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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49화 (49/468)

49/468 회

< --시선.

-- >

"......45실버나 주고 빌렸어?"

"미안, 여자라고 방심했어. 그러니까 협상이나 거래는 너한테 맡겨야 한다니까"

나는 한숨을 쉬며 테멜 위에 올라탔다.

지금 생각해보니, 레기온의 무게는 300킬로그램이 넘는다.

그런데도 테멜은 아무런 이상 없이 상단의 일행들과 잘 따라붙는다.

요녀석, 보기보단 힘이 좋구나.

그래서 상단 물품도 옮길수 있는거겠지.

일렬로 나란히 선 테멜이 한 방향을 향해 쭈욱 전진한다.

그중 선두는 레이라 골드니스가 타고있는 테멜.

듣자하니, 금의 일족 특유의 안목으로 어디선가 나올지 모르는 마수나 위험을 찾는다고 한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덜 위험한 상행을 할수 있는 것이다.

"오호? 자네들인가? 상단주님이 말하는 호구..... 아니, 손님이?"

"호구라고 했어! 호구라고 했다고! 내 이년을 가만두나 봐라!"

중간에 살짝 행렬에서 이탈해 맨 뒤에있는 우리들에게 말을 거는 마족.

나이는 30대 초반쯤 되려나, 북슬북슬하게 털이 난게, 터프하고 야성미 넘치는 사람이다.

"듣자하니, 자네는 땅의 일족이라고? 나와는 동향이구만!"

"아? 그럼 아저씨도 땅의 일족인가요?"

"데일렉 테라라고 한다네. 특기는 힘쓰는거지!"

땅의 일족 답게 육체능력, 그것도 힘에 특화된 마족이다.

키도 2미터쯤 되어보이고 근육도 두꺼워서, 주먹한대 잘못 맞으면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네는 어느쪽 특환가? 보아하니 직접적인 부분은 아닌듯 싶은데"

내 몸은 예전과 별 다를바 없는 몸이다.

물론 외형만, 안쪽은 근육의 비율과 밀도가 늘어나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을뿐이다.

보아하니 특화된거는 하나밖에 없는것 같은데. 기왕이면 의심받지 않게.

"재생력 특화입니다"

"재생력? 이것참, 전대 마왕인 '불사의 마왕'과 같은 특화구만? 아마도 친척일지도 모르겠어!"

아니, 친척이라기 보다는 양아들 비슷한 사인데.

아무튼간에 적당히 이야기를 하니, 어느정도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

요즘 돌아가는 정세라던가, 물가라던가, 상인에 관한 이야기 뿐이지만.

"이번에 말이야. 데르헤논쪽에 마왕이 교체되었다고 하더군. 그런데 그쪽 마왕이 세금을 팍! 내려버려서 어느걸 가지고 가도 몇배는 남는 장사가 된다더라고"

"그런데 왜 여기로 가는거죠? 이쪽보단 그쪽이 더 장사가 잘될텐데?"

"신용이지. 상인으로서의 신용으로 몇십년동안 거래한 거래처를 빠트리고 장사할수는 없는노릇이지 않나?"

아마도 지금 우리가 향하는 '유혹의 마왕'의 영지, 파리틴 길목에 거래처가 있는 모양이다.

확실히, 상인은 신용, 그 다음이 돈이 중요한 것이지.

신용이 없으면 돈도 들어오지 않는법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쪽으로 거래를 하러 가는 모양이죠?"

"그래, 끝나면 바로 데르헤논쪽으로 가야지. 거기서 거래권을 얻는거야"

"거래권이요?"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건데. 각 도시마다 거래권이란게 있어서, 상인들은 거래권이 있는 도시에서만 장사를 할수 있어"

흠, 장사 허가증 같은건가?

"그걸 사면, 도시 하나에서 마음대로 독점할수 있는건가요?"

"아니, 거래권도 상단 하나에만 파는게 아니거든. 물론 수도쯤 되는 영지의 거래권은 대형 상단이 쥐고 있겠지만. 대부분 도시의 거래권은 여러개의 상단이 가지고 있어"

상계도 생각보다 복잡한 모양이다.

어느정도 이해는 가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는 루이넬만 이해가 가는 모양.

5분쯤 지나자, 나를 빼고 루이넬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쪽의 수요를 따지자면. 오히려 시간을 들이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아가씨가 생각보다 똑똑한 모양이네. 하지만 경험한것과 아닌건 달라. 판매는 목적지에서 조절할수 있으니까 거기서 조절하면 되고. 오히려 폭발적인 수요 증가가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준비하는게 좋아"

"아, 갑작스런 재해나 사건으로 인한 수요 증가 말인가요?"

