지만. 마법적 처리를 한 느낌이 드니, 그냥 그러려니 싶었다.

    그리고 이내 마지막 문이 열렸다.

    그 방에는, 흑야의 마왕이 이곳을 만든 이유가 있을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라시드는 침을 삼키고 심호흡을 한 뒤에서야 그 방을 향해 걸어갈수 있었다.

    팬텀도 그를 조용히 따라 들어갔다.

    마지막 흰색 버튼으로 열린 방.

    그 방안에는 다른 방과는 달리 거의 텅 비였다고 할수 있을정도로 안에 있는것이 없었다.

    그저 유리관 하나와 그 위에 작은 책만 놓여있었다.

    라시드는 조심스럽게 유리관을 향해 걸어갔다.

    "마족? 아니, 그 사람은........."

    팬텀은 유리관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고 놀랐다.

    그도 익히 알고 있는 사람.

    아니, 솔직히 말해서 직접 대면해 보진 않았지만, 그림으로 본 사람.

    흑야의 마왕.

    "아...... 버지?"

    라시드는 세어나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아버지다.

    유혹의 마왕에게 죽어, 시체가 남아있는지 조차 모르던 그의 아버지다.

    ".........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에 의하면. 흑야의 마왕은 유혹의 마왕과의 전투후, 패배하고 어딘가로 사라졌다고 해"

    "아, 루이넬"

    문쪽에서 루이넬이 걸어왔다.

    한손에는 이 마왕성의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으로 보이는것을 들고 오고서.

    "죽은것임이 분명함에도. 시체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데. 그런데 그게 여기 있었을 줄이야..........."

    라시드는 유리관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흑야의 마왕.

    그가 유리관에 누워 잠들듯이 죽어있다.

    라시드는 유리관 위의 책을 무의식적으로 집어 펼쳐 들었다.

    첫번째 페이지.

    [오늘 메이니아라는 그림자 일족의 여자 하인을 보았다. 어디가서 잘 속을듯한, 착한 여자다. 아주 바보같아서 놀리는 맛이 난다]

    날짜는 아주 오래전이다.

    라시드가 태어나기도 전의 날짜.

    아마도 일기장인것 같다.

    [짜증난다. 요즘들어 다른 녀석들이 자꾸 대마왕님의 부재 소식을 찔러놓는다. 아마도 대마왕 자리가 탐나는것 같은 느낌이다. 개자식들]

    [마왕 회의를 끝마치고 들어오면, 언제나 메이니아라는 여자가 반겨준다. 뭐, 내가 전속 하녀로 삼은것도 있지만. 뭐랄까, 좀 끌리는 느낌이다]

    [큰일났다. 라인하르트 녀석이랑 오랜만에 흥청망청 마시고, 침대에서 일어나보니 옆에 메이니아가 누워있다. 큰일이다. 아마도 저지른것 같다]

    [세간에 알려진것과는 달리, 난 그리 호색한이 아니다. 그저 여자가 좀 꼬이는것 뿐이고. 그덕분에 호색한이란 잘못된 소문이 퍼졌다. 그런데도 지켜온 내 처음 상대가 그림자의 일족이다. 제발, 임신은 피하길]

    [............ 임신을 했단다. 나오기도 힘들다는 혼혈끼리의 자식이다. 나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그녀에게 애를 지우라고 말했다. 그러다 따귀를 맞았다. 나, 마왕인데]

    [메이니아 그녀는 설령 혼혈아의 어머니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다고 해도 이 아이를 키울거라고 했다. 나는 혼란스럽다]

    [당분간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 무언가 허전하면서도 짜증나는 느낌이다]

    [할수없이 나는 몰래 밤에 그녀의 방에 들어갔다. 그녀가 짐을 챙기고 있었다. 도망갈 생각인것 같다]

    [왜 도망갈 생각이냐고 물으니. 그녀는 이 아이를 마왕의 자식이 아닌, 조금 힘들더라도 평범하게 키울꺼라고 한다. 마왕의 자식이 혼혈인것 보다. 그냥 마족의 자식이 혼혈인게 더 낳으니까]

    [나는 화나서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 아이는 우리의 아이라고. 혼혈이라고 말하는 자식들은, 전부 내가 찢어죽이겠다고]

    [아이가 태어났다. 임신한 달이 짧은걸로 보아, 아마도 내 종족의 특성을 많이 이어받은것 같다. 이름은 라시드로 하기로 했다]

    [요즘 회의에서 혼혈인 라시드를 거론하며 나를 누르는 녀석들이 생겨났다. 뭐라는거냐, 라시드는 내 아들이다. 전부 죽어버려]

    [오늘도 내 아들과 아내를 위해, 나는 반란분자를 죽인다. 내 아들인 라시드가 혼혈인 이상, 그에 반대하고 나서는 녀석들도 생겨난다. 나는 후세에 아들에게 물려줄 이 영지를 위해 오늘도 나선다]

    [사건이 벌어졌다. 다른 친우 몇명도 벌써 당한것 같다. 폭풍 녀석이 먼저 중간계에서 넘어왔다덤 마룡에게 당했다. 큰일이다. 아직, 아들이랑 아내에게 해준게 없는데..........]

