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55화 (55/468)

55/468 회

< --루이넬의 과거란.

-- >

"드,들켰다?! 어째서!"

"그야...... 혼혈인 마족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까요"

혼혈?

그러고 보니 내가 살육의 마왕의 마왕성에 잠입할때, 넘기는 말로 혼혈이라고 했던것 같은데.

그때 데이레스가 날 보는 눈빛은 뭐랄까, 많은 감정이 있었다.

"혼혈은...... 말 그대로 서로 다른 두 종족 사이에서 나온 마족을 말합니다. 한편에선 잡종이라고 말할정도로 취급이 좋지 않습니다"

"왜 차별을 하는데? 별 다를것 없잖아?"

"그 정신과 힘 때문입니다"

라시드가 달을 보았다.

푸른색과 붉은색의 달.

"혼혈로 태어난 마족은, 정신이 불안정 합니다. 어릴때부터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으면 적아를 구분하지 못하는 흉악한 마족이 될 정도로"

"그럼 처음부터 교육시키면 되잖아? 방법이 있네"

"문제는 다른겁니다. 혼혈의 특징인 그 힘"

라시드는 수건을 들어 몸의 여기 저기를 문질러 씻기 시작했다.

"혼혈은 아버지나 어머니의 둘중 한분의 능력을 이어받습니다. 하지만 본래 종족보다는 그 힘이 떨어져 버려진 취급을 받지요"

"힘이 약하다고 그런 취급을 받는다고?"

"...... 그중 극히 드물게, 저처럼 두분의 능력 모두를 이어받는 희귀한 혼혈이 있습니다"

라시드는 양 손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한쪽손에서는 마치 고양이의 발톱마냥 손톱이 나오고, 한쪽 손에서는 묘한 검은 물질이 뿜어져 나온다.

"대표적인 예로. '빙염의 마왕'도 빙하의 일족과 홍염의 일족의 혼혈입니다. 한 종족의 피만 이어도 강할텐데, 두가지를 전부 얻었지요"

"무지 강하겠네"

"네, 강합니다. 현 마왕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안에 들 정도로"

빙염의 마왕이라, 영지가 이 근처일텐데.

다크 로드 캐슬로 가려면 빙염의 마왕의 영역을 지나쳐야 했었지?

"그렇기에 어떤 마족도 혼혈인 마족을 보면 적대하거나, 부러워하거나. 둘중 하나의 반응을 보입니다"

"....... 그런 반응이 없는 나는 마족이 아니다?"

"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군요"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런 이유로 들킬줄이야.

"네가 혼혈인걸 몰랐을수도 있잖아?"

"그럴리가요. 저는 아버지인 흑야의 일족과 어머니인 그림자의 일족의 혼혈입니다. 덕분에 흑야의 일족의 특징인 이 귀는 있어도. 반쪽이라 꼬리는 없습니다"

어,없는거냐? 꼬리가?

그러고 보니 뒤에는 허전했지?

라시드의 말을 듣자하니, 흑야의 일족은 중간계의 수인족중에 묘족처럼 생긴 모양이다.

고양이 귀에 꼬리, 두가지가 한세트.

하지만 꼬리가 없는 라시드는 누가 봐도 혼혈인걸 알수 있다.

"....... 인정할께. 난 마족이 아니라 인간이야"

"이,인간?! 어, 어떻게 인간이 마계에?"

"어쩌다 보니까"

문득 생각이 나니까 짜증난다.

아니, 짜증이라기보단 순수한 분노와 적의. 그리고 살의.

"그 빌어먹을 도마뱀. 중간계의 수호자라는 놈이 날 잡아와서 실험하다가 마계에 떨궈졌어"

"그,그러십니까?!"

"믿지 못하겠지만 사실이야"

조금 의심하는 눈치지만, 이내 수긍하는듯 고개를 끄덕이는 라시드.

그런에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 ?

지?

"아, 그러고 보니 루이넬하고 어떻게 아는건지 말해주기로 했잖아"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죄송할것 까지야.

성격이 데이레스를 닮은것 같은데. 말투도 그렇고.

"조금 충격적인 내용이 있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괜찮아, 네가 루이넬의 약혼자라는 설정이 튀어나와도 멀쩡할만큼 준비하고 있어"

"그건 아닙니다만......."

라시드가 말꼬리를 늘였다.

"...... 알겠습니다. 팬텀씨가 마족이 아니라 이쪽과 연이 적다면. 말해도 괜찮겠지요. 레이디 루이넬이 믿는 동료이기도 하다면요"

그리고 그는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을 내뱉었다.

"제 아버지는 전대 마왕인 '흑야의 마왕'입니다"

흑야의 마왕.

전대 마왕이자 400년전의 반역의 시기때 갈아치워진 마왕.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종족은 흑야의 일족인 모양이다.

"마왕의 아들?"

"네, 그렇습니다"

기묘한 우연이다.

나는 전대 마왕이였던 불사의 마왕인 라인하르트 아저씨의 아들같은 사람.

라시드는 전대 마왕인 흑야의 마왕의 진짜 아들인 마족.

둘다 전대 마왕과 인연이 깊다.

"제가 레이디 루이넬과 만나게 된건 400년도 더 전의 일입니다"

라시드는 조금씩,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했다.

