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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43화 (43/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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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레이즈 플레임-- >

    무리였습니다.

    넵, 무리예요.

    마룡왕의 수련과제중 하나로, 레기온을 몸에서 떨어트리지 말고 항상 지니고 다니라는데, 진짜 못해먹겠더라.

    무게만 300킬로그램이 넘는다는데, 이건 순전히 쌀가마 몇개를 들고다니는것과 똑같다.

    등에 매달고 다니는 상태라, 천장을 보고 누울수도 없으며 앞으로 누우면 가슴이 압박되어 앉아서 잘수밖에 없다.

    일어날때는 벽을 집고 일어나지 않으면 일어날수도 없다.

    그나마 이건 수련할때에 비하면 약과.

    본격적인 수련할때는 이걸 등에 지고 팔굽혀펴기로 근력을 기른다.

    더군다나 이어서 창을 들고 휘두르기 100번.

    그냥 검이면 천번도 하겠지만, 이건 300킬로그램이 넘는 거대한 창이다.

    100번은 커녕, 50번쯤 하니까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80번쯤 하니까 어께가 소리를 내며 빠졌다.

    솔직히 말해서 어께가 빠지는건 이게 처음인데, 뼈가 부러지는것도 아니고 빠지는거라 무시했었다.

    근데 생각보다 엄청 아프더라.

    마룡왕이 후후후, 하고 기분나쁘게 웃으면서 어께를 만졌을때 뭔일인가 싶었는데.

    뚜둑! 소리와 함께 시야가 흰색으로 물들어 지는게 참으로 아름답더라.

    참고로 그게 바로 5분전의 일.

    "어께는 한번 빠지고 다시 맞추면 더욱 튼튼해지지, 그렇게 큰 무기를 다루는 이상 어쩔수없는 과정이다"

    "그러니까 말부터 하고 하라고. 어째 그게 심장이 관통당했을 때보다 아프냐"

    "아, 솔직히 말하자면. 남의 어께를 맞추는건 이게 처음이다. 그래서 그런지 힘조절이 잘못된것 같군"

    "....... 오케이, 언젠가 면상에다 주먹을 먹여주마"

    아무튼 그렇게 일주일.

    내 착각인지, 아니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정도 적응이 된것 같다.

    그 사이에 100번을 넘어 200번까지 휘두르는 나를 보고 마룡왕이 하는말.

    "괴물이군. 진짜 발전능력 하나는 인정해줄만해"

    "그게 그렇게 놀랄만한거야?"

    후웅! 후우웅!! 후우웅!!!

    위에서 아래로, 간단한 내려찍는 동작이지만 길이가 2미터가 넘는 돌격창으로 하니 위압감부터가 다르다.

    잘못맞으면 일격에 즉사, 창의 날부분은 그렇다 쳐도 그 무게 부터가 둔기로서의 흉기다.

    아무튼 이걸 휘두르는게 나, 그리고 그걸 옆에서 구경하는 마룡왕.

    "본격적으로 수련을 시작할때가 온것 같군"

    "본격적?! 지금껏 한건 뭐였는데?"

    "그건 기초에 불과하지. 무기도 어느정도 휘두르겠다, 이제는 형을 몸에 맞출 차례니까"

    순간적으로.

    허공에서, 아마도 아공간이겠지만 어쨋든.

    마룡왕이 대검을 꺼내고 자리에서 일어서 내 앞으로 순식간에 다가와 대검을 위에서 아래로 휘두를때까지.

    대략 0.8초.

    반사적, 아니. 무의식에 가깝게 몸이 반응하여 레기온을 쳐들어 올려 마룡왕의 일격을 막는다.

    카가가각!!!

    아무리 막아도 조금 늦은건지, 올리다만 레기온의 날을 타고 불꽃을 튀기며 대검이 쓸려 내려간다.

    하지만 덕분에 몸이 두동강 나는건 막을수 있었다.

    그리고 마룡왕은 몸을 반쯤 회전시키며 내 오른쪽 옆구리를 노려온다.

    거대한 대검이 내 허리따위는 일격에 잘라버릴 속도로 쇄도해 온다.

    와, 레알 죽일 기센데 이거.

    레기온을 움직여 다시 막는건 무리, 그렇다면 움직이는게 아니라 중력을 이용한다.

    손목을 살짝 비틀어 창끝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내 오른쪽 옆구리 앞을 목표로 내려찍는다.

    쿵!

    창끝이 땅에 박히며 고정, 그리고 중력에 의해 간신히 대검이 들어오기 전에 타이밍을 맞췄다.

    카아앙!!

    금속음을 내며 대검을 튕겨나감과 동시에 강한 진동이 레기온을 타고 전해진다.

    더 이상 공격하면 막을수 없겠지만, 마룡왕은 한발자국 물러서더니 나에게 시간을 주었다.