"그래, 더군다나 조금 위험한 지역은 물건이 위험하더라도 운송하는게 더 나아"

"음음, 그렇구나"

....... 아니, 나는 이해가 안가는데.

나는 한숨을 쉬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어차피, 상인들도 있으니 마수에게 습격받을 염려도 없겠다, 조금 눈을 붙여두어야지.

근데 나, 아까도 잔것 같은데.

누군가 내 몸을 흔들어 깨우는것 같아 눈을 떠보니 루이넬이였다.

"일어나봐 팬텀. 저녁이야"

"아아, 벌써?"

어느덧 해가 지면서 붉은 석양을 만들어 낸다.

적색의 석양, 금색의 모래.

기묘한 대치를 이루면 점점 하늘이 검은색으로 물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통 어두운 밤이 되고, 상인들도 조금씩 잠자리를 준비한다.

나도 하품을 하면서 일어나 아공간에서 침낭과 텐트를 꺼내고 이내 자리를 깔기 시작했다.

그러던중 레이라 골드니스. 그녀가 슬금슬금 찾아와 중얼거렸다.

"쳇. 짐이 없어보이길래 여행도구를 팔아서 뜯어내려고 했는데"

"이년이 날 호구로 보고 있어?! 그리고 난 아공간 팔찌가 있어서 짐이 없는것 뿐이야!"

"..... 아공간 팔찌?"

레이라는 내 손목에 차여있는 라인하르트 아저씨의 아공간 팔찌를 보았다.

어째 평소보다 보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트,특이한 마법술식이네? 독자적인 술식이 적어도 수개. 거기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십수개의 술식들. 아공간의 크기는 적어도 저택 한개 분량. 상인에게 있어서 가장 필요한 물건일지도......"

"그래도 안팔아!"

아기 고양이가 먹이를 바라는 반짝이고 동정심을 자아내는 눈동자가 '팔아주라'라고 말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이건 라인하르트 아저씨의 유품, 그렇기에 팔수 없다.

테멜은 안쪽에, 그리도 조금 떨어져서 원형으로 텐트를 친다.

가운데에는 모닥불을 피워 따뜻하게 만든다.

...... 근데 사막이라 나무도 없을텐데, 어떻게 불을 피운거지?

어디선가 낙타의 똥으로 불을 피운다고 본것 같은데. 설마......

나는 활활 잘타고 있는 모닥불에 동그랗고 까만 무언가를 보고 생각을 접었다.

모르는게 약이다.

"불침번은 내가 설께"

"응? 정말?"

"어차피 낮에는 실컷 자뒀거든. 일행에 끼어서 안전하게 가는데. 이정돈 해야지"

"그래도 돈은 안줄꺼야"

"준다해도 안받아"

다른 사람들은 전부 자러 들어가고, 나는 혼자 모닥불을 지켜보며 불침번을 서기 시작했다.

조용하게, 그리고 싸늘한 사막만이 가득하다.

"........"

조용히 침묵하다 생각해 보니, 내가 마계에 온지도 벌써 몇년이다.

처음엔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했지만 지금도 꿋꿋하게 살아가는걸 보면. 인간은 역시 적응의 생물이란 생각이 든다.

그중 내가 살아있는데 도움을 주었던 내 특유의 감.

마치 하나의 특이한 능력인마냥 엄청나게 도움을 준다.

순간적인 기습에 방어한다던지. 어째 예감이 좋지 않은곳은 피해간다던지.

예측과도 같은 내 감이 없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일.

"그런데 로드라는거...... 진짜 뭐지?"

데스 로드, 드림 로드.

뭔진 몰라도 엄청나게 강하고, 무언가 높은 사람이다.

우선 데스 로드.

그 사람은 일단 한번 죽었던 나를 살려줄 정도로 기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그리고 드림 로드.

잘은 모르지만, 내 꿈에 나타난걸 보면 그녀도 기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게 틀림없다.

정보가 부족하다.

"아버지가 정확히 무슨일을 했는지도 모르는데. 지금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겠지"

무지막지 먼치킨으로 추정되는 아버지, 인간인지 종족도 의심스럽다.

내가 기억하기론, 지나치게 아름다웠지만. 외형은 인간인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지.

어떻게 생겼냐고 물으면, 깊고 진한 금색의 눈동자에 발목까지 오는 금색 머리카락. 외모는 경국지색이다.

