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40화 (40/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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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룡왕은 누님타입입니다.

    -- >

    "약하면서 마왕에게 시비를 걸어놓고 살아있다니. 이건 기적이나 다름없어"

    "...... 미안"

    "걱정이나 하게 만들어 놓고, 내가 3일동안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알아?"

    "아까전부터 그런건데, 미안밖에 할말이 없어?"

    나는 한창 루이넬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추욱 늘어진체 사과만 반복하고 있었다.

    내가 먼저 열나서 마룡왕에게 시비를 건것도 있지만, 루이넬이 말릴때 도망가지 않고 싸운 내 책임도 있다.

    아니, 둘다 전부 내 책임이잖아.

    루이넬을 볼 면목이 없네.

    나는 루이넬의 정곡을 찌르는 잔소리를 피해 마룡왕에게 도망쳤다.

    비록 드래곤이라지만, 그녀는 무공을 배운 이후로 드래곤을 포기하고 마룡왕의 칭호를 얻은 후로 마왕으로서 살아간다고 한다.

    뭔가 찜찜하지만, 자존심 강한 드래곤이 스스로 마왕이라 하는데, 내가 열내서 혼자 시비거는건 좀 그런것 같아서 그럭저럭 지내는 중이다.

    레어의 커다란 공동 한가운데에서, 조용히 티타임을 가지며 책을 읽고있는 마룡왕이 보인다.

    "그래도 전직 드래곤이였는데. 레어가 너무 부실한것 같은데?"

    "상관마라. 어차피 나에게 사치란 걸맞지 않은것이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갈 정도의 재물만 있으면 충분하니, 이것도 과분한거지"

    마룡왕은 지극히 검소하다.

    레어에 금붙이 하나 볼수가 없고 그나마 가득한건 책뿐.

    그것도 레어의 다른 방 안에 장르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종류의 책들이 수천권 이상 보관되어 있었다.

    "차 한잔 할텐가? 이곳 용의 산맥에서 나는 찻잎은 각별하지. 중간계에서는 맛볼수 없던 맛이야"

    "아니, 난 그것보다 커피면 족해. 뜨거운 물만 줘"

    마룡왕은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았지만, 나는 아공간에서 쿠파인 가루를 꺼내 뜨거운 물에 풀어 티스푼으로 저었다.

    진한 커피향이 퍼지며 뜨거운 물이 이내 커피 특유의 갈색으로 변한다.

    "특이하군. 냄새도 상당히 좋아"

    "마수의 숲 인근에서만 나는거야. 뭣하면 우리쪽 애들한테 말하면 구해주겠지"

    나는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몸을 진정시켰다.

    아아, 조용하다.

    이렇게 평생 평화로운 일상만 가득하면 좋으련만......

    "아, 티타임이였어?"

    "너도 한잔 마실래? 커피? 차?"

    "커피로. 설탕은 한스푼만"

    루이넬이 방안에서 나와 티타임을 즐기고 있는 나와 마룡왕을 보더니 같이 끼어들었다.

    셋이 모여 함께 티타임을 보내니 마치 새벽의 세상처럼 조용하다.

    "그나저나, 나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자네의 그 검은 안개. 내 무공. 그 두가지는 무언가 연관되어 있는게 분명하네. 그렇다면 어디한번 둘다 익혀보는게 좋지 않겠나?"

    "그러다가 잘못되면 어떻하고?"

    "그 검은 안개는 보통 위협적인, 그러니까 마치 천적이나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마주친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지. 하지만 나는 그리움이란 감정도 또 느꼈지. 그러니 잘못될 가능성은 극히 낮네"

    흠, 그런가? 확실히 일리는 있는 말이지만......

    "아니, 잠깐만. 분명히 네가 느낀 감정이 그럴수도 있지만, 다른 마족들은 모르잖아? 어떻게 그걸 확신해?"

    "자네가 싸우던 도중에 분명 말했지 않나? '이걸 보면 후작급 마족도 경계한다'라고. 그걸 듣고 조금 유추해본것이지"

    "아, 내가 그런말을 했었나?"

    얼빠진 나의 말에 옆에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있던 루이넬이 한심하다는 듯이 태클을 걸었다.

    "했었어. 자기가 한 말도 기억 못하는거야?"

    "그때는 워낙 머리에 피가 쏠려서 말이지"

    마룡왕에게 시비를 걸때는 머리가 열받아서 반쯤 맛이 갔었었다.