몇백년전 과거.

종족에 따라 성장속도가 다르기에. 그 성장이 비교적 빠르다는 흑야의 일족의 피를 이은 라시드는 어렸다.

그는 혼혈, 그때문에 마왕성 내부에서도 무시를 당하는 처지였다.

하지만 단 하나, 꽤나 호색하다는 평을 받는 흑야의 마욍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피를 이은 자식은 그 혼자였다.

라시드의 어머니인 메이니아는 기껏해야 성에서 일을 하던 하급 마족이다.

마왕의 피와 하급마족, 그것도 혼혈이 된 아이.

그 취급은 아무리 마왕의 아이라도 달라지진 않았다.

바깥을 쏘다니는걸 좋아한 흑야의 마왕은 대부분 마왕성을 비우고, 그덕분에 안에서는 보호해줄 사람도 없는 처지였다.

"...... 오늘은 꽃이 폈네. 다행이다"

라시드는 바깥으로 나왔다.

마왕성 안의 넓은 마당, 주변은 사막이지만 수원지가 있기에 꽃과 나무가 자란다.

그중 특이한 보라색 꽃이 드디어 봉우리를 열고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조심히 자리에 주저앉아 그것을 감상하는 라시드.

그런 그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여기서 뭐해?"

라시드는 뒤에서 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검붉은색의 머리칼, 거기에 피처럼 붉은 눈동자.

피의 일족을 뜻하는 붉은 눈동자다.

외견은 기껏해야 10살이 조금 넘어보이는. 라시드와 비슷한 나이또래.

둘다 나이는 비슷하지만 성장속도는 다르다. 몇백년후면 라시드는 성인, 하지만 소녀는 거의 그대로일 것이다.

"제 이름은 라시드라고 합니다. 레이디의 이름을 물을수 있을까요?"

마왕성에 살면서 배우는 작위 마족의 예법.

라시드는 정중하게 소녀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루이넬, 루이넬 블러드야. 너는?"

"저는......"

라시드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라시드 나이트 워커라고 합니다"

"나이트 워커라니. 흑야의 일족의 성인가?"

"네, 저나 레이디 루이넬은 아직 맡은 직책이 없었을때니까요. 흑야의 일족으로서의 성인 나이트 워커면 충분했습니다"

루이넬과 만난게 수백년 전이라니, 난 태어나기도 전이네.

무지 오랜 사이구나.

"당시 뱀파이어 로드였던분이, 자녀인 레이디 루이넬과 잠시 들렀던 모양입니다만. 그때 이후로 가끔씩 만나곤 했습니다"

"소꿉친구?"

"아, 표현하자면 그렇게 되는건가요? 아무튼 레이디 루이넬의 성격때문에 시달리는게 엄청났지요"

"....... 야, 그거 이해간다"

루이넬한테 시달린다.

으아아아아! 생각만 해도 멘붕오지.

"그렇게 되서 레이디 루이넬과 알게 된겁니다만...... 뭔가 하실 말이라도?"

"그건 그렇다 치고, 루이넬이 울적해하는 이유를 물어볼수 있을까? 걱정이 되서"

예전의 소꿉친구를 만난거면 오히려 좋아해야 하지만, 루이넬은 지금 방안에 틀어박혀있다.

필시 다른 무슨일이 있었던 것이다.

"설마...... 레이디 루이넬에게서 아무것도 듣지 못하신겁니까? 전혀?"

"응, 자기 과거 이야기는 하나도 않하더라고"

"........ 하긴, 그럴만도 하지요"

라시드가 일어나 수건으로 몸을 닦고 옷을 입는다. 아마도 나가려는 모양.

"그 사실은 저도 말씀드릴수 없습니다. 그건 레이디 루이넬이 직접 말해야 하는 부분이니까요"

"그정도야?"

"역사의 어두운 부분...... 이라고 하면 아시겠습니까?"

이 세상 어느곳의 역사든, 숨겨진 부분이 있다.

내 고향의 제국의 역사든, 청소년기를 보낸 대한민국의 역사든 어두운 부분은 존재한다.

여기는 마계, 그것도 오래전에 관련된 아주 위험한 일.

"....... 그냥 루이넬한테 직접 들을래"

"평범하게는 들을수 없을겁니다. 말하면..... 이 일상이 부서질 정도로"

그정도로 어두운 부분이다.

나는 그날 새삼 루이넬에게 숨겨진 과거가 있다는걸 깨달았다.

나는 씻고 다시 라시드의 집으로 돌아왔다.

루이넬은 벌써 자는건지 침대에서 새근새근 숨소리만 들린다.

아마 내일 깨서 얼굴을 본다고 해도 무엇을 숨기는지는 못 물어볼것 같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그녀가 감춰놓은 사실은 아주 나쁜 소리일거라는 거다.

"이렇게 어린데. 더 오래전에 그런거면, 도대체 어떤걸......"

앞으로 그 사실을 알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것 같다.

============================ 작품 후기 ============================

라시드랑 루이넬은 오래전부터 알고지낸 사이죠.

근데 나이는 루이넬이 더 많음.

그런데도 성장은 라시드가 더 빠름ㅋ

아, 그리고 작품 설정에 마계의 역사 대충 끄적여놨음.

난 관대하니까.

13년 1월 12일 수정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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