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59화 (59/468)

59/468 회

< --과거가 있는사람치고, 좋은 기억있는 사람은 드물다.

-- >

검마 대공은 조용히 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약하다.

마왕의 마력이 느껴져서 공격해 보았는데도, 엄청 약하다.

기껏해야 중급, 그중에서도 조금 강한정도의 무력.

검마 대공은 그대로 몸을 돌려 갈길을 가기로 했다.

아니, 몸을 돌리려고 했다.

순간 흙먼지 속에서 무언가 돌격해 왔으니까.

나는 머릿속이 멍했다.

검은 기사 녀석의 일격에 나가떨어지고 정신을 차렸을때는 라시드와 루이넬이 녀석의 참격에 나가떨어지는걸 보았다.

나는 위험하다 생각하고 그대로 뛰쳐나가 두사람을 내 뒤에 밀어놓고 레기온의 옆면을 정면으로 향하게 하고 방어했다.

참격이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나는 그대로 정신을 놓을뻔 했다.

저녀석이 왜 우리를 공격하는지 모른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단 하나. 이 두사람만큼은 지켜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번의 참격이 레기온에 부딪히지만, 나는 마력을 있는대로 집어넣어 강화시켜서 막아냈다.

반격의 기회는 있다.

녀석이 공격을 끝낼때, 해치웠다고 믿을 때.

그때가 녀석이 방심할때다.

그때를 노리고 흙먼지가 녀석의 시야를 가릴때. 그때를 노리고 튀어나간다.

아무리 강한 녀석이라도, 시야가 가려져 있을때는 틈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마력을 집중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소주천까지밖에 할수 없다.

소주천이란 보통 상체부분만 내공을 돌리는걸 말하고, 대주천은 온몸을 돌리는걸 말한다.

대주천을 한다면 나도 엄청나게 강해질수 있겠건만. 임독양맥이 뚫리지도 않고 세맥도 전부 뚫리지 않은 나에게는 무리.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수는 없다.

나는 그대로 준비했다.

단 일격.

녀석을 죽일 단 일격.

배를 노린다? 아니, 그건 살수도 있다.

심장을 노린다? 나처럼 특이케이스라 혹시 모른다.

머리를 노린다?

정답.

머리는 인체에서 심장과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부분.

뇌에 손상이 가면 어떤 생물도 죽는다.

이내 주변이 조용해진다.

녀석이 검을 집어넣는 소리가 들린다.

이때를 노린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레기온을 뽑아 정면을 향해 세우고 단거리 달리기의 크라우칭 스타트처럼 발을 바닥에 박차듯이 나아간다.

등 뒤로는 바람을 압축해 폭발시켜 가속한다.

그와 동시에 바람의 흐름을 이쪽으로, 앞으로 빠른 속도로 쏘아진다.

마치 총알과도 같이.

나는 녀석의 머리를 향해 레기온을 찔러넣었다.

마룡 지르기.

레기온을 정면으로 내밀어 찌름과 동시에 내 특기인 회전을 넣는다.

레기온이 회전을 하며 더욱 가속하며 찔러들어간다.

콰가각!!!

녀석이 급히 검을 뽑아 휘두른다.

하지만 가깟의 차이로 피해내고, 어지간한 공격은 그냥 맞아버린다.

여기서 피했다간 이 일격을 실패해 버린다.

웃기지마.

마왕급 마족이 뭐가 대수라고.

왼쪽 어께가 반쯤 베어지고, 오른발은 무릎 아래로 싹둑 하고 쌈박하게 잘려나간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내가 드림 로드에게서 배운 육체능력 100퍼센트로 활용하기.

평소의 난전이라면 쓰지 못하겠지만, 바로 지금 집중력이 최대인 이 순간이라면 가능하다.

단번에 내지른다!!!

빠각!!!

그리고 나는 녀석의 투구의 틈 사이로 레기온을 찔러넣을수 있었다.

검마 대공은 순간 흠칫했다.

방어를 도외시한 공격.

뒤에 있는 동료를 구하기 위한 행동.

무엇하나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수 없는 짓이다.

어떤 멍청이가 공격을 무시하고 돌격하고, 이미 쓰러져서 짐밖에 되지 않는 동료를 보호하는가.