    그때 어떻게 싸웠는지도 가물가물한 판에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생각날리가 없지.

    "본격적인 수업은 다음주 부터 시작하도록 하지. 그 전에 한가지 말해둘게 있는데"

    "뭔데? 수업이 위험하다거나 그런가? 그런거면 지겹게도 격어왔어"

    "그게 아니네. 내가 가르쳐줄 무공은 권각을 쓰는것도 몇가지 있지만, 대부분 무기를, 그것도 대검이나 대도같은 큰 무기를 사용하지. 크기만 크면 초식도 어느정도 받쳐주니까 무기를 구해오는게 좋을꺼야"

    "아, 무기하니까 생각났는데. 라인시고한테 부탁해논건 어떻게 ?

    지?! 그땐 분명히 어떤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정하지 않은것 같은데?"

    갑자기 생각났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아다만티움을 전부 녹였을테고, 작업에 들어갔을 터인데 어떤 무기를 만들어달라고 정하지 않았다.

    적어도 추상적으로 검이나 만들어 달라 그랬으면 지금쯤 어느정도 완성되어 있을텐데.

    "좀 가봐야 되겠다. 루이넬, 같이 갈래?"

    "응, 물론"

    "나도 가도 되겠나?"

    "오든지 말던지. 맘대로 해"

    마룡왕도 같이 참전하여 겉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하였다.

    그녀는 자기 집이라 인간의 모습에 옷을 갈아입었는지 백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 뭐냐, 상반신의 바스트가 마왕급(?)이다.

    기본적으로 D컵(뭐가?!)은 넘을것 같다.

    "팬텀. 너 지금 어딜 보는거야?"

    "응? 아아, 그거야 마룡왕의 가─"

    ─슴 하는 순간 루이넬의 불꽃이 내 얼굴에 직격.

    기껏해야 촛불보다 뜨거운 정도였지만 나는 한동안 얼굴을 문지르며 굴러다녔다.

    "끄아아아! 뜨거워! 아니, 뜨겁다기 보다 따가워! 내 누우우우운!!!"

    "흥!"

    루이넬은 그런 나를 뒤로 하고 종종 걸어나가다 멈춰서서 아래를 내려다 본다.

    바닥은 내려다 보는게 아닌, 조금 더 안쪽의 무언가를 보고 양손을 들어 손바닥을 가슴 위에 올려 납작(?)한 무언가 위에 올리고 한숨을 쉰다.

    "아, 언젠간 자라겠지. 않 그래?"

    "죽어버려어어어어어!!!!"

    아, 괜히 충고해줬다.

    마룡왕, 나, 루이넬 이렇게 3명이서 레어에서 나와 마을로 내려갔다.

    그녀의 레어는 마을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아서 널널하게 한시간 정도 걸으니 마을에 도착, 그리고 들어갔는데......

    "...... 어째 등이 따가워"

    "그럴만도 하겠지. 나야 어느정돈진 잘 모르겠지만 내 영지의 마족들은 나를 존경하니까. 그런 나한테 시비를 건 자네가 좋은눈으로 보일리는 없겠지"

    "팬텀이 마왕만 아니였으면 지금쯤 덤비려고 들었을 마족이 수천명일꺼야. 지금 당장 덤비진 않겠지만 그래도 조심해"

    마룡왕과 루이넬이 각각 한마디씩 하고 신경 쓰지 않고 걸어간다.

    시선과 적대는 나에게만 쏟아지는 거라 두사람은 그리 영향을 받지 않는듯 하다.

    아, 그러고 보니 마룡왕과 내 싸움을 봤다면 내가 엄청나게 약하다는걸 알텐데?

    혹시 싸울때 전부 대피해서 목격자가 없는건가?

    아무튼 잘 ?

    다 생각하고 마을 중심부에 있는 라인시고의 공방에 도착했다.

    "아, 여기였나. 내 대검을 수리할때 이후로 오는건 처음이군"

    "뭐야, 라인시고랑 아는 사이였어?"

    "기껏해야 물건을 의뢰하는 사이다. 그렇게 가깝지는 않아"

    공방에는 저번과는 달리 후끈한 열기는 없어서 수월하게 들어갈수 있었다.

    결벽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겁할 정도로 이리 저리 어질러지고 부스러기가 굴러 다녀서 보통 사람도 청소를 하고싶게 만들정도다.

    "응? 어라?"

    공방의 방 한쪽에서 라인시고가 기어나왔다.