    "뭐랄까..... 본 실력에 비해 감이 좋다고나 할까. 꽤나 기습적인 공격이였는데 잘도 막았군"

    "갑자기 기습이냐! 설마 이게 진짜 수련이란건 아니겠지?!"

    "실전은 수련보다 몇배는 좋은거지. 그러므로 계속 대련이다"

    그리고 그녀는 사악하게, 그리고 기분나쁘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죽을 각오를 하고 덤비도록"

    루이넬은 레어 앞에서 대련을 하는 팬텀과 마룡왕을 지켜보다 이내 다시 들어갔다.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팬텀을 보니 무언가 마음이 쓰라리다.

    그녀는 예전에 부모를 잃었다.

    현 뱀파이어 로드인 그녀의 아버지는 전대 뱀파이어 로드, 일족중에선 손꼽히는 강자지만 모종의 이유로 죽었다.

    그때 그는 분명 루이넬에게 말했다.

    '루이넬, 너는 조용히 살아라. 앞으로는 그 누구도 믿지 말고'.

    그 이후로 루이넬은 아무도 믿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팬텀과 함께 동료가 되었고, 어쩌다 보니 마왕까지 죽이고, 어쩌다 보니 마룡왕의 레어에서 훈련 중이다.

    그녀는 팬텀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만난지 기껏해야 몇주가 ?

    을때 자신을 구하기 위해 마왕성에 쳐들어와 죽을지도 모르면서도 마왕과 싸웠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승리.

    그리고 무작정 마룡왕에게 시비를 걸어 거의 빈사상태까지 이르러 겨우 살았다.

    팬텀은 언제나 몸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걸 넘어서서 싸울때 마다 목숨을 건다.

    마치 외줄타기를 하는듯한 아슬아슬한 싸움.

    만약 마룡왕과의 공통점이란게 없었으면 팬텀은 진작에 죽었다.

    "....... 말리지 못했어"

    그녀는 무력하다.

    적어도 팬텀을 강제로라도 끌고 막았으면 그가 죽을 위기는 없었다.

    문제는 미래의 이야기.

    앞으로 얼마나 같이 다닐지는 모르지만, 아마 팬텀은 또 무모한 일을 저지를게 분명하다.

    "다음엔 무슨일이 있더라고 쥐어 패서라도 막을꺼야"

    그리고 마도서를 탐독한다.

    그녀의 머리를 천재라 불려도 될 정도로 좋다.

    마수의 숲에 있었을때 그녀의 저택에 있던 도서관의 책은 전부 읽었고, 그 내용도 기억할정도의 천재.

    본디 마계의 흡혈귀는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힘을 추구하고, 그에 걸맞은 육체와 능력을 타고난 자.

    하나는 지식을 추구하고, 그에 걸맞은 두뇌와 마력을 타고난 자.

    물론 루이넬은 후자다.

    운동신경이라곤 빵점, 근육도 일상 생활에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있고, 그나마 나이대에 비해 많은 마력을 가지고 있을뿐이다.

    그것과 머리의 장점을 살려쓰는 마법, 그것만이 그녀의 무기다.

    팬텀에게서 받은 마법의 대가이자 마왕인 라인하르트 테라 데르헤논 네버다이의 마도서를 탐독하고 또 탐독.

    그에 담긴 술식과 전용 공식을 파악하고 머릿속에 적용시킨다.

    그것만으로도 술식을 연산하는 시간을 대폭 단축시켜 몇개의 마법은 주문을 외우지 않고도 쓸수있다.

    하지만 거기까지.

    더 이상 발전하지 않는이상 그녀는 강해질수 없다.

    마도서의 페이지를 넘긴다.

    넘기고.

    또 넘기고 .

    넘기고 넘기고 넘기고 넘기고......

    계속 넘기─고?

    "응?"

    순간 미묘하게 마도서의 페이지가 두껍다.

    한장, 아니 두장정도 겹쳐져 있는것 같아 눈에 집중을 하고 마도서의 붙은 부분을 떼어낸다.

    그리고 종이를 펼치자 하나의 메세지가 써있었다.

    『내 이름은 라인하르트 테라 데르헤논 네버다이. 불사의 마왕직을 맡고 있었던 마족이다.

    나의 능력을 제외한 다른 공격수단은 마법, 그래서 마도서를 남겼다.

    추가로 말하자면 그 류한이란 인간녀석이랑 아는사이겠지, 그녀석은 마도서같은던 머리가 나빠서 못보니까.

    마법적인 효과는 없지만, 마도서를 한장한장 넘겨보지 못하면 발견못할 페이진데 용케도 발견했군.

    아무튼 나는 이런 평범한 마도서 이외에 내 비기가, 아니 사실은 비기라곤 말 못하지.

    그저 이론만 적어놓은 공상일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아무튼 내 비기와 모든게 담긴 마도서를 숨겨놓았다.

    책의 이름은 '마법의 시동어와 주문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고찰'이라는 책이다.