전쟁터에서 그런 녀석들은 쓰레기다. 그저 화살받이의 용도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녀석은 그런 두사람을 보호하고 또 반격을 했다.

자신의 투구의 덮게 사이로 벌려져 찔러들어온 창끝.

그는 팬텀의 창을 쳐내고 뒤로 물러선다.

오러 블레이드나 뭣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는 데스나이트. 심장을 부수거나 뇌가 부서진 정도론 죽지 않는다.

게다가 그의 공격은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저 그의 오른쪽 눈밑에 찔러들어가 상처를 냈을뿐.

"...... 재미있군"

그가 오랜 침묵속에서 중얼거렸다.

꽤나 미성.

하지만 감정이 담겨있는것 같진 않은 목소리다.

그는 뒤로 물러났다.

헉헉 거리며 숨을 들이쉬고 잘려나간 다리를 주워 맞추고 있는 녀석이 보인다.

그는 검을 집어넣었다.

"다음에 보면......"

그는 뒤돌아서서 말했다.

"네놈은 죽는다"

"웃기시네. 다음에 보면 꼭 네놈을 죽여주마"

팬텀이 으르렁 거리며 대꾸했다.

이런 망할, 빌어처먹을, 제기랄.

검마 대공인지 뭔지 하는 마족새끼가 갑자기 덤벼들더니 우리 파티가 전멸해 버렸다.

다행히도 내가 일격을 먹이고, 그덕분인지 물러난 녀석.

하지만 녀석은 전력을 다하지도 않고 우리를 가지고 논 형상이다.

라시드나 루이넬은 이미 기절하여 쓰러진 상태, 그나마 다른 상처가 없다는게 불행중 다행이려나.

"끄으으으...... 존나 아프네......"

나는 무릎 아래쪽으로 잘려나간 내 발을 잘린 부위에 붙이며 말했다.

검강에 잘려서 그 상처의 세포가 괴사해 버린 탓인지, 평소보다 회복속도가 느리다.

나는 레기온을 지팡이삼아 땅에 박아넣고 조금씩 일어나 라시드와 루이넬을 어께에 들쳐맸다.

그리고 반쯤 도망가다시피한 테멜을 붙잡았다.

주인이 걱정된건지 어느정도 멀리 도망갔다가 잠잠해지자 돌아오는 모양, 꽤나 똑똑한 녀석이다.

루이넬과 라시드를 녀석의 등 위에 올리고 나는 제일 앞에 탑승.

그리고 다시 움직인다.

어차피 내 상처야 금방 회복될테고, 라시드나 루이넬은 큰 상처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냥 직행해도 괜찮을터.

"으으으......"

"어라, 일어났냐?"

"무슨!! 아니, 팬텀씨 검마 대공은?"

"몰라, 일격 먹여줬더니 재밌다고 중얼거리고 가버렸어. 쫄았나봐"

"설마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검마 대공입니다! 맘만 먹으면 레지트를 홀로 날려버릴수도 있는 강자라고요!"

"사실인걸 어쩌라고?"

검마 대공 녀석은 일격을 맞고 재미있다고 말하고는 물러났다.

근데 머리통에 창을 꽂아넣었는데도 멀쩡하더라, 괴물자식.

그러고 보니 데스나이트라고 했었지? 제기랄.

데스나이트는 언데드의 대표명사. 하지만 검마대공 녀석은 말을 늘여서 같은 글자를 두번 말하는 데스나이트어(語)를 쓰는 그런 녀석과는 차원이 다르다.

왜 그런거 있잖냐. '죽죽음음의의찬찬송송가가' 그렇게 말하면서 오는 데스나이트.

아무튼 다음에 만나면 배때지에다 내 특기인 검은 안개를 쑤셔넣어주마.

마왕을 죽인 기술을 배에 꽂히고도 살아남을수 있는지 보자.

나는 그렇게 다짐하며 앞으로 향했다.

밤이 되었다.

두개의 달이떠서 지상을 비춘다.

달빛이 밝고 구름한점 없어서 딱히 모닥불이 없어도 될것 같지만. 추위는 가시지 않는다.

대충 주변에서 풀이나 마른 나뭇가지를 줏어와서 불을 붙인다.

따끈한게 기분이 좋다.

"아오, 발이 아직도 아프네. 근데 루이넬은 아직도 정신 못차리는거야?"