    지쳐있는 모양인지 이곳저곳이 그을려 새까만 검댕이가 묻어 상당히 잘생긴 축에 속했던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너 이새끼이이이이!!!!"

    "갑자기 왜에에에에에에!?"

    "그걸 몰라서 묻냐! 행사를 망쳤지! 무대를 박살냈지! 그리고 무었보다 마룡왕님께 시비를..... 마룡왕님?"

    "오랜만에 보는군. 라인시고"

    "아.... 아...... 아아?"

    라인시고는 눈이 찢어질듯 크게 뜨고 떨리는 소리를 내면서 한손을 살짝 흔들어 인사하고 있는 마룡왕을 보며 공기가 울릴듯한 큰 소리로.

    "마룡왕 전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저것이 오체투지의 표범이구나' 하고 큰 깨달음을 얻은 나였다.

    밖은 웅성웅성, 안쪽은 반짝반짝.

    무슨 소리냐고?

    라인시고의 외침으로 마룡왕이 방문했다는걸 안 마을 사람들(아직 장인의 일족 마을엔 다른 마을 사람들도 머무르고 있다. 축제를 망쳐서 시작도 않했기 때문이다)이 공방 밖에 모여있고, 라인시고는 눈을 반짝반짝 거리면서 마룡왕을 바라본다.

    "이런 누추한 곳까지 왕림하시다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장인의 공방이 누추하면 내가 사는 레어도 누추한거겠지. 그런말 하지 말게"

    "아, 네"

    와, 라인시고 이 새끼, 나랑 대할때랑 태도가 완전 다른데.

    나한테는 툭툭 그냥 말을 놓으면서, 게다가 저번의 사건 이후로 내가 마왕인것도 알았을텐데 변함이 없고, 마룡왕한테는 간이라도 빼줄듯 잘 대해주다니.

    "그런데 마룡왕 전하. 무슨일로 왕림하신 것인지....."

    "자네가 이자의 무기를 만들어주겠다는 소리를 들었네. 그것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야"

    "아, 그거라면 아다만티움을 전부 녹여두고 준비중이였습니다만, 어떤 무기로 할지 듣지를 못해서......"

    좋았어, 아직 만들지는 않았다는 거지?

    "팬텀, 자네는 어떤 무기를 원하는 건가? 기왕이면 나처럼 대검을 선택해도 좋겠지"

    "흠......"

    이건 즉흥적으로 생각해볼 사안이 아니다.

    적어도 일주일은 잡고 진지하게 생각해야 겨우 결정할수 있을듯한 일인데 지금 여기서 정해보라고?

    "기왕이면 쓰기 편한 물건으로, 공격성이 높게. 그러니까 찌르고 베고 휘두를수 있는 그런 무기가 있으면 좋은텐데......"

    "응? 아아? 아니, 잠깐만 기다려봐"

    라인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 구석의 서랍 속을 뒤적거리더니 먼지가 잔뜩 묻은 양피지 하나를 들고 왔다.

    종이를 쓰지 않고 양피지를 쓰다니 조금 의외지만, 먼지가 얼룩이 잔뜩 붙어있어 그것이 격은 세월을 보여준다.

    "뭐야 그 지저분한 양피지는?"

    "내가 오래전에 만든 무기의 기본 디자인이야. 조금 낡았지만 볼수는 있겠지"

    라인시고는 끈을 풀어 양피지를 펼치고 탁자 위에 펼쳤다.

    양피지에 누렇지만 선명한 검은색으로 그려져 있는 무기.

    전체적으로 기사들이 마상전에서 쓰는 랜스(Lance)같이 생겼지만 조금 다르다.

    일단 손잡이 까지는 똑같지만 랜스는 정면에서 봤을때 둥근 모양이지만 이 창은 위,아래가 긴 마름모 꼴이다.

    위,아래에는 날이 서있는듯 하고, 창과 손잡이가 닿는 곳은 V자 형태로 파여있다.

    알기 쉽게 비유하자면 마우스 커서를 생각하는게 쉽다.

    "이건..... 창인가?"

    "네. 날도 달려 있어서 대검처럼 쓸수도 있고 창이라 찌르기도 용이하죠. 다만 무게가 많이나간다는게 흠이지만요"

    "상관 없을것 같은데? 나도 근력을 팔굽혀 펴기로 키우는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걸 들고 운동하면 되겠네"

    "..... 이건 그 근력 기르기 용으로 들만한 무게가 아니야. 마룡왕님의 대검도 기껏해야 80킬로그램이 조금 넘지만. 이건 철로 만들어도 100킬로그람은 훌쩍 넘어"

    "으아아아아?!"