    [아들과 아내를 위해서 안배를 해두어야 한다. 나는 온갖 권력과 재물을 모아 비밀 장소에 저장해 두었다. 이로써 상당히 안심이다]

    [앞으로 자랄 아들을 위해. 수많은 금과 무기들을. 그리고 몸이 약한 아내를 위해 온갖 희귀한 약과 추억이 담긴 그림들을, 그리고 마지막 방은 내 몫으로 준비했다]

    [예상이 빗나갔다. 내 꿈속에 강한 서큐버스 하나가 방문했다. 그리고 치명상을 입었다. 육체적 타격은 적지만, 정신적 타격이 더 심하다]

    [그 서큐버스가 직접 나타났다. 부상을 입고, 힘을 쓰지 못하는 나는, 그녀를 이길수 없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내 아내와 아들을 피난시킬 시간을 벌기 위해 싸웠다]

    [의식이 흐려진다. 겨우 도망쳐 여기까지 왔다. 여기라면......... 편히 눈감을수 있겠지]

    [마지막으로 쓰는 글이 될것..... 같다 아아, 메이니아를 처음 만났던 때가 생각난다......... 라시드가 보고 싶다. 반란하는 녀석들 처리하느라, 많이 못놀아준게 한이 된다. 아직....... 라시드한테....... 해준게....... 없는......]

    그 글을 끝으로 일기가 끝나 있었다.

    라시드는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울지 않겠다고 해놓고, 그토록 자신에게 신경도 안쓰던 아버지임에도.

    그의 눈물이 흑야의 마왕의 일기장을 적신다.

    "뭐가........"

    그가 말한다.

    "뭐가 해준게 없다는 겁니까........"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며, 한탄한다.

    "이렇게 어머니와 저를 죽을때까지 걱정하면서......... 나, 난, 그런줄도 모르고........."

    뜨겁고 투명한 액체가. 라시드의 눈에서 나와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린다.

    루이넬과 팬텀은, 그런 그를 조용히 보고 있었다.

    그때, 유리관 한쪽에서 무언가 빛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것을 본 라시드는 얼떨결에 손을 뻣었다.

    무슨 특수한 처리를 한것인지, 라시드의 손은 유리관을 통과해 그 안쪽으로 들어갔다.

    위치는 흑야의 마왕의 명치 부분.

    그곳에서 무언가 두둥실 떠올라 라시드의 손에 잡혔다.

    하트.

    흑야의 마왕의 하트다.

    [미안하다. 내 아들. 이런것밖에 남겨줄수 없어서]

    웅웅거리며 흑야의 마왕의 목소리를 추정되는것이 방안에 조용히 울렸다.

    "뭐가 이런겁니까..........."

    라시드는 손에 있는 마왕의 하트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흑야의 마왕의 일기장을 꼭 끌어안고 말했다.

    "이게 제일 소중한 건데........."

    그리고 공동 안을 라시드의 흐느낌만 가득 채웠다.

    팬텀과 루이넬은 그 공동에서 조용히 빠져나왔다.

    라시드에게 조용히 생각할 시간을 주는것과 함께. 그곳은 흑야의 마왕의 무덤이나 마찬가지기에.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되는걸 깨닮았기 때문이다.

    "루이넬. 울어?"

    "읏?! 아, 아냐. 난 우는거 아냐........"

    루이넬이 급히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며 말했다.

    그렇게 말해도 설득력이 없는데.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팬텀은 복도 한쪽에서 기다리던 그레이를 보았다.

    "저기. 형. 잠깐 물어볼게 있는데"

    "응, 물어봐"

    그레이가 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는 잘 계셔?"

    "엉, 무지 잘 있어. 엄청나게 정정하시다고. 아마 적어도 우주 하나가 태어나고 망하는걸 수백번도 더 볼껄?"

    "그럼 다행이네"

    팬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자신의 아버지는,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정이 흔들린 것이다.

    "형, 원래 아버지는 그런걸까? 사랑한다는 말은 직접 못하는거"

    팬텀의 아버지나, 라시드의 아버지나.

    전부 직접적으로 사랑한다라느 말은 한적이 없다.

    흑야의 마왕의 일기장에서도 간접적으로 나왔지.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았다.

    그런 팬텀의 물음에 그레이는 훗, 하고 웃었다.

    "원래 아버지란 그런거야. 쑥쓰러워서 사랑한다는 말은 못해도. 누구보다 자식을 사랑하는게. 바로 아버지니까"

    ============================ 작품 후기 ============================

    독자님들도 아빠에게 잘하세요.

    저는 아직 부모님 두분이 펄펄하게 살아계시지만. 반년전에 아들처럼 아껴 주시던 이모부가 돌아가심.

    그때 이후로 살아 계실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런고로 닥치고 효도하라고.

    13년 1월 27일 수정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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