참고로 어머니 아니다, 아버지다.

마치 이고깽 보정처럼 여성스런 외모의 아버지다.

"뭐야. 불침번은 제대로 잘 서고있네?"

"그럼 날 안믿고 있었단 거냐? 그냥 나도 닥치고 잘껄"

내가 한참 생각하고 있을때쯤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텐트 하나에서 레이라가 나왔다.

상당히 추운 모양인지 담요를 몸에 말고 어기적 어기적, 기어 나오는 모습이 마치 애벌레 같다.

"굼벵이"

"아냐!"

하핫! 이번엔 내가 한방 먹였다!

내가 레이라를 욕하자 그녀가 반응, 효과는 굉장했다!

아무튼 우리는 모닥불을 쬐며 거의 0도에 가깝게 떨어지는 사막에서 침묵했다.

어쩐지 기분이 이상한데.

"그 돌격창. 안팔아?"

"안팔아! 안판다고!"

"잘 쳐줄께"

"안판다고 했지!"

전부터 계속 내 레기온을 노려온다.

끈질기게도 안판다고 하지만, 계속해서 의중을 떠보는 그녀.

제길, 한대 후려칠까?

나는 손이 레기온으로 갈랑말랑 하다가, 일단 여자라 참기로 했다.

여자와 어린애와 노약자에게는 친절하게 대한다. 요것이 나의 좌우명.

조용히 심호흡을 하며, 추운 기온에 몸을 녹일만한 무언가를 찾기위해 아공간을 뒤적거렸다.

아, 쿠파인이 있네.

아공간에서 주전자를 꺼내 물을 넣고 모닥불 위에 직행, 컵에다가 쿠파인 가루를 적당량 넣고 끓을때까지 기다린다.

"음? 그건 뭐야?"

"쿠파인.... 이라고 해봤자. 잘 모르겠지?"

"아, 그거. 우리가 가끔 가는 작은 마을의 특산물이였던것 같은데"

"아니 잠깐만?! 거기에 들른다는 상단이 너네 상단이였어?!"

나와 루이넬이 처음 도착했던 마계의 마을에서 쿠파인을 얻었었다.

그때 분명 촌장님이 가끔 들러주는 작은 상단이 있다고 했었지.

"근데 거래권인가 뭔가가 있어야 되는거 아냐?"

"영지 소속이 아닌, 작은 마을 정도는 마음대로 거래해도 괜찮아. 약간 불법이지만"

"불법인거냐!"

마왕 앞에서 법을 어겼다고 말하는 요놈 간땡이 보소!

나는 컵 한개를 더 꺼내 그녀의 몫까지 커피를 타주었다.

향이 진하고, 따뜻한게 추운 기온에 딱 좋은 음료다.

"음, 이렇게 마실수도 있다니. 다음에 가면 사서 귀족들에게 팔아봐야겠는걸"

"내 덕분인거 잊지마"

쿠파인을 이렇게 먹을수 있게된건, 다 내 덕분이라고.

우리는 그렇게 조용히 커피를 홀짝이며 몸을 녹였다.

아아, 사막 한가운데지만, 조금은 평화로운 분위─기?

탁!!

나는 순간 잔을 놓아버리고 그대로 레기온을 뽑아 들었다.

기묘한 느낌, 누군가 우리를 보고있는듯한 감각.

전에 샌드 리자드를 잡을때 느껴졌던 기분이다.

"..... 무슨 일이야?"

"전부터 느낀건데. 뭔가 시선이 느껴져서 말이지. 감이 안좋아"

누군가의 시선.

그것도 마치 우리를 노리는 마수의 시선과도 같다.

"너, 그 안목이란걸로. 찾아볼순 없어?"

"보이지 않는거라면. 불가능한데"

"제기랄"

나는 나직히 욕을 내뱉으며 말했다.

여전히 느껴지는 시선.

"착각하는거 아냐?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착각이 아냐. 마수라면 지겹게 사냥해본 내가 아는데. 아직도 우리를 노려보고 있어"

한 1분쯤, 내가 느끼기엔 10분도 넘는 시간이 지났다.

스스스, 하면서 서서히 시선의 기운이 사라지고 이내 조용해졌다.

"아, 사라졌다"

"그래? 난 별 차이를 못느끼겠는데......"

다른건 잘 몰라도 안목 하나만은 믿을만한 레이라 조차 감지하지 못했다.

도대체 뭘까, 그 시선은.

============================ 작품 후기 ============================

슬슬 먼치킨의 계보를 밟아줘여징.

13년 1월 7일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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