    배,백 킬로 그램? 이 창 하나가?

    ...... 솔직히 말해서 그걸 휘두르라면 단련을 엄청 해야될것 같은데.

    지금 몸으로 백 킬로그램짜리 물건을 들라면 할수 있지만 문제는 그걸 휘두르는 것이다.

    잘못 휘둘렀다간 무기에 휘둘려 허리가 통채로 잘리는 참사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좋군. 그 정돈 되야 성장이 빠르겠지. 그걸로 하지"

    "넵! 알겠습니다! 일생일대의 노력을 다해서 만들어 드립죠!!!"

    라인시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연장을 챙겼다.

    "최고의 무기를 부탁해. 전력을 다하라고"

    "오냐. 불사의 마왕님을 봐서라도 최고이자 최상의 물건을 만들어주마"

    작업에 방해되지 않게 나가려던 도중 마룡왕은 문득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라인시고에게 물었다.

    "혹시 드래곤 본이나 드래곤 스케일이 필요하지 않나?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주지"

    "그그그그그그,그런?! 저야말로 황송할 따름이죠!"

    오야, 내 무기에 드래곤 본이랑 스케일이 들어가는건가?

    나중에 그걸로 드래곤을 죽일지도 모르는데?

    "드래곤 스케일이나 드래곤 본이라도 아다만티움을 녹일 실력이면 충분히 쓸수 있을터, 물건은 오늘 안으로 주지"

    "네,넵! 감사합니다!"

    라인시고는 히히덕 거리며 본격적으로 공방 안으로 들어가고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밖에선 공방의 문을 기준으로 넓지만 부채꼴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수만의 인파들.

    전부 무릎을 꿇은채 대기중이라 어째선지 적막한 느낌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와는 다르게 사람들 눈에 담겨있는 감정은 존경, 동경등의 감정들, 질투같은 감정은 보이지도 않는다.

    "마룡왕 전하!"

    "감사합니다! 이 영지의 주인이 마룡왕 전하여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산맥의 마수들도 날뛰지 않고 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전부 감사한다는 인사뿐, 수많은 사람들이 이러면 오히려 부담스럽다.

    마룡왕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그에 답하고 급히 자리를 빠져 나가려고 했다.

    "저,저기. 마룡왕 전하!"

    작은 소녀, 베르데와 같이 나무의 일족인듯 조용한 느낌을 주는 소녀가 인파 사이에서 나와 마룡왕을 불렀다.

    평범한 마족이 마왕을 대면하고 말을 하는게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건 아무리 마족에 대해 무지한 나라도 잘 알고 있다.

    지금 소녀는 그 공포를 용기로 참아내고 나와 말을 하고 있는것이다.

    "이,이번에 축제를 여,열었어요. 그,그러니까 마룡왕 전하도 같이......"

    "말은 고맙지만 마음만 받겠다. 미안하구나"

    마룡왕은 한쪽 무릎을 굽혀 소녀와 눈을 마주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씁쓸한 표정으로 소녀에게 거절의 의사를 표현했다.

    "자, 가도록 하지. 수련 준비를 하려면 바쁠테니까"

    "아니, 잠깐만 기다려봐"

    나는 도망치듯 빠져 나가려는 그녀의 어께를 잡아세우고 따지듯이 물었다.

    "어째서 거절한거야? 저렇게 작은 소녀가 용기내서 말한건데 너무 하잖아?"

    소녀는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여 울먹울먹 거리며 금방이라도 울듯이 서있었다.

    루이넬이 옆에서 말을 걸어주며 소녀를 달래주고 있어서 겨우 참는듯 했다.

    "나는..... 그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할 뿐이다"

    "어울리지 않아? 뭐가?"

    "지금은 마왕이라곤 하나 과거엔 드래곤. 마족과 어울릴거라고 생각하나?"

    확실히 그렇다.

    드래곤은 본디 중간계를 수호하는 종족, 그중 중간계에 자주 처들어오는 종족이 마족이다.

    서로 원수라면 원수사이라고 할수 있지, 친하다고는 할수 없다.

    드래곤과 마족이 서로 화목하게 지낸다는건 엘프가 숲에 불을 지르는것과 같이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야, 마룡왕"

    "왜 그런가?"