    그 책의 표지에 마력을 불어넣고 주문을 외워라.

    그럼 진실이 보일것이니.

    추신: 류한한테 안부 전해줘라, 난 괜찮다고』

    "비기가 담긴...... 마도서?"

    책 제목은 익숙하다.

    전에 팬텀의 앞에서 읽었던 책이기도 하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해서 류한이 팬텀의 이름을 사용한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루이넬은 마도서를 뒤적거리며 그 마도서를 찾았다.

    안쪽 깊숙히 파묻혀 있어서 시간이 좀 걸렸지만 그리 신경쓸건 아니다.

    두꺼운 표지에 제목과 함께 퀴퀴한 냄새가 난다.

    이제 알아차렸는데, 이 마도서들 중에서 제일 오래되어 보이는 마도서였다.

    얼른 표지에 마력을 불어넣고 숨겨진 페이지에 적혀있던 주문을 외운다.

    "지금 여기서 너의 진실을 드러내라. 블레이즈 플레임(Blaze Flame)"

    순간 지잉! 소리와 함께 마도서가 빛을 뿜어낸다.

    그리고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 조금씩 겉부분이 벗겨지면서 붉은색의 표지를 드러낸다.

    두께는 손가락 두마디 보다 조금 얇지만, 자체적으로 마력을 가지고 은은한 힘을 뿜어내며 존재감을 표현한다.

    "이,이건.... 굉장해! 마도서 하나가 스태프를 대신해 하나의 아티펙트로 만들었어! 자체적으로 마력을 흡수하고 그걸 정제해서 마기를 만들어 내다니......"

    마기와 마력의 차이는 한가지, 바로 순도다.

    마력이란 중간계의 마나에 마계 특유의 어두운 에너지가 합쳐진것밖에 않되기에 마력을 정제하면 마기(魔氣)가 된다.

    그 경계는 대략 50퍼센트 선, 절반이 넘어가면 그때부터 마기라고 불린다.

    같은 양이라도 순도에 따라 위력이나 쓸수있는 범위가 커진다.

    루이넬이 그리 많지않은 팬텀의 피를 마시고도 취한 이유는 거기에 있다.

    마왕급 마력을 지닌 팬텀의 피에는 마력, 아니 마기가 흐르고 있어 소량으로도 마력에 민감한 그녀를 취하게 한것이다.

    루이넬은 반쯤 둥둥 떠있다시피한 마도서를 잡아 책장을 넘겼다.

    [마력파동기억제어법(魔力波動記憶制禦法)]

    복잡한 이름의 무언가가 첫번째 장을 차지하고 있다.

    『마력은 이 마계뿐만 아니라 성질이 다르더라도 그 어느곳이든 존재한다.

    중간계의 마나나 정령계의 정령력, 천계의 성력같이 이름만 다를뿐 가까히 다가가 본질을 찾아보면 그 원점은 같다.

    이 방법은 그에서 생각난 방법으로, 마계 역사상, 아니 그 어느곳에서든 찾을수 없는 방법이다.

    그걸 설명하기에 앞서 질문 한가지.

    마법을 사용할때 거의 대부분은 시전자의 근처에서 발현된다.

    이미 쏘아내어 효과가 발동한 마법은 아니지만, 시전자가 쓰기 직전의 수천도나 되는 고온의 헬파이어나 초저온의 블리자드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아도 그 피해는 입지 않는다.

    과연 그건 어째서일까?

    내가 내린 결론으론, 그건 마법과 시전자의 마력 파장이 같기 때문이다.

    같은 마력의 파장을 가지고 있으면 그에 따라 마법에 데미지를 입지 않을수도, 조절해서 반대 성향의 파장을 적용하면 더욱 큰 데미지를 줄수도 있다.

    한마디로......』

    "마력의 파장을 기억, 그것을 제어해 마법에 적용하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자제로 마법을 사용할수 있다.

    평범한 돌벽에 고위 마법을 날려도 멀쩡하게 할수 있고, 간단한 하위 주문으로도 상급 마수를 일격에 죽일수도 있다......"

    들어있는 내용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내용.

    마계 역사상, 아니 책에 쓰여진 대로 어느곳에서도 찾아볼수 없는 획기적인 내용이다.

    이 다음 주제로는 각 분야의 고위 마법, 그것도 불사의 마왕의 오리지널 마법들이 서술되어있다.

    그야말로 마법에 심취한 마족이라면 눈에 불을켜고 달려들지도 모르는 물건.

    "이걸로......"

    루이넬은 마도서를 품에 꼬옥 안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자신감과 결심에 가득찬 목소리로.

    "팬텀을 패줄수 있어!"

    뭔가 핀트가 어긋났다?!

    ============================ 작품 후기 ============================

    팬텀은 이때를 계기로 루이넬한테 진짜로 까이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육체능력 때문에 루이넬이 때려도 소용 없었지요.

    아주 좆되는거야.

    13년 1월 2일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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