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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53화 (53/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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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한번 말하는 거지만, 서류정리는 마왕보다 무서워-- >

    "깨어났다! 기분좋지 않은 기상! 제기랄 드림 로드 개자식!"

    나는 순간 몸에 경련이 일어나서 잠을 깼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한참이나 잠을 자고 있었을테지.

    "어라? 이제 일어났어?"

    "....... 에?"

    눈을 떠보니 테멜을 타고 상행중입니다만.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서 그냥 자리에 앉혔는데. 그래도 안일어 나더라"

    "그렇다고 사람을 태우고 가냐?! 떨어지면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걱정마, 어차피 심장이 뚫려도 안죽은 팬텀이잖아?"

    "루이네에에에에에에에엘!!!"

    때릴테다! 때려줄테다!

    아무리 나라도 다치는걸 좋아하진 않아! 내가 마조히스트도 아니고!

    "근데, 내가 너 때문에 기절....."

    찌릿!

    루이넬의 눈빛이 나를 뚫어버릴듯 노려져 온다.

    "...... 아니, 잠자기 전에. 무슨일 있었어? 레이라한테도 마왕인걸 들키고"

    "어떻게든 해결 ?

    어. 다만 사이가 좀 어색해 졌지만"

    "...... 그러냐"

    "아, 참고로 사이가 어색해진건 너뿐이야. 난 제외"

    "으으으..... 널 때려주고 싶은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게 누가 마왕인걸 들키래? 저 여자가 다른 사람에겐 알리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않그랬으면 지금 상행은 어색하다 못해 굳어있을껄?"

    다행이도 레이라는 내가 마왕인걸 말하지 않은 모양이다.

    무슨 속셈이지, 저 여자.

    "아무튼 이제 거의 다 도착이네"

    "응? 뭐가?"

    "저거 말이야"

    루이넬이 그 작은 손가락으로 저 멀리 정면을 가리켰다.

    내가 그걸 타고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사막에 어울리지 않은 푸르름을 간직한 무언가가 보인다.

    처음엔 신기루인줄 알았다.

    이런 사막에 풀의 초록색의 싱그러움을 간직한 무언가가 있다니?

    오아시스라도 저렇게 크진 않다.

    "이 '작열의 사막'의 6개 밖에 없는 최대의 수원지중 하나인. '레지트'라는 도시야"

    유혹의 마왕의 영지의 대부분은 사막이다.

    그렇지만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나오는 6개의 수원지가 있다.

    모래폭풍에도 굴하지 않고 태고적부터 그 생명을 자랑하는 물.

    본디 사막의 오아시스도 시간이 지나면 모래폭풍에 묻히거나, 그 장소가 변한다고 하지만. 그 6개 만큼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근처의 마족들은 그 수원지로 몰려들어 문화를 발달시켜 나갔다고한다.

    아, 참고로 진짜 큰 1개는 사막의 중간. 그러니까 거기가 수도고. 나머지 5개는 그 주위에 원을 그리듯이 있다고 한다.

    "사막에서 이렇게 큰 나무를 볼줄이야......"

    "나도 보는건 처음이야. 사막에선 땅도 모래가 많아서 자라기 힘든데 말이야"

    건물도 마법적 처리를 한건지, 상당히 단단해 보이는 흙이다.

    꽤나 배워먹은 마족만 쓸수 있다는 마법을 쓰다니, 역시 도시는 도시인 모양이다.

    그래도 내가 마왕으로 있던 데르헤논보다는 좀 허접한 느낌.

    하지만 이곳 저곳을 날아다니는 정체불명의 무언가나, 장사를 하는 기이한 모습의 마족들.

    그런데 가끔씩 중동에서 사는 사람들마냥 얼굴을 보이지 않게 천을 뒤집어 쓰거나, 터번으로 머리뿐만 아니라 얼굴도 가린 사람이 보인다.