    "한대 때려도 되냐? 이미 때릴꺼지만"

    마룡왕의 현재 외모는 여자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고 그녀의 품으로 파고 들어가(묘사가 좀 그런데) 얼굴에 정확히 죽빵을 먹여줬다.

    퍼억!

    폴리모프 상태라지만 그녀의 몸은 평범을 벗어난지 오래라 내 펀치로는 코피하나 나지 않지만 그것에 담긴 의미는 전해졌다.

    덕분에 주변에서 죽일듯한 시선이 쏠리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정신차려 이 마왕아. 과거엔 어땠을지 몰라고 넌 지금 마왕이야. 내가 죽이려 들지 않는걸 보면 모르겠냐?"

    "하지만......"

    "하지만이고 저지만이고. 네녀석이 사는건 '지금'이지 과거가 아니라고. 과거에 드래곤이였으면 뭐 어쩌라고? 지금은 마왕이잖아!"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어쨌든 난 드래곤이였으니까. 그건 변하지 않는다"

    "엿이나 먹으라 그러지. 변하지 않으면 뭐 어때서? 내가 그 사실을 버리라 그랬어? 그저 과거에 묻어두고 가면 되잖아. 드래곤이였다는 사실은 뒤로하고 앞으로 향해 가면끝인거잖아! 않그래?"

    "너는......."

    마룡왕은 떨리는 눈으로 나를 보자 그 눈에 담긴 복잡한 감정들이 보였다.

    하지만 이내 눈을 감고 다시 뜨는순간 그런 감정들은 사라지고 단 하나의 감정만 남았다.

    후련함.

    "그렇군"

    마룡왕은 다시 눈을 감고 나직히 말했다.

    "그래, 그런것였어. 역시 인간이야, 그런 생각을 다하다니"

    "정신좀 차렸냐?"

    "물론이지"

    마룡왕은 머리카락을 등 뒤로 넘겨 단정하게 정리하고 다시 반듯이 섰다.

    "하하하하하하!!! 좋군! 좋아! 오늘은 나도 축제에 끼어도 좋겠지? 기왕이면 좋은 술도 있으면 좋겠군!"

    마룡왕의 호쾌한 외침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내 발언으로 영지 사람들의 인식이 확 바뀌었다.

    마룡왕을 축제에 참가하게 만든 공으로 적대의 시선에서 호감의 시선으로 바뀌었고 마룡왕이랑 비슷한 대접을 받고 있다.

    근데 혼자야.

    나는 마음으로 울면서 술을 들이켰다.

    "술은 술인데. 좀 달다"

    "아, 그건 벌꿀술이라 그래요. 다른 술들을 원하신다면 가져다 드릴께요"

    "아니, 괜찮아..... 근데 네가 왜 이러고 있어!?"

    "헤헤헤, 마룡왕님 시중을 들어드리는 김에 왔어요"

    베르데가 어디서 구했는지 간편한 메이드복(내 마왕성의 것과는 다르다. 그쪽이 야한거에 치중을 두었다면 이건 전형적인 메이드복)을 입고 내 잔에 황금색 음료를 따라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베르데는 진짜 오랜만에 보네, 한 일주일 만인가?

    마룡왕에게 시비를 건게 대략 3일전.

    어라? 그러고 보면 그리 오래 못보진 않은거네.

    "아무튼 팬텀씨, 아니 마왕님"

    "응? 팬텀이라고 불러도 상관없는데?"

    "어쨌든 감사해요. 덕분에 다들 이렇게 행복한 얼굴을 하잖아요"

    마룡왕은 저쪽에서 거리감 없이 끼어들어 술(보기보단 주당, 오크통에 담긴 술을 통째로 벌컥벌컥 마신다)을 마시며 화목하게 떠든다.

    마왕과 일반 마족의 분위기라곤 생각되지 않고, 오히려 마을 축제 분위기 같다.

    그녀의 털털한 성격과 영지 사람들의 존경심이 한몫 단단히 한듯 하다.

    루이넬도 어째선지 저쪽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아마도 다른 영지의 마왕인 나보다 저쪽이 더 편한거겠지.

    "어째 좀 외롭네. 나 혼자밖에 없고 말이야"

    "에? 제가 있는데요?"

    "큐우!"

    "싯!"

    아, 베르데랑, 이렌이랑, 큐리도 있구나.

    근데 그중에 둘은 마수잖아.

    "저기, 마왕─"

    "팬텀. 팬텀이라고 부르라니까"

    "네, 팬텀씨"

    나는 베르데의 호칭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냥 이름으로 부르게 했다.