"정신을 잃었지만, 호흡이 고른걸 보니 잠이드신 모양입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모닥불을 쬐고 있자하니 뭔가 썰렁하다.

그래, 어색한 느낌이 물씬.

잠깐 화제를 돌리자.

기왕이면 밝은 쪽으로.

뭐가 좋을까......

"아, 그런데 너네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어?"

"...... 네?"

"아니, 분위기도 썰렁한데 화제를 좀 끌어보자. 하는건데 말이야"

묵묵히 모닥불만 보고있던 라시드가 내 말에 반응한다.

꽤나 갑작스런 반응, 뭔가 트라우마를 건든건가?!

"제...... 아버지는......"

거의 울먹이듯이, 혹은 분노에차서 중얼거린다.

"이 세상에서 가장 쓰레기 같은 남자입니다"

한가지 말해두자.

나는 아버지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존경하고 있다고 봐야지.

비록 지금은 어디가서 돌아다니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사정이 있을것이라고 본다.

내가 라시드에게 아버지에 대해 물은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자기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처럼 존경하고 있을까?

그런 호기심에서 물어본거다.

"그 망할 아버지란 작자는 대부분 놀러다니기만 하고! 나나 어머니는 내팽개쳐 두고는! 기어이 나중에는 유혹의 마왕한테나 헬렐레 거리며 따라간 멍청이 입니다!!!"

"야야, 좀 진정......"

"이게 진정할것 같습니까!!"

아무래도 내가 트라우마를 건든 모양이다.

근데 뭔소리래?

"유혹의 마왕한테 헬렐레 거렸다고? 뭔 소리야?"

"그 말 그대로 입니다. 그 바보같은 아버지는 꽤나 호색한. 그래서 유혹의 마왕의 유혹에 넘어간 거지요. 그래놓고...... 그래놓고....."

그러고 보니 이 땅은 본래 흑야의 마왕의 것이였다.

유혹의 마왕이 흑야의 마왕을 죽이고 이 땅의 권리를 얻은것.

"제기랄! 어머니에겐 관심도 없어놓고! 기껏해야 5년에 한번꼴로 들어오는 그 작자가 무슨 아버지 입니까!"

"자, 일단 한대 맞고 진정하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근데 피했다.

...... 어쭈?

팍! 탁! 파팟! 타앗!!!

주먹을 날리고 빈틈을 노려서 발차기도 몇번 날린다.

레기온을 다루기 이전엔 대부분 체술에 단검으로만 상대해서 박투술도 상당한데 그걸 전부 막고있다.

"..... 좋아, 일단 한대 때릴때 까지 가보자!"

"뭡니까 갑자기! 시비걸지 말아주시죠!"

"그 막되먹은 정신머리부터 고치고 시작하자고. 어떤 바보가 자기 아버질 욕하냐?"

파앙!

내가 주먹을 내지르자, 라시드가 팔을 들어 비켜쳐낸다.

좋은 힘에 동체시력이다.

"아무리 그래도 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제 아버지는 호색한에 가정이라곤 신경쓰지 않는 멍청이라고요!"

"웃기시네! 아니, 툭까놓고 말해서. 너 그건 생각 못했지?"

"뭐가 말씀이십니까?"

"마왕쯤 되는 사람이, 아무리 같은 마왕이라고 유혹에 넘어갈까?"

".........."

퍼억!

아, 한대 때렸다.

마왕은 강하다.

라시드 녀석은 아마 오늘 만난 검마 대공 이외의 다른 마왕급 마족을 만난적이 드물 것이다.

유혹의 마왕의 아무리 강하다고 하나, 루이넬이나 따로 알아본 바로는 유혹의 마왕은 최하위권의 마왕이라고 한다.

흑야의 마왕이 얼마나 강한진 몰라도 마왕이니 강자였을터.

그런 마왕이 유혹에 넘어갔다고? 아무리 호색한이라고 하지만 그건 아니다.

마왕쯤 되면 정신력도 엄청날터, 싸우는데 애로사항이 있더라도 유혹에 넘어가지는 않는다.

"애초에 흑야의 마왕이 유혹의 마왕한테 유혹당했다는 소문을 어디서 들은건데?"

"수,수도쪽에서 오던 상인들의 말로......"

"수도쪽에서 왔다라, 조작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겠는데?"

자고로 정보란 그 발생지에서 조작이 제일 쉽다.