    ........ 뭔가 예전에 느껴본 기이한 위화감이 느껴진다.

    "팬텀"

    "왜 불러?"

    "그거 알아? 여기는 남자가 얼굴을 가리고 있어"

    "그게 무슨...... 아!"

    그러고 보니 전부 남자만 얼굴을 가리고 있다.

    아니, 사막쪽이면 원래 이슬람사람들이 생각나서. 여자만 얼굴을 가린다고 생각했는데. 여긴 정반대네?

    "그러고 보니, 유혹의 마왕이 호색한이라고 들었지? 설마 살육의 마왕의 반대인가?"

    "응, 그래서 남성비율이 적은가봐"

    "제기랄, 잘못왔어. 차라리 데르헤논쪽으로 가서 포탈탈껄!"

    "이제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어. 돌아가려면 엄청 멀걸?"

    참고로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말하긴 뭐하지만, 나는 남자다.

    이번엔 루이넬이 아니라, 내가 마왕성에 끌려갈수도 있다는 거다.

    ........ 그런데 의외로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 남자는 전부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데, 어째서 맨얼굴인 나에게 시선이 쏠리지 않는거지?

    "저기 팬텀. 자기 얼굴에 대한 자각을 하고 있어?"

    "뭐가?"

    "....... 나중에 거울을 봐"

    아니, 이 얼굴을 뭐가 어때서?

    잘생겼기만 하구만......... 어라?

    나는 거울을 보기 보다는 조심스래 내 얼굴을 만졌다.

    일단은 코, 오똑하고 잘생겼다.

    그리고 턱, 선이 가늘고 부드러운 느낌.

    눈매나 얼굴형태 전반, 전부 남자답게 각이 졌다기 보다는 여자처럼 가늘고 부드러운 느낌.

    거기에 마치 일본의 인형을 떠올릴것 같은 흑발 장발.

    "....... 저기 루이넬. 다른 사람들이 보면, 난 여자로 보이는거냐?"

    "응, 거기다가 너울거리는 옷이라 가슴 부분이 확실하지 않으니까 누구나 여자로 생각할껄?"

    좌절했다! 나를 여자로 보는 이 마계에 좌절했다!

    그러고 보니 난 의외로 미형을 가졌다고 누군가한테 들었는데?

    "제기랄, 얼굴에 흉터자국이라도 하나 만들면 남자로 봐주려나?"

    "그거 무리일껄? 너 재생력 있잖아"

    "아, 맞다"

    난 재생력 때문에 상처를 입어도 바로 회복된다.

    그것도 흉터 하나 없이.

    그렇기 때문에 백옥같은 내 피부엔 생체기나 작은 흉터자국 하나 없다.

    "거기서 뭐해? 빨리 와. 마수 사체 처리해야지"

    "음? 우리도 가는거야?"

    "거래의 공정성을 위해서. 따,딱히 마왕을 바가지 씨우면 나중에 다칠것 같아서 그러는건 아니야"

    "...... 처음부터 마왕인걸 밝힐걸 그랬나. 반응이 너무 좋은데"

    처음부터 저 반응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레이라와 같이 간곳은, 뭔가 좀 커다란 건물이였다.

    그렇다고 고층은 이나고, 단층 건물, 대신에 좀 넓다.

    고개를 들어 가게의 이름을 보았다.

    [쉐도우 캣]

    그림자 고양이?

    뭐랄까, 상당히 묘한 이름이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딸랑이며 작은 종소리가 들린다.

    아마 손님이 온것을 알기 위함이리라.

    그때, 문득 루이넬이 사막에서 쓰던 천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라? 여기는 그럴 필요가 없을텐데?

    "아, 어서오세요 레이라양. 오랜만에 뵈는군요"

    "오랜만이야 라시드"

    덥지도 않은건지, 검은색의 터번을 뒤집어쓴 남자가 반겨준다.