    베르데는 우물쭈물하며 무언가 말하려다 멈추다 하면서 고민하는듯 했다.

    "왜 그래?"

    "아,아뇨. 큐리를 도와주고, 마룡왕님까지 설득해 주시고 해서 제가 뭔가 보답해 드릴게 없나 싶어서......."

    "별로 상관없어. 보상을 바라고 했으면 밑천까지 탈탈 털어먹었겠지. 그냥 내가 하고싶은대로 한거니까 신경쓰지 마"

    "그래도......"

    나는 주변을 둘러본다.

    마왕이라고 밝힌 나의 주위엔 그저 베르데 한명뿐, 비록 마룡왕을 설득시켰다곤 하나 나에게 가까히 다가오는 마족은 없다.

    내가 할리는 없지만, 마왕앞에서 실수라도 했다간 목이 잘리는건 기본이요 삼족을 멸하는건 옵션이라 그런 두려움 때문에 거리감이 있는거겠지.

    "마왕은 외로운 거구나. 아니, 마룡왕은 특이한 케이스지만"

    "에, 팬텀씨도 외로움을 타시는 건가요?"

    "아니, 나한텐 그래도 루이넬이 있으니까 툭 터놓고 말할 사람은 있지. 다른 마왕들은 그렇지도 못한것 같아서"

    내 말에 어째선지 조금 시무룩해진 베르데가 어색하게 웃었다.

    "에, 저기. 팬텀씨?"

    "응? 왜 그래?"

    "혹시라도 외로우시면 제가 같이 있을테니까..... 아니! 꼭 그런 의미가 아니고요!!"

    아니, 그거 엄청나게 오해성이 짙은 발언이거든?

    나는 그녀의 말에 얼굴이 벌게져서 뜨거워진 몸을 식히기 위해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어색한 베르데의 시선을 피하던 도중 루이넬과 눈이 마주쳤다.

    "응?"

    루이넬은 깜빡했다는 표정을 짓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의 인파를 뚫고 내 옆에 앉았다.

    "왜 왔어? 저쪽이 더 신날텐데?"

    "시끄러운건 그리 좋아하지 않아. 그래서 온것 뿐이야"

    츤츤거리긴, 역시 루이넬이구나.

    나는 베르데에게 다시 잔을 받아 벌꿀술을 루이넬에게 건네주었다.

    "마셔, 도수도 그리 높지 않고 꽤나 달아서 네가 좋아할만한 술이야"

    "....... 달아"

    "왜? 너 단거 좋아하지 않았어?"

    "아니, 그래서 좋다고"

    루이넬은 벌꿀술을 홀짝이며 피같이 붉은 눈으로 베르데를 노려보고 베르데는 그런 루이넬을 어색하게 웃으면서 무시하고 있었다..

    뭐랄까, 딱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자기 먹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들고양이 보는것 같은 느낌이다.

    "뭐해? 둘이 싸움이라도 벌일 기세라고. 진정들 해"

    "........."

    둘다 내 말은 무시.

    오히려 분위기만 더 심각해 진것 같다.

    "흠? 다들 여기 모여서 뭐하는 건가? 나 혼자만 떠들고 있으려니 적적하지 않나?"

    일부러 마력을 억제해 알코올을 해독시키지 않는건지 알싸하게 취해 얼굴이 붉어진 마룡왕도 참전.

    "얌마 마룡왕! 그 술냄새 나는 입 치워─끄아아아! 냄새!"

    "하하하! 마룡왕이라기 보단 슬레이온이라 불러주게! 그쪽이 더 익숙하니까 말이지!"

    "술냄새에에에에에! 아니, 그것보다 부담스러우니까 그거 치─"

    ─워! 하는 순간 말캉! 하고 무언가 내 얼굴에 닿는다.

    그 크기는 과장을 조금 보태서 멜론만한 크기, 촉감은 마시멜로마냥 부드러우면서도 크기에 걸맞지 않게 쳐지지도 않는 그것.

    마룡왕이 나에게 어께동무를 하면서 내 머리를 누르자 그것이 내 얼굴에 닿는다.

    "끄엑!!!"

    나는 그날 볼품없는 소리를 내고 기절해버렸다.

    참고로 나 숙맥이야.

    ============================ 작품 후기 ============================

    이번건 용량이 꽤 되는것 같은데.

    다음엔 못올릴지도 모름, 비축분 만들어야 되서리.

    12년 12월 31일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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