"흑야의 마왕이랑 유혹의 마왕이 충돌한 장소는 역시 마왕성이겠지?"

"....... 네. 조금 벗어났긴 했지만. 수도 파리틴 부근입니다"

"빙고. 뭔가 내막이 있는것 같은데?"

만약 사실이라도 이건 라시드가 잘못한거다.

애초에 자기 가족을 믿어야지 소문을 믿는 바보 멍청이가 어디있어?

"앞으로 좀 더 생각을 해봐. 괜히 자기 아버질 미워하지 말고"

"..........."

나는 침낭에 몸을 뉘이고 잠을 청했다.

그날따라 달이 밝았다.

오늘은 숙면을 취했다.

드림 로드의 수련없이 오랜만에 푹 자고 일어나니 몸이 개운하다.

내가 일어났을때 라시드는 아직도 자고 있고, 주변은 조용하기만 하다.

꽤나 일찍 일어난 모양인데.

아, 그러고 보니 요즘 잠이 좀 적어진 느낌이다.

주변에는 벌레하나 우는 소리없이 고요하고. 아무도 없는.......

........... 루이넬은 깨어있네.

조용히 아직 해가 뜨지 않아서 차가운 새벽공기를 마시고 있는 루이넬이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니 그저께 이후로 루이넬과 제대로 대화한적이 없다.

"여어, 꼬맹이"

"........ 꼬맹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예전부터 말했잖아"

"미안한데 그게 더 익숙해져서 말이지"

루이넬이 투덜거리며 나를 한번 쏘아보더니 이내 한숨을 쉬었다.

"나 때문에 깬거야?"

"아니, 그냥 눈이 떠진거야. 신경쓰지 않아도돼"

"그러면 다행이고"

또다시 침묵.

라시드를 만나고부터 엄청나게 우울해있는 루이넬이다.

어떤일인지는 말도 않해주고, 알려줄 생각도 없는 모양.

루이넬에게는 미안하지만, 정공으로 뚫고 가는 수밖에 없다.

뭘 알아야 그녀를 어떻게 도와줄것 아닌가?

"저기, 루이넬. 전부터 궁금한건데 예전에 무슨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우울해?"

"에? 내가 그렇게 우울했었어?"

"우울에 침울에 훌쩍훌쩍 울면서 온갖 인상은 다 쓰고.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나빠'하는 느낌으로 찌그러져 있었는데?"

"........ 미안"

오예! 내가 아닌 루이넬한테서 미안하단 소리를 들었다!

아, 잠깐만. 목표는 이게 아니였는데?

"그래서, 말해줄꺼야?"

".........."

루이넬이 침묵한다.

마음속으로 고민중,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는 쪽일것 같은 느낌이 물씬 든다.

"저기, 고민하는건 좋은데. 한가지만 기억해줄래?"

"....... 뭔데?"

"난 항상 네 편이야. 처음에 너랑 동료가 되서 일행이 ?

을때무터 나는 언제나 네 편을 들어줄꺼라고"

"그건 고마운 말이네"

루이넬과는 꽤나 오랬동안 지냈다.

기껏해야 1년도 않되는 시간이지만, 그동안 많은일이 있었으니까.

마왕에게 납치당했지, 나는 그걸 구출하러 돌격했지, 마왕을 죽였지.

마룡왕에게 시비털었지, 죽다 살아났지, 그리고 지금 여기까지 왔지.

동고동락을 함께해온 동료다.

무슨 열혈 소년만화처럼

'동료니까!'

하고 소리치고 나갈 생각은 아니다.

그저 정이 들었으니까.

내가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그런 동료이자 친구가 울면서까지 고민을 하는데 걱정이 않될리가 있냐.

"...... 그럼 조금만 말해줄께"

"응, 놀라지 않을테니까 말해봐"

좋아, 마음을 진정시키고 놀라지 않게 만든다.

분위기를 망치지 말자고.

"난...... 라시드의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어"

============================ 작품 후기 ============================

흐규흐규, 루이넬찡ㅠㅠㅠㅠㅠㅠㅠㅠ

나도 너 굴리기 싫은데, 팬텀이랑 붙어있으니까 굴려야함.

그런고로 넌 루이넬 몫까지 굴러줘야겠다 팬텀.

13년 1월 18일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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