    아, 어떻게 남자인걸 알았냐면, 일단은 목소리.

    미성이긴 하지만, 남자의 목소리다.

    거기에 터번까지 써서 얼굴을 가리고 있으면 백퍼센트 확실하지.

    "이번엔 어떤 물건을 처리하러 오신겁니까?"

    "퀸 샌드 스콜피온. 300년 정도 먹은 녀석의 사체 전반"

    "으흠....... 요즘 산란긴데?"

    "알도 있어. 대략 100개 정도"

    "계산해보도록 하죠"

    라시드라 불린 남자는 주판 비슷한 무언가로 탁탁, 거리며 계산하더니 레이라에게 보여줬다.

    "이정도는 어떠신가요?"

    "음...... 좋은 가격이긴 한데. 이거, 잡은지 며칠 않된 거거든. 거기에 손상도 별로 없고 말이야"

    "얼마나 더 뜯으셔야 속이 시원하시겠습니까?"

    "내 성격 알잖아?"

    "........ 아무리 저라도 이 이상은 못해드립니다. 저도 먹고는 살아야지요"

    라시드가 탁탁, 하고 주판알 몇개를 올리고 내리더니 내민다.

    그에 수긍하는건지 레이라가 고개를 끄덕이고 거래가 성사.

    "음? 그런데 그쪽분은?"

    "아, 이쪽은 돈줄....... 아니 공급자씨. 이번에 잡은 그건 이사람이 잡은거야"

    "반갑습니다. 라시드라고 합니다"

    남자가 악수를 청해오자, 나도 그에 맞춰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팬텀이라고 합니다"

    "루이넬"

    루이넬은 자기 이름만 간단히 말하고 조용히 있었다.

    왜 그러는 거지?

    그러고 보니 들어올때 부터 조금 이상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건가? 그런 낌세는 없었는데 말이지.

    내 눈이 잘못된건지, 아니면 그냥 기분탓인지 라시드의 몸이 살짝 떨었다.

    "아, 그리고 게이트 쓸수 있어? 이쪽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게이트요? 글쎄요, 도시에 있는건 당분간 수리중입니다만"

    "어째서?"

    "저번의 모래폭풍으로 마력장이 조금 비틀린 모양입니다. 그덕분에 다시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모래 폭풍으로 마력장이 어긋날수도 있는건가? 마법에 의한게 자연재해로 변하다니.

    "강한 자연재해는 마력을 공명시켜서 마력장을 만들어. 그래서 그런거야"

    루이넬이 조용히 설명해준다.

    "그런데 넌 왜 그래? 갑자기 천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퉁명스럽게 대하거나"

    ".......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쓰지마"

    또 루이넬이 퉁명스럽게 말한다.

    뭘까, 이 빌어먹을 기분나쁜 예감은.

    "이곳과 제일 가까운 게이트라면....... 수도군요. 이쪽 게이트의 수리보다는 차라리 그쪽으로 가서 게이트를 타는게 빠를겁니다"

    "그럼 여기서 헤어져야 할지도 모르겠네. 난 데르헤논쪽으로 가야 하니까"

    "어, 그러냐?"

    조금 아쉽다.

    뭐랄까, 조금 정이 들긴 했는데. 이렇게 보내려니까 좀 그러네.

    "라시드, 수도까지 길안내를 맡겨도 될까?"

    "글쎄요. 아무리 제가 띄엄띄엄 장사를 한다지만, 그래도......."

    "데르헤논쪽의 특산물. 알고 있지? 용의 산맥만큼은 아니더라도, 질좋은 약초가 엄청 나온다는거. 이번에 마왕의 교체로 세금이랑 팍 내려버려서 거래가 엄청나"

    레이라가 찡긋 하고 윙크하며 나에게 감사인사를 표한다.

    아이고, 마왕이라고 무서워할때는 언제고.

    "........ 종류별로 하나씩 부탁하겠습니다. 레이라양"

    "물론이야. 고객은 실망시키지 않는 우리 오닉스 상단을 믿어"

    고개를 끄덕이며 라시드가 수긍한다.

    질좋은 약초라, 어디 병원이라도 하는건가.

    "바이바이. 다음에 또봐"

    "응, 잘가"

    나는 손을 흔들어주며 그녀에게 인사했다.

    ........ 뭘까, 조금 장사에 치중된 감은 있어도 좋은 녀석이라 이렇게 보내긴 뭐한데.

    나는 잠시 라시드에게 물었다.

    "아, 저기. 잠깐만 종이랑 팬좀 빌릴수 있을까?"

    이곳은 데르헤논 영지의 마왕성.

    어느날 편지가 한장 도착했다.

    발신자는 마왕인 '팬텀 테라 데르헤논 세이브'.

    "....... 마왕님께 편지가 왔네요"

    "착불로 왔어. 기분 나쁜데"

    "서류우우우우우우!!!!"

    가르잔은 팬텀이 시킨대로 서류의 대부분을 처리한다.

    덕분에 데이레스나 라미네스는 놀아도 가르잔은 바쁘다.

    "어디, 읽어볼까요?"

    데이레스가 편지를 뜯어 안의 내용물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데이레스, 가르잔, 라미네스, 다들 잘 있냐?』

    "저야 잘 있죠 마왕님"

    "나도"

    "야 이새끼들아! 백작위 마족 다 죽겠다 이것들아!!"

    가르잔만 두꺼운 서류뭉치를 정리하고 데이레스나 라미네스는 느긋하게 티타임을 즐기며 편지를 읽는다.

    불쌍한 녀석. 그러게 팬텀한테 왜 개겨가지고.

    『나는 잘 있어, 루이넬도 투덜거리긴 하지만 잘 있고. 아, 근데 여행중에 재미있는 녀석을 만났어.

    뭐라고 말해야 되나. 사막에서 여행중에 만난 녀석인데. 금의 일족이라 상단을 하나 꾸리고 있나봐.

    다른건 몰라도 장사의 재능 하나만큼은 봐줄만 한데. 신세도 진겸 나도 뭐좀 해주려고.

    보니까 거래권이라고 그 영지에서 거래하는 그게 있더라? 그거좀 그녀석한테 쥐어줘봐.

    상단 이름은 오닉스 상단이야. 잘 부탁해』

    편지를 다 읽은 데이레스는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곤란함을 표시했다.

    라미네스도 그와 같은 표정.

    "거래권이라니. 수도의 거래권은 비싸서 그냥 주기가 그런데......"

    "그래도 마왕님 명령이니까 고려는 해봐야 겠지만...... 역시 무리겠지? 오닉스 상단이라니, 들어본적도 없는 이름이고"

    오닉스 상단은 소형상단이다.

    물론 자본과 물품만 받쳐준다면 상단주인 레이라가 어떻게든 커다란 상단으로 만들수 있지만, 그건 그럴때의 이야기.

    지금 힘과 인맥이 부족할때는 무리다.

    "염병, 또 일을 만들게? 거절이다! 나를 서류 뭉치속에 파묻히게 만들다니!"

    "아, 한줄 더 있습니다만"

    데이레스가 편지의 다음장을 넘기며 말했다.

    『추신: 혹시 안되면 말고, 하게 해주면 가르잔의 서류 처리부분은 좀 줄여주려고 했는데』

    "서류 승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인──────!!!!!!!!!!!"

    순간 가르잔은 거래권 판매관련 서류를 꺼내 상단 이름에 오닉스 상단을 적은뒤에 그대로 쿵!! 하고 결제인장을 찍었다.

    ============================ 작품 후기 ============================

    레알ㅇㅇ. 서류정리는 생각보다 힘듬.

    가르잔 너 이새끼 힘내라.

    13년 1월 10일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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